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교환

 

 

1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들이듯, 말을 벌기 위해 마음을 들이붓는다. 하지만 그렇게 벌어들인 말을 녹이고 태워 원하는 건 결국 다시 마음을 덥히는 일. 이렇듯 마음을 엮어 말을 빚고, 그 말을 건네 다른 말을 받고, 받은 말을 풀어 다시 마음을 뜨개질하는 복잡한 방식이 우리의 회계원리라면, 그냥 처음부터 대차대조표를 접어 차변과 대변을 맞붙이면 어떨까. 마음과 마음을 맞대어 윤곽을 맞추고, 다르면 다른 대로, 닮았으면 닮은 대로, 그저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이 마음이니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 한껏 열어두면 나쁠까.

 

자주 말에 취하지만 가끔은 말이 버겁다.

 

 

 

2



저녁에는 집에 들어와서 서재에 들어갑니다들어가기 전에 나는 종일 입고 있던 진흙과 먼지가 묻은 옷을 벗고 궁정에서 입는 옷을 차려입습니다그렇게 적절히 단장한 뒤 선조들의 궁정에 들어가면 그들이 나를 반깁니다그리고 거기에서 나만의그 때문에 내가 태어난 음식을 먹습니다나는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그들의 행적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캐묻습니다그들은 친절하게 답변합니다네 시간 동안 거의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모든 근심과 가난의 두려움을 잊습니다죽음도 더는 두렵지 않습니다나 자신을 완전히 선조들에게 맡깁니다.

김경희마키아벨리, 133-134 

 

syo가 마키아벨리 입문서/개론서를 싸그리 다 읽은 것은 아니니까 전부라고는 말하지 못하겠고, 7할 정도라고 말하면 넘치지 않겠군, 하여간 읽었다 하면 튀어나오는 대목이다. 이제 저 대목을 만나지 못하면 소머리국밥집에 가서 눌린 돼지머리를 먹고 나오는 기분 비슷하게 될 지경입니다.

 

 

 

3

 

어제 늦은 밤, 얼마 후면 일을 시작한다고 생각했더니 아득해졌다. 사람들 다 짊어지고 사는 무게인데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정도는 대기압인데도, 한 번도 얹어보지 못한 뭔가를 어깨에 얹는다는 상상은 벌써 무겁다. 해가 아직 동쪽에 있는 하늘을 이고 일터에 가서, 때론 해 없는 밤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겠지. 마음은 낮에 이미 다 썼고, 텅 빈 그릇이 되어 침대 위에서 덜그럭거리게 될 거야. 책상위에 읽을 책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탑을 쌓고, 그 아래 깔린 부담감이나 죄책감이 비명을 질러도 이틀에 한 번은 귀를 막겠지. 나는 이제 사랑할 체력이 남지 않았으니 사랑 니가 나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듣자니 너는 되게 강하다던데- 뭐 이런 생각이나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 놈이 성큼성큼 잘도 저기까지 미치니, 미치겠다 무섭다 외롭다 징징대고 싶다 안기고 싶다 안기고 싶다 우와 안기고 싶다 정말이다 이렇게 되고 말았다.

 

꼬맹이가 사는 방에 밤은 늘 길기만 하다.

 

 


  "정말이에요?" 그녀가 묻자 그가 도리어 "?" 하고 되물었다. "별도 태어나고 죽는다면서요." "아 그거텔레비전에서 봤어요그러니까 저기 저 별들한테도 마지막이란 게 있단 거예요내일이면 꼴까닥하는 별일지도 모른다는 거죠그러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저 별을 본 사람들이고요운이 좋네요." "운이 좋다고요?" "좋죠좋다고 생각해요까짓것."

  한강을 지나는 다리 조명이 소등시간에 맞춰 꺼졌고 그녀는 정말 내일이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어떤 세계에 대해 생각했다그건 그녀의 시야를 가리던 옥수수밭으로부터 멀지 않은 세계아주 낯익고 피해 갈 수 없는 어떤 치명적인 상처를 지닌 세계였다꺼져가는 세계였고 죽어가는 세계였다.

김금희우리가 어느 별에서

 

  일과 공부는 병행 끝에 합일되어야 한다.

  일은 공부의 실현이자 새로운 일의 훈련이며 공부는 일의 피와 살과 뼈이자 새로운 공부의 예언이 된다공부는 일의 조건이 아니라 일이고 일은 공부의 결과가 아니라 공부다.

