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스타일북 가을-겨울 Autumn-Winter - 매일매일 새로운 365일 코디네이션 보통날의 스타일북 2
기쿠치 교코 지음, 김혜영 옮김 / 비타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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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 closet
보통날의 스타일북

 

 

지난 봄, 해외서적 코너에서 아직 번역되지 않은 기쿠치 교코의 <K.K. closet>을 원서로 처음 보았다. 원서다보니 이번에 번역본으로 출간된 책보다 2배 이상 가격이 비싸 책 속 컨텐츠가 정말 맘에 들었지만 그 자리에서 구매를 결정하진 못했다. 왜냐면 내용이 워낙 좋았던데다 잡지에서 해당 책 기사를 몇 차례 보다보니 번역본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가을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시즌에 맞게 출간 된 보통날의 스타일북. 코디북이라 사진만 봐도 괜찮지 않냐고 하겠지만 번역본을 기다린 것이 비단 가격 때문은 아니었다. 앞으로 소개 할 코너 팁을 보면 이해될 것이다.

일본에서 출간하는 패션지를 자주 본 사람이라면 거리에서 이따금 마주치는 화려한 의상은 거의 없고 베이식한 스타일이 많았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오피스의 경우라면 타이즈의 스커트가 기본이 되지만 거의 대부분 컨버스화에 흰 셔츠, 계절에 따라 카디건을 입거나 스웨터를 걸치는 정도로 거의 큰 계절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내 잡지에서 보여주는 매일 매일 추천코디는 무난한 날도 있지만 정말 저렇게 입고 출근할 수 있을까? 외출 할 수 있을까? 모델이 입어도 별로인 코디들도 상당한데 <보통날의 스타일북>에는 입고나가지 못할 코디가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일본 잡지의 경우 부록으로 토트백을 자주 선택하는 까닭도 이 책을 보면 이해가 간다. 우리가 활용하는 고급진 잇백보다 편하게 들고다닐 수 있는 토트백을 정말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365일 코디네이션

Autumn - Winter 10.01~3.31

 우측에 사진은 흰 셔츠와 가디건, 그리고 컨버스화로 코디한 스타일링으로 우리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컷이다. 센스가 있거나 옷을 자주 접하는 여성이라면 이런게 코디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베이식하고 심플 그자체다. 안경을 소품으로 활용했는데 별다른 코멘트없이 롱가디건을 활용한 예라고 캡션이 달려있는 코디다. 물론 괜찮은 코디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이 사진을 고른 건 아니다. 바로 옆에 '여성이 남성복을 입었을 때의 멋을 보여주는 영화'를 소개해준 tip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옷에 성별구분이 거의 없어졌다고는 해도 막상 여자가 남자옷을 입는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흰 셔츠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무심하면서도 시크하게 남자옷을 자유롭게 코디할 수 있다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스타일이 그만큼 많아지지 않을까. 영화에서는 여배우가 남자바지처럼 통이 큰 바지와 커다란 셔츠를 매치해서 등장하는데 저자는 내용보다 패션에 더 관심을 두고 봤다고 말했다. 저가 추천한 영화는 우디 앨런의 [애니 홀]이란 영화다. 좀 오래된 영화라고 하니 나중에 DVD를 빌려서 봐야할 것 같다. 패션은 어짜피 계속 반복된다고 하니 해당 시대의 스타일을 참고하는것도 좋을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182가지 스타일링을 소개합니다.

여기에 복잡한 법칙이나 어떤 정답이 실려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소개한 옷은 모두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옷이라는 사실입니다." - 저자 서문에서-

 


10월 1일 부터 3월 31일까지, 매일 매일의 코디가 담겨 있다. 값비싼 제품도 아주 간혹 등장하지만 이미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제품이 훨씬 많다. 저자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심플하고 베이식한 셔츠, 컨버스화(그것도 흰색으로만)등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옷과 스타일만 담았다고 한다. 옷을 코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느냐의 여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일본 여행을 하다보면 라멘이나 초밥보다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디저트'류라고 생각한다. 편의점이나 마트에만 가도 제과점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고 보기에도 좋은 제과류를 저렴하게 팔고 있다. 나의 경우는 일본에 도착한 첫 날 저녁에는 무조건 마트에 나가 푸딩이나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있는 다양한 모양의 슈를 사먹곤 한다.

