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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시 스토리 하모니 - Shihoahi Story Harmony
권정아 지음 / 알비 / 2015년 5월
평점 :
지난 해 출간된 시호시스토리는 엄마 권정아와 아이가 함께 선보이는 모녀룩과 스타일링에 관한 부분이 많았다. 새 책은 시호시스토리라는 타이틀보다 더 큰 폰트로 '하모니'라고 쓰여있다. 보여지는 겉모습보다 사람사이의 관계와 조화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간관계'에 대한 가장 핵심과 기본을 담은 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기 위한 조언도 빠지지 않았다.
아이에게 돈을 많이 벌어주는 아빠도,
늘 옆에 함께 있어 주는 아빠도 나쁘지 않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가 최고의 아빠입니다. 35쪽
부부관계는 사회를 넘어가기 이전 가장 기본이 되는 '관계'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관계도 바로 '부부'의 모습이다. 알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면 오히려 쌓이고 쌓여서 더 큰 화를 부르기 쉽다. 오랜 세월 각자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각자 부모님에게 받은 교육이 다른 만큼 아이에게 전달하는 교육방침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고 본다. 이혼이 잘못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부모의 사랑속에 태어나 자란다는 것은 아이가 사람을 신뢰하고 반대로 타인을 감싸안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시호가 말하는 행복은 '늘 기다려 지는 것들'이라고 한다.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듣고 보니 이보다 더 행복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시호가족의 기다림이 무엇인지 보면서 과연 내가 늘 기다리는 것은 무언가 떠올려보니 왜 살이 찌는지 알것도 같다. 난 늘 '안정되고 다채로운 식사'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식으로 생각을 이어가다보면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행복을 느끼는지 깨닫게 되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나약한 사람은 상대방과 자신의 '다름'에 대해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내 생각이나 가치관, 습관, 성향이 다른 상대를 향해 '다르다'대신에 '틀렸다'라고 단정하려 듭니다. 자신은 늘 옳고 맞는데 상대가 나와 다르므로 다 틀립니다. 67쪽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은 시간 머물렀던 내용이었다. 상대방이 나와 의견이 다른 것은 말그대로 '다른'것일 뿐 '틀린'것이 아니다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늘 행동과 말투는 상대방이 틀렸음에도 내가 이해하고 받아준다고 생각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게 아니라 틀렸다고 인정하는 순간부터 틀린길로 가는 상대방이 늘 불안해져 사서 걱정하기에 이르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바로 이를 두고 '하모니'를 배우지 못해서 나온 휴유증이라고 말한다. 하모니를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에라도 제대로 알게 되어 다행인건지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닌지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다른 한가지는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라는 것이었다. 비교하다보니 상대방의 의견의 옳고그름을 따지게 되고, 그로인해 자만이 생기거나 자학하는 불안한 심리상태에 놓이게 된다. 결국 타인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삶은 하모니를 배우지도 못하고 관계를 이어가지도 못하는 삶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자녀와 부모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한 말로 나를 바꾸기 싫을 때, 옆 사람 또는 환경을 탓한 것이 기쁘게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185쪽
저자도 처음부터 유연한 사고와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였던 것은 아니었다. 결혼하고나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배우자에게 실망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까지에 시련은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를 고치려고 하는 마음만이라도 접을 때 관계가 개선되고 상대가 변하지 않더라도 내가 변하는 순간 호전된다는 사실은 지난 번에 읽었던 법정스님의 [스님의 주례사]에서도 나온 이야기였다. 상대를 바꾸려고 할 게 아니라 나를 바꾸는 것, 참 어렵지만 모두가 이야기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한번 더 깨달았다. 더불어 생각이 너무 많아 고민인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책이 근래들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생각이 다양하고 깊게하는 것은 그저 '많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저자의 말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 옆에 있으면 불안하다. 연애시절 상대방이 날 정말 사랑하는지 늘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각이 많아서이다. 하지만 생각이 깊은 사람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 당시에 느껴지는 모든 것을 깊게 헤아리며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보다 현재 자신이 느끼는 행복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다. 그런 모습에 상대방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행복하려면 내 마음에 집중하고 상대방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타인도, 상대방도 아닌 나의 문제점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때 좋은 관계를 지켜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