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1950년대의 이탈리아. 워킹맘 ‘나’는 마흔 셋이며 딸, 아들이 있으며 남편도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때때로 아주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믿고 있으며 심지어 군살도 없다. 일기장을 숨겨야 하는 그녀의 상황보다 아이가 둘인데 특별하게 운동을 하거나 관리를 하는 것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군살이 없다’라는 부분 때문에 묘하게 나와 다른 부류처럼 느껴지지만 자녀들과 조금씩 거리를 느끼고 있다는 점, 일기장을 몰래 적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남편과 아이 모르게 피규어 등을 모으고 감추는 나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나기도 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전혀 다른 미렐라의 두 모습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생각하다, 문득 딸이 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애가 집에서 맡은 역할과 밖에서 맡은 역할 자체가 다른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 중 까탈스러운 쪽이 가족에게 배당된 것뿐이다. 23쪽

위의 문구를 읽고 나의 엄마, 나의 아이 그리고 배우자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적으면 좀 과장된 것이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제 나이가 오십을 바라보고 있다보니 주변의 딸 아이를 둔 엄마들이 한결같이 대화가 안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도 같다. 이제 일곱살이 된 아들도 언젠가 부터 방문을 닫거나 잠궈버리는 것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래도 새벽에 늦게 귀가하는 것은 그다지 이해해주고 싶지 않다. 이건 성별과 상관없이 굳이 새벽까지? 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지나고보니 그저 더 많이 놀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새벽까지 서로를 붙들었던 사람들이 그다지 중요한 사람들이었다는 확신도 없다. 하지만 내 아이도, 누구의 아이들도 이를 이해하려면 그들이 이미 어른이 된 이후일 것이다.

“고맙지만 괜찮으니 어서 들어가 자도록 해요.”
사실 그렇게 말한 진짜 이유는 선물 포장을 마친 다음에 일기를 쓰고 싶어서였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하든, 무 슨 말을 하든 일기장의 존재가 느껴진다. 하루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에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나의 삶을 하찮게 생각했다. 49쪽

책을 읽다보면 일기를 쓰게 된 사실이 잊고 싶은 일들을 굳이 기억하게 만든다며 불평하거나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결국 일기를 쓴다는 사실을 그런 괴로움과 혼란을 넘어 ‘순간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형제의 결혼식을 앞두고 체중감량을 위해 물과 영양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먹지 않았던 일주일, 이전에 기록했던 블로그를 보면서 ‘내가 이렇게 잘 먹고 살았구나’를 깨달은 적이 있었다. 만약 기록하지 않았다면, 그 때 느꼈던 만족과 기쁨,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다이어트를 하는 내내 점점 나의 정신은 피폐되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했을 때, 그 기쁨을 더 잘 누리고 싶어서 참고 있는 그 순간이 참 행복하게 느껴져서 견딜만 했다. 하지만 그런 마법의 효과가 늘 있는 것은 아니란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언제나 과거에 한 말이나 한 일을 잊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을 지켜야 하는 끔찍한 의무감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과 실제로 한 일, 되고 싶었던 존재와 현실과 타협한 실제 모습과의 간극이 큰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69쪽

최근 기록과 관련된 책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 내가 구매한 필사 혹은 글쓰기 등의 문구가 들어간 책만 해도 다섯 권이 넘는다. 그렇게까지 기록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말한 것처럼 순간을 소중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아니면 망각했던 다짐들을 새로이 붙잡기 위해서?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치유를 위해서일 수도 있고. ‘쓴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타인, 가족 등을 넘어 오롯하게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다. ‘금지된 일기장’은 타인의 시선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는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으로의 초대장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그것이 서평쓰기, 사진찍기 등이 아닐까 싶다.
맨위로
이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앞으로 읽을 책만 가져올 거잖아.”
사에코는 속으로 발끈했다.
“금방 읽을 책도 있지만 갑자기 옛날 책도 읽고 싶어지거든. 딱 구분 짓기가 쉽지 않아.” 14-15쪽

