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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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다 영화로 먼저 만났던 스틸 앨리스.

알츠하이머에 걸린 언어학 교수 앨리스의 이야기로 스틸의 의미가 'steal'이 아니라 'still'이었다. 기존에 우리가 알츠하이머 관련 문학이나 영화 혹은 드라마에서 접했을 때 환자들은 매일 무언가 하나씩 혹은 한꺼번에 많은 것을 '잃어가는'것과는 조금 다른 접근법이다. 때문에 잃어버린다는 부정적인 측면보다 자신이 앨리스고 앨리스가 가지고 있는 주변상황을 인식하도록 매 순간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진다. 물론 접근법이 달라진다고 해서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내 일일 드라마에서도 엄마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이 잠자는 엄마 곁에서 한참동안 울기만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스틸 앨리스에서는 엄마랑 학교 문제로 의견이 갈렸던 막내 딸 리디아와의 접점을 많이 다룬다. 사고치고 속썩이는 자식이야말로 아픈 손가락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동서양이 결코 다르지 않았다. 삶 속에서 제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자식이 늘 아픈법이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없는 것, 그 아이를 앞으로 기억하지 못할까봐 앨리스는 괴로워한다. 마치 그토록 괴로운 상황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녀의 백그라운드가 화려했던 건지도 모른다. 일류대학의 종신교수, 남편도 같은 교수인데다 사랑으로 늘 감싸안아주며 막내를 빼고 첫째와 둘째 또한 엄친아로 자라주었다. 상황이 화려할 수록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앨리스는 우리에게 아이러니하게도 묘한 안도감을 던져준다.

영화를 보고나서 소설을 읽었던 까닭에 이미 머릿속에 앨리스와 다른 인물들이 모습들이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저 영화만 봤더라면 앨리스 역할을 맡은 무어의 연기가 뭐 그리 대단했을까 싶었겠지만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영화를 보고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항기 가득한 리디아의 모습도 책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온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존이 떠나고 앨리스와 리디아가 함께 길을 걷는 장면은 분명 활자를 보면서도 한참을 멍하게 읽고 또 읽었다. 머릿속에 배우들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그냥 딸과 엄마가 함께 걸어가는 그 장면마저도 감정이 일었다. 영화를 볼 때는 울지 않았는데 오히려 책을 보면서 그렇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순간들이 있었다. 영화속에서 연설장면이 그리 아프지 않았는데 책의 문장으로 읽어가면서는 결국 울음이 쏟아졌다.

 


지난날들 중 어떤 날을 기억하고 어떤 날을 지울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이 없습니다. 알츠하이머란 병에 타협이란 없습니다. 354쪽

 


알츠하이머 진단이 내려졌을 때 앨리스는 차라리 암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독한 치료를 견디며 좀 더 이 세상에 남아있을지, 아니면 남은시간을 가족들과 하루하루 소중하게 보낼지는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런 제한적 선택이라도 할 수 있는 암이 알츠하이머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경학을 전공한 저자의 연구를 통해 작품은 환자 본인에게 집중되고 그들이 겪을 외로움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그저 울리기만 하던 작품들과 달리 가족의 역할과 삶 그자체에 대한 소중함을 알려준 [스틸 앨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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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25시 - 공부벌레들의 잠들지 않는 열정과 근성
싱한 지음, 김경숙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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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하버드 기질, 하버드 정신>으로 책의 내용을 볼 때 원제가 더 잘 어울린다. 마치 하버드 25시라고 하면 하버드 내에 스케쥴표나 일상 혹은 강의패턴등을 소개할 것 같지만 이 책의 내용은 하버드 기질의 특성을 주제로 한 자기개발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사례로 드는 내용도 딱히 하버드 졸업생이나 관련 인물보다 중국의 격언이나 유명인사의 일화등이 훨씬 많다. 또한 특정 하버드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기 보다는 어느 학과 교수, 하버드 졸업생의 누구 식으로 좀 애매모호한 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 하버드를 오랜 시간 연구한 사람이며 '하버드 기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저자의 저술 목적 또한 모두다 하버드에 입학해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유명인사를 배출하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이 곳의 기질을 배우고 익히면 각자의 현실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얻어내지 않을까 하는 조언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도대체 하버드 기질이란 무엇인가.

