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링로드 Top 10 Travel
조대현 글.사진 / 다연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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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런던을 중심으로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자신감이라고 하면 좀 건방지고 배낭여행에 대한 거부감이나 끝없이 퍼져있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 여행지는 도전정신을 한껏 살려 '아이슬란드'로 정했다. 영화 [월터의 현실은 상상이 된다]에서 주인공이 아이슬란드의 한 도로를 롱보드를 타고 달리는 장면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DVD를 구매하고 심지어 롱보드는 아니지만 스케이트보드까지 구매했을 정도니까 내가 받은 감동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정작 아이슬란드 가이드북이나 관련 여행책은 구매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아이슬란드 링로드]를 만나게 되었다. 아이슬란드 링로드는 쉽게 말하자면 포장도로를 따라 반지모양'링'도로를 여행하는 것으로 아이슬란드에 가면 링로드를 따라 운행하는 버스투어 등도 여름전후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고서 드디어 월터가 달린 도로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그곳은 바로 '세이디스피오르'다. 늘 지역이름없이 아이슬란드만 언급했었다가 책에서 해당 장면을 만나니 정말 기뻤다. 책에는 월터외에도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영화들을 소개했는데 의외로 명작들이 많아서 놀랐다. 책을 통해 또 가고 싶었던 장소는 월터 만큼 내가 정말 좋아하는 리들리 스콧<프로메테우스>에 등장한 '데티포스'다. 영화 자체를 두고 보자면 한국에서는 엄청난 흥행을 거두진 못했지만 '엔지니어'를 찾기 위한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호기심이 인상적이었던데다 첫 장면의 커다란 폭포가 지구에 진짜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세이디스피오르에서 링로드 진행방향으로 바로 다음 행선지가 데티포스라 책을 보면서 안도했다. 아이슬란드 링로드 여행시 버스를 탔을 때 이미 지나온 역을 갈 수 없다고 한다. 새로 표를 끊어서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되돌아 갈 수 있는데 그냥 정방향으로 건너오면 데티포스에 도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링로드에 있는 지역 중 한 군데를 더 꼽자면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다. 아이슬란드의 90%에 가까운 인구가 수도에 거주하고 있어 가장 활발하고 생생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다 어쨌든 무조건 아이슬란드로 진입하려면 거쳐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꼭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오르간 콘서트'다. 무려 15m 높이에 5,273개의 오르간을 통해 전해지는 음색은 대부분의 연주자가 세계적인 연주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특별하게 예약이나 걱정없이 연주회 30분 전에 티켓을 구입하기만 하면 된다.

