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호자들 갈매나무 청소년문학 1
시몬 스트랑게르 지음, 손화수 옮김 / 갈매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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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리세, 오로라 그리고 안토니오. 이 네사람은 세상의 수호자들이란 비밀조직의 정회원들이다. 비밀조직이라고 하니 어감이 딱딱해지고 혹은 그들의 평균연령이 아직 미성년이라는 점으로 미뤄보면 그저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들이 세상을 위해 벌이는 캠페인의 목적과 내용을 알게되면 함부로 그들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과연 나이도 어린 그들이 비밀리에 모여가며 벌이는 캠페인은 무엇인가?


몇 년 전 읽었던 책, [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을 통해 글로벌브랜드의 노동자인권실태를 구체적으로 접한 적이있다.. 이전에도 물론 어린아이들을 데려다 무임금 초과근무에 쉬는 시간은 물론 작업시간 동안 동료들과의 가벼운 대화도 철저하게 관심 및 발각될 경우 구타를 당하거나 아에 내쫓기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뉴스나 잡지 등을 통해 대략은 알고 있었었다. 세상의 수호자들은 바로 이런 어른들조차 두려워 쉬쉬하던 '진실'을 알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이들의 활동은 초반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노르웨이 소득1%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 사는 에밀리에가 동참하면서 부터 활기를 찾게 된다. 에멜리에. 보통의 10대 여학생처럼 새옷에 관심이 많고 맘에드는 이성친구에게 잘보이려는 소녀였지만 세상의 수호자들의 캠페인의 일환으로 가격표에 다음과 같은 스티커를 붙이는 안토니오를 만나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되면서 이들과 함께 하게된다. 물론 안토니오에 대한 이성적인 관심이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


이 소설은 세상의 수호자들 회원인 에밀리에의 모습과, 안토니아와 사랑에 빠진 에밀리에의 모습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면서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레자와 사랑을 이어가는 리나의 모습을 교차해가며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은 지구 위, 70억의 살아있는 심장 중의 하나씩을 제각기 가지고 있었지만, 왜 자신들의 심장이 갑자기 숨 가쁘게 고동치기 시작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회의 심각성을 알리는 겁없는 세상의 수호자들도,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리나와 레자와 같은 아이들도 맘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그 순간 이전의 날들과는 전혀다른 새로운 날이 찾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리나와 에밀리에의 연애사를 교차하듯 보여주고, 그녀들의 관심을 받는 이성들에게 연적 혹은 연적처럼 보이는 이들의 등장에 극도의 반응을 내비추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은 두 소녀가 분명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너무 힘든 현실에 연애마저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라기보다는 이성에 대해 똑같은 호기심을 갖고 위기를 직면했을 때 무섭게 돌변하는 심리변화는 그들에게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받고 있는 잔인한 현실을 비난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인 대비가 되기 때문이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세상의 수호자들의 정규회원으로써 활동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늘 새옷에 목말라하던 이전과는 달리 중고옷가게에서 옷을 구매하고 머리에 골판지만 들은 것 같은 여성을 쫓는 남자애의 대한 미련을 버리게 되고 새옷을 사오고, 불법으로 사육되었을지 모르는 닭고기 요리를 하는 아버지에게 의견을 피력하는 등 내외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싼 물건을 구입할 때는 그 뒤에서 틀림없이 누군가가 희생당하고 있다는 것을요. 우린 그걸 알아야만 해요."