  고독을 이기고 싶으면 공부하라그러나 고독을 이기고 세상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싶다면공부하면서 일하고 일하는 것이 공부가 되게 자신을 세팅하라.

이응준작가는 어떻게 생각을 시작하는가

 

 

 

4

 

쿤데라의 농담을 오랜만에 읽었다. 처음 읽는 줄 알았다. 시간이 흘러 나도 변하긴 변했나보다.

 

리뷰를 쓸 것.

 

 

 

- 읽은 -

+ 농담 / 밀란 쿤데라 : 372 ~ 532

+ 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 안드레스 곰베로프 : 131 ~ 264

+ 노예국가 / 힐레어 벨록 : 99 ~ 186

 

 

- 읽는 -

- IFRS 회계원리 / 최창규 외 : ~ 188

- 작가는 어떻게 생각을 시작하는가 / 이응준 : ~ 133

- 강의 / 신영복 : 133 ~ 250

- 아리스토텔레스 / 조대호 : ~ 117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 장회익 : 77 ~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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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1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21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비종 2019-11-21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심심맞춤했을 때 심심교환이 되면 좋은데 마음이란 게 백혈구처럼 부정형이라 간혹 혈관을 뛰어넘어 덤비는 넘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있어서..
저는 말이 버거우면 잘게 잘게 자릅니다. 볶음밥 재료처럼. 소화되기 쉽게..

2. 가끔씩 읽게 되는 syo님의 페이퍼가 그렇습니다. 모든 근심과 두려움을 잊거나 죽음이 두렵지 않지는 않지만,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쉼표를 찍어주시거든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문체가 제 취향이라..^^

3. 저역시 개인적으로 몇 가지 전환점이 되는 일들이 몇 달 안에 다가올 예정이라 아득한 마음이 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지만, 어떤 말씀을 드려야 감질나게나마 수직항력의 역할을 할까 몇 초 고민하다 겨우 얼마전에 읽었던 책에 나온 문구를 생각해냈는데요. ‘이대로 항해나 계속하게. 그러다 일이 닥치면 그때 맞서 싸워.‘ 음, 다시 읽어보니 망한 것 같습니다.^^;;;

일과 공부 어쩌구~ 는 제 취향은 아닌 문구네요. 스스로의 문장에 취한 인간인 것 같은 느낌이..ㅎ

syo 2019-11-22 10:19   좋아요 1 | URL
번호별로 콕콕 찍어주시는 나비종님의 댓글, 오랜만이네요 ㅎㅎㅎ

1. 마음이라는 것이 또 그런 놈이었군요. 알고 알아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말이 버거우면 버겁지 않을 때까지 입을 크게 벌리고 턱을 단련하고 위장을 키우려고 합니다. 버거운 말은 쪼개봤자 쪼개진 버거움일 때가 많더라구요.....

2. 나비종님께서 올리시는 시가, 저는 멋있고 부럽습니다.

3. 나비종님께 다가올 예정인 일들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저는 조금이라도 나비종님의 마음을 알 길 없겠으나, 제 마음을 조금이나마 아실 것 같다는 말씀에 기대어 생각해보건대, 전해주신 문구가 망하지는 않았다고 대답해드릴 수 있겠습니다 ㅎㅎㅎ

늘 감사합니다^-^

Comandante 2019-11-2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테 출판사에서 나온 작가시리즈 저도 관심있는데 읽어보시니 어떠신지요? 피츠제럴드랑 마키아벨리가 특히 관심이 갑니다 ㅎㅎ

syo 2019-11-22 23:47   좋아요 1 | URL
편차가 꽤 있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만, 페소아는 좋았고 니체는 그저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그 인물에 관한 책이 기존에 얼마나 나와있는지에 따라서 제 평가가 조금 달라지는 것도 같습니다 ㅎㅎ

마키아벨리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시리즈 자체가 아니라 마키아벨리라는 인간에 흥미가 있으신 거라면 저 책보다는 <여우가 되어라>를 권하고 싶습니다 ㅎㅎㅎ

종이달 2022-05-2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황금열쇠 : 을지로로 가시오

출발지를 통과해도 20만원을 받지 않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시끌벅적왁자지껄깔깔깔호호호한 6인용 식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려 했다. 호일에 싸서 구운 고구마마냥 마음속에 묻어놓고 그 온기를 겨울 나는데 이용하려 했던 것인데, 이렇게 3일이 다 지나서 언급하는 것은 그날에 벌어졌던 몇몇 사건들을 오늘에서야 인식했기 때문이다.

 

나는 주사를 몇 개 발견했다.

