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의 모양 2


 

 

생은 슬픈 것인지도 모른다회한모든 후회는 결국 존재의 후회로 귀결된다.

전혜린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칫솔을 버렸다. 모가 다 누워서 더 쓸 수가 없었다. 버려도 진작 버릴 것을 오래도 썼다. 미련하게도. 아무리 J라도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미련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모퉁이를 만난 것이다. 끼고 돌면 아무것도 간단히 버릴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길모퉁이를. 빛이 떨어지면 창틀 아래로 잎 그림자만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그건 움켜쥘 수도 없었다. 나타샤 벤자민이라고, 고무나무 종류래. M이 창틀에 화분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J도 웃었다. 웃음 역시 움켜쥘 수 없는 것이었다. 태어나는 순간 지나가 버리는 것들 속에서 우리는 늘 허우적댄다. 창문을 닫고 자는 계절이 왔고, 바람이 불 때면 J의 머리칼은 사정없이 흔들린다. 그새 많이 자랐다.

 

가을엔 이미 죽고 없는 사람들의 노래를 듣고 있어. Y의 가느다란 검지가 머그잔 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저러면 제 손가락 빠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J가 생각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그러고 있더라구, 언제부턴가. 말을 마친 Y가 잔을 입에 가져갔다. 커피가 Y의 입술을 지나 입안으로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쓰디쓴 검은 물을 좋다고 들이켜는 사람들이 J는 늘 신기했다. 언젠가 Y가 이렇게 물었다. 쓴 건 술도 마찬가지잖아. 넌 술은 잘 마시면서 커피는 왜 못 마셔? 그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지나간 것들하고 언젠가는 만나야 하잖아. Y가 말을 이어갔다. 가을에는 지나간 것들이 다시 지나가도, 오래 부대끼지 않고 수월하게 통과한다는 느낌이야. 말을 할 때마다 커피 묻은 Y의 입술이 번들거려서 자꾸만 시선이 갔다. 바람이 불고 이파리들이 가루가 되고 그래서 모든 게 쉬워지는 걸까? 이럴 때 저 입술을 훔쳐야만 한다는 일종의 확신이 데자뷔처럼 갑작스레 J의 심장을 덮쳐왔다. 가을은 짧으니까. 다가갈까? 이러다 가을이 없어지면. 테이블에 왼쪽 팔꿈치를 대고, 왼쪽 어깨를 살짝 밀고, 고개는 오른쪽으로 살짝 꺾으면, 닿을 텐데? 죽은 사람들 노래도 다 죽어버리면. 첫 키스로 너무 괜찮은 그림일 텐데? 그럼 너무 슬프잖아.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할 텐데? 그들이 있던 시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지면 말야. J의 왼손이 팔걸이를 꽉 움켜쥐었다. 아니었다. 다시 기억해보니, 왜 커피를 못 마시느냐고 물어온 것은 Y가 아니었다. 그건 M이었다.

 

J는 누구보다 출근이 빨랐다. 카드키를 단말기에 접촉하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은 J의 일이었다. J의 일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퇴근이 늦었다. 열린 문을 다시 닫는 것도 J가 하는 일이 되었다. 일은 많았다. 팀장은 J의 설계가 탐탁지 않았고 고객은 불가능한 UI를 요구하며 떼를 썼다. 그런 것들이 그대로 J의 일이 되었다. J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고 충분히 그럴 여유가 있었다. 성실하지 않을 여유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싱크대에 던져놨던 커피잔을 씻고 거기에 다시 커피를 내려 마셨다. 술을 끊었다. 쓴맛의 총량은 유지된다. 그건 줄어드는 것이 아니어서 대신 J가 줄어들었다. 통장에 돈은 자꾸만 쌓였다. Y와는 아직 자지 않았는데 요즘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Y와 입을 맞춘 것과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 중 뭐가 먼저였을까. J는 요즘 중요하지 않은 질문들을 찾아 묻고, 중요하지 않은 기억들을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피부가 부쩍 푸석해졌고, 수면의 질은 나빴다. 집 안의 모든 불을 끄고, 핸드폰 충전기와 TV 셋톱박스에서 나오는 작은 빛까지 모조리 지우고, J는 거실 한복판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틀어막아도 빛은 들었다. 그것으로부터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희붐한 어둠 속에서 J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 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그런 게 뭔지, 뭐가 상관이 없는지 자기도 알지 못했다. 그런 건 아무도 몰라, 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기도 했다. 그런 게 뭔지 생각하다가, 아무도에 누가 들어가는지 세어보기 시작했다. 어떤 이름은 겨냥했고 또 어떤 이름은 에둘렀다. 어떤 이름은 누르고 어떤 이름은 찾았다. 그러다 마침내 그 모든 이름들이 다 같은 이름이라는 것을 깨닫고 J는 몸서리쳤다. 제발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지 좀 마. J는 아무렇게나 꿰어 입고 거리로 나선다. 모자 자꾸 쓰면 두피 망가지고 머리 다 빠진대. J는 모자챙을 꾹 눌러 이마를 가린다. 양손 다 주머니에 꽂고 걸으면 양아치 같아서 보기 싫어. J는 주머니 속 두 주먹을 꽉 움켜쥔다. 또 담배 피면 키스 없다. 마지막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문다. ! 또 쓰레기 함부로! 빈 담뱃갑을 구겨서 길에 던진다.

 

너 어디까지 가려고 나한테 이래.

 

J는 건널목 한가운데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하여 손톱에 박힌 가시와 수많은 잔소리들이별 직후의 쓰라림이 왜 풀벌레 소리를 내는지 이유를 조금 알게 되었을 뿐가을밤의 풀벌레가 불도 켜지 않고 왜 모두 다른 빛깔로 우는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안도현, <가을밤의 풀벌레 소리부분

 

 

--- 읽은 ---

 


151. 스트로베리 나이트

혼다 데쓰야 지음 /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

 

표지가 예뻐서 읽어 보았는데 첫 장부터 자식의 똥구멍에서 똥을 긁어내 아내를 먹이거나 제가 쳐먹는 약쟁이 아버지 새끼가 등장해서 기분을 잡쳤다. , 이런 새끼는 제발 얼른 죽었으면 싶었는데 다음 페이지 쯤 바로 죽어서 그나마 나았다. 커터칼로 경동맥이 잘려 피를 콸콸콸 쏟으면서 죽었다. , 바로 읽을 맛이 나는구만? 1살인마 1독자 탄생의 순간.

