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 위즈덤 Pure Wisdom - 일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단순한 지혜 60
딘 커닝엄 지음, 정은아 옮김 / 북에이드 / 2011년 10월
절판






일상을 변화시키는가장 단순한 지혜60 퓨어위즈덤



26살. 졸업을 하고 사회경험도 쌓게 되고 난 이후 미친듯이 자기계발서를 탐독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지혜와 지식이 쌓이고 실천으로 옮기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뻔한 내용'의 반복에 언젠가서부터 이래라 저래라 하는 자기계발서에 실망하게 되었다. 물론 간혹 뜻하지 않은 깨달음을 주는 하나의 문장에 한권의 책이 마치 종교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아주 이따금 있긴 했다. 만약 퓨어위즈덤을 둘중 하나로 나누자면 후자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그것도 단 하나의 문장이 아니라 책의 절반이상을 메모해둘만큼 지난날의 체험과 교묘하게 어우러져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그에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대부분의 자기개발서와 심리학 및 치유서에서 말하는 '용서'에 대한 내용은 2장에서 나오는데 어찌보면 용서할 대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는 저자의말에 공감하게 된 까닭이 상대에게 불순한 혹은 악의가 있다고 가정하지 않고 그가 단순히 실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용서를 구할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변명은 그건 실수였어라는 말이었다. 실수였다. 어떤 목적이나 악의를 가진 것이 아닌 순수한 실수. 인간이 가지는 너무나 당연하게 벌어지는 수많은 실수 중 하나였다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그러할 것이다. 그리 생각하면 그야말로 용서할 대상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런가 하면 고통은 변화고자 하는 동기를 준다말은 관심이 생겼을 때 비로서 감사하게 된다는 말을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해 크게 아프고 나자 건강자체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에 대한 결과로 점점 더 몸이 건강해지자 비로소 멀쩡하게 살았던 과거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깊이 감사할 수 있었다. 또한 그때 겪은 고통으로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결심할 수 있었고 아직 갈길이 멀길하지만 5kg을 감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공감했던 부분은 감정의 숨겨진 역할이었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결심할 때 원동력이 되어주고 때로는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이 감정이라는 말은 금연에 대한 적절한 비유를 통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시절 힘들었던 결심들을 성공이라는 단어로 연결시켜 줄 수있었던 것도 순전히 '감정'의 역할이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책의 구성은 총 3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내가 크게 공감하면서 읽었던 부분은 1장과 2장이었다. 솔직히 3장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이미 다른 책을 통해 습득했거나 특별히 가슴에 와닿는 부분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했던 지혜들은 결코 이전에 자기개발서에서는 읽은 적이 없었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출판된 자기계발서를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지혜는 아마도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균형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와 욕망의 힘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라데를 통한 비유가 많았는데 영화 카모메식당의 여주인 역시 밤마다 가라데를 수련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장면이 떠올라 기회가 된다면 직접 가라데를 연마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때 나의 판단과 주장을 강요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상대의 요청에 의한 조언인지를 가늠해봐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나이들어 잔소리가 늘어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진심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주려는 부분도 있겠지만 어느정도 외곬수가 되어 자신과 다른 세대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그들의 잔소리를 무시하거나 불쾌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다. 