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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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여행 드로잉에 이어 이번엔 동물 드로잉이다. 이번 주제는 '사랑'과 '관심'이었다. 동물 드로잉이긴 했지만 애정을 갖고 동물을 관찰 할 때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식물은 물론 인물을 그릴 때도 똑같이 적용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들었다. 물론 중급자들에게는 생각을 버리고 그려야 한다고 알려주긴 하지만 일단 '사랑'을 갖고 대상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다만 '사랑'만 있으면 잘 그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그건 또 아니라고 사실대로 말해준다 동물 뼈의 구조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아야하고, 동물의 정서나 사고방식 등 깊은 관심과 정보습득도 필요하다. 잘그리기 어렵구나 싶지만 책을 읽다보면 드로잉 책이아니라 동물을 진심으로 대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기본서라고 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저자가 어릴 때 키우던 애완견, 동물원에 대한 추억도 고스란히 담겨있고 직접 그린 동물 스케치도 컬러링이 안되어 있는 작품은 그것 그대로 멋스럽고 애정이 느껴진다.

 


정확한 형태를 위해 먹지를 대거나 사진 등의 다른 시각 자료의 형상을 따낸 뒤 그리는 방법은 관찰력이 부족해도 꽤 근사하게 나온다. 그러나 편법은 거의 중독에 가깝기 때문에 그 안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96쪽

 


책을 읽기 전에 평소 실력 그대로 동물을 그려봤다. 형편없다. 다시 책을 읽는다. 위에 적은 것처럼 내가 모델로 삼은 것은 실제 내가 기르던 개도 아니고 두눈으로 걸음걸이를 포착한 길고양이도 아니었다. SNS를 통해 귀여워보이는 아이들을 보고 그야말로 '흉내'만 내고 있었던 거였다. 그림실력도 부족한 내가 대상에 대한 애정은 커녕 제대로된 관찰도 없이 그리니 사진에서 느껴지는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움은 사라지고 그저 '고양이'를 그린거구나, '개를 그린거겠군'정도의 존재만 파악되었다. 오은정 작가님의 드로잉 시리즈를 다 읽고 계속 소장하고 있는 까닭은 스킬도 스킬이지만 그림으로 옮기려는 의도가 그야말로 순수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 여행지에서 봤던 그 좋았던 풍경들이 그랬고 동물도 마찬가지다.

 


즉 모노톤의 연필 한 자루로 드로잉을 할지언정 그것은 결코 다순한 끄적임은 아니라는 거다. 드로잉 과정에선 대상을 설명하고 알기 위한 선을 긋게 된다. 232쪽.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들의 고민이 한가지 더 늘어난다. 어르신들이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기르던 '아이들'을 내보내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가 애완동물과 함께 자랄 때 좋은 점들과 같이 있을 때 잘 지내는 동영상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다. 이 책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알려주며 동물들이 오해받고 버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뿐만아니라 길고양이에게 갖는 편견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동물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외로운이들에게 고양이가 어떻게 구멍난 마음을 채워주는지 보여준다. 작가가 작업실의 고독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애정을 갖고 동물을 관찰하는 것, 무엇보다 동물을 진정한 의미의 '생명'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후에 연필을 잡아도 늦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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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보인다 - 그림이 어려운 당신을 위한 감상의 기술
리즈 리딜 지음, 안희정 옮김 / DnA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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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볼 수 있을까? 몇 천만원을 넘는 고가의 작품을 보는 데 왜 나는 비평가들이 갖는 그런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지 답답해 하던 때가 있었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미술사 책을 펼쳐보니 예술가의 이름도 어려운데 화풍별, 시대별, 지역별 세분화되어 있어 쉽게 말해 공부하면 할 수록 점점 더 늪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이야 쉽게 감상하는 방법, 그냥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라고 유연하게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제대로 알고 싶은 것이 그림이다. 책, 그림이 보인다에서는 그림의 문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 데 오히려 속 시원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차라리 영문법처럼 정해진 규칙이 있다면 주입식 세대인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편하게 느껴졌다. 막상 그림의 문법 첫 챕터를 읽으니 그동안 우리가 학창시절에 베웠던 기본적인 내용이었다. 마치 영문법을 다 알면서도 회화를 하지 못하는 것과 똑같았다. 역시나 '회화'는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우리 초보자들을 이끌어준다. 책 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그림이 어려운 당신을 위한 감상을 기술'이다. 심지어 광고문구도 미술관에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스티브잡스가 보고 감동받았다는 마크 로스코의 그림도 등장하고 그리스 신화를 공부할 때 마다 심장 발작할 만큼 끔찍한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그림도 등장하니 챕터1은 쉽게 이해되었다. 기본적인 그림 문법을 우리가 잘아는 작품들로 습득했다면 이번에는 작품의 배경과 화가의 작화에 대한 설명에 이어 그림을 이루는 부분을 세분화 해서 일일이 설명해주는 챕터 2가 시작한다. 초상화, 풍경화, 서사 그림, 정물화, 추상화 별로 설명해주니 만약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전시회나 제대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해당 분류로 가서 먼저 읽어보면 된다. 물론 나는 차례로 읽었다. 왜냐면 곧 엄청난 양의 미술품을 만나러 갈 예정이니까!

