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꿈, 틀 - 일상에서 찾아낸 꿈의 조각들
소이 지음 / 이덴슬리벨 / 2015년 4월
평점 :
그녀를 수식하는 말은 참 많다.
최강동안, 엄친딸, 싱어송라이터, 배우, 라즈베리필드
하지만 오늘만큼은 꿈, 틀 저자 소이.
몇 해 전 호기심에 가본 그녀의 홈피는 예쁜 사진과 맘에 쏙 드는 길지 않은 문장이 가득했다.
과하지 않은 감성이 녹아내린 그 문장들을 보면서 언젠가 에세이 한 권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올 봄, 서점에서 드디어 그녀의 책 꿈, 틀을 만날 수 있었다.
[꿈, 틀] 1. 꿈을 담은 틀 2 가슴 속 꿈틀거리는 열정
사람은 누구나 첫 번째 의미에서 꿈틀을 지니고 태어난다.
똑같이 주어진 그 꿈틀이 첫 번째인 상태로 머물거나 소멸되는 경우가 있고,
저자 소이처럼 살아숨쉬는 원동력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무심코
'아무것도 하기 싫어. 지금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좀 더 격렬하고 열정적으로 하기 싫어.'라고
말했다는 사실에 우울해졌다. 이것 저것 따져가며 결과가 보이는 일이라면 피하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을
저자는 가장 무섭다고 했다.
서른을 넘기면서 자주 하게 된 말이 있다.
"Been there, done that."
81쪽
이미 경험해본 일들이거나 별로 새로운 일이 없는 그야말로 열정없는 삶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가장 무섭다고.
나는 일년 뒤, 삼년 뒤 그리고 십년 뒤 모습이 지금이랑 변함없을까봐 무섭다.
더 형편없어지더라도 지금과는 달랐음 좋겠다.
그런 내 모습을 낑낑거리며 부정하면서 일어설 수 있다면 말이다.
그녀가 계획한 자신의 장례식장 풍경은 화기애애한 파티장이다.
그녀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좋은 곳으로 떠나기 위해 이제 막 '죽음'이라는 관문을 넘어간 것이기에 모두 축하하고
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전 남친들까지 모였으면 좋겠다는 말에 그녀가 지금까지 해왔던 사랑은
아프지만 진실되고 아름다웠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도쿄에서 만났다는 그 눈부신 소년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산문집이라 반드시 실제 그녀의 연애담인지는 확신할 수도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지만
하루키의 '100% 여자와 만나는 일'처럼 읽으면서 설레고 마치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것처럼 묘했다.
그녀가 들었다는 음악은 곡명이 소개된 것은 바로바로 유튜브로 검색해서 들었고,
곡명이 나와있지 않은 곡은 이런저런 엉성한 추리로 찾아봐도 알 수 없을 때는 크게 낙담했다.
* 책에서 언급한 노래는 친절하게 맨 뒷페이지에 리스트가 나와있다.
읽을 당시에는 뒷 페이지를 넘겨볼 생각은 못하고 혼자 애썼다.
꿈, 틀은 동명의 앨범도 함께 저자가 발매했는데 진작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녀가 선곡한 리스트의 노래를 듣고, 그녀가 만든 노래를 듣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한동안 '소이'라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