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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평점 :
감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지글런 교수가 이 짧은 책에서 말했던 몇 가지 사례와 그것을 둘러싼 구조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 우석훈 교수의 해제 중에서-
출판사 갈라파고스에서 출간한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했던 지글러가 어린 아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 절반에 해당하는 인구의 굶주림에 관한 질문에 답해주는 듯한 대화방식으로 쓰여졌다. 아들의 질문을 보면 다 큰 어른일지라도 굶주림의 원인과 구조활동에 불구하고 빈민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음에 대해 막연한 이유를 짐작만 했던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원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실제적으로는 후원까지 하는 순수하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역시 꼭 '아이'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후원까지 하면서도 그들의 굶주림의 원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낙후와, 교육환경이 제대로 갖춰줘 있지 못하는 것만 떠올렸는지 지글러 교수가 학자로서, 그리고 직접 현장에 나가 활동가로서 보고 듣고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을 통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지글러는 이 책의 주제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데 다음 두 가지의 내용이다. 첫 번째는 기아 현장에서 누가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지, 두 번째는 그런 이득들이 어떻게 재생산되며 더 많은 어린이 기아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추적해 가는 과정이다. 우선 기아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이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경제적 기아인 경우와 해당 지역 내부에서 일어나는 관료들의 부패 등의 이유로 천천히 제대로된 원조를 가로막거나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기아가 있다. 경제적 기아인 경우는 긴급구조를 통해 원조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결정하는 각 기관들의 정책을 통해 지원이 시작되기 때문에 정보가 다소 느리거나 다른 지원대상 국가에 비해 덜 긴급하다고 판단되면 제대로된 지원이 늦어지거나 협소해진다. 지원이 결정 된 이후라도 후원국이 제공하는 양식이 밀인데 지원대상국의 경우 쌀이 주식일 경우처럼 지원 물품의 간극때문에도 제대로된 지원에 차질이 생긴다. 지글러가 사례로 든 '소말리아'의 경우 미국이 원조를 나섰다가 소말리아 무장단체들로 부터 테러를 당한 경우가 발발했다. 이후 그들의 지원은 다소 위험하게 발전했는데 지원을 하기 전에 폭탄을 투하, 무장단체가 일방적으로 후원물품을 가로채지 못하게 방지한 다음 후원품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할 경우 구조물품을 가지러 온 사람들이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무장단체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경우만 봐도 후원을 외부에서 해주려고 해도 내부에서 세력다툼이 발생하면 구조적 기아 상태로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지원대상국의 잘못된 관행과 체제로 기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유럽 대국 혹은 세계적인 기업의 수익유지를 위한 방해로 인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보면 굶주림의 원인과 지속되는 까닭이 모두 '거대한 손'에 의해 발생하는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육류를 지향하는 식습관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는 배를 채우고, 사람은 굶는다?'란 타이틀로 소개된 내용은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소고기를 어린시절 드넓은 풀밭에서 뛰어노는 소에서 얻었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비좁은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양의 소를 정해진 기간내에 사육하고 도축하기 위해 소들에게 먹이는 것은 신선한 풀이 아니라 '옥수수'다. 이 옥수수의 양은 빈곤지역의 어린이 기아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지만 먹을 수 있는지가 아닌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 의해 소에게 먹여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다같이 채식주의를 선언한다고 해도 굶주림은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안팎에서 벌어지는 부패도 문제고 또 하나 지구의 '사막화'도 무시할 수 없다. 지구에 물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텐데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공사를 구호단체와 기관에서 시작한 까닭도 바로 그때문이다. 하지만 물을 가지러 오는 과정 또한 위험천만해서 물을 얻으러 오는 길에 사망하는 사건도 여전히 발생한다.
다른 사랑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 -본문 중에서-
지글러가 아들에게 전달해주는 대화내용이라 문체 자체가 그리 어렵지 않고 아들이 궁금해 하는 점은 평소에 내가 궁금해왔던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그런 기관 혹은 국가, 그리고 대기업에서 그런 부정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황당하기도 하고 속도 상한다. 또한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나와 같은 일반인도 어느정도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 쉽게 말해 자각하면서 기아 문제를 돕겠다고 후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오늘 반찬으로 조금 더 저렴한 소고기를 찾고 있다는 현실에 다소 충격을 받기도 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책을 읽으면 그 굶주림의 원인이 결국 자연적으로 인구수를 조절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신의 뜻도 아닌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발생한 안타깝고 불편한 진실이라는 것을 대면하게 된다. 적극적인 후원과 부정부패를 알리는 등의 개인이 할 수 있는 개선을 위한 노력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알아야 한다는 것, 모르면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구라도 꼭 읽어봐야 한다. 이를 피한다면 굶주림이 모두 빈민의 탓이라고 생각한다는 오해를 받아도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