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으로 산책 - 고양이 스토커의 사뿐사뿐 도쿄 산책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고양이 눈으로 산책 : 고양이 스토커의 사뿐사뿐 도쿄 산책.

 

 

도쿄를 마지막으로 다녀온지 1년이 지났다. 마지막 방문 때는 현지에서 살고 있는 지인의 집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여행이라기 보다는 '거주'에 가깝게 지내다 왔다. 그래서 시간에 쫓김없이 편안한게 도쿄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여행중이라면 갈 일 없을 것 같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동네, 공원이나 도서관과 끼니도 화려하거나 특색이 강한 음식보다 마트에서 찬거리를 사와 직접 해먹었다. 덕분에 그 이후로는 일본 관련 여행에세이나 가이드북 등의 내용보다 그냥 평범하고 소소한 책들이 더 와닿았다. 책 [고양이 눈으로 산책]은 저자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고양이의 시선으로 일상을 둘러본다.

 

 

비록 페스는 종이 안에 사는 고양이이지만, 나는 페스를 내 안으로 옮겨서 '내 안의 고양이'와 함께 외출해보기로 했다. 7쪽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미 하늘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을 리트리버 종의 뭉치와 함께 살 때 나도 종종 내 마음속의 뭉치라면 이럴 때 어떤 생각을 할까 하며 언니랑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가령 '내가 멍멍이라고 생고기나 뼈를 좋아할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라든가, '공을 던져도 난 물어오지 않을거야. 지금 좀 덥고 힘들거든.'라든가. 저자도 마찬가지다. 맛있는 덮밥을 먹을 때 고양이를 떠올린다. 고양이에게 독이되는 식품인 걸 알면서도 왠지 맛난 음식은 혼자 먹기 미안하다. 그런가하면 귀여운 고양이를 만나면 먹을 것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방금 식사를 마치고 왔으면서도 여전히 타인의 접대를 거절하지 않는 고양이를 보면 조금 얄밉거나 호기심이 들때가 있는데 인간을 배려하기 위해 배불러도 먹어준다던가 하는 식의 상상은 고양이를 높게 평가하는 집사의 본능같기도 했다. 일러스트도 종종 등장하는데 화장실에 인간이 들어가면 고양이가 기웃거리는 것이 규정이라고 말한다. 문을 잠그지 않는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여러번 문을 밀고 들어가는 것이니 집사들은 고양이의 큰 뜻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화장실 문을 잠그지 않고 볼 일을 본다는 건 고양이에게 너도 들어와라는 신호인 것이다. 고양이와 같은 화장실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이부분은 잘 모르겠다.

 

 

공원의 흙은 비가 막 그친 참이라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이렇게 선뜩하고 습한 공기 속으로는 고양이도 산책 나오기 싫을 것이다. 진달래 사진을 찍어준 대가로 "비가 그쳤으니 햇살이 비치면 고양이도 나오고 싶겠지요"라고 긍정적인 해설을 덧붙였다. 110쪽

 

 

마음 속의 고양이가 말을 걸지 않아도 하루밍의 산책은 참 정겨웠다. 마치 불쾌했던 일상을 긍정적인 면으로 바라보기 위한 시도로 고양이를 꺼내온 듯한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고양이와 함께 할 때면 누군가가 말을 건네는 것도 참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 같다. 여전히 마음 속 고양이가 피곤한듯, 의심스러운 듯 불쑥 고개를 내밀기도 하지만 시작만 그럴 뿐 대부분 인간을 배려하듯 져주는 듯한 말투가 역시나 고양이 스토커 답다.

 

 

책이 산더미처럼? 책이라면 끔뻑 넘어가는 내가 아닌가? 응, 당연히 가져가야지. 나는 내 안의 고양이에게 "넌 복을 부르는 고양이야"라고 칭찬했다. 205쪽

 

 

책을 읽고나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굳이 고양이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얼마전에 봤던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감정들을 인격화 시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초반에 고백한 것처럼 강아지 친구를 마음속에 되살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길을 걷다가 혼자라서 울적해질 때 마음 속 친구를 불러보면 어떨까 싶다. 아사오 하루밍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 인데 읽을 때 마다 느끼는 것은 행복을 불러올 줄 아는 힘을 가진 작가라는 거였다. 무겁지 않은 문체로 제법 무거운 주제를 건드릴 줄 아는 작가, 다음 책도 역시나 기대되는 이유다.