 

그날 syo는 주량이 소주 세 잔이라 아직 괜찮다며, 지금 이게 세 번째 잔이라고 말하며 열세 번째 잔을 들이키는 식의 깜/끔찍한 컨셉을 선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내 의식과 무의식의 간격이 턱없이 좁아졌고, 뒤이어 자아와 이드의 봉기로 인해 초자아의 목이 단두대 위에서 대롱대는 비상상태에 돌입했다. 모임의 좌장이라 할 수 있는 다람쥐님은 syo의 빈약한 주량을 익히 알고 있었던 바, 괜찮다고 말하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syo에게 정말 괜찮냐고 자꾸 물어오셨다. 그 다정함은 2차 자리까지 이어졌고, 다시 한 번 괜찮냐고 물어 오신 그분께 syo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왜 나를 아껴요?” 그러나 저런 정황이 조금도 기억나지 않는다(주사 1. 부분적 기억상실). 그래서 오늘 단체방에서 나한테 왜 나를 아끼냐고 물었던 거 기억하냐셨던 그 말씀, 당연히 농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분노한 목격담이 속출했고, syo는 운신의 폭이 자꾸만 줄어든다. 결국 내가 그랬던 것으로.

 

그리하여 주사 2. 왜 나를 아껴요? 라고 묻는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역시 기억나지 않는 가운데 저지른 제2의 만행이야말로 놀랍다. 멤버 중 한 분은 알라딘 서재도 운영하시지만, 따로 N포탈 블로그에도 기록을 남기신다. 그쪽 기록 역시 놀랍도록 재밌지만, 훨씬 더 사적인 편이라 소수의 서로이웃에게만 공개되고 있다. 그랬는데, 그날 2차를 마치고 헤어지는 길에 그분이 갑자기 단체방에 N포탈 블로그 링크를 띡 올리시는 것이다(우리 모두가 익히 아는 알라딘 서재 링크를 먼저 올렸던 귀여운 실수는 우리만의 비밀로 하자). syo는 생각했다. 뜬금없이 이렇게? 아니, 술자리에서 뭐 네이버 블로그 이야기가 나온 것도 아닌 마당에 이렇게 대뜸? 아놔, 거기 나 포함 소수만 알고 즐기는 숨은 맛집이었잖아이렇게 단골 고객 의향도 묻지 않고 대뜸 새 손님 받기 있기 없기. 그러나 어찌됐든 그것은 그의 자유. syo는 곧 잊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종로를 휘휘 돌아 광화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 그분의 N포탈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글을 발견했다.

 

2차 자리에서, 술에 취한 멤버 1이 사람들에게 내가 네이버에서도 블로그를 하고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물어봤다. 사람들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자 멤버 1, 브론즈 등급들을 깔보는 플래티넘 클래스의 표정으로 말했다. “네이버가 찐이야.”

 

그러니까 그분이 단체방에 네이버 블로그 링크를 올린 것은, 커밍아웃이 아니라 아웃팅이었던 셈이다. 물론 syo는 저런 정황이 조금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쩐지 저 멤버 1이라는 작자의 한심한 작태가 몹시도 낯이 익었다. 뭐지, 35년쯤 비슷한 짓들을 봐온 것만 같은 이 뼛속 깊은 친숙함그래서 여쭸다. 저 멤버 1말인데요. 혹시저예요? 그러자 그분이 말했다. 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그렇지, 그럼. 그래야 니가 syo지. . 인간아….

 

그리하여 주사 3. 남의 네이버 블로그를 만천하에 공개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 말고, 기억나는 것들 중에서도 재미난 일이 엄청 많았다. 다른 멤버들의 허락 없이도 기록에 남길 만한 것은 아무래도 그날의 동선이라 할 수 있겠는데, 약속 장소인 더덕집은 광화문이었는데도 멍청하게 을지로에 있는 지점에 도착했던 syo(와 그런 syo만 믿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 걸었던 착하고 불쌍한 부산남자)는 을지로에서 광화문까지 걸어서 1차 장소에 도착했다. 1차가 파하고, 광화문에서 을지로까지 걸어서 2차 장소에 도착했다. 2차가 파하고, 을지로에서 광화문까지 걸어서 24시간 카페에 들어섰다. 심지어 이 길은 직선으로 가면 한 큐에 갈 것이었는데, 정신 놓은 1인과 아는 거 없는 1인과 정신 없는 1인이 함께 걸은 길이라, 뜻밖에 조계사 찍고 레알 광화문 찍고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님 찍고 가는 관광객 맞춤형 우회로를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광화문에서 다시 을지로까지 걸어 찜질방으로 갔다. 날이 밝자 부산남자를 버스에 실어 보낸 syo는 다시 광화문 교보에서 친구를 만나 을지로 버거킹에 갔다가 서울역까지 걸어가는데.

