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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
차현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월
평점 :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
차현진 지음

아직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을 체험했고
거기엔 특별한 고귀함이 있다고 감히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잘하든 못하든, 연애가 우리에게 무엇을 안겨주는지 알려주고 싶다.
연애경험이 많은 사람을 보면 조금 부럽기도 하지만 그사람이 내 사람은 아니었음 싶을 때가 간혹 있다. 멋진 장소에서의 '종소리'가 들렸다던 첫키스라던가, 사람 많은 광장이나 카페를 통째빌려 프로포즈를 해주는 남자는 분명 멋지긴 하지만 받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 아니라면 엄청 김샌다.
타인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때문인지 내게 있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연애소설은 잘도 찾아 읽으면서도 지인들의 연애고민이나 마땅히 친구로써 들어주어야 할 자랑이 아닌 이상은 아니 뭐 굳이 찾아서까지 들어야하나 싶었는데 누군가 '연애'를 통해 무엇을 배웠고, 알지 못했던 점을 깨달았다고 하니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심리가 작동해버렸다. 그렇게 만나게 된 차현진 작가의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는 좋은 만남이었다.
그게 그를 만났던 사람의 예의니까.
그가 그렇게 가르쳐줬으니까.
한결같은 남자를 만나는 것,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최선으로 나를 아껴주고 내가 가장 빛날 때를 진심으로 기다려주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남자를 만난거라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변함없다. 저자가 만났다던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던 카페사장님은 읽는 동안 질투가 날만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그 순간 최선을 다하는 남자였다. 꽉 부여잡지 않고서도 자신의 안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게 해주는 남자, 그러면서도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언제나 조금씩 문을 열어놓는 그 남자분과의 헤어짐에 있어 '예의'를 언급한 저자가 참 맘에 들고 좋았다. 어릴 때는 잘 몰랐다. 사랑에 예의가 무슨, 나이차가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닌데 격식이나 예의따위가 사랑에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날 아껴주는 사람,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을 맞춰주면서도 자신의 방식을 지켜갈 줄 아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분명 그에게 '예의'를 지키게 된 다는 것. 그 '예의'를 갖출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흔들릴 때, 서글플 때, 넘어져버리고 싶을 때
늘 그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그 느낌이 좋았다.
1년 정도 일본에서 거주했다던 저자는 힘들 때 도쿄타워를 찾아갔다고 한다. 일본을 떠나온 현재도 이따금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무작정 떠나는 곳이 일본이라고 하는데 격하게 공감했다. 내게는 도쿄타워가 아닌 '샤쿠지이공원(石神井公園)'이 그런 장소다. 친언니가 그 주변에서 3여년을 살았었다. 언니를 만나러 갈 때면 꼭 힘든 때 위로를 받기 위해 가는 것처럼 가다보니 자연스레 공원이 내게 저자의 '도쿄타워'같은 역할을 해준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쿄타워에 올라갔을 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결혼 피로연이 옆에서 진행중이었는데 아니 힘들게 왜 여기까지 올라왔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을 뿐 옆에서 부러워 하는 언니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다시 일본에 가게된다면 저자가 알려준 팁, 도쿄타워가 보이는 전혀 다른 장소에서 도쿄타워를 바라봐야겠다.
그런데 그가 영화 '굿바이'를 좋아한다고
먼저 말했을 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우리가 결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게도 그런 것(?)이 있다. 만약 누군가 그 책을 읽었다고 한다면, 그 게임을 몇년 째 한다고 하면 결혼까지 생각할지 모른다는 그런 생각. 아마 결혼까진 아니더라도 다시 보게되는 그런 것(?)이 다들 있지 않을까. 어떤 책이고 어떤 게임인지 말하진 않겠지만 아직까지 만나진 못했지만 분명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 사람이 내 운명의 상대,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의심할 것 같다. '굿바이'란 영화를 미친듯이 보고 싶었다. 책 서문에 저자는 이 책을 보다가 누군가를 만나러 뛰쳐나가고 싶게 만들고 싶었다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무언가 미친듯 보고 싶고, 듣고 싶고 그렇긴 했다.
누군가의 연애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구나, 소설이 아닌데 왜이렇게 재미있고 공감이 될까 고민해보니 '허세', '자랑'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그랬지 싶다. 디젤 모델을 만났다던 저자의 연애담이 전혀 자랑처럼 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세상에 이런 남자도 있구나 하며 신기해했다던 그녀의 경험이 같이 설레고 좋아라했다. 거품을 뺀 그녀, 언제즘 자기책을 낼거냐고 재촉했다던 전 남자친구의 말도 이해가 된다. 이렇게 글이 담백한데도 좋은데 왜이렇게 늦게 출간한걸까. 이토록 예쁜 책을 내려고 그랬나, 그랬던걸까. 어쨌든 저자덕분에 지금 곁에 있는 내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생각하게 된 좋은 순간을 선물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차현진 작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