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o는 맞춤법에 민감하지 않고, 맞춤법에 어긋난 글을 만나도 지적하거나 글쓴이에 대해 특정한 견해를 갖지는 않는다. 제놈도 허구한 날 틀리고 앉았거든. 그러나 뜻만 통하면 된다는 둥, 언어는 원래 변하는 거라는 둥 하는 대답을 만나면, 그것이 그저 악에 받쳐서 빽빽 질러댄 핑계나 변명은 아닌지 좀 면밀히 살펴 보는 편이다. 


핑계도 적당해야 한다. '환골탈퇴'는 syo에게 '환장하겠네, 이 골 때리는 놈 탈탈 털어서 퇴비로 쓰고 싶다'의 줄임말이다. 이런 경우는 소통이나 변화를 들먹여서는 안되는 치명적인 멍청함이 드러나는 케이스라 하겠다. 가전 제품에 녹황색 채소를 쑤셔넣었으니 '에어컨 시래기'는 당연히 고장일 수 밖에 없다. '김머중', '박ㄹ혜', '세종머왕' 같은 말은, 정말 그게 재밌냐고 물어보고 싶다. 재밌으면 장땡이냐고도 물어보고 싶다.


그런가 하면, 한국인이 자주 틀리는 맞춤법 가운데 이중피동이 있다. '쓰다'의 피동형은 '-이'를 붙여 '쓰이다'로 충분한데, 또다른 피동형 공식인 '+지다/어지다' 까지 동원하는 바람에 '쓰여지다'가 되는 실수. 이런 건 정말 많이 틀린다. '보여지다', '놓여지다', '바뀌어지다'...... 그리고 문제의 '잊혀지다'가 있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이고, 매년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한 번쯤은 만나게 되는 노랫말이 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가수 이용이 1982년 발표한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의 <잊혀진 계절>의 도입부다. 여기서 우리는 맞춤법의 잣대를 들이밀어, '잊혀진 계절' 아니죠, '잊힌 계절' 맞습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할 수는 있다. 그런데 syo는 이 여기야말로 우리가 기계적인 맞춤법의 압제에 맞서 소통과 변화를 외치며 들고 일어나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35년을, 우리는 '잊혀진' 계절을 노래하며 살았다.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서글프게 따져 물으며 각자 추억 속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그렇게 35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와서, 너는 잊혀진 것이 아니고 그저 잊힌 것이었다니! 아니야, syo는 <잊힌 계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잊힌 계절'에는 '잊혀진 계절'이 지닌 아우라가 없다. 아,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어야' 하는 건가요.' 라니......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느냐 하면, 이번에는 어쩌다 보니 맞춤법 책을 몇 권 읽게 되어서. 헤헤.



171020 - 171031 35권


문학 8권



1. 파묻힌 거인

: 이시구로, 이런 기억의 요술쟁이.


2. 걱정말고 다녀와

: 김현(전설 속의 그 분 아닙니다)의 산문은 시에 비해 매력이 없고 단조롭다. 불온하기 짝이 없는 그의 시를 생각해 보면 그 간극이 참 놀랍다. 이부록의 삽화는 김현의 산문보다 시에 더 어울리겠다 싶을만큼 전위적이라 글이 더욱 아쉽다.


3. 더 나쁜 쪽으로

: 여전하시네요. 그래도 사랑합니다, 사과씨.


4. 나를 보내지 마

: 이걸로 이시구로는 끝. 험난한 길이었다. 가장 인기 많은 놈 중 하나로 마무리한 것도 의미가 있구나.


5.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 시집이 참 빽빽하다. 시어는 많지만 무엇을 가리키던 하나가 하나를 가리키는 것 같다. 의미를 다 알 순 없지만, 어쩐지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6. 다정

: 서문을 읽는 순간 구역질이 났다. 꾹 참고 읽어나가다 시인의 만행을 모르고 읽었다면 감탄했을 구절들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표제작까지 닿는 데 채 10편 안 되는 시들을 읽다 더는 못 읽고 덮었다. 알고는 못 읽겠다.


7.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 아무래도 syo는 이다혜 기자의 글과는 안 맞다. 담담하고 따뜻한 글인 건 알겠는데, 읽을 책이 많은데 왜 이걸 읽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쉬지않고 엄습한다. 별로 매력이 없다. 취향의 문제임을 한번 더 강조하면서.


8. 저녁의 연인들

: 좋은 시마다 옆구리에 플래그를 하나씩 붙여 가며 한 권을 다 읽고나니, 옆구리가 비어 있는 녀석이 겨우 두 손에 꼽힌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로다.....




수학 / 과학 / 공학 5권



9. 인공지능 70

: 귀여운 책에 자꾸 손이 가는 걸 어떡하나. 귀여운 책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갖춘 평범한 귀여운 책이다.


10. 수학은 짝짓기에서 탄생하였다

: 얇아서 잠깐 읽기는 좋은데, 읽기 전후로 뭐가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11. 세상에서 가장 쉬운 통계학 입문

: 맞네. 쉽네. 끝.


12. 공대생도 잘 모르는 재미있는 공학 이야기

: 정말 손나 유익하나 수학이나 과학에 전혀 기반이 없다면 100퍼센트 알고 지나가긴 힘들다.


13. 한 권으로 끝내는 세상의 모든 과학

: 이준호와 함께라면 어디든 가 보리~♪




읽기 / 쓰기 7권



14. 국어 독립 만세


15. 진짜 경쟁력은 국어실력이다

: 10년된 책이다. 


16. 소설 마시는 시간

: 글은 그저 그렇지만, 그림이 너무 예쁘고 책 전체의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든다. 술을 좋아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술이라고는 참소주하고 참이슬밖에 모르는 무지렁이라....ㅠ


17.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이제 더는 미루지 말고 장석주를 떠나야 한다.


18. 행복한 책읽기

: 다시 읽고 다시 읽어도 또 한번 다시 읽을 만하다.


19. 우물에서 하늘 보기

: 어렵지 않은 시를 어렵지 않게 풀어 어려운 세상에 연고처럼 비벼 바른다. 세상 사는 사람들 세상 사는 일이 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다.


20.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 우리말 공부 책은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안 읽고 쓰기만 자꾸 하다보면 점점 춤이 과해져서 결국 도랑에 빠지더라.




정치 / 경제 / 철학 8



21. 박4모

: 그림도 그림, 센스도 센스지만 이 사람, 기본적으로 글을 참 잘 쓴다. 깜짝 놀랐다.


