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 싱크대 근처에서 쥐똥이 발견되어 엄마가 와들와들 공포에 떨고 있다. syo가 거대한 끈끈이 쥐덫을 사와 부엌에 깐다. 그리고 이튿날,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커다란 쥐 한 마리가 끈끈이의 한 복판에, 마치 거기서 돋아나기라도 한 양 떡하니 앉아있다. 그리고 헉, 우리는 눈이 마주친다. 쥐돌이가 화들짝 놀라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쉽지 않지. 끈끈이는 끈끈해서 끈끈이다. 하지만 쥐돌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온몸을 뒤척이며 어떻게든 끈끈이를 벗어나려 하는데, 급기야,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쥐돌이가 상-하체로 찢어진다...... syo도 놀랐지만 분리된 자신의 하반신을 바라보는 쥐돌이도 상당히 놀란 눈치다. syo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쥐돌이의 상 하체가 바들바들 진동하더니 이얍! 하는 소리와 함께, 쥐돌이의 상체 찢어진 부분에서 새로운 하체가, 하체 찢어진 부분에서 상체가 돋아난다! 두 마리가 된 쥐돌이가 휴우~하고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쥐돌이들은 다시 발버둥을 치는데, 그러다가 또 쩍! 이번에는 쥐덫 위에 두 개의 상체와 두 개의 하체가 놓여 있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들부들 이얍! 소리가 이어지고, 쥐돌이는 네 마리가 된다. 그리고 뭐, 그런 식이다. 쩍-부들부들-이얍-휴우-쩍-부들부들-이얍-휴우...... 그렇게 쥐돌이들이 한 사이클 당 두 배로 증식하는데, 그로부터 10분 후, 끈끈이 위에는 몇 마리의 쥐돌이가 있을까요? 하는 등비수열의 일반항 구하는 문제가 생각날 때쯤, 드디어 광활한 끈끈이가 쥐돌이로 모두 덮이고 말았다. 여기서 한 번 더 쩍-부들부들-이얍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그저 휴우-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끈끈이에서만 놓여 나면 당장이라도 syo를 덮쳐서 쩍! 하고 찢어놓을 기세다. 철근도 씹어먹을 것 같은 저 맹수의 앞니를 좀 보라지...... 그리고 그때, 다시 한 번 쩍! 하더니, 으아아아, 2의 n승 마리의 쥐돌이들이 또 일제히 부들부들을 시작하는데.....
해몽 : 읽을 책은 자꾸 늘어 가는데 읽을 시간은 자꾸 줄어든다.
181001 – 181015 : 20권




1.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
: 제목에서부터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몇 쪽을 읽었더니, 막강하다는 느낌이다. 과연, 예의 없는 새끼들에게 예의를 가르칠 땐 예의가 필요 없다는 것인가.
: 그렇지만 그런 말투가 시종일관 이어지는지라 50쪽쯤에서 식상해지기 시작하더니 거기서 100쪽을 더 읽었더니 이제는 보기도 싫어졌다. 내용 역시 윽박지르는 식이지 딱히 납득할만한 근거로 떠받치진 않았다. 그냥 다들 예의 갖추고 살아서 이런 책까지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 B급 철학
: 철학 강연 여러 편을 엮은 책이라 그런지, 강연자에 따라 재미나 난이도의 차이가 어지간하다. 아, 철학이 머릿속에 들어 있으면 만화/드라마/영화를 이렇게도 보게 되는구나, 하는 느낌은 든다. 과연 아는 것은 힘일까, 병일까?
3. 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 ‘청소년을 위한 고전’ 컨셉으로 발간되는 여러 시리즈 가운데, 이 시리즈를 제일 좋아한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도 좋지만, 그쪽은 이게 과연 청소년 읽으라고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책이 몇 권 있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쉽게 읽으라고 어려운 부분을 생략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고, 대신 분량을 많이 투여해 씹기 좋을 때까지 길고 우직한 설명을 곁들여준다는 데 있다.
: 이 책만 해도 그렇다. 예를 들어, 보통의 입문서 같았으면 소크라테스는 책을 남기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주로 플라톤의 저작 속에 등장하는 모습을 재료로 삼아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재구성한다, 하고 서술하고 말겠지만, 이 책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크세노폰, 아리스토파네스 등의 저작에 등장한 소크라테스의 면모를 비교 설명하고, 각 저작을 연구하는 학자들 간의 논쟁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언급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인다.
4. 숀 세이어즈의 플라톤 국가 해설
: 나쁜 책은 아니지만, 굳이 이걸 읽었어야 했을까?




