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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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윌리엄 생각뿐이다. 너무 설레어 잠을 설치는 바람에 피곤하지만 들뜬 표정으로 배낭을 움켜잡고서 별채 앞 계단에 앉아 아빠를 기다리는 윌리엄. 131쪽


캐서린 아이작의 <유 미 에브리싱>의 소개문구 중에 '아들과 아빠가 서로 친해지길 바라는데...'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나는 아들엄마다 보니 당연히 내 아들이 아빠인 남편과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항상 존재한다. 작품 속 제스처럼 남편과 헤어져 홀로 아이를 기른 것도 아닌데 그런 맘이 드는 것은 어릴 때 친한 부자사이라도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기만의 세계가 생기고, 남편이 일로 바빠지면서 관계가 소원해지고 나중에는 쉽사리 풀 수 없을만큼 좋지 못한 사이로 지내는 부자관계를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급기야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에 아들과 아빠가 서로 후회하며 부둥켜 안고 눈물을 감추는 장면이 낯설진 않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이가 태어난 후 아내인 내가1순위로 밀려난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남편에게 아이가 0순위라는 사실이다. 함께 살고 키우는 나도 이런데 친정엄마(요즘 이런 표현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마 편의상 그냥 씁니다;;)가 헌팅턴병으로 누워있으며 유전될 확률이 50%라면 당연히 빠른 시일내에 부자사이를 돈독하게 해주고 싶을 것이다. 아들을 두고 아빠 애덤과 엄마 제스가 미운정 고운정이 쌓여 갑자기 불붙는 로맨스로 발전하리라는 것은 다 알지만 이 소설이 영화화까지 되는 이유는 뭘까 싶을 것이다. 결론이 다 나왔다고 하더라도 출산을 앞둔 아내를 두고 자리를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화장품과 술냄새를 잔뜩 풍기고 나타난 남편인데다 이런저런 사연을 감추고 아이를 위해 찾아갔더니 젊은 애인과 연애중인 남편을 보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세상의 많은 아내이자 엄마인 여성들이 공감하거나 위안을 삼거나 대리만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제스에게도 드라마 속의 백마탄 왕자님이 등장하듯 변호사인 찰리가 다가온다. 


애덤이 내 등에 손을 대자 난 얼른 고개를 든다.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그의 촉촉한 갈색 눈동자가 코앞에 있다. "그냥 떨어진 거양. 별일 아냐. 뼈도 안 부러졌고"라고 우기며 나는 재빨리 그에게서 떨어져 앉는다. 그의 손바닥이 닿았던 자리에 열기가 남아 살갗을 간질이는 느낌이다. 190쪽


사실 제스 엄마의 병이 자신에게 유전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자신의 미래는 물론 사랑마저도 거리를 두려는 제스의 모습을 보면서 오랜기간 좋아했던 영화<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미유키가 생각났다. 아마 이 영화를 본적이 없고, 내 나이가 어리거나 심하게 아팠던 적이 없었더라면 제스의 이야기에 충분하게 공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출산할 때 남편의 부재가 주는 상처와 서운함이 어느정도의 깊이와 무게인지도 미혼이거나 출산 경험이 없었다면 이해는 해도 공감은 못했을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기혼 여성 중 출산경험이 있으며 가족이나 자신에게 병이 있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아들과 아픈 엄마를 포함해 부부와 가족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의 시작은 제스와 애덤의 마음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는 부부가 건강한 부부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따르더라도 제스와 애덤 혹은 찰리와 지나처럼 너무 과한 사건은 쉽사리 포용하고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인가 싶다. 


"아버님도 병이 싫기는 하시겠지. 병 때문에 어머님이 그렇게 되셨으니 싫으실 거야. 하지만 어머님을 사랑하셔. 아버님에게 어머님은 그 모든 걸 견뎌낼 가치가 있는 거야. 그리고 나도 당신에게 같은 심정이고."442쪽