 

"고양이는 죽을 때가 되면 어딘가로 몸을 감추잖아요. 그 아파트도 그런 데가 아닐까요? 죽을 때가 가까운 노인들이 고양이처럼 스스로 몸을 감추는 집이요. 저세상의 신이 자네는 아직 죽지 않아도 된다고 돌려보낸 사람은 계단을 내려오는 거죠." 13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아노의 역사 - 피아노가 사랑한 음악, 피아노를 사랑한 음악가
스튜어트 아이자코프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 Natural History of the Piano 피아노의 역사

 

피아노가  발명되었을 때 지금처럼 이렇게 모든 음악에 어울리는 악기가 될 것이라 확신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하프시코드가 음악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을 뜯는 것이 아니라 해머로 두드리면서 강하고 여린 음역대까지 소화해 내는 피아노에 관심이 쏠리자 그 이전부터 연구했던 하프시코드의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점차 활발해졌다. 이런 까닭으로 18세기 프랑스 중산층에서는 하프시코드와 피아노를 함께 보유하는 가정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970년 대 이후 중산층을 중심으로 피아노를 가정에 들여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움직임이 유럽에서는 100여년 전 부터였다. 피아노가 악기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까지 걸린 세월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까지 최고의 작곡가로 손꼽히는 모차르트도 피아노의 진가를 일찍이 알아보았지만 아쉽게도 그가 피아노를 직접 만져본 것은 피아노가 처음 만들어지고 어느정도 세월이 흘러서였다.

 

 

마페이는 순식간에 소음으로 전락하는 하프시코드의 챙챙거리는 소리와 콧소리 같은 잔향보다 새 발명품의 소리가 월등하다고 반박했다. 35쪽
 

피아노가 가정으로 들어오면서 독학을 위한 악보집도 많이 팔리게 되었고 어떤 관련 출판업자는 잡지에 실린 쿠폰을 일정기간 모아서 가져오면 피아노를 경품으로 주는 마케팅도 했었다고 한다. 너무 비싸서 피아노를 살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이 외에도 '할부'제도도 있었다. 3년 동안 피아노 대금을 나눠서 내는 방식이었다. 이렇게까지 피아노를 사려고 했던 까닭은 단순히 중산층의 허세로 봐서는 안되는 듯하다. 그때는 여성들을 위한 책이나 언론인들도 당연하게 피아노 연주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독서, 바느질 수준으로 강조했었다. 우울하거나 화가 났을 때 즐거운 피아노 곡을 연주하면서 타인에게 분풀이를 하는 대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좋은 친구라고까지 소개했다. 이 부분에서 재미난 사실을 한 가지 알게되었는데 플루트는 침을 너무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소화능력 및 식욕을 떨어뜨리는 악기라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악기라는 비판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에 가녀린 소녀가 플루트를 연주하는 모습이 로망처럼 각인된 우리세대와는 전혀 다른 평이라고 볼 수 있다.
 

이윽고 피아노는 그녀의 벗이자 의지할 상대이자 애인이 된다. 그녀에게 그 누구도 감히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무도 받아줄 수 없는 그녀의 열정, 희롱, 변덕에 반응해준다. 85쪽
 

피아노의 역사를 담은 책이지만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피아노의 형태를 누가 발명했는지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메디치 가문의 대작과 크리스토포리가 고안한 만들어낸 피아노 장치의 액션원리를 설명해주었고 부유층이 처음에 사용했던 만큼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커스터마이징 피아노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피아노 상판에 바느질 도구를 수납할 수 있는 피아노는 지금 생각해도 낯설 뿐 아니라 심지어 고양이나 돼지를 현과 해머가 들어가는 위치에 넣어 '살아있는 동물'들의 소리를 내는 피아노까지 개발했었다는데 지금 동물보호단체는 물론 일반사람들이 들어도 분개할 노릇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것이 큰 비난이 일지 않았던 모양이다. 비슷한 불평등한 예를 들자면 18세기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수업과 연주시험을 통과한 한 여성의 학위수여를 학교에서 거절한 사례도 있었다. 단순히 피아노가 처음 개발된 시기나 사용된 기술 뿐 아니라 최초의 슈퍼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모차르트, 그와 늘 비교대상으로 오르지만 비평가들에 의해 패배자가 된 베토벤의 이야기까지 자세하게 들려준다.
 

