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비극 전집 어느 한 편

 

 

일개 병사들도 진급을 하려면 체력 검정을 통과해야 하는 선진 병영문화가 정착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체력 측정 날짜가 다가오면, 아이들은 무시로 팔을 굽혔다 펴느라, 눕힐 줄만 알았던 윗몸을 일으키느라, 하도 풀을 뽑아제껴 놔서 삭막하기 그지 없는 연병장을 휘휘 도느라, 전반적으로 난리도 아니었다. syo의 경우 다른 아이들보다 진급의 허들이 좀 낮았는데, 연로한 이들을 대접하는 유교적 미풍양속이 잘 버무려진, 역시 선진 병영문화 덕분이었다. 팔굽혀펴기도 윗몸일으키기도 한 두어 개씩 선심 쓰듯 빼주더구만. 그러나 3km뜀걸음에는 양보가 없었다. 그건 아마 체력이 소진되면 정신력으로라도 다리를 질질 끌고 이어갈 수 있는 이 종목의 특성상, 노병이 체력에서 밀릴지언정 저 새파란 것들보다 정신력에 우위가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닐까, 하고 늙은 syo는 혼자 생각해보았다.

 

실제로 그랬다. 젊은이들은 팔과 윗몸을 만드는 데 강철을 다 써버려서 하체와 폐는 아쉬운 대로 두부를 가지고 만들 수밖에 없었던 건지, 정말 기이하게 못 달렸다. syo는 어렵지 않게 2등으로 3km를 주파했고 1등 테이프를 끊은 아이는 취미가 복싱이었다. 3등 아이가 들어왔을 때 이미 syo의 호흡은 정돈이 되어 있었다. 뭐야, 이게 다야? 이런 예외적인 상황이 syo의 오만함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오만함은 언제나 단죄되는 법. 그런 이치를 우리는 고대 그리스 비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로소 syo포클레스 비극 전집에 수록될 비극, <무르피평생아프디푸스>의 막이 열린 것이다.

 

참 달리기 좋은 때, 철원에서는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이라는 행사가 열리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들어가면 안 되는 지옥의 문이었다. 그런데 웬걸, 처음 부대에 마라톤 참가 신청서가 도달했을 때, 이건 나의 비범함을 드러낼 수 있는 운명같은 기회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동기들을 모두 불러 앉힌 syo가 말했다. half. 동기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건 개소리. 정답은 5. 격론이 오갔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불만을 잔뜩 안고서 10km로 합의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syo는 동기들에게 목숨을 빚졌다. 마라톤은 무슨, 평생 달리기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는 놈이 half를 탐내다가 인생 half만 살고 그렇게 갈 뻔했지.

 

하여간, 큰 무리는 없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완주하고 말리라는 몹쓸 자존심을 지켜내느라 죽을동 살동 10km를 달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하루를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부터 오금이 아파 도저히 계단을 내려갈 수가 없는 것이다. 오르막은 문제없고 평지에서도 버틸 만한데, 내리막을 내려갈 수가 없으니 syo의 고도는 헬륨풍선 마냥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꾸자꾸 올라가기만 하는데......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군 병원은 쓰레기에 가깝고 일개 병사가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syo는 묵은지 묵히듯 무릎을 묵히게 되었다. 두어 달쯤 지나니 무릎이 아작아작 잘 익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4km 이상을 달리고 나면 다시 내리막지옥이 열렸다가 3일쯤 지나면 슬그머니 닫히는 인생을 살아오고 있다.

 

평소에는 안 아프니까 문제다. 병원에 가려면 일단 아파야 되잖아. 그래서 아프려고 굳이 새벽같이 일어나 6km를 달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팠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싶어서 아침나절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뛰지 마세요. 걸으면 되잖아요.” 랬다. 아니, 이 양반아, 그래도 되면 내가 병원에 안 왔지. 내가 여기 올려고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이 동네를 몇 바퀴를 돌았는데 의료전문가가 돼서 아침부터 그게 할 소리세요...... 4년 전, 파주 어느 로터리 근처의 병원이었음을 고발합니다.

 

그렇지만 요즘도 syo는 가끔 달린다. 달리는 일은 즐겁다. 힘들 때까지 달리지 못하는 구조라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재수가 좋으면 8km를 뛰어도 오금이 짱짱한데, 또 어떤 날은 3km 지점에서 벌써 신호가 오기도 한다. 그러면 축 늘어져 터덜터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지금도 어느 하늘 아래서 씽씽 달리고 있을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연수 같은 이름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루지 못할 것들을 잔뜩 모은 버킷 리스트를 생각한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그리고 겸사겸사 버킷 리스트의 다른 항목들도 생각하곤 한다. 테헤란로에 빌딩 올리기, 유시민 선생님과 시민호프에서 헌팅하기,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 개최....... 저게 버킷 리스트인지 버킷 미라클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이런 책을 읽는다. 표지부터 벌써 힘이 난다. 그리고 실패한 달리기를 짊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할 이름이 하나 늘었다.


 

 

 

-- 읽은 책들 --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박균호,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 읽는 책들 --



가쿠타 미쓰요,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모티머 J. 애들러,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이사라,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최진열, 헌법은 밥이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세상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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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1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1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10-1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르피평생아프디푸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릎 아프다는 데 나는 웃었어. 나 나쁜 사람이에요. 나랑 놀지말아요 이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syo 2018-10-11 16:47   좋아요 0 | URL
원래 타인의 비극이 내겐 좀 희극적이고 그런 법이지요.
저도 종종 그런데요 뭘. 계속 같이 놀아요.

비공개 2018-10-1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르피평생아프디푸스 ㅋㅋㅋㅋㅋ 22222222222 저도 너무 웃어서 반성 ㅠㅠ

syo 2018-10-11 16:48   좋아요 0 | URL
저도 제 무릎이 웃길 때가 많은데, 남들은 오죽하겠어요 ㅎㅎㅎ
저는 괜찮습니다. js님이 안 웃으신다고 안 아플 것도 아닌데요 뭘. ^-^

stella.K 2018-10-1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젊은 분에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더 나이들어 보십시오. 그 시절은 양반이었구나 할 때가 옵니다.
저는 항산화 비타민제를 가장한 관절약 먹고 산지 꽤 됩니다. 으흠~ㅠ

syo 2018-10-11 17:01   좋아요 0 | URL
저때 호기만 부리지 않았더라도 아직 괜찮았을텐데, 괜찮을 나인데.....
심지어 저 책의 저자는 마흔여섯에 마라톤 완주했거든요.

