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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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저 술술 읽히는 소설만 읽다보니 문학상을 받은 소설은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거리를 두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신춘문예 스타일'이 숫자로 치면 어른이 되고난 이후 부담스럽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부랑자, 하수도, 쓰레기더미 처럼 직시하지 않고 누군가 덮거나 가려주어 내 눈에 띄지 않게 해주는 것이 고마운 비겁한 어른이 된 까닭이다.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퇴', '철학과'라는 키워드가 동시에 제목에 들어가 있는 까닭에 그런 망설임을 무시하고 무작정 읽기를 시도한 책이다.  불편한 현실이 작품속에 그대로 제 모습을 드러낼 줄 알면서도 읽고 싶었다. 자퇴생이라는 말이 낙오처럼 들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지금 같은 사회에 철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저 혼자'사는 사람처럼 이기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철학과를 졸업하거나 재학중인 학생들이 이기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어쨌든 그런 마음으로 읽은 책은 답답함 그 자체 였다. 각오하고 읽었는데도 쉽지 않았다. '나'는 한 때는 아빠였던 엄마와 살아가고 있다.  '악마'라고 불리는 존재 때문에 학과를 자퇴했지만 과연 그가 멀쩡하게 살면서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만큼 순수하지 못했다. 인우가 악마로 인해 점점 더 망가져가고, 아빠였던 엄마가 '사회의 편견' 이 주는 상처로 몸과 맘이 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씁했던 것은 오히려 여전히 '불쾌'하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여기는 나 자신을 읽는 내내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인우가 안타깝고, 인우의 엄마가 안타깝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내가 사는 사회에서 그 두 사람이 어떻게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몇 년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를 박희정의 그림이 담긴 만화로 읽었을 때와,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는 '영화'로 봤을 때의 차이를 기억했다. 만화 속, 여자보다 예쁜 남자들의 사랑은 그저 한없이 안타깝고 제발 불행한 결말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읽었다면, 만화와는 조금도 닮지 않는 예쁘지 않은 영화 속 남자배우들의 아주 가벼운 스킨십 장면만 봐도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트렌스젠더의 방송출연을 볼 때 마다 불쾌해하며 욕을한다거나 하진 않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 조차 이미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아닐까. 이야기가 너무 에둘러 펼쳐지긴 하지만 결론은 이거였다. 사회의 편견이, 사회적 약자들이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현실고발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인 나 조차도 과연 '편견'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고 '악마'가 했던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들이 인간답게, 삶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이토록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도 또 간만이다. 아, 이 소설의 리뷰를 어떻게 적어야할 것인가. 우선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이라는 키워드를 착각했다. '철학'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사유하고 고민하는 학문이라고 봤을 때 작품 속 인우의 삶은 '철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거나 혹은 인우처럼 살거나, 민호처럼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철저하게 속박당해서도 안되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자유를 억압하는 민호의 삶도 '인간답지 못한 삶'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민호 때문에 인우의 삶이 호전적이고 평탄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과연 모든 잘못이 민호에게 있는것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또한 인우의 엄마가 트렌스젠더라는 장치도 딱히 인우의 삶을 비극적으로 결말짓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란게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타인이 만들어 놓은 감옥에서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 인우가 그저 안타깝고 가엽기만 했을 뿐이다. 인우가 자퇴를 한 것은 단순히 '철학과'학생 신분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놓고는 그 책임을 사회뿐 아니라  인우에게도 있다고 비겁하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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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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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도전그리고 가족애가 잘살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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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관 - 세계 10대 도시로 떠나는 과학박물관 기행
조숙경 지음 / 살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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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 때 우연히 라 빌레트 공원을 거닐면서 과학산업관의 구체 극장, 라 제오드를 마주했었다. 듣기로도 엄청 크고 거울처럼 보이는 전부를 비춰보인다고는 했지만 보는 순간 압도당했다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다. 라 빌레트 과학관은 상시 전시라는 것이 없고 매달 혹은 특정 기간을 정해 특별전 위주로 기획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여유가 없어서 내부까지 관람하지 못했지만 사전에 이런 내용을 알았더라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관람했을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관련된 많은 서적 중 '과학관'과 관련하여 어린이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세계의 과학관]이 반가운 이유는 이것 뿐이 아니었다.