 


취향은 주관적이고, 미술의 선호도는 전적으로 취향과 관련된다. 하지만 여러분은 먼저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기준들을 익혀야 한다. 7쪽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표지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다들 아는 바로 그 작품, <라스 메니나스(시녀들) 또는 펠리페 4세 가족>을 통해 분석한 내용은 일단 그림속에 벨라스케스가 붓을 들고 있는 '자화상'의 요소가 담겨 있으며, 작은 체구에 아리따운 어린 공주를 중심이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인물의 크기를 통해 아이와 어른을 구분할 수 있고 난쟁이 시녀와 그녀의 치마가 구불구불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이런 설명을 통해 이 그림이 단순히 공주와 시녀들의 초상화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왕실가족과 궁정 내부의 관계를 옅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서사 그림 분석중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슬퍼하는 성모마리아와 복음서 저자 성 요한>이라는 작품 분석이다.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의 작품으로 14세기와 17세기에 봉헌화에 자주 등장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담겨있다. 지나친 과장없이 그려진 이 작품은 해골이 그림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삶의 무상'을 뜻하는데 역시나 이 그림 오른편에도 해골과 뼈가 그려져 있다. 그리스도의 죽음 앞에 인간의 육신은 대수로운게 아님을 알려준다. 왼편에 그려진 애도하는 성모마리아의 의상이 연한 파란색인 것은 기독교적인 해석으로 하자면 진리와 천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성모마리아 배경이 붉은 색인 것은 르네상스 시대 회화에서 자주 사용하던 것으로 이 그림의 작품 연대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추상화는 보자마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없지만, 그럼에도 붓질과 기법을 통해 형체들이 그려져 있다. 218쪽

 


별도로 작품을 언급하진 않겠지만 초상화나 풍경화 그리고 서사 그림의 경우는 미술사를 공부한다면 어느정도 그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내가 정말 이 책의 진가를 느낀 것은 추상화를 분석한 부분이었다. 어떤 전문가는 추상화나 현대미술을 이해할 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내적인 부분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인정했지만 공통적으로 느끼는 그 슬픔(마크 로스코의 작품처럼)을 느끼지 못한다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시각인데 그부분을 해소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나 도슨트의 설명, 오디오해설이 없더라도 이 책의 저자가 알려준 해석방법을 참고하면 미술관 가는 일이 영화관에 가는 것처럼 흥미롭고 즐거운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참고해서 다른 작품들도 더 많이 보고 연습했을 때 가능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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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틀 - 일상에서 찾아낸 꿈의 조각들
소이 지음 / 이덴슬리벨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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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수식하는 말은 참 많다.

최강동안, 엄친딸, 싱어송라이터, 배우, 라즈베리필드


하지만 오늘만큼은 꿈, 틀 저자 소이.