책읽는나무 2018-10-1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무르피평생아프디푸스를 너무 빨리 읽어 아프디푸스에 꽂혀 아주 심각하게 읽었네요.
저 철학가는 누구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그러면서~~쩝쩝
댓글들을 읽지 않았다면?? 아프디푸스의 궁금증을 줄곧 달고 살았을지도?ㅜㅜ
저는 저의 오독실력에 어이없어 헛웃음을ㅋㅋㅋ
아마도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에 넘 빠져 있는 후유증인가봐요!
또다른 역사가인줄 알았네요ㅋㅋㅋ

무릎 아끼셔야 할 듯 합니다.
의사는 아니지만...왠지 그러한 느낌이!!!^^
저는 무릎을 꿇으면 오른쪽 무릎이 좀 욱씬거리고 산을 타고 내려올때 무릎이 좀~~~그래서 무릎 안나가게 관리하는게 제일인가??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참 저도 얼마전 하지정맥 검사 받으러 가서 syo님처럼 비슷한 소릴 들었어요.제가 뛰니까 다리가 아프다니까 의사쌤!! 뛰지 말고 걸으라더군요ㅋㅋㅋ
속으론 응?? 했었는데 요새 안뛰고 하체운동을 안하니까 혈관이 좀 덜튀어나오는 것도 같고????
그래서 걷는게 답인가??그런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어쩌면 뛰지 말고 걸으라는 의사의 처방이 맞을지도 모릅니다ㅋㅋ

syo 2018-10-11 19: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혼란을 심어드려 죄송합니다.
무릎은 정말 애증의 부위군요. 나는 무릎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말하는 분을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하긴, 진짜 그렇다면 그게 뭐 딱히 말할 거리는 아니겠네요.
결코 뛰는 방법이 없으므로 걸어야만 하는 거라면 걷겠지만, 의사가 큰 고민 없는 표정으로 그냥 뛰지 말고 걸으라고 말하면, 네가 뭔데 내 달리기를 봉인하냐 싶은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지요 ㅎㅎㅎ

유부만두 2018-10-11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투런, 추천합니다~

syo 2018-10-11 21:59   좋아요 0 | URL
접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8-10-1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르피평생아푸디푸스 3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한데 어째요.
완전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10-11 22:02   좋아요 0 | URL
제 개그 코드는 어떻게 되먹은 걸까요.

아까 글을 쓰며 그 비극의 이름을 지었을 때, 이런 반응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좀 유치한가? 한참을 갸웃거리다가 ‘귀찮아서‘ 고치지 않고 그냥 올렸는데,

이렇게 여러분에게 ‘미안한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줄이야......

비로그인 2018-10-11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킷미라클 거 맘에 드네요!ㅋ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를 대비해 마르크스를 좀 읽어야 하려나 봅니다...ㅎㅎㅎ

syo 2018-10-11 22:04   좋아요 1 | URL
천천히 하셔요.
하루 한 자 읽는 속도로 <자본론> 3000쪽을 다 읽으실 때까지,
그 축제는 열리지 않고 idahofish님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0-1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같다...

syo 2018-10-12 02:0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는 4km밖에 못 뛰고 하루키는 제 10배를 뛰지요.

붕붕툐툐 2018-10-1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왠지 이 글을 읽으니, 마라톤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걸요!! 달리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다 멋져보여서 그런가? ㅋㅋ

syo 2018-10-12 13:55   좋아요 0 | URL
그러나 막상 제가 달리는 꼴을 보시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ㅎㅎㅎㅎㅎ

이하라 2018-10-12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릎이 나가 우리는 하던 이경규씨 나오는 광고가 생각나요. 평생 아프면 골치일텐데 웃음으로 승화시키셨네요^^

syo 2018-10-12 19:13   좋아요 0 | URL
승화를 시키려고 시킨 것은 아닌데 승화가 되고 말았군요.
것참 뜻대로 되지가 않네요 ㅎㅎㅎ
 

 

당신이 던진 말이라면 영원히 마실 수도 있겠습니다

 

 

1

 

한낮과 저녁이 다른 계절이다. 반바지를 주워 입고 개울가를 달리려 나섰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그냥 돌아서는 늦은 8. 돌아와 말없이 물을 끓이고 커피를 만들었다. 커피가 떨어져 간다.

 

쓴 커피는 못 마셨는데 당신이 타 주는 건 어쩐지 마시겠다는 말을, 돌아선 내게 던지듯이 툭 뱉어놓고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커피를 마셔주던 사람이 있었다. 아무 무게도 없는 그런 말들이 차곡차곡 마음의 곳간에 쌓이고, 그 말들의 무게로 어느 가을을 나는 살아냈다. 딴엔 그것을, 그것도 어엿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다정한 말을 모아 계절을 쓸어낼 줄 아는 것을, 그 마음을, 그리고 그 마음이 드러나는 형태를, 나는 한 점 의심 없이 그것들을 처음 만나는 사랑의 편린이라 믿었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므로. 그 가을 나는 수없이 많은 커피를 만들었고, 다시는 그 가을은, 그 가을과 같은 가을은 만나지 못했다. 만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삶의 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저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순간의 표정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그 표정을어떻게 말로 표현하나. (...) 어떻게 설명하나그냥 보여줄 수밖에그 남자의 뒷모습만을 하염없이 보여줄 수밖에.

신형철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2

 

열두 달을 바닥에 죽 늘어놓고 그 위로 바늘을 하나 떨어뜨렸을 때, 그 바늘이 가을에 가 꽂힐 확률은 시간이 쌓일수록 점점 낮아지고만 있다. 한때는 그 확률이 1/4이었다. 지금은 1/12쯤 되는 것 같다.

 

가을은 짧다. 짧아졌다.

