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식탁 - 조동범 산문집
조동범 지음 / 알마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여느 때처럼 정리하고 돌아와 당신은 저녁 식탁을 차린다. 어제 꺼냈다가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 놓은 반찬은 그대로 식탁에 올려놓는다. 그저께 부친 계란말이의 냄새를 한 번 맡아보는 당신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힌다. 계란말이는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그 빈자리는 지난 주말 당신의 어머니가 볶아 보낸 멸치 반찬으로 메운다. 밥은 새로 지었다. 부지런히 수저를 놀리며 당신은 오늘을 생각하고 어제를 생각하고 이내 내일을 생각한다. 모든 것이 닮아 있었다. 어제를 오늘에 붙여 넣는 삶이 그저 깜깜하게만 느껴졌던 시기가 당신에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 당신은 가끔 생각한다. 오늘 같은 내일이 기다린다는 사실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고, 그렇게 느끼는 것을 보면 나도 행복이라는 정체 모를 존재의 그림자쯤은 밟고 선 것이 아닐까 하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산다는 것은 가령,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사람은 식탁을 차린다는 그 거대한 일상성에, 어제의 계란말이가 오늘의 멸치볶음으로 바뀌는 정도의 소소한 변화가 버무려져 만들어지는 한 끼 식사 같은 것은 아닐까 하고.


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는 우리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삶의 진실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거나 홀로 식탁에 앉아 텅 빈 벽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짜 모습이다우리가 삶에서 얻고자 하는 깨달음은 바로 그런 순간 느끼는 사소한 것들로부터 비롯된다삶이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의미를 만든다. _ 189 

 

그래서 당신은 늘 타인의 식탁이 궁금하다. 당신의 오늘이 당신의 내일과 닮았듯이, 당신의 오늘이 타인의 오늘과 닮았는지를 당신은 늘 알고 싶다. 이 저녁 식탁에 면한 거대한 벽을 넘어가면 건너편 가정에도 누군가의 식탁이 있을 것이다. 그 위에는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미소를 생각하며 끓여낸 미역국이나,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슬픈 마음을 위로하려 사 들고 온 치킨이나 족발 같은 것들이 놓여 있을 수 있다. 당신의 입에 젓가락이 물려 있는 지금 이 순간 벽 너머의 누군가는 숟가락을 물고 있을 것을 생각하는 당신은 타인의 식탁이 몹시 궁금하다. 그 식탁을 둘러싼 사연을, 식탁 위에 올라와 반찬과 함께 체내 흡수되는 말들과, 차마 말해지지 못하고 냉장 보관되어 다음 식탁까지 유예되고 마는 말들을 당신은 알고 싶다. 식탁을 차린 이의 마음과 식탁을 받는 이의 마음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이 되어 만났는지 당신은 알아야겠다. 설령 그 식탁에 앉은 이가 단 한사람뿐일지라도, 꼭 지금의 당신처럼.

 

당신의 식사 시간은 길어야 십오 분을 넘기지 않았다숟가락을 들고 묵묵히 음식을 먹는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서관 식당에서 혼자 먹는 밥은 언제나 고요하고 쓸쓸하다어느 밤창밖으로 비가 왔는지 눈이 내렸는지 당신은 그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여전히 혼자 밥을 먹을 것이다당신 앞에 놓인 빈 그릇이 서늘하게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다당신의 저녁이 쓸쓸하게 저문다그때 창밖으로 비가 왔는지아니면 눈이 내렸는지 당신은 여전히 알지 못한다. _ 28-29

 

이웃의 문을 두드려 당신의 식탁은 어떻습니까,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라서 당신은 결심한다. 타인의 식탁을 당신의 손으로 만들어보기로. 당신의 손은 밥보다 글을 잘 짓는 손이라서 당신은 결정한다. 식재료 대신 단어를 손질해보기로. 당신은 깨끗이 치운 식탁 위에 하얀 종이 한 장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식탁의 주인들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당신은 혼자다. 4인용 식탁을 혼자 쓰는 남자를 만든다. 그는 오래전 헤어진 애인을 잊었는지 잊지 못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다. 당신은 지난여름, 노르웨이 여행에서 계획 없이 들렀던 현지 식당에서 받았던 감동을 떠올린다. 여행지의 현지 식당을 들르는 데서 여행의 의미를 찾는 익명의 여행자를 만든다. 그는 할 말이 많다. 당신이 그 식당에 들어갔을 때, 이주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허겁지겁 밥을 먹는 장면을 보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당신은 고국을 기억하는 일이 힘인지 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고단한 이주노동자를 만든다. 그리고 당신은 생각한다. 일찍 죽은 친구의 장례식장, 어쩐지 씁쓸했던 서른 살의 생일 케이크, 한국에도 실제로 있을 거라 믿고 찾아다녔던 일본 드라마 속의 심야식당, 선임병의 괴롭힘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어느 군인에 대한 뉴스 같은 것들을 계속 생각한다. 생각의 꼬리를 무는 생각을 따라 백지 위로 볼펜을 휘갈겼고, 마침내 40번째 이름을 적으며 당신은 펜을 내려놓는다. 밤이 깊었다. 그러나 당신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당신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지만 다음을 위해 아쉬움을 담아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차창 밖으로 평화롭고 고요한 휴일 밤이 펼쳐진다나는 문득 내일쯤 세차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세탁소에 들러 맡겨놓은 세탁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어느덧 밤은 완벽하게 어둠을 풀어놓고집으로 돌아온 나는 책상 앞에 노인 지구본을 돌리며 리투아니아아이슬란드비엔나아른험 등의 낯선 이름을 불러본다그러나 그곳들은 너무 멀리 있다닿을 수 없는 세계처럼 낯설게그러나 그 어떤 그리움처럼 있구나아주 먼 그곳에. _ 45

 

당신은 종이 위 40개의 자아를 내려다보며 그 안에 당신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생각한다. 40명의 주인공들은 당신의 조각인가? 그렇다. 40개의 조각을 모두 합치면 온전한 당신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당신은 이 40개의 자아를 모두 사랑하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온전한 당신도 아니고 온전한 사랑도 아니라면 당신이 만든 40개 자아의 현실감이나 생동감은 그만큼 부족한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당신이 낳은 인물들이 읽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리라 확신하는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당신의 전략은 무엇인가?

 

나는 문득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당신들의 어깨라는 것을 깨닫는다당신들의 어깨는 움츠린 듯 힘없이 나를 등지고 있다당신들의 어깨는 고단한 이민자의 삶을 이야기하면 흐느끼고 있는 것 같다저물녘 해변과 퇴근길의 적막함을고요하게 잠든 아이들을돌아갈 수 없는 그 어떤 날들을 말하려는 것만 같다당신들의 어깨는 다른 듯 삶았다이제 곧 당신들의 어깨는 식당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겠지현관문을 열고 거실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는 당신들은 이제 마지막 술잔을 끝으로 오늘 밤을 마무리하려 한다술자리의 왁자함이 잦아들고 적막함이 밀려든다당신들은 저편의 테이블에서나는 이편의 테이블에서... 그렇게 오늘 밤이 침몰하기 시작한다. _ 55

 

당신은 당신이 만든 40개의 자아를 당신이라고 혹은 라고 부르기로 결정한다. 그것이 읽는 이의 마음을 직접 두드려 여는 좋은 전술이라고 당신은 믿는다. 일리가 있다. 당신은 우리를 당신이라 호명한다. 우리는 당신에게 당신이라 호명됨으로써 당신이 건넨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한다. 당신이 40개의 자아를 만들어 낸 것 역시 신통한 작전이다. 우리가 당신의 호명에 응답할 수 있는 가능성을 40배로 늘림으로써 당신은 우리에게 40배 촘촘한 그물을 던진 셈이다. 이 중 최소한 하나는 걸리겠지, 하는 생각을 당신은 하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합리적인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겉보기엔 굉장히 다양한 방식의 삶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40개의 올가미만 던지면 그 안에 우리 모두를 잡아넣을 수 있을 만큼 톤다운 된 삶을 우리에게 강요한다. 그리고 당신은 어쩌면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 당신의 삶이고, 당신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는 뻔하고 뻔뻔하지만 울 뻔한 말을.

 

보름과 그믐을 반복하며 시간이 지나간다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이십 대가 지나가고 서른이 펼쳐진다그러나 이십 대의 마지막 날인 어제와 서른의 시작인 오늘은 아무 차이도 없는 어제와 오늘일 뿐이라고 당신은 생각한다오늘 밤이 지나가면 당신은 이십 대 때보다 조금 더 멀리 나아가겠지탁자 위에 놓인 생일 케이크가 물끄러미 엄마와 당신을 바라본다텔레비전 불빛에 드러난 엄마의 얼굴이 왠지 더 친숙하다당신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한 엄마의 얼굴이 텔레비전의 희미한 불빛을 따라 서글프게 일렁인다오늘은 당신의 서른 번째 생일이다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다상현인지 하현인지 알 수 없는 오늘 밤 달빛이 서른이 된 당신과 삼십 년 전 엄마의 얼굴을 희미하게 내려다본다. _ 83

 

당신이 만든 40개의 자아를 내가 끝까지 40명의 주인공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 당신에게 사과할 일인지 아닌지를 나는 계속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이 쓴 40개의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가 주인공이 아님을 실망 없이 실감한다. 우리로확장시키는 것은 당연히 섣부른 이야기겠으나, 그래도 무리하여 말해 본다면, 우리는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다. 단지 주인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도 우리 삶의 주인이 아니다. 단지 우리 식탁의 주인일 뿐이다. 우리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인생이나 행복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그 위로 달려가기 위해 깔아놓은 철길이 아니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일은 투여하는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항상 던져주지는 않는다. 행복은 때론 행복할 자격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품에 안기거나, 더 행복할 필요가 없는 이들에게 쓸데없이 한 스푼 더해지느라 올바른 자리로 찾아드는데 게으름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행복의 도움 없이 우리가 우리의 행복을 차리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식탁을 차린다. 가끔 마지막 달걀로 만든 달걀찜을 홀랑 태워먹기도 하고, 김치와 물김치와 김치찌개를 한 상에 올려야만 하는 희한한 날도 있으며, 또 아주 가끔은 무슨 조홧속인지 상다리가 휘어지게 갈비를 뜯었는데도 냉장고에는 여전히 양념갈비가 잔뜩 절여져 있는 복된 날이 오기도 한다. 우리는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생각을 한다. 이 식탁을 차리기 위해 통과해왔던 사건과 감정의 고리들이 반찬으로 차려져 있고, 우리는 그걸 집어 오늘을 배불리고 내일을 준비한다. 어디를 어떻게 무엇이 되어 지나왔든, 일단 식탁이 차려지면 우리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는 그 식탁의 주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식탁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식탁 앞에서 행복을 생각하는 일이 식탁을 서운하게 하지 않도록, 식탁 앞에서만큼은 행복을 식탁이라는 이름으로 대신 불러도 좋겠다.


여기식탁이 있다수많은 식탁 위에는 분주했던 월요일 저녁이 웅성거리기도 하고주말 오후에 한가롭게 내리쬐는 햇살이 서성이기도 한다식탁 앞에서 당신들은 사랑이나 슬픔 혹은 고단한 저녁에 깃든 쓸쓸함과 마주하며 지나온 날들을 추억하기도 한다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언제나 따스한 기억으로 남는다그것이 설령 슬프고 서러운 기억일지라도 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는 비극만을 풀어놓는 법이 없다슬픔조차 추억이 되게 하는 시간그것이 바로 식탁이 주는 힘과 감동이다. _ 10

 

당신이 만든 이야기로 저녁상을 차렸다. 새벽까지 먹었다. 나쁘지 않은 식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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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1-1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읽고나니까 오늘 저녁 밥상에는 계란말이와 멸치볶음을 같이 올려놓고 싶어졌어요.
내가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저녁 밥상을 차려 혼자여도 맛있게 먹고 싶어졌어요. ^^
늘 그렇듯 밥상 맞은편 티비에서 나를 마주한 고로 아저씨와 각자의 식사를 즐기면서요.~

syo 2019-01-11 16:10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의 밥 친구지만 누구의 밥 친구도 아닌 고로 아저씨.....