 

넌 그냥 촌뜨기에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는 촌스러운 계집애라고. 그런 촌뜨기는 말이지, 저 시골 공원 화장실 뒤에서 몸이나 파는 게 딱…….” 이라는 대사를 동료 경찰에게 치는 경찰이 등장하는데, 거의 모든 대사와 행동이 근본적으로 여혐에 쩔어있는 그 캐릭터를 보고 있자면, 혹시 작가가 도리어 남자를 혐오하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이 바닥 국룰에 따라 마지막에는 츤데레 모습을 보여주지만, 늦었어요.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남자 경찰이 틈만 나면 시전하는 성희롱의 대향연을 관전하는 것도 역시 포인트. 이게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까?

 

주인공으로 설정된 히메카와 레이코 경위는 번뜩거리는 데가 있으면서도 어딘가 허술하여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서 어떻게 바뀌어나갈지 알 수 없지만, 그 시리즈를 내가 따라가며 읽을는지도 역시 알 수가 없다. 그냥 혹은 저냥이다.

 

 


 

152. 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

 

너무 한낮의 연애를 세상에 내놓은 순간부터, 김금희는 향후 10년 동안 syo의 무조건적 별 다섯개를 확보했다. 나는 그녀가 한글로 뭔가를 쓴다면 거기에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헤헤 으헤으헤으허허라고 쓰였더라도 물개박수를 치며 별 다섯을 줄 준비태세가 확립된 편파적 인간인 것이다. 그런데 늘 그런 우대권이 의미가 없다. 제값 내고 타셔도 늘 오성급이셔요.

 


 

 

153. 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

 

그래서 이런 몇 가지 난제가 발생한다. 설터 할배가 좋아 금희 누나가 좋아? 그런 걸 묻다니 용기가 있구나 그러나 싸대기는 조심해라! 설터 할배가 이겨 금희 누나가 이겨? 조용해라, 짓이겨버릴라니까. 설터 할배랑 금희 누나 책이 한 권씩 있는데, 그중 한 권을 지금 버려야 돼. 뭘 버릴래? 바로 너의 그 요망한 세 치 혀를…….

 

 

 

 

--- 읽는 ---

강철왕국 프로이센 / 크리스토퍼 클라크

괴물이라 불린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사브리나 / 닉 드르나소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 김성민

모든 것의 처음 / 스튜어트 로스

왜 칸트인가? / 김상환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 인티 차베즈 페레즈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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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9-25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미소설가는 설터, 한국소설가는 김금희가 좋아 하면 되죠ㅎㅎ저도 둘다 무척 아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부사 나열로 밖에 못 키우는 부족함...날씨가 좋아 그런지 읽는 책이 어째 무럭무럭 늘어나시네요ㅎㅎㅎ

syo 2020-09-27 14:52   좋아요 3 | URL
날씨 요즘 너무 좋네요. 바깥에 자꾸 나다니고 싶어집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날씨한테 외주줬나봐요. 숙주 유혹....

반유행열반인 2020-09-27 15:42   좋아요 0 | URL
연휴 때 가까운 동네 산책 살살 다니셔요. 산성도 거닐어 보시고...

scott 2020-09-25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설터 할배가 더 좋아요. 전혜린으로 시작해서 복자와 설터 할배까지 소요님 페이퍼는 끝까지 읽게 만드네요.^.^

syo 2020-09-27 14:54   좋아요 1 | URL
ㅎㅎㅎ 설터 할배 좋아요. 전 너무 좋아서 호불호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별로라고 여기는 분들도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모양의 모양 1

 

 

그렇지만 그건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야. A가 말했다. K는 고개를 저었다. 전기포트에서 이제야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너무 찬 물을 넣었어. 그러지 않아도 됐는데. K가 생각했다. A는 이 방에 하나뿐인 낡은 소파에 눕다시피 파묻혀 앉아 있었다. 목을 꺾어 뒤통수를 등받이 윗부분에 올려놓으면 신기하게 졸음이 쏟아지는 소파였다. A가 좋아하는 자세였고 K도 그런 A를 보는 게 좋았다. 침을 넘길 때마다 A의 목젖이 도드라졌다.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거기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가 보지. A가 훽 하니 K를 쳐다보았다. K는 덤덤했다. 커피 뭐 마실래. 이나영? 김연아? 김연아. K가 햐얀색 커피 스틱을 꺼내 탁탁 털었다. 아니, 요즘 김연아 왜 이렇게 예쁘냐? 걔 원래 그랬나? K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 끓는 소리가 한 톤 더 높아졌다. 그래도 그렇지, 개새끼라니. 나더러 개새끼라 그랬다니까? A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닌 게 아니라, K도 가끔씩 A는 사실 개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었다. 덩치에 맞지 않게 귀여운 동그란 눈. 무해한 눈빛. 다부져 보이는 팔은 만져보면 의외로 말랑거렸다. K는 그의 동그란 배를 슥슥 만지는 것을 좋아했고 그럴 때면 A도 뒤집어 놓은 강아지처럼 기분이 좋아 보였다. 누가, 인담? , 인담. , 역시 인담. 물이 다 끓어 전기포트의 스위치가 달칵 내려앉았다. 그래도 A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KA의 이야기가 끊어질 때까지 커피 가루가 든 종이컵에 물을 붓지 않았다. 뜨거운 물은 천천히 식을 것이었다. 방이 그만큼 따뜻해지는 동안에.