스타일링 책이라고 패션과 관련된 이야기만 실린 것이 아니라 더 반가웠다. 특정 매장과 제품이 등장하긴 했지만 도쿄에 가면 꼭 다양하고 달달한 제과제빵류를 맛보길 추천한다. 슈크림과 함께 등장한 코디는 가을하면 떠오르는 '트렌치 코트'와 플레어 스커트, 그리고 여성스러움을 한 층 더 살려줄 힐까지, 가을의 어느 금요일, 출근하고 바로 데이트를 하러 가도 괜찮은 코디다. 위의 소개한 영화, 제과류 외에도 진주 목걸이, 자전거, 타이즈, 소도구 등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다양한 팁은 일본어를 잘했다면 상관없겠지만 나같은 초급자에게는 번역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저자가 알려준 코디로 가을~겨울 6개월 동안은 옷 때문에 고민할 일이 거의 없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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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아시아 제38호 2015.가을 - 하얼빈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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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ASIA 가을호에는 지난 호에 이어 기획특집으로 '하얼빈2'기사가 실렸다. 여름호에서 시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낭만적인 정취로 가득한 하얼빈의 다른 모습을 알렸다면 이번호에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하얼빈을 이야기했다. '조선인'과 '조선족'의 차이가 무엇인지와 관련된 내용으로 시작해서 731부대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까지 펼쳐지는 과정은 결국 우리가 하얼빈을 기억하는 '독립'을 위한 장소였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했다. 뮤지컬 '영웅'이 하얼빈에서 공연했었던 내용은 국내 일간지를 통해 접했었기에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중국정부에 의해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나 기념관이 제 뜻을 펼치지 못했다는 것은 가슴이 아팠다. 이어지는 심훈문학대상 수상자 발표기사는 앞서 하얼빈 기사의 맥락을 이었다.


심훈문학대상은 '문학상'보다 '심훈'에 방점을 두는 상이다. 심훈 선생은 일제 강점기라는 특수 상황에서 시대의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느끼고, 작가의 사명의식을 불태워 동시대 민중에게 희망을 심어준 살아 있는 문학 정신의 한 이정표다. 92쪽


제2회 심훈문학대상자는 '고은'시인이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바로 고은시인일거라고 손꼽는 그가 수상자가 된 까닭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의 작품이 번역되어 회자되고 읽히는 등 그야말로 현 시대 우리나라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이 다루는 시어나 주제도 현실과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아픔과 분단의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모습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시인들에게도 귀감이 될거라고 수상이유를 설명했다. 고은시인은 심훈의 '그날이 오면'전문을 남기며 한반도의 명시인 이 작품을 세계의 양심이 지지할 만한 작품이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날이 오면'의 시인 심훈은 나에게는 어느 누구와의 합의 따위도 필요 없이 내가 지향한 바 민족문학의 노선으로서나 그것의 산개 이기도 한 세계문학의 차원으로서나 하나의 원인으로 제공되었는지 모른다. 97쪽

 

