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영하에게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물론 아직도 나는 너를 사랑하는 편이지만, 해가 갈수록 조금씩 너를 견뎌내기가 버겁다는 생각은 해. 그건 내 탓일 수도 있고 네 탓일 수도 있으니 차라리 누구의 탓도 아닌 것으로 해두면 우리의 마음은 조금 더 편해지겠지. 하지만 오래 못 보다가 다시 만난 날에도, 저 멀리서 네가 손을 흔들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뒷걸음질을 치더라, 내가. 살짝이지만. , 결국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 내가.

 

생각해보면 늘 그랬지. 네가 내게서 가장 멀리 있을 때 그렇게 사무치게 너를 그리워해 놓고서 막상 네가 곁에 바투 다가앉으면 나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웅크리기도 하고, 잡아달라고 내민 네 손을 못 본 체, 그냥 주머니에 손을 꽂고 종종걸음으로 혼자 앞서 걸어버리기도 했어. 그런 나를 보며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시 너를 멀리 보내놓고 밤을 혼자 지낼 때면, 몸도 마음도 덥고 지쳐 서늘한 너의 손길이며 시리게 아름다운 네 미소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아, 다음 번에 만나면 웃으며 안아줘야지, 너를 붙들어 앉혀놓고 내가 얼마나 너를 그리워했는지 세세하게 말해줘야지, 다시 네가 돌아가는 그날까지 늘 웃으며 곁에 있어 줘야지, 그렇게 다짐을 하는데도, 막상 네가 돌아올 날이 하루하루 가까워지면 나는 또 겁쟁이가 된다. 너는 언제나처럼, 내게 한 번도 야속함을 느낀 적이 없었던 것처럼 새하얀 미소로 웃으며 다가올 것이고, 나는 너를 반기는 만큼 너를 피할 수 없음에 몸서리치며 너의 귀국을 마중하겠지. 네 얼굴을 보자마자 이번에는 얼마나 있다가 돌아갈 것인지를 손꼽아 헤아려 보겠지. 그렇게 혼자 옥상을 빙빙 돌며 네 생각에 짓는 한숨이 어느덧 하얀 입김이 되었는데, 영하야,

 

너는 오늘 새벽 남몰래 와서 내 옆에 누웠더라. 모든 창과 모든 문을 닫았는데도 언제나처럼 너는 그 모든 닫음을 소리 없이 열어젖히고 내 옆에 와서 조용히 누웠더라. 북쪽 나라의 바람을 헤집고 달려온 네 몸이 너무 시려서 새벽녘 나는 얕은 잠을 깨었고, 잠든 너를 두고 슬그머니 거실로 나와 물 한 잔 마시면서, 네가 내 공간에 아무렇게나 풀어놓은 으스스한 짐이며 옷가지들 때문에 또 한 번 소스라쳤다. 왜 너는 언제나 이토록 갑작스레 내 삶에 침투하는지, 왜 너는 점점 더 날카롭고 난폭해지는지, 왜 이렇게 몰아치고 쏟아붓는지, 네가 그런 존재임을 뻔히 알면서도 너를 사랑했던 나는 왜 갈수록 네가 낯설고 점점 더 참기가 어려운지, 불 꺼진 거실 테이블에 빈 물잔을 내려놓고 앉은 나는 이마를 싸매고 한참 네 이름을 속으로, 속으로만 불렀다, 영하야. 내가 없는 내 침대에서 차가운 몸을 조용히 웅크린 채 돌아올 나를 기다리고 있는 너, 영하야, 나의 영하야. 영하 2도야…….

 

넌 왜 점점 더 일찍 와서 늦게 가니. 제발 우리 어렸던 그 시절처럼 그냥 12월에 딱 맞춰와서 2월 끝나면 깔끔하게 딱, ? 그냥 석 달만 딱 있다가 가면 안되겠니? 이러다 조만간 일 년의 절반을 니가 다 해먹겠구나, 영하야, 영하야, 아이고 제발 영하야…….

 


 

 

 

그러니 독자여나 자신이 내 책의 재료이다그러므로 이처럼 경박하고 헛된 주제에 그대의 한가한 시간을 쓰는 것은 당치 않다.

몽테뉴에세

 

 

 

--- 읽는 ---


에세 / 몽테뉴

연년세세 / 황정은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11-1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역시 스요님 돌아온 실감이 납니다.
근데 영하는 이제 우리 곁에 그리 오래 있지 않습니다. 12월에서 2월 그건 옛말이고 1월말만되도 벌써 가려고 준비하고 있더군요. 영하도 나름 좋았는데 말입니다. ㅠㅠ

syo 2024-11-19 10: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런가요. 저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겨울이 길어지는 느낌이던데. 쇠약해져서 그런가....
스텔라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공쟝쟝 2024-11-19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하야, 난 니가 올줄 알고 미리 장판을 켜뒀어. 내가 따뜻한 시골에서 살다온 여자거든. 너 돌아올줄 알고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ㅋㅋㅋ 어서와~
두 권 안됩니다. 네 권.

syo 2024-11-19 10:30   좋아요 0 | URL
아니, 장판?!
하지만 필히 외출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

근 몇년 다독에서 회독으로 스타일이 좀 바뀌긴 했는데..... 걔네는 책이 아니라 문제집이긴 하지만.

반유행열반인 2024-11-19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작년에 핫팩을 두둑히 사둔 게 아직 남았어. 양모양 발방석 안에 그거 하나 톡 까두면 하루 온종일을 난단다…(쓰다가 지퍼백에 넣어두면 다음 날 재사용 가능…짠돌이의 생활의 지혜)
저기 어드메서 김영하가 잘못 듣고 귀 긁적이고 있다네요. 저요?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하고…

syo 2024-11-19 10: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김영하 작가님 생각해보니까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 학교 다니기 녹록치 않았겠어요.
영하야 몇 도니-랄지, 봄인데 넌 왜 아직 영하니- 랄지 그런 말들을 듣고 자랐을 것이 뻔하게 보이는데.....


