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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빡친다. 네이버를 들락날락하다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에이, 벌레 같은 놈,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하도 그런 일이 잦다보니, 그때 나는 과연 무슨 벌레를 생각하고 있었나 오늘 한 번 곰곰 추적해보았지만, 욕에 동원되는 벌레는 그저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었다. 벌레의 이데아 같은 것인가?
벌레 벌레 하지만 사실 이름 아는 벌레 몇 안 되는 것도 참 벌레에게 미안한 노릇이다. 파리, 모기, 개미, 벌, 바퀴벌레..... 그러나 우리 주위의 개미도 잘 살펴보면 몇 종류의 다른 개미고, 모기도 크기나 색깔이 천차만별인걸 보면, "황 산벌"이랄지 "Mark WheelBug"랄지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그네들만의 이름이 있을진대, 파리야, 모기야 부르는 것도 모자라 야이 벌레야, 하고 부르는 것은 너무 폭력적이다. syo도 누군가 에라이 인간아, 황인종아, 하고 부르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벌레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얘들아, 미안하다. 벌레 같은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너희들의 고귀한 이데아에 치명타를 입히고 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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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말일은 아니지만, 내일은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하루 전에 미리 집계해 본다.
170821-170830 40권
읽기 / 쓰기 / 책 10권
1.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 금정연의 서평을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내게 있어 그는 책에 관해서라면 항상 닮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2. 평생공부 가이드
: 학문의 분류와 체계에 대해 집요하게 설명하는데 너무 집요해서 약간 무섭다. 분류덕후. 그런데 이런 분류법을 어떻게 평생공부의 가이드로 삼아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을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그는 분류만 할 뿐. 원래 덕후란 그런 것이다.
3. 필사의 기초
: 나는 유유 출판사가 좋다. 별 것 아닌 듯 보여도 삶의 피부를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잔기술"들에 관한 책이 꾸준히 나온다.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4.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 일과 일 이외의 삶 사이의 간격은 넓어야 할까, 좁아야 할까? 내가 사는 모양과 방식을 일터에서도 계속 관철해나갈 수 있는 삶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세상이 70억개가 되고 있다.
5. 서서비행
: 잊을 만하면 읽어줘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이미테이션 서평가 금정역으로 활동할 날을 기다리며.
6.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 '동네서점'이라는 단어는 발음해보면 어쩐지 설레는 울림을 빚는다. 그 울림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 동네 서점'을 갖고 싶게 한다. 더 크게 공명하는 사람들은 급기야 '나의 동네 서점'을 연다. 우리에게는 그 크게 공명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크게 공명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작게 공명하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렇게 되었으면.
7. 어린이책 읽는 법
: 책도 정말 너무 좋지만, 인간 복제 기술의 상용화가 시급하다. 저자분 좀 복제해서 아이들 있는 곳곳에 배치하게.....
8. 공부책
: 구구절절 옳은 말을 하지만, 이 책이 대상으로 삼은 우리나라 독자들은 대부분 "공부책"을 "성적책"이라고 생각하고 손에 들었을 것이므로 아마도 크나큰 실망이 뒤따르겠다. 슬픈 일이다.
9.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외국어 공부에 불을 붙인다. 첫날은 온 세상을 다 집어삼킬 정도로 크고 뜨거우나, 일주일만 지나면 감자도 못 익혀 먹을 그런 조루 같은 불을.....
10. 책 먹는 법
: 독서카드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궁금했는데 도움이 된다. 원전을 읽으라는 이야기는 견해가 좀 다른데, 원전을 읽는 것이 물론 좋겠지만, 책 먹는 법을 몰라 "책 먹는 법"을 읽는 독자들에게 대뜸 해설서는 읽어봐야 타인의 해석을 먹는 것 뿐이니 원전을 읽으라고 말하면 좀 곤란하다. 지금 날더러『존재와 시간』을 읽으라굽쇼? 이가 나지 않은 아이는 아무리 몸에 좋다 한들 야채 생뿌리를 씹어 먹을 수가 없는 법이다. 통촉하시옵소서.