고은시인의 글도 아시아 38호를 기대하게 했지만 내게 좀 더 직접적인 현실은 장강명의 글이었는지도 모른다. [알바생 자르기]는 장강명 소설가에게는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어권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부분들이 있어 간략하게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 세대 갈등, 노동구조 등 한 편의 소설을 통해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노동관련 문제를 대략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가을호의 소시집은 '인도'시인의 작품들이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젊은 시인들의 작품보다 나이든 노시인의 작품을 더 좋아하는데 시인의 국적과 상관없이 인간이 갖게되는 고뇌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공통적으로 노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돔 모라에스의 작품은 '인도'하면 떠오르는 향토적인 느낌보다 학부시절 배웠던 영국의 시와 유사한 감성이었는데 손석주의 [돔 모라에스, 그리고 인도]해설글을 읽고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돔 모라에스의 부모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가톨릭 집안 출신인데다 시인 자신도 힌디어나 다른 인도 현지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인도에서의 삶의 증오까지 느꼈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우리가 영시를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E.M.포스터와 T.S.엘리엇과 만나기도 했다니 그의 작품배경과 경향이 인도시보다는 영국시에 가까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점에서는 어쩌면 인도시인이기는 하지만 인도시 특유의 감성이 덜 느껴진다는 점에서 꼭 맞진 않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했다. 그렇다고해도 전체적으로 계간 ASIA 가을호를 통해 쉽사리 접할 수 없었던 인도시인의 작품, 베트남 작가의 소설 등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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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반짝였던 - 자신이 기대했던 흐름에서 벗어난 모든 이에게
김상용 지음 / 하양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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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반짝였던 

자신이 기대했던 흐름에서 벗어난 모든 이에게

 

[문득, 반짝였던]의 저자는 예수회 사제분이시다. 예수회라고 하면 개신교의 한 분파처럼 느끼겠지만 가톨릭에 소속된 남자로만 구성된 공동체라고 검색을 통해 알았다. 사제의 글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근엄하거나 담백하기만한 글이 담겨있진 않을까 싶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친근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나이든 이발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외관이 허름한 장소에 가면 진열된 물품이나 제공되는 서비스가 형편없을거라고 쉽게 판단한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지저분'한 장소인지 한 곳에서 오랜시간 묵히고 묵혀져 나름의 '낭만'을 간직한 곳인지는 결국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저자가 들렸던 나이든 이발사가 운영하는 곳은 다행히도 후자였다. 손님이 온 줄도 까먹고 TV를 보는 이발사 때문에 저자는 점점 화가나고 불쾌해졌지만 이전에도 경험한 적 없는 말끔한 실력에 마음도 누그러지고 무엇보다 손님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맘씨덕분에 자칫 안좋은 기억으로 남았을수 있는 장소가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도 등장하고, 아버지를 여의었던 안타까운 추억도 나온다. 시를 알려주고 클래식 음악을 알려준 오래된 벗과의 추억이야기는 지난 해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떠오르게 했다. 둘 모두 스무살 전후 가장 예민하고 감성적인 순간 문학과 음악이라는 '예술'장르를 통해 친분을 쌓아가는 모습이 거의 흡사했기 때문이다. 내게도 그런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가 있었기에 더더욱 친구이야기가 안타깝고 맘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향기가 꽃의 향기에 앞서 아스라하게 진화하는 까닭은 인간은 희망을 가지며 살기 때문이다. 그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일수록 애달프지만 가치 있는 무엇임에 틀림없다. 76쪽

 

감정의 현을 건드리는 이야기 뿐 아니라 웃음이 피식하고 나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요구르트 뚜껑안에 있는 글자를 조합해서 단어를 완성하면 여행권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 다량의 요구르트를 사먹기도 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마시고 버린 휴지통을 뒤져보기도 했던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하얀 수사'편도 참 좋았다. 화분에 애정이 생기면 애완동물에게 그러하듯 이름을 붙여주기 마련이다. 직접 붙인 이름은 아니지만 보낸이의 편지를 받았을 때 '하얀 수사'에게 편지를 읽어주었다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고운 마음씨가 느껴져서 좋았다. 이 책을 만약 화분을 보낸 사람이 읽는다면 자신의 편지와 선물을 이토록 소중하게 간직하는 저자의 마음이 얼마나 예뻐보이고 고마웠을까? 하얀 수사 뿐 아니라 1부에서 등장하는 양말선물도 보내준 이를 만나러 갈 때 챙겨서 신고간 뒤 짠 하고 보여주는 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참 좋아보였다. 이렇게 주는 사람의 마음을 흐믓하게 하는 사람이 의외로 드문 요즘이라 더 감동적이었다.

