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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을 경영하라 - 무역협회 사례로 본 경영혁신 리포트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06년 2월
평점 :
변화관리 분야의 구루인 구본형 선생이 집필한 무역협회 경영혁신에 대한 이야기다.
무역협회는 삼성역 COEX몰의 운영자이고 각종 전시회, 해외사업, 임대사업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수출을 국시로 정해 드라이브하던 박정희 시대에 창립되어 삼성역 주변의 땅을 할당받고
점점 더 큰 빌딩들을 올리며 오늘까지 오게되었다.
순수한 공공기관이라고 보기에는 꽤 장사꾼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되었는데
이는 총수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경영지향적 마인드도 반영이 되었고 조직의 태생자체가
장사꾼들의 집합체인 덕분이기도 했다.
공익 경영, 그동안 나는 공공의 이익만 위해 일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공무원, 나아가 철도 등 각종 공공기관들이 그렇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 가보면
고객은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생한 외무부의 여권 발행 시스템이 딱 그런 예이다.
절차를 복잡하게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람들이 불편을 겪을 것을 예상 못했을까?
정말로 예상 못했다면 고시공부 헛한 것이고 예상 했지만 예산이 어떻고 규정이 어떻고 탓을 하면
무능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느 방향이든 국민에게는 불편을 주고 세금을 깍아먹는다.
반면 무역협회는 똑 같은 어려움 속에서 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우선 조직이 성장기에서 안정기로 접어들면서 겪게 되는 인사적체, 방만한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리고 없애는 과정을 겪었다. 이 때 발생한 퇴직자들과의 갈등은 서로들 아픈 경험이었다.
투서,비방,소송으로 이어지는 이들과의 갈등을 솔직하게 곳곳에 남겨 놓았다.
그럼에도 가야할 길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특히 개혁에 대한 정의를 가죽을 갈아입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 과정에서 생살이 드러나고
피가 흐르는 것이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이해시킨다.
다음으로 찾아간 길은 조직의 목적을 다시 확인 하는 것이다. 이는 고객의 발견과 수익의 확충으로 전개된다. 불친절한 준 관공서로 불리우던 자신들의 관행을 떨치기 위해 곳곳의 현장을 다녀보았다.
통관 지연, 물류 난맥, 행정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조기 통관시스템을 건의하고 (이 부분은 관세청에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실적인데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모자란 점이 많다) 중소 기업에게 관세환급을 지원하는 등 (이것도 관세청이 더 나서야 했던 일이다) 실제 고객들인 무협회원사들을 지원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이 과정을 쭉 훑어 보면 먼저 각종 관공서에서 혁신의 성과라고 내세우는 것에 비해서 훨씬 실제적인 점을 높이 살 수 있다. 관공서의 혁신사례들 중 상당수가 정말 고객에게 가치를 전해주었는지 회의적인 부분이 많다. 앞서 거론한 외교부 여권 사례 처럼. 반면 무협은 그보다는 한결 낫다.
하지만 이를 민간기업의 관점으로 보면 여전히 부족한 점들이 많다. 이는 무협의 여러 자회사들의 경영에 대해 내 개인적으로 일하면서 피부로 느끼던 경험에서 나온 의견이다. 아직은 부족하다 바꾸어 표현하면 더 개선 할일이 많다.
책 자체로 보면 저술가가 구본형 선생이라 변화관리의 대가다운 안목과 유연한 문체로 만들어져 흠잡기가 어렵다. 책 마지막에 덧붙여진 김재철 회장의 이야기도 좋다.
"사람의 능력은 죽으면 썩는 것이다. 다 쓰고 가라"
알라딘의 많은 독자들에게도 읽고 혼자 머리에 담고 좋아하지 말고 글로 남기라고 권하면서 써먹을 수 있는 말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