설해목님의 오늘 저녁 행복한 식탁을 기원할게요 ㅎㅎㅎ

2019-01-11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1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19-01-1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syo님, 올해 목표하신다던 ‘한 권을 깊게 읽기‘를 실천하신 겁니까? 축하드립니다^^

syo 2019-01-11 17:0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닙니다. 깊게 읽지 않고 평소처럼 읽었어요^-^ 그냥 리뷰를 하나 써 본 것 뿐이지요.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01-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 님의 인기는 굉장히 두루뭉실하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라는 마인드‘죠.
이 마인드를 존중하기는 하지만 조금 비열하기는 하죠. 이런 식으로 표를 모으는 게 정치인이듯이
쇼 님도 그런 것을 향한다는 게 조금 불편하긴 합니다.
그냥 좆같은 것에 대해서는 욕을 하세요...
너무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이 글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평소 느낀 생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1-11 17:08   좋아요 0 | URL
아마. 이 댓글에 대해서도 쇼 님은 굉장히 달콤한 덧글을 작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이 댓글 읽고 당황하셨죠 ? ㅎㅎㅎㅎ 알리딘의 재롱둥이가 되지는 마세요.

syo 2019-01-11 17:18   좋아요 6 | URL
어제도 다른 데서 비슷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평소에 나쁜 말 별로 하지 않는 사람인데 후지다고 해서 놀랐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오프라인에서는 호불호가 되게 쎈 인간이면서, 온라인 공간에서는 말씀하신대로 두루뭉수리하게 지나가는 일이 잦은 것 같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까지는 아니고 ‘분란 만들면 귀찮잖아‘ 정돈데 사실 그 두개는 별로 큰 차이가 없긴 하지요.

그게 비열한 마인드라는 말씀에 공감하기도 하고, 실제로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합니다. 말로는 이게 옳다 저게 그르다 해놓고 막상 행동은 흐지부지하게 하니까요. 곰발님이 그렇게 읽으셨다면 제대로 읽으신 거고, 제대로 읽으신 거라면 관심있게 읽어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대응하는 것도 불편하시겠지만, 좆같은 것에 대해서는 욕을 하라고 하셨는데, 지금 곰발님 말씀이 좆같지 않아서 욕하지 않는 거니까 이해하세요 ㅎㅎ

소심하게 태어났고 소심하게 자라나서 미움받는 일을 굉장히 겁냅니다. 인기까지는 욕심내지는 않지만 미움받는 일에는 상처를 크게 입을만큼 멘탈이 두부라서, 최대한 피하고 싶은 게 본심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런 거 신경쓰지 않고 좋은 것에 칭찬하고 싫은 것에 욕을 날리는 곰발님이 항상 부럽고 멋있습니다.

좆같은 것에 대해 욕하는 제게 맞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 볼게요. 저한테 그게 필요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1-11 17:34   좋아요 1 | URL
언제부터인가 쇼 님은 알리딘의 재롱둥이가 되었어요.
의성어와 의태어 남발하면서 누님들 사랑 받는 것에 굉장한 희열을 느끼는 듯합니다만...
아니, 왜 그러세요 ? 저는 그냥 쇼 님이 좋아요 클릭 얻기 위해 희노애락 중에 희‘를 남발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게 굉장히 추합니다... 물론 인기쟁이 쇼 님을 공격해서 가뜩이나 알라딘 밉상인 제가 받을 타격이 더 심하긴 하겠지만... ㅎㅎㅎㅎ 뭐. 초심을 찾으세요.. 내 지적질이 존나 역겹겠지만...

syo 2019-01-11 17:55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완전히 틀린 말씀 아니시구요.
평소 느낀 생각이시라니 많이 참다 참다 꺼내신 말씀일텐데요.

저는 곰발님 많이 좋아합니다. 제가 미움받기 싫은 대상에는 당연히 곰발님도 포함되어 있구요. 그건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서 하신 말씀이 각별히 의미가 있습니다. 표현하신 것처럼 보였다면, 추하다는 표현도 별로 부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구요.

해주신 말씀이 ‘공격‘이라 할 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곰발님께 무슨 타격이 있겠어요. 그럴 만한 일도 아니고요. 그리고 그런 거 1도 신경 안 쓰시잖아요. 하셔야 될 말씀이라 생각하면 누가 뭐라고 해도 하시는 거 다 압니다ㅎㅎㅎ. 일러 주신 대로 초심 생각 많이 하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1-1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포일러를 되게 싫어해서 발췌 부분은 안 읽고 리뷰어의 코멘트만 봐요. (그러면서 저는 정작 따옴표로 스포일러 남발ㅋㅋ내로남불) 결국 안 볼 책들도 그래요. 이 리뷰도 늘 그러듯 syo님 목소리만 골라 읽고 난 소감은...짝짝짝 내 맘대로 이 달의 우수 리뷰로 선정하였습니다. 누구는 그 많은 책을 집어 먹고 나서 집요하게 파고 드는, 그러면서도 깨끗하고 정리된 문장들을 쏟아 놓는구나 했어요(syo님 얘깁니다). 반면에 그만큼 집어 먹고도 그저 그런 식상한 말들을 풀어 놓거나 (저처럼) 개똥 같이 마구 갈겨 놓았네 하는 글도 많이 보네요. 지적하고 비판하고 친밀한 척 걱정하는 척 하는 것은 쉽지만 그런 것들 안 하면서 남에게 리액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책깨나 읽었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더 한 것 같습니다. 그 어려운 걸 하고 계시니 저는 그저 리스펙트...하면서 세상의 균형을 위해 계속 (개똥같이) 이 모냥으로 살겠습니다. (말은 이래 놓고 감화되어서 점점 착하게 읽고 쓰려고 애쓰는 중인 듯...)

syo 2019-01-11 21:0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칭찬해 주신 만큼의 대단한 글도 아니고, 역시 칭찬해 주신 만큼의 대단한 인간도 아니에요. 그냥 제가 읽던 대로 읽고 쓰던 대로 쓴다고는 하고 있는데, 자기도 모르는 방향으로 자기도 모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열반인님의 마음에 드는 글이었다는 사실로 이 글은 크게 만족합니다. 제게도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썩 흡족한 글이었거든요. 짧은 이야기들을 40개 모은 책이고, 제가 옮겨 적은 문장이 크게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제가 적은 것보다는 훌륭한 글들이 실려 있는 책이니, 일독하실 만한지 발췌 부분을 통해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열반인님이 제가 쓰는 것들을 꼼꼼하게 읽어주시고, 성의있게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을 압니다. 항상 힘이 납니다. ㅎㅎㅎㅎ 저도 열반인님께 그런 서재친구가 되면 좋겠어요. 감화 같은 건 넣어두시구요. 지금 열반인님의 글이 얼마나 맛깔나게요 ^-^

북다이제스터 2019-01-1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제겐 이렇게 솔직한 글 쓰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 부럽고 항상 응원합니다. ^^ 화이팅^^

syo 2019-01-11 21:04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북다님의 글이야말로 항상 제겐 부러운 글입니다. 잘 읽고는 댓글도 하나 없이 훌쩍 가버려서 항상 죄송스럽습니다. 이렇게 저한텐 응원 말씀도 해주시는데 ㅎㅎㅎ

원더북 2019-01-1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자주 안 달지만 오늘은 꼭 보태고 싶네요. syo님의 글은 쎈 척 안 해서 좋습니다. syo님만의 방식이 있는걸요^^

syo 2019-01-11 23:12   좋아요 1 | URL
syo의 글이 이렇다 말씀해 주실 수 있을만큼 읽어주신 것 자체가 저는 감사합니다. 그게 힘이 됩니다^-^

원더북 2019-01-11 23:34   좋아요 1 | URL
syo님과 다른 몇몇 이웃님들의 좋은 글들 읽으며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읽기만 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저도 뭔가 읽을 만한 글로 보답해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 자주 글을 못 써서요^^; (아~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비루한 인생;;;) 저도 syo님 글 읽으면서 힘내고 있습니다. 제가 감사해요^^

카알벨루치 2019-01-1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자요 Syo님! 이불 걷어차지 말고, 바지 벗지 말고 굿밤!^^

syo 2019-01-12 00:13   좋아요 0 | URL
어제도 벗었더라구요... 벗어서 던지진 않고 발목에 걸치고 있던데ㅎㅎㅎㅎ

카알님도 좋은 꿈 꾸세요^-^

카알벨루치 2019-01-12 00:33   좋아요 0 | URL
난 쇼님의 이전모습 보다 지금 모습이 더 익숙해서 그런데...다양한 얼굴을 가진 분이시구만요 포커페이스의 달인 이시네! ㅋㅋ

syo 2019-01-12 00: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전 모습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지금 모습만 있는 건데, 단지 이전부터 되고 싶어했던 모습이랑 지금 모습이랑 사이의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죠 뭐ㅎㅎㅎ

아직 여러모로 미흡합니다, 제가요ㅠ

2019-01-12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3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3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워진 글들아, 열 떨어지면 다시 만나자

 

 

이 글에는 책에 대한 정보가 일절 없습니다. 근데 왜 썼을까요......

 

나란 놈이 도통 나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어 보여서 나는 난감하다. 책 세 권을 꼼꼼히 읽겠다고 분명히 나한테 약속했는데, 그래서 나는 없는 살림에 큰 맘 먹고 나한테 책 세 권을 선물해줬는데, 나란 놈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책들을 내팽개치고, 내가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신간에만 관심을 둔다. 비싸게 주고 들여온 책 세 권은 책상 위에서 먼지수집장치로 맹활약중인데 그 처연한 자태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쓰리다. syo가 이런 놈임을 syo가 이미 잘 알긴 했으나, 저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오니 도리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으슬으슬 오한이 드는가 싶더니 금세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라 에라이 모르겠다 드러누웠는데 자고 일어나도 컨디션은 똑같고 또 자고 또 일어나도 컨디션은 또 똑같은 거라 한번 더 자고 일어나도 한번 더 똑같겠구만 싶었으나 자고 일어나는 것 말고는 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서 그냥 그렇게 계속 잤다. 자고 또 잤는데도 여지없이 늦잠이었고, 아침 새소리 뭐 그런 걸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눈을 떴을 때 주변은 부당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커피포트를 켜고 책상 앞에 앉아 컨디션을 점검해본다. 콧물, 안 나옴. 기침, 안 나옴. 이마, 안 식음. 머리(아픔) 어깨(결림) 무릎(쑤심) (간지러움) 무릎(노답) (긁었음). 등 뒤에서 포트는 탁 소리를 내며 수증기를 내뱉고 있다. 어떻게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뭐라도 좀 길게 쓰고 싶은데, 읽은 것 중에 말하고 싶은 부분들도 꽤 있었는데, 머리가 무겁고 손끝이 무디다. 결국 다 읽는데 1분 걸릴 지금 이 글을 40분 째 쓰고 있다. 뭔가를 자꾸 썼다가 지웠다가 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읽었다는 기록은 남겨야 할 것 같은 못난 강박 때문에, 뜨거운 손가락으로 책 제목만 나열한다.

 

 

--- 읽은 ---

김정선,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조동범, 보통의 식탁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사진의 용도

데니스 C. 라스무센, 무신론자와 교수

 

  

--- 읽는 ---

김민주, 김민주의 트렌트로 읽는 세계사

서민, 밥보다 일기

마쓰무라 게이치로, 나는 왠지 떳떳하지 못합니다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The School Of Life, 인생 직업

위화,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이혜민·정현우, 요즘 것들의 사생활 : 결혼생활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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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9-01-1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지마라아푸지마라레드썬!
(반말아님다 혼잣말임다)

syo 2019-01-10 12: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웃음이 보약이라는데 보약 한 첩 말아주셨네요.