나의 일상이 조금씩 변화될 수 있을거란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책, 퓨어위즈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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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동행 - 피오나의 아름다운 이야기
박금숙 지음 / 부광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피오나의 아름다운 이야기, 행복한 동행
행복한 동행을 읽기 전 나의 기대는 동명의 월간지에 수록된 기사처럼 우리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혹은 그렇지 않은 가슴아픈 이야기를 다루지만 용기와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가슴 따뜻한 연말 풍경이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서 한 꼭지씩 읽다보니 필자(피오나)의 눈에 비춰진 그들의 겉모습과 남편과의 있었던 작은 헤프닝과 그를 통한 깨달음이었다. 무엇보다 서문에서 밝힌 알파블로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이 조금 부정적으로 비춰보일 만큼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라는 점때문에 더디어지고 약간의 불쾌감마저 들었었다.  책의타이틀이 되어준 행복한 동행의 경우도 어떤특별한사연이 숨겨진게 아니라 그저 할머니를 위해 오토바이를 개조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나름의 생각을 덧붙인거라 조금 실망스러웠다. 특히 대리운전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남편의 기살리기가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문장에 불쾌감 마저 들었다. 마치 기죽은 남편들의 원인이 아내에게 있다는 지나친 확대해석까지 해버리고 만것이다. 조금은 억지스레 읽기를 계속할수록 이 사람의 글이 왜 불편한지를 알 수있었다. 그것은 필자가 대단한 성인군자나 어떤 성공에 의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내가 찾던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존경이나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바로 거울만 비추면 볼 수 있는 내 모습이라는 점이 은연중에 나보다 더 험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서 위로받으려 했던 못난 마음에 의한 것이었다. 불편함의 까닭을 알아내고 인정하고 나니 그때즘 부터는 읽기가 수월했다. 아니 맞장구를 치며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엄연히 따지자면 필자와 나의 성격이나 성품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초반에는 몰랐는데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좋은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이 운이 아닌 필자 역시 참 고운 성품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그에 걸맞는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었다.  나서서 선행을 하고 자랑하는게 아니라 머뭇거리는 모습을 솔직하게 밝힙면서 선행을 하는 모습이 더 맘에 와닿았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아주 단순한 행동부터 9천원어치 회를 사러오는 아이의 형편을 고려해 넉넉하게 챙겨주는 인심,  무엇보다 고아였던 동창생을 동정의 시선이 아니라 순수한 친구로서 격려하는 모습이 그러했다.  그런가 하면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빌려주는 것이 쉽지 않아진 이 세상의 대한 쓸쓸함은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만큼 신종 사기수법이 늘어난 사회탓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저 휴대폰 한번 빌려줬을 뿐인데 그로 인해 수백만원까지사기 당했다는 사건을 접하게 되니 쉽지 않았던 것이다.  짓밟힌 할머니의 순수한 마음의 경우는 얼마전 읽었던 루이저린저의 단편소설을 생각나게 했다. 양로원에서 받는 음식을 모아다가 거리의 굶주린 사람에게 나눠주지만 받는척하고 버리거나 아에 이상한 시선으로 할머니를 무시하자 결국 모른척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씁쓸한 이야기 였는데 그이야기와 거의흡사했다. 하지만 이역시 할머니가 건네준 야쿠르트를 먹고 구토를 하거나 병원에 실려갔다는 사건뉴스를 어렵지 않게 접하는 요즘 사람들을 탓할 수 만은 없는 것 같다.


