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키벤 9 : 토호쿠 편 3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9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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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도시락(나이츠 역) 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서 1권~8권을 스킵하고 9권을 덜렁 사버렸다. 정말 적은 분량으로 등장해서 당황스러웠긴 하지만 눈사람도시락이 단순히 귀여운 용기를 떠나 나름의 활용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런가 어서 빨리 우리나라 철도에도 이렇게나 맛있고 화려하고 다만 비싸지는 않았으면(아주 날로 먹겠고만!)하는 도시락이 생겼으면 좋겠다. 9권을 봐서 정확하게 '다이스케'가 어떤 이유로 에키벤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9권에서는 프랑스 여인과 동행하는 내용이 중심이 되는데 그녀의 도시락 감상평을 읽을 때 마다 자꾸 사오리가 생각난다. 그녀가 어설픈 한국어로 '맛있어요~!'라고 말할 때와 거의 흡사할 거라고 느껴지는 (글자만 보고 이런게 다 느껴지다니, 번역하시는 분 대단-_-b)게 읽으면서 혼자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재미나게 본 것 같다. 물론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는 바람은 이루말할 수 없이 증폭되었다. 한동안 비행기 앓이에 빠져 고생했는데 에키벤 덕분에 다소 저렴(?)한 여행에 눈을 돌리게 된 점은 에키벤에게 고마워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이부분은 미리 말해주지 않을 수가 없다. 책 넘기다가 진짜 완전 놀랐다. xx할멈에 대한 전설이 있는 지방에 들리게 되는 데 그 xx할멈상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후다닥 페이지를 넘겼으나 프랑스여인의 회상씬에 다시금 등장, 아오! 진짜 여름이라면 시원해졌다고 위로를 하겠지만 이 추운 겨울에 보게 되었으니 그렇잖아도 추운데 더 추워지는 것은 물론 자꾸 되살아나 뇌리에서 떠나질 않아 초큼 괴로웠다. 그래도 산해진미를 가득 담아놓은 도시락의 향연 덕분에 잊었다가 생각나고 다시 생각났다가 1솥 도시락이 생각나고 그런 과정을 반복했던 것 같다.

여행 중에 먹는 도시락은 왠만해서는 맛있다. 부모님이 싸주셨다면. 혹은 사랑하는 연인의 도시락이라면 그런데 돈주고 사먹는 도시락이 맛있을려면 그것은 진정 '맛있어야 만'가능하다. 아무래도 찰진 밥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반찬은 이미 식거나 딱딱하게 굳어있는 경우도 많아 에키벤에서 등장하는 극찬이 부러울 정도 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편의점 밥도 먹을 정도로  판매되기 때문에 좀 더 신경쓴 도시락이 활성화되길 바랄 뿐이다. 제발 만원 안팎의 가격에 빛 좋은 개살구 도시락만 안팔았음 좋겠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찬도 많아지길~!

아, 에키벤을 가급적 자세히 소개하다보니 여행지에 대한 설명이나 만화가 갖는 위트는 다소 부족하다는 것은 염두하고 읽는게 좋다. 미친듯이 웃겨주거나 감동을 주는 만화는 스토리위주의 만화 거 있지 않습니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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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3시의 무법지대 3
요코 네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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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3시의 무법지대 1,2권을 읽고 거의 1년 가까이 지난 것 같다. 당시에는 그닥 힘겨운 업무에 치일 때가 아니라 솔직히 별 생각없이 봤떤 것 같다. 그저 이렇게 야근을 하다니, 그리고 그 와중에 연애도 하다니, 이러면 안돼. 이런식으로 미친듯이 일하는 워킹맨들을 보여줘선 안된다고 혼자 주절거렸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바람피는 남자친구를 잊고 드디어 만나게 된 남자가 하필 유부남! 남자중에 키작고 돈없고 대머리인 남자를 전부 다  물리치는 강력한 핸디캡은 자식있는 남자도 아니고, 이혼한 남자도 아닌 아직 ing인 남자 바로 유부남이 아니었떤가. 아 씁쓸하고 모모코가 참 안타깝고 했는데 다행히 3권에서는 원만하게 해결되어 나름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괜찮은 만화라고 하고 싶다. 적어도 모모코가 연애로 인한 달콤함 때문에 회사에서 버텨주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의 결정으로 회사에 남게 되는 과정이 좋았다.

