프레즌스 - 위대한 도전을 완성하는 최고의 나를 찾아서
에이미 커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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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 인간모형이 두 팔을 활짝 열고 생동감 있게 '으쌰'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모형이기 때문에 인종도, 신분도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한마디로 이 모형은 우리가 무엇을 그려주고, 입혀주고, 동작을 완성시키느냐에 따라 그게 무엇이든, 누구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 싶다. 프레즌스의 의미는 존재감과 실재감 그리고 사람이나 사물이 특정한 곳에 있음을 뜻하는데 이 책의 저자인 에이미 커디가 '잔신의 진정한 생각, 느낌, 가치 그리고 잠재력을 최고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조정된 심리 상태라고 덧붙였다. 만약 저자가 TED에서 했던 강연을 본 독자라면 그녀가 말하는 프레즌스가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책을 읽기전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언급한 강연에서의 핵심 내용은 우리가 '무엇을'이루고 싶거나 되고싶은 모델이 있다면 마치 그렇게 된 것처럼 따라하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언제까지 흉내낼 것인가? 비슷해질때까지? 아니다. 완벽하게 원하는 그 사람이 될때까지 흉내내는 것이다.이 모든 것이 개인의 힘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통제하는 것도 바로 힘의 한 부분으로 우리가 부러워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의 가장 큰 장점이 자기절제와 통제라는 부분을 보면 이해가 쉽다. 물론 통제와 절제라는 부분에서 사회적인 힘과 겹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규칙이나 외적인 힘에 의해 자발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 힘의 한계는 당연히 개인이 스스로 통제하는 힘에 비해 약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말하는 '프레즌스'가 이해되었다면 이제 우리는 행동부터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흉내내야 한다. 될때까지. 우선 자세부터 바꿔보자. 그림을 통해 설명하는 자세들은 우리가 드라마에서 소심한 사람, 혹은 비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느껴진다. 엎드리거나, 두 팔로 자신을 감싸거나 두 손을 모아 초조한 듯 앉아있는 자세는 보기만 해도 기운이 빠진다. 반면 여유롭고 능력있는 드라마나 영화속 인물들은 저자가 말하는 강력한 자세들을 했던 주인공의 모습과 일치한다. 양손을 허리에 두고 똑바로 서있기, 두 팔을 뻗어 손끝으로 책상을 지탱하며 서있는 자세는 영화속 리더들이 사람들을 설득할 때 보여주던 자세라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자세만 바꾸더라도 우리는 좀 더 강력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고, 그런 정신적인 효과를 통해 실제 결과를 바꿀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싸구려 속임수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방법은 효과가 있다. 자기가 강력하다고 혹은 무력하다고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던가, '통제', '명령', '권위' 같은 권력을 연상시키는 단어들 혹은 '복종', '항복', '부하' 같은 무기력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을 잠깐 동안 보여준다든가, 상사와 부하직원의 역할을 맡겨서 상황극을 잠깐 하게 한다든가 하는 방식의 아주 작은 생각 훈련만으로도 사람의 정신적. 정서적 상태의 차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심지어 이 사소한 자극으로 무의식 차원의 진짜 감정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181쪽


 이 책을 읽다보면 어쩌면 정말 새롭다 싶은 이야기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기존에 자기계발서들과 제대로된 이론으로 우리를 설득시킨다는 것에 있다. 글쓰기 특강의 저자 유시민 작가가 들려중 강연 내용중에 글로써 누군가를 설득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잘 몰라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될 경우 그 사람이 모르고 있는 것을 알려주거나 정보를 전달해줌으로 해서 결정을 바꿀 수 있게 도울 뿐이지 설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수많은 자기계발서, 긍정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읽어 왔다. 하지만 분명 책을 읽을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으로 직접 작성해야 효과적이라고 해서 실제 계획서까지 써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왜냐면 행동까지 이끌어 낼 만큼 '유용한 정보, 혹은 설득'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세분화해서 설명해주고 있는데 심리학 학자답게 그렇다더라, 그럴 것이다, 내가 그랬다 정도에서 멈추지 않기 때문에 내용자체가 꽤나 방대하고 사례 또한 다양하게 실려있다. 이정도면 정말 의사결정을 바꿀 만큼의 양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 딱 한 번만 달리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딱 한 번만 달리고, 그게 마음에 들면 다음에 한 번 더 달리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속도만큼만 그리고 내가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속도만큼만 내면서 달렸다. 달리기를 정말 잘하는 친구들과 함께 달리려 하지 않았고, 다리에 쥐가 나는 걸 느끼면서까지 억지로 달리려 하지도 않았다. 장기적인 목표는 완전히 내려놓았다. 그 목표는 너무도 크고 멀었기 때문이다. 4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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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자전거 타기의 행복 - 균형 잡힌 삶을 위한 마음 챙김 이룸북 마음 챙김 시리즈
벤 어빈 지음, 김아림 옮김 / 이룸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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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역시 사회적이다. 이는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더 나아가 자신을 잘 이해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게 해준다. 21쪽