 

그리하여 동선 요약.

 

명동 > 을지로 -> 광화문 -> 을지로 -> 광화문(한껏 우회) -> 을지로 -> 광화문 -> 을지로 -> 서울역

 

을지로에 환장했거나 땅이라도 한 뙈기 갖고 있는 인간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러니까 저 모든 게 세 잔을 빙자한 열 세잔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일부는 기억에 있고 일부는 기억에 없다. , 다시는 오랑캐처럼 마시지 않으리라.

 

오늘도 책 이야기는 없군. 역시 syo. 명불허전 허허허.

 


- 읽은 -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 피터 애덤슨 : 194 ~ 315

+ 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926 ~ 1048

 

 

- 읽는 -

- 마키아벨리 / 김경희 : 87 ~ 173

- 농담 / 밀란 쿤데라 : 242 ~ 372

- 가능세계 / 백은선 : 73 ~ 150

- 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 안드레스 곰베로프 :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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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11-19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요 짧은 후기만 봐도 그날의 syo님을 생생하게 느끼?!게 됩니다. ㅋㅋ
요즘 을지로가 힙하다고 하긴 하더라구요.~ ^^
만선호프에서 술한잔 하셨을래나.. ^^

syo 2019-11-20 09:55   좋아요 0 | URL
생생하게 느끼시면 곤란합니다..... 잔뜩 쌓여있는 흑역사의 꼭대기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으니.....
요즘 을지로가 그렇군요. 만선호프는 아니었는데, 설해목님께서 말씀하시니까 거기도 되게 궁금해지네요.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오랑캐 안녕, 성균관 유생처럼 마실테다....

반유행열반인 2019-11-1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춥고 안 취한 날 저 동선 걸으라면 가능하실까요 ㅎㅎㅎ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는 좋은 모임 다녀오셨네요.

syo 2019-11-20 09:56   좋아요 1 | URL
한겨울에도 혜화역에서 남산도서관까지 쓱쓱 잘만 걸어다니는 걷기 좋아하는 syo입니다 ㅎㅎ

2019-11-20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20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1-20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
쇼님을 아낀 다람쥐 왔다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11-20 09:5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월에는 ‘왜 나 아껴요?‘를 댓글 유행어로 한 번 밀어볼까 생각중입니다람쥐

블랙겟타 2019-11-2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정도 을지로를 통과한거면 부루마블에서라도 20만원 받아야하는거 아닌가요? ㅋㅋㅋ

syo 2019-11-21 08:0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집에 돌아오니 발바닥이 아프더라구요ㅋㅋㅋㅋ

Angela 2019-11-20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광화문옆이 을지로니까 브런치드시고 산책하신거로 해요 너무 억울해하지 마세요^^ 통행료 20만원도 안내셨으니~ㅎ

syo 2019-11-21 08:0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원래 걷기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을지로라서 아주 구석구석 비비고 싶었던 것으로 할까요 ㅎ

단발머리 2019-11-2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꾸욱 눌러도 음성지원이 안 되요.

왜 나를 아껴요?
왜 나를 아껴요?
왜 나를 아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11-21 08: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굿즈를 만들어야겠네요. 빨갛고 인상쓰는 똥그란 인형이 있는데, 걔를 꾹 누르면 ˝왜 나를 아껴요?˝.... .

lovelyNH 2019-12-0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웃겨요 ㅎㅎㅎㅎㅎㅎ 자야하는데 못나가고 있네요 ㅎㅎ

syo 2019-12-08 17: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편안한 밤 되셨는지요. 이제야 댓글을 달고 앉았네요.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벌써 몇 개나 읽으신 거 봤어요 ㅎㅎ
 

 

왜 말을 못해

 

 

1

 

자고 일어나면 다시 얼마만큼 되돌아가는 마음,

 

종이 위에 수요와 공급 따위를 뜻한다는 곡선들을 그려보고 이렇게 저렇게 옮겨가며 균형점을 몇 개씩이나 만들어도 보지만, 진짜 그건 모두 어디에 있는지, 만질 수 있는지, 만져도 되는지,

 

0도를 향해 낮게 낮게 깔리는 계절, 슬그머니 어젯밤보다 몸집을 키우는 오늘밤,

 

