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을 읽을 권리 - 작품이, 당신의 삶에 말을 걸다
한윤정 지음 / 어바웃어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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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다. 한 쪽 어깨에 걸쳐진 옷이 흘러내린 줄도 모르고 책에 빠져있는 모습은 언제봐도 묘하게 매력적이다. 이 책의 내용도 표지만큼이나 매력적이냐고 묻는다면 다소 모호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꽤 진지하고 학술적인 저자 서문을 지나 펼쳐지는 명작들의 이야기는 분명 표지의 여인이 그러하듯 빠져들만한 내용이었다. 때문에 챕터 1,2를 읽을 때까지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소개된 책들의 리스트를 체크하면서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대다수 포함되어 있어 스스로의 독서량에 뿌듯함도 느껴졌다.원작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는 것에 더해 같은 주제를 두고 서로 다른 결말에 이르는 작품 비교도 흥미롭긴 했다.
크게 4개의 챕터로 구분지어 놓았지만 굳이 나누지 않아도 될 만큼 큰 변별력을 갖지 않는 비교분석은 책을 주제로 하는 블로거의 포스팅을 보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명작을 읽을 권리라는 대담한 타이틀 아래 포함되어진 내용치고는 아쉬운 작품이었다. 명작을 읽을 권리라는 것이 어짜피 독자에게 주어진 몫이라는 저자의 말에는 공감한다. 분명한 것은 단 하나다. 저자의 경우 작품을 바라볼 때 상당히 긍정적인 마인드와 그동안 쌓아놓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을 가졌다는 것이다. 같은 작품을 읽고서도 작품에 녹아든 역사적 배경과 저자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를 유추해서 '명작'을 읽었다는 기분을 스스로 갖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명작을 읽으면서도 보여지는 텍스트나 이미지외에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독자는 타인에 의한 명작외에는 읽을 기회를 스스로가 박탈하게 되는 것이다. 명작을 읽을 권리는 결국 그 어떤 권리이행에 앞서 책임과 의무를 가지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소개된 작품의 결말과 줄거리를 상세하게 소개한 까닭에 하나의 강연이나 리뷰로서의 점수는 높게 줄 수 있지만 막상 그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은 사그라들었다. 내용을 너무 잘 알아버렸고 작가의 느낌이 마치 내 느낌이 된 것 같아 고정된 시선으로 작품을 봐야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소개된 작품들도 이전에 다른 저자들에 의해 여러번 언급되었던 작품이라 친숙한 점이 다소 독이 되었다. 이미 많이 들어서 어느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게 된 작품의 배경을 재탕한 듯했다. 재밌게 읽으면서도 뭔가 아쉬운 기분이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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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계보학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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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니체의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스무살 때 였다. 대학생도 되었으니 철학자와 그의 저술서도 궁금해졌고 무엇보다 입학 이전 1월에 읽었던 독일문학가의 여행서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니체를 비롯하여 전혜린 작가 등 독일과 관련된 문학, 철학의 키워드를 뇌리에 새겨두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나치게 어려울 것 같은 니체의 저서보다 전혜린씨의 에세이를 읽고 에세이의 서명이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니체의 이론을 접하다가 본격적으로 '우상의 황혼'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권을 읽었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읽었던 2권의 내용이 지금까지 남아있지는 않다. 솔직히 지나치게 난해했고 허세에 의한 독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S대 미학과에서 '우상의 황혼'을 필독서라고 말했던 지인의 영향이 컸었으리라.
 

그렇듯 20대에 어설프게 만났던 니체는 어렵고 말고를 떠나 그저 이름만 아는 철학자로 내곁에 남아있다. 그리고 서른이 넘은 지금 니체의 후기 철학서에 해당하는 '도덕의 계보학'을 만나게된 것이다. 도덕의 계보학은 이전에 출판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와 우상의 황혼에 비해 좀 더 종합적으로 논리적인 의견을 제시한 책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지만 내게 있어 그 어떤 책보다 유머러스한 책이라는 느낌을 줄곧 가져다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니체 스스로가 서문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p.22 다른 경우에는 잠언 형식이 이해를 어렵게 한다. 그 이유는 오늘날 사람들이 그 형식을 제대로 진중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로 새겨지고 표현된 잠언은 읽는다고 해서 아직 '해독된' 것이 아니다.