22. 자본론을 읽어야 할 시간

: 쉽고 요약이 잘 된 책. 김수행 선생님 입문서와 강신준 선생님 입문서를 섞어서 반 뚝 자른 것 같은 책. 


23. 초기 그리스 철학

: 이런 건 하나 가지고 있어도 되겠다. 완간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24. 니체의 인생 강의

: 하나로 꿰어 관통하는 큰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이 니체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줄기임을 부인할 수 없으므로, 이 책은 얇으나 가치가 크다.


25. 보수를 지켜라

: 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보수는 안전합니다"라고 표지에 써 있다. 읽는 방법은 두 가지다. "승객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이 배는 안전합니다" 거나 "손님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이 개는 안전합니다" 거나. 여하튼 안심했다. 


26. 러시아 혁명 희망과 좌절

: 거의 모든 사람을 오른쪽에 두고 있다는 최일붕 선생님이 전해주는 러시아 혁명 이야기. 독한 서술은 여전하다. 상대적으로 좀 얇다. 


27. 조선자본주의공화국

: 그러니까. 이게 말이 되지, 상식적으로. 그것들도 그것들 밑에 사는 사람들도 어쨌든 사람인데, 사람 사는 게. 


28. 명랑철학

: 아, 니체란 인간. 조금 더 경외감을 느꼈고, 조금 더 정떨어졌다. 이 책처럼 해서는 니체의 사상이 나치에 의해 그저 오남용되었을 뿐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는 어렵지 않나.




사회 / 인물 7권



29. 루쉰전

: 당성이 있는 편이라 루쉰의 적대자(인 동시에 공산당의 적대자)를 신랄하게 까고 루쉰의 혁명적 역량은 굵게 칭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은 평전이라 하겠는데, 문체가 평탄하면서도 힘과 깊이가 있다. 


30. 루쉰, 길 없는 대지

: 루쉰이 걸어왔던 행로를 되밟으며 그의 삶을 조명하는 1부와, 작품들을 하나씩 해설하는 2부로 이루어진 책. 그러니까, 전기와 해설서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31. 가거라 용감하게, 아들아

: 과연 모든 책에서 어떤 견해와 맞서 싸우는 투사 박홍규 선생님. 다른 전기를 한 권 읽고 와서 보면 눈이 넓어진다.


32. 시사인 527

33. 한겨레21 1183

34. 한겨레21 1184


35. 그러니까 이것이 사회학이군요

: 사회학 책이고 심지어 남의 나라 사회학 책이긴 한데 사회학자나 사회학자 워너비가 아닌 그냥 읽고 쓰는 일을 즐기는 소소한 사람에게도 가치 있는 조언이 대량 등장한다.




아, 맞춤법 책을 3권이나 읽었는데, 뭐 나아진 게 하나도 없지...... sy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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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과도기 2017-10-3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쯤 농담이고 반쯤 진담으로, 한국어 맞춤법은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전공 연구자들도, 각 대학의 한국어 전공 교수들도 ‘가끔‘ 헷갈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어 어문 규범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시무룩해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한국어 어문 규범은 평생에 걸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니까요.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전공자인 저도 매일 낯설어하는 게 한국어 어문 규범입니다).
매번 재미있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힘내시라는 말을 주책맞게도 길게 했네요...^^;

ps. 본문 보다 생각난 것: 어문 규범보다 조금 더 높은 차원에서 한국어 문법을 따지고 들어가 보았을 때, 요즘의 10-20대에게 혼동(?)을 일으키는 노랫말은 아무래도 ‘양화대교‘(Zion-T)의 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syo 2017-10-31 20:14   좋아요 0 | URL
국립국어원장이 자기도 띄어쓰기에 자신이 없다고 충격고백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도 힘이 나지만 인간의과도기님의 고퀄 리뷰를 보면 더 힘이 나겠습니다ㅎㅎㅎ 언제 또 올리시나 한참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마침내 목이 빠졌습니다....

다락방 2017-10-31 20:55   좋아요 0 | URL
앗 인간의 과도기 님이닷!!!!

인간의과도기 2017-11-01 07:54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 글 잘 쓰시기로 유명한 두 분께서 이리 저를 반겨주셔서, 어떻게 답변하는 것이 좋을까 밤 동안 고민하다 이제야 답댓글을 답니다.
제가 천성이 부지런하지 않은 데다, 최근 개인적인 고민이 있어 글을 쓰는 데 주저함이 있었습니다. 조만간(올해 안에?)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힘내 보겠습니다. 목 빠지시면 안 됩니다... 저는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두 분께 드립니다 ㅜㅜ

단발머리 2017-10-3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이제 더는 미루지 말고 장석주를 떠나야 한다.
의 이유를 알고 싶네요.

전체중에서 35번을 제일 먼저 읽고 싶어요.
근데, syo님 진짜 많이 읽으시네요. 부럽....
난 대한민국 평균 핸드폰 사용시간 3시간 지키느라 ㅠㅠ

syo 2017-10-31 23:35   좋아요 0 | URL
댓글로 대답하기에는 이유가 많고도 길어요. 점점 애증의 관계 비슷하게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고.

35번은 강력추천입니다. 17번은 장석주의 책을 3권 이상 읽은 사람에게는 비추입니다. ㅎㅎ

cyrus 2017-11-0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한국 맞춤법 검사기도 받아들이기 힘든 맞춤법을 알려줘요. 한글 프로그램이 자꾸 ‘잊혀지다‘를 ‘잊히다‘로 고치라고 할 때 제일 짜증나요.. ㅎㅎㅎ

syo 2017-11-01 12:25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냉혹한 한컴.

2017-11-01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11-01 12:27   좋아요 1 | URL
syo는 걍 씁니다! 웬만하면 구어체다보니 맞춤법 검사하면 멘탈이 털려서요...

