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여행 - 당신에게 주는 선물
이한규 지음 / 황금부엉이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여행.
하루여행이라 명명하지 않았을 뿐 사는 동안 한번쯤 누구나 '하루여행'을 하게 된다. 자의든 타이든 상관없이.
다만 저자와 차이가 있다면 계획과 목적을 가졌었는가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루여행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자면 책의 내용이 그야말로 감성의 바다에 퐁당퐁당 뛰어놀다 못해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할 '감성충만'이라고 느껴질테지만 내용을 읽다보면 사전준비를 참 꼼꼼하게 잘하는 작가이구나 싶었다. 가령 벽화가 유명한 동네라면 어떤 배경에 의해 그려졌는지, 이후 마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딱딱한 논문이 아니라 딱 독자가 궁금 해 할 정도만큼 소개해주어서 아, 그렇구나로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이책은 감성사진에 혹해 내용에 중점을 두지 않고 사진만 보고 목적지에 방문한다면 좀 아쉬울 수도있다. 어떤 내용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떠날 때 좋았는지를 잘 봐둬야 여유시간에 맞고 목적에 맞는 '하루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행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해준 만큼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책을 아무리 좋아하는 나라도 반드시 '헌책방'에만 마음을 빼앗기는 건 아니다. 요즘처럼 머리가 아프고 무작정 걷고 싶은 충동이 발동할 때는 오히려 '철길'이 놓여있는 곳이 더 맘에 든다. 놀랍고 고마움을 느꼈던건 멀지 않은 '오류동'에 철길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몇 주전에도 근처에 볼일이 있어 다녀왔지만 그곳에 그런 '낭만'가득한 철길이 있을 줄이야. 저자말대로 마음을 정리하고 내려놓고 싶을 때 철길을 따라 걷는 것만큼 좋은 솔루션은 흔치 않다.
(사진 설명 : 사진 속 페이지는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오류 철길은 맨 하단 낱장으로 뜯어진 페이지)

그리고 또 반가운 곳은 '노른자를 동동 띄어주는 쌍화차를 파는 다방'을 소개 해준 페이지였다.

(사진설명 : 노른자가 띄어진 쌍화차! 언능 마시고 싶어요!)
대학시절 부터 유별나 학교 근처에 다방을 안가본 곳이 없었다. 그냥 그때는 그 조명들과 퀘퀘한 냄새(다방어르신들 죄송합니다.__), 무언가 금지된 장면을 목격할 것 같은 두려움을 내포한 설레임과 기대감이 즐거웠다. 쌍화차는 덤. 서울에 유명 찻집을 몇몇 가보았지만 '노른자'를 언급하는 나를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는 곳이 많아 이후에는 발길을 끊었다. 그랬던 내게 무려 2곳이나 쌍화차를 파는 다방을 알려주다니, 그것도 하루면 다녀올 수 있는 지역으로! 작가님 고맙습니다.
*여행지 마다 감각 업그레이드 코너를 절대 놓치지마세요.

앨범, 책, 영화, 드라마 등 여행하면서 함께 하면 좋은 컨텐츠를 소개, 가장 먼저 읽고 싶은 책은 폴 키넌의 다시, 삶에 매혹되다.
이 책은 참 고마우면서도 아쉬운 점도 있긴하다.
지나치게 '특정업소'를 소개해준 다는 점. 물론 저자가 정말 맘에 들고 공유하고 싶어서 그리고 진짜 여기저기 보는 게 아니라 그 장소 한곳에서 여행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마치 광고에 가까운 찬사는 익숙치 않았다. 더불어 여행중에 간단한 메모를 남길 수 있는 노트부분은 분량이 너무 적어서 과연 여기에 뭘 제대로 쓸 수 나 있을까 싶었고 텍스트가 아닌 그림으로 남겨두고자 한다면 제본형태가 맘에 들지 않았다.
읽는 도중에 낱장으로 툭 하고 뜯어지는 경험은 자주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책을 읽는 도중에 가운데 틈이 생기더니 결국 페이지 한장이 아에 뜯어져 버렸다. 좋아하는 사진인데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