오늘날에는 보통 튼튼한 목재의 긴 의자나, 조정이 가능한 가죽 커버 의자나,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회전의자를 사용한다. 당신이 글렌 굴드가 아니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타건에 가장 적합한 지레 효과를 주는 높이에 자리 잡는 일일 것이다. 395쪽
 

원제가 [피아노의 역사]가 아닌 [피아노의 자연사]였던 것이 납득이 되었다. 오히려 국내 출판제목도 역사 대신 자연사로 그대로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아닌 클래식으로 시작해서 재즈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한 오스카 피터슨의 마지막 연주실황을 시작으로 한 만큼 피아노 하면 당연히 '클래식'만 떠오르는 편협함을 갖지 않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느껴졌다. 덕분에 피아노가 재즈나 록음악처럼 클래식이 아닌 장르에서도 어느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도 실려있고 좋게 말해서 악동인 글렌 굴드와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던 '호로비츠'와 관련된 이야기도 담겨있다. 심지어 1930년대 이후 전자피아노가 도입한 이후 클래식 피아노 시장이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전자피아노가 여전히 보조적인 위치에 머무르는 상황도 놓치지 않았다. 서문에 인용된 토마스만의 파우스트 박사를 비롯한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에 실린 피아노와 피아니스트와 관련된 일화 등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친근한 피아노의 자연사를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는 소설처럼 흥미롭고 역사책처럼 지식이 가득한 좋은 책이다.
 

원제는 '피아노의 자연사'이다. 피아노 300년의 이야기를 박물지 형식으로 풀어나갔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역사 대신 자연사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44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펜 공부법
아이카와 히데키 지음, 이연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란펜으로 쓰기만 하는데 점수가 오른다고?

 

상반기가 지나고 어느덧 7월도 이제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자격증 혹은 특정 점수를 목표로 어학학습 중인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지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독학으로 준비하던 이들도 슬슬 학원 심지어 개인교습까지 고려해보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나역시 IT관련 자격증 실기시험과 사회복지사1급 그리고 준학예사 시험은 물론 대학원 입시를 목표로 TEPS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 효율적인 공부방법과 관련된 소식에 늘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번에 소개 할 공부법은 믿지 못하겠지만 파란펜으로 무작정 쓰기만 하면 점수가 오르고 원했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이끄는 [파란펜 공부법]이다.

 

 

 

 

[파란펜 공부법]효과적이면서 단순한 파란펜 공부법

 

 

책을 읽고서 믿음을 갖고 바로 시작했다. 왜냐면 원래 똑똑한 천재나 일류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법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일단 마음이 놓였다. 그동안의 공부방법관련 저서를 보면 저자가 일단 일류대를 졸업했거나, 부모님이 교직에 몸담거나 하다못해 외국에서 살다온 이력 등 도저히 '보통'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 뿐 아니라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것은 과거는 중요하지 않고, 현재 파란펜 공부법으로 공부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 쓰기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색이 아닌 파란펜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사실 저자도 처음에는 파란색이 안정감을 주는 색이라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정도로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파란펜을 고집했는데 학생들이 서로 입소문을 내고 실력을 검증하면서 전문가들이 직접 과학적 이론을 뒷받침 해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실제 어느 도시의 가로등을 붉은 색 계열에서 파란색으로 바꾸기만 했을 뿐인데도 범죄가 줄어들었으며 도쿄 TV프로그램에서 각각 다른 색상의 펜으로 공부했을 때 학생들이 내놓은 결과와 소감만 들어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여기에 한 가지더, 무작정 쓰기는 그럼 무엇일까? 나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무작정쓰기 방법을 반대하는 쪽에 가까웠다. 핵심을 골라내서 쓰기에도 바쁜데 무작정 쓰다보면 오히려 발표자나 교사가 강조하는 부분을 놓칠 확률이 높고 쓰는 데 집중하다보면 정작 공부가 아니라 '서기'가 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사례로 든 '실황 중계 노트'와 설명을 읽으면서 그동안 잘못생각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작정 적다보면 당연히 팔도 아프고 전부 적는 다는 것이 불가능해지만 이때 자연스럽게 무엇을 빼고 넣어야 할지 '편집력'을 기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작정 쓰겠다고 작심하면 오히려 발표자의 모든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되고 접속사의 차이, 음역의 차이등을 구분지어 화자가 '강조하는 부분'만 골라내어 필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 내게는 좀 새로운 부분이고 틀을 깨는 부분이기도 해서 앞으로 동영상 강의를 들을 때 꼭 시도해봐야겠다고 맘먹은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큰 목적은 나중에 노트를 다시 펼쳤을 때 '내가 어떤 상황에서 공부했는지'를 되새기는 '상황 기억'을 통해 공부한 내용에 대한 기억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101쪽

또한 파란펜으로 빽빽하게 채운 페이지 여백에 '오늘은 일찍 일어났다. 힘내자!'등 그날그날의 기분을 적는 학원생도 많습니다. 이 역시 의욕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181쪽

 

