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초콜릿
공병호 지음, 오금택 그림 / 21세기북스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초콜릿의 장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달콤함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아주 맛있는 초콜릿을 하나 먹어보면 정말 그 느낌을 받게 된다.
맛으로만 달콤한 것이 아니라 인생 자체가 달콤하다고 까지 느끼게 만든다.

이 책의 제목은 초콜릿이다.
갈등에 지치고 일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인생은 원래 아름다운 것이야하고
느끼게 만드는 그런 초콜릿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분류 하면 실용서에 들어간다.
실용서로서 성공하려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쉽게 읽혀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책을 깊이 읽지 않으려고 하니까.
그래서 이 책은 한쪽에 만화를 그려내어 흥미를 유발시켜준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게 해주려고 하면 내용이 짧아야 한다.
흔드리는 지하철에서도 과히 어렵지 않게 머리에 들어와주면 좋다.
그러니 내용이 몇페이지 이내로 끊어져주면 좋다.
현대인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는 점도 잘 고려해야 한다.

읽고나서 주변에 써먹을 내용이 담겨야 한다.
이 책은 다른 책들의 핵심을 잘 요약해서 미팅이나 발표에 써먹기도 좋다.
하나 하나 뜯어봐도 과히 틀리거나 나쁜 소리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 책은 꽤 괜찮은 성과물이다.

핵심 메시지를 잠시 살펴보겠다.

나의적은 나다라는 말이 확 와 닿는다. 혹시 주변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 생쥐의 적은
이웃집 생쥐 엄마라는 말은 들어보았는지. 유사한 말이기는 한데 분명 맞는말들이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메시지는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를 바꾸라는 것이다.
템플턴의 책을 보아도 실패는 원인을 남에게 돌리는 그 순간에 온다고 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기화다라는 것이나 삶이 아름다운 이유 등
전반적인 내용이 편하게 다가온다.

인간 공병호는 개인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다. 많은 책을 읽고 소화하고 주변에
전달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프로파간다로서 공병호는 그저 그렇다. 너무 많은 일에 나서고 신자유주의에 대해
충분히 깊이 있는 성찰이 보여지지 않는다. 장하준과 너무 비교되는데 제대로 기업의 자유를
홍보하려면 미국식 이론 풀어서는 대중에게 먹히는게 한계가 있다.

저술가 공병호는 어떨까? 그의 걸작 80:20 번역서라던가 10년후 시리즈 등 인정해줄만한 노작들도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프로파간다 보다는 인간과 저술가로서의 공병호의 장점만 보려고 했다.
크게 부족함은 없는 괜찮은 책으로 추천할만하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초콜릿은 달콤함은 주지만 양식이 될수는 없다.
일용할 양식은 스스로 찾아나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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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세계인으로 키워라 - 10년 후를 준비하는 글로벌 인재 만들기
박하식 지음 / 글로세움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창조성이 기대보다 부족해요"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하버드를 졸업한 한국의 영재를 면접한 면접관이 던지는 말이라고 한다.

"수학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또 다른 한국출신 영재의 말이라고 한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내 놓으라는 인재들을 배출한 외고,민족사관고의 경영을 맡았던 교장선생님의 비통한 말씀이 계속이어진다.

수백권의 책을 자녀에게 읽혔지만 막상 그 자녀는 원고지를 자기 언어로 채우기 힘들어한다고 한다.

책읽기가 중요하고 유용한 것은 백번 맞다. 하지만 에세이인지 아니면 리포트인지를 정해서 맞추어
써나가야 할 것이고 처음 문제를 발견한 다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책을 읽고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알아서 하는 자기주도적 프로젝트 학습이 필요하다.
다시 이를 발표하는 것도 솜씨가 필요한데 이런 일련의 과정 중에 극히 일부에만 몰두하는 것이
현재 한국의 교육 현실이라고 한다.