과연 그럴까? 타브랜드와 거의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가격적인 경쟁력까지 갖춘 브랜드는 이를 만드는 실질적 제조자들이 모두 노예처럼 희생당하고 있을까? 고가의 브랜드의 장인들 및 하청업자들은 이들과는 다른가?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전체 글에서 어김없이 강조하듯 등장하는 맥북과 아이폰을 통해 드러난다. 애플사의 하청업체인 중국의 팍스콘 또한 다를바가 없다. 심지어 이곳은 중국나라에서 법으로 노동자들의 인권을 말살하는데 동조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 책을 읽게되는 독자들,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일하는 대다수의 공장들의 노동현실을 알게한 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것을 작가도 모르지 않는다. 마치 에밀리에 아버지의 비난도 아닌 솔직한 물음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에밀리에와 라스역시 변함없이 아이폰과 맥북으로 통화를 하고 작업을 한다. 적어도 우리는 아이폰이, 맥북이 어떻게 제조되는 지는 알고 있어!라고 말하면 달라질까? 이들은 더이상의 새로운 맥북과 아이폰 발매 소식에 흥분하며 앞다투워 구매하려는 이들과 전쟁을 치르지 않게 될 것인가? 아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책에 열거된 브랜드가 이토록 나쁜 악덕기업이며, 소년소년들이 희생당하고 있으니 아에 새제품을 사지맙시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에멜리에의 아버지가 에밀리에게 거듭 물어보는 까닭은 새제품을 안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과 같다. 이런 사실을 알고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소비자없이는 살 수 없는 기업들이 미약하게나마 태도를 달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옷공장을 시작으로 초콜렛을 생산하기 위한 원료로 코코아가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부당함, 애플사의 하청업체는 팍스콘의 부당함 그리고 햇빛도 볼 수 없거니와 제몸하나 제대로 둘 수 없을 정도의 좁은 양계장에서 사육되는 양계장의 닭 등 사회 전반에서 행해지는 노동력 착취실태를 에밀레가 속한 세상의 수호자들을 통해 보여준다. 캠패인은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한다. 성공의 의미는 많은 사람들의 그들의 캠페인 소식을 접함으로써 세상저편에서 행해지는 또다른 노예들의 실상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된다. 이것이 작가가 이런 내용의 소설을 거듭 쓰게되는 목적이 되기도 한다.


과연 세상의 수호자들의 캠페인은 끝까지 성공할까? 그들의 바람처럼 대기업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하청업체의 노동관리를 철저하게 관리하여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와있다. 행동은 독자의 몫, 적어도 몰라서 행동할 수 없었다는 변명과 핑계는 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나도, 이 리뷰를 읽게되는 당신도. 행동하는데에 나이는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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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하는 현대미술 컬렉팅
베아트릭스 호지킨 지음, 이현정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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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을 소장하고 싶다는 바람이 든 것은 올 초였다. 그동안은 그저 보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보니 자연스레 대략 당장 구매가 가능한 물품부터 기다림과 비용이 만만찮은 소위 '컬렉션'까지 확장된 것이다. 하지만 관심이 크고 열심히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지식을 쌓는다고 나처럼 보통의 사람들이 아트옥션을 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정려원씨가 진행을 맡았던 아트스타 코리아를 보면서 출연진들의 에디션 작품이라도 소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어떻게 구매해야할지 구매가를 확인하고 머뭇거리면 망신만 당하는건 아닐까 주저했던 것도 사실인지라 이 책, 쉽게 하는 현대미술 컬렉팅이 꼭 싶었었다. 역자의 말처럼 런던을 중심으로 한 유럽이 배경이 된 점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초보자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될 사항들과 미술관람과 전시관람 등의 상식등을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 여러모로 도움이 될거란 말에 일단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한번은 꼭 읽고 두세번 더 읽어도 좋을만큼 간결하면서도 핵심이 딱 들어있는 책인 것은 맞다.

 

아트 페어를 지나치게 이상화하지 말자. 아트 페어가 쇼핑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쇼핑몰과 전혀 다른 것도 아니다.

 

미술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조심해야 될 부분은 일단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차라리 미술품이 아닌 토지나 주택 등 고정적인 수익이 나는 품목으로 갈아타는게 좋다고 말한다. 말그대로 내 취향에 감상을 목적으로 구매한 까닭에 언제 현금적 가치가 떨어질지는 예측할 수는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술계는 항상 유행을 타기 마련이다. 평범한 컬렉터일수록 유명한 컬렉터에게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구매는 위험한 도박이다.