아이슬란드에 와서 빙하를 안보고 간다면 엄청 서운하다. 물론 세이디스피오르나 데티포스에 갈 때 수도를 들렸던 것처럼 중간에 거쳐가는 행선지로 '바트나요쿨'이다. 요쿨은 아이슬란드어로 '빙하'를 뜻하는데 이곳도 영화속에 자주 등장했던 장소다. 바트나요쿨과 호픈지역은 1972년 링로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이동하기 힘든 외딴 마을이었다고 하니 지금 이시기에 여행다닐 수 있는 세대들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6~8월 사이에 방문하면 보트투어를 할 수 있는데 배에 올라서 직접 빙하에서 떨어진 얼음조각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맛까지 볼 수 있는데 무색,무취라고 하니 큰 기대를 가지면 안된다. 하지만 이토록 깨끗한 얼음을 언제 또 만져볼 수 있을까. 링로드를 따라 버스투어나 렌터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장소도 각 지역별로 있는데 반가운 소식은 아이슬란드의 벌레가 별로 없다라는 사실이다. 물론 해변가로 가면 모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외의 지역에는 벌레로 걱정할 일이 없다니 나처럼 벌레가 싫은 사람들은 아이슬란드는 여행지로서 천국에 가깝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아직 생각만 하고 있는 이들에게 상세한 여행정보나 여행지에 관한 핵심 정보나 맛집, 숙소 정보 특히 버스외에 렌터카로 이동해야 할 경우 알아야 할 사항들은 정말 자세하게 잘 나와있었다. 안타까운 점은 아이슬란드 나라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정보나 문화등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그런 사항까지 들어가면 지나치게 방대하고 불필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별도의 검색이나 책 없이 한 권으로 준비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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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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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난다면 깊은 상실감에 영혼이 파괴되는 듯한 상처를 얻게 된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 그 아픔을 견뎌내는 사람들도 있고 닥치는대로 일이나 학업에 몰두하며 한동안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강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메이블 이야기]의 헬렌은 아버지를 잃은 상처를 고대 영어 '비레아피안bereafian'이란 단어에 비유한다. 그 단어는 강탈당하다, 빼앗기다라는 의미를 지녔다. 그녀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그녀에게 그 단어의 의미와 같았으며 자신을 위로하려는 지인에게 그녀가 했던 말을 보면 그녀가 당시에 느꼈던 상실감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상상해 봐. 너희 가족이 한 방에 있다고 말이야. 맞아, 온 가족이 다. 너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모여 있어. 그때 누군가 방에 들어와 너희 갖고 모두의 배를 때리는 일이 벌어져. 가족 하나한다를, 정말로 세게. 그래서 다들 바닥에 쓰러져. 알겠어? 그러니까 모두 같은 종류의 통증을, 똑같은 통증을 겪는데 각자 고통에 시달리느라 바빠서 완전히 혼자인 것 외에는 다른 건 느낄 수가 없는 거지. 이건 바로 그런 거랑 비슷해!" 31쪽


영화로 제작된 동명의 작품 [와일드]의 셰릴 스트레이드가 엄마를 잃고 방황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셰릴이 방황에서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야생의 길을 걷는 것이었다. 극심한 상실감과 고통에 빠져있는동안 어린시절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참매에 빠져지냈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참매를 만나러 버려진 숲속을 헤매었으며 마치 아버지가 떠난 그 빈 자리에 참매가 들어오리라는 것을 예측한 것 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가 바로 참매를 길들여보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참매와 관련된 책을 어떻게든 읽지 않으려고 외면하기도 했다. 그녀가 외면하려고 애썼던 책은 T.H화이트의 [참매]로 저자 화이트가 직접 참매를 길렀던 내용을 담고 있다. 화이트의 이야기를 없이 헬렌의 참매 이야기도 나올 수가 없다. 화이트는 곧 헬렌이었다.  두 사람 모두 어떤 대상으로 부터 도피하기 위해 참매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화이트는 안타깝게도 유년기때 가정과 학교에서 받았던 학대와 폭력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진 못했다. 하지만 참매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참매에게 남과 다른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헬렌은 인정했다.


여러분이 읽고 있는 책은 내 이야기다. 이것은 테렌스 핸버리 화이트의 전기가 아니다. 하지만 화이트는 내 이야기의 일부다. 화이트에 대해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내가 화이트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그 기쁨, 인간 아닌 생물들의 삶을 아이처럼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그는 복잡한 사람이었고 불행했다. 하지만 세상이 소박한 기절들로 꽉 차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69~70쪽