봄밤 2017-11-11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쇼님 <저녁의 연인들>아직 못읽어봤는데 왕추천인가요? 아아 어서 읽어봐야겠군요!
그런데 언제 이렇게 다독다독하시는 건가요. 쇼님의 읽은 책 소개하는 페이지도 소화를 못하는 저는...(눈물)

syo 2017-11-11 22:15   좋아요 0 | URL
저는 참 좋았습니다^-^
부디 syo가 해태눈깔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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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까지 가는 길은 멀지 않았지만 대구의 첫눈은 더욱 짧아, 대문을 나서며 만났던 눈송이가 살금살금 가냘파지더니 교문을 들어설 때는 벌써 멎어 있었다. 까슬한 짧은 머리에 콧수염도 드문드문 돋은 아이들이 교실로 하나둘 모여 들었지만, 첫눈을 말하는 입은 없었다. 아이들은 정해진 자리에 앉아 조용히 찬 손을 비비거나 괜히 바닥을 쿵쿵 차기도 했으나 꼭 3일 만에 끝난 겨울방학을 욕하는 입은 없었다. 아이들은 이 방학이 끝나면 고3이 될 것이었다. 3은 입이 없는 법이라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알고 있었으므로, 아이들은 짧은 방학 세 밤을 보내는 동안 저마다의 상자에 입을 넣어두고 등교했다. 그 입을 수능 시험일 마지막 답을 체크한 컴퓨터용 사인펜의 뚜껑이 닫힐 때 돌려받기로 약속한 탓에, 아이들은 입이 없었다. 아이들은 꿈도 없고 웃음도 없었다. 꿈은 수능 성적표에 적혀 있는 숫자들에 따라 조정을 거칠 예정이었고 웃음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되찾아 와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꿈도 웃음도 없이 서너 해를 더 살아야 할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누구나 끝없는 잠과 오르지 않는 숫자를 가지고 있었다. 비밀과 고민과 성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수업이 끝날 때쯤,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우리는 왜 잠을 줄여야 하나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선생님이 대답했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지. 우리는 쉬는 시간 내내 생각했다. 다음 시간이 시작되자 다른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우리는 왜 잠을 줄이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나요. 선생님이 대답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지. 우리는 수업시간 내내 생각했다. 수업이 끝나고 반장이 경례도 없이 물었다. 선생님, 우리는 왜 잠을 줄이고 좋은 대학을 가야 하나요. 더 좋은 대학의 졸업장을 따면 사회에 나가서 더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 대답을 마친 선생님은 인사도 받지 않고 교실을 나갔다. 우리는 없는 입을 닫고 밤까지 생각했다. 샤프를 휘갈기며, 다리를 떨며, 이어폰을 꽂고 잘 들리지 않는 영어대화를 엿들으며, 우리는 생각했다. 오늘의 끝과 내일의 시작이 뒤섞이는 시간까지 학교의 불은 밝았고 아이들은 저마다의 생각에 책갈피를 꽂아놓고 그만 가방을 쌌다. 오늘도 수고했다. 담임선생님의 눈도 떼꾼했다. 선생님, 우리는 하루의 끝을 잠으로 맺지 못하고 하루의 시작을 잠으로 열며, 더 좋은 성적을 받고 더 좋은 대학의 졸업장을 따서, 그렇게 기를 쓰고 나간 사회에서 왜 싸움을 해야 하나요? 선생님은 말이 없었다. 그 잠깐 사이에 오늘이 사라지고 내일이 도착했다. 선생님의 대답과 함께. 사회가, 원래 그렇다.

 

사회에 채 나가기도 전에 선생님의 그 대답이 진실로 밝혀졌다. 우리는 단지 좋은 삶을 꿈꾸었지만 좋은 삶은 특별한 삶이었다. 세상은 자신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벌어지는 이전투구의 링이었고 우리는 자기계발과 힐링의 늪에 엎어져가며 그저 하루하루 자신을 꾹꾹 눌러 살았을 뿐인데, 사회에 나갈 때쯤에는 누구나 내가 받은 상처와 내가 입힌 상처의 대차대조표를 그릴 줄 알게 되었다. 손익분기점은 넘겼나? 우리의 결론은 하나같았다. 적자. 우리는 모두 내가 입힌 상처보다 내가 입은 상처가 더 큰 사람이었다. 어딘가 자신은 다치지 않고 온 세상을 할퀴면서 모두가 나누어야 할 좋은 삶을 쓸어 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것은 너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너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네가 미워졌다. 나를 보며 화를 내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내게 웃음을 건네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웃음이 더러워졌다. 저 멀고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내 옆에 가까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멀고 높은 사람의 거대한 탐욕보다 가깝고 낮은 사람의 작은 욕심이 추해졌다. 날카로운 단어들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홍어, 된장녀, 지잡대, 편입충, 문과충, 의전충, 공시충, 틀딱충...... 벌레의 이름을 빌린 혐오가 벌레가 되어 사회를 좀먹고 있었다. 벌레를 말하는 입에서 한없이 벌레가 나오는 싸움이 길게 이어졌다. 누군가 우리를 벌레라고 불렀고 우리는 지지 않으려 더 많은 벌레를 만들며 대항했다. 이 사회에는 왜 이렇게 벌레들이 많은 거지? 사회가, 원래 그렇다. 저 벌레들 다 없앨 방법은 없나? 사회가, 원래 그렇다. 날보고 벌레라는 저 벌레들은 또 어쩌지? 사회가, 원래 그렇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거대한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특별하지 않은 좋은 삶을 꿈꿨던 것뿐인데, 좋은 삶을 위해 좋은 대학을 나왔고, 좋은 대학을 나오기 위해 좋은 성적을 받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잠을 줄인 것뿐인데, 왜 누구도 우리에게 좋은 삶을 주지 않았나요. 선생님. 왜 우리는 벌레가 되었나요. 왜 사회는 원래 그런 것인가요. 선생님. 왜 그때, 그 대답을 하시는 사이 하루가 지나갔을까요. 그러고도 왜 정답을 알려주지 못하셨나요, 선생님. 선생님도 혹시 해답을 모르셨던 것은 아닌가요.

 

어떤 책이 해답이라면 이내 그 소문은 세상에 퍼질 것이고, 세상은 금세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어떤 책도 영원한 정답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야 하고, 내리면서 가냘파지는 첫눈처럼 금세 사라질 대답에서 또 그 다음 대답으로, 섬을 건너뛰어 다른 섬으로 가듯이 분주하게 살아야 한다. 다시, 그 어떤 책도 영원한 정답이 되지 못하므로, 어쩌면 우리가 손에 쥔 책들은 늘 읽으면 곧 벗어나야 하는 간이역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혹시 당신도 나처럼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 속의 한 마리 거대한 해충이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면, 그리고 혹시 아직도 그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방 이곳저곳을 기어 다니며 괴로운 소리를 내고 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 책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좋은 삶으로 당신을 실어다 줄 기차가 아주 잠시 멈춰서는 조붓한 간이역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교활해서는 안 되지만 영리할 필요는 있다. 영리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만 우리는 좋은 삶을 지키기 위한 방어술을, 그리고 좋은 삶을 훼방 놓는 악한 의지의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공격술을 모두 터득할 수 있다. 좋은 삶은 그래서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요구한다. 좋은 삶은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능숙하 사용해서 세상과 교류할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다. (1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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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세상의 모든 과학

이준호 / 추수밭(청림출판) / 2017


A :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가장 감명 깊게 읽은/가장 좋아하는 과학책을 꼽으신다면요?