하버드에서는 잠을 넉넉하게 자거나 여유있게 생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매 학기 들어야 하는 강의도 만만치 않고 심지어 읽어야 할 책의 분량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그렇다고 교수에게 불평을 하거나 불만을 드러내놓고 내보이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사람은 하버드 기질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이다. 하버드 기질의 첫 번째는 자신의 감정, 특히 불만을 감추는 데 있다. 회사내에서도 하버드 기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상사에게 업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데 이때 상사는 부하직원이 큰 일을 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 중국 격언 중에도 설사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참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부분을 읽으면서 반은 공감하고 반은 수용할 수 없었다. 늘 투덜거리는 부정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참고 부당한 일들도 참는 다는 것은 지나치게 노예적인 발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버드 기질 중 '스스로 생각하기'라는 것도 있다. 하버드 내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참여할 수 있는 데 어떤 강좌가 자신에게 이로울지 교수님께 상담을 요청한다면 친절하게 선택을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까닭고 방법도 이 책에서는 알려준다. 더불어 실패를 너무 크게 받아들이지 말라고도 말한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창업이나 새로운 시도를 늘 주저한다. 실패했을 경우 주위의 시선이 가장 두렵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하버드 기질은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도 안된다. 처음 실패했을 때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면 그 다음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 오히려 실패가 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하버드 기질 중 우리나라 사람들도 중요시 생각하는 '인맥'도 등장한다. 하버드 생들은 졸업 후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는 데 학교에서 받은 인적, 물적 조언을 갚으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반드시 보상해주고 성과에 있어서도 나눌 줄 알아야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꾸준히 강조하는 것 중 다른 하나는 말의 조심성이었다. 천천히 말하는 것, 심사숙고해서 말하는 것을 강조하며 지키지 못할 말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한다. 읽으면서 느낀 점은 하버드 기질과 유교에서 핵심적으로 내세우는 몇 가지 교훈이 상당히 닮아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내용은 좋았지만 책의 내용이 반드시 하버드 만의 기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아쉬웠다.


인상깊은 구절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털어놓는 것이 사실은 그 사람에게 감정의 쓰레기를 다 쏟아 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48쪽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어떤 원인을 뿌리느냐에 따라 그에 따른 결과를 얻게 된다." 87쪽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해서 먼저 자신을 칭찬하지 마라. 더욱 중요한 일은 바로 자기반성이다. 3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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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 : 두 번째 이야기 - 조엘 오스틴이 전하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
조엘 오스틴 지음, 정성묵 옮김 / 글로세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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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 후 회복기간에 조엘 오스틴의 저서를 읽었다. 직접 준비한 책은 아니고 다른 병실에 입원하신 환우분께서 오가다 눈인사만 했을 뿐인데 무슨 까닭인지 퇴원하시던 날 선물이라며 주고 가셨던 책이었다. 운명이었을까. 인연이었던걸까. 낯선 병실, 새벽마다 각종 검사를 이유로 잠을 깨우는 간호사의 방문에 병원생활이 괴로웠지만 조엘 오스틴의 책을 읽으면서 '긍정의 힘'에 점점 이끌리게 되었다. 내가 왜? 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지를 묻고 또 물었던 이전과는 달리 더 좋은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것이라고 믿게 되었고 수술이 잘 마무리되고 회복기에 접어든 것까지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찼다. 그러면서 병원에 마련되어 있던 예배실에 자주 방문하게 되었고 가족들도 나의 변화를 눈치챌정도로 밝아질 수 있었다. 긍정의 힘을 몸소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힘겨웠던 시간이 지나가고 몸도 입원 전처럼 회복되면서 슬슬 욕망도 커지고 불평불만이 잦아지며 '긍정의 힘'을 점점 잊고 살았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졌고 과연 지금 내가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밤을 꼬박 새우는 날도 있었다. 자기개발서를 읽으며 다시금 힘을 내고, 내안의 욕망을 걷어내려고 노력했지만 역시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나이를 먹을수록 커져만갔다. 이런 내게 긍정의 힘, 두 번째 이야기는 그야말로 단비였다. 자기반성을 하고 용서를 구할 뿐 제대로된 기도를 하지 않았다. 너무 욕심이 큰 것아닐까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든 까닭이 주님을 믿지 못해서라기 보다는 내가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원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크게 받아들여 주님께 구하려고 들지를 않았다. 지금 상태에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발전하는 것, 비단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얻는 의미가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그리고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성장해야 되는데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보니 바라는 것도, 노력도 작아져버린 것을 깨달았다. 긍정의 힘 두 번째 이야기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 다섯가지 모두가 내게 해당되는 셈이다.


첫째는 더 큰 믿음을 품으라

둘째 상황이 아닌 하나님을 보라

셋째 하니님 크기의 기도를 드리라

넷째 옳은 시각을 유지하라

다섯째 적당한 수준에 만족하지 마라


얼마전 봤던 위플래쉬의 교수도 학생에게 적당히 해서는 안된다고 다그친다. 물론 그 정도가 지나쳐 결국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제자도 있었지만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람들은 이 책을 종교서적으로 바라보며 예수만 믿고 교회만 다니면 돈도 벌고, 그저 앉아서 모든 것을 다 이룰것처럼 헛된 기대와 희망을 품게한다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제대로 바라보았음 좋겠다. 결코 저자는 기도만 한다고 주님께서 모든 것을 준다고 말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노력을 우선 해야하며, 설사 그런 노력끝에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더라도 다른 것을 예비해둔 것이니 크게 낙담하여 좌절하지 말고 스스로 성장하라고 일깨운다.