올 초부터 성당에서 교리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는 중간중간 개별적으로 수녀님과 면담을 할 기회가 있었는 데 그때 수녀께서 신앙을 가지게 되면서 달라진 게 무엇이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그때는 개인적으로 분노를 좀 더 잘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로 대답했는데 수녀님께서는 신앙을 갖게 된다면 자신에게도 물론 큰 변화가 생기겠지만 타인과 함께 좋은 것을 나눌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책의 초입에서 저 문장을 만났을 때 그때 수녀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난 것이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종교를 통해서든 혹은 이 책의 저자처럼 마음 챙김을 통해서든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타인에게도 역시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를 갖는 것도, 또 마음을 챙기는 것도 사회적이구나 하고 수긍할 수 있었다. 출발부터 공감을 해서 그런지 이 얇고 작은 책에 내가 '맞아'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참 많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자전거 대리점을 하셔서 그런지 자전거에 대해 타는 것 외에는 별달리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독자라면 시대별 자전거 제작방식의 변화나 관련 기술에 대해서 난해하거나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까지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게다가 지난 달 부터 자전고로 한강다녀오기 등의 데이트를 즐기다보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 대한 평가도 재미있었는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겉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말에는 살짝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대략 알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라이더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지나칠 때면 으리으리한 비싼 자전거와 머리부터 발까지 완벽하게 세팅된 그들의 모습을 보면 자전거를 즐기는게 아니라 모실려고 나오는 사람들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기사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타는'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비바람이 부는 곳을 달리거나 한적한 공원을 달릴 때의 느껴지는 행복, 웃지 않으려고 해도 자전거 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에 굳은 표정으로 버티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이런 느낌은 저자와 나만 갖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이론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페달을 밟는 동안 우울함은 증발하는 것 같다. 이런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우울증이나 불안증 그리고 낮은 자아 존중감 같은 정신적 문제에 시달리지않는 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12쪽


비단 자전거 뿐 아니라 다른 운동을 하더라도 몸을 움직임으로써 얻게되는 체력증진 효과덕분에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긴 하지만 자전거를 특히 더 애정하는 까닭은 전혀 운동한다는 '노고'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언급한 경제적 이점까지는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된다. 만약 자전거를 이용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소비된다 싶다면 아마 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진정한 의미로 자전거를 탄다기 보다는 보이기 위해 자전거를 모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참을 자전거 이야기로 이어가는 듯 싶지만 결국은 자전거 타기를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중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자전거를 평소에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연신 공감을 표하며 읽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전거의 로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연인들이 상대방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면서 애정이 더 커진다거나, 자전거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성장을 뜻하는 상징이 되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자전거 타기를 '읽어보는 것'도 정말 좋았다. 이런 마음이 시작이 된다면 아인슈타인이 자전거 타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긍정적인 효과를 우리도 얻을 수 있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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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 : 최고의 시절
윌프레드 산티아고 지음, 원은주 옮김 / 나너우리엔터테인먼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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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구두보다 운동화를 더 자주 신지만 정말 특별한 날에만 신는 운동화가 있다. 바로 N사의 조던 시리즈다. 책 [마이클 조던 최고의 시절] 표지그림에 보이는 마이클이 신고 있는 6탄이 바로 그 특별한 날에만 신는 운동화 중 하나다. 마이크가 경기하는 영상은 많이 못봤지만 적어도 그가 어떤 운동화를 신고 나왔는지, 그 시리즈를 아이돌 중 누가 신고 무대에 올라왔는지는 찾아볼 만큼 솔직히 마이클이란 선수 자체보다는 그가 신었던 운동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도 그의 신화, 최고의 시절을 그린 책에는 당연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최고의 시절이라고 해서 그가 현역에서 활동할 때만 다뤘는 줄 알았는데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마이클의 학창시절은 다소 암울했다. 인종차별을 당하고 가해자 학생에게 맞서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정학이란 처분을 받아야 했고 부모님은 다른 형제와 달리 사고만 치고 다니는 마이클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못했다. 마이크가 농구로 두각을 나타내고 엄청난 활약을 하게 되면서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다름아닌 아버지였다. 늘 마이크가 성인이 되어 제 앞가림이나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었기 때문인데 안타깝게도 마이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던 나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린 강도들이 마이크의 가장 큰 지지자였던 아버지를 살해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언론은 마치 마이크 아버지의 죽음이 마이클의 잘못인 것처럼 떠들면서 그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이클을 농구 코트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놀랍게도 그는 야구장으로 진출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제 경기에 뛰기 전 조던은 다시 NBA로 돌아온다. 그리고 시즌 중간에 투입된 마이클은 1996년 NBA 결승전 MVP로 복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그때 그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했다.