 

​말씀과 말의 차이는 바로 육중한 상태의 뭔가를 가벼이 해 주고 마침내 춤을 추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면, 내가 내뱉는 말이 입 안에서 나오자마자 휘발되어 가뭇없이 사라지고 마는 인사치레로 남게 되는 것과의 차이일 것이다. 114쪽

 

인간이기에 갖는 고뇌 뿐 아니라 사제이기에 생기는 고민등도 책에 담겨 있었다. 고백성사가 끝난 뒤 죄를 털어놓고 돌아가는 신자는 오히려 맘이 편해질 수 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마음의 쌓이는 번민 때문에 잠못이룬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고, 사이렌 소리를 듣고 잠시 잊고 있었던 주님의 크신 뜻을 깨닫고 크게 뉘우치는 모습은 앞서 들려준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와는 달리 경건한 마음과 신자로서 내가 잊고 있던, 놓치고 있던 주님의 사랑을 함께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솔직히 초반에는 외국생활을 오래하셔서 그런지 쉽게 읽히는 문장이 아니라서 술술 읽히는 즐거움을 느끼진 못했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에 집중하고나니 사용하는 단어의 낯설음은 금새 잊혔다. 혹 처음 몇 페이지만 읽고 문체가 평이하지 않아 꺼리는 독자가 있다면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편안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순간 문득, 반짝였던 저자의 '영감'이 우리에게도 전해지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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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공부다 - 18시간 공부 몰입의 법칙
강성태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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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와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멘토를 만들어 주고 싶은 꿈을 가진 공부의 신, '공신' 강성태. 지금 학생신분의 독자라면 저자의 꿈만 봐도 그의 말을 믿고 싶고 그의 꿈이 실현되길 간절하게 바랄 것이다. 학부모인들 다를까. 자신의 아이가 공신의 멘티가 된다면야 서울대까지는 무리더라도 적어도 인서울 대학에 원하는 학과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느낄 것이다. 학생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닌 나는 이 책을 왜 읽었을까?

 

학생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평생 해야 하는 중요한 공부를 즐겁고 재미있게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알려주고 싶었다.

이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기도 하다. 6쪽


저자의 목적이 평생 해야 하는 공부를 즐겁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평생교육'시대, '100세 시대'인 요즘 공부는 어릴 때, 학생 때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승진을 위해서 하는 단기목표의 공부든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부차적인 목표든 우리는 공부를 해야한다. 하다못해 새로나온 스마트폰 기기를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하고 비싸게 비행기를 타고 떠난 여행지에서 더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 외국어 공부라도 해야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공부'라는 단어는 곧 '괴로움'그 자체다. 저자도 처음부터 공부가 즐겁고 공부하고싶어 미(?)쳐있었던 것은 아니다. 본인이 밝히기 꺼릴 만큼 좋지 않은 기억이지만 대부분의 공신들이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게는 그런 열등감은 없지만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 잘 하고 싶은 '소망'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 독자가 어떤 위치든 상관없이 이 책에 미칠 준비는 되어 있는 것이다.


대입 수험생에게 있어 합격과 불합격은 언제 결판이 날까?