5. 플라톤의 예술노트
6. 플라톤의 몸 이야기
: 5는 <국가>에서, 6은 <향연>과 <파이돈>에서 예술과 관련된 일부분을 발췌하여 약간의 설명을 곁들여 놓은 책이다. 책의 면적은 손바닥 두 개쯤 되고, 페이지는 각각 120, 150 쪽쯤 되는데, 앞부분 40페이지가 완전히 동일하다. 그리고 그 부분에 이 두 권 전체가 요약이 되어 있다. <국가>, <향연>, <파이돈>을 읽을 생각이라면 이 두 권은 ‘전혀’에 한없이 가깝도록 불필요한 책이다.
7. 철학의 고전들
: 10권의 고전을 골라 원전을 쉽게 재미있게 재구성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쓴)책이다. 화자를 바꾼다든지, 시점을 바꾼다든지, 가상 인물을 등장시켜 대화의 현장을 증언하게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조악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 그러나 확실히 재미는 없고, 어쩐지 별로 매력이 없다. 그냥 원전 읽고 말지-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게 과연 이 책의 단점일까, 아니면 거대한 장점일까?
8. 갱부
: 앞쪽 절반을 갱도까지 가는 길에서, 나머지 절반은 갱도 안에서 쓴다. 정말 거의 반반인데, 체감상, 앞쪽 절반을 따라가느라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다가, 뒤쪽 절반은 후루룩 마셔버렸다! 왜 소세키 선생님은 항상 전반전에 설렁설렁 뛰다가 후반만 되면 폭풍 드리블을 치는가.
: 재미있었냐고 물어오면 차마 너무 재미있었다고는 못하겠다. 주제가 뭐냐고 물어오면 내 주제에 차마 아는 척도 못하겠다.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와중에 서재친구 헤르메스님의 리뷰를 읽게 되었는데, 아 맞다, 그러고 보니 헤르메스는 신이었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지라, 불민한 syo는 그냥 여기서 찌그러지기로 한다.




9. 나를 부르는 숲
: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나면 나조차도 웃긴 놈이 될 수 있을 줄 알았지. 결국 웃은 놈만 되고 말았다. 언제나 나의 사랑 나의 빌 아저씨. 보고 싶은 엉클 빌, 하우 아유...... 아임 빠인 땡큐.....
10. 행복의 정복
: 표지만 봐도 부들부들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서양철학사>에 트라우마를 가진 syo가 어떻게 러셀빠가 될 수 있었는지, 지금은 그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지만, 하여튼 syo는 러셀의 글이 다 좋았다. 자서전 최고, 정치 이야기 최고, 종교 이야기 최고, 심지어 <행복의 정복>은 누가 봐도 자기계발 장르겠지만 어쨌든 이것도 최고. 자신을 지어 올리는 데 벽돌이나 철근, 시멘트로 사용한 작가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냉정하게 평가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11. 연애의 기억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이었다. 줄리언 반스의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를 읽으며, 무슨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어쨌든 꾸역꾸역 다 읽어냈다. 그리고 거울을 보았는데, 앗, 생각을 너무 했더니 호모 에렉투스가 되고 말았어! 뭐, 그런 기억이다.
: 그리고 그때까지는 분명히 아는 사람만 아는(우리나라에선) 작가였던 줄리언 반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널리 사랑받는 요즘에 이르기까지,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인지 syo는 줄리언 반스를 하나도 읽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다 건너뛰고 오늘날 이 책을 읽었다. 얘네가 왜 이러는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알쏭달쏭 했지만, 그렇게 책을 다 읽고 났더니, 앗, 이것 봐라,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네? 역시 사피엔스는 그냥 막 되는 것이 아니지.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되는 거라.
12.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 에세이겠거니 하고 열었는데 버젓한 실용서.
: <독서만담>의 후속작일 거라는 짐작은 알게 모르게 기대를 키우는데, 그러면 아마 다소의 실망이 따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독서만담>에게 배꼽을 사정없이 도난당한 기억과 작가의 드립력에 대한 존경어린 애정이 남아있으므로, 결론적으로 뭐, 그래도 역시 재미있었어요, 와 같은 희멀건 반응을 남길 수밖에...... 무려 박균호가 등판해도, 역시 실용서로 웃기는 데는 장르적(혹은 제도적) 한계가 있는 법인가 보다.