B : 저는 칼 세이건의『코스모스』를 꼽고 싶네요. 제게 과학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지요. 정말 인생책입니다.

A : 네,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과학책으로『코스모스』를 꼽은 5780198501번째 인간이신, B씨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정말 과학책 볼 만한 게 없던 때가 있었다. 읽어 본 사람보다 안 읽어 본 사람이 더 많지만, 읽어 본 사람이나 안 읽어 본 사람이나 어쨌든 그 이름 칭송하지 않는다면 즉시 오랑캐 취급을 받던, 과학 도서계의 야훼,『코스모스』가 온통 독서판을 지배하던 그 시절이, 그리 오랜 옛날도 아니다. 


세 가지 종류의 과학책이 번성하던 시절이었다. 어렵고 재미없는 책, 어렵지만 재미있는 책, 쉽고 재미없는 책. 탄탄한 과학 지식을 베이스로 장착한 일부 몰지각한(응?) 독자를 제외한 일반적 독자들에게, 과학책이 다루는 주제나 소재는 "흥미"로 다가올 뿐, 과학책의 진정한 "재미"는 오롯이 지은이의 말빨에서 온다고 syo는 장담해 본다. 그러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미"있으면서 "읽히는" 책이 흔치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과학책이야말로 "재미"가 중요하다. 머리가 빠개질 만큼 어려운데, 재미까지 없는 책을 꾸역꾸역 읽는 인간이 있다고 한들, 아무렴 과학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그런 비과학적 인간이 과학책을 손에 들겠습니까. 그러나 오늘날은? 정말 좋은 책이 우리 은하의 별처럼 많다. 심지어 가끔은 과학책 읽다가 배꼽도 잡게 된다. 


다행히도(?) 이 책은 읽는 이의 배꼽은 안전하게 보장한다. 그러나 넉넉히 재미있다. 제목은 이래도 사실 이 책은 "빅 히스토리"책인데, 빅 히스토리는 과학이 역사의 영역을 날름날름 녹여먹는 최신 전법이므로 그야말로 과학책이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제목을 저렇게 지어놓으면 조금 곤란하다. 제목만 보고 지식백과형 책일거라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역사책이라 신나고 즐겁게 나왔다. 138억년 전에서 시작해 지금으로부터 몇 백년 후까지의 우주와 지구별 곳곳을 종횡무진하며 역사의 심층에서 작용하는 과학의 보이지 않는(때로는 선명히 보이는) 손을 조명한다.


이미 역량 검증이 끝난 저자의 전작과, 다른 재미난 과학책 몇 권 함께 소개해 본다.




『과학이 빛나는 밤에』는 이준호 작가의 전작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본격 과학책인데, 라디오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뜬 거라, 지난 몇 년간 세상을 떠르르(우리는 잘 몰랐지만 어쨌든 떠르르)하게 했던 과학 관련 사건들을 친절하게 해설한 책이다. 『만물과학』은 마커스 초운의 책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는 뇌과학 관련 책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하는 분께 꼭 권하고 싶다. 저런, 오늘 저녁에 첫 방송인데 벌써 띠지를 둘렀구나. 그리고 무엇보다도『판타스틱 과학책장』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데, 도대체 무슨 과학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때 참조할 만한 목록을 분야별로 제공한다. 그리고 소소한 책들로는 이런 것들도 있다. 몇 권 읽어보았는데, 특별히 기초 지식이 필요 없는 책들이라 부담이 없다. 팟캐스트가 계속 진행되고 있으니, 책도 계속 나올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것이 사회학이군요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소담 옮김 / 코난북스 / 2017


읽었는데, 말로 실컷 후드러 맞고 약간은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다.


실은 사회학 책이 아니라 "사회학자"책이다. 사회학자가 사회학을 하는 사람이니 사회학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만, 기본적으로 사회학에 대한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사회학을 연구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을 전달하려 한다. 우리에겐 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우에노 지즈코 정도가 예외겠다) 일본에서는 떠르르한 사회학자들을 데려다 놓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회학이니, 넌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좋은 길 다 접고 사회학 같은 걸 하고 앉았니, 도대체 얼마나 읽어야 자신있게 나댈 수 있니, 입방정 나불댄다는 소리 안 듣고 말할 수 있는 경계는 어디까지니, 도대체 우리 같은 사회학자가 앞으로 먹고는 살겠니 이 험한 세상에, 뭐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 책이다. 전혀 딴 세상 이야기 같지만 읽어보면 희한하게 도움이 많이 되는데, 이런 말들이 잔뜩 나오기 때문이다. 이 말들이 syo같은 무지렁이 독서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그들만의 고고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이론이나 수법은 관용구 같은 것입니다. 기본 발상을 응용하려고 할 때 아주 좋은 예시가 되죠. 일단 사용하면 당장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만 반복하면 마치 자동 장치처럼 똑같은 것밖에 할 수 없죠. 그러니까 이론 자체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고전의 근원이 되는 고전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고전을 어떻게 응용했는지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는 외부에 멀뚱히 서 있다고 생각한 순간 '애처로운' 사회학자가 되는 겁니다.(웃음) 천재나 신에 가까운 예언자가 아닌 한, 사회학에서 그런 입장에 선 인간은 애초에 없으니까요. 외부에 서 있는 것처럼 말하지 않으려고 어떻게 노력하는가, 이것이 사회학자로서 일할 때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자신이 말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는지에 민감해져라'입니다. 자신이 어디까지만 알고 있는지에 계속 민감할 것. 그것이 사회학자의 훈련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있는 척'을 하면 됩니다. 있는 척을 할 수 있을 만큼 벼락치기 공부를 해두면 되요. 그렇게 필사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새 충분히 중후해질 겁니다. 



그러나 결국 사회학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지식을 전해주지 않는 바, 어디가서 뽐내기에는 좋지 않다. 뽐내는 건 정말 중요한 문제지. 이 책은 그냥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책일 뿐이다. 막상 진짜 사회학 이론을 공부하고 싶다면 어떤 책들이 있을까. 과도한 입문서 다독의 아이콘 syo가 읽어본 몇 권의 사회학 입문서를 소개한다.





