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평평하다 -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이윤섭 외 옮김 / 창해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답게 다루는 폭이 넓은 책이다.
인도의 신흥 하이테크 산업도시인 방갈로르에서 영감을 얻어 전세계를 아우르며 자신의 논지를 펼쳐나간다. 최근 세계경제의 주목할만한 동향 하나는 인도의 부상이다. 중국으로 제조업이 옮겨간다는 소리야 한참 전부터 듣고 있었지만 인도의 경우는 최근 BRICS 부상이라는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 주 동력은 서비스 아웃소싱인데 콜센터에서 시작해서 각종 전문직이 맡던 일까지 넘겨 받아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실업자 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전산화 작업도 인도기업이 수주한다고 할 정도다.

그럼 미국은 제조업을 중국에 넘기고 서비스업 중 아래 부문은 인도에 넘기고나면 무슨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답은 보다 창조적이고 가치있는 일들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정보화를 가속시키는 구글, 효율적인 공급망관리를 보여준 델, 전문화를 통해 영역을 넓혀가는 페덱스 등이 좋은 예다. 자신들은 모델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그 모델에 따라 움직이는 일은 남들이 하게 되면 우월한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전작인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맥도날드 햄버거가 들어간 나라들끼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쳐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많은 비판을 받아 예전과 같은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 같다. 광우병을 부르는 과도한 소 사육의 문제점도 그렇고 MacJob이 전망없고 값싼 노동이라는 단어로 사전에 등재되며 무엇보다 비만을 비롯한 삶의 질에 대한 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등 다각도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 덕분인지 이 책에서는 델을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시킨다. 델에 부품을 공급하는 나라들끼리 싸우지 않을 것이다. 그 예로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및 중국과 대만의 분쟁에 대해 막강한 억지력이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크다. 세계화의 핵심은 커다란 시장을 만들어 분업과 교역을 통해 서로 이익을 얻자는 것인데 서로 당장의 자존심 싸움보다 장기적 실익이 크다면 그 길을 갈 것으로 본다.

그 주장을 확대해보면 중동지역에서 나오는 이슬람과 이스라엘의 분란에 대해서도 올바른 처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중동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발전의 희망을 준다면 그들 또한 빈 라덴의 메시지에 따르기 보다 세계화에 동참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분쟁 또한 줄어들 것이다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흐름을 계속해나가는데 장애도 많다. 무엇보다 미국 내에서 아웃소싱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거부하려는 세력이 커져가고 있다. 예를 들어 정서적인 투표는 공화당에 하지만 몸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약자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원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거 노동력의 유입은 사회적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하급 노동을 대신해준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지금의 아웃소싱은 해외로 고급 노동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자명하다. 과거 8,90년대 기업의 구조조정시에 그랬듯이 교육을 통해 노동자를 재교육시킴으로서 사회적 재편을 가능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부와 권력의 대이동>이 제기하는 문제는 힘든 일을 직접 않는 미국이 과연 중국과 인도를 부려먹을 권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였다. 그 점에 대해서 고려하면서 프리드만이 강조하는 것 또한 교육의 질이다. 지금처럼 공립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이공계가 특히 약해지면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한다. 그 점에 대해서 쉽게 답이 없다는 것을 저자는 고민하면서 사회 전반에 호소하고 있다.
또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월마트가 보여주는 반사회적인 행태는 기업의 책임을 덜어 사회에 부담을 떠 넘기고 있다. 의료비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인 결과 그 부담은 공공의료로 넘어가서 결국 세금으로 돌아온다. 이런식의 나 혼자 잘살기 방식은 궁극적 해결책이 될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더 해서 저자가 주장하는 미국식 가치의 확산이라는 문제도 반론이 많다. HP 등 대기업이 공급자에게 바람직한 원칙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은 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최근 델이 반도체 메모리 공급자들에 소송을 걸었고 그 결과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및 독일 등의 반도체 회사 판매임원들이 미국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반면 공범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미국 검찰과 타협해서 빠져나가버린다. 저자가 자랑스럽게 주장하는 미국식 가치의 확산의 또 다른 면모인 것이다.