13.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아직 운동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 어서 시작해야 한다. 거창하게 마라톤이나 철인3종을 뛸 수는 없겠지만, 다리를 분주히 움직이는 일의 대차대조표가 아직 이득을 가리킬 때, 바로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14.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세계를 좁혀 한 평도 안 되는 요가 매트 위에 올려놓고, 곰곰이 요리조리 뜯어보고 뒤적거려 글을 만들었다. 작가라면 단 한 평의 영토를 글로 완전히 정복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세계는 그만큼 꺾기 어렵고 글 또한 길들이기가 만만치 않으므로, 작가의 처음은 그저 한 평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작가는 그 한 평의 땅에 수백만의 독자를 들여놓고 그들의 마음을 배불릴 수 있다. 아직 다 개간하지는 못하였겠으나, 첫 삽을 박아 넣고 자신의 영토를 선포한 어느 작가의 행보를 오래 지켜보게 되겠다.
15.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 아리스토텔레스가 뭐하는 놈인지 알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한데 어떻게 알아가야 될지조차 아직 잘 모르는 당신께 제일 처음 필요한 단 한권. 쉽고, 후려칠 건 과감하게 후려쳤다. 이 콘셉트, 이 설정으로 모두를 위한 칸트, 헤겔, 하이데거 뭐 이런 시리즈가 줄줄 이어졌으면 참 좋겠으나 저자는 금세기 벽두에 별세.
16. 전효진의 독하게 합격하는 방법
: 나는 왜 이렇게 느적느적 살고만 있을까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 이런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 24시간이 다 같은 24시간이 아니다. 자신의 밑둥까지 남김없이 태워 본 사람들은 좀 존경받아도 된다. 방향이나 목적지와 무관하게.




17.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 해몽보다 좋은 꿈이 있다. 꿈이 맑고 밝으면 그렇다. 기쁜 꿈이든 슬픈 꿈이든,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좋은 꿈이 있다. 시도 그렇다.
18. 정선
: 아직 내 눈이 닿지 않은 곳에, 꿋꿋이 자기의 글을, 좋은 글을 잘 쓰는 소설가와 시인들이 이렇게 많다. 눈을 더 크게 뜨고 많이 읽자.
19.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
: 짧은 데도 주술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 중언부언하며 분량 만들기. 정말 딱딱한 사실들, 그저 글자들의 나열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문장. 이걸 '문장' 또는 '문체'라 부르기도 뭐한 수준의 그야말로 의미 전달만을 위해 만들어진 개성 없는 책이 가져오는 체온 없음.
20.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번다한 마음이 글을 쓴다. 그 글을 번다한 마음으로 읽었을 때, 우리는 어디쯤에서 만난다. 몸과 몸으로 만나 온몸으로 상대를 더듬는 듯 나를 더듬는다. 번다하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이제는 누구에게든, 죽음보다 늦게 도착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