초반에 책을 읽다보면 지나치게 과학자 위주, 해당 과학자가 살던 시대와 과학관이 설립된 배경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피렌체 메디치 가문과 관련된 일화와 내용은 미술사나 미술관과 관련된 책을 통해서도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렌산드리아 도시에 설립된 최초의 과학관이라 부를 수 있는 무세시온을 시작으로 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 1장을 제대로 읽었다면 과학자의 일생과 관련 일화가 등장하는 까닭을 무시할 수 없게된다.

 

파스칼의 기계가 세금을 계산하기 위한 실용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듯 프랑스 역사, 특히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한 18세기 저울이나 자와 같은 도량형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다.77쪽

 

과학자의 발견과 생애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게 되면 당대 사회적 분위기와 이슈를 알 수 있게 된다. 해당 과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표 유물의 사연을 알 수 있게 되어 실제 과학관을 방문할 때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여행작가 쓴 '과학관 기행'이 아닌 '전문과학사가'가 집필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카더라 통신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실제 어떤 사실이 있었는지를 알려줄 뿐 만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문화매체(영화,연극, 음악, 도서 등)정보를 가져와 이해를 돕고 과학이 과거에 왜 '예술'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문화와 예술, 저항과 자유의 기억과 흔적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과학적 시선으로 볼 때도 지극히 매력적인 곳이다. 왜냐하면 이 도시 해안가에는 미술궁전과 나란히 세계 최초의 과학 체험 센터인 익스플로라토리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9년 '예술과 과학과 인간의 이해를 위한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표방하며 낚은 미술관 건물에 설립된 이곳은 20세기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맨해튼 프로젝트'와 연관이 매우 깊다. 105쪽

 

목차를 보게 되면 아마도 친숙한 과학자의 이름을 먼저 확인 후 피렌체의 갈릴레오 박물관이나 스톨홀름의 노벨 박물관부터 관심을 두게 될 수도 있다. 혹은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를 중심으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차례로 읽기를 권한다. 여러차례 강조한 것처럼 과학자들이 각각 따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지만 역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왜, 이 과학관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풀리기 때문이다. 과학관을 주제로 한 책이라 지루할 줄알았는데 몰랐던 과학발전사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발명품의 놀라운 사실까지 접하는 등 한 권에서 멈추지 않고 시리즈물로 계속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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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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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게 부족했지만 어머니가 나의 유일한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해서, '지금은 사람들이 너를 무시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네가 좋아하는 것으로 인생에 맞서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던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강한 의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50p


위의 글은 작가 엔도 슈사쿠의 어머님이 공부도 잘 못하고 바이얼린을 가르쳐 주었더니 화를 부러뜨리기나 하는 아들에게 해준 말이다. 이 문장만 보더라도 최소한 유년시절 만큼은 그의 삶이 안락하고 포근했을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사회적으로나 시대적 배경을 보면 2차 세계대전으로 나라 안팎이 모두 어수선하다못해 암흑에 가까운 시기였다. 그런 우울한 시기에 유학생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리옹에 가기도 했던 이력은 그의 노력보다는 어느정도의 운이 따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년에 이르러 폐결핵으로 인해 여러차례 수술과 입원을 반복했던 이야기를 들으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느껴진다. 책 표지에는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작가라고 하지만 이력을 보니 놀랍기만 하다.  아쿠타가와 상 수상을 시작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게 된 작품 [침묵]은 세계 여러나라에 번역본이 출간되었고 그 이후에도 신초 문학상 및 마이니치 출판문하상 등 국내외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조금 거들먹 거릴만도 한데 막상 책에 실린 글을 읽고 있자니 문필가 특유의 위트와 나이를 먹어도 호기심이 결코 줄지 않고 나이와 비례해서 늘어나기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유쾌하다고나 할까. 제목은 '인생에 화를 내봤자'라고 하지만 젊은 시절 줄곧 화를 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화를 잘 참지못하고 욱하는 성질이라 약도 지어먹어봤다고 하니 대충 어느정도 인지 짐작할 만하다. 잠깐 이야기 한것처럼 호기심도 상당해 점이나 미신을 믿는 경향도 있는데 버스를 타면 자기만의 지정석 외에는 차라리 서서 가고 만다던가, 시험을 보러 가기전 우체통이 머리를 쓰다듬고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텔레파시 때문에 은근슬쩍 우체통을 쓰다듬기도 한다. 점의 경우 신년운세 등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에서 뿐 아니라 해외까지 나가서 타로점을 보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맹신해서는 아니고 과연 이 점술가가 자신을 얼마나 속일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폐결핵으로 수술도 하고 입원한 이력이 많다보니 지인이 입원했을 때 병문안시 주의사항까지 일뤄준다. 몇 년 전 어떤 의사가 암에 걸렸을 때 비로소 환자입장에서 의사들의 태도, 병문안을 위해 찾아온 손님들의 태도를 두고 환자입장에서 부탁조로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를 들자면 너무 오랜 시간 병실에서 지체하는 것은 환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것과, 의사들의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말투는 환자의 사기를 꺾는다는 등의 얘기였는데 엔도 슈사쿠도 유사한 이야기를 남긴다. 뿐만아니라 병문안시 꽃이나 음식물은 한꺼번에 여러명이 올 경우 버려질 수 있으니 '수건', '가운'등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데 수술과 입원을 경험한 나로서도 적극 공감한다. 입에 맞지 않는 쥬스, 회복기간이라 먹을 수 없는 음식물은 보호자마저 먹지 않을 경우 거의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수건은 병원에서 무상으로 지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한 번씩 사용하고 버려도 부담스럽지 않은 저렴한 것으로 여러 장 사다주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나는 소설을 쓰고부터 사람을 판가름하는 일이 차츰 싫어졌다. 나도 같은 입장이라면 같은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함부로 사람을 판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람을 판단할 때만, 타인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만 성인군자가 되는, 나는 그런 인간은 되고 싶지 않다. 145쪽