역사를 보면 세계가 서로 교역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설혹 교역이 활발 할 때라고 해도 모든 참여자가 만족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다. 영국도 중국과 차무역 한참 하다가 자신들의 은화가 빠져나가자 아편을 강제로 팔려고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또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꾸기 위해 자신들의 상품을 고가로 떠넘기려고 노력 할 수 밖에 없다. 교육 서비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기,영화,제약 등을 강매하려고 나설 것이다. 그런 미국의 욕구와 자신의 실적 부재를 일거에 만회해보려는 노무현의 의도가 결합된 것이 한미 FTA 추진이다.

이 책에서 펼쳐진 저자의 논지를 다 동조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중동정책을 다룰 때도 유태인 답게 이스라엘의 문제점은 거의 거론하지 않는 편이다. 계속 테러리즘은 깡패 정신이고 올리브나무나 키우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구나 하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이곳 저곳 둘러보면 배울 점은 꽤 된다. 아웃소싱만,인소싱 등만 해도 한국은 아직 한참 따라가야 할 내용들이다. 하는 일을 분해해서 가장 잘하는 것만 자신이 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주변에 넘겨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나가는 그들 대표기업의 모습은 솔직히 부럽다. 심지어 미국의 군대조차 그렇게 전쟁만 수행하고 나머지는 대행주식회사에 넘긴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정부는 너무 비대하고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또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교육에 대해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또한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정부야 그렇다치더라도 이 책의 핵심 트렌드 중 몇개는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서비스 부문을 해외로 넘기거나 해외의 요구를 여기서 수행하는 아웃소싱은 북한의 개방과 맞물려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극대화한 인소싱 쪽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지만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다. 공급망 전체의 최적화를 이루어 기업가치를 높인 델의 사례 또한 배울 점이 많다.

이렇게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데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핵심을 붙잡고 나머지는 남들에게 맡겨라가 되지 않을까? 그럼 한국은 무엇을 핵심으로 삼아야 하나?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일들은 이미 예전에 접어버렸을 것이고 영어를 인도 노동자만큼 잘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처럼 가치를 만들어 주변에 퍼뜨리는 일을 하지 못한다면 할일은 별로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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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4-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학도로서 제가 존경하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상당히 프리드먼을 못마땅해 하더라구요.(전 귀가 얇다니까요...)
그래도 한권 읽어보고 싶은데 프리드먼의 책들 중에서 한권만 추천해주세요. 꼭~!

사마천 2006-04-27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두껍지만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관심이 늘어나면 렉서스도 볼 필요가 있겠죠. 늘어나면 ^^
아 이거사면 렉서스도 주네요. 차 렉서스 말고 책 렉서스.

요술쟁이 2006-05-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전 이사람 초기작인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가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이사람은 원래 중동문제 전문가였죠;; 어쩌다 세계문제 전문가로 변신했는진 모르지만 -_-;; 전 이사람이 주장하는 세계화에 심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나은 책을 고르라면 '베이루트~ ' 를 추천하고 싶네요.

사마천 2006-05-2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칠공님 반갑습니다. 저는 올리브 이야기를 읽고나서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이 책도 별로일까 생각했는데 거부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유익한 부분도 꽤 많았습니다. 맥도날드 대신에 델을 척도로 삼아서 세계화에 대한 장점 설파에 나간다는 건 의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마천 2007-03-0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자가 원래 그렇게 시류에 맞추어 사는 사람들 아닌가요? 하지만 뉴욕타임즈라는 배경은 전세계 유수한 리더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권리증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해주자는게 제 생각입니다. 모든 것을 동의하지 않아도 무시하기에는 큰 존재라고..
 
식객 11 - 도시의 수도승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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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만화의 주인공은 우선 음식이다. 하지만 조금 확장해보면 이를 만드는 사람의 수고와 정성,
그리고 즐기는 사람의 지혜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약간 더 넓히면 좋은 재료를 공급하는
상인과 농부 혹은 어부, 꼬장꼬장하게 약점 잡아내는 비평가, 이들을 경쟁시키는 언론까지 더욱 여러 유형의 사람이 나타난다.