2019-01-10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목나무 2019-01-1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감기는 오래가는 것같아요.
언능 나을 수 있게 몸 잘 챙기셔요.

syo 2019-01-10 13:34   좋아요 0 | URL
설해목님도 감기 조심하셔요.... 무기력...ㅎ

단발머리 2019-01-1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주스 원샷 하고 한 숨 더 자요!
빨리 나아야 위의 책들 리뷰쓰죠.
아픔을 모른척하고 읽기를 강요하다...( “)

syo 2019-01-10 13:36   좋아요 0 | URL
채찍과 채찍 전술이시네요 ㅎㅎ 백수라 이럴 땐 참 좋아요, 계속 자면 되고 ㅎ

단발머리 2019-01-10 13:36   좋아요 0 | URL
굿나잇! 쿨쿨~~

stella.K 2019-01-1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제 서재도 다녀가시고.
스요님 의리에 감복하고 있는 중임다.
빨리 낫길요...^^

syo 2019-01-10 13:36   좋아요 0 | URL
그냥 읽고만 왔을 뿐인 걸요. 댓글왕의 꿈이 멀어져 가나.....ㅠ

stella.K 2019-01-10 14:05   좋아요 0 | URL
헉, 아니됩니다. 허락할 수 없습니다.
빨리 댓글 달아주세욧!
전 기필코 스요님을 왕의 자리에 앉치고야 말 것입니닷!!

카알벨루치 2019-01-1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여 나아야죠 ~쇼님 댓글 없어서 잼없고 글 옶어 잼 없써부러~ 뜨신 유자차라도 한 잔 드시오!

syo 2019-01-10 13:4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어여 나아야죠. 카알님이 이렇게 기다리시는데 ㅎㅎㅎㅎ

cyrus 2019-01-10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 변해서 몸살 걸리기 쉬워요. 오늘 낮 날씨가 좋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찬바람이 불었어요. 코감기에 걸리면 책이나 글쓰기에 집중하기 힘들어요. 얼른 나으셔요... ^^

syo 2019-01-11 10:26   좋아요 0 | URL
염려 덕에 다행히도 컨디션이 거진 회복되었습니다. 사이러스님도 감기 조심하셔요. 감기 ㄱㅅㄲ.....
 

 

사이러스님과 하루의 1/4


이 글은 책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syo의 글이 가끔 그런 것처럼요.

이 글은 재미를 위해 약간의 과장과 편집 과정을 거친 결과물입니다. syo의 인생이 대체로 그런 것처럼요.

 

 

 

리뷰 기계는 무엇을 원하는가

 

미세먼지가 있다고는 하는데 미세하여 잘 보이지 않고 뜻밖에 봄처럼 따뜻한 1월의 첫 번째 토요일 오후, syo는 알라딘의 리뷰기계로 이름난 cyrus(이하 사이러스, 시루스 박사, c, 기타 등등)님과의 약속장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 흔들흔들, 우리의 첫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어떤 선물을 해야 하나 고민에 젖어 있었다. ‘리뷰기계니까 책을? 리뷰기계니까 윤활유나 부동액을? 채 정하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아직 15분이나 남았건만 이미 약속장소에 도착해 있다는 문자를 보내오는 매너남. syo의 마음은 급해지고, 결국 교보문고가 카센터보다 더 가깝다는 이유로 선물은 책으로 결정. 부디 그가 불스원샷이 아니라 푸코를 사들고 왔다고 서운해 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약속장소로 달려갔다.

 

 

 

리뷰 기계는 남의 가게 문을 연다

 

우리가 만나 향한 곳은 대구 경상감영공원 근처 스몰토크라는 카페였다. 교양이 넘치는 사장님께서 대구 지역 인문학 부흥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시겠노라 오픈하셨는데, 많은 독서모임이 아지트로 사용하는 뜻깊은 곳이라는 시루스 박사의 설명에는 어쩐지 자부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c : 근데 오늘은 아직 안 연 것 같아요.

s : ?

c : 사장님이 출근 전이세요.

s : .....

c : 그래서 제가 열려구요.

s : ?

c : 괜찮아요.

s : 아 네, 물론 괜찮겠지요. 괜찮으니까 여시는 거겠지요......

c : (씨익)

 

성큼성큼 걸어서 스몰토크에 도착. 카페 입구 옆 전봇대에서는 수리 작전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무슨 세탁기같이 생긴 하얀 통에 인터넷 기사님인지 전기 기사님인지 하여간 기사님인 건 확실해 보이는 기사님께서 올라타 전봇대에 붙은 뭔가를 낑낑대며 고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에서 핸드폰과 도어락을 번갈아 쳐다보며 뭔가를 열심히 눌러대고 있는 우리의 사이러스님, 들고 있던 에코백마저 syo에게 맡기고 집중에 집중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syo는 그 낑낑과 열심의 현장에서 다섯 발쯤 물러나 팔짱을 끼고서, 오늘 처음 만났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두 남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앙상블을 지켜보며 잠시 햇살을 만끽하였다. 잠시 뒤 문이 열렸다. 우리는 2, 카페로 올라갔다.

 

c : 사장님이 심지어 바리스타세요.

s : , 단순한 인문학 마니아가 아니시군요.

c : 곧 사장님이 오시면, 맛있는 커피를 드실 수 있을 거예요.

s : , 물이라도 마시면서 기다리죠.

c : .

s : (정수기에서 물 두 컵을 떠 와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c : (씨익)

 

카페는 한 귀퉁이에 커피머신과 간단한 조리 시설이 구비된 장방형 공간으로, 어느 위치에 있든 카페 전체가 눈에 훤히 들어오는데다가 테이블 수에도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개방적이고 시원시원한 공간감이 느껴졌다. 카운터 아래쪽에 흘끗 보이는 재활용 쓰레기들 속에서 무시할 수 없는 양의 소주 pet병과 피자 박스가 발견되었는데, 아무래도 연말연시에 이 공간에서 벌어졌을 뻑적지근한 파티의 흔적으로 추정되었다. 소주와 피자? , 아무래도 나 여기,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리뷰 기계는 피부가 좋다

 

동생이라는 사실은 진작 알았지만, 그래도 댁도 나도 30대인데, 혼자 이래도 됩니까? 라는 말을 차마 하지는 못했다. 나는 초반 님은 중반, 이라는 대답이 나올까 봐. 하긴, 언제부턴가 11년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sc로부터 3번은 달라진 것이니까, ‘같은이라는 말을 넣고 비비는 것은 언감생심이 아닐는지?

 

c : 저보다 서너 살 많으신 걸로 알았는데, , 그렇게 안 보이세요.

s : 됐거든요.

c : 진짜예요ㅎㅎㅎㅎ

s : 이미 책도 받으셨고 제가 더 드릴 것도 없는 마당에 굳이 그런 말씀을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c : (씨익)

 

 

 

리뷰 기계는 직진한다

 

c : 사실, 제가 그렇게 독서 경력이 긴 것은 아니에요. 지금처럼 책 읽고, 뭐라도 쓰기 시작한 건 그러니까, 2010년쯤?

s : 기원전이요?

c : 군대에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싶어 미치겠더라구요. 근데 군대에서는 읽을 만한 게 별로 없잖아요.

s : 그렇죠.

c : 입대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다리가 많이 아팠어요. 원래부터 종종 그랬거든요. 며칠 쉬면 낫고 그랬는데, 군대에서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군 병원에 두어 달 입원해 있었어요.

s : ......

c : 근데, 거긴 책이 많더라구요. 다 읽었죠.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s : 사이러스 비긴즈로구만요.

c : 그렇게 아팠던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생각해보면 크고 작은 계기들이 굉장히 우연하게 겹치고 겹쳐서 오늘의 제가 된 것 같아요.

s : 그러니까 의미 있는 독서생활을 시작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버젓이 리뷰기계가 되신 게로군요. 쩐다.

c : , 제대하고 서울에 무슨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거기서 독서모임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s : 강연을 들으러 서울까지 가셨다구요? 게다가 서울 독서모임을 덜컥?

c : , 한 달에 한 번, 기차타고 서울에 올라가서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당일로 내려왔죠.

s : (말잇못)

c : 젊었으니까요. 매번 모임을 마치면 막차, 그러니까 제 기억에는 새벽 245분쯤이었던 것 같은데, 하여간 그 막차 시간까지 뒤풀이랄까, 술 엄청 마시고는 기차에 구겨져서 대구로 내려오고 그랬죠.

s : 솔직히 말해 봐요. 책이에요, 술이에요?

c : (씨익)

 

 

 

리뷰 기계는 걱정한다

 

s : 사이러스님은 리뷰기계라고 제가 늘 말하고 다니지만, 실제로 그건 반만 농담이었어요. 가끔 사이러스님이 알라딘에서 구비한 인공지능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오늘도 로봇이 나오면 어떡하지 했는데......

c : 그러셨어요?

s : , 그러셨어요. 글도 글이지만 댓글이요. 사이러스님은 댓글달기 왕이 되실만큼 소통을 많이 하시는 편이고 제 글에도 댓글을 자주 달아주시지만, 어쩐지 사이러스님과 댓글을 주고받으면 항상 담소가 아니라 토론이 되는 느낌? 농담 같은 것도 안하시고, ㅋㅋㅋ랄지 ㅎㅎㅎ 같은 것도 별로 없고....

c : 전 소통 좋아해요. 좋아하는 분들 글 읽으면 꼭 댓글을 달아요. 근데 그게 억지로 다는 게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말이라서 달거든요. 물론 농담도 하고 싶죠. 그런데 뭐랄까, 오해를 받는 일이 좀 많았어요. 그런 마음으로 쓴 게 아닌데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 뭐 그런 거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지적해주신 분들 말씀이 다 맞았어요. 제가 뉘앙스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해요. 그래서 더 농담 같은 글, 격 없이 친한 사람끼리 나누는 대화 같은 댓글을 달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s : 저는 오히려 댓글 자체를 잘 못 달겠어요. 막 한바닥씩 댓글로 소통하시는 분들 보면 존경스러워요. 부럽구요.

c : 댓글로 소통 잘 하시잖아요. 친한 분들도 많으시고.

s : 제 생각에는, 평소에 쓰는 글하고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맨날 쓰는 글 자체가 에피소드에, 잡설에, 농담에...... 하여간 가벼운 글을 자주 쓰잖아요. 그러니까 댓글에서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을 쳐도, syo 쟤는 원래 저런 글 쓰는 애니까, 하는 이미지가 있어서 다른 분들이 귀엽게 봐주시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쪽으로 해석을 해 주시는 거죠. 반면 사이러스님의 글을 통해서 사이러스님의 이미지를 구축하신 분들은 아마 농담이나 신소리를 하는 사이러스님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러니까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농담을 해도 syo는 이해받는 폭이 넓은 반면, 사이러스님은 쟤 갑자기 왜 저래? 하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c : , 그럴 수도 있겠네요.

s : 근데 만나보니까, 사이러스님, 확실히 다르네요. 말이 많아. 대체 알라딘에서는 어떻게 참아요?

c : (씨익)

 

 

 

리뷰 기계는 격려한다

 

s : 사이러스님의 2018년은 페미니즘의 해였죠. 대단했어요. 작년 한 해 알라딘의 페미니즘 책 리뷰 절반은 사이러스님이 혼자 한 것 같아.

c : 그렇지만 2018년은 syo님의 해였죠. 매주 뉴스레터가 오면 항상 syo님 글이 소개되요. 핵인싸가 되신 걸 축하해요.

s : 사실 되게 깜짝 놀랐어요. 연말에 syo award라고 되도 안한 글을 썼거든요? 전 그 글에 그렇게 댓글이 많이 달릴 줄 몰랐어요.