만약 화이트와 마찬가지로 참매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맞딱들였을 때 역으로 참매를 곤경에 빠뜨리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참매 이야기]는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확실히 화이트와는 달랐다. 둘 다 상실감에서, 현실에서 벗어나서 참매가 가진 폭력성향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지만 고통을 갖게 만든 대상이 달랐고 살아온 환경이 달랐다. 헬렌 자신도 그 점을 분명히 알았고 참매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화이트가 실수했던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깨닫기 시작했다. 참매를 길들이는 과정은 다른 새들 보다 훨씬 어렵다. 오히려 길들였다고 느낀 그 순간에도 참매를 야생으로 되돌려 보낸다면 얼마지나지 않아 단 한 번도 사람의 주먹위에 올라있던 적이 없었다는 듯 생활하는 것을 확인하게 될 뿐 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참 익숙해져 있다. 화이트가 참매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어린시절 자신이 느껴보지 못한 가정의 즐거움을 발견했었던 것을 알 수 있고 헬렌 또한 아버지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려가며 상실에서 그리움으로 그 성격을 달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삶은 매의 삶의 일부가 되었고, 그로 인해 나는 매에게 백만 배 더 복잡한 경이감을 느끼게 되었다. 메이블과 잡지를 둥글게 말아서 만든 망원경을 가지고 놀았을 때 느꼈던 순수한 놀라움이 생각난다. 메이블은 현실이다. 288쪽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머물러 있는 곳이 내방이 아닌 인근에 숲이 있고 아침이면 새소리로 잠이 깨는 전원주택 3층의 열 살먹은 소녀의 방이라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이런 기분은 제인 구달의 [희망의 씨앗]와 제임스 왓슨의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를 읽을 때, 각각 저자의 유년기 부분을 읽을 때 느끼곤 했다. 세 사람 모두 자연에 관심이 많았고 그들의 부모님은 하나같이 그들의 호기심을 결코 막아서지 않고 북돋아 주었다. 그런 유년시절을 가질 수 있었던 그들이 부러웠지만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또한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다니고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던 때가 만으로 다섯 살 무렵이었다. 소년처럼 생겼던 외모덕분에 언니와는 달리 아버지와 함께 많은 곳을 다녔고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에는 바쁜 일과중에도 꼭 가족 모두 캠핑을 떠나곤 했었다. 아마 그런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쉽게 동화될 수 있었고 참매를 길들인다는 저자의 시도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무언가를 상실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잊고 있었던 유년기의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덕분에 [메이블 이야기]는 적어도 내게는 큰 의미를 가진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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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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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성장 전략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사고방식이며, 그 생존 전략으로 제창하고 있는 것이 바로 '소상인'이다. 7쪽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는 히라카와 가쓰미의 3년 전 출간한 작품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해당 타이틀을 얻었다. 원제는 <소상인의 권유>였다. 작품을 집필하던 때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집필방향과 머리말도 전부 바뀌었다고 한다. 대재해라는 것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것으로 시간을 염두해야 할 부분임을 알았으면서도 확률의 문제로,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냐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그 일을 겪고 나서 책의 흐름이 바꼈다고 말한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누구나 잘 살수 있게 될거라 믿었던 초반과는 달리 지금 일본, 그리고 한국은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그에 따른 주택문제, 범죄증가 및 출산율 감소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내가 말하는 쇼와 시대 초기의 어른이란 아직 부를 손에 넣지 못한 사람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야상과 젊음을 축적하고 있었다. 당시의 일본사회는 그런 사람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었다. 그래서 계급 격차가 적은 아시아의 섬나라에서는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세키카와 나쓰오의 말처럼 누구나 똑같이 가난했기에 밝게 웃을 수 있었다. 98쪽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부를 축적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 사회는 아무도 그렇게 긍정적인 측면에서 자본주의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바뀌게 된 타이틀을 살펴보면 저자가 내리는 소상인은 골목길에서 걷다가 우연하게 맘에 든 상품을 보고 상점으로 들어오면 자신이 직접 준비한 물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 뿐 아니라 한국 정부는 경제부흥을 위한 경제체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경기가 살아야 사회전반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는데 저자는 일본의 쇼와시대 30년을 언급한다. 그 시기에는 누구나 다 잘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었던 시대였다. 한국의 경우 1970년 중 후반을 떠올릴 수 있는데 가장 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였고 고속도로와 관련 아파트 사업이 활발질 수 있었다. 그 당시 부자가 되었던 사람들이 생겨났지만 지금 시점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유사한 정책을 펼친다면 아쉽게도 가난했던 사람이 아니라 이미 부자인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쉽다.