적당히 좋은 삶에 안주하지 마라.

믿음으로 나아가면 당신 안에 위대함의 씨앗이 뿌리를 내릴 것이다. 354쪽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이 저자 조엘 오스틴의 책을 인생에서 한번은 만나라고 말하고 싶다. 긍정의 힘을 가지고 있을 때 미래에 대한 불안도 희망으로 바꿀 수 있고 막연했던 미래가 아니라 확신에 찬 미래를 향해 한걸음이라도 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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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디자인 -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
진선태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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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어느 날,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학창시절에 선물 받은 낡은 소니 플레이어를 들으며 공원을 달린다. 유치하면서도 낭만적인 이 장면안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디자인이 숨어 있다. 자전거에 달린 바구니, 그리고 두 손으로 안전하게 핸들을 잡고 있으면서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들어준 소니 플레이어가 디자인이다. 자전거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디자인을 말할 때 똑똑한 기능을 빼놓고 유려한 미적 부분만 평가하지 않는다. 반대로 기능은 완벽한데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그저 '기계'일 뿐 디자인이 어떻다고 말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기능과 미적인 부분 뿐 아니라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소니 플레이어가 두손의 자유화란 트렌드를 가져 왔고 집에 처박혀있던 어머님들의 생활도구 였던 바구니가 자전거에 장착된 것까지를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디자인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책, 일상의 디자인이 알려준다. 


일상의 디자인 :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


직업적으로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비상업적으로 자유롭게 디자인을 할 경우 기발하고 실제 사용할 때 꼭 필요한 제품을 탄생시킴으로써 저자는 일반인들도 암묵적으로 디자인 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는 말을 서두에 밝힌다. 이 말을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사용자가 제품이나 디자인 대상을 두고 평가를 하고 불편한 점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을 통해 한단계 더 발전해 나가고 더 나은 디자인 상품이 개발된다고 보는 것이다. 


디자인은 주체가 누가 되었든 간에 현상이나 결과물에 해석을 더할 수 있다면,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부를 가치가 있으며 인공물의 창조행위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행위를 실천한 사람은 '디자이너'라고 부를 수 있다. 84쪽


책에서는 TT예능프로에 등장한 일반인들의 독특한 디자인 사진들도 실려있고,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커스텀등을 알려주며 디자이너와 사용자의 간극을 좁히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디자인이 어렵거나 버겁다는 생각을 벗어던지는 순간 일상의 모든 것이 디자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좀 깊숙하게 들어가 디자인의 원천과 본래 의미를 살펴보고 싶다면 3장의 내용을 숙지하면 된다. 디자인은 앞서 언급한것처럼 인공물의 창조행위인데 인공물이란 것은 '인위적인, 제조된, 모조의, 비자연적인(111쪽)'등의 의미를 포함한다. 저자는 이런 맥락으로 보면 순수한 자연을 빼고는 전부 인공물이라고 해야하는지에 대한 경계가 애매하다고 말한다. 예로 든 것이 바로 '복제 개'인데 복제라는 것은 인공이고 개는 동물이라는 자연물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 창조된 상품은 필요에 의해 더 진화되고 변형되기도 한다. 전동기기에 봉을 달아 반죽을 하는 파전집 믹서기기의 경우는 전동공구의 변형이며 인간은 이런 변형행위를 발전시키며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챕터 뿐 아니라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3-3 개인적 사물일 것이다. 이 부분에는 우리가 변형시킨 새로운 디자인, 커스텀 제품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동기기에 음향설비를 장착해 자신만의 기기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PC를 튜닝하거나 신발에 그래피티 작업을 거쳐 개인적인 사물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역량에 따라 누구나 탐내는 제품이 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장식 욕구를 충족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책을 읽고나서 아, 디자인이라 부르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유자를 표기하기 위해 펜에 견출지를 요란하게 붙인 것도 하나의 디자인이 되고,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야구르트 아줌마의 카트도 필요에 의해 발전된 디자인 도구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런 상품을 탄생시킨 누구나가 디자이너로 불릴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오랜 생활 가사활동을 한 주부의 가전제품이 사랑받는 까닭도 바로 그점 때문이다. 스스로 불편 한 것을 개선시키기 위해 과거의 사용자가 미래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 기존의 제품이 불편하고 못마땅하다면 편리하게 자기만의 디자인을 적용시켜보자. 사소한 변화가 우리를 진짜 '디자이너'로 만들어 줄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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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물리학 - 빅뱅에서 양자 부활까지, 물리학을 만든 250가지 아이디어 한 권으로 보는 교양과학 시리즈
클리퍼드 픽오버 지음, 최가영 옮김 / 프리렉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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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과목은 학창 시절 내게 힘겨운 '과목' 중 하나 였을 뿐이다. 물리학자는 내게 먼 사람들이었고 관련 저서를 시험과 무관하게 펼쳐봐야 할 일은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유명인들의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생활의 원리를 깨닫는 것이 바로 물리학의 내용과 겹쳐있었고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기본은 물리학'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비가 개인 후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무지개' 또한 빛의 굴절이라는 과학원리가 숨겨져 있다. <한 권의 물리학>에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교양과학의 일부다. 이미 알고 있거나 궁금했던 주제들 부터 살펴보았다. 250가지의 아이디어 중 궁금하지 않을 내용이 있을리 없으니 결국 순서의 문제였다.

