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혁명 2030 - 석유와 자동차 시대의 종말, 전혀 새로운 에너지가 온다 혁명 2030 시리즈 1
토니 세바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너지 혁명 2030]의 부제는 석유와 자동차 시대의 종말, 새로운 에너지가 온다로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창밖을 보며 과연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싶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마치 저자 토니 세바의 미래예측이 수십년 전 2010년에는 해저시대가 열리고 행성간의 이동이 가능해질 거라 예측했던 미래학자들의 말처럼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자동차에 종말은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믿음도 있었는데 얼마전 읽었던 [테슬라 모터스]에서 그 가능성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인들에게 전기자동차 이야기를 꺼냈더니 다들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인식하며 이미 망한 아이템이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내 주변에 미래지향적인 사람이 없어서라고 보기에는 여전히 전기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휴대폰이 유선전화 시장을 붕괴시킨 것은 구리가 모자라서가 아니다. 100년 동안 쓸 수 있는 충분한 구리가 땅속에 있지만 그것이 유선전화에 투자할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43쪽


아쉽게도 석유는 제한적인 자원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한 것은 분명 맞지만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전기자동차 역시 맘껏 쓸 수 있는 자원은 아니다. 하지만 왜 전기 자동차가 미래를 정복할 수 있을까? 메이저 자동차 회사에서 주력하는 상품이 각기 다른데 전기 자동차와 대조되는 상품이 바로 자율주행자동차다. 구글이 초반에 예상한 자율주행자동차의 비용은 당시 페라리 한 대를 운용하는 가격과 맞먹었다. 물론 현재는 원가하락으로 인해 석유 자동차로 충분히 가능한 비용이지만 문제는 우리가 실제 자율주행자동차를 원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공유모델로 전환하고, 집카의 소유 대 공유 비율인 1대 15를 적용하면 연간 차량 판매 대수는 15분의 1로 줄어든다. 전 세계 자동차사업은 2012년에 8,200만 대를 판매했다. 만약 자동차 판매가 15분의 1이 되면 연간 550만 대만 팔리고 자동차산업의 생산은 현재에 비해 6.7%로 줄어들 것이다. 249쪽


다시 말해 자율주행자동차의 가장 모범적인 운행방법인 우리가 원하면 어느곳에든 차가 대기할 수 있는 공유모델로 전환될 경우 현재 존재하는 자동차 회사 중 단 한 곳만 자동차를 판매해도 된다는 설계가 나온다. 그런 설계를 원하는 자동차 회사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럼 단순히 자율주행자동차를 막기 위해 전기자동차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에너지혁명이다. 전기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석유나 원자에너지에서 '태양에너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태양에너지를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에 정부에서 보조금까지 지원해준다며 적극홍보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초기 설치 비용이 부담스러워 생각만큼 진행되지 못했는데 그래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주택관련 잡지를 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에너지원이 바로 태양에너지였다.


태양광발전 부문이 매년 43%씩 성장한다면 2030년경 태양광발전 설비의 용량은 56.7테라와트에 이를 것이다. 이를 기존의 기저부하 전력으로 환산하면 약 18.9테라와트에 해당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2030년의 전 세계 에너지 수요량을 16.9테라와트로 예측한다. 태양광발전이 기하급수적 궤적을 지속한다면 2030년의 에너지 인프라는 태양광으로 100% 충족될 것이다. 75쪽