이야기를 다 읽고 다니 중간에 포기 하지 않고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필자가 단순히 운이 좋아 유명블로거가 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버스비를 대신 내주는 할머니를 만나는일이나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경험등은 솔직히 놀라운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혼자만의 추억속에 담아두거나 잊혀질 만한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블로그에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들을 돈을 받고 쓰는 것도 아니었을텐데 꾸준히 다른 블로거들과 소통하려 한다는 점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웃이 곁에 있다면 아마 별볼일 없는 나의 일과도 훈훈한 이야기 한편으로탄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내 스스로가 그런 이웃이, 그런 블로거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하다보니 결국 작가 서문에  알파블로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저자의 말이 어느정도 맞아들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되었다. 앞으로도 어떤 이웃의 모습을 들려줄지 다음권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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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둘레길 여행 바이블 - 지친 일상을 쾌적하게 바꾸는 참살이 여행
이상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품절


단순히 걷기 예찬에 관한 책을 넘어 이제는 어디를 어떻게 어떤 장비를 갖추고 가야하는 지,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들이 많아졌다. 그 수많은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떻게 가야할지를 모르는 사람에게 가장 직접적인 조언을 해준다는 점이었다. 도서 [수도권 둘레길 여행 바이블]은 이전의 책들의 장점은 물론 한가지를 더 포함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초보 걷기 여행자를 위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장시간 혹은 험난한 코스가 무리였던 이들에게 가장 희소식일 것 같다. 왠만해서 가지 못할 길을 아에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봄 수술한 이후로 걷기에 관련된 책을 3권 정도 집중에서 읽었었다. 다 좋았고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앞서 말한것처럼 책에 소개된 길을 전부 갈 수가 없다는 점이 참 속상했었다. 단지 거리상의 이유로 멀거나 비용 발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난이도를 보아하니 이제 나이가 드신 부모님과 함께 걷는다거나 아이와 함께 걷기에는 무리라는 점이었다. 물론 소개된 모든 길을 갈 수가 없었다는 점을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아니다. 다만 이 책의 장점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이다.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길을 이전에도 다녀왔었고 책을 읽는 동안에 한번 더 방문하게 된 곳들도 있는데 서울대공원 둘레길, 수원화성 둘레길, 군포 수릿길이 그랬다. 혼자서 걸을 때는 무작정 걷게 되고 과연 이길의 끝은 어디인지, 무엇을 염두해두어야 하는지를 몰라 그렇게 재미난 길이 아니었다. 들고다니기에는 무거웠지만 일부러 맨 뒷페이지에 수록된 한 페이지의 지도뿐 아니라 이 책을 들고 책에 쓰여진 내용을 다시금 확인 해가며 걸었다. 멀기만 했던 길이 이제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되면서 비로소 걷기만 위한 눈이 아닌 '걷기를 즐길 수 있는 눈'을 뜰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이전에 소개된 길들이 많아 다소 무난한 길들 혹은 호평을 받았거나 여전히 인적이 드문 아쉬운 곳을 골라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지금의 이마음이 시나브로 사라지기 전에 몇 곳을 더 다녀와야지 하는 생각에 책을 완전히 덮어두고 방치할 틈이 없는 것 같다. 옆에 두고, 이른 아침부터 여유로운 주말에는 도심 한가운데서 헤메이지 말고 둘레길 여행을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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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3
데이비드 비커스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9월
구판절판


베토벤에 이어 이번에는 하이든을 '책'으로 만났다. 물론 이번에도 부록으로 2CD가 있어 읽기 전에 음악부터 듣는 기쁨을 놓치지 않았다.

하이든. 역자의 말처럼 다른 음악가들에 비해 이름은 엄청 알려졌는데 고전주의 음악가, 소나타, 교향곡은 물론 다양한 작곡능력과 그의 제자였던 베토벤이나 벗이었던 모차르트와는 달리 음악가 치고는 다소 평범한 삶을 살아간 인물 정도로만 알고있었다. 궁정악사였던 모차르트처럼 하이든도 음악활동의 대부분은 아니지만 적어도 청장년 시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28년이란 오랜 시간을 공작의 악사이자 작곡가로 활동했었다는 사실은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여기에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그의 아내역시 소문난 악처라는 것과 악처의 눈을 애인을 두었었다는 여자의 입장에서는 유감스러운 사실까지도. 무엇보다 하이든마저도 라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은 그 역시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했던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점과 천재라는 점이 여러가지 이유로 입을 쓰게 만들었다.



그의 음악인생을 크게 둘로 나누자면 런던에 방문하기 이전, 공작의 악사였을 때와 이후 장려한 니콜라스의 죽음 이후 완벽하게 자유의 몸이 된 것은 아니지만 런던으로 건너와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며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다작을 실현했던 때로 볼 수 있다. 런던으로 넘어와 순수하게 자유창작이전에도 이미 그는 많은 이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었는데 앞서 언급했던 모차르트는 그를 최고의 음악가로 인정했으며 가제티어 앤 뉴 데일리 애드버타이저에는 그를 영국으로 데려와야 하는 것이 책임있는 영국 영웅들의 몫이라고 까지 칭송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이유에서 지금에 와서는 베토벤과 모차르트와는 다르게 그를 극찬하거나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인지는 의아하게 생각된다.