"이번 챔피언은 얼마나 더 달콤합니까?"

"글쎄요...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만큼...예전에 아버지가 항상 제 곁에 계셨죠...

지금도 분명 아버지가 보고 계실 겁니다..."


그동안 마이크를 괴롭히던 많은 언론사들 역시 '논란 종결, 홈코트에서의 정정당당한 승리가 여론을 잠재우다'란 기사를 내보내며 그의 수상을 축하해주었다. 이후 한번 더 농구코트에서 은퇴를 했다가 돌아온 조던은 MVP 상을 받으며 영원한 은퇴는 2003년이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NBA선정 50인의 위대한 선수에 꼽히는 마이클 조던. 책에서는 시카고 불스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던 때를 실감나게 만화이기에 가능한 효과를 넣어 이야기했지만 내가 리뷰에서 언급한 것들은 보시다시피 은퇴 전후와 유년시절의 마이클의 모습이었다. 히어로물에서 그들의 인간적인 고뇌 혹은 여리고 애처로운 추억과 과거를 내보이면서 태생이 히어로인 경우도 있지만 그들역시 늘 노력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찬가지로 농구계의 영웅 조던의 인간적인 모습에 더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그가 신었던 모델의 운동화를 신으면 왠지모를 자신감으로 활동력이 증가했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좀 더 내가 소장하고 있는 운동화에 애정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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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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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답하면 거의 대다수가 공무원과 같이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희비를 가를만한 공부를 하고 있을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난 그저 공부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렇다고 학자는 결코 아니다. 정말 이것저것 배우고 있을 따름이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고, 공부를 하는 것도 결국 공생을 위한 하나의 방편일뿐이라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부할 권리]의 저자 정여울 작가도 유사한 심경을 책에서 내비쳤다.


'나는 왜 직장을 향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매일 일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안정된 직장을 동경하는 걸까.' 248쪽


나도 매일 일하고 있다. 심지어 주말이나 별도의 휴일이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물론 평일날 맘껏 쉬어도 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저자처럼 나역시 장기간의 해외여행을 스케쥴만 잘 조절하면 다녀올 수 있는 처지라 일의 양이 많다고 불평하는 것은 아니다. 말그대로 불안정함, 직업은 있지만 '직장'은 없는 불안함이다. 저자는 이런 고민에 빠져있을 때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만났다고 했다. 사실 스토너는 내게 있어 참 애물단지다. 저자 뿐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원서를 찾아읽게끔 할 만큼 엄청난 소설이라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는 지루하고 고루한 이 책이, 스토너란 사람이 도무지 정이 가질 않았다. 마치 모모를 읽었을 때처럼 그랬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책장에 꽂힌 스토너를 거의 매일 같이 바라본다.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저 책이 재미있게 읽히는 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꽤 오랜시간 문학을 읽지 않았던 내가 소설가 김연수 덕분에 다시 문학이 좋아졌으니 언젠가는 문학만이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게 되는 때도 오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소비를 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살 수 없게 되어 버린 현대화된 가난이야 말로 또 하나의 더 큰 결핍,'꿈꿀 수 없는 젊음'을 낳는 주범입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진정한 꿈을 꾸는 데 인색해져 버렸습니다. 208쪽