 

창밖으로 키 큰 나무의 몸통이 보였다. 이른 가을바람이 잎들을 슬쩍 훔쳐보지만 그리 멀리까지 가져가진 못한다. 며칠 전, 사무실 뒤쪽 뜰에 뿌려진 은행알을 줍고 있던 K는 바람에 실려 온 A의 목소리를 들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틀림없는 A의 목소리였다. 사무실 창문 열어놨나 보네. 은행 냄새 난다고 싫어하더니. K는 가만히 눈을 감고 A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소리는 마치 파도처럼 다가왔다 멀어졌다를 반복했다. A가 가까이 있는 것 같다가도 멀리 있는 것 같았다. 잠시 뒤 창문이 닫힌 건지 아니면 A가 입을 다문 건지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K는 눈을 떴다. 주변이 조금 더 어두워져 있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어두워졌을 뿐이라고 K는 생각했다. 아직 일과는 끝나지 않았고, 저녁은 오지 않았다고. K는 사무실로 돌아가 전기포트에 물을 넣고 스위치를 켰다.

 

K는 다시 전기포트의 스위치를 눌렀다. 물은 금방 끓었다. A가 커피를 받아들었다. 인담 진짜 짱나지 않냐? 걔는 걔대로 자기 일을 하는 거지. 여긴 그런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이잖아. K가 커피를 홀짝였다. A는 부아가 치밀었다. 왜 내 편을 안 들어줘? 사랑하면 언제나 내 편 돼 줘야 하는 거 아냐? 사랑한다며, , 사랑한다며! K는 종이컵을 입에 물고 A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지금 화를 내려는 거야, 아니면 울려는 거야? K가 물었다. 인담한테는 화를 내고 너한테는 울려는 거야. A의 표정은 말 그대로였다. 아닌데, 나한테는 화를 내고 인담한테 가서 울려는 것 같은데? K는 마음속으로만 그렇게 놀리고는 조용히 A의 이마를 만져주었다. 내가 네 편인 거, 회사 사람들 다 안다. 내가 그렇게 티를 내고 다녔다. 그래, 안 그래. 그래. 너가 나한테 사랑한단 말 한마디 띡 해주고 말 동안,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좀 있으면 사장님도 아실 판이다. 그럼 난 모가지 날라가는 건데. 그래, 안 그래. 그래. 그럼 이제 그만 징징거리고 너 사무실로 복귀하도록. 알아들었나? , 알겠습니다. A는 웃으며 씩씩하게 일어섰다. KA의 옷매무새를 다듬었고, A는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K를 끌어안았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얼른 나가, 사장님 곧 오셔. , 사장님 오시면 말 좀 해줘. 인사담당관 그 새끼 진짜 막말 심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애들 다 겁나 힘들어한다니까? 알았어, 알았으니까, 얼른 복귀해. 너 진짜 이러다 인담한테 개 털린다. 알았어, , 나 갈게, 부탁해! A는 늘 문을 닫지 않는다.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제 사무실로 걸어가는 A의 뒷모습이 한 마리의 대형견 같았다. 걸어가는 것만 봐도 기분을 짐작할 수 있는 지나치게 솔직한 걸음걸이. 과연 인사담당관은 인사담당관이군.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저게 멍멍이지, 어떻게 사람이야. K는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와 탁자 위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종이컵을 바라보았다. 컵 속에 남은 커피 양은 서로 달랐지만, 합쳐 놓으면 어떻게든 한 컵이 나올 것도 같았다. 탁자와 맞붙은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 지휘관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K는 커피를 치우고, 휴지를 뽑아 알콜성 소독젤을 바른 후 화이트보드를 깨끗하게 닦아냈다. 그리고는 작전과로 전화를 걸어서 다음 주 연대장 일정표를 요청했다.

 

9월이 지나갔다. 진짜로 가을이 올 것이다. 마지막 가을이. 가을이 오면 K는 병장이 된다.

 


 

길을 잃는 것그것은 관능적인 투항이고자신의 품에서 자신을 잃는 것이고세상사를 잊는 것이고지금 곁에 있는 것에만 완벽하게 몰입한 나머지 더 멀리 있는 것들은 희미해지는 것이다베냐민의 말을 빌리자면 길을 잃는 것은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고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은 불확실성과 미스터리에 머무를 줄 아는 것이다.

리베카 솔닛길 잃기 안내서 


 나는 항구라 하였는데 너는 이별이라 하였다

 나는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를 좋아한다 하였는데

 너는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을 좋아한다 하였다

 나는 부캉이라 말했는데너는 부강이라 발음했다

 부캉이든 부강이든 그냥 좋아서 북항,

 한자로 적어본다北港처음에 나는 왠지 이라는

 글자에 끌렸다 인생한테 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로든지 쾌히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도현북항부분 

 

나는 '다른 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그 노래도 언젠가는 지긋지긋해진다는 뜻이 아니다그저 하나밖에 없는 어떤 개별 단위가 끝나는 것이다삶은 반복되고진퇴하며연속하는 흐르는 시간이 아니다역사가 시간의 서사라는 (역사주의이데올로기 때문에가는 세월은 잡을 수 없지만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그렇지 않다인생은 바로 이곳에서단 한번 일어나는 일이다.

정희진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 읽은 ---


 

148. 페미니즘 : 교차하는 관점들

로즈마리 퍼트넘 통, 티나 페르난디스 보츠 지음 / 김동진 옮김 / 학이시습 / 2019

 

이 책을 쪼개 읽은 긴긴 날 동안 syo는 알라딘에 10개 가량의 글을 썼는데, 한 번도 이 책에 관해 페이퍼에서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도 참 나다.

 

핑계를 대자면, 이 책은 다른 책들의 핵심정리 쪽집게 요약서라고 봐도 무방한데, syo가 제아무리 요약을 배제한 페이퍼를 표방한들 책 이야기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요약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결국 요약을 요약하는 꼴이 될 텐데, , 그건 정말 하기 힘들다. 결국 이 책은 읽는 것 이외에 마땅한 소비 방법이 없다. 페미니즘을 보듬고 싶건 아니면 뽀개고 싶건, 이거 한 권 정도 책장에 꽂아 놓고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부분을 꺼내 읽는 게 제일 똑똑한 방법 같다.