공교육의 부족한 점을 알고 나름대로 부모들이 사교육을 통해 메우려고 하지만 이조차
세계의 인재들과 경쟁하겠다는 넓은 안목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보니 노력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참 교육철학은 한두세대의 집중적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것 같다. 수천년 전통을 가진
유태인들의 깊이나 아동을 개별 개체로 인식하고 유아교육의 기초를 깊이 닦은 독일의 전통에 비해
우리는 너무 빨리 단시간에 많은 것을 원하는 조급증 환자인지 모른다.

이는 일부 사교육 업체의 과잉 영업에도 원인이 있다. 계산력만 훈련시킬 따름이지 왜 수학을
해야 하는지 용도를 가르쳐주지도 않아서 결국 아이들을 지치게 만들면서 몇몇 선행 사례만
주변에 홍보하기도 한다.

어쨌든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한국의 교육은 많은 예산을 쓰고 있지만 그 내용을 밖으로 보여주지 않는 black box라고 한다.
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투명하게 전달해서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미국에서 차터스쿨이라고 일종의 헌장인 차터 charter를 정하고 이를 준수하려는 학교가 늘어나는 것도 소개한다. 또 바우처라고 voucher 공립학교에 보조되는 예산을 학생이 사립학교를 선택하면 넘겨주어서 학생들의 교육선택권 보장과 공립학교의 경쟁을 유발하는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독재는 부패한다. 지금의 교육정책은 일종의 독재다. 지방자치가 행자부의 권한을 축소시켰듯이
교육부도 각급 학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핵심은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고 각 주체의 자율에 의한 경쟁유발이 놓여야 한다.

잘 하지도 못할 것이면 남들 하는 것을 방해나 말 것인데 미국 생활 겪어도 보지 못했다가
한번 가보고 말 뒤집어서 FTA하겠다고 난리치는 노무현과 쫄다구들의 꼴을 보면 솔직히 우습다.
누구 말대로 경제는 미국에게 풀고 교육은 꽉 획일적으로 묶겠다는 발상이 기가 찰 정도다.
지금 중요한 것은 풀어가는 순서를 반대로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데 말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우리가 삶 속 곳곳에 뿌리내린 권위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독재와 싸우다가 어느새 독재를 닮아버린 슬픈 현실을 보면서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아야 할 때다.
진정 위험한 존재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인종들이다. 자신의 오류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그런 존재들이야말로 사회의 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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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경영하라
진대제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선거철에 나온 책이라 내용이 그리 신통치 않을 것으로 짐작했다.
진대제 장관에 대해서 그보다 전에 나온 책은 그냥 훑어 보아도 되는 수준이었기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이번에 집어들었는데 꽤 재미있고 유용한 내용들이 많아서 기분 좋은 독서가 되었다.
책도 괄목상대해야 하는구나, 하나를 보았다고 선입견을 고집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

진장관의 약력을 보면 화려하다.
서울대 2등으로 입학, MIT를 거쳐 스탠포드 박사를 마치고 IBM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들어옴.
35세에 삼성 최연소 임원이 되어 화제를 뿌렸고 전무,사장 등을 거치다 장관으로 발탁되어 활약했다.

타워팰리스에 살고 재산이 수백억에 이르며 영주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식을 해외에 두고 있는
그가 장관이 되어야 하냐고 질책하는 소리도 많았다.

맞다. 진대제는 개인을 철저하게 희생하고 공공에 봉사하며 겸손하고 청빈하게 살아온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보다 장관 제의 받자 개인이 사정이 있는데 다시 이야기하면 안되냐고 청와대 인사수석에게 전화통에
대고 말 붙이는 사람이었다. 그 사정은 바로 1주일만 지나면 행사할 수 있는 수백억대의 스톡옵션이었다.
미국에서 귀국할 때도 삼성말고 현대에도 접촉을 해 고 정몽헌 회장과 직접 면담했는데
다시 삼성에서 붙들려고 하자 임원을 달아달라고 카드를 제시한다. 아무도 감히 35세의 박사를 바로
임원에 달아준다고 의사결정할 수 없었기에 이 건은 이병철 회장의 독대로 올라가게 된다.