청아 2024-11-1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재미나면서 애틋해요ㅋㅋㅋㅋ
syo작가님도 돌아오고 영하도 돌아오고!

syo 2024-11-19 10:33   좋아요 1 | URL
못 뵌 사이에 청아님은 청아님이 되셨군요!
오랜만에 와보니 개명하신 분들이 많아서 저도 고민을 조금 해봤더랬어요. syo에서 Syo로 바꿀까 하고....

ㅎㅎㅎㅎ 반갑습니다.

다락방 2024-11-1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부분 읽으면서는 김영하인줄 알았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4-11-19 12:59   좋아요 0 | URL
걸려드셨군요. 이것이 바로 테스형 전법입니다.

자목련 2024-11-1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매일매일 syo 님의 페이퍼를 읽을 수 있군요!

syo 2024-11-19 13:00   좋아요 0 | URL
아뇨, 자목련님. 그건 아닐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아

모운 2024-11-22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추위를 잘 탔었나?

syo 2024-11-24 00:50   좋아요 0 | URL
안 그랬었나??

수이 2024-11-24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언제 오셨슈?

syo 2024-11-28 09:1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용하게 왔습죠

감은빛 2024-11-25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영하를 사랑하신 적이 있었군요. 저는 단 한번도 좋아해 본 적이 없어요.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올라온 저에게 서울의 겨울은 너무나도 가혹한 계절이예요. 이젠 남쪽 나라에 살았던 시기와 서울에 살고 있는 시기가 얼추 비슷해져가고 있는데, 아직도 겨울 추위 만큼은 적응이 안 되네요.

syo 2024-11-28 09:22   좋아요 0 | URL
저도 나름대로 더위로 알려진 지역에서 자라다 서울에 올라왔는데, 그래서 저는 오히려 울이 좋더라구요.
눈이라는 것도 실컷 보고.

그러다 군대를 철원으로 다녀오면서, 겨울에 대한 정이 조금씩 식어갔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하의 자녀가 공부에 의욕이 없으십니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알라딘을

 

 

 

1

 

수능이 끝나면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쓸 줄 알았다. 아니지, 그러고 싶을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다. 연간 700권을 읽고 쓰던 시절을 회고하자면 그 시절 syo라는 녀석은 읽고 쓰는 일을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아주 환장하는 수준이었으므로, 연세 지긋하신 지금에 와서야 환장까지는 아니어도 즐거운 마음 정도는 가질 것이라 예측했었는데, , 정말이지 읽고 쓰기가 너무너무너무 싫다. 살다살다 내가? 이런다고?

 

얼마나 싫은가 하면,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그러라고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는 이유만으로 너무도 그렇게 하기 싫어져서, 그 일을 하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으로 하루 10시간 공부를 무난하게 소화하는 지경이다. 심지어 수능 직전에도 하루 7~8시간이 고작이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공부 시간 늘리는 게 쉽고 기쁜 일일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진작 알라딘 시작했을 텐데……. , 그렇구나. 내가 또 이딴 식으로 깨달음 당했구나…….

 

 

 

2

 

수능을 잘 본다는 게 무엇인가. 그건 굉장히 애매한 질문이다. 국어 수학 백분위를 99로 찍었으면 잘 본 사람일까. 그러나 그 사람이 물리 하나 조지는 바람에 원하던 학교 원하던 과에 지원하지 못할 수준이면 못 본 사람일까? 그렇다면 또 다른 사람이 있어서 모든 과목에서 아까 그 사람보다 조금씩 못 봤다면 이 사람은 더 못 본 사람일까? 그런데 이 사람은 아까 그 사람보다 목표치가 낮아서 원하던 곳에 수월하게 합격한다면 잘 본 사람이 되는 걸까? 그러면 잘 본 사람보다 못 본 사람이 못 본 사람보다 잘 본 사람이 되는 걸까? 이쯤 되면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 대체 뭘 보고 있는지조차 헷갈리게 된다.

 

 

 

3

 

헷갈리게 되어서 아무래도 한 번 더 볼 모양인데, 너무 담담한 마음이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 나이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문턱이 낮은 지방대를 골라서 한해라도 빨리 그냥 들어가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같은 결론이지만 그 척박하고 힘든 수험기간을 1년이나 더 통과하며 고생하지 말라는 이유를 드는 사람도 있다. 한 해 더 해볼 가능성도 있겠다는 말을 슬쩍 건네면, 다들 아직 성적표가 나온 것도 아니니까 일단 좀 더 기다려보자면서, 다 잘 될 테니 마음을 편하게 먹고 기다리라며 주제를 전환한다.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런 끔찍한 생각을 미리 할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급하게.

 

걱정하는 마음이 선명해서 늘 고맙다. 나는 어딜 가나 이상하게 더 애틋하고 신경 쓰이는 못난이 자식 같은 아우라를 풍기는 모양이라, 사람들이랑 대화하다 보면 가끔 이렇게까지 나한테 다정하다고?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왜 모두가 나의 지난 1년이 외롭고 괴로웠을 것이며 한해 더 이어질 1년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4

 

나는 지난 1년이 너무도 즐거웠다.

 

 

 

5


천천하긴 하여도 쏟아부은 시간만큼 풀 수 있는 문제가 늘어났다. 풀 수 있는 문제가 늘어나는 즉시 성적에 반영되진 않았지만 역시 천천히라도 성적은 올랐다. 수능이란 내가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시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성장하는 재미가 정량적으로 측정이 되었다. 나에게도 자존감이라는 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고, 자신을 인정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정성적인 평가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오롯한 순간들이었다.

 

알라딘이 비슷했다. 비루한 인간 개체였던 내가 알라딘의 syo가 되기 위해, syo를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 시간들은-물론 그 자체로 즐거움이 있었으나-본질적으로 인정투쟁이었다. 인간이 자아의 뼈대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인정. 그것을 얻기 위해 syo는 읽고 썼으며 그 과정에서 차츰 자가 발전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 그 어떤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운동선수라도 심각한 부상 후에는 굴욕에 가까운 수준의 재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필드에 올라설 수 없는 것처럼,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한번 잊어버린 사람은 다시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타인의 사랑에 의존하여 섭식하고 보행하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 알라딘 서재란 그런 공간이었다. 죽밖에 먹을 수 없는 이를 위한 죽. 씹어 넘길 수 없는 이를 위한 달고 따뜻한 꿀물.