좋아한다는 말만으로 좋아질 수 있듯이, 행복하자는 말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 서울은 비 온다 밖이 한밤같이 깜깜해

 

 

 

2



 심장은 통통배처럼 권혁웅

 

 췌장 근처에 다도해가 있어서

 거기를 랑게르한스섬이라 한답니다

 백만 개나 되는 섬들이 출렁이며

 혈당이 스며든 저녁 바다를 지킨답니다

 참 기특하기도 해요고기 반 물 반이라면

 어떻게 알고 물이 들고 나는지

 소갈증이라면 또 어찌 알고

 복령과 작약과 맥문동 따위가 피는지

 그 연유가 참 두근두근해요

 심장은 통통배처럼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옆에를 지나가고요

 누가 그쪽을 기웃거리면

 한 근쯤 얹어서 파도가 높아지니깐

 그래서 두 근 반 세 근 반이라면

 그 반 근씩은 어디서 떼어 와야 하는지

 그것 참 신기해요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더 신기해요. 이 세상에 제일로 신비로와요.

 

 

 

3

 

이놈의 매실차, 몇 사발을 퍼 마셔도 농도 맞추기에 늘 실패하는 이놈의 매실차를, 내까짓 놈이 제아무리 머리를 드륵드륵 굴려봐야 언제나 너무 달거나 너무 싱거운 이놈의 매실차를, 우리 집에서 먹는 사람 나밖에 없는데도 끝내 쉽게 자신의 진수를 허락하지 않는 이놈의 매실차를, 중간도 없고 저 아껴주는 사람 소중히 생각할 줄 모르는 꼴이 꼭 나 닮아서 애틋한 맘에 내가 마셔주는 거다. 매실차야 제발 정신 차려라. 너 계속 그 따위로 살다보면 결국 차디찬 냉장고 귀퉁이에서 끈끈하고 거무튀튀하게 굳어지고 말 거다. 아무도 널 만져주지도 마셔주지도 않을 거다.

 

 

 

4

 

아무도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치 그런 게 없는 것만 같다. 오직 사랑만 가지고 말을 이어도 사흘 밤낮이 부족할까봐 부러 매운 소주를 마셔 눈물과 함께 뻗어 잠들었던 아이들은 어느덧 주택청약 가점사항을 점검하고 카시트의 가성비 정보를 공유하는 어른이 되었다. 이제는 아무도 취하도록 마시지 않는다. 최소한 사랑을 이유로는. 왜 더는 사랑이 좋은 안주가 되지 못하는가. 가정은 사랑으로 만드는 것인 줄이야 진즉에 알았지만, 가정을 만들 때 사랑을 몽땅 소진시키는 줄은, 그래서 가정 밖에서는 한 방울이라도 헛되이 새어나갈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처럼 사랑을 되도록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테이블 위에 툭 떨어진 사랑이라는 단어를 예의바르지만 최대한 빠르게 걷어치우고 건강 이슈로 그 위를 덮어버리는 게 어른의 일인 줄은 나는 몰랐으니, 사랑 하나 물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걸 뱉었더니 아무 것도 남지 않았으니, 이미 너무 늦었으니, 앞으로도 나는 그냥 사랑을 이야기하겠다. 오늘의 사랑은 물론이거니와, 실패해서 아픈 사랑이 되었건 실패할 예정이라 아플 사랑이 되었건, 나는 계속 사랑을 이야기하겠다. 사랑이 말하기 부끄럽거나 듣기에 불편한 사람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도, 마치 그 부끄러움이야말로 불편하거나 불편함이야말로 부끄럽다는 듯이, 나는 끝내 사랑을 이야기하겠다.



변질된 가치나 가면이 벗겨진 환상은 똑같이 초라한 몰골을 하고 있고서로 비슷하게 닮아서 그 둘을 혼동하기보다 더 쉬운 건 없죠.

밀란 쿤데라농담

 

 

 

- 읽은 -

+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 박상영 : 248 ~ 350

 

 

- 읽는 -

- 나무의 모험 / 맥스 애덤스 : ~ 53

- 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802 ~ 926

-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 장회익 : ~ 77

- 노예국가 / 힐레어 벨록 : ~ 99

- 마키아벨리 / 김경희 : ~ 87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 피터 애덤슨 : 99 ~ 194

- 사라짐, 맺힘 / 김현 : ~ 64

- 주역의 정석 1 / 쩡스창 :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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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11-1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비가 왔는데, 정말 자고 일어나니 한밤같이 깜깜하더라구요. 그새 많이도 읽으셨어요. 저는 겨우겨우 깜깜하게 한 권 읽어서 부끄럽네요.

syo 2019-11-15 21:48   좋아요 2 | URL
눈만 얹어놓는 느낌입니다. 페이지는 넘어가는데 뇌세포는 청정함을 유지하는 겉담배같은 독서여.....