'이 책에서 관심있는 주제를 찾아 읽을 때는 목차를 십분 활용하기 바란다. 이야기가 연대순으로 나열되어 있어서 원하는 주제가 예쌍치 못한 순서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6쪽

요즘 운동하러 자주 공원에 나가는데 휴일 낮 시간대에 반드시 마주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부.메.랑'. 부메랑의 원리는 뭐야? 드라마에서 남주가 말했던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를 외치며 과학원리를 무시하고 싶지만 궁금하다. 부메랑은 왜 돌아오는가? 애초에 부메랑은 세게 날려 무언가의 생명을 노리는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던지면 되돌아오게 만든 것은 사냥감인 새를 겁주기 위한 것으로 원리는 회전체가 회전하는 방향의 변화를 일컫는 세차 운동 덕분이라고 책에서 알려준다. 더 멀리 오래 공중에 떠있는 부메랑을 보고 싶다면 V자의 오목한 부분이 정면을 향하게 한 상태에서 던지면 된다. 그런가하면 기원전 건물에서도 볼 수 있는 '아치'형태도 과학원리가 숨어 있다고 한다. 아치형태의 건물이 예뻐서라기 보다 상하좌우로 하중을 분산시켜 무게를 더 효율적으로 지탱할 수 있고 공간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의 노고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사실 책을 순서대로 읽기는 해야 한다. 왜냐면 각각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었던 연도가 책 페이지 한쪽에 적혀있는데 그것을 통해 과학의 발전이 역사속에서 어떻게 이뤄져왔는지를 동시에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냥 무시하고 호기심 가는 대로 펼쳐보았다. 다시말해 현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들이 궁금했던 것이다. 바로 I빔. 건축현장 근처를 지날 때면 반드시 보게 되는 I빔을 보면서 왜 저렇게 생겼는지 궁금해했던 적은 없었다. (저자가 궁금한 적이 있어냐고 물어보았는데 아쉽게도 없다.) I자 처럼 만든 까닭은 대들보 축에 수직 방향으로 하중이 가해졌을 때도 휘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형태라고 한다. 책에는 예전에 세계무역센터 지하 2층을 지탱했던 I빔 사진이 실려있는데 알다시피 그 곳의 I빔은 현재 9.11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책 곳곳에 물리학 공부를 하다가 역사적인 사건을 마주하기도 한다.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된 '전쟁'하면 떠오르는 것이 다름아닌 전쟁무기다. 대포와 다이너마이트 그리고 핵은 어떤 원리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하다면 역시 책을 찾아보면 된다. 비교적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쉬운 주제를 언급했지만 막상 책을 사서 목차를 보면 깜짝놀랄 것이다. 교과서에 등장했던 보일의 법칙, 소리굽쇠, 샤를의 법칙은 물론 푸코의 진자, 그리고 전공생들이 두려워 하는 '열역학, 역학'등의 무거운 주제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무거운 주제는 지금 내게 너무 먼 이야기들이다.  재미나고 너무 익숙하지만 신기했던 것, '탱탱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솔직히 길가다가 아무나 붙잡고 탱탱볼이 왜 다른 공과 달리 더 높이 그리고 한번 튕겼는데 꽤 여러번 계속 튀어오르는지 아냐고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답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1965년슈퍼 탱탱볼이 처음 생산되었을 당시 화제가 되어 미국 잡지 라이프(Life)에 실릴 정도였으니 탱탱볼의 '튕김'이 예사롭지 않은 건 당연하다.

시대순으로 화제가 되었던 물리학 아이디어를 소개한 이 책은 흥미롭고 몰랐던 원리를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칭찬해줄 만하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나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들의 깊이있는 참고도서로 삼기에는 역시나 설명이 그리 상세하지도 풍부하지도 않은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법칙중 궁금했던 점, 역사적으로 과학발전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그야말로 교양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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