한국의 전통적 기준은 선비정신이다. 이를 통해 보면 자기 잘난체 하고 자리 욕심내고 돈 많이 버는 것 마다 하지 않는 진대제의 행보는 제 사리사욕 챙기는 욕심쟁이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가 한번 돌아볼 것이 있다. 왜 월가에는 연봉 천만불이 넘는 금융전문가가 수두룩하고 실리콘밸리에는 젊어서 수백,수천만불의 재산을 모으는 IT 산업의 천재들이 존재할까?
그들이 그만큼 큰 돈을 받아가는 것은 더 크게 돈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더 대우해주고 더 많이 벌면 되는 것 아닐까?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95년만 해도 1조원의 이익을 냈다고 한다. 최근에 보면 이익은 몇배로 늘어났다.
지금이야 삼성의 1위가 당연한 듯 이야기하지만 80년대 말로 시선을 돌려보면 삼성그룹 자체가
반도체 사업의 적자로 휘청대는 상황이었다. 잘나가는 IBM의 연구원으로 편안한 미국생활을 버리고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분명 벤처 정신이었다.
왜 너는 애국심이 부족하냐고 물어보는 것은 절대 현명하지 않다. 진대제의 의사결정 기준은 애국심이
절대 아니다. IBM에서 남아 있었다면 편안한 길은 되지만 CEO는 커녕 임원도 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민 1세대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은 많았을 것이고 지금 IBM에 반도체 산업 자체가 남아있지 않다.

진대제의 결단은 먼저 세계 산업의 트렌드를 읽어서 나온 것으로 일본이 하면 한국도 할 수 있다,
아직 초창기인 회사에서 자신의 리더십이 훨씬 발휘되기 쉬울 것이다라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다음 임원을 베팅한 것은 한국기업에서의 일은 지위에서 나오는 권위가 필요하다는 현실인식이 작용
한 것이다.

시키는대로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주는 은전을 받는 한국,일본 모델이 아니라 자신이 가능성을 계산해 회사를 선택하고 산업 자체를 일으켜 그 성과를 나누어 받는다는 미국식 모델로 자신의 커리어를 자리매김한 것이다.

내가 볼 때는 한국에서의 앞으로의 인재상은 이런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 첫 모델을 진대제가 끊었고 성공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미래를 계산하고 꿈을 그려낸다고 누구에게나 성취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대제의 삶에서의 핵심은 열정이 놓여 있다.
지금 부의 상징인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지만 출신은 경남 의령이라는 꽤 깡촌에서 가난한 집에 태어나 학비도 고민한 그였다. 고교,대학,유학시절에 닥치는 곤란에 대해서 그는 자신을 철저히 던져 이를 해결하는 열정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 과정은 책의 여러 곳에 잘 나타나 있다.
삼성에서의 성취도 그가 받은 대우가 아깝지 않게 충분히 이루어내었다고 생각된다.

읽다보면 삶의 장면 하나 하나에 대한 묘사가 꽤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 앞둔 바쁜 진장관이 직접 이 책을 썼을리는 만무하고 대필작가를 썼을 것인데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열심히 만들어내주었다.
미국 가전쇼에서 기조발표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스티브잡스의 프리제테이션이 유명한데 진장관도 제법 비슷하게 일종의 쇼 형식의 발표를 잘 수행했다. 이제 반도체와 같은 부품에서 핸드폰, TV와 같은 완제품을 홍보하려고 하다 보니 소비자에게 교감을 이루어야 한다. 잡스가 발표를 잘하듯 진장관도 흉내를 내었고 나아가 이름 붙이기에도 일가견을 이루었다고 한다. 나중에 나온 IT389, 와이브로 등이 그의 작품이라고 한다.
잡스의 애플이 아이맥, 아이포드 등 이름과 광고에 뛰어난 것과도 대비된다.

참고로 그가 사람의 심리를 읽어내는 솜씨는 꽤 뛰어나다. 스탠포드의 은사를 만나러 갔다가
IBM을 그만두었다는 말을 전하자 얼굴이 별로 안좋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이를 제자인 자신을 매개로 IBM에서 연구비 끌어내기 쉬웠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무산된 것으로
읽어낸다.
그런 심리읽기는 작게는 포커판에서 크게는 기업의 사업부 하나 하나를 놓고 벌이는 승부에서
많이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책 곳곳에 반도체 산업의 발전과정에서 있었던 일화들이 소개되는데 전자산업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이 역할 모델인데 진대제는 충분히 많은 공대생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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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1부 세트 - 전4권 - 지리산의 작두 허영만 타짜 시리즈
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타짜는 도박의 세계에서 기술자로 경지에 오른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다.