글 첫머리에 발췌문을 올린 것처럼 엔도 슈사쿠는 어머니에게 '케세라 세라'방식으로 성장했기 때문인지 젊은 청년들에게 너무 기죽지 말라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에 기쁨을 가지면 어떻겠냐는 글을 많이 적는다. 뿐만아니라 몸이 아픈 것이, 대머리인 것이 반드시 나쁜것만은 아니고 매사에 안좋은 일에서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그만큼 기분이나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독교신자였던터라 관련 내용의 작품도 여럿 집필한 까닭에 수록된 글속에서 '신을 믿으세요'라고 강조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세상 자체를 참 편안하게 그리고 감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 이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에 화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화를 내도 의미가 없다는 인생선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글을 몇 배로 돋보이게 해주는 앙증맞은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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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의 과학 - 멸종 동물인 매머드를 부활시키려는 과학자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베스 샤피로 지음, 이혜리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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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멸종 동물인 매머드를 부활시키려는 과학자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쥬라기 공원의 과학은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을 부활시켜 세상에 내놓는 것처럼 이미 멸종된 매머드를 부활하는 방법과 과정을 다뤘다. 부제에 적힌 것처럼 매머드를 부활시키려는 과학자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인건 맞는데 '흥미진진'에 너무 기대가 큰 나머지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나의 무지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재밌었지만 읽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했다. 쥬라기 공원을 좀 더 전문적으로, 과학서적으로 멜로나 감동스토리를 뺀 수기형식이라고 착각한 것 또한 내 잘못이다. 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흥미진진하긴 했고, 복원을 그저 멸종된 동물을 살리는 '휴머니즘'의 하나로 가볍게 생각했던 것을 반성했다. 저자는 학술적인 복원을 논하기 전, 과연 복원이라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복원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감내할 만큼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무엇보다 과연 어떤 종을 '복원'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결론은 매머드를 복원할 수 있다는건가? 이것이 궁금한 사람들은 원하는 답을 적어도 이 리뷰에서는 얻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저자가 생각하는, 그리고 저자의 의견에 동감하는 '올바른 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계속 읽어주시길.

 

우리는 매머드와 완전히 똑같은 복제 매머드를 절대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복제는 잘 보존된 '살아 있는'세포를 필요로 하는 특정한 과학 기술이다. 매머드의 살아 있는 세포는 절대 찾을 수 없다. 28쪽

 