c : 뭘 되도 안한 글이래. 좋았어요. 다들 좋아했잖아요.

s : 전 제 글이, 그렇게 댓글 많이 받고 좋아요 많이 받아먹을 가치가 있는지 항상 걱정해요. 알라딘은 책에 대해 쓰는 데잖아요. 이름도 그냥 블로그가 아니라 서재잖아요. 근데 전 항상 신변잡기나 써 올리지 책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못 해요. 제가 사이러스님께 제일 부러운 것도 그거예요. , 사이러스님이 쓰는 그런 제대로 된 리뷰를 쓰질 못하겠어요. 요약도 안 되고 정리도 안 되고. 책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맨날......

c : 오히려 그래서 좋은 거 아닐까요? syo님 글 좋아하시는 분들이 syo님께 바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알라딘이라고 꼭 책 이야기만 할 필요가 있나요. 책 이야기도 좋지만 소소하고 재밌는 이야기도 있으면 좋잖아요. 겸손이 지나치신데요.

s : , 책 검색하면, 거기에 리뷰랑 페이퍼랑 다 연결이 되잖아요. 어떤 분이 책 정보 얻으려고 딱 검색을 한 거야. 출판사 책 소개, 목차, 작가 정보 같은 거 다 읽고 이제 일반 독자들 평을 보겠다고 스크롤을 내린 거지. 근데, syo란 놈이 쓴 글이 막 3개씩 있네? 근데 눌러봤더니, 책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지 연애 이야기나 하고 앉았어! 이러면, 이건 공해잖아요, 디지털 공해.

c : 구매자 리뷰가 먼저 게시되기 때문에 우리처럼 빌려서 읽고 쓰는 글들은 어지간해서 노출이 안 됩니다(단호).

s : 그게 또 그런가요.

c : 쓸데없는 걱정이세요(역시 단호).

s : 알라딘에서의 syo2018년 되게 빛났는지 모르겠지만, 실제 세상에서의 인간 손OO에게는 정말 형편없는 한해였어요. 떨어질 만해서 떨어졌지만 어쨌든 준비하던 시험도 떨어졌고, 이런 저런 일로 자존감이 떨어지다 못해 거의 없어졌어요. 두 세상에서의 syo가 완전히 다른 거죠. 그래도 안 죽고 버텨요. 알라딘이 없었고, 알라딘에서 제게 오구오구 해주시는 서재친구들이 없었으면, 아마 실제 세상에서의 저는 벌써 무너졌을 거예요. 모르겠어요. 이게 다 디지털 세상에 만든 가짜 자아에 집착하는 일이고, 현실을 등한시 하는 일이고, 사람들이 걱정하거나 경멸하는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인간과 제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라도 없으면 완전히 무너지는 인간도 있는 거예요. 살려고 매달리는 인간이죠. 현실에 든든한 기반이 없어서...... 그래서 저한테는 알라딘이 더 소중한 것 같아요. 목숨줄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전장치 정도는 되는. 그래서 더욱 저는 알라딘에 폐 끼치기가 싫고 무서워요. 물 흐려놓는 걸까봐 걱정 돼요.

c : , 무슨 마음이신지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s : 알긴 뭘 알아, 양쪽 세상에서 다 튼튼한 당신이 뭘 안다고!

c : (씨익)

 

 

 

리뷰 기계는 영업한다

 

c : 이 카페는 만나서 이야기하기 너무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사장님이랑도 친해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이렇게 앉아서 수다 떨어도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s : 사장님 이러다가 망하시면 어떡해요.

c : 다른 데서 버셔서 여기에 부으시는 것 같아요. 말씀드린대로, 사장님은 이런 공간을 제공하는 일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시는 좋은 분이거든요.

s : 대단하신 것 같아요.

c : 이런 공간이 없었으면, 되게 많은 독서 모임들이 열리기 힘들었을 거예요. 저기 칠판 보이시죠? 저기 써 있는 게 한달 독서 모임 일정이에요.

s : 되게 빽빽하네요?

c : 그렇죠. 저기 저기, 레드 스타킹도 적혀 있어요.

s : 그러네요.

c : 오시죠?

s : ......?

c : (씨익)

 

s : 저는 알면 깝칠 것 같아서 무서워요. 견해가 생기는 게 겁이 나는 분야가 있는데, 그게 페미니즘이에요. 아직 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겁이 나는 상황인데, 근데 제가 알면 또 깝치거든요. 알면 말하고 싶어져요. 근데 안다고 다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알고 모르고는 말할 수 있고 없고와는 완전히 다른 평면인데.

c : 그렇죠. 그렇죠.

s : 꼭 젠더 문제와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어릴 때부터 잘난 척 하는 걸 좋아해놔서, 아는 걸 신나서 말하다보면 말하는 중에 다른 생각을 못하는 거라. 그래서 말실수를 하는 거죠. 해선 안 될 말, 할 수 없는 말을 그냥 안다는 이유로 뽐내고 싶어서 막 뱉은 경험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아예 말하지 말아야 하거나 말할 자격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뽐낼 만큼 알지 말아야겠다는 그런 생각? 그냥 듣는데 집중하자는 생각?

c : 맞아요. 저도 레드 스타킹 모임을 통해 정말 많이 배우고 들어요. 제가 말할 수도 없고 말할 줄도 모르는 것들을 되게 많이 들려주세요. 전 그냥 하루 종일 고개만 끄덕거리다가 오는 날도 있어요.

s : 그렇군요.

c : 되게 많이 배워요. 오프라인에 정말 고수분들이 많아서, 꼭 페미니즘 독서 모임 아니더라도 독서 모임 하는 게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혼자 쓰고 읽을 때보다 같은 책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게, 체화랄까? 확실히 피부에 확 박히고 오래 가더라구요.

s : 오오.....

c : 오실 거죠?

s : ......?

c : (씨익)

 

s : 철학은 정말 비전공자가 혼자 공부하기가 만만치가 않아요. 계보 같은 게 있잖아요.

c : 정말 그렇더라구요.

s : 예를 들어서 마르크스를 알려면 헤겔을 알아야 하는데, 이게 꼭 그런 것도 아니에요. 내가 마르크스를 얼마나알고 싶은가에 따라서 헤겔을 따로 읽어야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이 되는 거거든요. 근데 나는 내가 얼마나알아야 되는지를 알 수 없잖아. 그럼 마르크스 읽으려고 헤겔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알기가 어렵고, 괜히 필요 범위를 넘어서 헤겔에 손댔다가 마르크스에 가졌던 흥미까지 떨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철학자는 없으니 제대로 하자면 결국은 플라톤까지 쫓아올라가야 되고 막 그러니까 끈기 없는 저 같은 놈은 그냥 지는 거죠 뭐.

c : 저도 철학책 읽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철학책 읽는 분들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저희 모임에도 혼자서 헤겔 읽는 분이 계신데, 아우라가 장난 아니죠.

s : 우와..... 혼자 헤겔. 대박

c : 오셔서 보시죠?

s : ......

c : (씨익)

 

 

 

리뷰 기계는 반역자를 고발한다

 

s : 솔직히 알라딘은 알라디너 좀 홀대하는 것 같아.

c : (끄덕끄덕)

s : 알라디너 뿐 아니라, 뭔가 다른 부대시설(?)도 좀 부족해요. 얼마 전에 우연히 유계영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글이 너무 좋아서 검색을 해 봤거든요? 그리고 그 시인이 한 달에 한 번 시집을 읽고 리뷰를 연재하는 걸 발견했어요. 거길 눌러보니까, 거기가 예스24더라구요? 가봤더니, 예스는 소설가, 시인, 작가들한테 원고를 청탁 해서 리뷰랄지, 에세이랄지, 뭐 이런 것들을 싣는 섹션이 따로 있더라구요. 한참 거기를 둘러보다가 알라딘에 다시 왔더니, 갑자기 뭔가 초라해 보이는 이 공간.....

c : (맞아맞아)

s : 북플 어플도 그래요. 소소한 버그 엄청 많아.

c : (그럼그럼)

s : 우리가 힘을 길러서 다 뒤집어 엎어야 돼!

c : (옳소옳소)

s : “주식회사 알라딘커뮤니케이션 주최, 2020년 제주도 알라디너의 푸른 밤개최를 위하여 우리가 뭉쳐서 투쟁하자!

c : (하자하자)

s : 근데, 사이러스님 아까부터 왜 말씀이 없으세요. 눈빛은 굉장히 맞장군데.

c : syo, 오늘 우리 만난 거, 페이퍼로 써서 올리실 거죠?

s : 설마......

c : (씨익)

 

웃자고 과장한 것이지, 실제 사이러스님은 알라딘 시스템이나 정책에 문제점이 생길 때마다 발벗고 나서서 의견을 수렴하고 시정을 요구하여 이런 저런 변화를 이끌어 낸 경험을 가진 강단 있는 싸움꾼임을 알립니다. 만세.

 

c : 일단, 우리가 대구 지역에서 알라디너 모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에 밀릴 필요가 없어요. 헤게모니를 가져와야 돼.

s : 제가 알기로는 k님이 대구 인근에 사시는 걸로.

c : 저도 b님과 r님이 대구에 사시는 걸로 알아요.

s : 찾아보면 더 있을 거야 그쵸?

c : 다음에 y님이랑 함께 만나서 논의를 해보자구요.

s : , 좋다 좋다.

c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서울에 밀려서는 안 됩니다. 대구에서도 할 수 있어요.

s : ....., .

c : (씨익)

 

 

 

리뷰 기계는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이외에도 소세키와 샐린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부터, 청춘과 사랑의 (슬픈) 편린들, 책과 결혼과 서재와 부모님, 젊은 나이에 겪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육체적 고통 같은 깊은 이야기들까지 골고루 오고갔으나, 손가락에 눈물이 젖어 차마 다 옮길 수는 없겠다. 장장 여섯 시간의 쉼 없는 수다를 마친 두 남자는 각자의 방향에 펼쳐져 있는 어둠을 헤치며 걸어갔다.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그게 별로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syo는 쉬지 않고 육박해오는 영업의 촉수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나누었던 대화 속에서 재정립된 그의 이미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 이 남자, 빵빵 터지지는 않아도 솔찬히 재밌는데,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는데, 것 참. 오늘 풀린 고삐가 너무 꽉 죄어지기 전에, 다시 만나 또 실컷 떠들어도 좋겠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났는데 막상 책 이야기는 별로 못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으로 여섯 시간을 순간처럼 불살랐던 걸까? 하여간 말 많은 남자들은 곤란하다.

 

 

 

--- 읽은 ---

고종석황인숙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이완배, 마르크스 씨, 경제 좀 아세요?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정석, 도시의 발견

 

  

--- 읽는 ---

김정선,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사진의 용도

조동범, 보통의 식탁

김민주, 김민주의 트렌트로 읽는 세계사

김현진, 진심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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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1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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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14: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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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14: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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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댓글입니다.

- 2019-01-0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만남을 축하합니다 :)

syo 2019-01-07 14:0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재미있는 만남이었습니다. 거장과의 만남이란 언제나 설레는 법이지용

stella.K 2019-01-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페이퍼 읽고 좋아요 눌렀더니 한꺼번에 11이란 숫자가 나오네요.
스요님 서재에서 이런적 난 첨 봐요.ㅋ

결국 시루스와 만나긴 만난 거군요.
그런데 어떤 글은 좀 시크하다 못해 살벌 쌉쌀하네요.
뭘 첨이자 마지막이어요? 두 분이 호형호제하면 좋죠.ㅋ
예스24와 알라딘은 분명 장단점은 있어요.
적어도 전 댓글 소통은 여기가 잘 되는 편이죠.