몇 해 전 호기심에 가본 그녀의 홈피는 예쁜 사진과 맘에 쏙 드는 길지 않은 문장이 가득했다.

과하지 않은 감성이 녹아내린 그 문장들을 보면서 언젠가 에세이 한 권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올 봄, 서점에서 드디어 그녀의 책 꿈, 틀을 만날 수 있었다.


[꿈, 틀] 1. 꿈을 담은 틀 2 가슴 속 꿈틀거리는 열정


사람은 누구나 첫 번째 의미에서 꿈틀을 지니고 태어난다.

똑같이 주어진 그 꿈틀이 첫 번째인 상태로 머물거나 소멸되는 경우가 있고,

저자 소이처럼 살아숨쉬는 원동력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무심코

'아무것도 하기 싫어. 지금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좀 더 격렬하고 열정적으로 하기 싫어.'라고

말했다는 사실에 우울해졌다. 이것 저것 따져가며 결과가 보이는 일이라면 피하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을

저자는 가장 무섭다고 했다.


서른을 넘기면서 자주 하게 된 말이 있다.

"Been there, done that."


81쪽



이미 경험해본 일들이거나 별로 새로운 일이 없는 그야말로 열정없는 삶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가장 무섭다고.


나는 일년 뒤, 삼년 뒤 그리고 십년 뒤 모습이 지금이랑 변함없을까봐 무섭다.

더 형편없어지더라도 지금과는 달랐음 좋겠다.

그런 내 모습을 낑낑거리며 부정하면서 일어설 수 있다면 말이다.


그녀가 계획한 자신의 장례식장 풍경은 화기애애한 파티장이다.

그녀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좋은 곳으로 떠나기 위해 이제 막 '죽음'이라는 관문을 넘어간 것이기에 모두 축하하고

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전 남친들까지 모였으면 좋겠다는 말에 그녀가 지금까지 해왔던 사랑은

아프지만 진실되고 아름다웠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도쿄에서 만났다는 그 눈부신 소년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산문집이라 반드시 실제 그녀의 연애담인지는 확신할 수도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지만

하루키의 '100% 여자와 만나는 일'처럼 읽으면서 설레고 마치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것처럼 묘했다.


그녀가 들었다는 음악은 곡명이 소개된 것은 바로바로 유튜브로 검색해서 들었고,

곡명이 나와있지 않은 곡은 이런저런 엉성한 추리로 찾아봐도 알 수 없을 때는 크게 낙담했다.

* 책에서 언급한 노래는 친절하게 맨 뒷페이지에 리스트가 나와있다.

읽을 당시에는 뒷 페이지를 넘겨볼 생각은 못하고 혼자 애썼다.


꿈, 틀은 동명의 앨범도 함께 저자가 발매했는데 진작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녀가 선곡한 리스트의 노래를 듣고, 그녀가 만든 노래를 듣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한동안 '소이'라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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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5-2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있나요.???
 
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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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 강상중 지음

 

 