위의 대화 내용은 실제 나와 배우자가 결혼 할 때를 시작으로 매번 이사할 때마다 나누는 대화다. 차이가 있다면 나의 배우자는 안타깝게 사에코의 약혼자 요시노리처럼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지 않기에 늘 나만 사에코처럼 주눅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책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샘플북에는 사에코와 요시노리가 결혼을 약속하고 신혼집에 들어가기 전 각자 소장하고 있는 책과 피규어를 정리하기로 약속하는 전후 과정을 담았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예전에는 소소한 것이라도 잘 모아두고 필요할 때 활용하는 사람을 칭찬했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소비를 애초에 하지 않는 사람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이 찬양받고 있다. 전체 내용을 읽은 게 아니라서 사에코가 왜 그렇게 책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잘 버리지 못하게 된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요시노리가 사에코에게는 당연하듯 정리하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차일피일 뒤로 미루는 것이 우유부단하다 못해 답답해보였다. 결국 사에코는 결혼은 하더라도 살림은 합치지 말자는 의견을 내기도 하지만 나라면 아마 정리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결혼 무효’를 선언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책을 손에 들 때마다 이 책과 이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몇 번씩 마음이 흔들렸지만 요시노리에게 해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31쪽

경험을 비춰보면 꽤 많은 양을 정리하고 나면 앞으로 남은 것들도 쉽게 정리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생긴다. 또, 마치 다이어트에 한번이라도 성공해본 사람이 누군가 다이어트 얘기만 꺼내도 전문가 저리가라 식으로 참견을 넘어 설교를 하는 것처럼 사에코 역시 보란듯이 요시노리에게 자신의 과감함과 결단성을 보여주려는 생각에 점점 더 정리하지 못하는 요시노리가 안쓰러우면서도 경쟁자처럼 바라보게 된다. 급기야 주변 사람들에게도 거절당한 요시노리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사에코 본가에 짐을 맡겨도 되는지를 물어보겠다고 선언한다. 물론 타인의 물건을 보관해줄 정도로 빈 공간을 여유있게 두는 집이 흔치 않으니 사에코의 엄마 역시 딸 사에코와 통화를 하며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다시 내 얘기를 또 꺼내자면 아이가 태어나면서 집을 옮기는 동시에 책장 두 개 분량을 본가로 보냈다. 처음에는 책을 보내고 나중에는 아이가 입었던 옷, 장난감 등 잠시만, 조금만 이라는 부탁이 점점 늘어나버렸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배우자와 부모님의 생각을 본 것 같아 미안한 마음과 도대체 왜이렇게 정리를 못하는걸까 싶어 스스로가 한심해지기도 했다. 흔히 책을 팔거나 나누어주면 금새 해결되지 않냐고들 하지만 생각만큼 팔리는 책, 나눔을 받아주는 곳도 많지 않다. 포장하는 것 부터 배송까지, 책은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에 받아주는 쪽에서 어느정도 분담을 해주지 않으면 솔직히 버리는 편이 여러모로 수월하다. 그렇게 버려진 책이 쇼핑카트로 10대 정도가 된다. 어플에 올리는 것도 잘 알려진 것처럼 온다고 했다가 안온다는 사람, 가져갔다가 팔 수 없는 책이라며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찬란한 사고를 하는 분들이 많다.

다시 결론으로 돌아오자면,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자기개발서에서는 결단력이 부족하고, 실패한 경험이 많아 미련이 큰 사람들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리학적으로 제대로 된 애착 형성이 되지 않았거나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잘 버리는 사람들’ 이라거나 ‘잘 버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는 아니지만 무레 요코라는 사람의 마음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아는 저자의 필력을 기대하며 전체 내용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샘플북 서평을 읽고도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함께 완독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무레요코 #버리지못하는사람들 #라곰출판사 #힐링소설 #일본소설 @lagom.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게르하르트 리히터 - 영원한 불확실성 현대 예술의 거장
디트마어 엘거 지음, 이덕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게르하르트리히터 #디트마어엘거 #윤혜정 #을유문화사 #백남준 #베를린 #독일미술 #현대미술 #영원한불확실성 #사진예술 #회화

지난 2024년 12월. 을유문화사에서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로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출간되었다. 그 무렵 한창 리히터에 관심이 생겼던터라 반가운 마음에 600여페이지의 두께가 부담이 아닌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관심의 출발은 백남준의 ’일어나 2024년이야!‘ 전시회 해설 준비를 위해 관련 자료를 찾다가 박사학위 논문 중 리히터와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작품을 ’하이브리디제이션 양식‘으로 비교한 논문을 접하면서 였다. (덧붙이자면 앞서 언급한 2024년 전시가 바로 해당 작품에서 주제를 끌어왔기에 관련 논문을 찾아보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같은 해(1932년)에 태어난 아티스트이자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받은 작가들이며, 백남준의 첫 전시 또한 독일이었기 때문에 겹치는 부분이 조금 있다는 정도였는데 해당 논문을 읽으면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우연이 겹치면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그럴만한 사연이 또 있는데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리히터에 대해 책을 통해 알게 된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메체적 균형이 완벽하고 설득력 있게 작동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기술적 단점을 차용하지 않고, 주로 아마추어가 주도한 인상주의 사진의 문체적 요소를 사진적 블러링의 형태로 적절히 차용한 때문이다. (...) 그의 그림은 사진을 모방하고, 이는 다시 회화의 선택적 시각을 모방한다. 따라서 리히터는 자신의 그림이 회화와 사진에 똑같이 속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 (190-191쪽)