 

 


  

149. 한 권으로 읽는 칸트

이정일 지음 / 이학사 / 2020

 

함량을 떠나서, 책이라는 물건으로 독서유니버스에 출현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고 통과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으면 편집자가 해야 하는 일. 예를 들면 중언부언을 죽이는 일 같은 것. 여기서 syo가 말하는 중언부언은 첫 번째 챕터에 나온 말이 일곱 번째 챕터에 거의 그대로 다시 등장하는 그런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물론 그런 것도 이 책엔 잔뜩 있다).

 

문제는 이런 것이다.

 

  ① 칸트에 따르면 범주는 경험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② 범주의 근원은 경험에 있지 않다③ 칸트는 이를 범주의 형이상학적 연역을 통해 정당화한다④ 쉽게 말해 범주의 근원을 밝히는 문제가 바로 범주의 형이상학적 연역이다⑤ 하지만 사실 범주의 근원이 정확히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 칸트의 연역에도 불구하고 ― 칸트 전문가들조차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⑥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범주가 경험을 통해 획득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⑦ 어쨌든 칸트는 범주가 경험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면서 그 근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힌다⑧ 그리고 그는 이 지점에서 범주를 ― 당대에 많은 사람이 익히 알고 있던 ― 데카르트의 생득 관념과 구별할 것을 요구한다⑨ 어쨌든 범주의 근원을 밝히는 범주의 형이상학적 연역은 여전히 그 타당성을 놓고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⑩ 범주의 근원을 밝히는 형이상학적 연역은 그 판독에 있어서 여전히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2-33)

 

- 과 같다.

- 과 같긴 하지만, 맥락상 한번 더 강조할 수도 있겠다.

- 과 완전히 같다. = = = 이다.

- 은 이 맥락에서는 뜬금포다.

- = = .

 

이런 중언부언을 잡지 않아서 위의 두 문단은 알 수 없는 관계를 맺고 말았다. 첫 번째 문단은 범주의 근원이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 칸트 전문가들조차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어도 어쨌든 범주의 근원이 경험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반면 두 번째 문단은 범주가 경험에서 획득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범주의 근원을 밝히는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의견 일치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느낌이다. 왜 저렇게 써야만 했을까?

 

칸트에 따르면 범주의 근원은 경험에 있지 않다. 이를 정당화하고 범주의 근원을 밝히는 과정을 칸트는 범주의 형이상학적 연역이라 한다. 그러나 범주의 근원을 정확히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논의 중이며, 칸트 전문가들 역시 범주가 경험을 통해 획득된 것은 아니라는 점 외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대충 이러면 땡 아닌가?

 

초심자에게 중언부언은 때로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 계속 튀어나오는 거 보니 요놈 요게 핵심이구나 싶으면 밑줄을 박박 그으며 씹어먹겠다고 덤벼들 수 있다. 그런데 중언부언에도 도가 있고, 그게 고장 난 나침반처럼 동시에 여러 군데를 가리키게 되면, , 울어야지 별 수 없다.

 

결론. 저런 대목이 저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서 이 책은 내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책은 아니게 되었다.

 

 

 

 


150. 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

 

바스라뜨리는 것은 늘 쉽다. 말 한마디로 다 무너져내렸던 그 모든 견고한 것들. 견고해 보였던 것들. 모든 순간이 우리를 움킨다. 헐겁게 한다. 우리는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최선을 다했음에도, 혹은 최선을 다했으므로 결국 한마디 아픈 말이면 충분히 산산조각 날 수 있도록 매일 매시간 허물어진다. 마치 망가지려고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당신이 움켜쥔 것이 무엇인지, 움켜쥔 마음이 어떤지 나는 알지 못하여 우리는 오해하고 오해한다. 손에 쥔 게 뭔지 좀 보자며 세상이 억지로 내 주먹을 열어내려 들 때, 그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모쪼록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읽는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어젯밤 / 제임스 설터


 

 --- 갖춘 ---

임마누엘 칸트 생애와 철학 체계 / F. 카울바흐

라캉의 주체 / 브루스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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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9-2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갈이의 계절 가을이로세. 꼬랑내 풀풀 날 것 같은 노란 은행알 바닥에 흩어지는 날들입니다. 저도 어젯밤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가벼운 나날도. 그런데 읽을 게 산더미라 아주 나중에 다시 보겠지...무사하고 무탈한 가을 보내시길 빕니다.

syo 2020-09-24 18:19   좋아요 1 | URL
조만간에 설터 한번 싹 털어야겠습니다. 털갈이에는 설터..... 다 읽고나면 왠지 문장 레벨업하는 느낌

반유행열반인 2020-09-24 18:53   좋아요 0 | URL
아 나도 문장 레벨업 하고 싶으다...장인이 되고 싶어...

syo 2020-09-25 00:31   좋아요 1 | URL
기대합니다. 모쪼록 열심히 해 주세요^ㅂ^

2020-09-21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4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0-09-2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읽으셨나요? syo님 평이 궁금해서 여쭤봅니다ㅎ

syo 2020-09-24 18:18   좋아요 1 | URL
앞쪽 1/4 정도 읽다가 반납했는데, 좋았습니다. 이동진 선생님이 기본적으로 한칼 하시니까요. 읽어보시길 권할게요

독서괭 2020-09-24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퀴어소설인 건가요?? 2도 나오는 건가요?? 기대할게요~^^
중언부언 깔끔하게 정리해주신 거 보고 엄지척~~

syo 2020-09-24 18: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연재는 아니고... 저 이야기는 저기서 땡이에요 ㅎ 기대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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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옥상에 스툴을 두 개쯤 가져다 놓았으면 싶다. 밤을 어깨에 이고 서면 멀리 산과 산 사이를 흘러 다가오는 금빛 헤드라이트 물결과 채 달아나지 못한 빛으로 희붐하게 젖은 도시의 이마가 보인다. 하나는 내가 앉고 하나는 침묵을 앉혀 나란히 빛의 요란을 응시하는 것. 하루라는 문장의 온점으로 쓰기에 맞춤한 정경이 늘 거기 그대로 있어서 좋다.