Comandante 2019-11-1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혁웅은 마징가 계보학만 알고 있는데 위 시집도 읽어봐야겠네요.
마징가 계보학 읽다 눈물이 핑 돌고 그랬는데... 정말 좋아하는 시집입니다.

syo 2019-11-16 10:00   좋아요 1 | URL
권혁웅 선생님의 시집이야 뭐 하나 빼놓을 만한 것이 없지요.
Comandante님께서 말씀하신 <마징가 계보학>도 물론이구요.
시집 말고도 시 같은(?) 이런저런 글들이 모여 있는 책들이 꽤 있는데, 하나같이 좋았습니다.

stella.K 2019-11-16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농도를 못 맞추는군요. 몇번 마셔보면 대충 입에 맞게 맞혀지는데...
매실차가 배탈에 그렇게 좋다잖아요.
어제 저녁에 치킨을 먹었는데 배가 살살 아프다 말았는데 오늘 급기야 탈이 좀 났습니다.
매실차를 먹었더니 속이 편안해졌는데..
액이라면 굳이 냉장고에 둘 필요는 없는데...
살살 잘 사귀어 봐요. 그놈도 꽤 쓸만한 놈이어요.
스요님도 꽤 괜찮잖아요.ㅎㅎ

syo 2019-11-17 18:3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너무 다니까 오히려 속이 안 좋은 느낌입니다.
달달이도 적당히 달달이가 좋으네요.
그래도 열심히 만들어 보았으니, 스텔라님 말씀대로 한번 잘 사귀어 보겠습니다 ㅎㅎㅎㅎ

2019-11-17 0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7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식쟁이 2019-11-17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어머니들의 만병통치약이라는 그 매실차. 농도를 못맞추시는군요. 귀엽기도 하셔라. . 매실차를 타실때 늘 같은 컵과 스푼을 사용해보시는게 어떠신지..
사랑에 불편해진 속에 매실차 한잔 마시면 좀 좋아지려나요. 시대의 사랑꾼 쇼님. ^^

syo 2019-11-19 21:27   좋아요 0 | URL
댓글이 한참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매실차를 탈 때 늘 같은 컵과 같은 스푼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미친 똥손의 축제로군요.
시대의 사랑꾼은 꿈같은 자격증이네요. 쟁취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만, 허허허 혼자 힘으로 되나요 ㅠㅠ
 

 

스물다섯처럼

 

 

1

 

꿈이 있고, 상황이 어찌되었건 꿈 방향으로 꾸준히 발을 옮기는 사람들은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 한국은 통계적으로 온 세계에 실컷 쪽팔려 보겠다는 의도로 OECD에 가입한 나라고, syo는 결국에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꿈을 가지는 남자라서.

 

syo가 포기해 온 꿈들의 불완전한 리스트

 

대통령(7)

선생님(8)

우주의 지배자(10)

해양소년단(11)

효자(14)

게임 프로그래머(22)

시인(22)

섹스머신(23)

얼리어답터(24)

소설가(25)

공학박사(26)

졸부(28)

유시민(30)

헬스보이(31)

남편(35)

 

 

 

2

 

이제 와 뭐가 되려니까 서글프다. 할 수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는 것도 벅차다.

 

 

 

3

 

되지 않고, 되려 하지 않고, 그냥 하다가, 그렇게 끝나도 그다지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벌떡 일어선 삶을 살고 있지 못하면서 조용히 앉아 글이나 쓰는 건 헛된 일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소로의 일기


 

- 읽은 -

+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 줄리언 반스 : 304 ~ 422

 

- 읽는 -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 피터 애덤슨 : ~ 99

-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 박상영 : 135 ~ 248

- 가능세계 / 백은선 : ~ 73

- 농담 / 밀란 쿤데라 : 109 ~ 242

- 강의 / 신영복 : ~ 133

 

- 가진 -

= 문학이론 / 폴 프라이

=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이슬아

= 플라톤 / 남경희

= 플라톤 전집 2 / 플라톤

 

 

+

 

 젓

 

 하늘이 저만치 높으니 슬쩍

 밑장 한 번 빼도 되지 않겠어요?