 

그 덕에 이가 나고 이제는 고기를 낚아 생선도 굽고 죽창을 들고 뛰어나가 돼지도 잡아다가 구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나면, 여기는 이제 가끔 맛이 생각나 찾아 먹는, 혹은 소화력 떨어질 때 또 와서 기대는 죽집 같은 곳이 되는 듯. 딱 그런 느낌으로 이제 읽고 쓰는 일이 절박하지도 않고 환장할 만큼 즐겁지도 않은 것이다. 이것이 시각시각 식어가는 겨울바람을 몸으로 감고 옥상을 빙글빙글 돌며 곰곰 생각하다 내린 진단이다.

 

 

 

6

 

이제야 성년이 되는 모양이고, 이미 한참 전에 그 길을 지났을 분들이 오늘 여기 모여 있는 것을 보면, 나도 또 언젠가 지금은 모를 다른 필요에 쫓기고 온기를 좇아 다시 이곳에 스며들겠지만, 하여간 오늘의 나는 읽고 쓰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나를 빚어나가는 일보다 하루 10시간 공부하고 300시간을 모아 약간의 점수로 바꾸는 일이 더 즐거운 모양이다.

 



아무리 좁은 면이라도 희망의 여백은 두렵다타협이라는 속삭임이꿈을 먹는 것 같은 무중력이내가 나를 기만하는 교활한 술수가기적을 바라는 가엾은 소망이……희망은 이같이 흉하게 약화되어 가는 나를비천하게 겁을 먹는 나를 문득문득 깨닫게 한다.

박경리토지』 自序 


 


--- 읽는 ---

화해의 몸짓 / 장성욱

헤겔에 이르는 길 / 미타 세키스케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토지 1 / 박경리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5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3-11-25 1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 1년이 힘드셨을거 같은데 너무나 즐거웠다니 대단하십니다~!! 성장하는 재미라니~!!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syo 2023-11-28 10:59   좋아요 2 | URL
아니 사람이 원래 일을 해도 통장에 잔고가 쌓이면 즐겁고 알라딘에서 독서 백수짓을 해도 서재에 좋아요가 쌓이면 재밌는 법인데 대단할 게 뭐가 있겠어요 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11-25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랑 바꿔요…나도 으으 책 싫고 쓰기 싫어 공부가 제일 재밌어요! 하고 싶다…안 되겠지…

syo 2023-11-28 11:03   좋아요 2 | URL
된다 된다! 올해는 반님도 공부가 제일 재밌어요 그 기분 느낄 때가 되었습니다! 😆

페넬로페 2023-11-25 2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yo님, 의대 지원하시는건가요?
내년엔 국어, 수학, 과탐까지 잘 볼 것 같아요.
자아의 뼈대를 지탱하기 위한 것인데
알라딘은 오히려 자아가 흐트러지기 쉬운 곳이기도 하더라고요^^

syo 2023-11-28 10:11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이 나이에 의대가면 50에 사람되잖아요. 그럴 의지도 욕심도 없습니다.

흐트러지는 부분까지 다 자아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자아라는 게 자기 안에 있는 것만으로 측량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은오 2023-11-25 16: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책 알라딘 페이지마다 이미 쇼님의 그 붉은 얼굴이 있더라니.... 이 사람은 안 읽은 책이 없네... 뭐 하는 사람이야?! 했거든요. ㅋㅋㅋㅋ 진짜 엄청나게 많이 읽고 쓰는 시간을 보내셨군요.
멋집니다... 이번 1년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

syo 2023-11-28 10:12   좋아요 2 | URL
저는 사실 늘상 즐거운 사람입니다. 뭘 하면 해서 즐겁고 안 하면 안 해서 즐겁고..... 내년도 힘내서 즐겁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독서괭 2023-11-25 1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런 이유로 알라딘에 자주 안 오시는 거라면 좋은 일이긴 한데.. 자주 오셨으면 하는 저의 마음.. ㅎㅎ
수험생활이 즐거우셨다니 정말 대단하신걸요! 이번에 수능 엄청나게 어려웠다던데.. 결과가 어찌 나오든 syo님은 잘 되실 분!!👍

syo 2023-11-28 10:14   좋아요 2 | URL
수험생활 자체가 즐겁다기보다 수험생활이 성적향상으로 귀결되는 바람에 즐거웠죠 ㅎㅎㅎㅎ 망했어 봐요, 공부 세상 재미없다면서 알라딘에 짱박혀서 1일 2독 1페이퍼.....

이제 매일 오진 않아도 발 딱 끊고 지내지는 않으려구요! 자주 뵈어용

2023-11-26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8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3-11-28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돌아오셨다!!! 웰컴웰컴

수행과 같은 공부를 해내시고는 즐거우셨다고 하시는!
와아! 어나더 레벨

암튼 너무나 반갑습니다 syo님!!!

syo 2023-11-28 10:20   좋아요 2 | URL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 성적 안 올랐으면 세상 누구보다 먼저 줄행랑 때렸을 필부필부 장삼이사 syo입니다. 운이 좋이서 저런 말도 할 수 있는 거죠 ㅎㅎ

반갑습니다 얄님, 자주보다 조금 드문 종종 뵈어요 ㅎㅎ

구단씨 2023-11-28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든. 목표가 있어서 하는 공부가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
어떤 1년이 되든, 응원합니다~!!!!


syo 2023-12-08 16:39   좋아요 1 | URL
너무 늦게 확인했네요. 구단씨님 감사합니다!

2023-12-09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째서 어쩌자고

 

 

1

 

어제의 syo는 글을 썼고, 오늘의 syo가 그 글을 몇 년 전의 syo가 쓴 글 옆에다 놓고 비교한 결과, 재활,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퇴보에 감염되는 일은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흔한 일이지만, 퇴보가 퇴락이 되기 전에 그 흐름을 끊어놓는 것은 드물고도 위대한 일이라서, 그 과정을 거듭 거친 사람 가운데 인걸이 난다고 들었다. 인걸은커니와, 걸인이나 되지 말아야 하는 게 오늘 syo의 발등에 떨어진 불인 모양이다.

