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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먼 길
캐런 매퀘스천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내게 있어 집을 다른 말로 정의내리자면 바로 '안정'이다. 안정이란 평화롭기만 한 것도 아니고 행복에만 겨워하는 것도 아니다. 행불행이 적절히 조율되어 있는 것도 아닌 '그럭저럭 살아가기에 알맞은'정도다. 집으로 가는 먼 길에 등장하는 4명 중 3명은 '집'을 한시적으로 혹은 꽤 오랜시간 상실한 사람들이다. 다른 한 사람, 심령술사 재지가 바로 그들의 '집'되찾기를 돕는 역할을 한다.
처음 책의 소개글을 보았을 때 그냥저냥 재미있겠지만 지금 내게 엄청난 감동 혹은 생각의 전환을 주지 않을까란 흥미는 들지 않아 리스트에서 빠졌던 책이다. 재지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책을 읽겠다는 마음이 드는건 역시나 그래도 결국 치유에 성공하고 안정을 찾게되는 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기 때문인듯 싶다.
"재지, 먼저 우리에게 말을 했어야지. 일단 사람을 더 태울 자리가 없어요. 가서 안되겠다고 말해요."
여행을 떠나기 전 리타와 마니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라번, 혹은 그녀를 포함한 새로운 것, 변화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어느 측면에서는 그 변화를 두려워 하고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좀 아이러니 한게 책에서는 순리를 따르라고 말하고 간절하게 바라는 그것을 하라고 이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재지의 역할은 그 순리, 앞서 말했던 거부감이 일던 그 마음을 바꾸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내키는 대로가 '순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순리라는 것을 이미 '함께 가기로 한 상태'가 되는것이지 라번과 함께 떠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쫓는게 아닌거다.
"그걸 누가 알겠어요? 그런 일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잖아요?"
여행을 떠나기전 라번의 합류를 극구 반대했던 리타가 슬슬 마음이 열리는 부분이라고 보여진다. '말도 안돼.'라는 말을 듣거나 하게 될 때 그것의 상대가 내게 동조를 구하거나 맞장구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는 마음이 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을 두는 경우가 바로 유연한 사고, 순리에 순응하는 자세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다음의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될까.
둘이서만 남은 여행을 하던 중 음식값을 대신 내준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한번 더 친절을 베푸려는 마니와는 달리 내키지 않은 라번이 말한다.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심령술사 재지만 어떤 목소리를 듣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보통의 우리들도 '감' 특히 여자라면 더 그런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것이 순리에 맞는 것인지 의뭉스러울 때가 있다. 감이 좋지 않을 때, 우리는 그 감이 진짜 '감정'에 의한 것인지 어떤 경험적 사고에 의한 것인지 혼동 될 때가 있는 데 후자쪽도 반드시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게 된다. 그럴 때는 그저 그 결과까지도 받아들이고 그것이 내 삶의 이로운 '불행'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한껏 걱정했던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리거나 머뭇거리며 진척거렸던 관계들에 대해 용기를 내었을 때 이따금 뜻박의 '행운'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 행운은 혼자 오지 않는다. 트로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마니는 기뻤지만 자신에게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가정부로서 고용주를 '모시고'살았던 노동의 날이 되고 만것이 그러했다. 어쨌든 결론만 말하자면,
"마니 당신은 구세주예요."
라는 소리를 듣거나,
"왜 바보 같다고 생각을 해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그리고 마니는 아직 살아있잖아요. 내가 볼 때 최후의 승리를 얻은 사람은 마니예요."
가 되는 것이다.
살아있기에 누군가를 만나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계기도 생기도 다시금 또다른 상처와 사건에 노출되지만 그 또한 다른 행복을 가져오는 순환을 맞이할 수 있게 되는게 삶인 것이다.
서명에서 알 수 있듯이 집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안정'인지 어쩌면 또다른 '길' 한복판에 서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결말 부분에 보여지는 것은 그들 삶의 역시나 한 조각,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감정에 의존하는게 아니라 순리에 따를 때 우리에게 '길'이 열린다는 것은 알게 해준다. 드라마틱한 전재인듯 싶으면서도 읽다보면 그럭저럭 수긍가는 부분이 많아 막 몰입되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치유가 '심각하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읽는 것은 좀 별로. 당장 자동차 여행을 갈 수 있는 여건도, 영혼의 소리를 듣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재지도 우리에게는 없으니까. 그저 삶의 순환, 순리 열린 사고와 그럴 수도 있다는 희망을 찾는 정도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