복원을 하기 전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과연 어디까지가 성공적인 복원이냐는 것이다. 생명탄생까지가 복원인지, 그 생명을 풀어주고 서식지에서 자립하여 살아가는 것까지가 복원인지가 그것이다. 만약 자립해서 다른 종들과 어울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까지가 성공적인 복원이라면 복원된 종이 살 수 있는 서식지와 먹이 등까지도 마련해야 된다. 복원해놓고 쥬라기 공원에 가둬두고 구경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 과연 그 복원이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시용이 아니라 멸종가능성을 가진 유사종을 생태계에서 살아남게 하려는 연구 목적이라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복원을 향한 노력 중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서식지와 관련해서는 멸종된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어떤 종이 멸종에 이르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인간'때문에 멸종에 이르는 경우가 기후변화 등의 천재지변에 의한 것보다는 훨씬 더 자주,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지금 이순간도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인간 때문에 멸종되는 종이 많다는 사실이다. 반면 매머드는 안타깝게도 현재 인류가 어쩌지도 못하는 오래 전에 멸종되었다. 물론 네안데르탈인과 함께 공존하던 순간도 있었고, 화석에 의해 유추해보면 3700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살고 있었다. 빙하기와 간빙기를 지나도록 생존하던 매머드가 살아있던 것이다. 이런 경우 복원을 하기에 그나마 적합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인간에 의해 멸종된 경우라면 복원을 해도 다시 멸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냥에 의해 멸종된 종이라면 사냥꾼을 관리하고 출입제한 구역을 법으로 재정하는 등 인간들이 역으로 불편을 겪어야 하는 복잡한 절차 때문에 복원에 적합하지 않다. 복원에 적합하지 않은 종은 양쯔강돌고래도 마찬가지다. 인간들이 직접적으로 사냥하거나 해서 멸종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지역을 개발하면서 서식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서 잘 살고 있던 도도새는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함께 끌고온 고양이, 쥐 등이 알을 전부 먹어버려서 멸종되었는데 복원해봤자 고양이와 쥐들을 내쫓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원가능 후보를 추려보면 일단 복원을 하려면 세포를 주입시킬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필요로한다. 수백년에서 수천 년이 지난 표본에서 제대로된 DNA염기배열 구조를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렇게 보면 가장 최근에 멸종된 종을 선택하는 것도 유리한 방법이긴 하다. 이처럼 복원 대상 종을 선택하는 것만도 결코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들이 1,2장에 걸쳐 이어지고 본격적인 복원 기술과 진행과정이 3장부터 시작된다. 머리가 아파지는 부분인 것이다. 내가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비전공자들이 이해하기에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3장 부터 내가 며칠에 걸쳐 노트에 메모하며 읽었던 부분은 안타깝게도 리뷰에 담을 수가 없었다. 전혀 이해를 못했다고 볼 순 없지만 누군가에게 복원의 기술은 이미 멸종된 생물체의 DNA염기서열을  잘 보존된 화석이나 냉동된 생명체에서 발췌해 현재 살아있는 유사생명체(매머드의 경우 코끼리)에 주입키는 것으로 이때 유사생명체가 단일생명체인지 이종생명체인지를 한번 더 고민하고 결정 한 후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잘 보존된 표본이 아닐 경우 DNA구조를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고대DNA를 발췌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상으로 관련 기술이 발전되어 있는 상태다. 염색체 추출방식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표본에서 떼어낸 DNA염기서열의 구 이중나선 구조로 어떤 염색체는 지나치게 길어서 일단 잘라낸 다음 다시 붙여넣기 하는 방식이라고 말해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3장부터 9장에 걸쳐 이어지는 직접적인 복원기술에 관한 부분은 리뷰에서 제외시켰다.

 

복원은 하나의 사회로서 우리가 고안해오던 다른 전략이나 미래의 환경 변화를 대비한 계획과 대처에서 분명히 다른 접근 방식이다. 복원은 우리의 가능성이라는 프래임을 다시 짤 것이다. 311쪽

 

10장은 탄생된 복제본을 풀어주는 것으로 두번째 문단에서 이야기 했던 성공적인 복원의 2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탄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하는 것이다. 줄기차게 얘기하는 것처럼 우리는 전시용 동물수를 늘리기 위해, 그저 사라진 것을 다시 만나고 싶은 감정적인 이유로 엄청난 돈을 들려 복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들을 무너져가는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미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종이 서식하면서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11장은 바로 복원 이후 우리가 해야 할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기껏 힘들게 복원해도 그동안 우리가 지구와 생물체에게 돌려준 '멸종위협자'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복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처음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복원할 때 고려해야 될 사항에 '이종'에 관한 부분이 나온다. 같은 종이 아닐 경우 유상종을 만들어내는 것이, 혹은 유사종의 몸을 통해 복원시키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복원이라 할 수 있는가, 그렇게 탄생된 복원종이 생태계에 오히려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복원기술이 발달하면 할 수록 언제든지 원하면 되살릴 수 있다는 안일한 태도가 오히려 멸종위기의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결코 신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복원에 관한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윤리적인 차원, 시작과 과정 및 인류가 안고가야 할 과제까지 저자가 원하는대로 이책은 복원의 지침서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다만 어린이용으로 출간된다면 나같은 비전공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오히려 간만에 공부도 하고, 내 과학실력도 확인시켜주는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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