다른 상품도 마찬가지 인것처럼 많이 알 수록, 볼 수록 좋은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한가지 더 좋은 점은 에디션이나 프린트물 등을 구입함으로써 좀 더 저렴하게(작가들은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겠지만), 그리고 현명하게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작품을 구매한다기 보다는 관람하기 위해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방문하게 되는데 이때에는 구입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말그대로 전시가 목적이다. 구입을 목적으로 한다면 아트페어 등에 방문하는 것이 좋은데 이때도 가장 좋은 작품이나 인기있는 작품은 이미 사전 리셉션 등에서 구매가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안목을 높이기 위한 방문으로 여기는 것이 좋다. 이런 전시장이 아닌 작가에게 직접 구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작가 대부분이 상품화시키는 것에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전시장이나 아트페어에 방문했을 때 머뭇거리지 말고 관심이 가는 작품에 대해 구매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관련 웹사이트에 메일링을 신청해두고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적시에 구매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가 모자를 구입할 때 여러브랜드와 평소에 좋아하는 브랜드에 제품을 먼자 찾아보는 것처럼 미술작품 역시 마음에 드는 작가들의 작품을 리스트화해서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에서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부분도 있어 컨템퍼러리 아트가 무엇인지, 익숙하지 않은 미술용어들에 대한 상식을 얻고자 할 때도 이 책은 도움이 된다. 가령 내가 구매하고 싶었던 작품은 기존의 작가가 아닌 근래 뱅크시처럼 반체제적이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어반아트의 작품 혹은 아트 스타 코리아에 등장한 이머징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었는데 책 후반부에 실린 컬렉터들의 사진들을 보니 정말 부러움 그자체였다.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 있게 작가들에 대한 평가를 할 수만 있다면, 이머징 아트는 주목받기 시작한 예술 작가의 초기 작품을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어반아트처럼 기성화가가 아닌 이제 막 졸업한 졸업생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현명하게 작품을 구매하는 방법에서도 저자가 추천했던 방식인데 비용적인 부분도 덜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한 작가의 작품을 위주로 컬렉팅을 하면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팀 이스탑씨의 경우는 초기 구매비용의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일곱가정과 작품을 서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맘에 드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자신의 집에 소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치가 높아질 것을 기대하며 작가의 유명세만을 염두하고 작품을 구입하면, 최악의 경우 컬렉터는 자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고, 훌륭한 작품도 아니며, 금전적인 가치도 없는 작품과 함께 홀로 남겨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 꼭 미술품이 아니더라도 책에 적혀진 Do & Don't 방법을 활용해야 현명한 소비활동이 가능해진다라는 것이었다. 판매자가 작가라고 해서만이 아니라 진상고객이 되지 않기 위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상품에 대한 가격등의 사전정보를 미리 확인 한뒤 방문, 거래자체에 대한 부담감이나 꼭 사야만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허세불지 말고 무리한 할인요청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구매하려는 것이 무엇이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다아는 몇 억대의 작품을 원한다면 미술품이 아닌 그 어떤거라도 그 정도의 값어치를 한다면 당신은 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집에 혹은 내방에 걸어두고 맘껏 감상하고 싶은 작품을 원한다면 책에 소개된 몇몇 사이트와 전시회부터 메일링 해두는 것부터 시작하자!