 

불균형한 상태에서도 성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 생활의 희생을 딛고선 선택과 집중은 그 결과로 버블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버블이 얼마나 취약한지, 버블의 반동이 얼마나 비참한지 우리는 그동안 지긋지긋하리만치 보아왔다. 144쪽

 

저자가 주장하는 소상인들의 경제가 자본주의 사회를 안정화 시킬 수 있는 것은 신용을 바탕으로 하여 큰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 일원이 제 몫을 할 수 있는 고용안정화와 수익이 일정하게 사회 각 일원에게 돌아가면서 생기는 주택난 및 출산율 저하를 어느정도 해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도입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저자가 원전사고 이후 생각이 달라진 것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은 사회를 안정시킨 듯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았다. 원전사고는 천재지변이지만 인재이기도 하다. 인재를 막을 수 있는 것 또한 성실함과 정직에 있다. 직접 만들거나 사들여온 제품을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는 소상인이 바로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사회는 어디까지나 그곳에 살아가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며, 인간이 정말로 필요한 것 또한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인간만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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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 작가, 코치, 강연가로 50억 자산가가 되다 - 200권의 저서로 기네스에 등재된 천재작가 김태광의
김태광 지음 / 추월차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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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100권을 출판해서 기네스북에 등재된 사람, 마흔도 안되서 지금까지 총 200권의 책을 쓴 작가, 이게 이 책의 저자 김태광의 이력이다. 그 수많은 책 중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펼쳐본 적은 있지만 아쉽게도 그 200권 중 내가 읽은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무려 40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내용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지루한 페이지도 있긴 했지만 그야말로 '대단한'사람이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시원에서, 바퀴벌레 소굴이었던 작은 월세방에서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잊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온 그에게 신께서 허락하신 60평대 아파트와 길가다 마주치기도 쉽지 않은 외제차를 타는 사람. 처음에는 다른 사람 눈치안보고 좋고싫음을 분명하게 밝히며 지인들의 실명을 거론할 때는 내가 다 민망하기 까지 했다. 이렇게 쓰고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문제는 상대방이 어떻게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이미 '성공'한 그가 걱정할 사항은 아니란 것이었다. 시종일관 그는 꿈을 기록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고 무조건적으로 꿈을 믿어야 주입시킨다. 그야말로 주입이었다. 하지만 그 주입이 싫진 않았다. 성공하기 위해 책을 써야한다던가, 박사학위보다 책이 더 먼저라는 말, 무엇보다 그에게 책쓰기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이 저자보다 학력이 훨씬 좋고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니 저자의 말을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작가는 아무나 될 수 있는게 아니지 않냐는 우려와 걱정도 버리라고 말한다. 자신의 코칭을 통해 직접 강의를 듣지 않고 카페에 글만 보고도 책을 출간한 사람이 있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그 뿐아니라 서신을 통해 코칭을 해주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재소자를 도와주는가 하면 자신이 어렵게 그리고 정말 독하게 습득한 책쓰기 스킬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이 비전이라니 신이 그를 어여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저자가 처음부터 성공할 만한 사람으로 보여진 것은 아니었다. 그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작은 누나와 같은 지지자도 있었지만 초창기 그의 시와 작품을 보고 글쓰기 소질이 없으니 다른 직업을 알아보라는 쓴소리를 한 출판사들도 있고 심지어 친구들도 작가가 되겠다는 그의 꿈을 무시했다고 한다. 저자 역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좌절도 하고 부정적인 생각도 했다고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때마다 버킷리스크를 들춰보고 지갑에서 꺼내보고 벽에 붙여놓은 비전을 읽어가며 긍정적인 생각을 다시 끌어모았다. 작은 누나외에도 그의 꿈을 지지해준 여성들이 있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내가 받았거나 받을 것을 염두해두고 하는 연애는 오래가기 어렵다. 물론 상대방이 사랑하기 때문에 모른척 해주는 경우 쉽게 깨지진 않겠지만 그런 사랑은 더 많은 것을 받을 수 없게 될 때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가 만나온 여성들은 하나같이 그의 야망과 성실함을 칭찬하며 그의 꿈을 응원했다. 그 여성들의 인성이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 일화를 읽을 때면 그럴만한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었던 것 같다. 카드영업을 뛸 때도, 신문사와 잡지사에 다닐 때도 술자리를 일부러 피해가며 습작을 하는 남자, 정말 멋지지 않은가. 오히려 사회생활을 핑계로 술자리를 줄이라는 여자친구를 업신여기는 못난 남자들이 많은 세상에 이런 남자라면 단연 믿음이 갔으리라 생각한다.