 

 

 

2

 

이 어머니가 반찬을 보내 주셨다. 스뎅 김치통 하나 분량은 넘어 보이는 김치가 세 개의 동그란 통에 나눠 담겼고, 이외에도 각종 마른반찬과 소세지 볶음, 어묵 볶음 같은 것들이 함께 왔다. 이네 반찬은 늘 삼삼하다. 어묵은 간장과 물엿을 조금 넣어 다시 볶았고, 소세지는 케첩과 고추장으로 그렇게 했다. 혼자 살며 계속 느끼는 건데, 반찬으로 배가 아니라 냉장고를 채울 때, 그때야말로 뭔가 진짜로 배가 부르다는 기분이다. 요즘 둘이 살 때보다 오히려 더 잘 챙겨 먹어서, 돼룩돼룩 살이 오르고 있다. 1의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앞자리가 바뀌는 체중이 되었다. 딱 한 달 만에. 내 배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3D는 아니었는데. , 여름이라도 끝나줘서 정말 다행이다.

 

 

 

3

 

요즘 어쩐지 섹스에 대해 관심이 가서 그런 제목을 단 책을 자꾸 뒤진다. 하여간, 나이 처먹고 주책이야. 그것도 운동 잘하면 좋다던데, 운동이나 해서 배나 집어넣지, …….

 

 

 

 

--- 읽은 ---

 


144. 거꾸로 섹스

이금정 지음 / 시그마북스 / 2016

 

거꾸로 섹스하는 방법이 궁금하여 이 책을 들춰볼 사람들에 대한 걱정을 저자 역시 하고있는 듯. 제목은 <거꾸로 섹스>지만 실체는 <똑바로 섹스>에 가깝다. 섹스는 똑바로 알고 해야 신납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시고, 요렇게 조렇게도 해보세요. 우와! 헤헤…….

 

클리토리스의 구조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좀 충격적이어서 아마 이 지식은 복습 없이도 평생 갈듯. 걔가 글쎄, 눈으로 볼 수 있는 만큼이 전체가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실제 전체 구조는 라프라스를 빼닮았으며, 우리는 그동안 라프라스의 동글동글한 머리 부분만을 가지고, 그러니까, , 이렇게 저렇게 영차영차, , 아무튼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라프라스 /얼음타입 포켓몬

 

 



145. 1년만 닥치고 영어

모토야마 가쓰히로 지음 / 이지현 옮김 / 다산북스 / 2017

 

1년만과 닥치고와 영어, 셋 다 어렵다. syo에게는 1년이 10년 같고 닥치는 건 세상 힘들다. 영어는 말해 뭣해. 될놈될이고 나는 언제까지나 한 마리의 아임빠인땡큐앤유일 뿐. 1년과 닥침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이여, 화이팅!

 

 

 


146.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

 

원제는 Memory Man. 유치하다. 제목 빨 없이도 오직 내실만으로 미 본토를 초토화시킨 다음, 살짝 폼 나는 제목으로 갈아입고 한반도에 상륙. 우리나라에서 메모리 맨이라든가 기억남따위의 제목을 달고 시작했다면 아마 지금의 절반쯤을 팔고 말았을지도. 어떤 책인가 하면,

 

전도가 유망한 것까지는 아니었어도 노력으로 재능의 고랑을 메우며 용맹정진하던 젊은 미식축구 선수 에이머스 데커는, 첫 번째 프로 리그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막강한 태클에 당해 두 번쯤 지옥 문턱에 발을 댔다 뗐다 한 결과,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 사기 같은 기억력을 이용해 경찰로 전업, 역시 사기 같은 기억력으로 보란 듯 승승장구를 거듭한다. 모든 게 다 괜찮았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와 갖가지 방식으로 죽어 있는 처남, 아내, 어린 딸의 처참한 시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의 인생은 거기서 또 한 번 끝났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잊을 수가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잃고 상심에 빠진 돼지 부랑자가 되어 쓰레기 같은 인생을 연명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와 일하던 동료 경찰이 찾아와 가족을 죽였다는 남자가 자수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경찰서에 잠입, 자수한 남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 까먹는 게 일절 없는 내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도 얘는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재미있음.


 

 


147.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는 syo 입에서 나오는 말이니 당연히 모르고 하는 소리지만, 한나 아렌트는 비교적 쉽다. 칸트나 헤겔은 쉽다 쉽다 하는 입문서를 봐도 뭔 어쩌자는 건지 도통 모르겠거나, 겨우 알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면 저자가 후려친 것만 핥아놓고 맛집 찾았다고 설레발을 쳐놓은 것이거나, 뭐 그러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아렌트는 개론서로도 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정치철학자다. 그리고 필수선행과목이 없다. 그녀가 15세에 칸트를 섭렵했다지만 그 두 배를 넘게 산 나는 그녀를 읽기 위해 칸트를 읽어둘 필요가 딱히 없고, 그녀가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에게 철학을 배웠다지만, 원숭이에게 철학을 배우기 시작한 나는 그녀를 읽기 위해 하 선생과 야 선생을 경유할 필요가 딱히 없다(물론 알아서 나쁠 건 없다). 사상가 자체가 이렇게 친절한 특성을 지니고 있을 때 노나는 건 독자다. 왜냐하면 그를 다룬 개론서들이 웬만하면 잘 읽히고 어지간하면 함량이 충만하기 때문에. 이 책을 포함해 아렌트 개론서를 여러 권 읽어봤지만 나쁜 건 하나도 없었다. 문제는 그저 회독 수를 늘리는 것뿐.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렌트의 주저를 직접 읽어도 되겠구나 싶어진다. 이런 느낌을 주는 개론서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있었어도 알고보면 착각이었고…….