책에 실린 컬러사진 및 컬렉터들의 인테리어까지 내용과 구성 모두 소장용 도서로도 좋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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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 -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
브랜든 심스 지음, 곽영완 옮김 / 애플미디어(곽영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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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럽1,2를 만나기 이전에도 시험이나 별도의 문서를 제출하는 암기를 요하지 않을 때라면 역사책은 재밌다고 생각했다. 곧 잊어버리긴 했어도 추후에 유사한 내용을 접하면 하나하나 겹겹이 쌓이는 패스츄리처럼 더 많은 것을 알게된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큰 그림이라던가, 애초에 얘들은 도대체 왜이렇게 전쟁을 좋아하지? 1,2차 세계대전은 강대국의 힘자랑이라 느꼈고 러시아와 독일 그리고 스웨덴이 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굵직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소설처럼 느껴지는 인물들과의 관계도와 헤프닝에 더 관심이 갔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읽는 시간만 열몇시간이었던 유럽1,2를 통해 이들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이유와 시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신성로마제국, 유럽의 중심이자 지금의 독일지역은 근세가 시작되는 1453년, 백년전쟁 이후 유럽주변국가들이 각각의 이유로 눈길을 뗄 수 없는 곳이었다. 신기한건 유럽하면 지금도 미국과 급부상한 중국을 제외한 강대국이며 스스로가 중심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는데 콘스탄티노플을 빼앗긴 시점부터 오히려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변방이라고 믿고 스스로를 좀더 부강해져야 한다고 믿어왔다는 것이다. 이는 종교가 왜 유럽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한번에 이해시켜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가톨릭 성지를 중심으로 유럽은 주변국이다. 때문에 신대륙 발견조차 실은 오스만 제국의 눈을 피해 전쟁을 치르려는 유럽인들의 계략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 중심에 앞서 말한 독일, 신성로마제국이 있어 프랑스, 잉글랜드, 오스트리아 등의 나라가 연합과 동맹, 적국의 대상이 수시로 바껴가며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패권투쟁, 이 책의 중심이기도 한 내용보다 더 관심이 갔던 것은 언론의 역할이었다. 잉글랜드와 독일에서 언론이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국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가능했던 것이다. 언제든 이웃나라에서 독일을 흡수하거나 자기가 속한 나라에 침략할 수 있었기 상황이라 자국에서의 국내정세 및 국외정치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정보를 나누고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 이웃나라들과 원만한 교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좀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니었다. 러시아의 끊임없는 유럽에 대한 욕심은 전쟁이 불가피했고 평화적인 조약이나 대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독일을 중심으로 주변국들의 연맹만 생겨났다 소멸되면 좋겠지만 폴란드와 러시아, 위로부터는 핀란드와 스웨덴 그리고 30년 전쟁이후 세력이 약해지긴 해도 여전히 오스만 제국의 위협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이들의 연맹역사는 그야말로 다채롭기까지 하다. 오스만 세력을 저지시키기 위한 신대륙의 발견이 스페인에게 막강한 부를 축적시켜주는 것을 보게된 프랑스와 잉글랜드조차 인도,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패권투쟁의 양상은 더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1권에서는 대략 위의 내용이 반복된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 각국의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들과 그 배경이 놀랍도록 흡사하다는 것이다. 잉글랜드나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대외정책의 성공여부에 따라 군주의 힘이 결정되는 것을 볼 수 있고 복지국가의 전형이라 볼 수 있는 스웨덴의 경우는 이미 17세기부터 귀족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이고 공정하게 분배하려는 정책이 시행했으며 스스로가 유럽국가라고 자부했던 러시아인들은 지식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신 강력한 군사력을 키워 19세기에는 오로지 미국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독일역시 통일이전까지는 민족의 자유를 위함과 주변국에 시선아래 놓여있다가 프랑스 나폴레옹의 패배로 이뤄진 통일로 인해 교육, 군사 및 경제등에서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독일이 이렇게까지 부강해 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스마르크가 존재하며 그의 전력을 바탕으로 히틀러와 같은 인물이 탄생하였으며, 실제 1차세계대전에서 러시아가 독일을 적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당시의 학자들의 예견처럼 독일이 유럽을 단일국가로 통합할 수도 있었다. 거기다 1차 세계대전때 승리했던 일본역시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손잡음으로써 이전에 잉글랜드와 프랑스과 동맹했던 상황을 다시금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때는 미국과 연합국의 동맹으로 유럽 뿐 아니라 세계를 위험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것이다. 두꺼운 책이지만 단순하게 보자면 내용은 그야말로 패권투쟁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전이 통합의 시대였다면 그 이후는 분리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부강해졌던 독일이 나뉘어지고 한국 등의 나라가 유럽과 미국에 의해 나뉘어지게 되면서 미국과 러시아 2개국의 대립형상이 마련된다. 예전에 오스만 제국 그리고 러시아의 등장처럼 현재는 중국의 등장으로 또 한번 세계는 지형적 변화를 맞이할지 모르는 위험 혹은 기회의 상태가 되어 있기에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는 정도로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문에 저자가 밝힌 것처럼 독일의 통일과 분리의 역사를 통해 한국또한 참고해야 될 부분이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 역사책을 보면 마치 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이나 욕심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느껴졌는데 유럽1,2를 읽으면서는 각국의 입장이 정당했다기보다는 수긍이 간다고 할 수 있다. 한쪽의 힘이 너무 커지면 자연스레 위협을 느끼게 되고 그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고 반대의 경우도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내국의 정세가 안정화되지 못하고 시민들의 불만을 안고 있는 국가는 내분에 의해서 자멸할 수도 있고 외세침략에 방어력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정답은 아니지만 그 무엇보다 허를 찌르는 조언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었다.