문학 11권
11. 한 번 해도 될까요?
: 페미니즘 책으로 분류해도 완전히 어색하지는 않을 정도로 성 담론을 둘러싸고 여성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부조리에 대한 내용이 잘 녹아있다. 솔직히 좀 야했고, 땡큐.
12. 한밤중, 내 방 여행하는 법
: 이 양반의 개그욕심과 끈기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개그 코드는 나와 맞춤했다. 아주 시종일관 집중을 못하고 이야기가 산발되는 것이 마치 syo의 리뷰같다. 200년 전에 나도 있고 알라딘도 있었다면, 이 책은 아마 이 서재에 연재됐을 것이다.
13.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 내가 시인의 존재를 알았을 때, 이미 그 사람이 세상에 없었다. 그가 100권의 시집을 냈다면 시는 꼭 100권만큼 낮고 따뜻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손에는 단 한 권의 시집만이 남았다.
14. 숲 속의 빈터
: 최윤의 글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지만, 최소한 99년의 최윤은 나와 잘 안 맞다. 다른 작품을 읽어 볼 의지도 별로 생기지 않는다. 그나저나, 단편 하나를 7000원에?
15.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 부에 대한 열망과 항상 허망함을 낳는 부의 종점에 관해서, 피츠제럴드보다 더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16.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 군대 놈들...... 이런 벌ㄹ, 아차, 또또.
17. 한 여자
: 이미 세상에 없는 어머니를 세상에 남겨놓기 위하여 우리는 어떤 글쓰기를 택할 수 있을까. 그녀의 글은 "움직이는 정물"같다. 이 책은 그런 색깔로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되었다.
18. 남자의 자리
: 같은 작가의 비슷한 글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번역의 차이일까,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대상의 차이일까. 나는 이쪽이 더 좋은데, 그것은 우리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약 내가 내 아버지의 죽음을 그린다고 하면 위의 책보다 이 책처럼 하고 싶기 때문이겠다.
19. 애도 일기
: 롤랑 바르트의 독자적인 아픔의 리듬이야 내가 흉내낼 수 없는 것이겠지만, 슬픔이 그저 슬퍼함으로써 시간을 채우다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20.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 이것도 일종의 애도일 것이다. 안토니오 타부키는 누구보다 페소아를 사랑한 사람이었으므로, 이미 60년 전에 죽은 이를 위해서 세상에서 자기밖에 할 수 없는 애도를 바친 셈이 되었다.
21. 전락
: 역시 거장은 거장이로구만. 이렇게 매끈한 문장이라니. 세 줄이면 요약될 줄거리로 요런 이야기를 만들다니. 이 대놓고 섹시함은 이 작품의 척추일까, 아니면 머리카락 같은 것일까. 뭐가 됐든 땡큐.
철학 / 인문일반 7권
22. 인간이라는 직업
: 과연 프랑스 철학자가 쓴 책다운,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들이 줄줄 이어진다. 내용은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그럼에도 책이 쉽지가 않다. 번역의 문제인가 싶었지만 번역자의 스펙이 짱짱한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23.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 뼛속까지 양반이라 몸은 상놈이나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타이즈를 입히고 러닝화를 신기는 책이다. 효과, 있다. 비록 뼈대는 상놈이나 마음만은 정승판서인 syo조차도 설득당했다.....
24. 행복한 시지푸스의 사색
: 내 생각에 아마 이 책은 하이데거 입문서 중에서는 가장 쉬운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책은 쉽다. 어려운 것은 하이데거다. 어쩐지 그런 말이 생각난다. "치킨은 살 안쪄요. 내가 살쪄요."
25. 노력은 외롭지 않아
: 이걸 어디 분류해야 될 지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노오오오오오력이 괜찮은 충고로 유통된단 말인가?