 

하지만 가을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아서, 내가 앓기로 약속한 가을의 총량은 하나도 줄지 않았다. 그 말은 그러니까,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세 배의 밀도로 아프며 가을을 통과해야 한다는 말이 되고, 나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월에는 하루에 세 잔의 커피를 마시고, 여섯 개의 이름을 되짚고, 기억의 밑바닥을 긁어 아홉 개 정도의 사건을 되먹고 있다. 이것은, 세상과의 접점이 부족한 인간이 저를 키우기 위한 방편이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자리에 선 나무가 나이테를 만드는 방식이다. 재생-편집-수정-평가. 그리고 반복.



왕자가 겪는 슬픔을 다룬 구식의 비극이 현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왕자의 슬픔을 다루는 방식으로 평범한 개인들이 겪는 슬픔을 다룬다면그 느낌은 다를 것이다우리의 인생관이 타락했기 때문이 아니라우리의 인생관이 진보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이제 우리는 더 이상 특정한 개인들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바라보지 않으며그들만이 비극적 열정을 지닐 권리가 있고나머지 사람들은 그들 몇몇의 영광을 위하여 악착같이 일만 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버트런드 러셀행복의 정복

 


 

3

 

그렇지만 왜 하필 사람이고 사랑일까? 어째서 사람의 이름이고, 무엇 때문에 사랑의 사건일까? 다른 종류의 모든 후회가 쌓은 건물들은 이미 무너지고 바스라지고 흩어졌는데, 어째서 그것들은 끝내 남아있는 것일까?

 

멸망의 원인이 너무도 명백히 기록된 나라의 이야기는 계속 읽히지 않는다. 변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가을 밤하늘 별들의 배치처럼 모호하고 신비한 이야기는 영영 되풀이된다. 되풀이할 때마다 별자리가 다르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이 그렇고 사랑의 일이 또 그렇다. 아무리 되짚고 곱씹어도 정답을 찾을 길이 없는 말과 손길과 마음의 별자리, 가을마다 달라지는 이야기, 당신의 커피라면 먹겠다는 말과, 호로록 소리에서 시작되는, 다시는 만나지 못하겠지만 죽는 날까지 계속해서 다시 만나는,

 


사물이란한번 사라지면되돌릴 수가 없다이제 그는 그것을 알았다한번 날린 주먹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한번 뱉은 말은 도로 삼킬 수 없다아무것도 잃지 않은 듯아무 짓도 하지 않은 듯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그걸 다 잊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하지만 우리의 가장 깊은 핵은 잊지 않는다그 일로 우리가 영원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줄리언 반스연애의 기억

 

 

 

 

 

 

-- 읽은 책들 --



줄리언 반스, 연애의 기억

빌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 읽는 책들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아비에저 터커, 이럴 때 소크라테스라면

모티머 J. 애들러,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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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0-1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요님의 똥폼은 이 가을에 죽여줍니다.ㅠㅠㅋㅋ

syo 2018-10-10 16: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전 진짜 슬퍼서 그러는 건데 막 똥폼이라고 하기 있긔??

stella.K 2018-10-10 18:18   좋아요 1 | URL
학, 정말요? 이를 어쩌나.
그런 줄도 모르고...
스요님 마음도 몰라주는 제가 미워요.ㅠㅠㅠㅠㅋㅋ
 

 

137억년의 비고독

 

 

그 새벽 이리저리 뒤채는 당신의 몸을 살뜰히 짚어가며 나는 찾고 있었다. 어떤 흔적기관 같은 것들을.

 

그것은 어쩌면 백억 년 전쯤, 어느 뜨거운 별의 심장으로 내가 폭발하였을 때, 은하 반대편 또 다른 별의 표면에서 내가 텅 빈 우주로 터져나가는 모습을 응시하던 당신이 아- 탄식하듯 쏘아올린 한 알의 빛 알갱이 같은 것일 수 있다. 갓 태어나 흐물거리던 지구의 겉면을 식히기 위해 한 줄 빗방울로 내리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같은 자리에 떨어져 한 웅덩이 고인 물로 함께 뭉개지기를 바람과 구름에게 빌었던 길고 서늘한 내 기도 같은 것일 수 있다. 또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어느 대륙과 대륙 사이, 표면의 거친 파도 숨소리가 차츰 녹아들다 이윽고 한 마디 웅얼거림으로 슬쩍 들렸다 말았다 하는 깊고 무겁고 빛 없는 아랫물 속에서 헤엄치던 내가 무심코 할퀴고 지나가버린, 당신 지느러미의 십억 년 전 흉터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서로 다른 줄기에서 각자 열심히 자라나, 큰 바람이 불어주면 잠깐이라도 스칠 수 있을까 하여 십만 년을 마주보고 바람만 기다렸던 두 개의 우듬지 속, 애처로운 나이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크고 위대한 새가 양 날개를 펼치고 처음 날던 날, 나는 한쪽 날개의 깃털이 되고 당신은 반대쪽 날개의 깃털이 되어, 서로가 없이는 날 수 없지만 나는 동안은 결코 만날 수 없는 두 개의 조각이 되어 열심히 할퀴어댔던, 어느 키 작은 하늘의 날카롭게 베인 자국 같은 것을 찾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현재가 되어, 당신의 언니가 내 모교의 음악 선생이었다거나, 당신의 친한 친구가 나의 동창이었는데, 그는 나와는 친하지 않았지만 나와 친한 또 다른 누군가와 친했다거나, 그렇게 만나 어울렸던 무리 가운데 오직 나만 당신이 찻길 가까이에서 걷지 못하도록 당신과 찻길 사이에서 걸었다거나, 어느 날 내가 전한 안도현의 시가 당신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거나, 그 덕에 하루 종일 우울한 당신을 보며 덩달아 우울해진 스스로를 발견하고 내가 놀랐다거나, 당신의 언니 집과 우리 집이 가까웠으므로 그날의 술자리에 우리들 가운데 오직 나만이 나올 수 있었다거나, 당신이 울었다거나, 나도 울었다거나 하는 그 모든 것들을, 흔적이 되었든 흉터나 문신이 되었든, 어쨌든 그 안에서 어떤 뜻 같은 것을, 이유 같은 것을, 진부하게 말하자면 운명 같은 것들을, 나는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뒤채는 밤이면, 나는 끝없이 당신을 뒤적거려 그것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사실은 그런 것들이 없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우주는 137억 살과 138억 살 사이의 어디만큼 나이를 먹었고, 그 우주의 빽빽한 나이테를 뒤지는 데는 우주의 나이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정답이 나오건 말건, 나는 아무래도 우주의 나이만큼은 당신의 옆에 누워 보고, 듣고, 만지게 될 것 같다.