영화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했던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보자면 상대방이 오롯이 나에게 맞춰줌과 동시에 외적으로도 완벽한 사람과의 사랑만을 꿈꾸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살다보니 영화같은 사랑은 완벽하고 순정적인 상대를 만나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가. 또 어떤 결혼생활을 꿈꾸는가. <유 미 에브리싱>을 읽다보면 스스로가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 또 어떤 사랑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 지 깨닫게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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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마법 - 나의 인생을 바꾼 성공 공식 everything=figure out
마리 폴레오 지음, 정미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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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리 폴레오의 <믿음의 마법>과 함께한지 4주가 지났다. 책이 너무 지루하고 별로여서가 아니라 도대체 진도를 나갈 수가 없을만큼 거의 모든 내용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야 할 정도였다. 중간 중간 실천에 도움이 될만한 책들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다른 책을 펼쳐볼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거의 한 달동안 나의 마음과 정신을 붙든 책은 실로 오랜만이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도 밤새워 읽으면 그만이지만 이 책은 그저 읽기만 할 수 없다. 저자가 시키는 대로 따라읽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책에 나오는 문항에 대한 답을 처음에는 아무데나 보이는 메모지에다, 다이어리 한 켠에다 적다가 중간즘부터는 별도의 노트를 마련해 거기에 적어내려갔다. 1년 안에 내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하는지를 뚜렷하게 가슴에 새겨가면서 말이다.


이 책의 중심내용은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없다'라는 신념을 가지자는 정말 단순하면서도 지나치게 뻔하게 보이는 책이다. 처음 저자의 말에 나도 살짝 '뻔한 책이지만 얼마나 성공했는지 읽어는 보자'싶었다. 처음부터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여기에서 내가 뭘 배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가며 읽어야 한다는 말 덕분에 초반에 가졌던 생각을 완전히 내려놓고 뭐든 배우길 좋아하는 성격을 맘껏 드러내며 읽기 시작하니 그제서야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신념이 중요한 까닭은 책에서 자세하게 나와있지만 이부분은 생략하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하면 자신이 바라고자 하는 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하루에 최소2시간 이상은 투자했을 때, 또 2시간 정도를 꾸준히 집중했을 때 우리에게 습관이 생기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번에 읽었던 글쓰기 관련 책에서 나온 것처럼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일을 하고싶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도 동일하게 주장한다. 뿐만아니라 불과 며칠 전에 리뷰를 썼던 김미경 강사님의 <이 한 마디가 나를 살렸다>의 리뷰에서 적은 것처럼 '오늘 나의 스케쥴에 없는 것은 미래에도 없다'와 마찬가지로 오늘 2시간을 낼 수조차 없으면서 무슨 수로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엄청난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으며 유창하게 영어를 할 수 있겠는가. 육아때문에 시간이 나질 않는다는 나의 핑계가 정말인지 저자의 조언대로 하자면 7일동안 내가 했던 일들은 정말 치밀하리만큼 적어야겠지만 아이를 안고 있거나 정신없이 집안일을 하다보니 그렇게까지는 어려웠고, 최소 스톱워치를 켤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날 때마다 눌러서 그날 그날 자투리 시간을 기록해보니 의외로 하루에 잠자고 먹고 씻는 시간을 제외하고 평균적으로 3시간 가까이 자유시간이 생기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평소에도 아이가 잠들거나 남편이 일찍 퇴근해 아이를 봐줄 때면 책을 읽고는 했지만 내가 남들보다 책 읽는 속도가 빠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3시간이나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신이 나기 시작했다. 이 내용이 3장 핑계버리기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책의 겨우 30%만 읽었을 뿐이었다. 이어지는 4장 '두려움에 맞서는 법'도 정말 내게 필요한 내용이었다. 그동안 책과 관련한 컨텐츠로 성공한 유튜버나 사업가를 보면서 늘 내게 'ㅇㅇ만 있었어도'라고 말하며 부러워만 했었다. 많은 나이가, 아직 부족한 비용과 경험이 나를 불안하고 두렵게 만들었다.


  • 십중팔구 두려움에는 방향성이 있다. 우리 영혼이 가고 싶어하는 정확한 방향을 가리켜주는 이정표나 마찬가지다. 125쪽
  • 즐겁거나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별의별 도전이 아무리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도 자꾸만 생각난다면 두려움이 방향을 가리켜주는 거다.126쪽
  • 두려움의 메시지가 '위험'이 아니라 '해봐!'의 의미였다면? 두려움이 펄쩍펄쩍 뛰고 손을 흔들어대며 온 힘을 다해 야단을 피우고 있었던 거라면?127쪽