어느 분야든 경지에 이른 사람을 인정해준다.
대부분 존경어린 시선으로 보지만 도박의 세계에서는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사기와 윽박으로 돈을 긁어가는 원수들로 취급되어 경계의 대상이다.

우선 라스베가스 카지노를 보면 돈을 왕창 따가는 실력자에 대해서는 출입을 금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중하게 그만 나가줄 것을 요청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돈을 계속 딴다면
다음에는 폭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도박이란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잘해야 참여자 전체로 해서 본전인데
여기에 판을 벌리는 사람들이 뜯어가는 수수료를 고려하면 대부분 마이너스가 된다.
그런데 고수들이 나서서 승률을 높게 유지해버리면 나머지 사람들은 금방 개털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하나 둘씩 상대하지 않으려 한다면 결국 혼자가 되고 만다.
아무리 잘 닦아 놓은 실력도 이렇게 되면 소용이 없다. 잘해야 심판이나 할까?
경마장에서도 혼자 너무 잘달리면 아예 경주에 참여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인공 고니는 누나의 돈을 가져다가 날려버리고 집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죽을 결심으로 돌아다니다가 고수를 만나 솜씨를 배운다.
그리고 타짜가 되어 본격 활약을 하는데 과연 이제 행복해진 것일까?

우선 주변의 고수들을 보면 대부분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손가락 심하면 손 하나가 잘려나갔는데 최고의 고수라는 짝귀까지도 귀가 망가져있다.
주인공으로 비명횡사하는 사람이 곳곳에 나오는 걸 보면 그리 좋은 삶은 아닌 것 같다.
여기서 잠시 시장을 살펴보자.

판을 크게 벌이려면 호구를 그것도 돈을 아주 많이 들고 있는 호구를 물어야 한다.
이를 유인하는 것이 전체 작업 과정에서 가장 큰 부분이다 보니 설계자(총괄 매니저 )가
큰 몫을 한다. 돈도 대고 여러 사람의 역할도 정의해서 한판의 연극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타짜의 역할은 제법 크지만 여전히 장기판의 졸이다. 잘해야 차까지 올라가도
상대의 궁을 잡으려면 바꿔치는 패로 던져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수준에 오른 다음에는 회의가 확 들어버린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추락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르기 위한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인간들이 타짜들이다.

욕망은 적당히 그쳐야 한다. 카지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딴다고 한다.
새벽까지 힘들여 똑 같은 일을 하다보니 지치고 결국은 토해내게 되는 것이다.
노름판에서는 아무리 운이 좋아도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다.
그래서 평경장은 분명히 고니에게 선을 그으라고 했다. 고니는 그것을 거절했고 덕분에 영화는
계속되지만...

자 여기서 한번 살펴보자.
타짜를 둘러싼 환경을.
게임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타짜들은 처음에는 실력으로 하다가 기회가 닥치면 기술을 쓴다.
문제는 이들과 맞서는 보통사람 즉 호구다.
처음에는 누구나 호구인데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자신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너무나
지나치다는 점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게임은 별로 없다. 참여자 중에서 일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사실을 모른다 아니면 자신에게는 색다른 운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타짜를 다시 보면 게임은 화투에서 카드에서 그치지 않는다.
화투 자체가 조작되어서 타짜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기도 하고 모니터링 하기 위한 전기장치가
동원되기도 한다. 미인계는 기본이고.
나아가 판돈이 얼마 이상 커지면 폭력이 개입된다. 따도 곱게 들고나오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내가 기술을 키워 상대를 누르면 상대는 돈을 더 들고 나오고 다시 나도 돈으로 누르려고 하면
폭력을 동원해버린다. 그 폭력도 한계에 달하면 권총까지도 나온다.
자 이렇게 되면 인간의 욕망이 무한함과도 같이 무작정 이기는 법 또한 없는 것이다.