 

 


우리는 우리가 우연히 만드는 새로운 관계를 기존의 범주에 집어넣는 경향이 있다우리는 거기에서 일반적이거나 공통적인 것을 본다반면 당사자들은 개별적이고 자신들에게 특수한 것만 본다-느낀다우리는 말한다얼마나 뻔한가그들은 말한다얼마나 놀라운가!

줄리언 반스연애의 기억


모든 사람은 지금까지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사랑을 연주하기 위해 태어난다.

신용목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그때 애인의 시선이 생화 팔찌가 느슨하게 걸려 있는 내 왼쪽 팔목에 가닿는다그건 왠 꽃이냐고 묻는 듯한 의아한 눈빛이다나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팔찌를 애인의 손목으로 옮긴 다음선물입니다하고 능청을 떤다애인을 생각하면서 산 꽃은 아니지만사실 이건 꽃이라기보단 방향제에 가깝지만어쨌든 꽃은 꽃이니까.

 와오늘 이건 뭐... 완전히 룸서비스인데?

 애인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이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꽃향기를 확인한다그러고는 눈가에 주름이 가득해지는 특유의 눈웃음을 짓는다진심으로 기분이 좋을 때만 튀어나오는아마도 본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게 분명한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표정이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애인의 얼굴을 천천히 눈에 담는다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고피부는 푸석푸석하고눈가에는 눈곱이입가에는 음식 양념이 묻어 있지만그러니까 이보다 더 꾀죄죄할 수가 없고 이보다 더 생활적일 수가 없지만바로 이 장면을 만나려고 내가 방콕에 온 게 아닐까 싶다나는 환한 빛이 마음 한쪽을 간질이는 것 같은 지금 이 순간을 아주 오래도록 기억하리라 예감하면서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든다.

 오늘 점심은 이렇게 방 안에서 때운다.

김병운아무튼방콕


 

 

-- 읽은 책들 --


 

나쓰메 소세키, 갱부

서정욱, 철학의 고전들

박정자, 플라톤의 몸 이야기

박정자, 플라톤의 예술노트

 

 


-- 읽는 책들 --



빌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정재승, 열두 발자국

줄리언 반스, 연애의 기억

플라톤, 국가

버르런드 러셀, 나는 이렇게 철학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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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0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아무튼, 방콕 좋아요?

syo 2018-10-06 15:22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소소하고 달달한 것 같애

다락방 2018-10-06 15:23   좋아요 0 | URL
응 인용문 보니까 읽고싶어졌어요 :)
 

 

북북서로 진로를 돌리고 남쪽으로 튀어

 

1

 

낮이면 침대 머리 쪽 창으로 쨍하니 해가 든다. 엄마가 어디선가 대추를 잔뜩 주워오더니 그 볕에다 말린답시고 넓은 쟁반에 담아 창틀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대추를 잊었다. 간밤에 바람이 세게 일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바람을 타고 낙하한 특공대추들이 옆에서 떼로 자고 있었다. 장미꽃잎이 흩뿌려진 하얀 침대 위에서 순결하게 숙면을 취하는 동화나라 공주처럼, 대추에 둘러싸여 밤을 보냈던가. 게다가 이쪽저쪽 고약하게 뒤채며 잤더니 놈들의 상당수는 이미 엉덩이, 옆구리 등등의 습격에 으깨져 사경을 헤매고 있었는데, 그 덕에 알싸한 대추향이 온몸에 골고루 배었다. 잠자는 숲속의 syo는 대추왕자의 적극적이며 파멸적인 애무를 받고 마침내 삼계탕이 되어 눈을 뜬 것이다.

 

그래서인지 점심에는 삼계탕을 먹었다.

 

 

 

2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2층에 들러 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했다. 그리고 바로 3층 종합자료실에 올라가 다른 책들을 반납했다. 잠깐 신간 서가를 둘러보는데, 모퉁이를 돌다 어떤 할아버지와 살짝쿵 부딪혔다.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했더니 고개를 한 번 끄덕이시고는 syo를 물끄러미 바라보신다. 허허, 것 참, 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모퉁이를 돌아섰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아까 2층에서 책 반납할 때,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내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오시던 그 할아버지랑 되게 흡사하게 생겼는데? 흥미를 끄는 책이 없다 싶어서 다시 2층 종합자료실로 내려갔다. 슬쩍 좌석 쪽을 바라봤더니 아까 봤던 할아버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2층 할아버지와 3층 할아버지는 동일인물인 것인가. , 하고 마르크스 코너를 서성거리는데, 2층 할아버지와 동일인물인 3층 할아버지가 슬그머니 나타나더니 회계학 코너를 등지고 서서 은근슬쩍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그렇다면 이 할아버지는 2층 할아버지 3층 할아버지 도로 2층 할아버지라는 말인데, 아니 도대체 저 232 할아버지는 왜 그런 복잡한 할아버지가 되어야만 했던 거지? 설마, 나를? 아니면 혹시....... 대추를? 아까 부딪혔을 때 맡아버리신 걸까, 내 몸에 짙게 밴 대추의 붉고 달달한 피 냄새를?

 

232 할아버지의 유년 시절에 대추에 얽힌 아련한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할아버지의 거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수상했다. 의식하지 않은 척, 다시 3층으로 올라가 한국사(911) 코너에서 잠시 뭉개다 고개를 들었더니, 2323 할아버지는 동남아사(914) 코너에서 이런 저런 책을 뺐다 꽂았다 하며 슬금슬금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재빠르게 일본사(913)를 점령하고, 중국 7천년 역사(912....)를 역시 파죽지세로 제끼며 마침내 이쪽으로 육박하는데....... 대추 냄새 맡고 싶으시면 말씀을 하시지, 왜 꼭 이런 B급 공포영화 분위기를 조성하시나요, 라고 마음속으로만 외치고 나는 재빨리 100번 대 철학 코너로 퇴각했다.