 

 

 

--- 읽는 ---

페미니즘 : 교차하는 관점들 / 로즈마리 퍼트넘 통 외

한 권으로 읽는 칸트 / 이정일

여름의 빌라 / 백수린

새의 얼굴 / 윤제림

스트로베리 나이트 / 혼다 데쓰야

Chaeg 2020. 9 / ()(월간지) 편집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 레몬심리

문명과 혐오 / 데릭 젠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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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0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1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1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추풍오장원 2020-09-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독 수... 매우 중요하지요 ㅎㅎ

syo 2020-09-21 18:17   좋아요 0 | URL
그렇죠 ㅋㅋㅋㅋㅋㅋ 어디가나 회독이 진리죠.

비연 2020-09-20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는 내가 앉고 하나는 침묵을 앉혀... 흠. 이거 좀 멋진데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시리즈를 다 읽은 저로선... 그냥 갈수록 쏘쏘다 라고 말하고 싶은. 재미가 없진 않으나.
.. 운동 열심히 하세요. 괜히 엄한 단어 가지고 책 뒤지지 말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syo 2020-09-21 18:18   좋아요 0 | URL
얼매나 중헌 단언디, 엄한 단어라니요..... 비연님, 듣는 그 단어 섭섭하겠어요.
난 가능하면 걔랑 친하게 지내고 싶단 말이에요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20-09-20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멋진 표현 :
도시의 이마가 보인다.
하나는 내가 앉고 하나는 침묵을 앉혀.
재능의 고랑을 메우며
^^


syo 2020-09-21 18: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역시 syo하면 겉멋이죠! ^-^

난티나무 2020-09-2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라프라스 똑 닮았는데요? 알고 만든 건 아닐까요? ^^;

syo 2020-09-21 18:19   좋아요 0 | URL
설마 그럴라구요 ㅎㅎㅎㅎ
근데 진짜 닮긴 했죠? 으아, 내 동심....

독서괭 2020-09-24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프라스 사진 보고 빵 터졌네요 ㅋㅋㅋㅋ

syo 2020-09-24 18:20   좋아요 0 | URL
너무 적나라한 라프라스 사진을 올렸군요...

chaeg 2020-09-2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프라스 글을 보고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 했습니다^^;;

syo 2020-09-29 10:56   좋아요 1 | URL
아아, 이제는 라프라스를 순진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오늘과 내일의 흐릿한 경계가 어제와 오늘의 경계로 선명해지는 늦은 시간까지, 전혜린을 읽었다. 전혜린으로 밤을 밝히는 일이 전에도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침대 머리에 기대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창문을 통해 한 뼘짜리 하늘을 겨우 더듬을 수 있는 반지하 하숙방에서 나는 나쓰메 소세키를, 폴 오스터를, 장 그르니에를, 그리고 전혜린을 읽었다. 지상에서 나는 방황하거나 고독감에 잠겨 드는 대신 학점과 친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반지하의 나는 그 좁은 공간이 허락하는 최대치로 방황하고 고독했다. 특히 고독과 그 열심에 관해서 생각해 보면, 나는 놀라울 정도로 노력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고독이 필요하였고 기필코 고독해지고자 했고 최선을 다해서 고독해졌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나도 고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어른이 된 아이들은 이제 막 어른이 된 아이들과 온종일 함께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또 함께 술을 마셨다. 우리는 우리를 고독하도록 허락하지 않았고, 아무도 저절로 고독해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닭 뼈로 산을 쌓고 빈 소주병을 꽂아 그 산을 푸르게 푸르게 만드는 동안 우리는 우리에게 조금씩 지쳐갔다. 어느 순간, 우리는 고독을 바라는 눈빛을 자기도 모르게 슬쩍 내비치다가도 그게 그저 피곤한 표정인 것처럼 위장하는 아이들과 그걸 보고도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아이들이 모인 이상한 집단이 되어 있었다. 그러느라 반년이었다. 각자 여름을 지내고 다시 만난 우리는 이제 설탕 가루 주변에 까맣게 모여든 개미떼 같던 우리가 아니었다. 마치 함께인 시간과 혼자인 시간의 황금비율이 적힌 레시피를 손바닥에 적어놓고 태어난 사람들처럼, 고독을 모르고서는 어른이 될 수 없노라는 선고를 듣고 귀환한 사람들처럼 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독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함께 있으면 저절로 우리가 되던 아이들은 혼자 있다고 저절로 고독해지지 않아서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필사적으로 고독을 추구했고, 고독을 달성한 아이들, 예컨대 하루가 마무리되는 시간, 중앙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중랑천을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아련한 눈을 할 줄 아는 아이들을 선망했으며, 이제 자신을 품어줄 고독이 충만한 공간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그들의 발자국 하나하나를 탐냈다.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 주는 데는 그저 우리만 있으면 충분했으나, 나를 고독한 나로 만들어 주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않고서는 고독해질 수가 없었으므로, 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고독의 씨앗을 찾아서 자기 안으로 침잠하기 시작했다. 내게 그것은 책이었고, 그중에서도 전혜린이었다. 왜냐하면, 수십만 권의 책과 수백억 개의 문장이 넘실거리는 거대한 도서관을 식은 눈으로 뒤적거리다가 하필 이런 문장을, 마치 누가 그렇게 되도록 정해놓은 것처럼 내 앞에 나타난 이런 문장을 만나버렸기 때문이다.