 

제1논문에서는 '선과 악', '좋음과 나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직 되새김질을 미처 하지 못했기에 평을 떠나 대략적으로 정리되거나 혹은 공감했던 부분을 정리하자면, 도덕이라는 것이 어떤 정확한 잣대에 이해 판가름 된다는 가정 하에 도덕적 가치를 비판하는 일이 필요하게 된다. 니체 이전에 이에 관한 지식이 없었고 이런 지식을 사람들이 가지려고 한 적도 없었기에 니체는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게 된 것이다. 제2논문에서는 '죄', '양심의 가책' 그리고 이와 유사한 것 제3논문에서는 금욕적 이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담고 있다. 우선 '선과 악','좋음과 나쁨'의 경우는 로마인들과 유대인들의 전쟁을 예로 들었다. 그들 중 누가 선이고 악이라고 판단 할 수는 없다. 다만 로마인들이 반유대적인 것에 대한 행위에 대한 비판은 필요해진다. 이런 비판에 쟁점에 서있는 사람이 프랑스의 나폴레옹-위버맨쉬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죄를 짓고 그로인해 양심의 가책 즉, 병을 갖게 되는 것에 시작은 어떤 대상을 비롯한 제 3자로 부터 취하게 되는 책임이 시작이 된다. 자신의 행위를 책임질 수 없거나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고통을 느끼게 되고 그 고통을 자신의 죄라고 느껴야 한다고 니체는 말한다. 그렇다면 금욕적 이상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우리가 차츰 알게 되겠지만 예술가의 경우에는 그것은 전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p.141' 라고 말한다. 혹은 전혀 아무것도 아니라 할정도로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는데 니체의 이런 이중적인 해석은 처음부터 줄곧 표현하는 방식이 된다. 어떤 대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표현했다가도 뒷이어 바로 이해할 필요성이 없다라고 말하니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진정한 니체의 표현이었는지 번역에 의한 작용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재미있게 도덕의 계보학을 읽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경구를 메모해두어도 여전히 니체가 무슨말을 하는지, 니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깔끔하면서도 정어느정도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되새김질을 하면 가능해질 것인지는 의문스럽긴 하지만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한 지금 이를 두고 두려워할 까닭은 없다고 본다. 더불어 이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p.209

'이 모든 것의 진정한 의미는 너무나 자주 자기 자신의 무언가를 더 이상 보이지 않게 하는 데에 있지 않은가! 자기 마비의 수단으로서의 학문, 여러분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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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뤼크 피베 지음, 양진성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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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5 나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하거나 그처럼 생생하게 살리려면 모든 영혼을 그것에 바치고 미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퀴엠 수수께끼는 저녁식사 후에 이후로 리뷰를 임시저장 해놓고 깜빡한게 벌써 2번째다. 커피숍에서 2~3시간씩 앉아있을 수 있게 된 지난 여름날 부터 몰아치듯 책을 읽은 탓인 것 같다. 어찌되었든 읽은지 한달이 지나 리뷰를 적는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무지 불쾌하게 읽었던 책의 경우는 어느정도 순화 단계를 거쳐 별1개 에서 심할 때는 별3개 수준으로 극상되기도 하고 엄청 재미나게 읽고서도 한달씩이나 지나고나면 감흥이 이내 사라져 별 4개정도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작곡하는 배경에 관한 스릴러에서 그쳤다면 극히 위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왠걸. 한달이 지났어도 아직 생생하다. 레퀴엠을 읽으면서 몸서리치게 떠나고 싶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불현듯 은퇴를 선언하고 사라졌던 레미 봉스쿠르 피아니스트가 복귀하는 무대에서 갑자기 쓰러진 뒤 죽음을 맞이한다. 그를 열렬히 사랑하는 클래식 잡지기자 드니는 기사를 위해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봉스쿠르의 매니저를 만나게 되면서 그 자리에 있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된다. 봉스쿠르가 오래전 부터 자신을 주목해왔다는 사실을 알게된 드니는 플루리스트 로라와 함께 무작정 사건을 파헤치러 과감하게 봉스쿠르의 '부름'을 응한다. 내용의 배경이 된 베니스, 빈, 런던은 지난 겨울 다녀왔던 곳이라서 그런지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정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드니가 묘사하는 베니스와 런던은 나를 비롯한 누구라도 느껴봤을 법한 풍경이었다. 일정 시간이 되면 물이 차오르는 베니스에 사는 음악애호가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은 나의 역마를 견디는 가장 고된 순간이었다.