마음이라는 말 보다 사전에도 없다는 '진정성'이 더 자주 들리는 요즘, 마음이 뭘까, 도대체 마음의 힘이 뭔지 궁금했다. 마음 그 자체에는 긍정적인 의미도, 부정적인 의미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혹은 이해해왔던 '마음'은 그저 '본심'에 가까웠다. 강상중 교수님의 소설 '마음'은 내게 '도끼'와 같은 책이었다. 얼어붙었던 마음,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고 이웃해야하는지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깨뜨려주었기 때문이다. 그 책을 시작으로 전작들을 찾아보고 출판사에서 1시간이 채 안되는 짧은 강연 CD(작품 [살아가는 힘]부록)를 보고 신간을 기다려왔다. 소설 '마음'이 일부를 깨뜨렸다면 뭔가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소설 마음이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오마주로 쓴 책이라면 신간 [마음의 힘]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두 작품의 [ 그 후]를 창작하고 부연 설명을 곁들인 책이다. 나처럼 전작 소설만으로는 부족했던 이들이라면 읽으면서 교수님의 의도와 그 마음을 어떻게 사용해야 '힘'이 되는지를 알게 해준 작품이다. 두 소설 모두 100여년 전 1차세계대전 시대의 이야기다. 그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택한 것은 그 때와 지금 현재의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껴서라고 말한다. 다름아닌 마음이 쇠락하고 상실되는 때인 것이다. 나쓰메소세키의 작품속 화자인 '나'는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딱히 '꿈'이라던가 '열정'은 갖고 있지 않다. 학교 교육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고 졸업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하게 만난 '선생'에게 매력을 느낀다. 진짜 선생도 아니고 선생이라고 부를만한 직업도 없지만 분명 그에게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배우지 못한 것들을 배우고 있고 그렇게 밖에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생'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점점 더 그의 과거,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를 다녔으면서도 직업을 갖지 않고 삶의 의욕 없이 살게 된 까닭을 알려달라며 조른다. 선생은 그에게 진지한 사람이냐고, 믿어도 되겠냐고 확답을 받고 '나'가 위독한 아버지를 보러 고향집에 간 사이 유서와 같은 편지를 보내고 자살한다. 원작 소설은 그 편지를 읽으면서 끝이난다. 또 다른 소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한스'라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나'처럼 뚜렷한 목적이나 꿈이 없는 사람이다. 결핵으로 요양중인 사촌 병문안을 간 곳에서 자신의 병을 알게되고 7년간 요양하며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에게 '선생'이 있다면 '한스'에게는 '요양원 친구들'이 있었던 셈이다. 저자는 이 두 사람을 비교하며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의 힘'을 풀어서 설명해준다. 그 두사람이 우연찮게 일본에서 해후하는 내용을 담은 [그 후]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각자 1차세계대전과 벗들을 상실하면서 얻어진 공허함을 견디며 여전히 '살아'있을 수 있었던 까닭이 바로 마음의 힘이었다는 것이다. 마음의 힘은 특별한게 아니라 오히려 '평범'한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평범은 보통보다 조금 못한, 특출나지 못하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어느것을 해도 나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다시말해 삶은 계속해서 시련이 다가오고 그 상황도 제각각인데 요즘 우리사회는 오로지 한 가지 대안만이 정답이라고 강요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을 비난하고 스스로 그 고통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진짜 평범한 이들은 다양한 어려움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힘'으로 잘 적응하며 자신만의 길을 터득할 수 있기에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일정시간 현실에서 떨어져서 살아갈 수 있는 '시기 혹은 장소'가 필요하며 그런 자신을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상대는 '선생'이 될 수도 있고 요양원에서 만난 '환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이어가려고 하는 의지 역시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참고문헌과 역자의 말을 제외하면 2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을 아껴가며 읽었을만큼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참 중요했다. 읽고서 '마음의 힘'이 무엇인지, 어떻게 기르고 그 힘을 어떻게 현실에 끌어들여야 하는지 깨달았지만 이것을 읽지 않은 누군가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마치 내가 전달자가 된 것처럼-누구도 바라지 않았는데 홀로 고민했다. 부족한 필력을 탓한들 의미없을테니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현재 힘들다면 혹은 당장 내일부터라도 진정한 의미에서 '살아가고자'한다면 꼭 이 책을 읽어주길 바란다. 책을 읽고나면 분명 그대도 [살아야하는 이유]와 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힘]을 찾아읽을 테고 비로서 '마음의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 :

 

'위대한 평범'에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면서도

쉽게 '물들지 않는' 것입니다. 140쪽

 

사람은 생물이기 때문에 죽어 버리면 당연히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그 끝나 버린 인생에 관한 이야기

를 다른 이에게 전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 주고, 그걸 떠 맡은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물려주는 일이 계속된다면, 죽음 사람의 인생이 그냥 끝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166쪽

 

진지하기 때문에 고민합니다. 그 속에서 고민하는 힘이 자라납니다. 이 고민하는 힘이야말로 '마음의 힘'

의 원천입니다. 187쪽

 

추천도서 :