책을 읽고 내가 잘못해왔다고 깨달은 부분이 몇 가지 더있다. 우선 학창시절 과목별로 노트를 만들어 사용하던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는데 파란펜 공부법은 무조건 노트 한권에 모든 과목을 필기하라고 말한다. 노트값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한 권의 노트에 여러과목을 동시에 작성하다보면 권 수가 많아지면서 자기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 성취감을 얻어 공부에 중독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더 놀라운 점은 필기를 하다보면 딴 생각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학습내용 외에 어디서 공부하고 있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오늘 선생님의 수업이 어땠는지 등의 기분이나 감정을 노트에 필기하지 않았는데 그 부분까지 모두 필기를 하라고 알려준다. 이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책의 내용을 옮겨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파란펜으로 무작정쓰기 방법만 설명하는데 전혀 질리거나 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뻔하잖아 하는 마음은 단 한번도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100% 전부 새로워요!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잘못 알았거나, 덜 알았거나 아에 다르게 하고 있었던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효과적이고 단순한 공부방법이 있어도 결국 내가 신뢰를 가지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앞서 저자가 말하고 내가 울림을 느낀 것처럼 과거의 내가 어땠는지는 무의미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무조건 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와세대 학원에서는 다음의 세가지 말을 입버릇 처럼 내세운다고 한다.

 

늘 현재가 중요합니다. 현재를 바꾸면 미래가 바뀝니다. '곧바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는 입에서 입으로 영원히 전해질 와세다 학원의 영혼입니다. 232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말티 2015-07-21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에디터D 2015-08-26 01:3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문득, 묻다 1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어릴 때 호기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질문'한 기억은 거의 없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그냥 참거나 거실 책장에 세트로 꽂혀진 백과사전 등을 펼쳐보면 '정답'이 아닌 '정답이겠거니'싶은 답들을 그때부터 직접 찾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알고 싶지만 그 답을 쫓기가 쉽지 않았던 질문들을 모아놓은 책은 우선 눈길이 가고 만다. 애초에 1년 분량을 예상하고 기획했던 라디오 방송 코너 [문득, 묻다]가 5년이 지나도록 유지되고 있는 것이 청취자들 덕분일거란 저자의 겸손에 크게 고개를 흔들어 본다.

 

첫 질문은 김춘수 시인의 [꽃]에 등장하는 그 꽃이 어떤 꽃이냐하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 작품속에 그 꽃이 나와있다고 믿었다. 다시 전문을 읽어봐도 그 꽃에 대한 답이 없다. 저자가 찾아준 답변은 '동백' 꽃이자 시인 김춘수가 어감이 좋아 동백대신 불렀다던 '산다화'였다. 내가 듣기에도 동백꽃 보다는 산다화가 훨씬 어감이 좋았다. 이렇게 또 하나 얕은 지식을 쌓았다. 이후에 등장하는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꽃이 실은 생강나무라는 것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이라 부르게 된 배경을 알게 되어 겨우 4페이지를 읽었을 뿐 인데 새롭게 안 내용이 벌써 3가지나 되었다. 이후에 등장하는 모란 꽃은 과연 향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쫓으면서 몰랐던 역사의 진실을 알게되는 등 작가의 말에 나온 것처럼 연쇄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져 일단 책을 펼치게 되면 쉽사리 놓기 어려워진다. 음식편에서는 외롭고 우울하면 왜 더 많이 먹게 되는지에 대한 답이 나와있다. 다이어트를 평생의 숙제와 과제로 안고 살아가는 여성, 혹은 다이어터들이라면 이 질문을 재미삼아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부신피질에서는 스트레스를 무디게 하기 위해 코르티솔을 생산하고 ,코르티솔은 신경펩티드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도록 만듭니다. (중략) 그러니 어떻게 설탕과 지방, 탄수화물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음식은 '사랑'인데 말이지요. 115쪽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몇 년 전 봤던 외화중에 실연을 당한 언니에게 동생이 했던 조언은 일단 도너츠 가게에 가서 도넛 한개가 아니라 한 박스를 사서 차안에서 다 먹어야 한다 였다. 그때는 과학적 지식이나 원리가 아니라 그저 본능처럼 집어들게 되는 '단 것'의 공감대가 형성대 맞어맞어 하며 봤었는데 이런 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우울해졌다. 결국 우리는 큰 슬픔과 좌절에 빠져있을 때 본능처럼 끌어당기는 그 단 맛을 다이어트와 건강유지라는 명목하에 이겨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세 번째 말과 관련된 질문중에서는 '도리도리 까꿍은 무슨 뜻일까?'에 대한 답을 이야기 하고 싶다.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도리도리 할 때 도리가 일본어 '새'를 말하는 것으로 일제 시대의 잔재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었다. '잼잼'이 아니고 '죔죔'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도 함께 알아볼 수 있는데 이것이 모두 <단동치기십계훈>, 줄여서 단동십훈이라 불리는 육아법에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일본도 아니고, 단순 의성어나 의태어도 아닌 전통있는 육아법이라는 사실에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천지만물이 하늘의 도리로 생겼으니 너도 하늘의 도리에 따라 생겼음을 깨달으라'라는 아주 이로운 뜻으로 아이를 달래거나 봐줄일이 있다면 기억해뒀다가 주변사람에게 넌지시 알은 체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사람, 그는 삶에 통달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 심지어 이 세상을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 사람은 불안합니다. 침묵과는 다른 의미의 경고등입니다. 5쪽