태양광으로 100% 필요에너지를 충족할 수 있다면 불필요하게 다른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뽑아내느라 자본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초기 비용의 부담을 해결하고 나면 선순환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 호주 에너지 시장기구의 경우 해당 시나리오가 이미 진행중이라고 한다. 책의 내용을 처음부터 읽더라도 자연스럽게 읽다보면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떤 에너지가 성장하고 퇴화되는지는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저자의 예측대로 에너지가 바뀌는 과정에서 분명 시장의 흐름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다만 저자가 원하는 청정한 미래와 더 민주적인 세계를 위한 방향이라는 말에 그의 예측이 현실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느정도 안정되고 이따금 삶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시련을 만나면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잘 살아왔다고 느꼈던 어제와는 달리 당장 눈앞에 시련에 무너질 때면, '도대체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하며 답을 찾게 되고 그때 찾게 되는 책은 소위 말하는 '심리치유서'일 확률이 높다. 그런 책의 주된 내용은 '너만 잘못된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해주거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거나 혹은 '누구나 다 완벽하진 않다' 라는 식의 내용의 책이다. [그렇다면 정상입니다]도 언뜻봐서는 그런 책들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세상에 다들 정상인 사람들이 사는데 어떻게 이렇게 내 맘같지 않고 다들 나를 힘들게 하는가 싶은 못난 마음이 생기지만 우선 묻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당신은 정상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머릿속으로 '난 완벽하게 준비가 되면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모든 결정을 뒤로 미룹니다. 일종의 정신 승리예요. 막상 중요한 걸 뒤로 미루면 승부가 나지 않으니까. 64쪽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곧바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정상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우유부단 하거나 자기주도적인 면이 부족하다고 자책하기 쉬운 사람들이다. 물론 저자는 이들에게 비정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건강과 정상 사이에 있는 사람일 뿐, 비정상과 정상 사이에 있는 사람은 아니다. 정상인 사람들이지만 덜 건강한 사람들일 뿐인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실패를 두려워 승부를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남에게 투자하면 그 결과를 두고 비난하거나 칭찬하기가 두렵지 않지만 자신에게 잣대를 들이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 자기 욕심이나 욕망 이런 걸 살짝 비췄다가 되게 부끄러운 일을 경험해봤을 수도 있고요, 뭐 떠올리고 싶지 않거나 밝히지 않으신 몇 개의 기억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이런 일에는 계기들이 있더라고요. 77쪽

 

 

 

책에 나오는 사례를 접하다보면 한 가지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의 두 경우 뿐 아니라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모습 중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되짚어보는 경향이 있다. 저자가 우려했던 것 중 하나가 심리학 책을 너무 많이 봐서 자신의 상황을 끼워맞춰가며 점점 더 고립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아 내가 어렸을 때 그랬겠구나, 또 다른 책을 읽고 나면 내가 그 때 그렇게 되서 지금 이꼴이구나 하며 더 큰 자책감을 가지게 된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를 알아서 뭐하겠냐는 거야 지금. 왜냐하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어요. 어떤 집안이건. 그 얘기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29쪽

 


우리는 분명 과거에 어느 순간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그때마다 반성이 아니라 곱씹어가며 나는 비정상이라고 확대해석 해서는 안된다. 다른 저자들의 경우 해외 사례나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치료를 이상하게 보는 경향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조금 달랐다. 마치 이전에 읽었던 책은 정말 내가 비정상이고 심리치료가 필요한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게 된 원인을 짐작해보고 추리해가면서 덜 건강할 뿐 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물론 진짜 비정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해준다. 하지만 정말 비정상인 사람은 초반에 알려준 것 처럼 본인 스스로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혹 내가 비정상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사람이 이 책을 펼쳤다면 일단 정상일 확률이 높거나 건강한 정신을 되찾을 확률이 높다. 두껍지도 않고 실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편안한 필체로 부담갖지 말고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걸보스 Girlboss -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소피아 아모루소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걸보스 GIRLBOSS

#걸보스 GIRLBOSS

#걸보스 소피아 아모루소는 내스티 갤의 창립자이자 전 CEO다. CEO로서 회사를 이끌던 시절도 있지만 지금은 경력이 많은 전문가에게 자리를 내어주었고, 이런 그녀의 행보가 능력이 부족이나 자격미달을 인정했다는 비판보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고 관심가는 분야를 개척하기 위한 제2의 도약이라며 호평한다는 기사를 최근에 보았다. 이 책은 아마 그 이전에 집필을 시작했을거라 여겨지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CEO에서 물러나 #걸보스가 되려는 이들에게 책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 반가웠다. 물론 평범한 여학생에서 쇼핑몰 CEO로 인생역전 된 여성이 국내에도 분명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항상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평범한 교복 혹은 SPA옷들도 감각대로 리폼해서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걸들이었다. 하지만 그정도의 공통점은 그녀들 뿐 아니라 보통의 여자들의 취향에 가깝기 때문에 그저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 얼마나 어렸는지가 관심을 끌었다면 걸보스 소피아 아모루소는 그녀들 보다 훨씬 모범(?)적인 여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녀가 '미성숙한'시절 책을 팔아 월세를 내고 쓰레기통에 있던 베이글을 먹었던 이력을 가졌다 할 지라도 말이다.
 

