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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디자인 -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
진선태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햇살 좋은 어느 날,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학창시절에 선물 받은 낡은 소니 플레이어를 들으며 공원을 달린다. 유치하면서도 낭만적인 이 장면안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디자인이 숨어 있다. 자전거에 달린 바구니, 그리고 두 손으로 안전하게 핸들을 잡고 있으면서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들어준 소니 플레이어가 디자인이다. 자전거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디자인을 말할 때 똑똑한 기능을 빼놓고 유려한 미적 부분만 평가하지 않는다. 반대로 기능은 완벽한데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그저 '기계'일 뿐 디자인이 어떻다고 말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기능과 미적인 부분 뿐 아니라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소니 플레이어가 두손의 자유화란 트렌드를 가져 왔고 집에 처박혀있던 어머님들의 생활도구 였던 바구니가 자전거에 장착된 것까지를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디자인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책, 일상의 디자인이 알려준다.
일상의 디자인 :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
직업적으로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비상업적으로 자유롭게 디자인을 할 경우 기발하고 실제 사용할 때 꼭 필요한 제품을 탄생시킴으로써 저자는 일반인들도 암묵적으로 디자인 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는 말을 서두에 밝힌다. 이 말을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사용자가 제품이나 디자인 대상을 두고 평가를 하고 불편한 점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을 통해 한단계 더 발전해 나가고 더 나은 디자인 상품이 개발된다고 보는 것이다.
디자인은 주체가 누가 되었든 간에 현상이나 결과물에 해석을 더할 수 있다면,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부를 가치가 있으며 인공물의 창조행위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행위를 실천한 사람은 '디자이너'라고 부를 수 있다. 84쪽
책에서는 TT예능프로에 등장한 일반인들의 독특한 디자인 사진들도 실려있고,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커스텀등을 알려주며 디자이너와 사용자의 간극을 좁히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디자인이 어렵거나 버겁다는 생각을 벗어던지는 순간 일상의 모든 것이 디자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좀 깊숙하게 들어가 디자인의 원천과 본래 의미를 살펴보고 싶다면 3장의 내용을 숙지하면 된다. 디자인은 앞서 언급한것처럼 인공물의 창조행위인데 인공물이란 것은 '인위적인, 제조된, 모조의, 비자연적인(111쪽)'등의 의미를 포함한다. 저자는 이런 맥락으로 보면 순수한 자연을 빼고는 전부 인공물이라고 해야하는지에 대한 경계가 애매하다고 말한다. 예로 든 것이 바로 '복제 개'인데 복제라는 것은 인공이고 개는 동물이라는 자연물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 창조된 상품은 필요에 의해 더 진화되고 변형되기도 한다. 전동기기에 봉을 달아 반죽을 하는 파전집 믹서기기의 경우는 전동공구의 변형이며 인간은 이런 변형행위를 발전시키며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챕터 뿐 아니라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3-3 개인적 사물일 것이다. 이 부분에는 우리가 변형시킨 새로운 디자인, 커스텀 제품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동기기에 음향설비를 장착해 자신만의 기기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PC를 튜닝하거나 신발에 그래피티 작업을 거쳐 개인적인 사물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역량에 따라 누구나 탐내는 제품이 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장식 욕구를 충족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책을 읽고나서 아, 디자인이라 부르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유자를 표기하기 위해 펜에 견출지를 요란하게 붙인 것도 하나의 디자인이 되고,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야구르트 아줌마의 카트도 필요에 의해 발전된 디자인 도구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런 상품을 탄생시킨 누구나가 디자이너로 불릴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오랜 생활 가사활동을 한 주부의 가전제품이 사랑받는 까닭도 바로 그점 때문이다. 스스로 불편 한 것을 개선시키기 위해 과거의 사용자가 미래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 기존의 제품이 불편하고 못마땅하다면 편리하게 자기만의 디자인을 적용시켜보자. 사소한 변화가 우리를 진짜 '디자이너'로 만들어 줄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