그럼 이 원리는 도박에서만 적용될까?

정부가 개설한 공인 도박장 강원랜드, 도시에 널린 바다이야기도 그렇고
넓게 보면 주식시장, 특히 선물도 도박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시장에서 지는 사람들은 먼저 자신을 지나치게 과신했고 운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했다.
얼마전 무너진 미국의 헤지펀드가 날린 돈은 6조에 달한다고 한다.
그 헤지펀드는 똑 같은 기법으로 그동안 너무나 잘해왔다. 그래서 몰려들어온 돈을 주체 못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바로 그 방법이 자신들을 몰락시킨 것이다.

그럼 교훈을 정리해보자.

먼저 자신을 알라. 커다란 세계 속에서 인간은 누구나 한계를 알고 겸손해야 한다.
다음 욕망의 선을 그어라. 많은 종교들이 지향하는 바는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줄이는 것이다.
게임이 공정하지 않다고 툴툴대지 말고 공정하지 않은 게임에는 참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라.
자기 자신이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없다고 하면 더욱 잘 생각하라.

만화 한편이지만 많은 교훈을 준다. 작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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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01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짜 영화를 보고 와서 검색 하다가 님의 만화리뷰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시는군요. 두루 보다가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보러 들리고 싶네요..

사마천 2006-10-0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격려 감사합니다. 타짜 재미있으셨죠? 네이버에는 영화 위주의 주석을 약간 달아서 올렸습니다. 알라딘에는 책이라 조금 바꾸고. 1석2조 하느라 저도 바쁘네요.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SE (2disc) - 할인행사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헨리 폰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서부, 무언가 질서가 잡히지 않아 혼란스럽지만 자유로울 것 같은 땅.
젊음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인생을 바꿀 기회가 주어질 것 같은 그곳.
이러한 서부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는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서부의 공간은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은 곳이다.
곳곳에 인디언이 동부로부터 밀려나 거주하고 있었기에 충돌이 많았고
캘리포니아 가기 중간에는 거대한 사막과 협곡이 존재하기에 경제성도 떨어졌다.
그런 서부지만 거기에는 무언가 막연한 꿈이 있었다. 젊은 개척자를 흡수하는.
오늘은 하인으로 작은 월급을 받고 가정부로 박하게 살더라도 어느날
총 한 자루 삽 하나 들고 서부로 가서 하나씩 자기 땅을 개척한다면 어엿한 시민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국경이 열려 있었기에 미국이라는 사회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성립되기 어려웠다고 한다.

정부가 없는 땅은 어떻게 운영될까? 각자가 자신을 지켜야 한다.
황비홍의 메시지가 남자당자강이라고 해서 자신과 가족, 주변을 지키라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모든 질서는 총으로 유지된다. 모택동이 이야기했듯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그런 총에 법조문이 달려있는 것도 아니고 보면 이러한 체제의 문제는 약육강식이다.
영화가 막 시작되자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무런 문제도 없이 단서도 남기지 않고.

체제를 유지하는 힘은 보안관으로 대표된다. 그런데 이 보안관이 영화 내내 해결해내는 문제는
단 하나도 없다. 잘못된 단서를 쫓아 애매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잘해야 조작된 경매 주관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이러한 체제는 영원한 것일까? 아니다 서부의 경계를 서쪽으로 서쪽으로 밀어가는 거대한 힘이 있다.
바로 철도다. 쇠로 만들어진 길을 달리는 쇠로 만든 차 바로 이것이 철도다. 증기기관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가지고 힘껏 수많은 사람과 물건을 실어나르고 있다.
그 뒤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따라 들어오고 이에 맞추어 새로운 질서가 수립된다.
전신에 의해 정보가 교환되고 법이 강제되고 화폐가 밀고 들어온다.

