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의 정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오찬호 해제 / 민음사 / 2014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절망의 반대말은 희망이다.
일본의 최근 인기 드라마는 <천황의 요리사>다.
메이지시대인 러일전쟁 전후 청년으로 상경해서 요리의 길로 들어섰다가
결국 천황의 요리사로 올라서게 된 실존인물 이야기다.
주인공을 살펴보면 일단 하는 짓들이 바보다.
일을 맡기면 3개월을 못 버티고 뛰쳐나온다. 집안에서는 골칫덩어리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남의 집에 데릴사위로 넘겨버렸다. 그런데 또 가출이다.
여기서 잠깐, 드라마의 주인공이 다 똑똑하면 사실 재미가 없다.
모자란 사람이 성공하는 걸 보고 아 저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공감이 들어야 성공이다.
그런 바보 주인공의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난다.
요리의 본질에 대한 스승의 지도에 본질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본질은 바로 정성과 진심이다.
기술은 모자라도 좋지만 정성이 없으면 죽은 것이라는 말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후의 이야기는 쭉 승승장구다.
일본인 파리 요리 유학생으로는 거의 1호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왜 일본에서 인기일까?
국가에는 운이 있다.
국운이 올라갈 때는 어지간해서는 같이 올라간다.
영화 <국제시장>이 그립다고 하는 것 만큼이나 일본에서는 메이지시대를 좋아한다.
상승의 시기는 희망이 절망보다 크다.
반대로 하강의 시기에는 절망이 희망보다 크다.
어느 쪽이 많으냐에 따라 다른데 요즘같으면 희망을 이야기해도 그건 남이야기고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국운을 경제학적으로 측정하려면 성장률과 인플레,환율이라는 지표가 도움이 될 것이다.
고도성장,고인플레,고환율로 가는 길목에서는 다들 희망이 커진다.
요즘 그리스 사태가 논란의 중심이다.
인플레냐 디플레냐를 놓고 청년들과 노인들의 갈등이 크다.
청년들 입장이라면 차라리 인플레를 택하는 것이 답이다.
유로를 나가는 순간 독자화폐로는 엄청난 인플레가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서 과거에 갖혀 있는 연금구조를 해소시키는 것이 청년들에게는 답이 된다.
물론 그냥 해소되는 것만은 아니다. 독일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하고 그 돈으로 다시 돌아 올 수 있으면 된다.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천황의 요리사라는 드라마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요리라는 직업이 제대로 대접받는 것은 그렇게 오래는 아닐 것이다.
조선시대 중인이던 역관들이 외교관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대접 받게 된 건 근대의 현상이다. 대한제국에서도 역관 출신이 갑자기 주미대사가 된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신분의 장벽이 무너진 상태에서 우르르 위로 달려가는 시대
바로 그게 청춘의 시대다.
그 청춘의 시대의 성공비결은 정성과 진심이라면 매우 단순히 느껴지지 않을까?
드라마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사실적인 것, 소망적인 것.
몇년전부터 춘향전의 이도령이 실제 인물이라고 해서 봉화군에서는 관광코스로 개발하고 있다. 그럼 춘향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아마도 변사또에게 맞아 죽었던 것이 실제였을 것이다.
드라마는 그 설움을 달래기 위해서 소망을 담은 것이다.
<천황의 요리사>는 일본에 다시 한번 청춘의 시대를 불러오려고 하는 정치와 사회의 리더들의 바램을 담고 있다.
바보 하나 내세우고 너도 이렇게 못하냐는 자극을 준다.
그리고 여기서 봐야 할 해석 포인트가 있다.
디플레냐 인플레냐이다.
그리스 사태의 관전도 매한가지인데..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인플레다.
정확히는 인플레 심리다.
과거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이 더 큰 성과를 내는 시대로 만들어보자고 심리를 흔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토리 세대를 유혹하기 위해
일본은 여러 노력을 하고 있고
드라마는 그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누가 절망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해결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