어떤 분야를 전문으로 하건, 나는 어디에서든 최고가 될 것이라 다짐했다. 나는 늘 열심히 일했고 언제 어느 곳에서건 마찬가지였다. 92쪽
 

그녀의 가정형편이 안정적이고 부유했던 것은 분명아니지만 고아였다거나 빚에 시달렸던 것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에서 독립해나와 스스로 월세를 내기 위해 집을 찾아다녔으며 그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책을 훔쳤다. 책을 훔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구나, 책이 얼마나 읽고 싶었으면 훔쳤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월세를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형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훔쳤다고 한다. 훔치는 행위는 물론 나쁘고 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녀의 사업가 기질은 이때도 분명 존재한다. 그저 비싸고 유명한 책이 아니라 신문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확인 한 후 책을 훔쳤으며 헌책방에 갖다주고 되는대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직접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서 구매자를 모으고 최대한의 수익을 얻어냈다는 점이 그렇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한 이력 뿐 만 아니라 목표가 생기면 그 과정을 꿋꿋하게 견뎌내는 것 또한 #걸보스가 되기 위한 여러가지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탈장 때문에 반드시 건강보험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지루한 업무인 '학생증 검사'를 50일 동안 견뎌내고 치료를 받아낸다.


사실 내가 성공한 것은 내가 파는 옷들이 특별히 훌륭해서가 아니라 내가 파는 방식 때문이었다. 사진과 스타일링이 대단히 프로페셔널 한 것도 아니었다. -중략- 내 스토어를 가능한 독특하게 꾸미는 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51쪽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소피아의 사업가 마인드는 여러곳에서 발견된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는 것과 모든 댓글에 하나하나 답을 해주었다고 말하는 데 이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당시에는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이용하는 쇼핑몰 중 모든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심지어 당시에 그녀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물론 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내스티 갤 외에 해야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 많긴 했지만 그녀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물론 열심히 댓글을 달고 차별화 전략을 추진해도 모두가 그녀처럼 성공하진 못한다. 스스로 인정하는 것처럼 운도 따르지만 그녀는 한 번 더 강조한다.
 

오해하지 말 것. 내가 여러 면에서 운이 억세게 좋았다는 점은 누구보다 내가 먼저 인정하고 나서겠지만, 나한테 일어난 행운들 중에서 저절로 일어난 사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21쪽
 

서두에서 마지막까지 그녀가 강조하는 몇 가지 중 개인적으로 핵심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은 성공한 이후에도 결코 게을러지거나 자기만족에 도취되진 말라는 이야기였다. 성공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루해지지 말라던가, 어른이 되지 말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늘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다니며 #걸보스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자신을 믿고 있는 모습은 우리가 그동안 읽어왔던 자기개발서의 내용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진부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코 편법으로 지금의 위치에 그녀가 설 수 있었던게 아니라는 것을 한번 더 각인시켜주었다는 의미다. 전체적으로 리뷰내용이 그녀의 '성실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아마도 그녀가 신데렐라 처럼 단박에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읽었다가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도 대박난 사람들 많은데, 뭐야 그렇게 가난하거나 불우했던 것도 아니었네 했었던 마음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여자는 정말 성공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깨닫게 된 것이다. 아르바이트 하는 동안 좌절하지도 타인의 성공을 마냥 부러워 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와닿았던 내용들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해서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던 부분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소피아지만 이런 여성이라면 내 회사, 내 삶의 걸보스로 무조건 인정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은 2013년 10월부터 12월가지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의 '도시정치학'코너를 수정 및 보완한 내용으로 임동근 지리학박사의 대담을 그대로 옮긴듯한 문답형식으로 쓰여졌다. 방송을 직접 들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중간에 여러가지 복합적인 내용이 등장하면서 방송을 들었다면 오히려 더 책을 구매해서 읽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동'이라는 기구가 생겨나는 1920년대의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는데 책 내용의 후미는 2013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해서 시정활동을 하는데까지 이어지니 얼추 짐작해도 방대한 내용이다. 중간중간 많은 내용이 빠지거나 느닷없이 다른 길로 빠지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알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결국은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이 자원이라고 할 때 이 자원의 발생과 이동, 분배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 지리학입니다. 또 정치든 권련이든 인간이 이 자원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변화시키는지 연구하는 학문읠 정치지리학이라고 합니다. -중략- 정치지리학은 정치가 어떤 식으로 자원 배분을 관리하면서 사회를 바꾸어가는가를 보여주는 거죠. 20쪽