26. 모든 사람은 혼자다
: 밑줄 치는 대신 옮겨 적었는데 하고 나니 필사.
27. 울트라소셜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어쩐지 하나의 큰 물줄기처럼 읽혀서 참 좋았다. 이 책 역시 기대하고 읽었지만 어쩐지 이야기를 들었다기보다는 사전을 뒤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28. How To Read 하이데거
: 이 시리즈는 생각보다 어렵고, 하이데거라서 더 어렵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용어를 대단히 현실적인 상황에 대입해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치 / 사회 / 젠더 6권
29. 왜 하이데거를 범죄화해서는 안되는가
: 지젝은 참 요망해. 그의 글은 폭풍이고 내 정치적 관점은 그 앞에서 종잇장처럼 팔랑거리다 어디론가 사라지곤 한다. 식견이 얕아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참 멋있다, 저 연쇄살인곰처럼 생긴 남자는.
30. 디아스포라의 눈
: 서경식의 문장은 자체가 명문은 아니지만 그 안에 피가 돌고, 아름다운 수식어는 없어도 묵직한 실체감이 있다. 서경식이 누구보다 잘 쓸 수 있는 주제가 분명히 있다.
31.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
: 됐다. 이제 원전들을 읽으면 된다...... 아아......
32.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 무조건 다 알아야 하는 내용. 북플에 읽은 책으로 등록할 당시, 나보다 먼저 7명이 읽은 흔적을 남겼는데 모두가 별 다섯 개를 매겼다. 나도 그렇다.
33.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이 멋진 시대
: 나는 ~라는 책에서 ~라고 말했다. ~라는 말은 나도 xx년도에 생각했었는데- 뭐 이런 식의 말을 많이 쓰는 책이고, 많이 써야만 겨우 책이 되는 그런 책이다. 피상적이며, 독창적인 분석 같은 것도 찾기 힘들다.
34.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두 번 읽었는데, 솔직히 아무리 봐도 이 책은 위대한 수준이다. 페미니즘 분야의『코스모스』라 하겠다. 1도 모르지만 이제 막 관심이 생긴 사람에게 고민 없이 권할 수 있는.
예술 1권
35. 기억극장
: 문장이 감정을 끌고 어디 멀리 다녀왔다. 돌아온 감정은 슬쩍 젖어 있었고, 나는 책을 덮었지만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자연 / 환경 2권
36.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 사실 내 생활패턴도 환경파괴자에 가까우면서, 망해가는 생태계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고 어떨 땐 눈물도 좀 난다. 이게 다 가식일까? 그렇다면 그 가식을 진심으로 바꾸기 위해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37. 서울 사는 나무
: 사진은 좋은 것은 좋았다가 아닌 것은 말았다가 하는데, 글은 시종일관 맑고 아련하다. 글 공부를 해야겠다. 장세이 작가의 다른 글도 찾아봐야겠다. 그 글을 더 읽고 싶다.
미분류 3권
38. 시사IN 518
39. 염소의 맛
40. 시사IN 519
1년에 읽는 책의 절반을 7, 8월에 몰아읽는 것은 몇 년째 치르고 있는 연례행사다. 어느덧 8월이 끝났다. 올해의 수확도 거의 다 끝난 셈이다. 하루 하루 서늘해지고 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온다. 살은 빈둥거려야 찐다. 놀기 좋은 계절이다. 8월에는 36+26+40=102권을 읽은 셈인데, 목표치를 달성했으니 이제 좀 놀아야겠다. 하루에 7권씩 읽는 사람도 어딘가엔 있다지만, 아무리 얇은 책이라도 나 같은 필부필부에게 두 달에 근 200권이면 이건 미친 놈 춤추는 거랑 비슷하다. 이제 책은 줄이고, 영어 공부를 좀 할까 싶다. 마음은 그렇다. 그러나 중독이라는 것이 또 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