 

 

 

2

 

그렇지만 어째서 써야만 하는 것일까. 모든 활동은 욕망을 겨냥하고, 욕망의 화살은 과녁을 등지고 쏘아도 허공을 크게 에둘러 결국은 과녁으로 달려가는 법이어서, 쓰기로써 아무것도 겨냥하지 않고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밤은 타로 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쳐지는지. 물위에 달리아 꽃잎들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는데 문에 자꾸 부딪히는지. 유리공장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어쩌자고 젖은 빨래는 마르지 않는지. 파란 새 우는지, 널 사랑하는지, 검은 버찌나무 위의 가을로 날아가는지, 도대체 어쩌자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이를 태운 재들은 부드러운지

_ 진은영, <어쩌자고> 전문

 

어째서 쓰는가를 넘어선 자리에야 어쩌자고 쓰는가는 존재한다. 어째서와 어쩌자고 사이의 간격, 누군가에겐 한 뼘도 되지 않을 그 좁은 간격에 곡진하고 눅진한 이야기를 채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쓰는 것으로 일단 정하고.

 

 

 

3

 

매일매일 읽고 써야 한다.

 

 

 

 

--- 읽는 ---


우리는 매일매일 / 진은영

모더니즘 / 피터 게이

토지 1 / 박경리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박찬국

다정소감 / 김혼비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3-11-18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yo님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전혀 퇴보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syo 2023-11-18 13: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잘 계셨지요? ㅎㅎㅎㅎ 😆

수이 2023-11-18 1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퇴보했다 느낀다 ㅋㅋㅋㅋ 쇼 매일 보니 좋네 좋아

syo 2023-11-18 13:34   좋아요 3 | URL
나 퇴보했지? ㅋㅋ

수이님은 그동안 좀 진보하셨네요! 이제 나만큼 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일 나타나서 열심히 재활해야죠 뭐 ㅎㅎ

수이 2023-11-18 13: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칭찬 맞지? 12월에 봐!

syo 2023-11-18 13:47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그러자구요!

은오 2023-11-18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앙 소문으로만 듣던 syo님이랑 동접?! 저도 댓글달아주세요!! ㅋㅋㅋㅋ 넘반갑습니다!!

syo 2023-11-18 13:47   좋아요 2 | URL
아, 저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푸바오시라구요?

반유행열반인 2023-11-18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원조 요정 돌아왔으니, 바톤 터치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대타, 는 발끝도 못 미치던 요마, 요귀 물러가야겠습니다…(나도 syo님이랑 댓글놀이나 하고 허송세월하고 싶은데 이게 수능 끝난 고3 언니 오빠들 보는 고2 기분이구나…하아 나이는 좀 역전되었지만 하아아…공부하기 싫어 방황하는 한숨)

syo 2023-11-18 14:17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ㅎ 저도 요정 활동은 노환으로 인해 은퇴합니다. 이제 뒷방 늙은이 포지션으로 홀홀홀 하면서 곰방대나 털면서 지내려구요. 공부하기 싫은 반님도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3-11-18 14:19   좋아요 1 | URL
아니 뭐여…진짜 늙은이(나 포함) 지팡이 들고 다 때리러 온다? 여기는 너무 고이고 고여 syo님이 그런 위치를 점하는 건 다들 돌아가시는 수십년 후가 아니면 어렵지 싶습니다. 뒷방 꼬맹이 화이팅!

yamoo 2023-11-18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알라딘마을에 쇼라는 서재스타가 있었죠.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알라디너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사라졌다가 다시 컴백했네요. 다시 보니 반갑고 그간의 생활이 어땠는지 궁금해집니다..ㅎㅎ 쇼님이 알라딘 서재에서 사라진 시기에 제가 미술을 시작했으요~~ㅎㅎ

syo 2023-11-20 20:15   좋아요 1 | URL
제가 기억하는 그 언젠가의 야무님은 철학에 대한 깊은 소양은 물론, 각종 교양 지식이 풍부한 댄디가이였었는데, 이제 심지어 미술까지!

저도 반갑습니다 야무님 ㅎㅎㅎ

초란공 2023-11-18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컴백하심니까? 환영합니다~!! ㅋㅋ

syo 2023-11-20 20:16   좋아요 1 | URL
초란공님 오랜만입니다!
컴백은 뭔가 과하고, 그냥 다시 끼적거리려고 나타났습니다 ㅎㅎㅎ

추풍오장원 2023-11-19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일 읽고는 있는데, 쓰는건 아주아주 힘들어서 안하고 있습니다...ㅋㅋ

syo 2023-11-20 20:17   좋아요 1 | URL
그런 면에서 이 동네 분들은 다 대단한 분들이시죠, 읽거나 쓰거나 읽고 쓰거나 다 매일매일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ㅎ

햇살과함께 2023-11-19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syo 2023-11-20 20:17   좋아요 2 | URL
😊😊😊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추운 아침이고 눈이 내릴 것만 같은데 돌이켜 보면 어제는 수능 날이었다.