종전 후 정부의 주된 정책은 '개발'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었고 일본과 교역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놓는 등의 토목공사였다. 토목공사를 하는 까닭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정책의 핵심이기도 해서 이후에도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내세우는 공약에 빠짐없이 등장했다. 1960년대 고속도로를 위해 체비지를 팔기 위해 관련 정책을 만들고 그린벨트를 놓았다면 그 이후에는 주택문제를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도움을 받기 위해 아파트 공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따금 사람들이 농담처럼 '부모님이 잠실에 땅 한평만 가지고 있었더라도......'하는 탄식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서 느낀 것은 그당시 누구도 잠실이 그리고 지금의 강남이 이처럼 큰 소비도시가 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인천 연수가 당시 청담보다 훨씬 교통의 요지였으며 부천 소사의 경우 강남보다 공장이나 상권이 발달했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마포만 보더라도 강변에 인접해서 가장 크게 발달해야 하며 교통의 요지였기에 오피스텔과 같은 주상복잡단지가 처음 생겼지만 자본의 흐름에 따라 테헤란로가 훨씬 발달되었다.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도시환경 및 주거환경 등 실생활과 밀접한 정책에는 늘 관심이 많았다. 학부시절 관련 전공을 하면서 도시환경연구소에서 실습을 하면서 부촌 한가운데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의아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피부로 주택문제와 정책의 문제점을 느끼게 된 것은 독립해서 거의 1년 주기로 집을 옮겨다니면서 였었다. 돈을 모아도 옮길 때가 되면 더 나은 수준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인 서울 지역 및 역세권은 내가 모은 돈 만큼 혹은 그 보다 더 많이 집세가 올랐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택 구입이지만 엄청난 대출이자를 갚아야하는 문제뿐 아니라 그만큼 대출을 해주겠다는 금융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기업을 운운하는 것은 단순히 허세나 자기만족인 경우보다 주택안정문제를 위해서라도 최소 20여년간 안정적인 급여, 수익이 있어야하는 문제와 연관되는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이야기가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에서도 등장한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이렇게 안정되고 고정된 집을 사라고 하는 게 어불성설입니다. 그나마 그런 불안정성을 꾹 눌러 고정된 집을 사라고 하는 게 어불성설입니다. 266쪽

 

  "저렇게 많은 집 중에 왜 내 집은 없을까."

서민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아파트 중심가를 걷거나 산중턱에서 내려다보이는 수 많은 집을 바라보며 저런 내용의 대화를 한다.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위의 대사를 내가 하게 될 날은 오지 않을 줄알았다. 하지만 집을 옮겨다니면서 여전히 내 휴대폰에 '집주인'이라는 항목의 연락처가 갱신되고 전세 혹은 월세입자로 살면서 사무치게 다가오는 말이 되었다. 나처럼 집이 없는 사람들은 주택문제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등장하고 다세대 혹은 다가구 주택의 역사에 관심이 증폭될 수도 있다. 또 집문제가 해결되었거나 부모님이 잠실에 땅을 소유했었던 사람들이라면 다분히 흥미롭게 서울의 도시개발역사를 되돌아보았을 것이다. 특히 각 정권별로 시행했던 정책이나 시장들의 시정활동에 대해 알게되어서 좋았다. 무턱대고 잘했다고 두둔하는 것도 문제지만 잘 알지 못한 상태로 비판아닌 비난하는 것도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독자가 서울에 거주하든 혹은 했던지와는 상관없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자본을 움직이는 기업 그리고 이 두 대상이 서로 윈윈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들이 일궈놓은 지금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신자유주의의 중심이 될 수 없어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 역시 서민이었구나 하며 슬퍼졌지만 노명우 사회학자의 말처럼 지리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인지 몰랐고 내가 왜 이런 꼴로 살고 있는지 알게된 것은 분명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8-25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택개발의 변천사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생각과 달리 동사무소의 용도와 그린벨트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어요.