오전 3시의 무법지대를 두고 21세기의 직장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던 기사가 생각나는데 모모코가 열심히 일해서 자아실현을 하는 까닭이 아니라 시련이 닥칠 때마다 늘 울고 주저앉고 심지어 사표를 내던져도 결국 사람사이에서 위로받는 모습을 그렸기 떄문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21세기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지는 몰라도 그렇게 이뤄져야 된다는 점에서는 맞다. 이렇게 말하면 앞서 말한 스스로의 결정과는 정 반대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결정은 본인이 하되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내는 데 있어 '대인관계' 즉 사회에 기대거나 기대려는 심리에 대한 반영을 잘 살린 만화라고 말하고 싶은거다. 직장생활을 오랜기간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살펴봐도 엄청 대단한 동료가 있다거나 멘토 수준의 상사를 만나서가 아니라 그저 적정 수준의 손을 내밀어주는 혹은 오히려 손을 놔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반항심리가 묘하게 근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정작 가장 힘들었던 1,2권의 모모코의 회사생활에서는 묻지 않았던 질문을 하게된다. 나는 지금 얼마나 일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스트레스를 어느정도 받아주는 것, 그것이 오히려 오래도록 치열하게 회사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필요악이라고 생각된다. 악이 있어야 선이 달콤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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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할리의 마차
히로아키 사무라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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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주인을 본 사람들이 아마도 이 만화를 고르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은 미리 밝히자면 괜히 붙은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무한의 주인과 비교하자면 그림 자체가 잔인한 것은 아닌데(나 실수하는 건가?)내용을 염두하고 머릿속에 사건 정황을 살피기 시작하는 순간 괴롭다. 전시중에 여성의 성이 농락당하는 거야 과거부터 이어져 온 인류가 저지른 대죄중에 하나겠지만 브래드 할리의 마차의 경우는 단순히 성적인 희롱이 아니라 그녀들의 '꿈'과 '희망'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더 충격이 컸다.

 

고아원에서 자라는 여자아이들. 그들 중 매년 한 명씩만 선발되어 브래드 할리의 마차를 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 마차를 타게 되면 브래드할리가의 극단에 설 수 있는 기회, 즉 고아였던 신분에서 귀족의 신분으로 단 번에 상승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그토록 하고 싶었던 기예를 펼 수 있기에 고아원의 '그 소녀들'은 해마다 은근히 경쟁선 상에 놓인 동료들과 신경전을 펼친다. 하지만 그렇게 힘겹게 얻은 기회가 '죽음'보다 못한 상황을 만든다는 것을 그녀들은 몰랐다. 브래드 할리의 마차가 그 소녀들을 태우고 가는 도착지는 어디일까? 에 대한 해답을 공개할 순 없지만 서두에 적은 내용을 참고삼으면 대략 어떤 '용도'로 그녀들이 이용되는지 정도는 감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상황을 조금 바꿔 말하면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이용하는 나쁜 어른들의 모습을 시대적 상황에 맞춰 바꿔놓았다고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실제 몇몇의 소녀들은 극단에 서고 신분 상승도 맛보았으니까. '스타'가 되는 사람들도 매시간 매초마다 연예인을 꿈꾸며 타락 혹은 타락인지 전혀 의심조차 못하고 스러지는 연예인 지망생과 비교했을 때와 무엇이 다를까. 사람의 희망과 꿈을 귀족들 혹은 가진자들의 욕망을 위해 짓밟는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 만화, 브래드 할리의 마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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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 - 청년 전태일을 키워드로 한 소설가 15인의 짧은 소설
강윤화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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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전태일, 그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각기 다르다. 노동투쟁을 위한 제몸을 불사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고, 소수가 아닌 소수를 위해 희생한 사람일 수도 있다. 심지어 운동가적인 측면을 떠나 노동자 시절 동료들에게 따뜻했고 가족에게 세심했던 인간 전태일의 순수한 면모를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15편의 작품은 그런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국내 노동자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리는듯 싶었지만 결국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이틀 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은 15인의 소설 김남일씨의 작품이다. 천재토끼 김상문을 읽었던 게 불과 한달이 채 안되다보니 토끼를 넙죽 서명에 갖다놓고는 난해한 사상과 말투로 독자를 혼란시키는 그의 작품에 연거푸 당한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왜, 김남일씨의 작품이 이 작품집에 타이틀이 되었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김남일씨의 작품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럭 머리부터 아파올 것 같다. 난 당연히 머리가 아팠다.