 


우주선이 달세계로 가는 시대에 사는 인간은 영혼의 소박함을 잃은 지 오래된다. 사랑도 변형된 호기심인 경우가 많고 사랑의 행위에서도 지적인, 너무도 지적인 것이 현대인이다. 누구나가 자기의 원칙과 독백 속에 감금되어 있다. 자아에 망집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공관 속을 꿰뚫는 것은 현대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기적 같은 희귀한 몇 개의 순간에서만 우리는 변신을 한다. 헌신과 희생이 가능해진다. 그 순간이 지나면 생은 다시금 어두운 것, 무표정한 것으로 된다. 그 속에서 아무 관련도 없이 제각기 인간은 산다. 고독한 탐구를 계속한다. (31-32)

 

 

마냥 먹먹해졌다. 고독을 이겨내려 몸부림하다 떠난 사람의 글 속에서 나를 의탁할 만한 고독을 발견한 것에 어떤 섭리 같은 것이 숨어 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고, 그저 오독을 고독으로 바꾸어 내 안에 쌓기에 바빴다. 전혜린의 고독은 크고 깊고 나의 얕은 눈으로는 바닥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워서, 그리고 그 어두움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어느 예술가의 처절한 기록이라는 아우라가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어서, 나의 허영이 그의 고독으로 넘치게 배불렀다. 읽는 순간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나를 데려가는 문장. 곳간에 쌓아놓은 그녀의 문장으로 20대를 충분히 고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고독은 끝내 그녀의 고독이었다. 내 것인 줄 알았지만 내 것이 아니었다. 고독은 오독할 수는 있어도 오해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내 몫의 고독은 언젠가 반드시 내게 오게 마련이었다.

 

그것은 조금씩 천천히 왔다. 다시 모두가 자기만의 고독을 찾아 나서던 그때로 돌아가 보면, 우리는 고독을 찾으면서도 고독을 찾는 티를 내서는 안 되었다. 여전히 함께 있는 동안은 밝고 유쾌하고 세상에 열려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을 말해야 했다. 고독은 그런 와중에 은근슬쩍 흘리듯이 드러나야 폼 나는 것이었고, 너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게 있어- 하는 표정이나 깊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눈동자 속에 스치는 빛처럼 들어있어야 섹시한 것이었다. 거기에서 가면이 탄생했다. 우리는 밝은 순간에 고독을 연출해야 했고, 고독의 시간을 걷고 서로를 만날 때 온-오프 스위치를 켜듯이 유쾌함을 연기해야 했다. 나의 진정한 내면은 너무나 깊고 고독하여 네가 차마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컨셉이 유행하면서 우리는 상대방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결코 이해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길을 잃고 헤매야만 했다. 결국 누구도 누구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모두가 모두를 이해하는 척했다. 연기하지 않는 연기를 하다가 분명히 뭔가를 잊어버렸는데, 그것이 연기하는 법인지 연기하지 않는 법인지도 알 수 없었다. 시간은 수렁에 잠긴 몸을 완전히 빼내지도 못한 나를은 학교 밖으로 밀어냈다. 나는 알았다. 내가 정말 고독해졌다는 사실을. 내 몫의 고독은 그런 모양새였다. 그때 나는 전혜린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내가 읽었으므로 내 것인 줄 알고 믿고 따랐던 고독은 오롯이 그의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훔친 것이었다.

 

나는 고독을 오래 점유해도 그것을 소유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러나 동시에 고독은 나를 오래 점유하면 소유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때로는 내 몫의 고독을 누리고 때로는 그것과 싸우느라 나는 바빴고, 전혜린의 고독은 이제 전혜린의 것이 확실해 보여서, 이십 대의 끝물에서 나는 전혜린을 놓아주기로 했다. 전혜린이 세상을 버린 것과 같은 서른두 살의 나이가 되면,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읽고 이 책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상자에 넣어두고, 나는 나의 고독을 마주하러 걸어갔다.

 

고독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 고독의 원인은 세상에 널렸고, 외로움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서, 나도 고독을 넘고 다시 고독해지기를 반복하며 길고 짧은 고독들을 통과해 여기에 왔다. 그리고 고독은 증상인 동시에 하나의 능동적 계기여서, 자신의 고독을 넘어서거나 고독으로부터 무엇인가를 길어 올리는 저마다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배웠다. 내가 고독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을 때, 전혜린의 문장이 내게 남긴 흉터들은 약인 동시에 독이기도 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오늘에 와 생각건대, 고독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는 것이다. 고독은 사서 깃들거나 세 드는 것이 아니라 건축하는 것이었다. 나는 전혜린의 고독에 세 들지 않고 전혜린을 재료로 나의 고독을 건축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렇지만 생이 완결될 때까지 고독은 완결되지 않을 것이어서, 나는 잠시 고독하지 않을 때를 틈타 또 공구함을 채우고 헛간을 손본다. 비울 것을 비우고 새로운 공간을 마련한다. 안녕, 전혜린.

 

전혜린의 문장을 처음 만났던 그때, 나는 그가 이 책에 들어갈 글을 처음으로 쓰던 나이보다 어렸다. 그리고 오늘 내가 쓰는 모든 문장은 전혜린이 쓴 가장 나이 든 문장보다 더 나이 든 문장이다. 그의 책을 마지막으로 덮으며 궁금한 것은 이제 하나 남았으니, 내가 전혜린을 관통하여 여기에 온 것인가, 전혜린이 나를 관통하여 저기로 간 것인가, 이제는 그것만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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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9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0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0-09-19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글 참 좋아요~~

syo 2020-09-20 10:51   좋아요 0 | URL
^ㅂ^> 허허허...

페넬로페 2020-09-1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래전에 읽은 책이네요~~
한때 전혜린 열풍이 불 정도였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 막연히 독일에 대한 것과 고독이 지금도 느껴지네요^^

syo 2020-09-20 10:52   좋아요 0 | URL
책장 뒤지다가 나타나서 굿바이 스페셜로 한 번 읽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지만 예전에 읽을 때랑 느낌이 많이 달라서 깜짝 놀랬네요^-^

stella.K 2020-09-1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가 망했나 봅니다. 책들이 다 품절로 나오네요.
이 책은 어느 출판사에서 새로 내주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론
못 사 볼 모양입니다.
전혜린의 단 두 권의 에세이 중 하난데 사춘기 시절에 한 권 읽고 여태 못 읽있고
있는데 스요님 글 읽으니 이걸 어떻게 읽어 보나 한숨이 나오는군요.ㅠ

syo 2020-09-20 10:54   좋아요 1 | URL
알라딘 중고서점에 잔뜩 깔려 있습니다.
구하기 쉬워요 ㅎㅎ 한숨 쉬지 마시고 나가서 get하시길 ^-^/

scott 2020-09-19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친구 엄마가 전혜린 대학 후배였는데 그집에 초판본 (세로로 인쇄된 유학때 주고 받았던 엽서도 있어서 신기해 했었네요. 생이 한가운데에 라는 작품 번역서 첫번째판도 그집에 있었어요. 고독은 사서 깃들거나 세 드는 것이 아니라 건축하는 것이었다.라는 소요님 우리모두 생이 끝날때까지 고독은 끝나지 않네요

syo 2020-09-20 10:57   좋아요 1 | URL
우와. 그분은 전설의 지인이셨거군요 ㅎㅎㅎ 초판본에 엽서라....
고독할 때는 아 이놈의 고독 개나줘버렸음 싶다가도 또 한참 붐빌 때는 고독 링거 좀 맞았으면 싶으니, 인간이란 참 희한한 동물이죠?
 