시루스가 저하고는 비교적 소통을 잘하는데.
^^;; ㅎㅎㅎ 이런 것도 잘하고. 그거 다 경노우대였나...?ㅋㅋ
하긴 댓글이 참 어렵긴해요.
그 타임에 난 이 말을 하고 싶은데 그런 댓글 달다 혹시
오해할까 싶어 지울 때도 있죠.
댓글로 대판 싸우고 서로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구요.ㅋㅋ
근데 이유없이 멀어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댓글도 달 수 있을 때 달자는 게
댓글달기왕 차석한 사람의 생각입니다.
혹시 제가 스요님께 기분 나쁜 댓글 단거 있으면 용서하구요.ㅎ

syo 2019-01-07 14:12   좋아요 0 | URL
제가 또 오해를 양산하였네요. 처음이자 마지막 두 남자는 저와 시루스박사님이 아니라 시루스박사님과 전기기사님이셔요 ㅋㅋㅋㅋ 전 뒤에서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이 전봇대 위와 아래에서 각자 뭔가를 열중해서 뚜드리는 장면을 감상중이었죠ㅋㅋㅋㅋㅋ

그 말도 나왔었어요. 사이러스님은 사람에 따라서 댓글 스타일이 달라지지 않는 편인데 유독 스텔라님하고는 좀 더 친해보인다, 스텔라님이 말도 편하게 하시고.
두 분이 어떤 인연이냐 물어봤더니 실제로 뵌 적은 없다고 하는 핵반전.......

stella.K 2019-01-07 14: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핵반전!!!!!
아니 꼭 봐야되는 겁니까?
제가 원래 아랫 사람을 좀 잘 다뤄요.
특히 남자면. 누나 누나 불러주는 게 좋아서.ㅋㅋㅋㅋ
스요님도 그렇게 해 드릴까요?ㅎㅎㅎ

syo 2019-01-07 14:19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전 온라인 누나는 만들지 않습니다. 누나는 무조건 오프라인 누나죠.

하지만 온라인 형님이랑 동생은 만드는데, 어떻게, 성별 나이 다 무시하고, 형님 혹은 동생은 어떠세요? ㅎㅎㅎ

stella.K 2019-01-07 14:22   좋아요 0 | URL
오, 형님! 그거 좋다.
그럼 오늘부터 난 형님 그대는 동생하기로!!!ㅎㅎ

syo 2019-01-07 14:26   좋아요 0 | URL
와, 그걸 또 좋아하실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이 형님 어마어마하다......

stella.K 2019-01-07 14: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좀 꼰대 같나...?
그럼 방금 전으로 돌아가구요.
내가 유독 시루스한텐 약간 츤데레 성향이 있기는 해yo.ㅋㅋㅋㅋ

syo 2019-01-07 15: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두 분 좋아 보이세요. 응원합니다!!

다락방 2019-01-07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님... 사이러스 님하고 여섯시간 이나 수다를 떨었다고요?
근데 나랑은, 나랑은 왜그렇게 짧았어요? 왜? 왜죠?

(쓸쓸히 뒤돌아 간다..)

syo 2019-01-07 15:1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이세요. 쉬지 않고 계속 말을 했더니 짧게 느껴진 거죠.
...... 짧긴 했나?? 음, 길어도 짧게 느껴질 걸요??

반유행열반인 2019-01-0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거장의 대구 대담..뭐 이런 제목의 인터뷰 기사 같네요. 아니 이걸 다 기억해서 쓰세요? 아님 녹음해서 녹취록을...사실 두 분 다 대화형 AI라는 반전...미래 인류를 위해 독서로 과거 인류의 지식을 수집 중인...그러나 두 AI의 만남으로 인류의 종말은 가속화...오늘도 실례가 많습니다.

syo 2019-01-07 15: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기억을 재구성하여서 쓴 거라, 사이러스님이 보시면 엄청나게 많은 오류를 지적하실 거예요. 전 기계가 아니거든요.음, 일단 전 확실히 아니에요.

언제봐도 열반인님의 실례가 많습니다는 기똥찬 펀치라인입니다.

목나무 2019-01-0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근길에 두분 만남글 읽는데 제가 왜이리 좋은 걸까요.ㅎㅎ
대구로 이사가고싶다~~~~~~
d님도 아마 대구분이라죠.
그 카페에서 독서모임하고 계실지도 몰라요. ㅋㅋ

syo 2019-01-07 15:29   좋아요 1 | URL
여기저기 퍼져 있는 대구지역 알라디너님들을 규합하여 대부흥회를 열어야겠다....
사이러스님이 대구도 꿀릴 것 없다고 역설했어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1-0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담은 녹취하셨군요?! ㅋㅋㅋㅋㅋ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syo 2019-01-07 17:06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ㅋㅋㅋㅋㅋ
실제 대화 가운데 재미있었던 부분을 농축하여 겨우 만들어 낸 게 수준입니다. 여섯 시간 내내 막 재미있을 수는 없는 거니까요ㅎ

짜라투스트라 2019-01-0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재밌네요 저도 마음 맞는 사람 만나서 12시간 대화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잘 알죠^^;;

syo 2019-01-07 17:0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하거나 하고 싶은 그런 경험이죠^-^

카알벨루치 2019-01-0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보다 시루스 박사님이 어려요? ㅎㅎ대단한 시루스박사님이시네! 이거 완전 이기호 소설 보는 듯 하군요 <목양면방화사건>이나 <너무 친절한 교회오빠...>뭐 그런 느낌! 새로운 스탈이닷! 좋은 시간 보냈다니 다행입니다 굿뜨~ㅎㅎ

syo 2019-01-07 22:07   좋아요 0 | URL
다음에는 카알님도 한번 납시죠??

2019-01-07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08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화 내용을 거의 정확하게 썼네요.. ㅎㄷㄷㄷ 이런 재능, 알라딘에만 보여주기기가 넘 아까운데요. syo님은 독서모임 후기를 잘 쓰실 것 같아요. ‘레X스X킹’에 후기 쓸 사람이 필요한데... ㅎㅎㅎㅎㅎ

이제 주말에 서부 or 중앙 or 두류도서관에 가면 만날 수 있겠네요.. ㅎㅎㅎ

syo 2019-01-08 12:18   좋아요 0 | URL
ㅋㅋㅋ이 사람 사무직 아니라니까ㅋㅋㅋ 백퍼영업직이여

blanca 2019-01-0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syo님이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음, 혼자 cyrus님이랑 잘 될 수도 있겠다, 이런 상상 하며 읽어내려오다 두 남자라는 부분에서 멘붕왔지 뭐에요? ㅋㅋㅋ 그래서 다시 두 남자 사람으로 의미 재구성하여 읽었습니다. 혼자 막 아랫글처럼 볼이 빨개지네요.--;;

syo 2019-01-08 13: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 알라딘에서 활동하면서 그런 오해 꽤 받았어요!
blanca님이 4번째예요. 세고 있었답니다ㅋㅋ
왜 그런지는 아직까지 모르고 있지만요.

부러 여자인 척 하지는 않지만, 그 오해 자체는 어쩐지 칭찬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져 즐기고는 있답니다.^-^

무식쟁이 2019-01-08 19:47   좋아요 0 | URL
음... 전 싸이러스님이 여자분인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아주 지적이고 쿨한 여성.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01-0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남정네의 대화를 남자인 제가 정독을 하게 만들었네요.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전설적 만남의 오리지날이란 말이죠 ?

syo 2019-01-08 15:33   좋아요 0 | URL
전설적 만남이라니요 ㅋㅋㅋㅋㅋ 외관상 세상 물정 모르게 생긴 책덕후 둘이 커피잔 하나씩 놓고 마주 앉아서 입 터느라 세상 모르는 그런 초라한 광경이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보면, 작년 초에 힘들면 술 한잔 사 주시겠다고 곰발님께서 그러셨는데, 그 찬스 나중에 써야지 아끼고 아끼다가 똥이 되고 말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1-0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다 알라딘계의 슈퍼스타죠. 솔까말,
알리딘 이거이거.... 짠돌이 회사입니다. 두 분이 비축한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한데 이거 이 분들에게 월급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

syo 2019-01-08 15:35   좋아요 0 | URL
저는 차치하고서라도, 사이러스님 뿐 아니라 많은 훌륭한 분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계시는데, 어떤 방식으로라도 신경을 더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굿즈에 쏟는 역량의 1할만이라도.....

붕붕툐툐 2019-01-0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넘 멋져요~
북플 전체의 축제 분위기를 주시네요~
슈퍼스타 두 남자의 대화를 엿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syo 2019-01-08 15:37   좋아요 0 | URL
저도 저지만 사이러스님도 정말 더없이 평범한 청년이어서 놀랐습니다. 슈퍼스타라니요 ㅎㅎㅎ
툐툐님께서는 독서모임을 꾸준히 하고 계시니, 만나서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진작부터 알고 계셨겠네요 ㅎ

boooo 2019-01-0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대박 후기가 여기 있군요. ㅋㅋ 이토록 상세한 후기라니. 정독하고 갑니다.

syo 2019-01-08 18: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사건 자체가 정독을 유발할 만한 게 아닌데 부끄럽습니다.

감은빛 2019-01-0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좋아하는 두 분이 만나셨군요.
저 위에 곰곰생각하는발 님께서 쓰셨듯이 두 남정네의 대화를 제가 정독하게 만들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요? ㅎㅎㅎㅎ

근데 진짜 술도 한 잔 안 드시고 6시간이라니!
저라면 불가능합니다.

syo 2019-01-08 18:43   좋아요 0 | URL
앗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ㅎ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그만.... 대신 ‘안 취해도 취한 것처럼, 취해도 안 취한 것처럼‘ 놀려고(?) 노력중입니다.....

302moon 2019-01-0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 ‘스몰 토크‘ 궁금하니 들러봐야지ㅎ 이 자세한 기록! 글 잘 읽었어요. 감탄하고 갑니다!^^

syo 2019-01-08 22:11   좋아요 0 | URL
302moon님 대구 사시나봐요!! 혼자 조용히 들르시기보다는 독서모임을 하거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기 좋은 공간입니다 ㅎㅎ

psyche 2019-01-0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후기보고 왔네요. 와 두분이 만나시다니!! 어찌 이제야 만나셨답니까. 앞으로 계속 만나시면서 재미난 후기 올려주시요~

syo 2019-01-09 16: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게야 당연히 유익한 시간이었는데 서친님들도 좋아해주시는 걸 보니 역시 사이러스님은 거장이시다, 뭐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독서괭 2019-01-10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대화록이 왜이리 재밌죠? cyrus님이 2010년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는 말에 syo님이 “기원전이요?” 한 부분 빵터졌네요ㅋㅋㅋㅋ c님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영업도 재밌고 ㅋㅋ

syo 2019-01-10 12:43   좋아요 0 | URL
MSG를 많이 뿌린 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ㅎ
실제 만남에서 제가 ‘기원전이요?‘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놀라서 되묻긴 했는데, 실제로는 ‘태어날 때부터 손에 책 쥐고 나온 사람 같았다‘ 뭐 이런 식의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 막 볼 빨간 아침

 

 

1

 

요즘은 작고 노란 초승달들과 한붓그리기로 그린 별 들, 얼핏 보면 돼지 같지만 얼굴을 감싸고 있는 하얀 털과 전체적인 컨셉으로 미루어보건대 아무래도 양이 아닐까 싶은 동물이 잔뜩 그려진, 어느 열대지방 섬마을 밤하늘 색깔 수면바지를 입고 잔다. 그러니까 밤바지를 입고 자는 셈인데, 착용자에게 따뜻한 밤을 선사해줄 것만 같은 이 밤바지가 의외로 뜨거운성격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구석에 자리한 파이리 인형의 머리 위에 여지없이 던져져 구겨진 밤바지 녀석의 서글픈 자태를 통해 이 뜨거운 녀석과 syo의 하반신이 얼마나 뜨거운 밤을 보냈는지 확인하게 되는 요즘이다. 파이리는 무슨 죄로....... 문제는, 아무리 추궁을 해도 syo의 하반신은 지난 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증언만 되풀이한다는 점이다. ..... 그러니까, 저랑 밤바지가 둘 다 많이 취하기는(잠에) 했거든요..... 침대가 하나 밖에 없어서, 같이 침대에 올라간 것 같긴 한데, 그 뒤로는 필름이 끊겨서 도통 기억이...... , 파이리가요? 제가요? 와나, 잠이 웬수지......