 

강윤화의 '지금은 여행중'의 경우는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인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키워드를 덤덤하게 그렸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어찌보면 현실을 다른 인물들에 비해 유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두 여인의 일상적인 삶과 그 안에서 적당히 감동도 주는 내용이 편안해서 좋았다. 그런가 하면 김도언의 '그건 아니야 오빠'의 경우는 노동자였던 동생이 스스로 겪은 험난한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과 같은 이들을 부려먹는 위치에 놓인 오빠에게 지금의 행동을 반성하라는 편지형식의 내용은 넓은 강에 던져지는 힘없는 돌멩이의 작은 파문처럼 덧없이 느껴져 글 자체는 와닿았지만 그만큼 안타까운 맘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기실 그 두남매 뿐 아니라 뒤에 나오는 이시백의 '전태일이 밥 먹여주냐' 역시 자신도 힘들게 살아왔으면서 정작 그것이 못된 시어머니가 더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처럼 자신의 처지와 같은 직원들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지배자의 모습을 그렸다. 정도상의 '어떤 순간'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입이 썼다. 망루사건은 아직 오래된 과거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위의 언급된 작품들 외에도 한 편 한편이 전태일이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15편의 이야기가 서로 제각각인듯 싶지만 결국은 소외받은 대상에 대한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현실이 고단할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윤이형의 '은지들'에서 아마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가 아니라고 믿고 싶은 혹은 자신이 노동자 인지도 모르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인격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이 책을 덮고 부끄럽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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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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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 제로의 초점....

내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 아니면 없던 추리력이 갑자기 생겨나 너무 빨리 사건 발생 원인을 짐작하고 범인까지 맞춰버렸기 때문일까. 그렇다고는 해도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추리소설이 갖춰야할 가장 기본적인 흥미진진함, 즉 사건을 쫓고 쫓는 긴장감 만큼은 좋았다. 범인이 누굴것 같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죽었을 것이다를 알아가는 과정, 어쩌면 애초에 범인은 이 사람이다 라고 말해주었어도 분명 그 과정을 밝혀가는 내용이 궁금해서 읽었을테니까 말이다. 기실 추리소설을 읽을 때 범인을 아에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금 느끼는 점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혹은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해서를 비롯해 껄쩍지근한 사건에 개입되지 않기 위해 해야할 일, 조금의 나쁜짓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거다. 전혀 예기치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원수는 아니었지만 원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대를 만나게 된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시 상황에서 스스로 떳떳하지 않다면 가급적 멀리 상대가 나를 끌어들일 수 없는 위치로 알아서 사라져줘야한다. 조금의 억울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온지 한달도 안돼서 남편이 실종된다. 남편의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가족관계,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있다는 정도가 전부다. 작품에서 데이코의 경우는 자신이 남편 겐이치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부분을 자주 언급하는데 반드시 그런것도 아니다. 그녀처럼 아는이를 통한 중매가 아닌 10여년을 연애한 연인들도 속이려 하는 자에게 당할 재간은 없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지만 애초에 꼬리마저 잘라놓는 이에게는 어찌 당할 수 있으랴. 물론 겐이치의 경우는 속이려 했다기 보다 애초에 드러낼 까닭이 없었던 경우지만 내용을 다 읽고나니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일단 반전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비단 범인이 누군지를 지목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던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번역상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대놓고 범인을 의심케 하는 문장이 많을 뿐더러 왜 죽였는지의 이유를 알고나면 그동안 그토록 긴밀하게 쫓았던 모든 사건들과 정황 구조가 아까울 정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겐이치의 실종이 죽음과 관련있는 것인지 아님 실종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실종인지를 두고 고민도 하며 몰입할 만큼 문장 자체가 흡입력이 있음은 거듭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그리고 반전이 있는 추리물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싱거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가지 더 조금의 잘못도 없이 떳떳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절실하게 든다. 마치 죄짓고 살아온 사람같지만 적어도 상대가 내게 칼을 들이밀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자백하는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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