리히터가 시대적으로나 작품세계의 주류가 변화되는 양쪽 모두를 경험한 작가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 그래서 리히터의 회화작품과 사진작품을 별개로 감상한 사람들은 어색하다거나 낯설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바로 그런 부분이 작가로서는 괴로울 수 있지만 작품을 표한하는 방식이나 활동 자체에 있어서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에 있어 어떤 방해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 작가적 역량을 짐작케 한다. 그런가하면 동독에서 예술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서독에서 역시 자본주의에 의해 소비화 되는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게 리히터의 작품 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을 고르라면 1960년대 후반에 작업한 풍경화, ’후벨라트 근처의 풍경(1969)‘이다. 얼마전 읽었던 배리 로페즈의 ’호라이즌‘을 읽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수평선‘이 이토록 아련했던가 싶을만큼 맘에 들었다. 당시의 리시터의 방식이나 살아온 배경이 프리드리히와 유사하다고 하여 비교되었다고 하니 해당 글도 찾아서 읽고 싶어졌다. 이어지는 ’아틀라스‘ 전시와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위한 ’48점의 초상‘ 전시도 사진 속 작은 사진들로 보고 있자니 현장에서 보았을 사람들이 부러워질 정도였다. 이후 과감하게 표현된 색 만큼이나 무거운 주제등이 거친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개인사를 함께 읽으면서 그런지 나중에는 별다른 감상이 남아있지 않아 신기하기도 했다. 사실 의외였던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정도로 그의 그림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고, 또 그런 진중한 내용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언제 전시를 볼 수 있게 될지 기대가 자꾸만 커졌다.

˝다른 사람은 수집할 수 없는 특별한 작품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리히터의 작업실을 통째로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리히터가직접 작품을 선택하고 순서까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독특한작품을 만나면 수집가는 행복할 수밖에 없지요.˝ 419쪽

타이틀에 ’영원한 불확실성‘이란 문구가 쓰여진 이유를 읽는 내내 납득할 수 있었다. 리히터만을 위한 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이때, 이런 귀한 책을 만나게 된 건 정말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행운이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대의 발견 - 믿는 것이 현실이 되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한나 옮김 / 까치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플라시보 #기대의발견 #새해첫책 #심리학 #심리학책 #데이비드롭슨 #신경가소성 #리프레이밍 #까치 @kachibooks