 


 

1교시 국어 영역

 

국어는 독서/문학/선택의 삼색 구성인데, 통상적으로 선택은 선지식으로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하고 문학은 난도가 낮다 보니, 승패는 독서에서 갈리는 편이다. 하여 일단 선택과 문학을 먼저 최대한 빠른 속도로 풀어제낀 다음 확보된 시간을 모두 독서에 투여하는 것이 안전한 전략이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 남의 말이면 덮어놓고 안 듣고 보는 syo는 그냥 1번부터 순서대로 풀기 때문에 독서-문학-선택 순서대로 문제를 맞닥뜨렸는데, 독서가 너무 쉬운 거라, , 이거 이럼 나가린데- 하며 고개를 갸웃대다가 문학에서 깜놀. 뭐지 이 근본 없는 참신함은? 선지 사이에서 갈피를 잃고 거칠게 흔들리는 샤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미래의 N+1수생 syo…… 그러면서 이제 막 지난 1년간의 주마등이 깜빡깜빡 켜지-는 순간 무조건 망하는데-려는 찰나에 문득, , 이럼 문학부터 풀었던 애들은 아주 나락 갔겠는데? 싶어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니 아이들의 눈빛에는 이미 영혼이 간데없고, 츄리링 입고 쓰레빠 신은 사시나무 서른 개쯤이 바삭바삭 쓸리는 소리를 내며 사정없이 떨리는 꼴을 보니, , 저거 벌써 만났네, 주마등. 늦었네, 못 살려. 그 순간 모든 떨림이 썰물처럼 사라지며 갑자기 든든해지는 내 마음. 와하하 망해도 혼자 망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1만큼 망할 때 10만큼 망해 주는 이들이 있는 이 훈훈한 세상.

 

그렇게 극복하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문학에서 실컷 얻어터졌지만.

 

 

 

2교시 수학 영역

 

킬러 문항이라는 것은 15(가끔 14), 22, 30번 자리에 놓이는 미친 세 문항을 말하는 것으로 일단 개 어렵고, 특히 2230은 주관식이며 보통 세 자리 숫자가 답이 되도록 문제가 구성되다 보니 찍기가 거진 불가능하여 정답률이 10%대를 스치는 편.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해 존재했던 놈들인데, 이 녀석들이 정부의 집중포화를 맞은 자리에 어떤 새로운 전기의자가 설치되어 수험생들의 삶과 죽음을 가르게 될 것인지가 초유의 관심사였다. 상위권 학생들의 입장에서 정부놈들이 어쩌자고 이러냐 싶었던 부분은, 아니 킬러를 빼면 잘하는 놈과 겁나 잘하는 놈과 거어어어어어업나 잘하는 놈들은 어떻게 구별할 거냐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9월 평가원 시험에서 수학 만점자가 2500명 가까이 나오는 바람에(2500명이면 상위권 애들이 노리는 메디컬 학과들의 전체 인원수에 육박한다), 이건 뭐 수학 하나 실수로 틀리면 즉시 의치한약수 포기하라는 뜻이냐는 볼멘소리도 소소하게 있었던지라 평가원 요놈시끼들 과연 수능은 어떻게 내나 보자 했던 것. 뚜껑을 열어보니 22(인강 사이트 채점서비스 기준 정답률 5%), 미적분 30(정답률 8%)은 사실상 킬러.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다고, 나는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수학이 나를 포기한 바로 그런 남자 syo에게, 어차피 킬러라는 것은 하늘의 뜻이 있으면 운 좋게 풀 수도 있으니 진정으로 이 문제를 풀고 싶다면 수학 공부할 시간에 봉사 및 기부활동을 통해 선업을 쌓는 쪽이 더 효율적인 뭐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22는 보자마자 우회하여 23으로 진출했고, 아예 29가 마지막 문제인 것처럼 30을 회피하여 1로 돌아가 재점검에 들어갔다. 그 덕에 운 좋게 계산 실수 두 개를 발견하여 이득을 좀 봤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에 22, 30과 면담 시간을 가져 보았지만 역시 우리는 운명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합의 하에 시원한 마음으로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돌아설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이별이 후회로 남듯 이번에도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던 것. 22번은 나의 수험번호를 그럴싸하게 조합하여 125라고 찍었고, 30번은 샤머니즘을 동원, 마지막 문제니까 기분 좋게 100이라고 찍었는데, 집에 와서 정답표를 확인하니 22번 정답은 483이라 당연하게도 나가리였으나 하필 30번 정답이 125…….

 

 

 

2.5교시 점심 영역

 

수능을 이틀 앞둔 1114일 저녁, syo는 대패삼겹살 쌈장 볶음밥을 만들고 있었고, 등 뒤로는 우리의 친구 이 디아블로2를 하고 있었다. 통통통 마늘을 썰다가 갑자기 빡이 쳐서, 마늘을 썰던 칼을 의 목덜미에 들이대며, 야이 개만도 못하고 개보다 더한 개같은 놈아(멍뭉 미안), 더하기 빼기 하나 없이 말 그대로 내일 모레가 수능인데 나는 니 처먹을 저녁을 만들고 있고 ㅅㅂ 니는 디아블로를 쳐잡고 앉았네? 수험생 둔 집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이것은 가정폭력이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5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라고 협박한 결과, 수능 날 먹을 점심거리를 이 책임지기로 했다. 15일 퇴근길에 그는 빠리바게트를 들러서 샌드위치 한 팩과 단팥빵 하나, 그리고 비싸지만 두세 모금밖에 되지 않는 오렌지 주스 하나를 사서 돌아왔다. 그래서 16일 점심, syo는 보온도시락을 꺼내는 아이들 사이에서 비니루봉지를 꺼냈으며, 숟가락질을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손가락질을 해야 했지만 부끄러울지언정(놈과 관련된 모든 상황은 syo에게 항상 부끄러움이다) 불행하지는 않았다. 좋겠다, 니들은 엄마 아빠 있어서 도시락 싸온 모양이네, 나는 엄마도 아빠도 없지만 씩씩한 syo! 이러면서 제로 콜라 뚜껑을 힘차게 돌렸는데 콜라도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시원한 축포를 터뜨려 주었다. 제길, 나는 엄마도 아빠도 조심성도 없었다……. 아참, 휴지도 없었다. 저기 죄송한데 티슈 몇 장만……. 내 앞에 앉은 친구는 엄마도 아빠도 측은지심도 있었다. 파이팅, 너어는 너는 잘될 거야, 잘되라.

 

 

 

 

3교시 영어 영역

 

내 옆에 앉아서 다리 떨던 너어는 너는 잘되지 마라. 진짜. 너 때문에 듣기 하나 말리는 바람에 겁나서 듣기 시간에 듣기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시간 부족으로 문제 하나 통으로 날렸다 이 시끼야.