저자의 말에 따라 지난 날 무턱대고 도전해서 의외로 성공했던 일들을 적어보았다. 지금보다 더 어렸고, 경험도 더 부족했을 뿐 아니라 관련 자격증도 없었던 때에 도서관에서 강사로 활동했을 때, 한 번도 학교외에 다른 곳에서 그림을 배운 적이 없으면서도 미대에 진학, 평점A로 졸업했을 때, PC수리비를 아껴보겠다며 무작정 서점에 가서 PC정비사 책을 사와 독학한 후 2년 뒤 컴퓨터 강사로 사회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등 의외로 무모한 도전 후 후회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나이 마흔에 출산과 육아로 인해 기억력은 물론 지능마저 떨어진건 아닌가 자존감이 바닥으로 내려앉았던 내게 아주 먼 과거가 아니라 바로 몇 달 전에 있었던 일들 중에서도 결과가 좋았던 일들이 많았다는 사실에 힘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를 시작한 이후로 별별 걱정들이 늘어났다. 이런 경우에도 어떻게 대처하며 나아갈 수 있는지 저자는 마치 이즘에서는 이런 불만, 걱정, 두려움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대처방법을 알려준다. 꼭 게임 속에 등장하는 NPC처럼 내가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 적어보고, 또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내 스스로 쓰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면서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없다'라는 신념을 계속 계속 심어주고 있었다. 


완벽함이 아닌 진전이 당신의 능력과 야심 사이의 틈을 건너는 유일한 방법이다. 243쪽




이 책은 사실 이렇게 한 편의 리뷰로 남기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고, 이 책에서 하라는 지시사항대로 적은 노트에 살을 붙이면 그대로 책 한권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한 번 읽어보세요'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듣고 나와 마찬가지의 고민,1)나이가 많아요. 2)육아로 시간을 낼 수 없어요. 3)재능이 부족한 것 같아요. 4)돈이 부족해요 등의 이유로 하고싶은 일은 아직 시작도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독자인 나도 이렇게 간절하게 적는데 저자는 얼마나 이 책을 쓰면서 활활 타올랐을까 생각하니 나부터 열심히 이 신념을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노라 프런의 말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지 말고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그럴 수 있는 신념과 태도가 필요하다. 바꿀 수 없는 것은 과감하게 두고 바꿀 수 있는 나와 미래를 위해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없다'를 외쳐보자. 그리고 그렇게 살아보자. 저자의 말처럼 반드시 성공한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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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교육 - 부모의 합리적 선택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마티아스 도프케.파브리지오 질리보티 지음, 김승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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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날의 아이들이 처한 여건은 매우 다르다. 특권층 가정의 부모들이 자녀를 계층 사다리의 위쪽 칸에 올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좋은 학교가 있는 중상류층 동네에 자신들을 분리시키는 동안,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193쪽


지난 9월 마지막 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 꼭 수강하고자 했던 과목이 '부모교육학'이었다. 이전에 다녔던 학부에서도 사회복지및 평생교육과 관련하여 인간발달 등의 수업을 듣긴했지만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듣고자 하니 무턱대고 학점A+은 받아야 부모자격을 갖출 수 있기라도 한듯 출산 전후에도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양육과 관련된 수업은 대게 좋은 부모, 나쁜 부모를 나누는 방식으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권위형, 방임형, 독재형 등의 부모성향이 아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부모의 가치관과 경제능력 및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이등도 빠지지 않았다. 마티아스 도프케와 파브리지오 질리보티가 앞서 발표한 논문 "스타일 있는 양육: 세대간 선호 전승에서의 이타주의와 온정적 개입주의"가 씨앗이 된<기울어진 교육>은 앞서 언급한 아동학, 교육학, 사회학 등 보편적인 학문에서 다루던 양육방식을 경제학으로 바라본 책이며 저자가 거듭 강조하듯 가장 큰 차이점은 '좋은 부모, 나쁜 부모'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부모들이 나라와 문화에 따라 어떻게 양육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그런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를 보고하는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의 양육방식이 잘못되었다든가, 우리 부모님의 방식이 옳았다거나 하는 판단보다는 내가 딛고 사는 이 나라, 이 문화에서 내 아이를 어떻게 기르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를 판단하는데 참고하면 되고, 실제로 이전까지는 해보지 못했던, '내 아이가 만약 OO에서 태어났다면, 부모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 아닌 ㅇㅇ에서 나고 자란 다른 인종이었다면'이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우리는 경제학적 접근 방식을 사용해 부모의 양육 행태를 실제로 결정짓는 인센티브들이 무엇인지, 또 경제적 인센티브가 변화하면 양육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대별로, 국가별로, 또 국가 내에서 각 사회적, 경제적 집달변로 부모들이 채택하는 양육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포괄적인 패턴을 알아보는 것이다. 65쪽