이 변화를 강제하는 힘은 멀리 영국에서 투자한 막대한 자본이었다.
신대륙에 건설되는 온갖 인프라 사업이 대박이 될 것이라고 꿈에 부풀었던 자본을 끌어다가
미국의 철도 자본가들은 무지막지한 개발 드라이브를 건다.
그 앞에 놓여 있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철도를 싸게 놓기 위해 무수히 많은 노동력을 끌어모은다.
영화 말미에 보면 나오는 머리 길게 딴 중국인 노동자들도 그렇지만 여기저기 땡볕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참 이 모습은 결코 미국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철도도 중국의 철도도 모두 거의 비슷한 목적과 방법에 의해 만들어졌다.
철도에서 일하던 노동자, 철도를 반대하다가 목숨 잃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대로 한반도의 근대와
overlapping 된다.

노동하는 이들은 모두 자본의 세계, 즉 일정한 대가를 받고 자신의 노동을 팔고, 화폐로 시장에서
구매하는 자본주의 세계의 일원이다. 물론 법의 지배를 받고 기업의 통제를 따른다.
반면 서부의 인간들은 자유인이다. 스스로 지켜야 하고 자급자족이 큰 원칙이다.

영화는 이 대목에서 하나의 갈등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의 남편, 처음 죽어야 했던 일가족의 가장은
하나의 꿈을 갖고 있었다. 철도가 지나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역을 만들어 대박을 내보자는.
일종의 알박기라고 할 수 있는 이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자본의 냉정한 논리는
이를 그냥 두지 않는다. 싸게 먹고자 이들을 밀어버리려고 총잡이를 고용해 사살한 것이다.

자본주의 초창기 역사는 이런 식의 피바람을 많이 일으켰다.
록펠러, 카네기, 밴더빌트 등 수많은 자본가들은 독점을 만들기 위해 무수한 폭력을 행사했다.
영화는 서부의 한 시대를 보여주지만 크게 보면 질서와 무질서, 자유와 강제의 대비를 나타낸다.
몸이 불구가 되어가도 기차를 타고 태평양을 보겠다는 자본가는 화려한 객실에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지만 그 속은 시커멓다.
그 흐름이 옳든 그렇지 않든 변화는 만들어진다. 그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그 변화속에서 다시 새로운 꿈이 만들어진다.
뉴올리언즈에서 몸을 팔던 매춘부 아가씨도 따뜻한 물에 자신을 씻어내는 이른바 갱생을 한뒤
이곳에서 어엿한 안주인 행세를 한다. 역을 만들고자 했던 남편의 꿈은 결국은 이루어진다.
그 혜택을 누가 입던 가는 다른 문제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각각의 이해를 추구했고 중간의 많은 마찰은 있었지만
철도는 계속 서부로 움직여간다.
영화 마지막은 이들 남을 사람들이 하나로 모여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의 노력을 치하하며 질서의 수립을 통해 이익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반면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총을 의지해 살던 사람들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다.
한 때 자본가의 앞잡이가 되서 악행을 대신하면서 질서에 편입을 하려고 했던 프랭크도 결국
적응하지 못한다. 부하들에 배신을 당하여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그래도 뭔가 미흡한 것이 남는다.
하모니카는 왜 부하들의 배신을 미리 알려주었을까? 원수이면서도.
아마 하모니카는 프랭크에게 무언가 서로 비슷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공감을 했던 것 같다.
자유인으로 살다보면 서로 서로 비슷해지고 익숙한 것이 좋다고 느끼는 것이다.

어쨌든 태평양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이 열차를 따라 서부는 좁아져간다.
자유인의 활동 공간 또한 점점 좁아져간다. 늑대와 춤이 인디언이 줄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듯이
이제 총잽이도 설땅이 별로 없다.
잔잔하다 못해 애잔하기까지 한 음악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삶과 자본, 질서, 서부와 같은 여러
단어들로 만들어진 감상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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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10-0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블 TV에서 대충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
감독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레볼루션'까지 3부작을 계획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 완성되지 못한 3부작은 늘 아쉽지요.(갠적으론 제임스 카메론에 의한 '터미네이터' 3부작이 안된 것이 가장... ^^;; )

사마천 2006-10-0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심히 음악만 기억하다가 보게 되었는데 꽤 생각할 주제를 많이 주더군요. 덕분에 리뷰가 길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