 

무려 800을 건너뛰었으니, 설마 여기까지 쫓아오겠어? 하고 방만하게 생각했던 게 패착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책을 뒤적거리고 있었더니, 어느새 서가 반대쪽 끝에 나타난 2323 할아버지는 이제 아예 대놓고 옆에 서서 이 책 저 책을 괜히 만지고 계셨다. 에이, 좋다. 맡아요. 실컷 맡으시라구요, 라고 역시 마음속으로만 크게 외치고 syo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책이나 살펴보았다. 그러다 syo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시학>을 뽑아들었는데, 2323 할아버지가 슥 보더니 핏 웃으며(분명 웃었어. 핏 그랬다고! 내가 들었어!) 니체의 <차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뽑아 드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괜히 그 책을 펼쳐서 보는 척 꼼짝 않고 서서는 힐끗힐끗 다시 syo를 보는 2323 할아버지. syo가 다시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의 기원>을 꺼냈더니, 2323 할아버지, 보던 책을 탁 덮어 옆구리에 끼우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책 한 권을 슥 빼면서 헛기침을 헴, 하시는데(분명 여길 보라고 낸 헛기침이었다니까!) 봤더니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꺼내고 계신 것이다. 그제야 syo는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저 할아버지가 지금 syo에게 무슨 게임을 제안하고 있는지를. 이건 대추의 문제가 아니라 대출의 문제라는 것을.

 

공방공방



질 수야 없지. syo가 스피노자의 <에티카>(집에 있다)를 꺼낸다. 그걸 본 할아버지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를 꺼낸다. 뒤이어 syo가 후설의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1>(역시 집에 있다)로 공격을 걸었더니, 할아버지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으로 받아친다. 만만치가 않다. syo가 헤겔의 <정신현상학>(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이었는데)으로 밭다리를 걸자, 할아버지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안티 오이디푸스>로 되친다!



다시 공방공방공방



그저 잠깐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syo의 손에는 이렇게 읽지도 않을(못할) 책들이 잔뜩 들려 있었다. 그러나 그건 적도 마찬가지. 허접이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상대방이 허접이라는 사실을. 저 할아버지도, 분명히 저거 다 못 읽는다. 할아버지도 지금 되게 복잡한 표정이다. 이거 다 읽을 생각 없다. 그냥 여기서 하하하 웃으며 다시 조신하게 모든 책들을 꽂아놓을 수도 있다. 물론 당신이 먼저 꽂아 놓는다면! 그러나 할아버지는 먼저 수건을 던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syo가 이 책을 다 내려놓기만 하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도 이 책을 다 내려놓고 유유히 자리를 뜰 것이라고 그의 눈은 명백하게 말하는 중이었다그 사실을 감지하자 갑자기 빡쳤다. 그렇단 말이지?

 

syo가 보무도 당당하게 자동 대출기 쪽으로 다가갔다. 2323 할아버지가 뒤따라왔다. syo가 책을 대출했다. 2323 할아버지는 사서에게 대출을 요청했다. syo가 책을 가방에 전부 집어넣었다. 2323 할아버지의 대출은 아직 처리 중이다. syo3층을 나왔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나타나기 전에 2층에서 책을 죄다 반납했다! 그리고는 잠깐 좌석에 앉아 출입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2323 할아버지가 3층에서 대출한 책을 들고 2층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찾듯 두리번거리셨고, syo와 눈이 마주쳤다. syo가 자리에서 일어나 할아버지께로 다가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저쪽에 앉아서 읽으세요. 그리고 syo는 그길로 도서관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3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오며 생각했다. 어쩌면 23232 할아버지는 그냥 syo와 놀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었는데. 청년이 평일 낮에 도서관에 오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심지어 그 청년이 몸에서 대추 냄새까지 나는 청년이라니, 호기심이 생겼을 수도 있지. 그래서 그 청년은 뭘 읽는가 싶어서 들키지 않고 조용히(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훔쳐봤더니, 또 내가 좋아하는 철학책을 읽는 거라, 아니, 평일 낮에 도서관에 와서 철학책 읽는 대추냄새 나는 청년이라니, 하고 할아버지는 어쩐지 syo가 대견했을 수도 있지. 그래서 조금 장난을 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정말 그 책들을 같이 읽고 싶으셨을 수도(그러나 전 아닙니다) 있지. 근데 니가 그걸 저렇게......

 

, 하고 웃지만 않으셨어도 좋았을 텐데요......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자. 모르는 이에게도.

 

 

 

 

읽은 책들



김불꽃,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

한길석 외, B급 철학

이한규, 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숀 세이어즈, 숀 세이어즈의 플라톤 국가 해설

 



읽는 책들



박정자, 플라톤의 예술노트

빌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줄리언 반스, 연애의 기억

정재승, 열두 발자국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서정욱, 철학의 고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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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0-04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추의 문제가 아니고 대출의 문제였던 것이었습니다!!!! ㅎㅎ 2층에 가서 다시 반납했다 이거 완전 쫓고 쫓기는 액션스릴러물~

syo 2018-10-04 21: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도서관에 가면 재미난 일이 종종 생기더라구요. 도서관 체질인가보다ㅎ

psyche 2018-10-0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층에서 내려와 2층에서 반납했다는 말에 풋,하고 웃었네요.
사실은 푸하하 하고 웃었습니다...할아버지 책이 무거우셨을텐데 쇼님 가신 후에 반납하셨겠죠?

syo 2018-10-05 01:15   좋아요 0 | URL
아마두요? ㅎㅎㅎ 어쩌면 할아버지도 제가 사라지고 나서 굉장히 안심했을 수도....
정말 괜한 기싸움이었던 거였으면 좋겠습니다 ㅎ

다락방 2018-10-0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B급 철학] 어때요?

