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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입문 - 말 많은 세상에서 말하지 않는 즐거움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침묵입문
욕망은 가볍게, '자기'를 줄이고 지금에 집중하기.
코이케 류노스케스님의 책이 좋다는 말과 리뷰만 읽었을 뿐 제대로 한권의 책을 이전까지 읽은 적이 없었다. 종교에 대한 거리낌이 아니라 욕망에 허덕이며 사는 속세의 내가 과연 그와 제대로 반(反)하는 책을 읽고 오히려 더 심기가 불편해질 것이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침묵입문'만큼은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직장생활과 기타 사회생활은 그렇다하더라도 블로그등의 온라인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쌓여지는 글쓰기-손을 통한 끊임없는 말들-로 인해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라 도움을 받고 싶어졌다.
서문에서 저자는 '인생을 맛있는 과자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라는 재료를 아주 조금만 넣어도 충분하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본문에도 다시 설명되긴 하지만 대부분의 에세이에서는 오히려 타인의 마음과 행동까지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여 상대를 이해하고 또 반대로 자신을 이해하라는 말과는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나를 버리면 삶이 과연 제대로된 나의 삶이긴 한건지 일해가 잘 되지 않았다. 특히 제1장의 나오는 다음의 말들은 여러번 나로 하여금 반박케 했다. 예쁜 카페에서 불평을 늘어놓는 상황을 제시하고 카페에 앉아 트집을 잡는 행위는 곧, 간접적인 자기과시라고 말했다. 요즘말로 '허세'부린다고 표현해도 맞을 것 같다. 이후 마치 전문가라도 된 양 이것저것 불평하면서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두고 스스로 자기비난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 강하게 비난했는데 실제 경험해 본 바라 처음에는 나도 이래저래 변명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나의 변명을 짧게 말해보자면, 사람들의 이야기와 나의 기준치와 내가 들인 금전적인 가치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그정도의 말도 하지 못하면 무조건 다 좋다고만 해야한다면, 결국 몇이나 제대로 카페를 운영을 하며 나의 평가를 믿고 방문하는 이들은 나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비난하면서 그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는 꼴이 좋아보이지 않으며 반대로 동행자가 그리 말한다면 기분좋을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에 결국 또 그렇구나 하며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말자르기 다이어트의 경우 저자는 더이상 상대에게나 본인에게 이로울 게 없는 이야기라면 적당히 배려하며 상대가 더이상 이야기할 기분이 나지 않게 맞장구를 자제한다던가 짤막하게 대꾸해야 한다고 쓰여있다. 이점은 다른 어떤 경우보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말이 불필요한 말일 수도 있고 그로인해 상대도 나도 '업'을 쌓고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실컷 이야기라도 하면 해결이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점이나 사주를 100%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힘들때면 그런 곳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끊임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 그곳이 전문 카운셀링이라는 '전문'이라는 부담을 제거 한 곳이기에 그렇다는 경우를 나이들 수록 자주만나기에 제대로 공감할 수는 없었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역시 들어주는 사람 아니었던가.
잠시 어긋나는 마음이 들었다가 '사과 아끼기'부문에서는 다시 크게 공감하였다. 성격상 지각이나 기일내에 무언가를 하지 못했을 경우 미리 사전에 양해를 구하기 보다 어떻게서든 데드라인을 맞춰야지 라는 생각으로-가령 기간내에 완료하고 미리 메일이나 그에 대한 언급한 것이 후회될 수도 있기에- 사과를 아끼는게 아니라 늦추게 되면 상대방도 기분이 상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시간내에 처리하면 문제될게 없으면서도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생기니말이다. 그런가 하면 2012년 블로그에 새글의 제목이기도 했다 '생각 안하기'와 제대로 부합하는 내용도 있었다.
'사람은 무언가 하고 있을 때, 별 관계없는 다른 일을 계속 생각해서 '지금의 현실'에 차분히 집중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p108-109
연말에 이런저런 고민으로 힘겨워 할 때 엄마가 해준 말이 지나치게 많은 생각이 오히려 행동을 더디게 하고 심지어 아에 그 행동을 중단시켜 그 어떤 결과도 일어나지 않게 만든다고 하셨는데 저자 역시 그부분을 콕 집어주었다. 한달도 지나지 않은 요즘 다시 이런저런 생각에 힘겨워 하는 내게 마치 알람처럼 깨우친 구절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의 두께는 가볍고 그로인해 많은 말을 담으신 것도 아닌데 그 많지 않은 책속에서 나는 여러번 반박도 해보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번개라도 맞은 듯 고통스럽기 까지했다. 저자, 스님께서는 어느것이든, 어찌되어도 좋아라는 해독제를 처방해주신다. 더불어 자신이 하고자하는, 부족하다고 믿는 행위들이 이뤄질 때 감정에 집중, 즉 제대로된 의식을 가져야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도 쓰셨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해둔 내용은 여기에 적은 내용에 거의 2배가까이나 많았다. 스님이 읽으셨다는 '안녕, 절망선생'이라는 만화책을 나 또한 애니메이션으로 보았으나 지나치게 부정적인 절망선생의 훈련이 못마땅해 1편만 겨우보고 중단했는데 스님께서는 나처럼 허약한 이를 위해 불교식으로 유한 훈련방법도 제시해 주셨다. 주변에서 트집잡기가 습관인 사람, 혹은 본인 스스로가 주변으로 부터 '세상에 불만있냐'라는 말을 종종 듣는 이들이라면 이 책 침묵입문을 강하게 권하고 싶다. 처음에는 나처럼 반박도 하겠지만 결국 스님께서 말하는 '침묵입문'이란게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심신을 가볍게 만들어 편안케 해주는지 깨닫게 될테니 말이다. 끝으로 스님의 저서라 기피하려는 이들에게 본문의 글 중 다음을 남겨두겠다.
'일반적으로 불교는 부처를 믿는 종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원래 불교는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들여다보며 생활이나 생각의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뜻한다. p.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