『모두를 위한 사회과학』은 사회학을 처음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책이다. syo는 빨갱이라 약간 떨떠름한 부분도 있었지만, 사회학의 기본 스탠스가 그런 것이니까. 『괴물과 함께 살기』의 괴물은 사회다. 괴물과 함께 살 수 밖에 없는데, 그 괴물이 시도 때도 없이 물고 뜯고 할퀴니 우리도 최소한 그 괴물이 어떤 놈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니, 뭐 그런 책이다. 『스무 살의 사회학』은 사회학을 배우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같은 구성인데, 흥미롭긴 했는데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좀 잤던 것 같다. 식후 침대에서 책 읽기는 그런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땐 더 무지렁거렸을 때니까 그랬을 수도 있다. 『사회학적 상상력』과 『사회학에의 초대』가 사회학 입문서로 추천하기에 아직도 적절한 책인지는 모르겠다.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책이긴 한데, 솔직히 둘 다 쉬엄쉬엄 읽을 만큼 만만한 책은 아니었다. 조금 울기도 했지. 마지막으로 『현대 사회학』은 입문서가 아닌 정통 사회학 교과서라고 봐야 하겠는데, 저 여섯 권 중 한 권을 산다면 단연 이 놈이겠다. 그러나 첫 책으로는 부담이다. syo도 사서 아주 벅찬 마음으로 챕터 1을 읽은 후, 2년째 책장의 좌우 무게 균형을 맞추는 데 참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교과서가 제일 덜 아까운 법이니까.




[171102]

『과학이 빛나는 밤에』의 설명 부분을 정정합니다. 저기 설명 되어 있는 책은,



이거였군요.『과학이 빛나는 밤에』는 읽은지 꽤 됐고, 최근에 이 책을 읽어서 내용이 헷갈렸나봅니다. 『과학이 빛나는 밤에』는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팟캐스트를 묶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이 책,『사이언스 브런치』도 한 번 권해 봅니다.『과학이 빛나는 밤에』보다 조금 더 설명이 재미있는 반면, 내용은 좀 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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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10-27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돌아보면 교과서만큼 좋은 책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치만, 편향되게 하는 교육시스템이 문제였다고 생각됩니다. ^^

syo 2017-10-27 20:47   좋아요 1 | URL
허허... 그러고보니 중고교 교과서는 생각도 안해봤네요. 교과서 하면 자연히 대학 교재를 떠올렸습니다. 중고교때 배운 게 없다고 생각했었나봐요.

북다이제스터 2017-10-27 20:51   좋아요 0 | URL
저도 대학교 교재 염두에 두고 드린 말씀인데... 제가 다녔던 대학만 편향되었던 것 같습니다. ㅎ

syo 2017-10-27 20:52   좋아요 1 | URL
제 생각에 제가 공대를 나온지라 대학교육이 편향될 수 있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7-10-27 20:56   좋아요 0 | URL
아, 쇼킹합니다. 공대 나오셨군요.
의외, 놀랐습니다.
감수성, 문장력, 전문성 등 당근 문과신 줄 짐작했습니다.
제가 공대생분들에 대한 편향된 시각 갖고 있단 점을 새삼 반성하겠습니다. ㅠㅠ

syo 2017-10-27 21:00   좋아요 0 | URL
과찬도 과과과과과찬이세요. 북다님도 참. 무슨 반성을 다 ㅎㅎㅎ

다락방 2017-10-28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회학도 사회학이지만 과학책 소개라니!! 완전 멋져요! 😍

syo 2017-10-28 08:17   좋아요 0 | URL
과학 한 큰술 들어간 역사책으로 보셔도 될 듯합니다. 부담이 없단 소리죠 ㅎㅎ

독서괭 2017-10-2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입문서는 syo님 추천 책으로 고르겠습니다. 믿고 보는 syo미더북ㅋㅋ

syo 2017-10-28 12:15   좋아요 0 | URL
한 수 배웠습니다. syo미더북 ㅋㅋㅋㅋㅋㅋ
 


1


물론 누구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syo가 syo를 '나'라고 부르지 않고 syo라고 부르는 것은, 쓰다 보니 도대체 나란 놈이 어디서 뭐하는 뉘집 아들놈인지 모르겠다 싶어서다. 오늘 쓰는 나는, 어제 쓴 나와 너무도 달라서 선뜻 나라는 이름으로 부르기가 힘든 때가 왕왕 있다. 그러나 어쨌든 모든 일기는 syo라는 이름으로 올라가므로, 비록 내가 나를 몰라도 그저 syo라고 부르면 되겠지 싶었던 것이다.


잘게 쪼개면 물론 더 다양하겠지만, 큼직하게 갈라 두 명의 syo가 적발되었다. 개그병 걸린 syo와 중2병 걸린 syo. 그 둘은 좀 많이 다른 글을 쓴다. 개그병 걸린 놈은 한 떨기 웃음을 피워내기 위해 지 오금도 서슴없이 팔아먹고, 5년 뒤 딱 한 줄의 드립을 치기 위해 1만잔의 믹스 커피를 탈 줄 아는 무지막지한 오랑캐다. 반면 중2병 걸린 놈은 엄마의 고물 타자기나, 죽은 아버지가 보낸 감 같은 것들을 들먹이며 어떻게든 이웃들에게 꿀꿀한 기분 한 번 선사하려 몹시 애쓰는 감성팔이 앵벌이다. 문제는 그놈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꼽다는 데 있다. 개그병 걸린 놈(이하 개놈)은 항상 중2병 걸린 놈(이하 중놈)이 쓰는 오글거리는 글을 성토한다. 반면 중놈은 개놈의 존재 자체를 쌩깐다. 


글폼을 보건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놈은 아마 개놈이겠다. 중놈이라면 이런 식으로 썼을 것이다. "나와 나 사이에 공간이 있다. 공간 위로 공간이 막막히 쌓인다. 불러도 듣지 않으니 부르지 않는다. 나는 침묵으로 나의 침묵을 반긴다. 아무래도 나는 나를 만날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러니까, syo는 syo만의 글을 찾고 싶다. 그 글은 개놈과 중놈의 사이 어디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는 두 스타일이 공간적으로 만나는 한 가운데, 즉 개중놈이나 중개놈, 개중개중개개중중개중놈 따위가 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웃겼다 울렸다를 반복하여 읽는 이의 부끄러운 부위에 발모의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 syo의 최종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 얼마나 더 읽고 얼마나 더 쓰면 그들이 마침내 포개질까. 나를 나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날은 언제나 올 것인가.