꿈을 논하지 않고 집필이 어렵기라도 한 것처럼 근래 출간된 책에서는 모두들 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꿈을 가져라, 꿈이 있으면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라던가 혹은 꿈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눈앞에 놓여진 것에 최선을 다하라며 꿈 자체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꿈이란 것은 확실히 있을 때 좀 더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눈앞에 놓인 것을 부지런히 쫓는 것도 좋지만 이루고 난 뒤에 허망함,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 방향성을 상실했을 때 지표가 되어주는 것이 다름아닌 그 꿈이란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현대화된 가난은 '진정한 꿈'을 꾸는 것을 방해한다. 보기에 좋은 꿈, 성공한 누군가의 꿈을 따라가려다보니 진정한 내꿈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조언으로 저자가 꺼내든 책은 이반 일리치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다. 이반 일리치의 책은 고교 입문 전 예비학교 숙제로 접했던 것이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문체와 내용 덕분에 2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이반 일리치라는 작가는 내게 작가로서의 신용을 가진 사람이다. 그 사람의 책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내용은 이렇다. 이반 일리치가 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현대화된 가난이란 것이 다른게 아니라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언가 소비를 해야하고 이런 생활이 결국 인간에게 삶의 주체가 바뀌게 되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생존하기 위해 노동하고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정여울 작가의 [해세로 가는 길]을 읽고 난 후 부러운 작가가 한명 더 늘었다. [축복받은 집]을 집필한 줌파 라히리가 처음이었고, 그 두번째가 바로 정여울 작가다. 책을 통해 그 사람을 전부 알 수가 없지만 만약 내가 출간할 수 있는 책을 정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이 두 작가의 작품들이 가장 탐나기 때문이다. 두 작가모두 소위말해서 많이 배운 사람들이고, 여성이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작가'의 이미지보다 훨씬 젊은 사람들이다. 살면서 거져 얻어지는 연륜말고 이토록 젊은 나이에 삶을 통찰한 듯한 두 작가가 그토록 매혹적이고 멋있었다. 질투가 났다. 이 책 [공부할 권리]를 읽고서는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수십년간 노력해서 얻어낸 지식과 지혜들을 몇 권의 책으로 어설프게나마 배워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워 그 인사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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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엔은 남자를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는다 - 프랑스 여자들의 사랑, 패션, 그리고 나쁜 습관까지
캐롤린 드 메그레 외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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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엔하면 떠오르는 단어 쉬크. 내게 쉬크라는 단어는 가수이자 배우인 '샤롤르뜨 갱스부르'를 알면서 부터였다. 쉬크를 떠오릴 때 그녀는 물론 그녀의 엄마인 제인버킨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쉬크한 제인버킨을 봐도 무언가 파리지엔은 단순하게 옷을 잘입는 것 이상의 애티튜드를 가지고 있을거라 짐작된다. 책 [파리지엔은 남자를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는다]를 읽어보면 그 짐작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그녀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이나 취향, 지갑 사정에 따라 종류는 달라지겠지만 ,그녀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을 상징하는 아이템이다. 그것은 마치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그래, 이건 내가 나에게 선물한 거야. 나는 열심히 일하잖아.... 선물을 받으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 43쪽

 

나만의 시그니처 아이템을 찾아서 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나의 몸과 맘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을 말한다. 이런 시그니처 아이템을 갖는다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차별되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고, 누군가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유행을 따라하는 이들에게 시그니처 아이템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다기 보다는 그저 잘어울리고 예뻐 보인다는 소릴 듣는 옷일 확률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만 보더라도 파리지엔 남자에게 잘 보이기위해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이 아니라 당당함을 내보이기 위해 입는 것이다. 잘보인다는 것은 어쩌면 의지하려는 태도와 유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녀평등에서는 다소 멀어질 수도 있다. 옷을 입을 때도 내 몸에 맞게, 내 기분을 잘 살려줄 수 있는 아이템을 갖는 것부터가 남녀평등을 제대로 인식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옷을 입는 것부터 시작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성친구와 교제할 때 참고해야 될 내용도 들어있고 파리하면 떠오르는 음식! 빼놓을 수 없는 4가지 프랑스 요리와 테이블 세팅 법칙도 담겨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식 표현과 파리지엔이 반드시 알아야 할 단어 15개, TPO에 맞춘 파리안내서 까지 갖추고 있다. “이 책 한 권이면 당신은 파리지엔이 되기 위해 프랑스에 갈 필요가 없다.” 라고 말한 칼 라커펠트의 평이 전혀 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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