2. 삼계탕 먹고싶다...

syo 2018-10-05 09:36   좋아요 0 | URL
1. 삼계탕이 좋습니다.
2. 이하동문.

목나무 2018-10-05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두 도서관에서 이런 게임해보고싶다~~~~~~를 외치게 되는 사랑스런 에피소드입니다 ㅎㅎ

syo 2018-10-05 09:37   좋아요 0 | URL
전 괜히 찔리더라구요. 할아버지는 진심이었을까봐.... ㅎㅎㅎㅎㅎㅎ

비공개 2018-10-0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 짜릿한 재미를 느끼며 읽었습니다 ^^ 대추먹고 싶네요...

syo 2018-10-05 10:12   좋아요 0 | URL
막상 전 삼계탕에서 대추를 걷어내고 먹는 스타일이라는..... ㅎㅎㅎ

레삭매냐 2018-10-0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님의 글에서 예전에 제가 알던 분의
향기가 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분은 지금 소설가가 되셨죠.

syo 2018-10-05 11:04   좋아요 0 | URL
아니 제 글에서 말입니까? ㅎㅎㅎ

정말 그렇다면 그 분의 ‘향기‘까지는 아니고 ‘냄새‘ 혹은 ‘낌새‘ 정도가 아닐까요ㅎㅎㅎ

cyrus 2018-10-0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도서관에 가면 꾀죄죄한 복장에, 얼빠진 표정을 지으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요. syo님도 알다시피 중앙도서관에는 종종 이상한(?) 사람들이 돌아다녀요. 알 수 없는 말로 혼잣말하면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일부러 피하면서 다녀요.. ^^;;

syo 2018-10-05 13:53   좋아요 0 | URL
도서관은 참 아이러닉한 공간이죠? 이성과 광기가 공존하는 ㅎㅎㅎㅎㅎ 저도 도서관에만 가면 평소보다 조금은 더 미친 놈이 되는 것 같거든요 ^-^

stella.K 2018-10-05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단편 소설 같군요. 역시...!

엉뚱하게 스요님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책 제목만 가지고도
단편 소설을 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요.ㅋㅋ

syo 2018-10-05 16:38   좋아요 1 | URL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노래방 책을 뒤적거리면서 노래 제목만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근데 그러고 얼마 안 있자 그 비슷한 컨셉의 노래가 나오더라구요.
에픽하이의 선곡표였나? 뭐 그런 이름의 노래였는데 ㅎ

2018-10-05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5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덴마크 2018-10-09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예절 책소개에 들어갔다가 23232 할아버지 이야기 너무 재미나게 읽고 인사드리고 갑니다! 23232 할아버지는 친구를 찾고계셨을 것 같은 아쉬움이.. 독자로서 진하게 남네요 23232 할아버지와 스요님과의 대화가 책으로 나왔다면! +_+

syo 2018-10-09 08:4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덴마크님^-^
이런, 막상 책 정보는 1도 없는 긴 글 읽게 해드려서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그 책은 사실 그다지 추천할 만하지 않습니다 ㅎㅎㅎ

독서괭 2018-10-0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아무튼, 입문서보다 아무튼, 도서관 쓰셔야겠어요ㅋ 사실 별거 아닐 수 있는 일도 이렇게 재미나게 쓰시다니~^^

syo 2018-10-09 22:28   좋아요 0 | URL
도서관은 정말 보물창고네요 ㅎㅎㅎㅎㅎ 가도가도 새로운 유형의 유쾌한 인물들이 자꾸 등장한다!

가왕 2019-02-22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모 루덴스‘라는 책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ㅎㅎ

syo 2019-02-22 09:07   좋아요 0 | URL
그분께도 호모 루덴스적 상황이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ㅎㅎㅎ
 

 

어쩌면 이것은 저주일지도 모른다.

 

syo는 분명 좋아서 추천했는데, 흥분하여 추천했는데, 하필 그 책이 당신에게 별로라면, 우리 관계는 애절한 불편함 속에 빠진다. 저쪽에서는 시무룩한 syo의 표정에 애써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니, 나쁘다는 게 아니라, 좋지, 좋은데, ..... 나하고는...... 아냐, 좋다니까, 좋은 글이야. 잘 썼어. 그럼 이쪽에서는 또 그 구슬픈 노력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나서 그렇지, , 당연하지, 읽는 사람에 따라 그럴 수 있지, 괜찮아, 허허허...... 하며 또 손사래를 친다. 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보는 이들은 저기 앉은 두 사람은 대체 왜 저렇게 서로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또 쉴 새 없이 흔들고 있는가 의아해지는 것이다. ‘방갑습니다, 고갱님대결중인가?

 

정반대로, 읽어보니 별로여서 아 참 별로네요, 라고 써 올린 다음 검색을 때려봤는데,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좋아요 합창곡을 부르고 있을 때 역시 난감하다. 도대체 내게 안목이란 게 있는 것인가 하는 시름에 젖은 채, 안목 없는 사람들이 고른다는 맥주를, 안목 없는 안주를 곁들여 마시게 된다. 참 안목 없는 음악이 배경에 깔리는데, 알고 봤더니 그건 또 어느 안목 없는 드라마의 메인 OST였......

 

syo에게 뽐뿌 받아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났더니 내가 저 오랑캐 같은 놈에게 낚시를 당했구나 하는 사실 말고는 당최 얻은 게 없는, 그런 구슬프고 억울한 일을 한 번이라도 당해 보신 이웃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안목이 없어서 면목이 없습니다......

 

오늘의 기록 역시 어떤 형태로든 낚시는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180919 180930 : 30


 

1.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 그는 syo의 마음속에서 가장 큰 낙차를 자랑하는 작가이다. 한때는 물불 안 가리고 좋아했으나 이제는 물인지 불인지 가리게 된다. 물도 좋고 불도 좋지만 물불일 때만큼 좋지는 않다. 그저 계속 읽었을 뿐인데 그냥 이렇게 되다니 신기하다.

: 그를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책이다. 그의 책을 읽지 않았거나 읽었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고만고만한 책이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지만 그의 인생에 관심을 가질 정도는 아닌 이들을, 그야말로 인간 하루키에 입덕할 수도, 완전히 관심을 끊을 수도 있는 경계지점에 서게 하는 책이다.