'역사는 검증된 요리법을 적어놓은 요리책이 아니다. 역사는 격언이 아닌 비유를 통해 교훈을 준다. 역사는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어떤 상황이 비슷한 지를 파악하는 것은 각 세대의 몫이다. - 헨리 키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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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공간 - 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어지는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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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공간. by 에릭 메이젤

 

 

 

 

 

 

 

 

 

 

 

 

 

 


일상에 지칠 때 멋진 글귀가 가득한 에세이나 머리가 아플만큼 찡한 소설을 만나게 되면 나도 작가가 되어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혹은 아주 늦은 밤이거나 지나치게 이른 새벽, 무심코 적은 문장이 너무나 흡족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판 싶을 때 역시 글 한 번 써볼까? 하며 가장 교만한 존재가 되곤한다. 하지만 정작 글을 쓰자 맘을 먹으니 당장 해뜨고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업무와 살림까지 도무지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심지어 옆에 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이 있다거나 혼자 살지만 눈뜨면 부엌부터 화장실 입구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원룸은 상상해오던 '작가의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쉽게 포기한다. 작가를 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고 여유도 없다고. 에릭 메이젤의 작가의 공간은 위에 언급한 1차원적인 고민에서부터 진짜 글을 쓰게 되었을 때 주제선정이나 주변인들과의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면의 싸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총8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크게 3가지로 다시 분류해보면 물리, 정신 그리고 작품의 주제선정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물리적 공간의 경우 흔히 떠올리는 소설가의 방은 영화에서 보았던 창이 상당히 크고, 사면이 모두 책으로 둘러쌓였으며 책상은 최소 수십권의 책을 동시에 올려두어도 될 넉넉한 사이즈로 보인다. 습도와 온도가 적당하고 커피향과 종이 특유의 냄새 거기다 기호에 따라 추가되거나 가감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그런 방에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사례를 들어주는 데 지나치게 환하고 이상적인 풍경이 내다보이는 방에서 글에 집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시선을 창밖으로 던져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력이 느껴진다니 이해가 된다. 너른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서 차를 마실 때면 이런곳에서 글을 쓰고 싶다하지만 정작 노트북 혹은 노트와 펜을 꺼내도 무의미한 낙서일 뿐이다.


'의자, 테이블, 닫힌 문, 컴퓨터 혹은 노트, 약간의 경외심, 창문을 가릴 커튼, 가볍게 흥분한 두뇌'
바로 이것이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리적 공간이자 우리의 교회이며 예배이다.
-p.21

 

아주 심플한 공간이다. 다시말해 굳이 먼 곳으로 떠날 필요없이 당장 집에서도 적당히 글쓸 공간만 보장되면 물리적 공간은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가족이 있다면? 실시간으로 메세지가 울리는 스마트폰이 보인다면 문제가 된다. 책에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스스로가 존중하고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게 시간을 정해 글쓰기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작가는 세심하게 카페나 외부에서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카페에서 글을 썼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데 이때 또 주의사항이 있다. 카페에 있다보면 역시나 날씨가 좋으면 외부 유혹에 흔들리기 쉽기에 작가는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 세상에 글을 쓰기 위해서 꼭 가야만 하는 공간이란 없다.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아도 된다. 내가 존재하는 바로 이곳이 바로 나의 생각과 감정이 살아 있는 곳이다.
당신이 그것을 꺼낼 마음만 있다면. -p.55