 

15cm

 

 

내가 울면 금방 따라 울던 너는 언제나 마음속에 울음 가득 넣어 놓고 사는 것인지, 넘치는 슬픔 묻어 놓고 웃음으로 탄성으로 나를 다녀가려다 내 몹쓸 장난에 그만 들켜버리고 만 것인지, 가짜로 우는 나를 보고 진짜로 눈물 맺힌 너를 보니 진짜로 눈물이 맺히던 나는 내 안에 나 몰래 뭘 그리 또 넣어 놓고 사는 것인지, 그런 것들 모두 나의 일이고 너의 일인데 또 나도 너도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해서 그렇게 계속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것인지,

 

 

 

--- 읽은 ---

 


140. 책 좀 빌려줄래?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 홍한결 옮김 / 월북 / 2020

 

그런 탄식이 떠오른다. 하늘은 왜 이 주유를 세상에 내고도 어찌 또 제갈량을 보냈는가? , 하늘 아래 <있으려나 서점>만 없었더라도…….

 

 


 

141. 청소 끝에 철학

임성민 지음 / 웨일북 / 2018

 

한때 철학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지금은 신학이며 과학 같은 큼직한 아이들이 지분을 몽창 들고 나르는 바람에 많이 협소해지긴 했지만, 늘 그렇듯 오늘도 세상에는 무수한 질문들이 생겨나고, 그 질문들에게 가장 친하게 구는 학문은 여전히 철학이다. 청소에도, 설거지나 출퇴근 길에도, 월급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빈 통장과 그래서인가 요즘 유독 바람이 스치는 느낌이 선명한 빈 정수리에다가도 우리는 종종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그 끝엔 제일 먼저 철학이 온다.

 

 

 

142. 마카롱 사 먹는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이묵돌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

 

<90년생이 온다>에 대한 90년대생의 답장. 이묵돌이 김리뷰였던 시절 그의 재기와 발랄과 돌진하는 저력 같은 것을 부러워했다. 시간이 흐르고, 읽은 책과 읽을 책이 함께 늘어나고, 나는 나대로 늙고, 읽는 일이란, 책이란, 글이란 무엇인지 한 줌 더 알게 되는 동시에 한 걸음 더 멀어져만 가는 동안, 김리뷰는 이묵돌이 되었고 이제는 완전히 다른 글을 쓴다. 결국 그가 가고 싶었던 길이기를.

 


 

143. 공공성

하승우 지음 / 책세상 / 2014

 

공공의 일을 하면서 공과 공에 대하여 생각할 일이 많았다. 이 앞장서고 이 뒤따르는가. 공과 공이 부딪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고, 그럴 때마다 35년 동안 응원해왔던 공 대신 이제 막, 그러나 강력하게 내 말과 글과 생각에 육박하는 공을 묵묵히 편들어야 했다. 그것은 삶의 작은 위기였다. 작아서 타넘어 가기 쉬운 위기였다. 하지만 공이 업무를 마치고 사의 자리에 와서 앉으면, 어두운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다른 공이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렇게 쉽게는 죽지 않을 거야. 끝까지 너를 괴롭힐 거야. 나는 공과 공을 다시 만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읽는 ---

페미니즘 : 교차하는 관점들 / 로즈마리 퍼트넘 통 외

1년만 닥치고 영어 / 모토야마 가쓰히로

여름의 빌라 / 백수린

시대의 소음 / 줄리언 반스

거꾸로 섹스 / 이금정

열 문장 쓰는 법 / 김정선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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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9-16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公이 앞장서고 共이 뒤따르는가. 공과 공이 부딪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고, 그럴 때마다 35년 동안 응원해왔던 공 대신 이제 막, 그러나 강력하게 내 말과 글과 생각에 육박하는 공을 묵묵히 편들어야 했다. 그것은 삶의 작은 위기였다.˝ 오늘도 생각할 거리를 묵직하게 던져주시는 syo님.

syo 2020-09-16 20:5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제가 뭘 던진다기보다 그냥 하나님께서 생각장인이신 것 같은데요.
대단하십니다 짝짝작^-^

반유행열반인 2020-09-16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거요? 😢요런 거요?

syo 2020-09-16 20:5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 똥그란 애들은 다 귀여운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0-09-16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쇼님도 낚이셨다!

서재의 진짜 고수 주유와 제갈은 책장이 없다잖아요!

syo 2020-09-16 20:53   좋아요 0 | URL
낚였지만,
최고 스피드의 경공술을 펼쳐서 시간 소비를 최소화시켰습니다! 후후.

추풍오장원 2020-09-1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공성에 대한 syo님의 글은 9급 신규들한테 꼭 보여줘야 할 것 같군요^^ 멋진 글입니다.

syo 2020-09-16 20: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만한 생각들은 다들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옆에서 보면 저 같은 사람보다 훨씬 생각 많아 보여요 ㅎ

han22598 2020-09-16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좀 빌려줄래?˝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ㅎㅎ 그런데 저 책은 주위에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것 같네요 ㅋㅋ

syo 2020-09-18 23:1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래서 못 빌려 읽으신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크게 괘념치 않으셔도 될 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