지난 번 베토벤 책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단순히 그의 삶과 음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고 좀 더 분석적인 비평이 덧붙여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무엇보다 더더욱 아쉬운 것은 하이든의 재치있는 작곡력을 느낄 수 있는 교향곡 102번이 CD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쉬움이라기 보다는 투정부리는 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책에서 조금이라도 강조를 하거나 독특한 사연이 깃들여져 있는 작품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나 뿐 아니라 책에 몰입한 독자들의 같은 바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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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자, 혼자 떠나는 유럽
유경숙 글 사진 / 끌리는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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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기획자 유경숙의 여행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여행정보도 많고 무엇보다 여행경험이 많은 그녀의 살가운 충고도 많은 책이라 단순히 에세이라고 말하자니 아쉽다. 이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대충 훑어봤을 때의 감상은 내가 기대했던 여행책이 아니라는 점이 었다. 화려하게 불꽃을 쏘아올리는 축제의 피날레를 표지로 사용했으며 표지하단에는, 간절히 그리워했고 까지는 좋았으나 돌아올 수 있어 행복했던 축제의 시간이라고 적혀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바로 '돌아올 수 있어 행복했던'에 책의 요지가 전부 포함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원했던 달달하고 소소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정보를 해박하게 꽉꽉 넣어준 정보책도 아닌 어중간함이 싫어 한동안은 계속 읽기를 미루어두었다기 보다 거부한 상태로 방치했었다.



그러다 작년 이맘때즘 언니와 함께 여행루트를 정하고 짐을 꾸렸던 그때...즘의 한기가 드디어 시작된 까닭에 내 맘보다 내 손이 먼저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중간을 넘어서면서 까지 내가 책을 잘못봤구나. 내가 저자 유경숙씨의 의도를 오해했구나 하면서 신나게 읽었다. 밤이 깊어 내일 일이 중복으로 잡혀있어 오전부터 서둘렀어야 하는데도 무작정 읽어갔다. 리뷰를 적기위한 준비도 없이 그렇게 오래도록 나의 스탠드는 어둑한 나의 침실을 적당히 조도가 맞춰진 책방의 한구석이 되어주었다. 특히 늦은밤 유럽의 한적한 마을에서 만난 세명의 천사들의 이야기라던가 카펜터라는 어감을 좋아하는 나처럼 그녀에게도 그런 느낌을 피부로 느끼게해주었던 목수와의 만남, 무엇보다 포르투갈에서 만난 사랑을 할줄알고 받을 줄 알았던 할머니의 이야기와 한이 가득 서려있어 자국의 문화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던 파두공연 관람까지 그녀의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서 다 읽고 난 뒤에 나도 그녀에게 엽서나 메일을 띄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했다.



하지만...거기 까지였다. 점점 뒤로 갈 수록 지나치게 한 곳만을 보고, 자신이 받고 있는 그 아름다움에 취해있는 듯했다. 표지에 적혀있었다 '돌아올 수 있어 행복했던'이란 문구가 그제서야 제대로 내 머릿속에서 고개를 처들었다. 저자에게 있어 여행은 돌아올 수 있어야 떠날 수 있는 여행인데 내 머릿속에, 내 맘속에 그려져있는 여행은 돌아오는 것을 계산하면서 떠나는 것은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생각없이 회사를 때려치고 여행이나 가자라는 식의 목적없는 여행은 별다른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돈날리고 시간날리고 그 이상의 것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점은 크게, 아주 많이 동의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까. 지금 내가 돌아왔을때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퇴행처럼 보이더라도 내 마음속의 큰 응어리가 사라지고 내 머릿속에 한계가 조금 더 넓어진다면 돌아와서 또다시 구직사이트를 뒤적이고 집에서 '찬밥신세'로 전락하더라도 다녀와야 하는게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이 축제라고 하던 그녀의 말은 어느새 즐길 수 있는 레벨과 선을 그어놓고 제대로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이들에게 그 권한을 앗아가는 듯한 기분까지 갖게 했다. 실제 여행을 떠났을 때 만난 20~30대의 여성들의 80% 이상이 퇴사 혹은 이직하려는 그 텀을 이용해 날아온 이들이 많았지만 그들의 한숨은 커녕 오히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쉽게 말해 돌아가는게 정답인지도 모르는 그 상태에서도 충분히 빛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결론, 무작정 떠나려 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무모하려 했던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줄것이다. 또한 현명하게 여행을 떠나려 하는 그 시점에서 이것저것 계산해보고 돌아왔을 때 반드시 달라져있을 자신을 확신하는 이들에게는 지원군, 응원군 뿐 아니라 동지를 만난 느낌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반드시 돌아올 수 있어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그말이 목에 걸린 아주 작은 가시처럼, 종이에 손이 어설프게 베어 물이 닿거나 할 때마다 조금씩 쓰라려 오듯한 느낌을 가진 이라면 과연 이책을 두 번 펼쳐볼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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