 

 


4교시 탐구 영역

 

여기가 문제 지점이었다. 앞 과목들이야 다들 망한 분위기라 나 정도 망한 건 티도 안 나는데, 여기서 나 혼자 망하는 바람에 인생 행로가 애매해진 것. 언제나 syo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물리의 역습. 초반에 계산 두 개 연속으로 말리는 바람에 멘붕 세게 왔고, 결국 들뜬 마음이 이어지는 지구과학에까지 영향을 미쳐 안 해도 될 실수를 낳은 모양. 물리 이 새끼 난 그동안 니가 너무 효자여서 양자로 삼고 재산까지 물려줄 생각이었는데 넌 그렇게 항시 웃는 낯으로 나를 대하더니 등 뒤로는 이렇게 칼을 갈고 있었구나, , 물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었던가…….

 

 

 

5교시 귀가 및 휴식 영역

 

시험 보는 사이에 내린 비로 젖은 길을 한참 걸어 지하철을 잡아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두고 간 핸드폰에 사람들의 흔적이 잔뜩이었다. 외투 벗다가 전화 받고, 바지 지퍼 내리다가 톡 대답하고, 윗도리 벗었는데 또 전화받고, 실내복 바지에 한 다리 꿰었는데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돈 보내주신 이모께 압도적 감사를 표하고……. 어쨌든 일 년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는 감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은 오랜만이어서 어색하다.

 

필적확인 문구라는 게 있다. 문제지 표지에 인쇄되어 있는 문구를 OMR카드에 자필로 써넣어 수험생의 필적을 확보하는 건데, 올해의 문구는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였다. 나는 1교시부터 총 다섯 장의 OMR카드에 이 문장을 꼬박꼬박 다섯 번 적어 넣으면서, 좋은 문장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크지는 않지만 없지도 않아서 완전히 닫혀 있지 않은 문장. 문장의 주인이 전달하려는 뜻이 선명할수록 읽는 이에게 주어진 여백은 좁아진다. syo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문장이란 그 선명함과 여백 사이의 어느 지점에 아슬아슬하지만 향기롭게 설 줄 아는 글이어서, 이 문장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고, 수험생들이 매 교시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에 괜찮은 한 줄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이 문장은 양광모 시인의 가장 넓은 길이라는 시의 마지막 두 행이었다. 전문은 이렇다.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이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양광모 가장 넓은 길

 

이 전문을 확인하는 순간, 나의 모든 감동은 즉시 사라졌다. 마지막 두 문장만 있을 때 품었던 미미한 여백까지 모조리 사라지며 이 시는 오직 한 가지 길을 간다. 뜻깊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너무도 많이 듣던 이야기이며, 당장 누구라도 누구에게든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이다. 행갈이 없이 연이어 적으면 그냥 격언일 뿐인 이야기를 행갈이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이 문장의 진의를 알았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서, 마지막 문장만 있을 때 내 마음속에 펼쳐졌던 의미의 넓은 길이, 다른 문장들이 드러나는 순간 내 마음밖에(시인의 마음속이겠지) 존재하는 좁은 길이 되고 만 것이다. , 이 시는, 그야말로 살신성인의 시였다. 동시에 마지막 두 문장만 떨어져 나와 독자에게 먼저 읽힌 후에 전문을 읽었을 때, 그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해주는 넓으면서도 좁아터진 시…….

 

 

  

6교시 내일부터 영역

 

최근 엿이며 초콜릿 같은 것들을 배부르게 먹다 보니 살이 좀 쪘는데, , 그건 최대한 빠르게 복구할지어다. 시험은 잘 봤으나 기대한 만큼 잘 본 건 또 아니다 보니(준비 과정에서 기대가 점점 커진 탓도 있고), 2024년의 syo겉보기엔 교수지만 내면은 누구보다 학생캐릭터로 캠퍼스를 누비게 될지, 아니면 N수생의 모질고 거친 삶을 살게 될지는 추세를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모양. 그와 무관하게 어쨌든 한동안은 하루 한두 시간이라도 꾸준히 읽거나 써 볼 생각입니다. 손끝이 너무 굳어서 이러다 멸망할라.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5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추풍오장원 2023-11-17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능 치셨을줄은 몰랐습니다...!! 고시 치신거 아니었나요...

syo 2023-11-17 12:26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추풍님 기준에서 생각하셨나본데, 고시같이 어려운 시험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페넬로페 2023-11-17 1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yo님, 반가워요.
반가운데 이렇게 엉뚱한 소식을 들려 주시는군요 ㅎㅎ
어제 수능은 킬러 없는 불수능이었다고 하던데, 어쨌든 좀 잘 보신 거 같네요.
본래 기대한 만큼은 안 나오거든요.
내년에 대학생이 되는 상큼한 syo가 되시길 기원합니당^^

syo 2023-11-17 12:27   좋아요 2 | URL
킬러가 있더라구요. 절 죽이던데요? ㅎㅎㅎㅎㅎ 오랜만이고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공쟝쟝 2023-11-17 1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돌아오기 전에 서양철학 많이 읽어놨어야 했는 데 ㅜㅜㅜ 이제 물 건너갔다...)
머리카락에 눈이 덮였으나 빗자루로 쓸지 않는 가장 넓은 길 가실 대학생!쇼님 응원합니다.ㅋㅋㅋ
내년에 대학 가요제에 나오시나요? 고생 많았구, 푹쉬 쇼!

syo 2023-11-17 12:2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나 이제 서양철학에 관심없어요. 나는 이제 문학syo야. 엣헴.