에디터D 2015-08-26 01:32   좋아요 0 | URL
중반까지는 저도 엄청 흥미로웠는데 점점 아, 난 서민이 맞았구나,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에 급 우울했어요. 책 내용 자체는 흥미롭지만요.^^;;
 
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대륙인 중국과 섬나라인 일본 사이에 한반도라는 '가위'가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끊임없이 경쟁하면서도 절대 승자 없는 아시아의 다이내믹한 둥근 원이 만들어진다. 10쪽

 

저자 이어령은 한반도라는 가위가 있어 중국과 일본사이의 힘대결이 부딪혀 파괴되지 않고 유연하게 아시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시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부터 딴지를 걸자면 과연 한반도가 가위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를 물고늘어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우선 가위바위보라는 단어가 과연 이 아시아 3국을 표현하는 용어로 적당한지 부터 따져봐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시아와 가장 크게 대립되고 있는 유럽 및 미국의 이미지부터 비교해봐야 한다. 의견이 나뉠 때 서양은 동전던지기, 즉 앞 아니면 뒤 이렇게 극과 극으로 해결을 본다. 하지만 아시아는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반드시 승부가 나뉘어 승자 패자로 양쪽을 나누지 않아도 된다. 바로 가위 바위 보로 셋 중 누군가가 무엇을 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동전던지기는 동시에 던지지 않고 누가 먼저 던질것인지 부터 승부를 가르기 부터 시작하지만 가위바위보는 반드시 동시에 내야하는 공정성이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아시아는 '관계'를 중요시 한다고 언급한다. 이어지는 서양과 아시아의 다른점을 '엘리베이터'라는 단어를 예로 든다. 엘리베이터의 어원을 보자면 라틴어로 '올라간다'라는 의미만 가지고 있다. 엘레베이터는 물건을 들어올리는 기구가 맞긴 하지만 분명 우리가 타고 '내려오는'행위에도 도움을 준다. 이런 생각을 처음으로 가진 곳이 기차역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흔히 승객이 표를 구할 때 '표 사는 곳'을 찾기 마련인데 기차역에는 '표 파는 곳'이라 명하거나 심지어 길을 물을 때도 '파는 곳'이 어디냐고 묻기 십상이다. 그런가 하면 이마저도 아에 현대에는 '티켓'이라는 사물만 존재하고 티켓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서양이 이렇다면 아시아는 어떤가. 우선 한국의 경우 엘레베이터를 '승강기'라고 명명하므로써 올라가는 행위와 내려가는 행위 양쪽 모두를 표현한다. 일본이나 중국 또한 양쪽의 의미를 다 표현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티켓을 판매하고 구입하는 행위는 주체가 기차역이 된다는 점은 같다. 이런 동서양의 의식차이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쪽은 일본이다. 일본은 서양의 물질적이고 직선적인 가치관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아시아 민족으로서 갖는 '관계'의 중요성도 결코 사라지게 두지 않았다. 동서양의 차이점을 알린 뒤 저자는 '가위바위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가위바위보가 가지는 또 하나의 큰 특질은, 그것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가 서열 없이 서로 평등하다는 점에 있다. 274쪽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양이 관계를 제외한 양쪽의 주체만 중심에 두었으며 현대에 이르러 점점 더 '사물'만 존재하고 '인간'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가위바위보 문명론의 의의는 바로 '관계'이자'평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문헌을 살펴보면 일본의 가위바위보 역사에 깊은 뿌리가 느껴지지만 일본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에서도 분명 어린시절 부터 자연스럽게 가위바위보를 배우며 자란다. 분명 승자를 가르는 방법 중 하나이긴 하지만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다는 점, 동시에 겨룬다는 점 등이 절대적인 권위를 상징하지 않는 다는 점등 책을 통해 깨닫게 된 점이 많았다.

 

<문헌에서 찾은 가위바위보 참고사진 및 일본에서 열린 강연회장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수록됨>

 

세계 각국의 가위바위보를 모아놓은 일본의 홈페에지를 살펴보면 어느 언어를 사용하든 어느 종교를 믿든 가위바위보만큼 전 세계에 폭넓게 퍼져 있는 문화는 없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61쪽

 

가위바위보가 전 세계에 퍼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표현하는 의미에 있어서는 조금씩 다르다. 이 책이 번역본이라는 사실은 이미 소개글을 통해 다들 알았을 것이다. 이어령 교수는 분명 한국인이지만 초판을 일본어로 출간했다. 번역의 배신이라는 표현까지 차용하면서까지 직접 한국어로 출간할 수 없는 이유를 책 맨 앞에 알려주어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가위바위보를 표현하는 말이 중국과 일본과 우리나라의 한자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어로 번역을 한 허숙 역자에게 정말 고마웠다. 일본어로 된 원문을 읽을 능력이 못되어 전문적으로 어느정도로 잘 옮겼는지 판단할 수 없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읽는 내내 불편하거나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어로 먼저 출간된 책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한국, 중국, 일본 모두 가위바위보 문명론을 시작으로 아시아가 갖고 있는 문화의 힘을 긍정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