   p.432  
 
베니스가 물 위를 떠다니는 과거의 조각이라면 런던은 정신없이 빠르게 달리는 노선이었고, 빈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한 곳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였다.
 
     



단순히 모차르트를 비롯하여 유명한 음악가들의 원본 악보 수집에 열광하다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했던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여부가 궁금해질 만큼 진지하게 현재에서 과거로 이어지는 작가의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에 감탄하게 되었다. 종교음악, 비밀조직, 유명한 작곡가, 값을 짐작할 수 조차 없는 진귀한 악보들.

 

등장하는 음악가만 해도 한두명이 아니다. 반갑게도 그안에 정명훈씨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괜스리 더 작품에 호감이 갔다. 왠지 뿌듯하기도 하고 이토록 유명한 음악가가 등장하는 소설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채워준 작가 뤼크 피베가 예뻐보이기 까지 했다. 책을 읽기전에 언뜻 보았던 저자의 약력을 책을 다 읽고다서 다시금 주목하게 되었다. 작곡과 연주를 하던 음악가에서 연극과 TV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하다 2006년부터 스릴러 소설창작에 몰두하고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저술한 다른책도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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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시장을 지배하라 - 시장을 사로잡는 패션 마케팅의 모든 것
정인희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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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저자의 약력을 세심하게 보는 편인데 만약 2가지 이상의 주제가 결합된 경우에는 참 애매해진다. 패션마케팅이라는 주제 역시 패션을 전공한 사람이 마케팅까지 완벽하기란 쉽지 않고 그렇다고 패션을 공부하지 않은 자의 마케팅 이론은 수박 겉핥기 식인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점에서 볼 때 저자 정인희씨의 경우는 언뜻 약력으로만 봐서는 마케팅 실무분야 경력이 없어 약간의 우려가 생겼다. 하지만 어짜피 나역시 의류학을 공부한 적도 거의 없고 실무에서 일한 경험도 인턴 수준이라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무언가 배웠다는 느낌만 가질 수 있길 기대했다. 결론을 서두에 밝히자면 일단 득템한 기분.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구성이 상당히 맘에 들었는데 패션일러스트가 가미된 것도 그랬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self스터디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셀프스터디라고 해서 앞에 나온 내용을 요약하는 수준이 아니라 습득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미니멀리즘한 실습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도 저자가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들 중 일부가 아닐까 하는 짐작이 된다. 저자 서문에 밝힌 것처럼 한권의 책을 저술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자신이 배우고 가르쳤던 모든 것을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저술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책의 페이지를 넘길 수록 놀라운 것은 이전에 출간했던 책들과 교차되는 부분은 되도록 생략에 가깝게 편집했다고 했지만 읽다보면 과연 어떤 부분이 생략되었는지 모를정도로 그래프, 도표, 브랜드별 로고부터 가격비교분석까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주제가 패션이지만 다른 품목에 대입해도 충분히 공부가 될 수 있을 정도라고 할까. 물론 이에 따른 셀프스터디의 난이도도 점점 높아진다. 자신의 취향이나 신체치수를 재는 정도에서 나중에는 국내 물류센터 현황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 구입한 의복의 구매의사결정 과정을 EKB 모델에 따라 분석해보자는 등의 의류학과 학생들조차 쉽지 않은 과제를 던져준다.