성공하기 위해 책을 써야한다는 저자 김태광. 책쓰기가 성공의 기본이 되며 어떤 분야에 있더라도 결국 퍼스널브랜딩을 가장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책쓰기라고 말한다. 저자가 개설한 카페명을 거듭 언급하며 가입해서 자신의 코칭을 맘껏 누리며 성추월차선으로 갈아타라는 그의 이야기에 분명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가입하고, 12주간 진행되는 작가수업을 듣기 위해 몰려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그의 말이 틀리진 않지만 혹시라도 착각해서는 안된다. 저자처럼 열심히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 꿈을 잊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며 끝까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지금의 고통과 타인의 눈총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정도의 노력과 수고를 들인다면 책쓰기가 아닌 그 어떤일이라도 분명 성공의 길로 인도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인상깊은 구절*

 

직장에 열심히 다닌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직장에만 올인 하는 것은 게으른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만들어서 더 나은 환경을 창조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389쪽

 

책을 쓰는 일은 운명을 바꾸는 일인 만큼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만약 이루고 싶은 일들을 누구나 쉽게 실현 할 수 있다면 '꿈'이라는 말은 생겨나지 않았을 테니까. 무엇보다 치열한 노력을 기울일 때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공평한 신의 섭리인지 모른다. 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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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CEREAL Vol.6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6
시리얼 매거진 엮음,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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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EAL 시리얼 vol.6

 


 

​vol.6 기사는 다른 때 보다 에디터의 사심이 가득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쿠버. 아직 한 번도 가본적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가 착륙할 때 부터 느낌이 다른 다는 그녀의 말을 공감할 수는 없지만 수년 간 이사를 반복하면서 장기간 머물곳이 많지 않은 세상에 벤쿠버를 손꼽는다는 말에 주의깊게 기사를 읽었다. 벤쿠버를 여행 할 기회야 분명 찾아오겠지만 그저 '여행지'로 방문하는 것과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방문할 때는 좀 더 색다를 것 같기 때문이다. 에디터가 강추한 벤쿠버는 어떤 낭만이 숨어 있을까? 그녀는 벤쿠버에 있는 각종 나무를 벤쿠버 '시민'이라고 드높였다.


벤쿠버는 인류가 대자연에게 빌린 땅이다. 전나무, 주목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솔송나무, 가문비나무, 소나무 등은 벤쿠버를 지키며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시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이름이 도시 위 한가운데를 시처럼 흘러간다. 이 나무들은 이 지역에 어린 이야기와 복잡하게 얽힌 저마다의 역사와 전설을 지닌다.

벤쿠버 시민들의 사진으로 가득찬 화보는 텍스트가 빽빽하게 채워진 다른 페이지가 무색할 만큼 두 눈을 편안하게 이끌어주었다. 얼마전 보고 왔던 리틀포레스트의 장면장면도 떠올랐고 벤쿠버를 시작으로 전 세계가 찾는 유명한 나무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수목들의 특징과 사진이 함께 실려있는데 나중에 벤쿠버에 가게 되면 그 나무들, 벤쿠버의 또다른 시민들의 얼굴을 각각 알아볼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분명 그들이 뿜어내는 초록의 향연을 몰라보진 않을 것이다.