 

더우면 잠결에 바지를 벗는 습관은 이상하고도 위태롭다. 열대야가 이어져 바지를 벗는 것만으로는 도무지 해열이 되지 않는, 적도 근처 그야말로 하반신 비친화적인 어느 마을의 게스트 하우스 2층 침대 2층에서 잠을 자고 있는 syo를 생각해 보자. 애초에 바지를 벗어던질 것을 예상하고 팬티바람으로 syo는 잠들었는데, 아뿔싸, 예상이란 건 높이가 만만한 뜀틀 같은 법이라 일은 언제나 폴짝폴짝 예상을 잘도 뛰어넘는 법이고, 아아, 저도 모르게 syo는 팬티를 벗어 휙 던진 것인데


때마침 침대 1층에서는 지금, 꿈에도 그리던 대학 합격증을 쟁취한 자신에게 선물을 주기 위하여 머나먼 이국땅으로 여행을 떠나온 풋풋한 미국 소년 마이크(19, 애리조나 주)가 고되지만 충만했던 하루를 마치고 누워, 자신의 인생에 주어진 기적같은 선물들을 생각하느라 잠을 설치고 있었다. 며칠 전 받아든 그 선물 같은 합격 소식과, 오늘의 이 선물 같은 풍경과 앞으로의 대학생활이 그의 인생에 가져다 줄 더 큰 선물과, 대학을 마치고 나가면 세상이 그에게 선물해 줄 부귀영화들과,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그의 얼굴 위에 선물처럼 뚝 떨어진 코데즈컴바인 M 사이즈 남성용 드로즈(단독세탁을 권합니다)...... 어쩐지 뜨겁고 어쩐지 꿉꿉한 선물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을 마이크 군이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티벳 불교로 개종을 하였다면 미안하긴 해도 그건 그저 이상한 이야기일 뿐이겠으나


만약 침대 1층에서 잠들어 있던 사람이 마이크가 아니라 바이킹의 나라에서 온 빅터(33, 입식타격기 지도자, 좌우명:초전박살)씨인데, 그가 온 마을에서는 입고 있던 팬티를 던지는 것으로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결투를 신청하는 전통이 있었다는 설정이라면? 성난 바이킹 빅터가 아이언피스트를 장착하고 침대 사다리를 오르고 있다. 그런데 syo는 자기 생명의 불꽃이 꺼질랑말랑 하는 위급상황이라는 건 꿈에도 모른 채, 심지어 겸손하지 못하고 양 다리를 한껏 벌린 최대한 도발적이고 구역질나는 자세로 드르렁드르렁 코만 골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건 정말 이상하고도 위태로운 이야기가 아닐는지

 

실은 syosyo의 여친이 등장하는 19금 버전 이야기도 혼자 상상(아침에 잠이 덜 깨 몽롱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었으니 하게 된 상상, 으히히)은 했지만, 그 방면으로는 흔들림 없이 정도와 정량(?)을 지키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관계로, 공상의 현실화 가능성으로 보면 여친과 빅터는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근데 나는 지금 왜 울 것만 같지......


나는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길 원했다우리는 사랑을 나눴고 몇 시간이 흘렀다우리가 간직하게 될 시각적 기억은 같은 유의 또 다른 기억들에 더해져 몇 밤몇 주몇 개월이 지나공명하나 선명하지 않은 하나의 실재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A의 서재에서 했던 포옹을 그녀의 방에서 한 것으로 재구성할 수도 있고가을에 함께 들었던 음반을 봄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그때어쩌면 나는 언젠가 그녀가 사정할 때 짓던 표정라디오에서 들은 음악을 콧노래로 따라 하던 그녀의 음색그녀가 내 것을 빠는 방식과 내 위에 있을 때 그녀의 움직임을 잊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고-이 모든 것들을 사진에 담을 수 없지만-그녀만큼 나 역시옷의 정확한 위치와 우리가 겪었던 것들의 확실한 증거를 필름에 새기고자 하는 절대적인 욕구를 느꼈다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경찰들이 그렇듯이아무것도 만지지도 옮기지도 않고.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사진의 용도 

 

성적 보수주의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결혼을 중심으로 한 성적 이중기준이 강하게 작동하는 한국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성적으로 끌렸다는 걸 명백하게 공표하는 건 여러 성적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밝히는 여자운운하는 평판의 하락부터 성추행과 성폭력그리고 몰카까지 다양한 성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요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성적 보수주의나 성적 자유주의나 남성 중심적이긴 매한가지입니다성적 보수주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결혼한 남성이 소유하는 사물로 보는 것이고성적 자유주의는 어떤 남성이든 가질 수 있는 사물이라고 보는 거죠이 시대 여성들이 이성애 관계에서 갖는 불만은 자신을 사물이 아니라 인격체로 보는 남성이 극히 드물다는 데 있습니다.

김신현경이토록 두려운 사랑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나는 정자와 난자가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그 둘이 어떻게 만나는지는 잘 몰랐다내가 추측했던 엄마 아빠의 짝짓기는 각자의 팬티 속에서 정자와 난자가 슬며시 나와 나비처럼 날아오르면 공중에서 만나 체외수정을 한 뒤 얼렁뚱땅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간다였는데엄마가 설거지를 하며 말했다. "아닌데잠지에 고추를 넣고 안에서 정액을 싸야만 임신이 되는 거야~"

  엄마 무릎에 얼굴을 묻고 반나절을 울었다. '그 짓을 엄마 아빠가 했다는 거잖아... 할머니 할아버지도 작은엄마 작은아빠도 고모 이모 외숙모 외삼촌도 국어랑 수학 선생님도 마트 아줌마도!'

  나는 오열하며 말했다. "그걸 하면 잠지가 너무 아플 것 같아!" "아프기만 하진 않아아프고도 좋은 일들이 세상엔 많단다마이 베이비..." "엄마 그거는 닭발이 매워서 혀가 아픈데도 계속 먹고 싶은 거랑 비슷한 거야?" "아주 많이 다르진 않아."

이슬아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2



진실에 다친 마음이라고 해서 빨리 아무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진실에 다친 마음은 거짓에 다친 마음과 달리 돌아가 의탁할 곳이 없다진실에 등을 돌려야 하니까.

김정선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168


진실에 마음 다친 경험에 대해 써보기로 한다면 백 가지 이야기는 너끈히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것들이 진실을 가르쳤다. 사랑의 옷을 입은 진실이 나를 가르쳤고, 경쟁의 낯을 한 진실이 나를 다그쳤다. 진실에 하도 두들겨 맞다 보니 내 사랑이 과연 사랑이 맞는지 의아하기도 했고 내 꿈이 실은 남의 꿈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거짓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저 현실이기만 했더라도 덜 아프고 빨리 아물었을 것만 같은 상처들을 길게 앓고 오래 핥아야 했다. 나를 후려치는 것이 다름 아닌 진실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가장 오래 아프게 했던 어떤 진실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해보면서,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그때의 나는 과연 진실을 이겼는가, 밀려났는가, 아니면 모른척했는가 다시 한 번 점검해보면서, 칼을 휘두르며 다가올 다음 번 진실에 내 마음이 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훑어보았다. 잠시면 끝날 줄 알았는데, 밤이 왔다.

 

그럼에도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빌려 나를 짓이기고 지나갔던 모든 진실의 주인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므로 당신들이 괜찮다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당신들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이야기는 계속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주 만났다가 헤어지며 그리워도 하겠지만 끝내 서로를 다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고하지만 그렇게 거듭되는 재회와 헤어짐 속에서도 당신들이 처음 내 마음속에 들어와 헤이라고 스스로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그 눈부신 순간에 대한 감각은 잃지 않을 것이다그것은 떠난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차마 가져가지 못하는누군가를 사랑하고 다정함을 주었던 사람이면 마땅히 차지해야 할 오롯한 빛이니까.

김금희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작가의 말  

 

 

3



책읽기는 분명 놀라운 재미를 줄 것이다하지만 나는 책읽기에서 오직 재미만을 느낄 수 있다고 믿고또 그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정신적 환상을 추구하는 일과 같다고 생각한다모두가 니체처럼 "모든 글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경지에 오를 수는 없겠지만책읽기가 '고통 없는 재미'만을 줄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실제로 그런 책읽기라면 단언컨대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책읽기는 재미와 고통을 동시에 줄 것이다. '고통 없는 재미'만을 기대한 독자라면 책읽기에서 '재미있는 고통'을 상상하는 게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다른 차원의 문을 연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설레는 위안이 될 것이다.

김욱책혐시대의 책읽기, 115 

 

책읽기를 되돌아보고 책읽기를 다짐하는 글들이 연말연시의 알라딘 공간을 밝고 탐스러운 함박눈처럼 채색했다. 사람들은 감사하고, 감사할 줄 알았고, 결심하고, 결심할 줄 알았고, 이루어나감으로써 이루어나갈 줄 알았음을 증명할 것이다. 그야말로 책혐시대에 우리는 책에 대해, 책을 읽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에 둘러앉아, 어깨 너머로 서로가 읽는 책을 보면서 그 책을 내 마음 속 서재에도 꽂아놓거나, 책 읽는 서로의 얼굴을 읽으며 내 마음에 끄적거려 놓은 뭔가를 부끄러운 듯이 쭈뼛쭈뼛 발표하거나, 읽고 쓰는 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도 보상을 약속하지 않은 일들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들이 세상에 아직도 남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혼자 읽는 밤 혼자 읽는 방에서 우리가 피할 수 없었던 고통들을 생각하면, 역시 어느 밤 어느 방에서 혼자 그 고통을 지나왔을 친구들이 소중해진다. 어쨌거나 책 읽는 순간은 혼자다. 그렇지만 책을 읽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같은 밤에서 태어났다.



 

우리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말을 할 때란 비록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지 못해도 자기 안에 그 말을 듣고 제대로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입니다자기 안에 자기와는 다른 말을 사용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있어 그 사람을 향해 말을 걸 때언어는 가장 생기가 넘칩니다가장 창조적이 됩니다언어를 지어낸다는 것은 내적인 타자와 이루어내는 협동 작업입니다.

우치다 다쓰루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읽은 ---

김욱, 책혐시대의 책읽기

다쿠미 슈사쿠, 최고의 엔지니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김한민, 아무튼, 비건

 

 

--- 읽는 ---

이완배, 마르크스 씨, 경제 좀 아세요?

김정선,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사진의 용도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데니스 C. 라스무센, 무신론자와 교수

조지 레이코프, 엘리자베스 웨흘링,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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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1-04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 답게 아니 에르노 책에는 저런 구절들이 나오는군요! 물론, 저 구절은 아니 에르노의 상대가 쓴 걸로 보이지만..
킁킁.

syo 2019-01-04 16:05   좋아요 0 | URL
네 ㅎㅎㅎ 저건 상대가 쓴 거지만, 역시 아니 에르노..... 그리고 한국에도 한국의 아니 에르노, 뭐 이런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다죠?

다락방 2019-01-04 16:10   좋아요 1 | URL
네? 그래요? 한국에도 한국의 아니 에르노, 뭐 그런 사람이 있대요? 우와, 그런 멋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말입니까? 대박...