[살아야 하는 이유 / 강상중]

[고민하는 힘 / 강상중 ]

[마음 / 강상중]

[마의 산 / 토마스 만]

[마음 / 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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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큐레이터로 살아가기 - 미술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상하이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미술 이야기
최란아 지음 / 학민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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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그림이 좋아'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좀 더 전문적으로 미술사를 공부하다보니 자연스레 서명에 '큐레이터'가 들어있으면 관심이 갔다. 그것도 요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상하이라니 무턱대고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한다. 책을 볼 때 저자약력을 꽤 유심히 보는 편인데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일까. 목차를 읽어보니 보통솜씨가 아니다. 소설한편을 읽는다고 생각하고 읽어도 재미날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 짐작이 꼭 들어맞은 책이다. 워낙 글솜씨가 뛰어난 저자라 그런지 미술쪽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이들도 누군가의 '타국 생활기'정도로 받아들여도 좋았다. part1에 담긴 이야기는 저자의 성향과 상하이에 처음 닿았을 때의 에피소드를 실었다. 그리고 중국을 떠올렸을 때 보통의 한국인이 갖게되는 편견에 관련된 내용이다. 본격적인 큐레이터로서의 활약은 중간중간 나오는데 무엇보다 요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에듀케이터로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아 빨간펜 혹은 포스트잇을 가져와 체크하면서 읽었다.

체크한 내용 중 첫번째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호텔이라는 소제목이 달린 페이지였다. 우리가 호텔을 떠올렸을 때 입구에 거대한 조각상 혹은 생화로 꾸민 꽃장식일 것이다. 근래들어 팝아트가 가득한 객실이나 유명인사가 낙서하듯 그린 크로키등이 내부장식으로 쓰이는 경우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책에서는 아트 이벤트로 일컫는 세인트 리지스 호텔의 미술 관련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내용인즉슨 로마에 방문했을 때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을 전부 가볼수는 없다. 이 때 호텔과 연계하여 유명한 작품들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휴식을 위해 머무는 개인적인 호텔이용과 함께 문화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인것이다. 책을 통해 알았지만 기존에 우리가 떠올렸던 호텔로비의 장식들이 점차 그림으로 가득찬 곳이 한국에도 많고 상하이에서도 직접적으로 아트 마케팅을 시도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트 마케팅을 이끌어가는 큐레이터가 아닌 보통 시민으로서 미술을 즐기는 방법도 알려주는 책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예전에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주된 의견이었다면 이 책의 저자는 그 말에 한가지를 더 붙였다. 보이는 만큼 감상하고 즐기면 된다고. 많이 알 수록 더 잘보이고 흥미를 느끼는것도 사실이지만 공부하는게 싫어서, 혹은 잘몰라서 꺼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뿐만아니라 예술을 업으로 삼거나 즐길 줄아는 이들이 나와 다른 사람이며 나와는 무관하다고 느끼지 말고 그저 우리가 떠올리고 상상하던 것을 실제 현실로 옮긴 순수한 사람들이 예술가라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그림이 친근해질거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색깔, 패턴을 즐겨야 하고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 화면 구성과 빛의 감각을 키우라고 말한다. 더불어 셀프인테리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공부하고 직접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흔히 우리가 집을 고치거나 꾸미는 것이 무슨 예술이지 생각하기 쉽상인데 저자는 그런 생각을 깨라고 거듭말해준다.

한 권의 책에 지나치게 많은 내용이 담겨있으면 깊이가 없고 산만하기 그지 없다. 내가 언급한 내용만 본다면 이 책은 큐레이터가 참고할 만한 내용, 비전문가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등은 물론 상하이에서 여자로서,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겪는 고초등도 실려있으니 큰 감동이 없을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 자신의 경험은 물론 지인들의 이야기와 독자마다 더불어 분명 어느 페이지에 빨간펜이 그어지고, 메모가 남겨져있는지 다 읽은 후에 살펴보면서 현재 자신이 관심갖고 있는 부분들을 역으로 깨닫게 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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