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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그 삶과 음악 ㅣ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2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베토벤, 그 삶과 음악

누군가 내게 베토벤을 아냐고 묻는다면 고민할거 없이 그렇다고 답해왔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알고 있어! 오히려 묻는 이에게 어떻게 그런 질문을 건넬 수 있냐고 면박을 하거나 불쾌한듯 대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 관한 영화 그리고 책 베토벤 그 삶과 음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내가 베토벤의 네임과 대표되는 직업외에는 알고있는게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월광, 합창, 행진 등의 곡을 들으며 구분해 내는 것만으로는 그를 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였다. 하지만 반대로 그의 연인이 누구였는지 어느태생인지를 알면서 정작 그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해본 적이 없다면 그 역시 그를 안다고 할 수 없다. 위의 2가지 측면에서 베토벤을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이책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CD를 함께 동봉해서 출판할 수 있다는 사실은 독자측면에서 책을 사면서 CD를 덤으로 얻는 듯한 기쁨 이상의 것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내용자체가 흥미롭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부록으로 CD가 포함되어있다는 것, 그리고 구성의 탁월함이다. 책의 구성은 전기방식이 아닌 서사기법을 차용하였으며 CD에 수록된 곡의 배경과 설명하는 챕터가 중간 중간에 포함되어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학자들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10악장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피아노 소나타 23번, 비창이 있어 좋았다. 본문외에 부록으로는 18,19세기의 풍경과 책에 나오는 인물들 그리고 용어집이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 내가 아는 베토벤이란 주제로 작문 시도를 해봤는데 역시나 그의 연애사와 해설이 실린 몇몇 수록곡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한 지식은 아직 습득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크게 우울해하지는 않는다. 칸트는 말하지 않았던가. 지나친 비평과 선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바라보는 예술이 더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고...하지만 이 책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는 안심이 된다. 읽으면서 감동을 받는 소설이 아니라면 다소 지루하고 큰 재미를 갖지 못해도 큰 상관이 없을 것 같다. 그저 베토벤의 음악을 접하게 될 때, 혹은 베토벤을 주제로 한 컨텐츠를 접하게 될 때 컴퓨터가 아닌 한권의 책을 펴서 더듬더듬 거릴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