=3=3=3=3=3=3=3=3=3=3=3=3=3=3=3=3=3=3=3=3

2019-01-04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4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4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4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목나무 2019-01-04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글 밤에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친구가 열이 많은 체질이라 나신으로 잠을 자야만하는데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어쩔 수 없이 팬티는 입고자야한다고 슬퍼하던 게 떠올랐어요. ㅋㅋ

주말을 또 책들과 함께할 수많은 동지들이 눈에 선합니다. ^^

syo 2019-01-04 16:5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모두 각자의 고충이 있는 법이지요ㅎㅎㅎㅎㅎ

설해목님의 끝내주는 주말 독서를 기원합니다 ㅎ

몰리 2019-01-0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깁니다. ;;;;;;;

syo 2019-01-04 16:51   좋아요 1 | URL
지금도 입고 있는 양돼지별달밤바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0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책읽기에 자비는 없다...
를 몸소 실천해 주시는 씨오님 -

새해가 꼴랑 4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정녕 조 위에 있는 책들이 모두 읽으신
책들이란 말입니꺼

전 세 권 읽고, 지금은 작년에 읽다만
유시민 샘의 <나의 한국현대사> 읽고
있답니다.

syo 2019-01-04 17:05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ㅎㅎㅎ 아직 일곱 권(?) 밖에 읽지 못했습니다.
저것들 중 절반은 지금 읽고 있는 중인 책입니다;;
그나저나 레삭매냐님께서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으신다는 것이 좀 의외입니다.

그 정도 책(물론 제가 아니라 레삭매냐님께 그 정도라는 거죠)은 벌써 옛날에 다 읽으셨을 것 같은데......

독서괭 2019-01-0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잠결에 벗어던지는 습관이라니 이런 위험한 분이! 엠티 가서 혼숙이라도 하면 큰일이겠네요(30 넘어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ㅋㅋㅋ
그나저나 발췌문 보니 이슬아작가 책 빨리 보고 싶어집니다. 뭐죠 저 어머니 넘 멋짐 ㅋㅋ

syo 2019-01-04 17:07   좋아요 0 | URL
엠티요? 혼숙이요? ㅋㅋㅋㅋㅋ 그건 너무 비현실적인 단어라서 마치 ‘드래곤‘ 같은 느낌이네요.
이슬아님 좋고 이슬아님 어머님도 너무 좋습니다. 심지어 저 장면을, 만화로 그려놨습니다!!!!
권합니다, 이슬아 ㅎㅎㅎ

2019-01-04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4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4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4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01-05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 흥칭뿡!!!!

syo 2019-01-05 09:20   좋아요 0 | URL
제 글솜씨가 부족하여 오해를 양산했네요....
1. 독서량을 줄인다
2. 3권을 꼼꼼히 읽는다
가 의도였는데
1. 독서량을 3권으로 줄이고 꼼꼼히 읽는다
로 받아들여지고 있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죄송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01-05 09: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죄송은 무씬~쇼님 스탈대로 쭈욱~굿모닝!

뒷북소녀 2019-01-0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혐시대라니, 어떻게 저런 용어가 있을 수 있죠...?ㅠㅠ
정신적 환상을 추구하는 일... 그렇다면 저는 그 환상을 쫓고 있는 사람인가봐요...

syo 2019-01-07 13:05   좋아요 0 | URL
참,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는 용어입니다. 책혐시대.
그냥 사느라고 사는데 언젠가 나만 읽고 있고 다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대가 올까봐 겁이 나기도 하고....ㅎㅎ
 

 

 

우리가 나누어 가진 것들


 

1

 

도라에몽 다이어리는 여친, 피너츠 일력은 동생, 모비딕 머그는 엄마에게로 갔다. syo2018 서재의 달인이 되었고, syo가 가장 사랑하는 세 여자가 작지만 귀여운 것들을 나누어가졌다. 그렇게 박스를 비웠는데, 비었을 공간에 여러 색깔의 미소가 잔뜩 들어있었다. 세 여자가 던져 넣고 간 것 같아서, syo가 그걸 가지기로 했다.

 

아무래도 제일 큰 몫은 내가 가져간 것 같다.

 

 

 

2



이런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좋아하고사랑받고 싶은 감정은 생겨납니다그러나 이런 감정들은 몹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누군가의 성애의 대상으로서 자신도상대방도그리고 관계 자체도 상대평가를 통한 무한경쟁 분위기에서 예외가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그렇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서만큼은 절대적인 안정과 신뢰를 바라게 되는 것이 이런 감정이나 관계의 특성이지요그래서 어떤 사회학자들은 오늘날 사랑이 일종의 종교가 되었다고 말합니다절대적 안정과 절대적 신뢰가 어렵다는 것을 알수록 더욱 바라게 되는 모순은 등장인물들이 만성적인 불만 상태에 처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신현경이토록 두려운 사랑, 198-199 


모두들 저마다의 사랑을 한다. 간혹 닮았을 수 있지만 하나도 같은 게 없다. 내가 해도 누구랑 하는지에 따라 자꾸 달라지고, 내가 걔랑 해도 언제 했느냐에 따라 끝없이 달라지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형태나 특성이 아니다. 좌표다.

 

모두들 저마다의 사랑을 한다. 간혹 닮았을 수 있지만 하나도 같은 게 없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은 대체로 닮았고 간혹 같기도 하다. 왜일까?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 누가 그랬을까?

 

이데아는 이데올로기다. 지적/문화적/사회적/경제적 권력을 쥔 누군가가 자기 입맛에 맞게 빚은 덩어리를 치켜들고, 이것이야말로 사랑의 이데아요! 하고 선포하는 순간, 수평적이고 스스로 빛을 내던 모든 사랑들이 이데아와 얼마나 닮았는가를 기준으로 줄 세워져 수직적 위계 속에 포획된다. 당신의 사랑에 점수가 매겨집니다.

 

이데아는 필요하다. 사랑하니까 목을 조르고 사랑하니까 배를 발로 차고 사랑하니까 원할 때 덮치는 형태의 것을 사랑의 범주에 받아들이는 순간 사람도 사랑도 오염되고 말 것이므로, 사람과 사랑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가 사랑에 대해 정해야할 무엇인가는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랑도 자체 독보적으로 위대하여 사랑의 이데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데올로기가 이데아로 탈바꿈하는 지점이 여기다. 우리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 우리가 사랑에 바라도 된다고, 혹은 바라야 한다고 믿고 있는 가치들, 다른 사랑들의 찬탄과 질시를 불러 모으는 크고 아름다운 사랑의 생김새 같은 것들을 정하는 이는 언제나 가치중립적이지도 않고 가치중립적일 생각도 없다.

 

언젠가 A가 술잔을 비우며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나는, 세상 모든 곳에서 진짜 자신을 숨기고, 하고 싶지 않은 얼굴 표정을 하고,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며, 하고 싶지 않은 일로 하루를 채워나가는데, 그러니까 정말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한테만큼은 그런 가면과 가식, 거추장스러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진짜 나로, 오롯이 진짜 나로 있고 싶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우리 집에서만큼은, 마음의 부담을 다 내려놓고 싶어. 그러자 B가 말했다. , 나도. 나도 딱 그래. C도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조차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못해?”라는 흔한 말을 포장하는 A도 무서웠지만, BC의 동의가 더 무서웠다. AB는 너무도 다른 성격 탓에, 자라며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포기하고 양해와 인정으로 우정을 쌓아올린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서로가 이제껏 해온 사랑들 역시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역시 너 답군, 하며 납득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사랑에 요구하는 것은 기묘하게도 같았다. 심지어 C조차, 아직 한 번도 연애다운 연애를 해보지 못한 C조차, 해보지 못한 사랑에 같은 것을 요구할 태세였다. 나는 무서웠다. 저들에게 사랑을 가르친 누군가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가 숨은 곳이 높고, 접근할 수 없고, 낱개의 사랑들이 외치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엄혹한 곳일까 봐.


뭐 새로운 지혜라도 발견한 것처럼 굴었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는 새삼스러울 정도로 여기저기 깔렸다.


  그런데 우리는 렌즈를 통해서 볼 분 아니라 렌즈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렌즈 없이 볼 수는 없습니다하지만 투명한 렌즈보편적 렌즈라는 게 다로 있지도 않습니다우리는 모두 '어떤렌즈를 통해서 봅니다그리고 '어떤렌즈를 통해서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은 볼 수 있지만 또 어떤 것은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잠자리의 눈과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게 다르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특정한 렌즈를 통해 본다는 것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이상의 문제가 들어 있습니다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가 '보려고 하는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우리의 시각에는 의지욕망충동 같은 게 개입합니다.

고병권다시 자본을 읽자

  

인간이 아름다움에 대해 갖는 생각은 그의 몸단장에 속속들이 새겨져서 의복을 구기거나 빳빳하게 만들고그의 몸짓에 곡선 혹은 직선을 부여하고결국에는 교묘하게 그의 얼굴 표정에까지 침투하게 된다인간은 스스로 되고자 했던 모습과 흡사하게 되고 만다.

샤를 보들레르샤를 보들레르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

 

몇 번씩 비슷한 이미지나 말을 불특정 다수를 향해 반복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 '미디어'는 '정치'에서도 스테레오타입을 효과적으로 생산하며겐페이 전투(치열한 싸움을 빗대는 말)를 부채질하는 데 공헌할 수 있다더구나 '미디어'를 매개로 한 스테레오타입의 이미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당사자들이 지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특히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의식이 높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자신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스테레오타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겐페이 전투에 열을 올린다고는 감히 생각도 못한다반면 자신의 ''은 어리석기 때문에 스테레오타입에 흠뻑 젖어 있다고 믿는다그래서 한층 더 스테레오타입을 따라가는 발상에 빠지기 쉽다.

나카마사 마사키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

 

3



대부분이 월세좀 나아봤자 겨우 전세로 계약기간마다 집을 옮겨 가며 사는 이들에게 무겁고 부피가 나가는 책은게다가 그 책을 수납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책장은 이사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부담이다부자들은 돈이 생기면 불패의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명품들을 사느라 바쁘고 가난한 사람들은 책을 사도 둘 공간이 없어서 책 사기를 망설인다책은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팔리지도 읽히지도 않고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책을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책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방황한다책을 읽지 않는 국민이라고정신문화가 척박한 천민 자본주의 세상이라는 한탄에는 어쩐지 선민의식이 섞여 있는 것 같아 불만이다책을 두는 공간마저 아껴야 하는 삶의 기반 자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서영인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76 


한국인의 평균 독서율은 OECD 평균에 가깝지만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면 매우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6~24세의 독서율은 87.4%로 조사국 중 1위다. 25~34세의 경우 85.1%로 5위로 떨어진다그러다 35~44세는 81.4%로 8위가 된다. 45~54세는 68.8%로 평균 이하로 떨어져 16위가 된다이제 문제의 55~65세가 된다이 나이 때의 한국인의 독서율은 몇 위일까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독자들은 조금 놀랄지도 모르겠다. 51.0%로 최하위다!

김욱책혐시대의 책읽기, 47

독서율 통계란 놈을 처음 만났을 때, syo가 놀랐던 대목은 독서율이라는 용어 자체였다. 그건 1년 동안 책을 읽은사람의 비율이라는 뜻인데,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있긴 있겠지 싶긴 했지만, 을 조사할 만큼 의미 있는 숫자로 존재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정말, 사람들 정말 안 읽는구나, 우와,

 

이러고 띡 넘어 갔던 기억이다. 난 아님. 어차피 남이 안 읽는 거, 내가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남 걱정 제일 쓸데없는 걱정.

 

그런데 여기 두 분은 그 사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회현상을 조망한다. 저런 눈을 갖자고 책을 읽는 것인데, 1년에 500권을 때려 읽어도 syo는 이러고 있으니, 독서의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실질적독서율이라는 게 있다면 아마 syo도 걔를 깎아 먹고야 말았을 것 같다......