제가 우연히 선생님을 만났거든요. 김대환 선생이라고, 할리 오토바이 타고, 프리 뮤직 허던 분 있어요. [반야심경] 서예를 하고. 예, 유명한 괴짜죠. 근데 하루는 그 형님이 저헌테 얘기하기를, "야, 너 노래를 좀 한다던대. 노래 한번 해 봐." 그래서 했드니, "박자를 맞추지 말고 해 봐." 깜짝 놀랐죠. 예를 들어 산토끼 같은 걸, "산ㅡ토끼ㅡ" 했드니, "너 속으로 박자 세고 있지?" 그래서 깜짝 놀랐죠. "그거까지 부숴 봐." 그때부터 저는 노래를 그렇게 불렀죠.

_ 박웅현 외,『안녕 돈키호테』가운데 장사익의 말


공부는 독서의 양 늘리기가 아니라 자기 삶의 맥락 만들기다. 세상과 부딪치면서 마주한 자기 한계들, 남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얻은 생각들, 세상은 어떤 것이고 사람은 무엇이다라는 정의를 내리고 수정해 가며 다진 인식들. 그러한 자기 삶의 맥락이 있을 때 글쓰기로서의 공부가 는다.

_ 은유, 『쓰기의 말들』 


우리가 읽은 하나하나의 책들이 우리의 세계를 이루는 벽돌이라면, 그 벽돌들이 잘 붙어서 하나의 집이 되도록 해주는 시멘트는 우리가 삶에서 직접 마주하는 경험들이다. 

_ 목수정,『월경독서』


서로의 존재를 긍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점점 섬이 되어간다. 상처 입은 사람은 말한다. 그 섬에 가고 싶지 않다고. 그들의 슬픔이 썰물로 빠져나갈 때, 우리는 섬이 아닌 육지로 서로 이어진다.

_ 제갈인철,『문학은 노래다』


내가 말을 하고 있을 때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내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습득한 언어 규칙이고 내가 몸에 익힌 어휘이며 내가 듣고 익숙해진 표현, 내가 아까 읽었던 책의 일부입니다.

_ 우치다 타츠루,『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결국 사유하는 자, 자신을 문젯거리로 성찰하는 사람은,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며 행위한다. 이것은 세계에 드리운 어둠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돌리지 않고 직면하겠다는 용기이며, 질문을 제기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겠다는 결정이다.

_ 김은주,『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그나저나 요즘 읽는 책



누구나 인류에게도 암컷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이 암컷은 예나 지금이나 인류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자다움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을 듣는다. '여자다워야 하고, 여자여야 하며,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훈계조의 말을 듣는다. 즉 인류의 암컷이라고 해서 반드시 여자는 아닌 셈이다. (15)


이런 문제는 여자들에게도 아프지만, 가부장제 아래에선 남자들 또한 저런 난폭한 견해에 종종 두드려맞곤 한다. 남자가 왜 그래. 남자가 그 정도는 해야지. 사내 새끼가. 달고 태어난 게 아깝다. 맞다. 가부장제는 남자들도 괴롭힌다. 그런 고로, 내 고통도 만만치 않게 무거우니 한 번 재 보자며 저울을 들고 설칠 에너지가 있다면 이제 그걸 가부장제를 함께 축출하는 데 쓰는 것이 현명하지 않나.





인간해방과 이성의 자유는 어차피 독선에 대해 회의가, 권위에 대해 이성이 승리를 거두는 긴 투쟁의 되풀이임에 틀림없다. 우화도 그렇고 현실도 그렇고 역사는 한 단계의 투쟁이 끝나면 으레 '임금은 알몸이다'라고 폭로한 소년의 용기에 열중하는 나머지 힘없는 소년에게 그런 엄청난 임무를 떠맡기게 된 그 사회의 실태에 대해서는 눈이 미치질 않는다. 문제시해야 할 중요한 것은 그 영광(또는 해결)까지의 과정에 얼마나 많은 인간의 타락과 사회적 암흑과 지적 후퇴가 강요되었느냐 하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겠다. (14)


대선이 끝나고는 정치 뻘글을 접었다. 정권이 교체되었으니 세상을 바꾸었다는 뿌듯함, 혹은 이제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 같은 것에 힘입었겠다. 정치에 대해 쓰지 않기로 하니, 곧 정치에 대해 듣거나 읽지 않게 되었다. 다시 무지의 굴 속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모르고, 죽은 사람들의 책이나 읽으며 소일했다.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뻔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반신반의였으니. 단지, 어두운 시간을 지나오면서 우리가 얼마나 어두워져 있었는지, 얼마나 망가져 있었는지 따져볼 새도 없이 밝은 곳으로 나와 그저 기뻐하기만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봤다. 알게 모르게 우리를 덮었던 저 어둠은 깊고, 깊은 어둠은 파내고 파내도 어둡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 한 번만 더 돌아보자. 우리가 무엇을 지나서 여기에 왔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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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17-10-26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제발 돌아봤으면 하네요~~

다락방 2017-10-26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투를 누르고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를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사유하다 보면 쇼님만의 글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강하게 확신합니다만, 지금의 이 글도 쇼님의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계속 읽고 쓰고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되, 가끔은 돌아보기도 합시다. 네, 저도 그럴게요. 할 수 있는 것들을 해가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저도 제2의 성에 대해서 뭔가 써야 하는데 지금 아침에 업무가 많아서..
아니, 이놈의 업무 왜 많지?
아니, 업무 많아 글도 못 쓴다면서 여긴 왜왔지?

Orz

syo 2017-10-26 09:04   좋아요 0 | URL
저는 업무가 많아 글도 못 쓰지만 syo의 서재에 들어와 장문의 으쌰으쌰 댓글을 남기시는 것이야말로 다락방님의 스타일이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시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7-10-2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유의 글은 항상 울림이 있네요. 전에 정희진님이 레베카 솔닛의 글을 보고 노동하는 사람의 글이다, 이런 말을 했더랬는데,
전 은유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고민과 고독 속에서 써내려간 글이구나.... 전 은유를 좋아합니다.

<제2의 성>을 시작하신 겁니까? 키햐~~ 저는 아직 454쪽이예요. 한 권짜리 <제2의성>이라서 아직 반도 안 갔네요.
syo님 시작하셨다니, 더 열심히 달려야겠어요.