 

2.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 딜레마는, 공산당 선언은 자체 그렇게 어려운 텍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관계생산력등을 비롯해 채 10개가 되지 않는 개념만 정립하면 굳이 원숭이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혼자 순풍순풍 읽어낼 수 있는 책이 공산당 선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과잉친절인가?

: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임승수 선생님의 필력은 쉬운 것을 더 쉽게 설명하는 데서 빛이 난다. 아직 공산당 선언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하신 분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무리 없이 원전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3. 루소가 권하는 인간다운 삶

: 이 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루소가 인간다운 삶을 권할만한 자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자연 좋지. 이랬는데,

 

4. 루소의 개

: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자, 위의 책은 루소가 권하는 게 아니라 저자가 루소에게서 인간다운 삶을 열심히 뽑아낸 결과물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위의 책은 가치가 있다.

: 루소의 개(같은 성격)와 루소의 개(같은 적들).

 



5. 악스

: 100만 년 만에 읽은 이사카 고타로는 100만 년 전의 그 바로 그 사람이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너무 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 큰 이야기가 찾아와도 자신이 완전히 다룰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이야기를 눕혀 다루는 사람. 착한 글을 쓰는 사람.

 

6. 고전으로 철학하기

: 계속 지금처럼 읽어도 되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경험은 독서하는 사람에게 불편한 동시에 소중하다. 그런 경험은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읽는 이를 만났을 때도 찾아오지만, 비슷한 방식인 것 같은데도 훨씬 더 잘 읽는 이를 만났을 때 성큼 다가온다. 그래서 책 읽은 책은 내용이나 저자의 관점과 무관하게 독자가 읽는 방향을 바꾸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읽는다는 게 이렇게 오묘하고 멀리 있다.

 

7. 자본론을 읽다

: 양자오잖아.

: 양자오라니까?

 

8. 묵자를 읽다

: 양자온데..........

: 양자오가?

 




9. 리바이어던

: 별로 입문서 아닌 것 같아. 요약서인 것 같아.

: 그리고 그 둘에는 큰 차이가 있다.

 

10. 밤이 아홉이라도

: 이 시리즈의 장점은 신박하다는 데 있다. 설정들이 때론 기묘하고 때론 기괴하다. 지금 다섯 권을 읽었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이 으뜸이다. 감정 증명서, 감정 진단, 보호관찰대상자, 이런 컨셉은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 같지만, , 그 설정이 재개발 단지 철거용역과 합쳐진다면, 그래도 식상하기만 할까?

 

11. 무엇이든 쓰게 된다

: 납득할 수 있는 글쓰기론은 오히려 태도론밖에 없다는 사실은 syo가 항상 겪는 아이러니다. 태도야말로 누군가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영역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쓰려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태도는 분명히 있고, 강조와 강요 사이의 어느 지점까지 그 태도를 밀어붙이는 책이 독자에겐 의외로 현실적인 힘이 된다. 실제로 글쓰기 책을 읽는 독자가 무언가를 얻는 대목은 짧은 문장을 쓰시오, 형용사를 줄이시오, 이런 데가 아니라 그저 오늘도 쓰시오를 다양한 목소리로 변용한 자리일 때가 많다. 맞다. 쓰는 사람은 오늘도 써야 한다. 무엇이든 써야 쓰게 된다.

 

12,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비와 바람으로 빚은 시집. 그러므로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시집.

 



13. 생활의 사상

: ‘생활사상이 몇 대 몇이어야 좋은 책일까. 이름은 이렇지만 사상이 생활을 누르는 느낌의 책이다. ‘생활의 사상을 지나쳐 사상의 생활에 도달하기 전의 어느 지점에 책이 있다.

: 그럼에도 분명히 근거지가 생활이어야 사상이 아름답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생활과 사상을 버무리는 능력은 생활도 사상도 부단히 경작해야만 수확할 수 있는 귀한 힘이다. 균형은 뒤에 맞출 일이다. 일단 나는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읽어야겠다.

 

14. 서재를 떠나보내며

: 망구엘 선생님은 갈수록 추상적인 이야기를 즐기는 것 같다. syo가 또 추상적인 이야기에 환장하긴 하는데, 그것도 정도가 있지, 플라톤의 이데아급 추상화가 이루어지면 갑자기 흥미가 뚝 떨어진다. syo는 어쩐지 남 일 같아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내 일인지 남 일인지 알쏭달쏭한 경우에는 좀 어렵다. 그 골짜기에 이 책이 빠져있다.

: 이게 다, syo에게 서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그렇다. 책에 대한 애착이 없어......

 

15.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

: 새로 나온 마르크스 입문서인가 하고 빌렸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흥미로운 책이었다.

: 예를 들어, “친구 놈이 저더러 자꾸 돼지라고 놀리는데, 그게 도대체 제 놈 새끼랑 무슨 상관이죠?“ 라는 질문을 카페 게시판에 올리는 거다. 그러면 철학자들이 최대한 어렵게 생각하고 최대한 어렵게 책 쓰느라 바쁜 와중에도 친히 게시물을 열람하시고는, 질문자가 직면한 문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철학 속에서 끄집어 내 댓글로 달아 준다. 읽기 쉽게 달아준다. 쉬운 대답으로 질문자를 속여 어렵게 써놓은 제 책 팔아먹으려고. 이 책은 그런 질문과 대답을 모아놓은 책이다.

 

16. 서밍 업

: 젊어 이름 드날렸고, 이제는 돌아이와 꼰대 사이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어느 매우 똑똑한 인간의 일갈.

 



17. 정치철학

: 가르쳐 주는 것 같으면서, 실제로는 질문을 하는 책이다.

: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지금 물어 본 거, 그 답은 어쩌면 이런이런 책에 있을지도 모르지. 그 책에는 요런요런 내용이 있어. 어때 감이 와? 네가 찾는 답이 그 책에 있을까 없을까? 아직 모르겠어? , 그럼, 읽어.

: 하여, 플라톤을 읽기 시작했다. 엄청난 정말 뽐뿌 아닌가?