현명한 생각들을 공부하고그 과정을 똑같이 밟아 보고그것을 이해하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정신의 미식가적 활동이다책을 읽는 것은 남의 뇌로 생각하는 것이다하지만 읽은 것을 소화하는 과정은 우리 자신과의 지속적인 대화다여기서 예전보다 좀 더 현명하고 논리적으로 세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가능성이 생긴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세상을 알라

 

 

4



흄은 이 논고의 신판에서 기후가 국민성에 미칠 법한 영향을 논의하는 대목 중 악명을 얻어도 싼 각주를 달았다그는 여기서 자신이 "흑인이 백인보다 선천적으로 열등하지 않을까 곧잘 의심하게된다면서 "지금껏 그런 피부색을 한 문명국가는 없었고행동이든 사유든 한 방면에서 걸출한 개인도 단 한 명 없었다"고 언급한다-실제 경험보다는 개인적 의획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력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경험주의자 한 명의 펜에서 직접 나온 것이다스미스의 경우는 이런 실수를 피했다가령 그는 "아프리카 해안 출신 흑인 중 추악한 주인의 영혼으로는 도저히 품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의 관대함을 소유하지......않은 이는 단 한명도 없다운명이 그런 영웅의 나라들로 하여금 유럽 감옥의 쓰레기를 겪게 한 때보다 인류에 대한 자신의 위력을 더욱 잔인하게 행사한 적은 없었다"고 썼다인종이라는 주제를 놓고 흄과 스미스 사이에 어떤 토론이나 공개적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지만어쨌든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이 각주는 흄의 인격과 관련해 진정한 오점 중 하나를 보여준다.

데니스 C. 라스무센무신론자와 교수, 58-59

 

아리스토텔레스의 여자 열등론, 데카르트의 동물 기계론, 그리고 흄의 흑인 미개(의심). 쟤네들 전부 철학사에서 결코 무너지지 않을 거대한 기둥들인데, 그래서인지 이런 대목을 만날 때마다 안심과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쟤네들도 별 수 없군, 쟤네들 책이라고 너무 숙이지 말고 보자 이거야! 하는 안심. 쟤네들도 별 수 없군, 쟤네들조차 별 수 없는데 나는 어떡해..... 하는 불안.

 

뭐 어쨌든 재미는 있다.

 

스미스의 발언도, 완전히 문제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관대함을 흑인의 특성으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는 발언이고, 그렇게 되면 흑인의 특성과는 또 다른 백인의 특성 역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면 즉시 흄의 말과 스미스의 말은 같은 말(같지만 조금 더 고운 말, 그래서 더 영리한 말)이 된다.

 

그나저나 이 책은 진짜 안 넘어간다.......



 

5

 

2019년에는 정말 독서량을 줄이고야 말 생각이다(고 말하면서 아래쪽에 저런 목록을 게시하다니 부끄럽다). 그 대신 한 달 내내 반복해서 읽을 책 두세 권씩을 골라 꼼꼼하게 읽는, 그야말로 과업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서친님들 정리 포스트에 올라오는 책들에 비해 syo가 읽은 책이 좀 가벼운 것 같아서 속상했다. 다들 좋은 음식, 몸에 좋은 음식, 예쁘게 플레이팅 된 음식 먹었다고 뿌듯해하는데, syo만 난 그런 거 모르겠고 일단 배터지게 먹었음, 꺼억, 이러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이유로, 1월 내내 읽을 세 권의 책은

 

 

 무질서의 효용 / 리처드 세넷 지음 / 유강은 옮김 / 다시봄 / 2014

동무론 / 김영민 지음 / 최측의농간 / 2018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

 

되겠습니다. 짝짝짝.

 

 

--- 읽은 ---

김신현경, 이토록 두려운 사랑(12)

서영인, 보담,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12)

브루스 손턴, 고전학 공부의 기초

나카네 하지메, 어쩐지 더 피곤한 것 같더라니

오선영, 모두의 내력

 

 


--- 읽는 느낌 ---


1. 정석, 도시의 발견: 넓고 얕다는 느낌

2. 고종석, 황인숙, 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내가 골라놓고 이러는 게 좀 웃기지만 어쨌든 안물안궁이라는 느낌

3. 김한민, 아무튼, 비건: 내가 돼지인 것이 돼지들한테 죄스러운 느낌

4. 다쿠미 슈사쿠, 최고의 엔지니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난 왜 자꾸 이런 책을 읽느냐는 느낌

5. 김욱, 책혐시대의 책읽기: 고수는 과연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법이라는 느낌

6. 김금희,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숭배의 기로에 서 있는 느낌

7. 데니스 C. 라스무센, 무신론자와 교수: 꾹꾹 눌러 담아 몇 숟가락 못 먹고 배불러서 눕고 싶은 느낌

8.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목욕재계하고 정좌하고 앉아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할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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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1-0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셨군요 -

베풀면 그만큼 더 풍성해진다 멋지십니다...

우리가 읽는 것은 쓰기 위해서다라는 걸
실천하시는 것 같아 더 멋지신 것 같습니다.

syo 2019-01-02 23:04   좋아요 0 | URL
미학까지나요 ㅎㅎㅎㅎ 그냥 그다지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들한테 돌렸을 뿐이에요. 과한 칭찬이세요^-^ 감사합니다 ㅎㅎ

강나루 2019-01-02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두여자에게 선물하고 머그컵은 나에게 선물했습니다

syo 2019-01-02 23:05   좋아요 1 | URL
그러셨군요 ㅎㅎㅎㅎ 뜻밖의 선물이라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뻤어요.

다락방 2019-01-0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 제가 쓰는 걸로다가... 킁킁.

syo 2019-01-02 23:2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사랑하는 여자들 영원하라!!

카알벨루치 2019-01-0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굿즈로 알라딘꺼 다 가진듯하네요 애들 각각 하나씩 주고 그래도 남아 ...다이어리 쓰기 귀찮아하는 내같은 스탈에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다이어리만 이렇게...이것도 탐욕이라!

그럼 소님 독서계획은 원래는 읽는대로 읽고 저 3권을 재독 아니면 Slow reading한다는 말인가요! ? 정말 로쟈님 말대로 직장 가지지 말고 알라딘에서 뭐 서포트해서 독서하고 글쓰고 그러는것도 좋으다...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1-02 23:27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그렇게 해줄리가 없지요ㅎㅎㅎ 로쟈님조차 그런 대접 못 받으실 텐데 syo놈이 뭐라곸ㅋㅋㅋㅋㅋㅋ

저 3권을 슬로우리딩하고 다른 책은 안 읽겠다는 말씀이긴 한데...... 험험..... 어찌될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2 23:40   좋아요 0 | URL
내 댓글 사라졌다!!!아...

syo 2019-01-02 23:41   좋아요 0 | URL
있는데요??

카알벨루치 2019-01-02 23:42   좋아요 0 | URL
두번째 댓글이 사라졌시요 ㅜㅜ다시 적어야 ㅜㅜ

카알벨루치 2019-01-02 23:43   좋아요 0 | URL
소님 도서관갈때 안대끼고 도서관가고 북플와서 피드숨기고 그러면 책들이 눈에 안 들어올까 다독가인 소님에게 3권만 그거 너무 심한대???ㅋㅋ

알라딘은 로쟈님이나 소님을 그렇게 부려먹는 독재자네! 그래서 로쟈님이 한번씩 문학기행을 탓하며 해외여행 가시나 바람쐬러? ㅋㅋ(이거 로쟈님 보시면 안되는디 ...쩝)

syo 2019-01-02 23:49   좋아요 0 | URL
사실 빌려오긴 10권 채워 빌렸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하겠다...

카알벨루치 2019-01-02 23:5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그냥 하는대로 하셔! 컬러티비 보다 흑백티비 볼순 없잖아 ㅎㅎ비유가 이상한가? ㅎ

syo 2019-01-02 23:53   좋아요 1 | URL
아니야ㅎㅎㅎㅎ 라디오 들을거에요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3 00:12   좋아요 1 | URL
라디오라면 존 치버의 <기괴한 라디오>를 들으시쇼님! ㅋ

syo 2019-01-03 09:46   좋아요 1 | URL
들으시쇼 재밌었닼ㅋㅋㅋ 인정!!

2019-01-02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2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9-01-03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선물 못받았지만 받으면 몽땅 내가 가지려고 했는데 딸내미들한테 나눠줘야하나 잠시 고민을... ㅎㅎ 온 다음에 보고 결정해야징.
그건 그렇고 syo 님이 한달에 세권만 읽으시겠다고요?? 어쩐지 알콜중독자 술병 숨기듯 책 읽고나서 숨기실 듯 ㅋ

syo 2019-01-03 09:4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 그러지 않아도 1월 들어 벌써 5권째 읽어버렸어요!! 망했어...

목나무 2019-01-0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셋이나 있다니 syo님은 멋진 남자입니다! ^^
글구 psyche님의 마지막 말씀에 저도 동감입니다. ㅋㅋㅋ

syo 2019-01-03 09:49   좋아요 0 | URL
알고보니 여자가 없어서 그렇지 더 있으면 그것도 또 사랑하는 난봉꾼일 수도 있잖아요!! 확인된 바가 없어서 아직 확신할 수가 없다 ㅋㅋㅋ
그리고 동감하신 그 말씀에는 사실 제가 제일 먼저 동감하고 있었어요......ㅜ

cyrus 2019-01-0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곰돌이 푸’ 디자인이 있는 굿즈를 만든다면 제 동생이 아주 좋아할 것입니다. 동생이 곰돌이 푸를 좋아하거든요. 저는 굿즈를 갖고 싶어서 책을 산 적은 없지만, 동생을 위해서라면 책을 살 수 있어요. ^^

syo 2019-01-03 13:49   좋아요 0 | URL
동생이 있으셨군요. 곰돌이 푸를 좋아하는.
알라딘이 얼른 이 사실을 알아야 할 텐데요.

stella.K 2019-01-0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물안궁 하시겠지만 앰블럼을 보니
스요님과 제가 대화를 본격적으로 댓글 튼게 작년 초더라구요.
그러니까 그 전 2년을 서로 알아도 모른 척 했다는 게
오늘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오네요.ㅋㅋㅋ

역시 안물안궁하시겠지만 올해 댓글왕 1,2위는 누가 될지
알 것도 같네요. 분명 저는 2위 자리 내놓을 것 같고,
그런 것에 초연한 사이러스도 위태위태할 것 같고,
모르긴 해도 카알님과 스요님이 1, 2위를 놓고 쟁탈전할 것 같다는.
볼만할 것 같습니다. 저는 떡이나 썰고, 고기나 구어야겠습니다.ㅋㅋ

syo 2019-01-03 13:52   좋아요 0 | URL
친구 추가가 안 되어 있었으니 서로가 쓴 글이 서로에게 배달이 안 되었을 거잖아요. 알아도 모른 척 했다기보다는 존재만 인식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ㅎㅎㅎㅎ

한 며칠 열심히 댓글을 다는 중인데, 어렵네요. 원래 주변머리가 없는 편이라....ㅠ

stella.K 2019-01-03 14:04   좋아요 1 | URL
주변머리가 없긴요. 이렇게 잔망스러운데.
근육이 붙으면 되요. 댓글 근육!
스요님은 할 수 있습니다. 홧팅!!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3 16:45   좋아요 2 | URL
난 글을 많이 쓰고 싶은데 요즘 댓글이 너무 많아진 듯 합니다 말이 넘치면 실수가 많은데...

독서괭 2019-01-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syche님의 “알콜중독자 술병 숨기듯”에 빵터졌네요 ㅋㅋ 근데 syo님은 술병숨기듯 숨겨두고 몰래몰래 읽어놓고는 결국에는 자백하실 듯요 ㅋㅋ

syo 2019-01-04 09:2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언제나 꿰뜛어 보시는 독서괭님...... 좀 무서운데?? ㅎㅎ

뒷북소녀 2019-01-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단락... 너무 귀엽고 예뻐요... 어쩜 이런 표현을 쓰시다뇨.^^

syo 2019-01-07 13:06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간만에 소소하게나마 다들 웃을 수 있는 순간이어서 제가 뿌듯했던 것 뿐인데요 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