이번편을 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다채롭게 나타나는 것 같다.
자기사업을 위해 설렁탕집에 취업해 6개월 시한으로 배우겠다는 자세로 달려든 것은 좋았지만
수십년간 쌓인 노하우는 역시 버거웠다. 내 소감 또한 설렁탕은 음식점에서 몇천원 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넘어 서는 것 같았다. 싸게 고기국물을 제공하기 위해 다른 음식으로 쓰이지 않는 부위를 동원한다.
또 국물을 만드는 공정 하나 하나가 여러 차례 실패를 겪으며 다듬어진 기법이다 보니 쉽게 소화하기 어렵다. 겉은 흉내내도 속에 담긴 뜻을 모두 헤아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결론은 역시 제대로 된 음식 하나를 선보이기 위해서 훨씬 많은 시간과 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참고로 얻게된 팁 하나는 솥이 보이지 않고 수육이 나오지 않는 곳은 흉내만 낸 곳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독한 수도승의 모습 또한 우리에게 음식의 소중함 혹은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엇을 이루려면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는데 보디 빌더의 육중한 근육에는 운동 보다 음식 조절이 훨씬 중요하다고 한다. 많은 먹을 것을 앞에 놓고도 자신을 단련시켜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역시 최고란 아무나 거저 도달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도 팁 하나 절대 잠자기 직전 2시간 이내에는 음식물을 넣지 말라. 자칫하면 그렇게 쌓인 과잉 영양분에 의해 몸 안의 조절 능력이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고 한다. 결과는 당뇨병 환자.

이어진 작품 중에 말기 위암 환자의 모습은 애처로왔다. 잃고 나서야 그동안 당연시 여기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한다고 한다. 코로 튜브를 넣어 음식을 먹거나 아니면 멀건 죽 수준을 배에 채우면서 자신의 건강이 주는 소중함을 알게 된다. 환자 한명이 자신만만하게 살아오던 삶과 오늘 자신이 처한 처지를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삶의 가치 그리고 그 속의 음식의 가치에 대해 넓게 공감을 주는 수작이다.
이곳의 팁은 의사를 무조건 믿지 말고 여러 곳을 돌아다녀 보라는 것이다. 위암을 모르고 방치하면서 병을 키운 결과가 결국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빨리 내닫게 되는 형상이다.

먹는 것,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적은게 현실이다. 식객에 의해 넓혀져가는 우리 식문화의 영역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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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4-1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기 전 2시간이라... 그동안 당뇨병으로 가는 지름길을 걸어온 것 같은 기분이... 으윽... -_-;;;
'식객'을 꾸준히 읽었지만, 이번 권도 꼭 읽어야겠습니다. ㅎ

사마천 2006-04-1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것을 먹는 일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한 일 같습니다. 책이 재미도 주고 교훈도 주네요 ^^
 
김대중의 지점장 일기 - 대한민국 지점장이 꼭 읽어야 할
김대중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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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씨는 유명인과 동명이라 자신을 알리기 쉬운 인물이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증권맨으로 때로는 책, 때로는 방송에 나오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10억만들어 부자되자는 메시지는 시대의 코드가 될 정도로 파장을 일으켰다. 그 외에 여러차례 낸 저작들의 범위도 넓은데 대한민국 재테크를 모두 포괄하는 재테크사까지 만들어 냈다.
치열한 금융 싸움터에서 바쁜 삶을 살며 그 많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솜씨와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단 이 작품은 솔직히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주변의 찬사가 많아지면 때론 남에게 보아 부족하게 느껴지는 작품도 출간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김용옥을 보면 그런 느낌이 많이 든다. 새로 나오는 책에 꽤 많은 부분은 주변의 신변잡기다. 내용을 부풀리고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은 주지만 별로 가치는 늘지 않는 그런 책들이 나오게 된다.