다소 허무한 결론이라고 느껴질테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쓰고자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든 쓸 수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되기도 한다. 결국 주변탓이 아닌 내감정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럼 감정의 문제는 또 어떻게 하면 해결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일상의 나를 버리라고 말한다. 처리해야 할 문제라던가 날씨 등등 떠오르는 잡념과는 작별하고 창조적 마음챙김을 연습해야 한다고. 창조적 마음챙김(Creative mindfulness)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상태(p.119)로 단어는 조금 다르지만 예전에 읽었던 줄리아카메론의 아티스트웨이를 떠올리게 했다. 그 책의 경우 반드시 아티스트 뿐 아니라도 내면을 들여다보고 솔직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창조적인 자아가 눈을 뜰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도 유사한 개념이었다. 좀전에 작가적인 자아로 리셋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방법의 좋은 이유는 글쓰기 위해서도 있지만 과거나 주변시선에 얽매여 있던 수동적인 자세해서 좀 더 적극적이고 진정으로 자신이 바라는 바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 자신을 알라라는 개념에서 나는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책도 찾아보고 여행도 다니는 등 기존의 어떤 모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허무주의적인 포스트모더니즘과는 다르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어떤 가치가 없다는 부정적인 결론이 아니라 나라는 의미를 만드는 것, 작가는 컵의 인쇄된 문구였다고 말하지만 되새겨볼 수록 맘에 와닿는다. 나라는 의미를 만드는 것.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좋고, 무엇이 가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당신만의 우주를 창조하라. 아무것도, 그 누구도 당신이 어떠한 가치를 선택하는지 막을 수 없고, 당신의 고결함과 영웅주의가 발현되지 못하게 막을 수 없다. p.255


잡념도 버리고, 과거의 나를 얽매고 있던 부정적인 시선도 정리되었으며 이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도록 세팅이 끝난다면 남은 것은 무엇을 쓸 것이며 어디까지 나를 보이거나 위험을 감수 할 수 있느냐의 구체적인 부분만 남게된다. 작가는 실존지능이라는 개념을 등장시키는데 우리가 다소 철학적으로 묻게되는 모든 질문에 대해 개념화 할 수 있는 지능이라고 한다. 말이 어렵지만 단순하게 이해한대로 적어보자면 내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된다면 무엇을 쓸 수 있을지도 쓰지 않을지도 깨닫게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더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변명은 사라지고 이제 진짜 뭐든 쓰고자 하는 것을 쓰기만 하면 된다. 작가의 공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고 책을 펼쳐보는 사람, 여전히 그래도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고 투정부리는 이들만 아니라면 모든 문제의 답과 해결방법이 들어있으니 글을 써야겠다는 확신만 선다면 일독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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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엘레지 -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이언 샌섬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부제가 저러하니 엄청나게 두껍고 빡빡한 줄간격을 기대했으나 생각만큼 두껍지 않아서 첫 느낌이 좋았다. 적당히 손에 잡히는 두께와 내가 좋아하는 하드커버! 문체역시 자신만의 생각을 쏟아내고 비평가들이 풀어줘야 하는 픽션작가라기 보다 쉽게 쓰는 시리즈를 쓴 작가인 만큼 술술 잘 읽힌다. 심지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데도 잘 읽힌다. 그래서 진짜 이해했나 정리해보면 그건 또 아니라서 이 쉬운문체가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목에 적은 것 처럼 이 책은 1-2 장에서 열심히 공부하다 3장부터 재밌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종이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책이다. 한마디로 진짜 재밌다.


1장은 이전에 서지학 공부할 때를 쉼없이 상기시켰다. 제지법이 중국과 일본을 비롯 아시아에서 서양으로 넘어가는 과정(책에서는 기계가 탄생하는 배경을 좀 더 자세하게 서술했다)을 토대로 서지학은 종이 그자체와 판본과 활자를 중심으로 공부했다면 이 책은 일단 '종이'가 주제이기 때문에 집요하게 종이가 대중화가 된 역사를 설명해준다. 그래서 처음으로 종이기계를 발명한 사람들의 이름도 접하게 되고 그 사람이 어찌 살았다가 망해가는지도 알게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공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2장의 제목은 숲이 종이를 구했다인데 이게 무슨말인가 하면 종이는 쉽게 찢어지고 망가져 종국에는 소멸할 것 같은 재료다. 양피지에 익숙했던 이들은 그때문에 종이에 대한 신뢰가 깊지 않았을 뿐 아니라 종이의 재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가격과 희소성의 문제로 종이의 역할이 쇠락할 즘 나무로 종이를 만들게 되었을 때의 경제성과 효용성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종이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그 덕분에 19세기 중반에는 눈앞에 닥친 듯했던 서구의 종이 위기를 가뿐히 넘어설 수 있었다. 원료 가격이 떨어졌고 생산량은 증가했고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했다. 종이의 시대가 진짜 제대로 시작된 것이다. 숲이 종이를 구했다.