수이 2023-11-17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멸망이 그대 길에 가당키나 할까. 와락 수고했어. 밥 먹자.

syo 2023-11-17 12:29   좋아요 2 | URL
내가 좀 수고했지 ㅎㅎㅎㅎㅎ 밥 좋아요 😆

꼬마요정 2023-11-17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어요. 가장 넓은 길은 청소하기 힘들어요…(엥?) 길이 좁든 넓든 syo 님 원하는 길이기만 하면 되죠 머 ㅎㅎ 푹 쉬시고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내년엔 대학생 쇼님이길!!!!

syo 2023-11-18 12:55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감사합니다 ㅎㅎㅎ
대학생이라니, 엄청나죠? 좋은 시절인 것 같아요. 남들 교수할 나이에 대학생도 할 수 있는 호시절....

blanca 2023-11-17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syo님 돌아오셨다, 그런데 이런 고퀄의 수능 분석을 가지고 오시다니요! 스윽 읽으려다 너무 좋아 학부모인 저로서는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재독, 삼독해보려 합니다. ^^;;; 헉 30번 답....소오름...저 수리 주관식 찍어 맞춘 여자예요. ㅋㅋㅋ 이제 대학 새내기 syo님 일기 읽을 수 있는 겁니까?

syo 2023-11-18 12:56   좋아요 1 | URL
와 정겨운 단어 ‘수리‘ ㅎㅎㅎㅎㅎㅎ
마흔 줄에 대학 일기 되게 독보적인 컨텐츠가 될 것 같네요 ㅎ 제가 다 기대가 되네요. 대학 꼭 가라 나야....

페크pek0501 2023-11-17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출현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당~~ 잘 지내셨는지요?

syo 2023-11-18 12:57   좋아요 2 | URL
페크님 오랜만이네요! 저는 언제나 무탈한 syo입니다!

단발머리 2023-11-17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교시 수학영역에서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수학 잘하는 문학syo님! 수고 많았어요! 이제 자주 오는거죠? ㅋㅋㅋㅋㅋㅋ

syo 2023-11-18 12:58   좋아요 1 | URL
수학으로 감동을 드리고 받다니..... 우리 둘 중 누가 대단한 걸까요? ㅎㅎ
매일 매일 오려고 노력중입니다!

yamoo 2023-11-17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오랜만에 출현하셔서 보니, 수능을 보셨군요!
예전에 뭔가 합격통지서를 받은 페이퍼를 봤는데,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시기 위한 셤을 치셨나봅니다.
앞으로의 길에 건투를 빌어요! 쇼님^^

참고로...국어영역에서 문학은 대체로 쉬운데, 올핸 매우 헷갈리는 선지가 많았나봅니다. 문학에서 저렇게 선지를 구성하면 답이 없고 걍 찍어야 됩니다. 문학은 주관적인 해석이 다분한데...출제위원들이 매력적인 오답이라고 저렇게 구성할 시 충분히 그렇게 볼 개연성이 높아 출제 오류가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매력적인 오답을 유도하여 문제없게 선지를 구성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번 출제위원들이 이 어려운 걸 해냈나봅니다. 그럼에도 국어는 수학처럼 급간 차이가 심하게 나지 않으니 좀 기다려보시면 좋은 소식이 들려올 수도 있어요~~~ㅎㅎ

syo 2023-11-18 12:58   좋아요 1 | URL
야무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업계분이셨던가요...... 댓글 읽다가 갑자기 두 손이 공손하게 모아지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11-17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고, 덕분에 아침에 pn다이오드 문제풀이까지 마친 초보 물리러는…60퍼센트 수강한 물리 강의 조용히 드랍하기로 합니다 ㅋㅋㅋ 공대 출신 20년 물리 인생이 어렵다면 머리털 나고 처음 물리하는 나는 생명과학으로 돌아가는 게 맞겠어ㅋㅋㅋ저를 물리로부터 구하셨습니다!!!! (이렇게syo 핑계로 물포자로 돌아간다 ㅋㅋㅋㅋㅋ)

syo 2023-11-18 13:00   좋아요 2 | URL
제가 물리 녀석과 쌓은 역사가 몇십 년인데, 저도 다른 애들한테 뒷통수 다 맞아도 얘한테 맞을 줄은 몰랐습니다. 수능 결심할 때도, 그래 물리는 워낙 오래 했으니까 든든하다- 하는 점이 파지티브 포인트였었는데요....

생지러 화이팅입니다. 탐구는 생지죠.

stella.K 2023-11-17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오래 전부터 생각한 건데 학교는 나이 먹고 다니면 좋겠단 생각이 들거군요.
전 학교 때 학교 다니기가 넘 힘들했거든요.
이 나이쯤 다니면 정말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ㅋ
근데 스요님 안 보이시더니 수능 보셨군요. 멋지네요. 좋은 결과 있기를!^^

syo 2023-11-18 13:02   좋아요 1 | URL
이 나이에 수능 보는 게 또 어찌보면 노욕 같기도 하구요....

젊은 친구들 전부 와, 나이에 상관없이 도전하는 모습 멋지세요! 라고 말은 하지만 알고 보면 와, 그냥 살던 대로 살지 괜히 공부해서 젊은애들 자리나 뺏어가려고.... 라고 생각하고 있을듯합니다 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11-18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syo님 오랜만입니다! 깜놀 수능소식도 멋지구리하게 들려주시는!!! 반가워요!

syo 2023-11-18 13:03   좋아요 1 | URL
난티나무님 오랜만입니다 ㅎㅎㅎㅎ 이제 좀 자주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독서괭 2023-11-18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syo님 수능 치셨군여!! 수험생 생활이 팍팍했을 텐데 그럼에도 여전한 입담이 참 반갑습니다^^ 그래도 잘 봤다고 평하시는 거 보니 내년을 기대해봐도 좋겠군요!!

syo 2023-11-20 20:19   좋아요 2 | URL
수험생 라이프는 생활이 팍팍한 것도 그거지만, 인성이 팍팍해지더라구요..... 죽기 전에 숨 쉬러 나타났습니다.
내년의 일은 내년에게 맡기기루 하구요 ㅎㅎ

bookholic 2023-11-18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수능 공부하시느라 뜸하셨군요...^^ 수능 공부하시고 수능 보느라 고생 많았어요.. 찍은 문제는 다 맞추시고, 푼 문제는 실수하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syo 2023-11-20 20:20   좋아요 1 | URL
매긴 대로 성적이 나오는 게 일단의 바람이긴 합니다 ㅎ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북홀릭님!

