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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놀이가 먼 훗날 역사가 된단다 - 한국 민속학의 개척자, 월산 임동권 ㅣ 샘터 솔방울 인물 14
남찬숙 지음, 최지은 그림 / 샘터사 / 2013년 11월
평점 :
샘터 솔방울 인물시리즈를 통해 알게 된 민속학자 월산 임동권.
부끄럽게도 책을 읽기전까지 민속학이 이렇게 한 개인에 의해 구체적으로 학문화 되고, 전공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다양한 민속신앙을 무형문화재로 까지 지정한 것도 모두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앞장서 진행시킨 좋은 행정업무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월산 임동권의 업적에 놀라울 따름이고, 그가 지정하려던 문화가 서민, 무속신앙이라 하여 반대했다는 일화를 접할 때 마다 한숨이 터져나왔다.
월산 임동권. 소설가가 되길 바랐으나 스승이신 방종현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된 민속학자의 길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우리에겐 정말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 되었다. 민속학 뿐만아니라 사진학, 국악등도 그의 노력으로 인해 창설되고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어떤 SF의 신기술이나 판타지 동화보다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중앙대학교와 고려대가 흡수한 국학대, 서라벌예대등의 이야기라던가, 민속학 연구회등의 발자취등도 함께 알게되어서 여러모로 유익했다. 샘터 솔방울 인물시리즈 편집의 장점중에 하나인 아이들의 기준에 어렵거나 별도로 찾아봐야 할 인물, 단체, 역사적 사건등을 본문 아래 주를 달아 바로바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은 매 다른 인물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큰 도움이 되었다.
읽으면서 가장 깊게 마음을 흔든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새마을 운동 등에 의해 사라질 뻔한 '우리 놀이'를 끝까지 붙들어주었다는 점이다. 당시 상황은 언론매체를 통해서만 접했을 뿐인데도 정부가 시행하는 제도에 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었는지 짐작되는데 홀로 그 작업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그에게 붙여준 '목석'같다라는 표현은 조금의 부족함도 없어보인다. 좋은 일, 의로운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익은 커녕 오히려 해를 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철시킬 수 있었던 그의 업적에 놀라다 못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무속신앙과 무속인 등 천대받았던 그들의 존재를 '문화재'라는 기틀을 만들어 바로잡아 주었음은 생각할 수록 고맙고 놀라울 뿐이다. 요즘 아이들 뿐 아니라 서른이 넘은 나조차도 민요, 창가, 민속놀이 등에 대해 무지하기 이를 데 없다. 그나마 할머니와 함께 살던 추억을 떠올리면 '민담'은 몇가지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 민속놀이를 지키려고만 한다면 힘들지만 '즐기고자'한다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다. 끊킬뻔 한 민속의 뿌리를 지키고 찾아주셨고, 후배들이 그 길을 가는데 보탬이 되라고 쌓아온 학술 노트, 재정문제를 해결 해준 학회 등을 남기고 가신 월산 임동권. 책을 읽을 때에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그 어떤 소설보다 더 감동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