합격자 발표 날일까? 수능 날일까? 아니면 면접 날? 모두 아니다. 바로 오늘 결정 난다. -중략-

그 시험을 위한 공부는 언제 하는가? 오늘, 지금이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바로 이 순간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다. 98쪽

 

이 책을 비롯, 자기개발서를 읽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내뿜는다. 내일 당장 하늘이 무너져도 원하는 바를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지만 책을 다 읽고 덮고나면 무섭도록 피어올라던 의지가 사라지고 만다. 전혀 달라지지도 않는 이런 모습에 누군가는 자기개발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책에서는 당장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번 강조한다. 다짐을 적는 것도 책을 읽는 중간에 잠시 멈춰두고 적으라고 말하고, 자신의 꿈이 제대로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바를 적어보라고 말한다. 그렇게 적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신사이트에 올리면 자신과 다른 멘토들을 보고 댓글을 달아줄테니 일단 적어보라고 조언한다. 책을 덮고다면 의지가 사라진다는 것을 저자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본인도 계획만 세우고 지키지 않고 의지가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 저자는 공신이고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공부방법은 반복과 노력이다. 구체적인 실행방법으로 내세운 것이 '18시간 공부 몰입의 법칙'인데 문자 그대로 18시간 동안 공부를 하는 것이다. 저자도 처음부터 18시간씩 공부할 수 있었고 심지어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18시간이라도 앉아 있는 것,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이상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18시간씩 노력하는 것을 2주정도 실천에 옮기면 한 두 시간 정도는 몰입해서 공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며, 습관화 되면 그때부터는 특별하게 계획표를 세울 필요도 없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신처럼 완벽하게 습관화 되기까지는 과연 얼마나 걸릴까?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실험을 했다.

과연 습관이라는 게 완전하게 우리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실험 결과는 66일 이었다. 123쪽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닌 66일 이었다. 왠지 허망하고 속도 상하고 난 정말 모자란 사람인가 싶은 생각도 들것이다. 고작 66일을 못해서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는 사실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것이다. 나와같은 사람을 만날 때 마다 공신은 더더욱 자신의 꿈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빈부와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멘토를 만들어주는 바로 그 꿈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지칠 때도 있고 시작도 하기전에 냉정한 현실을 깨닫고 공부자체를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노력하지 않는 것은 분명 죄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까지의 나는 어쩌면 죄를 짓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지금'당장 공부를 시작하고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기까지 마음을 먹고 당장 문제집을 구매하거나 인강을 신청하거나 학원으로 뛰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공신은 더 채우려고 말고 비워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의 속도라는것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문제을 푸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확인한 뒤 문제집 권당 소요일을 계산하면 더 많은 문제집이 필요하기 보다는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집을 속도에 맞게 끝내겠다는 목표를 삼으면 된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무턱대고 인강이나 과외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공부가 될 뿐 그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본다고 결코 내 실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공신은 독학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런 유의사항을 참고하고 드디어 공부를 시작하고 실력검증을 위해 문제풀이에 들어가면 쉬운 문제는 잘풀리지만 여전히 어렵거나 응용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역시 공부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 좌절하게 되는 데 다음 문장을 보고 웃음이 나왔지만 결코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수업 한 번 듣고 혹은 개념 한 번 보고 다 이해했다고? 그러고 응용 문제를 푸는데 안 풀린다고?

어디서 학교 급식에 초밥에 알탕 나오는 소릴 하고 있나? 안 풀리는 게 당연하다. 168쪽

 

 

 

저자의 친동생도 공신사이트를 함께 시작한 공신인데 처음 동생에게 공부를 가르쳐줄 때 정말 답답하고 화가났다고 한다. 아무리 알려줘도 금새 까먹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동생이 민사고를 졸업하고 올림피아드에서 상을 받고 같은 기숙사를 쓰는 서울대생이 되었는데 그럴 수 있었던 비법은 다른 것이 없었다. '반복과 복습'이었다. 동생 뿐 아니라 저자역시 수험생 시절에는 교과서를 통째 외울정도로 반복해서 공부했다고 한다. 공부를 처음 한 뒤 응용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두 사람 뿐 아니라 대다수의 공신과 우리가 천재라고 말하는 위인들 또한 지독할 정도로 반복과 복습을 한 결과일 뿐 한 번 읽고 문제를 맞출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고 해도 도처에 널려있는 유혹에서부터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고3 일년동안 공부하는 기계로 살았다고 하는데 이정도까지는 무리겠지만 혼자서만 다짐해서는 계획대로 지켜가기가 어렵다.