또 봄. 2023-11-20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능시험만으로도 존경스러운데, 물리가 버팀목이었다니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syo 2023-11-20 20:21   좋아요 1 | URL
수능도 물리도 존경을 받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ㅎㅎㅎ 하지만 좋은 소식이 온다면 저도 그 소식 녀석을 존경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23-11-20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수능 보셨어요?
의대? 치대? 법대? ^^
하여튼 넘 반갑습니다. ^^

syo 2023-11-20 20:22   좋아요 2 | URL
북다님 오랜만이지요! ㅎㅎㅎㅎ
저는 수능을 보고 수능은 저를 봤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훈훈한 결말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만.....
 


여전합니다

 

 

옥상에서 밤 덮인 골목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이내 발끝이 차갑습니다. 눈이 내린 다음 날이면 가로등 빛도 한층 더 야위지요. 배회하는 고양이, 구름에 흔들리는 달빛, 교회당의 붉은 십자가, 산 아래 도로를 달리는 광원들. 겨울이면 모든 풍경이 조금 더 퍽퍽해서 무엇이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생겨납니다. 안기고 싶은 마음이라고 고쳐 써도 다르지 않겠군요. 감각에 기대 떠올리는 이런 마음은 외로움이랄지 고독이랄지 하는 높고 윤곽 흐린 감정들보다 침투력이 훨씬 커서, 제멋대로 어떤 추억이나 이름을 꺼내 그 곁에 모여들곤 합니다. 겨우내 안아주고 싶은 이름 하나가 있었는데, 그 생각이 지극하여 그대로 이 계절에 붙박였습니다. 그리하여 겨울이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은 안아주고 싶은 동안은 온통 겨울인 마음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나의 사계절을 하나의 계절로 수렴합니다. 맞아요. 그해 겨울에 그런 마음이 시작되었고, 그 마음이 끝나기 전까지 이제 겨울은 끝나지 않습니다.

 

syo는 여전합니다.

 

책머리에 앉은 먼지가 굳어 이제 여간한 입바람으로는 날리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 읽지 않았습니다. 읽지 않는 삶이란 곧 쓰지 않는 삶일 것이라 짐작만 하던 적이 있었는데, 짐작은 현실이 되었고 이런 현실이 뜻밖에 또 나쁘지 않아서, 읽고 쓰면서 그럭저럭 살던 syo는 읽지 않으므로 쓰지 않으면서도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었고 아무래도 올해 역시 syo는 읽지 않겠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읽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읽기를 멈추는 데 특별한 계기가 필요했던 시기가 힘겹게 저물었고, 이제는 읽는 데에 계기가 필요한 범상하고 범속한 궤도에 올라탄 모양입니다. 서재 이마에 읽지 않고 쓰겠다고 써 붙여 놓았지만 읽지 않으니 써지지 않아서 결국 읽지도 쓰지도 않는 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영위하고야 말았네요. “보통 사람이 되었어요. , 이제야 내가, 드디어 내가, 마늘과 쑥도 없이 내가.

 

syo는 여전히 백수입니다. 달라진 것을 꼽자면 그저 진간장과 국간장을 구별해서 사용할 줄 알게 되었고, 피클에 취나물을 넣어 담그면 별미라는 사실을 배운 것 정도입니다.

 

활자는 악기고 쓰기는 연주입니다. 기예라는 것은 꽤나 가혹해서 연습한 딱 그만큼만 주어지는 반면 하루를 멈추면 사흘을 거슬러 갑니다. 일 년을 쉬었으니 삼 년을 거슬러 syo의 글은 이제 다시 삼십 대 중반쯤이겠습니다. 이참에 몇 년 더 쉬어 이십 대까지 회춘하는 것도 방법일까 싶다가도, 그 시절은 아름다웠으나 아름다운 만큼 어리석었으므로 오늘의 내가 그날의 어리고 어리석은 나를 끝내 견뎌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이렇게 뭐라도 끄적댑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이 겨울이 꽤나 마음에 차기 때문입니다.

 

귤껍질로 차를 만들 생각입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7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은오 2023-01-08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허... 아니 무슨 글을 이렇게 쓰시는 분이 있나요? 정말 여전하시네요. 얼마 전에 우연히 여기 왔다가 무슨 글을 이렇게 쓰는 사람이 있어? 하고 놀랐는데 말입니다.

얄라알라 2023-02-15 12:56   좋아요 1 | URL
은오님,
매서운 감식안이 있으신 은오님의 칭찬세례를 받으신 syo님

반갑습니다. 오랫만에 뵈어요!!

scott 2023-01-09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님 웰컴 백 북플🤗

책읽는나무 2023-01-09 06: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더 젊어져서 오시다니?
비법 좀?...
잘 쉬다 오셨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셨죠?

반유행열반인 2023-01-09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은 우리 사는 나라에서는 원래 추운 거지만…가끔가끔 따뜻하시길 기원합니다. ㅎㅎ저는 늘 봄을 기다려요.

라로 2023-01-0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진간장과 국간장 구별 못 해서 진간장만 사용해요. ㅎㅎㅎ 귤껍질로 차도 만드시고!!
저도 알라딘을 떠났다가 다시 올까봐요.^^;;
암튼, 웰컴 백 앤드 해피 뉴 이어~~!!^^

2023-01-09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9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귤껍질로 향긋한 차 만드시면 글 또 올려주실 거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3-01-12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하기가 어렵죠.
그 어려운 일을 해내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수이 2023-02-20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님, 저기 은오님이 댓글 달았네 ㅋㅋㅋ 은오님 댓글 보다가 글 보다 우리 쇼 뭐 하나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죠. 빨리 공부 끝내고 놀자. 심심해.

수이 2023-02-20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제가 알라딘에 한동안 안 왔다가 다시 요즘 오고 있어요. 쇼님 글 언제 올라오나 그럴 때가 있었잖아. 그땐 쇼 글 읽는 맛에 알라딘 할 맛이 났었는데. 에잇.

수이 2023-02-20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 없는 알라딘에서 놀면서 버티다가 그대 컴백하는 날 미친듯 난리 부르스를 추겠소. 쇼 없는 알라딘이 이런 건지 내가 왜 진작에 몰랐을까. 아아아악.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