일반적인 학문에서 말하는 독재형 양육방식은 아이 스스로 제대로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위축되거나 지나치게 폭력적인 성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무조건적인 독재가 아니라 정해진 규율을 엄격하게 하고 성적이나 학업의 중요성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인지시키는 미국에서 사는 중국가정의 양육방식은 오히려 아이성장에 이로운 점이 많다고 한다. 타이거맘이 이에 해당되는 데 상대적으로 완전한 방임주의에 양육에 비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 보인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의 양육방식 중에는 이처럼 독재와 권위형을 혼합한 경우가 많은데 중요한 것은 이런 방식이 반드시 고득점을 보장하는 것은 또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스웨덴은 초등학교 때까지의 아이들에게는 학습에 있어 등수를 매기지 않을 뿐 아니라 일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 학습을 드러내놓고 강요할 수도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체벌을 포함한 훈육도 금지하는 분위기지만 스위스는 이보다는 규제된 상태며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은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이 있을 만큼 아이였을 때부터 학습을 시작한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인 제임스 헤크먼이 최근에 수행한 개척적인 경제학 연구들은 0세부터 4세까지의 아동발달 초창기에 투자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452쪽


위의 내용을 근거로 하자면 육아휴직을 눈치봐가며 사용해야하고, 그마저도 남자의 경우 단시간 정도만 가능한 한국사회에서의 아동발달은 위의 기준으로 보자면 '경제적인 지원'만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알지만 시간과 애정을 금전으로 대신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마저도 지원이 불가능한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는 이때부터 불평등한 사회를 맞이하게 된다. 반면 유럽의 근로와 사회적 시스템은 제임스 헤크먼이 말한 그 시기에 부부가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문화배경으로 인해 극단적으로까지 보일 수 있는 우리와 같은 금전적 투입이 불필요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양육방식을 보면서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하고자 하면 나라탓, 회사탓에 이어 핏줄까지 탓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기울어진 교육>은 제목에 적힌 '교육'과 '기울어진'이라는 키워드 양쪽 모두에 소홀히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리가 방에 앉아서 보고 듣기만 하던 해외의 여러 양육방식이 왜 우리아이에게 해당될 수 없는지, 결국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더불어 경제학이라는 원론으로 돌아가서 인간은 분명한 목표를 두고 행동을 취할 때 우리가 아이를 낳은 이유는 무엇인가를 역사학적으로 설명해줌과 동시에 부모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아이를 왜 낳았으며 진심으로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는지를 말이다. 동시에 불평만 할게 아니라 어떤 제도와 시스템이 개선되고 개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요구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띄엄띄엄 읽어도 좋지만 가급적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 이곳에서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양육방식은 무엇인가'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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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 100번 넘어져도 101번 일으켜 세워준 김미경의 말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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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일 것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 시간의 소멸’이었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누구에게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유일한 이유가 아마도 육아일 것이다. 내가 내자식 기르면서 시간이 없어 차도 못마시고 책도 못읽는 물론 잠,밥,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는 것을 하소연해 무엇하겠는가. 이런 문제를 두고 젠더를 이야기하기 전에 내 스스로 조급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더니 또래들은 이제 숨쉴만하다는데 나는 이제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일은 어떻게 하지? 다시 사회에 나갈 수 있을까? 남편은 왜저렇게 불친절하지? 등 자존감은 바닥을 향하고 출산으로 변해버린 체형과 더불어 심각해진 건망증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어둠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때마다 유튜브에 들어가 김미경TV를 검색해서 아무거나 보기 시작했다. 어떤 주제더라도 다 내 이야기 같고 내게 힘을 주는 이야기였다. 