책을 읽고 깨닫는 것은 대부분의 독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기계발서의 경우는 실천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인줄 알면서도 뻔한 내용을 반복해서 읽게 된다. 마케팅과 관련된 책의 경우는 이런식의 독서는 상당히 위험하다. 매출로 바로 이어지는 마케팅의 경우는 반드시 실천과 실습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지금까지 읽어왔던 대다수의 책은 그부분이 늘 아쉬웠다. 그런점에서 이책의 호감도가 가장컸다고 본다. 다소 난해한 과제이긴 해도 앞서 설명한 이론을 바탕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셀프스터디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되도록 상세하게 실린 패션 마케팅의 실제 브랜드소개 페이지도 좋았다. 어설프게 의류마케팅의 맛을 보았던 내게는 바이블과 같은, 저자의 말처럼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들을 정리해준 듯한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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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 - 우리 시대 작가 49인이 차린 평온하고 따뜻한 마음의 밥상
성석제 외 지음 / 뜨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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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따라 올해 들어 자주 절을 찾았다. 몸이 좋지 않아 멀리는 가지 못하고 근교에 있는 봉은사, 길상사, 조계사 등을 잦게는 한 달에 2번 적게는 한번 씩이라도 들렸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교회에 출석한 날 보다 절에 가서 앉아있었던 적이 더 많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변심인 것은 아니지만 종교의 하이브리드라고 당당히 말하는 한비야씨나 이해인 수녀님처럼 그저 타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병원에 입원 하기전까지 종교는 스무살 이후부터 내게 늘 고민거리였다. 산사에 절에 가 앉아 목어소리를 듣고 있으면 편안해지기도 하고 자연의 품에 담긴 그 자태에 넋이 나가 절로 수양이 된다고 믿었던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절밥은 단 한번도 먹어보질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이 어떤 의미가 되는지 가깝게는 언니에게 그리고 책, 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졌다.



1996년부터 불교잡지에 연재되던 글들을 엮어서 그런지 어설피 중복되는 듯한 내용이 많이 보인다. 중복이란 말은 저자들의 이야기들을 따로 저술한 책에서 이전에 보았던 적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새롭지 않다거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와 닿았던 글은 밥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채움의 욕구이기에 비움을 강조하는 절과 상반되는 의미일수도 있는데 오히려 채움으로써 비움의 공을 쌓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때문에 비우기 위해 필요한 채움이지만 조금 부끄러운 곳이라는 의견이었다. 비움을 위한 채움. 일상에서 절밥이 아닌 매끼 식사때 우리는 채움을 위한 채움으로써 밥을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밥먹는게, 푸짐하게 한상 차려놓고 찬을 남기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일이 아니게 밥을 먹는다. 그것은 죄스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는 의미가 날적부터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절밥 한 그릇에 깨달음의 편린이라도 주어담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을 몰랐다. 대부분이 문인들이라 그런지 글솜씨도 수준급이라 읽는 내내 절에 가서 밥 한 그릇이 아니라 공양 한 번 받잡고 와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내 이것도 욕심인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 서점에 가면 절밥이라고 해서 요리책에 가까운 책들이 많아 뜻이 아닌 외형만 알리는 듯도 싶고 깨달음이 아니라 건강만을 강조한 책들이 많은 것이 아쉬웠는데 간만에 진짜 '절밥'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움이 든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진정한 내면의 비움을 원할 때 혹은 그럴만한 공덕이 쌓였을 때 그때는 누구 손에 이끌려 가거나 그저 편안함을 쫓는게 아닌 밥먹으러 절에 다녀와야겠다.




p.35
그것은 우리를 황홀하게 만든 햇살이며 바람 그리고 겹겹이 펼쳐진 오대산의 능선들은 아니었다.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려는 어느 노수행자의 마음이었다. 나는 그것을 먹은 것이다. 그 때문인가. 어느덧 3년 반이나 지났음에도 나는 마음의 배가 고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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