하여간 이 책에서 건진 내용은 업황이 위 아래로 출렁이는 상황에서 증권 일선현장에서 살아남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었다. 계산서 아무리 때려도 밥값 못하는 직원이 많다보니 이들을 거느린 지점장의 목숨 또한 같이 흔들린다. 부하를 심하게 다그칠 수 밖에 없다보니 반발도 나오고 결국 유탄까지 맞아서 지점장으로서의 지위에서 탈락하게 된다. 그렇게 푸념 잔뜩 늘어 놓고 끝나는 일기지만 아마 작년 같은 증시활황이라면 대박을 맞았을 것이다. 힘들다 힘들다 하더라도 준비하는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것이 저자의 생활이다.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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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나의 이력서
피터 드러커 지음, 남상진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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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피터 드러커 나의 이력서>에서 드는 느낌은 드러커가 자기 삶을 서술했구나 였지만 속은 아니다. 내용의 절반 정도는 드러커의 회고이고 나머지는 일본인으로 드러커 전문가가 보충 설명한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니혼게이자이라고 한자로 표현하면 일본경제신문이라는 회사에 주기적으로 연재된 기사를 모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많은 화가 중 하나는 고흐다. 그가 일본의 그림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덕분으로 일본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고흐 그림 값 올리는데 일조를 했다. 경영 분야로 보면 데밍에 대한 애정이 많은데 드러커 또한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는 드러커가 말년에도 일본미술을 가르칠 수 있게 된 것을 기뻐 한 것 만큼이나 일본의 드러커 사모도 작지 않은 것이다. 참고로 그 애정은 한국으로까지 이어져 드러커에게는 석굴암을 방문하려는 열의로 한국 삼성의 이병철에게는 드러커 경영의 자문을 받는 것으로 확대된다.

얼마전 드러커자서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된 책이 있다. 내용은 대부분 자신의 삶에 만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는 주가 자신이 되고 부가 다른 사람이 된다. 흐름은 거의 엇비슷하게 흘러가는데 깊이는 이 책 쪽이 훨씬 떨어진다. 아마 신문에 연재되느라 쉽게 다루었기 때문일수도 있고 워낙 말년의 저작이라 드러커 자신의 기력 또한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참고로 이 책이 나온  2005년에 드러커는 오랫동안 바쁘게 살아온 삶을 마치게 된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내가 새로 정리한 내용을 보면 드러커는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서 반대하는 어머니를 피해 지하 창고에서 날을 샌 경험도 있다. 또 히틀러와 괴벨스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 덕분이라고 생각되는데 드러커는 히틀러가 집권하자 바로 직후에 독일을 떴고 오스트리아에 있던 부모님에 대한 대책도 미리 세웠다고 한다. 연고 없는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 또한 새로 대두되는 전쟁의 흐름을 남보다 미리 보았기 때문이라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히틀러를 간과 할 때 그는 히틀러가 저술한 책 내용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어쨌든 히틀러의 의도가 유럽에서 민주주의의 말살이고 스탈린과 동맹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책은 처칠의 서평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고 한다.

미국에 와서 GM을 대상으로 수행한 작업으로 경영학이라는 분야를 정립하게 되는데 매킨지 컨설팅의 창업자와 나눈 교분도 컸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후일 닉슨의 연설에도 인용되었다고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은 전쟁과 통화 증발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부시에게 딱 들어맞는 명쾌한 지적이다.

그의 저작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현실>을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80년대 말 사회주의 몰락에 따른 전세계적인 변화를 예측한 책인데 지금 보아도 인상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또 <프로페셔널의 조건> 이 준 인상도 매우 깊다.

삶의 촌음을 아껴 호기심을 충족하고 거기서 나온 자신의 감상을 주변과 함께 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그의 삶에 존경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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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 스토리
존 바텔 지음, 신윤조.이진원 옮김, 전병국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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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매우 창대하리라.

구글의 시작은 논문 쓰기에 지쳐버린 스탠포드 대학원생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검색과 관련된 작은 물음에서 출발해 주변의 호응과 격려를 얻으며 점차 확대된 이 서비스는 마침내 전세계를 뒤흔들게 되었다.
아이디어를 들고 당시 이미 거대하게 성장된 야후와 같은 여러 기업을 다녔지만 대부분 차가운 반응이었고 심지어 꺼지라는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 인터넷의 돌풍을 일으킨 싸이월드도 대부분의 포털에 인수제의를 했지만 거절 당해서 꽤 헐값에 SK로 인수된 것이다. 하지만 우연찮게 만난 벤처투자가의 지원으로 본격적 출발은 시작되었고 점차 다양한 인재가 참여하면서 기업화되었다.

