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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평점 :
오랫만에 황석영 작가님의 책을 만났다. 지난번 독자와의 만남에서 유쾌한 입담으로 독자들을 웃게 해주셔서 무척이나 기억이 강하게 남았었지만, 실지로 황석영 작가님의 책을 읽은것은 두어권에 불과하다. 입담에는 매료되었지만, 글에는 그다지 매료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읽기에 약간은 불편(?)한 느낌이 드는터라 손이 잘 가지 않았었는데, 웬지 이번책은 제목이 맘에 들어서 끌렸다. <강남夢> 도대체 강남에 대해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일단은 책읽는 속도가 예전에 읽었던 책이 비해 무척이나 빨랐다.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나 하는 궁금증에서 그랬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상황이 예전 "삼풍백화점 붕괴"를 떠올리게 해서 뒷얘기가 더더 궁금해져서 그랬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뒤에 나는 좀 갸우뚱 해졌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강남의 개발과 맞물리며 그네들의 삶이 촘촘히 박혀 굴곡진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화류계로 빠졌다 강남건설붐으로 부자가 된 김진이라는 사람의 첩으로 살아가는 박선녀와 만주시절부터 일군정의 앞잡이, 해방후 미군정에서의 비밀첩보원 등등을 거치며 강남땅의 알짜를 사들이고 건설업을 시작한 김진의 이야기, 그리고 강남개발의 붐과 더불어 부동산에 뛰어들었던 심남수의 젊은 시절과 어두운 주먹세계의 홍깡 등등 이야기마다 주인공이 다르고 살아가는 삶이 다르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 한 것은 각 이야기들의 주인공이 그다지 연결이 되는것도 없고, 솔직히 말하면 딱히 누가 주인공이다 할 만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첫 시작에서 백화점의 붕괴로 이야기가 풀어지기에 붕괴된 건물속의 인물들 이야기가 주를 이루거나 살아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질줄 알았다. 하지만, 건물의 붕괴는 붕괴일뿐 내가 예상했던 바는 아니다.
이책은 누가 주인공이고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것을 떠나 모두들 강남의 개발에 편승해 꿈을 쫒는 사람들의 굴곡진 인생이 이어질 뿐이다. 유명한 강남의 백화점이 붕괴됐을때 그 속에 있던 박선녀는 자신의 남자가 지은 건물속에서 서서히 죽어가야했고, 앞뒤 가림없이 돈에만 급급했던 김진은 어느누가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건물에 깔리게 하는 장본인이 됐다. 백화점이 무너지면서 강남의 허상도 와르르 무너져 버린것이다. 허울만 있고,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 꿈을 쫓는 모든것이 허망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여전히 강남은 꿈의 무대이고 누구나 잡지 못해 안달하는 황금이다. 강남이 모든 꿈은 아닐지라도 미래와 환상과 부를 상징하는 것 만은 사실인것이다.
이책을 읽고 나서는 웬지 격변기 70,80년대 역사소설을 한편 만난 기분이다. 각자 그네들의 삶을 통해 역사소설을 읽고 우리시대의 아팠던 파란만장한 삶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기분이었다. 단지, 너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삶을 하나하나 파헤치다보니, 어느 누구의 삶도 아닌 어중간한 글이 되지 않았나 싶은 기분이 든다. 물론, 의도하는 바가 있었겠지만 나는 좀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