종이가 본격적으로 생활밀착형 존재가 되는 과정이 3장부터 펼쳐진다. 여기서 잠깐, 매 챕터마다 책에서 유명인사들이 언급했던 종이와 관련된 구절 혹은 명언이 한페이지씩 등장하는데 처음 몇 번은 열거된 책과 인물을 메모하느라 바빴다. 물론 뒤에 별도의 주석과 해설이 있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찾아보기 위함이었는데 별도의 추천리스트가 없다면 시도해봄직 하다. 


3장의 지도이야기로 돌아가 살펴보면 종이탄생 이전에도 물론 지도를 여기저기에 그리기는 했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나무는 물론 순은판에 새기기도 했다는데 무게도 무게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그치만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별도의 장식품이랄 것도 없이 거실이나 방에 세계지도 현판을 걸어두는 기분, 정말 상상만 해도 좋다. 하지만 대량생산을 위해서라면 역시 지도는 종이에 그리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책에서는 단순히 종이에 지도를 그리게 된 과정뿐 아니라 종이지도가 측량과 토지관리 등 실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도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지금의 리서치 혹은 연구조사에서 쓰이는 방법들이 실제 19세기 런던 빈민 구제운동시에 적용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해준다. 3장을 지나면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종이와 '책'이다. 가장 흥미로운 이 부분은 과감하게 리뷰에서는 생략, 해당 파트 맨 첫페이지에 실린 아포리즘으로 대신한다.


우리는 이제 탐서벽에 빠진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겠습니다.

-토머스 프로그널 딥딘 목사, 비블리오마니아 혹은 탐서벽


종이와 책 편보다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로웠던 파트 5장은 종이와 돈이다. 돈은 물론 동전과 지폐로 나뉘지만 일단 돈이라고 했을 때 동전보다는 후자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두툼한 돈뭉치라던가, 내 마음대로 '0'을 늘려서 쓸 수 있는 백지수표 등 종이와 돈은 그야말로 책 이상으로 한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묘사한 뒤 본격적인 '지폐'의 역사가 등장한다.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중국이 처음으로 종이를 통화로 사용했다는 내용과 과연 이게 종이의 이야긴가 싶은 다양한 금융의 역사가 이어진다. 마지막 12장 종이와 영화, 그리고 그 밖의 것들에 이르기 까지 서문에 언급한 저자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종이로 만들어졌다면 그야말로 뭐든 다 등장하고 역사적 배경에 현재에 이르기까지 '종이 박물관'임에 틀림없다. 책을 편 순간 독자는 지하에서부터 지상까지 총 12층 건물로 이뤄진 종이박물관에 들어선 셈이며 그 어느 층도 소홀하거나 지루할 틈 없이 저자는 이야기를 이어가고 또 이어간다. 물론 사실에 의거하여.


종이는 폭군이자 압제자이지만, 또한 구세주이자 증인이기도 하다. 이게 종이의 가장 큰 역설일 것이다.


이런 류의 책은 한번에 다 읽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쉬운문체라고는 해도 다루는 내용이 방대한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추가적으로 메모하거나 살펴보고싶은 2차 자료가 등장하기 때문인데 이 책은 기존의 그런 통념을 깨트린 책이되었다. 그냥 다 읽게 된다. 메모하던것을 멈출지언정 책읽기를 멈추진 않게 한다. 이런저런 지식을 쌓게된 것(벌써 기억안나는 것이 대부분일지언정)은 기쁘지만 참 많은 것을 모르고 살아왔구나 싶은 한탄스러움과 종이책의 미래는 어떠할까요? 하는 어리숙한 질문은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생겨 기쁜 마음도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스마트폰이 새로운 습관을 만든 것은 분명하지만 종이는 늘 우리주변에 머물러 있음도 깨닫게 된 셈이다.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다른 무언가가 생겨나더라도 종이란 존재가 아에 사라지는 날이 오진 않을 것 같다.


따라서 40명이 1만 5000자루에 들어 있는 내용을 복원하는 데에는....대략 375년이 걸린다. 끝이 없는 작업이다.

우리 개인은 물론, 시민이건 이민자이건 난민이건 이주 노동자건 여행자건 관광객이건 그만한 시간이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종이로 조그만 기억의 전당을 세우는 데에 골몰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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