구글과 함께 중점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오버추어라고 광고 키워드 판매 솔루션 회사다. 아이디어가 솔루션이 되고 기업이 되었다가 이제 다른 형태로 변모되어 존속하는 모습은 인터넷 업계에서 흔한일이다. 참고로 NHN 등은 구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인지 오버추어 쪽으로 거래하고 있다. 어쨌든 구글이 추구한 것은 수준 높은 검색이었다. 점점 인터넷에 올라오는 자료의 양이 많아지다보면 제대로 된 검색이 필요할 것이라는 간명한 논리에 따라 그들은 계속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했다.

모으고, 정리하고, 보여주는 세 가지 스텝으로 이루어지는 검색엔진의 구조에서 그들은 많은 정크 사이트를 피해가면서 자신들의 서비스 질을 높여나갔고 이것이 점차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갔다. 여기서 한국 검색엔진의 대표주자인 NHN과 비교하자면 NHN이 하나의 키워드로 찾고자 하는 다양한 많은 요소를 보여주는 넓이가 있는 검색으로 인기를 얻었다면 구글의 경우는 정확한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해서 깊이를 찾는다고 하겠다. 넓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상당수는 수작업이 들어가 편의성은 높지만 생산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한다. 반면 구글은 철저하게 자동화를 추구하고 이를 뒷받힘하기 위한 알고리즘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한다. 얼마전 소개된 임백준의 소프트웨어 산책이라는 책에 소설 형식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보면 엄청난 고 난이도의 수학문제가 등장하는데 이게 바로 구글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뽑기 위한 시험문제였다고 한다. 이런 차이점은 NHN도 의식하고 있는데 구글이 컴퓨터 전공 박사나 MS 엔지니어를 다수 끌어들이고 있지만 현재의 NHN에는 그런 몰림이 없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 분야에서 구글의 한국 진출 가능성이 꾸준하게 논의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위협이다. 직접 서비스 한다, 엠파스를 산다, 아니면 다음과 제휴할 것이다 등등 수많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고 그 때 마다 주식 가격은 출렁인다. 하지만 이베이에 팔린 옥션은 한국기업인가 돌아보자. 다른 경매사이트 거의 대부분을 죽인 독점기업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부과해서 판매자들의 원성을 받던 이베이의 질주는 별로 반갑지 않았다. 덕분에 인터파크의 자회사 G마켓이 보여준 독자적 비즈니스 모델에 의한 추격에 성원을 보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구글이 한국시장을 점거해버린다면 그것 또한 그리 반갑지는 못 할 것 같다. MS에 팔려서 사라져버릴 뻔한 한컴의 운명을 다시 보는 듯 할까?

검색은 이제 서서히 권력화하고 있다. 구글과 NHN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면서 그 곳에 한자리 하는 것이 적지 않은 이문이 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대선을 앞두고 포털에 접근해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한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하는 로비가 발견되는게 현실이다. 수십명씩 기자와 편집인을 둔 이 포털 언론의 성장덕분에 기존 언론권력은 빠르게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인터넷 세계에서 정말 확실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다 끝난 것 같은 포털 싸움에서 구글이 탄생하고 옥션을 G마켓이 따라잡는 것이나, 싸이월드가 프리챌 등 여타 서비스를 제쳐 버리는 것처럼 아직 많은 가능성이 앞에 열려있다. 꿈을 갖고 도전한다면 길은 열릴지 모른다.

한국의 기존 체제가 제시한 꿈은 시험이다. 책을 열심히 파고 문제를 예상해서 답을 잘 써내면 자격이 부여된다. 미국의 체제가 제시하는 꿈은 벤처다. 작은 공간에서 노력한다는 점은 비슷하겠지만 한국이 개인의 영달에 주목하는 점에 비하면 미국은 사회적 가치 창출과 개인의 부 두가지가 함께 추구된다. 대치동 학원가나 신림동 고시촌에서 책을 열심히 파고 든다고 과연 진정 전세계에 의미를 줄 수 있는 가치가 나올 수 있을까? 구글과 야후 둘 다 실리콘 밸리의 스탠포드 대학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늦더라도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 천재의 가치를 알고 존중하며 키우는 교육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 비교할 수 있을까? 부러워하고 질시하기 전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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