 아직 젓가락 닿지 않은 구름 한 점 살짝

 뒤집을 타이밍 되지 않았나요?

 가을의 육수는 파랗게 맹탕

 바다 보러 갔다가 하늘하고 닮아서

 울고 돌아옵니다

 그러니 모든 짠물이 바다로 가고

 빈 마음엔 살얼음만 동동

 철새도 싱겁다고 내뱉고 달아난 기후

 하물며 추억이야

 손님상에 차려놓기 부끄럽지요

  

 크게 한 입 베어낸

 

 그것 참

 간 하나 맞추기도 이리 만만찮아서야

 - 19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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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2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9-11-12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포기한^^ 것들이라 칭하기엔 너무 젊으신데요. ^^ 효자에 빵 터졌어요. ㅋㅋ 우아, 읽으신 책과 읽는 책이 어마어마해요.

syo 2019-11-12 23:28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많이 포기해도 자꾸만 포기할 것들이 새로 생기는 걸 보면, 아직 한참 애긴가봐요 ㅎㅎㅎ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blanca님^-^

반유행열반인 2019-11-1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다! 이달의 syo시 제1호. 짭고 감칠나게 시작하네요. 계속 기대할게요. 길다란 꿈의 목록은 참 귀엽습니다.

syo 2019-11-12 23:29   좋아요 0 | URL
백만 년 만에 시도를 해봤더니, 감이 다 죽었네요.
syo무룩.....


Angela 2019-11-12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이렇게 많다는건 좋은거죠~

syo 2019-11-12 23:29   좋아요 0 | URL
망하고 망하고 망해도 뭔가 자꾸 생기긴 생기네요 ㅎㅎ

다락방 2019-11-13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 섹스머신, 소설가, 남편, 헬스보이 정도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는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 방향을 보고 뚜벅뚜벅 나아간다면 닿을 것입니다. 포기하지 말아요!!

syo 2019-11-13 18:37   좋아요 0 | URL
굳이 만들어져 있는 리스트의 순서와 달리 헬스보이를 가장 끝에 배치한 것에 혹시 어떤 개인적 견해가??
ㅎㅎㅎ

다락방 2019-11-13 21:41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 것 뿐입니다..

목나무 2019-11-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을 때까지 하고싶은 게 계속해서 있을 거 같은데요 syo님이라면. ^^

집착 없이 하고픈 걸 하시다보면 많은 꿈들이 자연스레 현실이 되어있을 듯요. ^^

syo 2019-11-13 18:38   좋아요 1 | URL
하고 싶은 거야 늘 생기긴 하지요? ㅎㅎㅎ 어쩌면 성공한 작은 일들은 대충 넘겨버리고 이루지 못한 큼직큼직한 애들만 기록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stella.K 2019-11-1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괄호의 숫자는 포기한 나이를 의미를 의미하는 거죠?
그래도 찾아 보면 더 나오지 않을까요?
그만큼 버린 것 보다 아직 갖지 않은 꿈이 더 많다는 의미겠죠.

(나도 짧게 쓸 걸...ㅠ)

syo 2019-11-13 18: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기 못 적은 것도 많고, 앞으로 저기 올라갈 것들도 많을 거예요.
스텔라님도 그렇죠?

ㅎㅎㅎㅎㅎ 이럭저럭 사는 거죠 뭐....

카알벨루치 2019-11-15 12:36   좋아요 1 | URL
난 그 숫자가 퍼센트인줄 알았네요 ㅋㅋ이렇게 눈썰미가 없어서ㅜㅜㅋㅋ

- 2019-11-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는 영화 프란시스하 를 추천하고 싶지만 이 감성이 그 감성이 아닌가???....

syo 2019-11-14 17:33   좋아요 0 | URL
세상은 넓고 모르는 영화는 많군요. 이렇게 교양없는 인간으로 살기도 뭣하니 말씀하신 영화를 보겠습니다. ....언젠가는요....

Comandante 2019-11-1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신림 고시촌 고시원에 18만원짜리 방 잡고 관악도서관 다니며 꾸역꾸역 공부하니 제 꿈의 첫발이나마 간신히 내닿게 되었어요. 울엄마 기뻐하시니 꿈은 다 이룬거긴 하지만..

syo 2019-11-14 17:35   좋아요 0 | URL
대단한 결의와 꾸준한 노력으로 성취하신 거군요. 멋지세요. 저는 의지와 노력이 늘 부족한 인간이라, 이런 성취담은 어쩐지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멀고도 높게만 느껴집니다. 리스풱......