어둠이 얼마나 깊고 두터운지에 대해서 요즘 자주 생각하게 되요.
생각보다 많이 바뀌고 있지만, 어둠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래도 일단 손전등 하나 들었으니까요.^^

syo 2017-10-26 10:10   좋아요 0 | URL
글쓰기 책을 읽고 좋아하기가 쉽지 않은데, 은유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작가인 것 같아요.

제 2의 성은 신나게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생각보다 엄청 재밌네요.

단발머리 2017-10-26 10:12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어렵지 않죠.
근데 달리지 마세요!!!
제가 더 먼저 읽어야 돼요! ㅠㅠ

syo 2017-10-26 10:21   좋아요 0 | URL
syo의 스피드를 아십니까?!
앞만 보고 뛰는 사람입니다. 으하하하.
 


개콘의 한 꼭지였다. 여자가 군대에 대해 많이 알아서 군필자들이나 쓰며 낄낄거리는 용어들을 사용하는 데 웃음 포인트를 둔 모양이었다. 여자가 물었다. 너, 보직이 뭐였어? 남자가 대답했다. 당번병. 그러자 여자가 말했다. 와, 꿀 빨았네. 


와, 그 꿀은 정말 빨만했다. syo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베스트 10을 꼽으면, 3~4개는 군대에서 겪은 일일 것이다.


syo는 친구들이 예비군도 꺾여드는 나이, 스물 일곱에 입대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공을 차던 어린 날의 친구는 syo가 병장을 달았을 때 대위가 되어 있었다. 그런 나이였다. 그럼에도 부대에는 syo보다 한 살 많은 선임이 있었다. 이소룡을 닮은 그 사람은 서른 먹고 집으로 돌아 갔지만, 군대에 있는 내내 뭔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건강했다. 무려 한 살이나 어린 syo는 평생을 책상물림으로 살다 보니 과체중 저체력으로 항시 비실거렸고, 그 탓에 최고 연장자도 아니면서 영감 컨셉을 강요 받으며 부대생활을 했다. 


그건 너무 좋았다. 야, 영감님 허리 나가신다, 니들이 들어드려. 야, 나이 많은 사람한테 그러는 거 아냐, 화장실 청소는 니들이 해. 지금 생각하면 선임들도 좀 안 된 것이, 두세 살 많으면 어떻게 눈 딱 감고 막 해볼 수도 있었겠으나, 제대하면 이제 2학년에 복학할 애들한테 대학까지 마치고 온 노인은 그래도 함부로 하기가 어려웠던 거라, 뭐 시키려다가도 막상 syo의 주름진 얼굴을 마주하면 그저 입맛을 다실 뿐, 결국은 자기 손으로 하고 마는 자율형 선진 부대문화가 자동으로 정착되었다. 그들도 설마 주민번호 앞자리가 8로 시작하는 인간이랑 먹고 자고 뒹굴 일이 인생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착한 자식들, 내가 수학 과학 가르쳐서 대학 보낸 애들이 꼭 니들 나이였단다. 이렇듯 가만히 있어도 한껏 스위트한 군 생활이었는데, 갑자기 바뀐 보직은 마치 초콜릿에 꿀을 발라 준 양상이었다. 아 달다 달아.


당번병이라는 보직은,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공관병과 유사하다. 공관병은 보통 별을 단 군인들의 집에 상주하며 할 일 못할 일을 도맡아 하는 아이들인데, 당번병은 지휘관들이 근무하는 곳 바로 옆 방에서 하루종일 이런 저런 시중을 들다가 지휘관이 퇴근하면 내무반으로 돌아가는 아이라고 보면 된다. 전화 연결부터, 서류를 넣고 빼는 일, 그리고 지휘관의 그날 기분을 살펴 전파함으로써 그날 하루 부대 전체의 분위기를 일정한 방향으로 조성하는 역할도 했지만, 무엇보다 많이 했던 일은 커피 만들기였다. 1년 남짓 당번병 생활을 하며, 1만 잔에 달하는 믹스 커피를 제조하였다. 4천 잔부터는 믹스 커피의 종류에 미혹되지 않았고, 5천 잔부터는 카페인과 설탕의 이치를 알았으며, 6천 잔에는 귀가 뚫려 물 붓는 소리만으로도 맛을 짐작할 수 있었고, 7천 잔에는 마음 먹은 대로 타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한 여름 훈련때는 남들 탄알집 넣는 자리에 커피 스틱 50개를 넣고 훈련장을 누볐고, 남들 총들고 적군의 위치를 수색할 때, syo는 페트병을 들고 얼음의 위치를 수색하였다. 기거이 기가 막힌 냉커피를 대령하여 시찰 나온 사단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고 그 덕에 4박 5일 휴가를 떠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게 syo의 군대 무용담인데..... 어쩌다 이야기가 여기로 흘러왔을까. 역시 남자들 군대 이야기란 노답이다. 꼴랑 저것도 군대생활이라고 아주 신나서는......


왜 이런 이야기를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느냐, 사실은 그 이유조차 시덥잖은데,


스물 여덟이면 젊디 젊고 꽃다운 나이였는데, 고작 10km 마라톤에 나갔다가 왼쪽 다리가 어쩐지 아작났다. 당시 거의 두 달 정도 카이저소제 생활을 했고, 그 이후에는 걷거나 잠깐 뛰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나 5km 이상 뛰거나 군장 메고 15km 정도 행군하면 아팠다. 정확한 위치는 무릎 뒷쪽, 그러니까 오금이라고 부르는 그 부위다. 아, 군대가 내 오금을 강탈해갔어. 나는 무라카미나 김연수처럼 읽고 쓰고 뛰면서 선선하게 살 수 없는 비참한 운명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날씨도 좋은데 오래 동거한 뱃살이나 분가시켜 보겠다고 좀 뛰었더니 여지없다. 계단이나 내리막을 내려갈 때가 난코스다. 뒤지게 아픈 것은 아니지만 참 짜증나는 방식으로 아프다. 한 이틀 지나면 통증은 사라지지만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살살 아프다. 그러니까 서른 넘게 쳐먹고 아프다고 징징대는 것이 이 긴긴 글의 목적이었던 것입니다......징징징.




데이비드 흄도 타이즈는 신었지만 달리기는 하지 않았다.

_ 데이먼 영,『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잠자코 있으라고 하면 언제까지고 잠자코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조금도 힘들지 않다. 혼자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밖에 나가서 뛰고, 고양이와 놀다 보면 금세 일주일이 지나가버린다.