 

아이가 성장하면서 '왜'하고 집요하게 제 부모를 괴롭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마다 친절하게 답변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나처럼 정답일 것 같은 답을 찾기 위해 책을 펼치는 것도 한글을 깨우치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누군가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이미 알고 있거나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물음을 던질 때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는 책에 나와있는 질문을 감히 누구에게 물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문득 묻고 싶은 그런 질문에 답해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곁에 없기에 내가 이 책과 같은 사람이 되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김정연 옮김 / 테이크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

 

독일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 타니아는 양국 모두의 장점과 특색을 갖춘 살림꾼이다. 지난 번에 읽었던 작은 수납인테리어도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내용만 담았기에 지금도 가끔 펼쳐보는 데 이번 신간[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편도 맘에 들었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꽤 오래된 빈티지 가구부터 최근에 알게된 소품까지 저자가 직접 오랜 기간 사용하며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것, 혹은 더이상 구할 수는 없지만 추억이 깃든 제품들을 소개해주었다.

 

물건은 생활을 풍부하게도 해주지만 자신이 유지할 수 없는 그 이상을 갖고 있으면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앞으로도 기분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141쪽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추천해주는 소품들을 하나 하나 메모하고 실제 구매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사소하게는 나무로 만든 디퓨저, 울림이 좋은 스피커, 유럽 여행중에 만난 빈티지 식기 등이 그렇다. 마치 그녀가 함께 세팅해놓은 받침대와 풍경이 그 물건만 사들이면 다 완성될 것 같지만 크지 않은 내 방, 도심안에 있는 내 집에서 그런 분위기가 완성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저자 또한 소개해준 대부분의 큰 가구나 소품들, 도쿄의 집에서는 놔둘 수 없는 것들을 가고시마에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처럼 도심에 한 채, 지방에 한 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참고로만 봐둬야 한다.

 

반면 독일에 방문하게 된다면 이 제품은 꼭 사야겠다 싶은 것도 물론 있다. 친환경 세탁비누 '갈자이페'는 소의 담즙으로 만든 비누인데 이 담즙의 포함된 단백질 분해 효소가 와이셔츠의 목둘레나 양말의 발꿈치 부위에 찌든 때 제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독일의 친환경 숍에서 소개해준 제품이 비누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이 상품들은 소모성 제품인데다 부피도 크지 않기 때문에 욕심내도 괜찮을 것 같다.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반드시 자신의 집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익숙한 산책길, 언제나 바라볼 수 있는 나무,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물 등 집 밖에도 훌륭한 물건은 많이 있습니다. 9쪽

 

도쿄의 집은 책에 실리지 않았지만 직접 지은 가고시마의 집은 복도, 침실, 테라스 등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붉은 색으로 장식한 복도의 벽은 저자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장소로 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공간도 이 곳에 있고 금테두른 액자 등도 이곳에 있어 사진으로 보면 꼭 촬영을 위해 제작한 세트장 처럼 느껴질 만큼 멋지다. 저자의 공간과 나의 공간을 비교하는 순간 우울해 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서문에 적힌 저자의 말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반드시 자신의 집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를 떠올렸다. 운동하거나 산책하러 종종 가는 공원, 그 공원의 호수, 호수 건너편의 예쁜 건물들을 떠올리면 다시 마음이 차분해지고 저자가 소개해준 추억의 물건을 편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저자처럼 맘에 드는 물건을 가져오거나 지인이 내놓은 빈티지한 가구를 소유할 공간이 없어도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할 수 있어 좋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이바 2015-07-1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자이페 비누 메모하고 갑니다.. 솔깃하네요^^

에디터D 2015-08-26 01:33   좋아요 0 | URL
저도 일본가면 꼭 찾아보려구요.ㅋㅋ 혹 찾아서 사용해보고 괜찮으면 댓글 또 남길게용.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