그런 좋은 말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는데 미경쌤은 이 책을 읽다가 맘에 와닿는 부분에 형광펜으로 표기를 하라니 한 권을 통째로 하라는 말씀이신가 싶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따로 어떤 말들이 있었는지 적지 않고 위에 쏟아낸 하소연과 같은 이야기에 어떤 말들로 위로와 힘을 얻었는지 얘기하자면, 우선 육아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쳐지고 있다고 느껴지고 때를 놓치는 듯 싶겠지만 아이가 커갈 떄 엄마의 사랑과 시간을 들이면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 아이를 위해 별도의 시간을 내거나 노력할 걱정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아빠육아책에서도 나온 것처럼 아이는 엄마의 시간을 먹고 자란다. 나또한 엄마의 시간과 사랑으로 유년기 만큼은 부족함이 없었다고 믿기에 힘이 되었다. 친절하지 않은 남편, 내 맘을 몰라주고 나와 맞지 않는 가족들도 내가 너무나 작은 마음의 크기로 나를 가두고, 그들을 판단하면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려 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상대방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맞장구 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상대방에게 화를 낼 땐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이 상대인지 아니면 상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자신인지를 말이다. 살면서 시련이 다가올 때, 아픔이 느껴질 때는 지금 이 시련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뎌야 내게 이로운 것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로 갈 수도 없으면서 자꾸 그때 하지못했던 것에 미련을 두지 말고 지금 내가 원하는 모습, 내가 있고 싶은 곳에 나를 두기 위해 무엇을 수정해가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일 뿐 아니라 새로운 다짐이 생겼다면 때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시작할 것, 시작한 후 과정속에서 배우고 수정하고 성장해갈 것, 이런 사소한 점들을 매일 하나씩 빠짐없이 5년동안 찍어볼 것. 내가 원한 결과가 아니라면 그때 거기서 다시 수정하면 된다. 그러니 5년뒤에 다시 이 리뷰를 볼 때는 바로 당장 오늘 다짐한 것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칭찬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책에도 비슷하게 나온 말이지만 ‘오늘 내 스케쥴에 없는 건 미래의 내 삶에 없다’는 미경쌤의 말이 내게는 오래도록 ‘나를 살린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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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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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도코타워>개정판을 읽었다. 초판을 읽은 후 15년이 지났으니 그 사이에 내 나이도 20대에서 30대를 지나 어느덧 소설속 두 여인 중 하나인 시후미 또래가 되어버렸다. 15년전에는 이제 겨우 성인이 되어버린(시작은 그보다 더 전인었지만)남자와 가정이 있는 여자와의 만남 자체에 열을 올리면서 이런 내용이 이렇듯 서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불만이었기에 좋은 평점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가정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남과여의 문제를 또 떠나서 사랑을 할 때 상처를 받는 사람은 늘 상처를 받고, 주는 사람은 늘 같은 패턴의 연애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15년이 흐른뒤 두번째 독서를 끝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그나마도 자기의 일을 진정 기뻐하는 엄마덕분에 거의 모든 순간 혼자였던 토오루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가정에서 또래를 낮춰보며 연애마저도 자신의 뜻대로 시작하고 끝낼 수 있다고 믿는 코우지의 연애가 주된 내용이지만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취업이야기와 그 두 사람이 만나는 기혼여성 기미코와 시후미가 오히려 평범한 기혼여성의 삶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 두 사람 모두에게 아이가 없었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남편을 두었을 뿐 아니라 한쪽은 취미생활을 자율적으로, 또 다른 쪽은 자신의 일은 물론 연애마저도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까닭에 현실과는 다르다 싶으면서도 과연 여성들이 원하는 삶이 두 사람의 모습이긴 할까 자문해보니 그 또한 아니었다.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언젠가 시후미는 그런 말을 했다.
“내세울 만큼 행복하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 행복하고 안하고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73쪽

시후미도 알고 있었다. 행복한 삶이란 아마도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서로만으로도 충분하면서 동시에 각자의 일을 가정 때문에 포기할 필요도 없는 그런 삶이지 않을까. 그럴수없다면 어느정도 마음을 비우고 자신이 원하는 포장지로 감싼 가정이라도 갖고 싶은 마음을 잘 파악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말한다. 도쿄타워를 바라보며 소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15년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다시 읽은 <도쿄타워>에서 나는 소년들의 이야기보다는 어째서인지 연애와 결혼생활에 대한 생각만 늘어놓게 되었다. 혹 모르겠다. 내 아이가 자라 토오루의 타이가 될 무렵이면 불현듯 이 책이 다시 읽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딱 15년 뒤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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