공부 또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용기가 있어야 도전도 하지 않는가?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최소한의 용기라도 말이다.

용기를 낼 수 없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257쪽


용기를 낸다는 것은 다름아닌 주변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의미였다. 학생이라면 담임선생님뿐 아니라 학과별 선생님께 자신의 꿈과 계획을 미리 말씀드리고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벌을 내려주는 등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협조요청을 하는 것이다.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계획을 알리고 실천하지 못하면 빵을 사준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안하면 안될 방법'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반드시 해야하는 이유도 생각하지만 안하면 안되는 이유까지 함께 생각했고 실제로 이 방법이 더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주변사람에게 어떤 목표와 계획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거나 방해받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저자 뿐 아니라 다른 성공학자들도 강조했던 부분이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주변에서 도와준다면 부끄러워서라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단기목표가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그야말로 가슴이 떨리고 심장이 뛰는 '꿈'이 있다면 공부하기에 더 없이 좋지만 필사적이고 극단적인 마음가짐 보다는 아주 자연스럽게 공부가 습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부분, 공부에 몰입하다보면 그 어떤 것보다 공부가 즐겁다는 말에 부러운 생각도 들고, 나도 한 번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싶은 공부가 입시나 승진 등 당락이 결정되거나 점수를 받아야만 하는 공부가 아닐수도 있겠지만 서두에 밝힌 것처럼 그 어떤 공부든 반복하고 복습하는 법을 벗어나서 성공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요령이 아니라 기왕 하는 공부라면 진지하게 하라는 저자의 말이 그 어떤 공부비법보다 깊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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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황경택 글.그림 / 가지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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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근래 만나본 책 중 가장 예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뷰 첫 줄에 대뜸 책제목부터 기재하고 타이틀이 산뜻하고 찍힌 사진을 걸어보았다. 그리고 한번 더 읽어본다.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음식사진과 셀카가 대부분인 내 사진첩에도 간혹 예쁜 열매나 나뭇잎, 혹은 꽃잎등이 등장할 때가 있다. 가로수길을 거닐 때 담기도하고 복잡한 도시 한켠에 핀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은 제 관심사가 아닌듯 저 홀로 피는 풀들을 만날 때 카메라에 담는데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집을 방문할 때면 거의 수십장씩 찍기 바쁘다. 잘 익은 방울토마토, 장건강에 좋다는 꾸찌뽕 열매, 엄마가 특별히 나를 위해 심어준 블루베리와 튤립, 너무 커버려 내 책상위를 벗어난 꽃기린 등 하나하나 말을 걸고 사진을 찍다보면 수십장이 결코 많은것이 아니다. 그렇게 열심히 찍고 몇 장은 출력해서 벽에 붙여두기는 해도 대부분 금새금새 기억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늘 새롭게 느껴지는 장점은 있지만 정확하게 그 잎들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어떤 빛깔로 나를 홀렸는지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없을 뿐더러 직접 그려보며 관찰력을 키울 생각은 하질 못한다.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게으름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타고난 화가라는 저자의 응원에 일단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열흘동안 그렇게 자기전에 조금씩 조금씩 읽고 마지막에 드로잉까지 시도했지만 형편없는 실력이라 공개는 미루기로 했다. 여전히 관찰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작정 잘그리려는 욕심이 앞서있기 때문이다. 오랜시간 관찰하기! 우선 그것부터 연습해야 한다.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섰던 대상을 그림으로 옮겨보겠다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동안에, 당신 안에는 이미 남다른 관찰력과 자연에 대한 공감 능력, 생명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삶을 관통하는 직관력이 자라난다. 그것이 바로 창작의 힘이다.  ​11쪽

 

 

어떤 거창한 이유보다는 익어서 떨어지거나, 병들어서 떨어지거나, 약해서 떨어지거나.....