벤쿠버에서 눈여겨 볼 것은 중심가에 떡 하니 자리잡은 유리로 표면을 두른 건물들이다. 맑은 날 노을 빛의 옷을 입은 빌딩들을 관광객들은 주변에서 식사를 하며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스크림 콘을 먹으며 바라보는 바라보는 황금빛 빌딩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지에 실린 사진 중 눈에 들어온 것은 노을빛이 아닌 푸른 하늘에 둥실둥실 떠 있는 구름이 그대로 외벽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간혹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어도 마주치곤 하는 데 그 때마다 빠짐없이 폰에 담곤했던 기억이 났다.


시리얼 매거진이 여타 잡지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기사가 '메인'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번 호 역시 싱가포르의 멋진 화보도 가득하지만 열심히 찾아 읽은 것은 벤쿠버와 이번에 소개할 '다육식물'이다. 다육이는 물이 적게 주어도 햇빛만 있으면 잘 자라주는 특성 때문에 사무실에서도 자주 기르는 몇 안되는 식물이다. 일과로 바빠도 쉽게 죽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생명이 떠나갈까 두려운 나에게 다육이는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시리얼은 다육식물이 가정에 꼭 있어야 할 식물이라는 부제까지 달아주었다.

다육식물은 물을 흡수하고 수분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공기가 일으키는 증산작용으로부터 잎을 보호하려고 털로 온몸을 덮기까지 한다. 사실 다육식물에게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다. 다육식물의 존재 이유는 물을 찾고, 얻고, 지키는 것이다.

실내가 건조하면 몸에 수분이 마르게 되고 그런 장소는 결코 인간에게 좋은 장소가 될 수 없다. 커다란 화분이 부담스러웠던 회사 사무실 뿐 아니라 가정에서 책상위에, 창틀위에 집이 결코 크지 않아도 다육식물 자체로 좋은 인테리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시리얼에 실린 아래 사진은 보는 순간 내 책상을 이렇게 꾸며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맘에 들었다.


사실 시리얼 vol.6 가 보고 싶게 만든 기사는 다육식물도 벤쿠버도 아니었다. 바로 영국 웨일스 책의 도시 헤이 온 와이HAY-ON-WYE 기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여행자들도 영국 근교 여행을 떠날 때면 빼놓지 않고 들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무려 헤이 와이에 거주하는 주민 수보다 6,800배나 많은 책들이 있는 데 이렇게 된 계기가 '리처드 조지 윌리엄 피트 부스'라는 회계원에 의해서라고 한다. 회계원으로서 능력이 없었던 책을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서점을 차리게 되었고 가난한 귀족 소유의 저택을 찾아다니며 책을 수집했다고 한다. 이부분은 꽤 낯익은 풍경인데 만화원작이자 방영중인 <밤을 걷는 선비>의 책사를 떠올리게 했다. 몰락한 양반가를 돌아다니며 귀한 고서를 싸게 사들여 판매하는 책사와 같은 방식이었다. 작은 마을이었던 헤이온와이가 스스로 왕이 된 부스 덕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는게 정말 소설처럼 느껴졌다. 책의 마을다운 역사라고 할까.


 

'순례'에 관심이 있다면 헤이 온 와이의 왕이 여전히 책왕국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 반가울 것이다. 왕국은 이제 영연방이 되었고, 군사처럼 성을 지키는 책들은 햇빛에 바래고 해졌지만 부스는 여전히 이 마을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듯 자리하고 있다. 헤이 온 와이에는 변함없이 부스의 꿈이 어려있는 것이다. 70쪽

시리얼 잡지는 다른 잡지와는 달리 소장가치가 높다. 광고가 없는 것은 물론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풍경이나 소품사진이 정말 예뻐서 페이지를 뜯어 액자에 넣어 서재나 침실에 두어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좋은 건 여행정보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의 변치않을 가치와 이미 오랜시간 사랑받아온 상점과 아이템을 기사로 담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그 의미가 바래지 않는다. 아직 가본 곳 보다 가볼 곳이 많은 시리얼을 한 권 한 권 모으는 취미를 만들어주는 잡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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