_ 무라카미 하루키,『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시작할 때 그렇지 않다면, 끝날 때는 반드시 그렇다.

_ 김연수,『지지 않는다는 말』



앞으로 일생 동안ㅡ내가 확실히 깨달은 바ㅡ나는 고통, 공허, 위협이 엄습해오는 것에 맞서 기쁨을 쌓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_ 알렉상드르 졸리앵,『인간이라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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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7-10-2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 득도, 신기하네요. 이제 책의 득도에 도달하시는 듯합니다 ^^

syo 2017-10-24 20:37   좋아요 0 | URL
오금을 내주고 믹스커피의 도를 얻었으나.....

군 경험 있으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거기서 배운 것들, 익힌 것들은 전역과 동시에 초기화됩니다......

짜라투스트라 2017-10-24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syo 2017-10-24 21: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오금이 아프다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4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알라딘계의 재미는 항상 쇼 님이 맡고 계시는군요.. ㅎㅎ

syo 2017-10-24 21:19   좋아요 0 | URL
아직 멀었습니다. 소소합니다.
오금까지 팔아먹었는데도, 겨우 이 정도입니다.

이하라 2017-10-24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7천 잔 째에서 빵 터졌습니다^^

syo 2017-10-24 21:2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빵 하나 드렸다니 뿌듯합니다.

sprenown 2017-10-2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는 끝이 없죠... 난생 처음 특수한 환경에 처했으니.. 마침 읽고 있는 책이 ‘살고 싶다‘! 이 소설도 군대얘긴데 식상하다 싶으면서도 재밌네요!

syo 2017-10-24 21:24   좋아요 0 | URL
다들 군대에서 고생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한다던데,
전 고생한 게 없습니다. 어쩐지 주구장창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sprenown 2017-10-2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네.. 아무리 편한 보직을 받아도 군대얘기 할땐 힘들었다고, 징징대던데요.ㅎㅎ

syo 2017-10-24 21:27   좋아요 0 | URL
반복합니다. 꿀도 꿀도 아주 핵꿀이었습니다ㅎㅎㅎㅎ

sprenown 2017-10-2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땡보직˝이셨군요.. 엄청난 빽이 있었던거 아니예요? 병역비리 조사 들어갑니다! 아하 공소시효가 만료되서 이식직고 하시는 구만.ㅋㅋ

syo 2017-10-24 21:34   좋아요 0 | URL
하하하, 별 건 아니지만 절 뽑아올린 지휘관한테 들은 사연이 있긴 있습니다. 소재거리 떨어지면 그것도 한 번 팔아먹어 보겠습니다.

닷슈 2017-10-24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밌군요 사실 군에선 다들 서로 힘들다고 난리지만 누가더힘든지 한가지 감별법이있습니다 바로 나랑바꾸자고 한마디만 하면됩니다 일차반응이 굳은얼굴이면 감별끝이죠
이게묘하게 직장보직에서도 통한다는

syo 2017-10-24 21: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맞습니다.
전 누구와도 바꾸지 않겠노라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sprenown 2017-10-24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훌륭한 감별법이군요! 이러니 군대얘기에 날밤을 까는 거라니까요..편안한 밤 되세요!

독서괭 2017-10-24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syo님의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믹스커피 맛이 궁금합니다. 피곤하고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였는데 이 글 보고 웃었네요. 감사합니다^^

syo 2017-10-24 21:42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께 피식 웃음이라도 드렸다니 기쁘긴 한데, 어느 분도 syo의 오금을 걱정해 주시지는 않습니다.....

아, 불쌍한 오금아.

독서괭 2017-10-24 22:0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징징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셨네요^^;; 서두가 너무 강렬했어요. 이제라도 걱정해드립니다ㅋㅋ
아는 분이 출산 후 육아중인데,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살을 빼라고 했답니다. 무릎이 나으려면 살을 빼야 한다-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야한다-운동을 하면 무릎이 아프다 ... 슬픈 순환...

syo 2017-10-24 22:10   좋아요 0 | URL
세상에 ㅋㅋㅋㅋㅋ 저도 그 생각했거든요. 이거 무거워서 이러나? 그럼 살을 빼야겠네? 그럼 살은 어떻게 빼지? ......

서니데이 2017-10-2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 걸까요. 다리가 아플 때는 내려갈 때가 더 아플 때 있어요.;;
빨리 좋아지시면 좋겠어요.
syo님,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syo 2017-10-24 22:09   좋아요 1 | URL
안 좋아질려나봅니다. 안 뛰지요 뭐 까짓거ㅠㅜ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시구요^^

2017-10-24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5 0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리즘메이커 2017-10-2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꿀잼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10-25 06:44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부분이 어딜까를 고민해보건대, 이 영광을 좋은 말씀 남겨주신 공자님께 돌려야겠네요.

psyche 2017-10-25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릎쪽이 아플때 뛰는건 노노노. 걷는걸 추천드려요. 사실 제나이??가 되면 어짜피 무릎아프게 될 거 남들보나 조금 일찍 아프게 되었다 생각하시고... 근데 이게 어쩐지 위로는 딱히 아닌듯?
그건 그렇고 득도한 믹스커피 맛이 무척 궁금하네요. 다 마셔버림으로 겨우 끊은 믹스커피가 갑자기 막 땡겨서.. 한국마트 가야하나.

syo 2017-10-25 06: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psyche님만이 저의 오금을 걱정해주시네요 ㅠㅠ

커피는 특별한 거 없습니다. 그냥 믹스커피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맛을 살렸던 건데 ㅎㅎㅎ
이제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졔졔 2017-10-25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믹스커피의 세계는 넓고도 깊지요. 역시 믹스커피는 막심아닐까요.ㅋㅋㅋ글이 너무 재미져요헤헿

syo 2017-10-25 14:4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무조건 믹스커피는 무조건 이나영 막심 노랭이지요. 잘 아시는군요!!

cyrus 2017-10-2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인으로 살면서 한 번도 크게 다친 적이 없었다고 군대 가서 발 골절상을 입었어요. 유격훈련 행군하다가 다쳤어요. 발 골절상인 줄 모르고 유격훈련 다 뛰고, 두 달 동안 다친 발로 구보도 했습니다... ㅎㅎㅎ 지금도 다친 부위의 후유증이 남아 있어요. 오래 걸으면 발등을 쑤시는 듯한 통증이 생겨요.

syo 2017-10-25 17:39   좋아요 0 | URL
우리의 오금과 발등을 위해 소송을 걸까요?? 김관진이 이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