저마다의 사소한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112쪽


 

그림을 그릴 당시에 소감이 적혀있기도 하지만 때 이르게 떨어진 나뭇잎을 보며 집안의 어르신을 떠올리거나 친구를 떠올릴 때면 뭉클해진다. 그런가하면 생태학자 다운 면모가 드러나는 때도 있다. 특정 식물에 대한 설명이나 잎이나 꽃의 특징을 설명해줄 때, 그런 특징을 관찰을 통해 알아차린다면 좀 더 수월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림을 통해 그런 특징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만약 이 책을 읽기 전처럼 사진으로만 담아내고 말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부분들을 알아가게 되는 기쁨이 더해져 책을 읽는 도중 계속 드로잉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간혹 정설이 아니라 저자가 짐작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보면 슬쩍 웃음도 난다. 예를 들어 산사나무 열매의 틈이 좁은 까닭이 작은 새들만 드나들 수 있게하려고 그런것 같다는 저자의 추측이 정말 위트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산사나무의 가시만 보고 저 열매를 아에 먹지 못하게 하려고 저러나하는 못된 심보를 내보일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이건 이름이 뭐예요?" 묻고는 금세 관찰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름만 알면 다 안다고 느끼는 것은 왜일까? 262쪽


단풍잎의 가짓수를 세어본 적이 없었는데 우리가 흔히 만나는 단풍나무 잎만 해도 무려 여섯가지나 된다. 흔히 어린아이 손바닥 같다고 하는 단풍나무, 얼마전 국립중앙도서관 근처에서 사진에 담았던 당단풍나무(책을 본 이후라서 구분할 수 있었다)아직 못보거나 책을 읽기전이라 짐작도 못하는 중국단풍나무 등 이 모든 것이 전부 단풍나무종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여름에 시골에 가면 저자가 남산에서 만난 산딸기를 만날 수 있는데 그때마다 '뱀'을 조심하라는 어른들의 말씀 때문에 제대로 관찰할 수 없었다. 열매를 딴 자리에 젖병 꼭지 같은 게 있다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걸 보면 저자는 누군가 이미 따먹은 거라 속상하다는데 기억나지 않으니 속상해 할수도 없다.  단풍잎 못지 않게 솔잎도 한 종류가 아닌데 보통 3개짜리가 있고 무려 5개짜리가 있다는데 시골집에가서 이것도 자세하게 살펴봐야겠다. 시골집에 가면 사진찍는데 정신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관찰하느라 더 바빠질 것 같아 읽는 동안 드로잉하고 싶은 욕구와 함께 시골에 가고 싶은 충동도 이겨내야했다. 추석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훨씬 더 많은 감동과 깨달음이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그때마다 들었다. 참고로 저자가 시골집에서 만나는 감을 오히려 나는 시골보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더 많이 본다. 왠지 시골에서 만나는 감을 만나는것은 도시에서 건물과 자동차를 만나는 듯 흔한 것 같아 제대로 쳐다도 안보기 때문이다.


왠만하면 추천도 잘 안할 뿐더러 사서 보세요라는 말은 100권 읽고 한 두권 나올까 말까한데 이 책은 꼭 사서 보길 권한다. 무슨 책장수 같이 들리겠지만 도저히 리뷰에 담기에는 저자가 무심히 적은듯 아닌듯한 상념들과 관찰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통해 풀어주는 정보들까지 담겨있어 서점에서 서서보는 것은 물론 도서관에서 2주간 빌려봐도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카메라로 찍어두기만 하고 그림을 잘그리고 싶다고 말하거나 타인의 관찰력을 부러워만 한다면 의미가 없겠지만 정말 그리고 싶어지고, 관찰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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