”이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단지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햄릿 중에서
플라시보 효과란 말은 이미 익숙할 것이다. 어원을 보면 ’낫게 한다‘라는 말로 치료약이라고 속이고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실제 신체적 치료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것은 ’해를 입힐 것이다‘라는 의미의 ’노세보‘ 효과이다. 가짜 약을 먹으면서도 부작용을 경험하거나 그 정도가 심해 치료 자체를 중단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재미난 사실은 ’가짜 약‘이라는 것을 알린 후 복용했을 때에도 해당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또 가짜 약 투여 외에도 치료중인 환자에게 ’긍정적 기대‘를 했을 때 회복속도가 빨랐을 뿐 아니라 그 지속 기간도 5년이 경과하도록 이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이었다. 전쟁 중 큰 부상을 입은 병사들에게 모르핀의 부족했던 시절, 신체에 해가 없는 식염수를 마치 모르핀 인 것처럼 투여했을 때도 플라시보 효과는 제대로 발휘되었고, 이 경우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 왔다는 안도감이 실제 약물을 투여했을 때처럼 신체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긍정적으로만 보여지는 플라시보 효과가 ’스포츠‘ 경기에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수에게 금지 약물을 투여한 것처럼 가짜 약을 먹여 효과를 발휘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장기간 실제 약물을 복용하다가 서서히 가짜 약물로 용량을 대체하여 최종 검사에서는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 이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질문에 나또한 단번에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런가하면 연초에 많이 읽게 되는 ’자기개발서‘, ’동기부여 영상‘ 등 너나 할 것 없이 놀라운 비포애프터 사례를 검색하게 된다. 눈으로 보기만 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라고 한숨만 내쉬었던 사람들은 집중하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매일 꾸준히 근력운동을 하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실제 근육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물론 과한 상상은 위험할 뿐 아니라 당연히 실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내용은 응원으로 여기고 효과가 반드시 찾아올 거라는 긍정적인 ’기대 효과‘를 가지고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체중감량이 목표인 사람이라면 식단을 정할 때, 즐겁게 먹는 것,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가 터무니 없는 말이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두자. 지나치게 많은 양이 아니라면 먹는 동안 집중해서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 천천히 내 몸에 좋은 영향을 줄 거라 믿으며 먹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도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체중조절 파우더를 먹을 때 매번 실패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건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니까 금새 배고프겠지.‘란 생각이 뇌에 작용 해 포만감은 줄이고 금새 다른 음식을 찾게 만드는 것이 뇌가 하는 일이 맞았다. 비단 음식 뿐 아니라 비타민과 같은 영양제를 섭취 할 때에도 뇌가 미치는 영향을 나의 상상을 뛰어 넘었다. ’속이 불편할 수 있다, 두통이 발생할 수 있음‘이라는 그 문구로 인해 처음 언급했던 ’노세보‘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일시적인 기억력 감퇴마저 나이 탓으로 돌리는 순간, 알츠하이머 발생 확률을 높일 뿐 아니라 신체 노화를 더 가속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많이 웃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진짜였으며, 맨 위 발췌문에 등장하는 셰익스피어의 ’생각이 만드는 것‘들이 얼마나 크고 다양한지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여 사회가 불안정하거나, 주변 환경이 위생적으로 좋지 않거나 그럴 위험이 높을 경우, 개인 뿐 아니라 집단이 모두 병들 수 있다는 것은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 실제 역사속에 늘 있었던 일들이다. 반대로 나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주변에 퍼뜨렸을 때 주변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기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도록 자기 자비와 수용을 적극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꼭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해를 원해
안셀름 그륀 지음, 황미하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해는 우리가 고통스럽던 과거에서 벗어나 평화를 누리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자, 또한 이평화로부터 바람직한 해결책을얻는 데 필요한 요소입니다. 12쪽

누군가와 화해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자신안에 미처 해결되지 것을 품고 사는 것과 같다. 지나치게 심각한 단절과 피해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희망을 품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다만 화해라는 건 일방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특히 상대가 가해자이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거나 화해를 위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화해는 불가능하다. 만약 화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문제라면 어떤 노력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과 화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자신과 화해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22쪽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 화해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린시절 심각하게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배웠을 때도 생겨난다. 겉으로는 안정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 명성도 쌓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단점 혹은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 들킬까봐 지나치게 염려하고, 혹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되면 과민 반응을 보인다. 또 자신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사람들은 자신 뿐 아니라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며 결국 화해의 다리가 아니라 단절의 관계로 이어진다. 다만 서두에 언급한것처럼 상대방의 불응으로 화해하지 못한 경우는 다르다. 이런 경우는 자신과의 화해, 신과의 화해로 얼마든지 상처와 단절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용서는 크게 5단계로 이뤄지는 데 이때 순서가 바뀌거나 다른 단계와 병행해도 상관없다.

1단계 상처받아 생긴 고통 수용
2단계 분노가 발생할 경우 적당한 거리를 두고 분노를 자존감으로 바꿔 주도적인 삶을 살기
3단계 사건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상처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시도하기
4단계 용서
5단계 상처를 진주로 바꾸는 것 83-84쪽 참조

상처를 진주로 바꾼다는 표현은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가 인간의 본래적 과제라며 언급한 것으로 결국 우리가 받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시작은 자신에게서 출발해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성경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야곱과 에사우, 요셉과 형제들 그리고 사도행전의 바오로 사도와 안티오키아 공동체에 관한 내용을 예로 든다. 반면 성공하지 못한 화해의 사례로는 사울과 다윗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다윗에게는 사울을 죽일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화해하려 합니다. 하지만 사울은 다윗에게 품은증오를 떨쳐 내지 못합니다. 자기를 살려 준 다윗에게 “네가 나보다 의로운 사람이다. 내가 너를 나쁘게 대하였는데도, 너는 나를 좋게 대하였으니 말이다.”(1사무 24,18)라고 고백하면서도 말입니다. (138쪽)

이처럼 성경에서도 화해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가 응하지 않을 경우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반복적으로 강조하듯, 자신과 화해하고, 화해하려는 시도 그리고 신과의 화해를 향해 나아간다면 결국 ‘바람직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175쪽)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충분하므로 세상과 다리를 놓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