카알벨루치 2019-11-1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의 말이 가슴이 팍 꽂히네!!!! 어쩔~

근데 포기한 꿈리스트 너무 웃긴거 아닙니까! 머신도 그렇고 졸부, 헬스보이, 프로게이머 ㅋㅋㅋㅋ이래 솔직하니 그댈 사람들이 좋아라하지 ㅋㅋㅋ

syo 2019-11-15 20:5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 다 포기했어요. 포기가 빠른 남자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1-25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가 소로의 책을 읽고 북플에 악평(?)을 썼다가 친한 이웃님에게 이해 안 된다는 댓글을 받은 적 있습니다. 그분은 평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많이 남기셨는데도, 소로가 개인주의를 극대화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우신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책 읽기는, 저를 포함하여, 주관성이 몹시 강한 것 같습니다. ^^

syo 2020-01-26 11:52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럼요. 소로의 책을 읽었다고 똑같은 말만 주욱 하게 되는 식이라면, 북다님이 소화하신 책에 대해서는 syo는 아무 말도 할 필요도 없게 되잖아요. 어차피 북다님이 더 잘 설명하실 테니까 ㅎㅎㅎ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소로를 좋아하고 그의 글도 좋아하지만, 제가 가진 사상(은 너무 거창하네요)이나 사고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소로한테 하자 참 많다고 생각해요. 마르크스도 그렇고요. 저라는 독자 한 사람이 가진 저자에 대한 생각과 작품에 대한 생각 사이에도 틈이 있는데, 독자가 달라지면 생각들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늘 북다님의 글을 읽는 게 유익한 것 같습니다.

종이달 2022-05-2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호반정경湖畔情景 fin.

 

 

네가 사준 옷을 입고 네가 사준 신을 신고 네가 사준 폰을 들고 네가 사준 안경으로 길을 더듬어 너와 나를 만나게 해준 친구의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나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너인데, 오직 딱 하나, 너만 그 자리에 없었다. 이런 유행가 가사 같은 진부한 일이 진짜로 일어났다. 이제 노래가 늘겠다.

 

했던 그 많은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지만 마지막 약속 하나만큼은 어떻게든 지켜보려고


 

남자가 대걸레에 물을 착착 적셨고 필용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았다필용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얼마쯤 걷다가 또 극장 쪽으로 향했지만 다시 몸을 돌려 종로에서 멀어졌다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르며 계속 멀어졌다양희야양희야이제 피시 버거는 안 판단다양희야양희야너 되게 멋있어졌다양희야양희야꿈을 이뤘구나하는 말들을 떠올렸다가 지웠다안녕이라는 말도 사랑했니 하는 말도구해줘라는 말도 지웠다그리고 그렇게 지우고 나니 양희의 대본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은 아주 없음이 되는 게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남았다하지만 그건 실제일까필용은 가로수 밑에 서서 코를 팽 하고 풀었다다른 선택을 했다면 뭔가가 바뀌었을까바뀌면 얼마나 바뀔 수 있었을까가로수는 잎을 다 떨구고 서서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필용은 오래 울고 난 사람의 아득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런 질문들을 하기에 여기는 너무 한낮이 아닌가생각하면서정오가 넘은 지금은 환하고 환해서 감당할 수조차 없이 환한 한낮이었다.

김금희너무 한낮의 연애

 

 

- 읽은 -


+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 / 존 개스킨 : 223 ~ 344

 

- 읽는 -

- 소문들 / 권혁웅 : ~ 58

-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 줄리언 반스 : 208 ~ 304

- 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634 ~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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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19-11-1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김금희작가님 초청강연회 다녀왔습니다. 진솔하고 이웃에 대한 따스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글도...

syo 2019-11-10 18:52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그 자리에 제가 있었다면 제가 환장하는 모습을 초록별님께서 보셨을 텐데요....

2019-11-10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0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0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9-11-1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만 그 자리에 없었다..???!!! ㅠㅠㅠㅠ

syo 2019-11-11 07:47   좋아요 0 | URL
ㅠㅠㅠㅠ

블랙겟타 2019-11-10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동안 마많이 읽으셨네요 하하..

syo 2019-11-11 07:48   좋아요 1 | URL
마많이 이런 거 어디서 배우셨어요 ㅋㅋ

블랙겟타 2019-11-11 11:20   좋아요 1 | URL
어디서 이걸 가르쳐줄리가요 ㅋㅋㅋ 저 혼자 생각해서 만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