18. 있으려나 서점

: 젠장, 당했다. 내 심장 고쳐 놔......

: 고양이 그림책도 귀여워 죽겠는데, 고양이보다 더 좋아하는 그림책을 이렇게 자꾸 이렇게 그리면 사랑합니다.

 

19.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국가

: 플라톤이라는 거친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해변에서 열심히 몸에 물 바르는 중이다.

: 돌이켜보면, 기어코 몸에 물만 묻히다 날은 저물고 결국 짠물에 혀 한 번 못 대본 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던 경험이 무진장 많다. 내 기필코 이번만은 꼭 입수에 성공하리라아아아아~

 

20. 대화편 : 플라톤의 국가란 무엇인가

: ~아아아아아..... 그래도 물은 오래오래 꼼꼼하게 묻혀야지. 심장 부위를 중심으로다가. 바다가 많이 추워.

 



21. 고백, 손짓, 연결

: 웹툰이 분석의 대상이 되는 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도, 이제 대세는 웹툰이여, 웹툰이란 이런 이런 특성이 있지, 하는 식의 총론적 관점이 탑재된 책은 있었으나, 이렇게 작품 단위의 각론 분석이 이루어지는 책은 요즘 들어 생겨나는 추세인 듯하다.

: 뭐가 됐든, 읽을 게 자꾸자꾸 늘어나는 사태는 약간쯤 애증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휴. 인생 참 짧아.

 

22. 만든 눈물 참은 눈물

: 이승우를 제외한 모든 한국 소설가들에게 냉정하다고 자평하신 어떤 저명한 알라디너께 이 책에 대한 소감도 여쭤보고 싶다. 왜냐하면, syo에겐 정말 별로여서.

: 이승우 같은 거장급 소설가에게 갖다 대기 좀 어색하지만, 김동식이라는 소설가가 있다. 김동식도 이 책처럼 단편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책을 냈는데, 작품을 쓰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글을 배운 작가라 그의 책은 늘 문장이 아쉽다. 그러나 컨텐츠는 엄청 기발함. 이 책에서 정 반대의 느낌을 받았다. 문장이야 syo가 논할 자격도 없을 정도지만, 김동식에 비하면 내용이...... 그래서 다 섞어서 판단하건대, syo의 채점표로는 김동식의 아슬아슬한 판정승.

: 그림이 없었다면, 아마 아슬아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23. 루소와 볼테르

: 어쩐 일인지 이 시리즈는 정말, 아무도 읽지 않는 느낌이다. syo말고는 딱 한 분이, 그것도 출판된지 반년이 지난 시점에 짧은 평을 남긴 게 전부다. 전작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역시 현재 알라딘에서 누구도 읽었어요에 체크하지 않았다. 작년 5, 읽은 책 목록을 초기화하기 전에는 syo 혼자 읽은 상태였는데...... 불쌍한 책들이다.

: 이 책도 전작처럼, 타이틀에 이름을 올린 두 명의 철학자와 몇 명의 다른 철학자를 특정 장소에 모아놓고 토론을 시키는 콘셉트로 구성되어있다. 저자 강대석 선생님의 주관이 적잖게 들어있긴 해도, 책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읽힌다. 특히 전작의 경우, 포이어바흐에 관한 입문서가 없다시피 하다는 걸 고려하면, 도대체 이 책이 불쌍한 건지 포이어바흐가 불쌍한 건지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 강대석 선생님이 절대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24. 역사의 역사

: 마주치면 황송해 죽을 것 같은 사람은 딱 한 명 유시민 선생님 밖에 없는 남자, 그게 바로 syo. syo의 인생에서 여친, 치킨, 유시민을 뺀다면, 그건 아마도 앙꼬 없는 앙꼬, 이빨 빠진 이빨, 콜라 빠진 콜라가 아닐까? 그러니까 nothing.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별로였다는 사실을 고백하려니까, 얼마나 괴롭겠어.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걸 알아챘을 때, 그 사실이 무엇을 부정하는지 깨달았을 때, 어땠겠어. 엄마가 정성껏 길러놨더니, 내 새끼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길러놨더니, 아들놈이 기껏해야 syo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땠겠어......

: 물론 좋은 책이다. 그러나 syo가 유시민 선생님께 기대하는 바가 그저 좋은 것을 넘어섰으니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 <역사의 역사>가 소개하는 책 가운데 절반 정도를 읽은 경험이 있다. 그저 그런 책들도 있었고,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도 있다. <역사의 역사>는 그저 그랬던 책을 다시 읽게끔 의욕을 불어넣지도 못했고, 좋았던 책에서 받았던 감동을 뛰어넘는 뭔가를 가져다주지도 못했다. 결국 <역사의 역사>를 덮고 다시 그 책들을 읽으면, 별로였던 책들은 여전히 별로고, 좋았던 책들은 다시 좋을 것이다. 변화가 있다면 그건 그동안 내가 변하였기 때문이겠고, 이 책 때문은 아닐 것 같다.

 



25. 여름, 스피드

: 이것도 syo에겐 문제작이다. <역사의 역사>는 압도적 다수가 좋다좋다 하는데 syo만 별로인 쪽이었다면, 이 책은 syo가 좋아 죽겠다는 심정으로 별 다섯 개를 때렸건만 다수로부터 세 개도 과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 결이 얼마나 맞느냐의 문제인 듯하다. syo는 이 작가의 문장에도, 경험에도, 그리고 경험과 문장의 애절한 결합에도 모두 결이 맞아 있다. 내 문장이 가야할 방향의 다음 단계(혹은 다다음, 다다다다다다다음 단계)를 이 책에서 본다. 내가 뭘 쓰겠다는 건 아니지만. 결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는 것은 그만큼 선명하다는 이야기다. 선명한 책은 그 가치의 높낮이와 무관하게 존재할 기초적 명분을 가진다.

: 이 책이 우리 문학 판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할지, 혹은 자리해야 할지 syo는 모른다. 단지 syo의 인생에서 이 순간, 이 책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는 선명하게 안다.


26. 존재의 제자리 찾기

: 현상학에 대한 폭넓은 개론서

: 근데 폭을 너무 넓혀놔서, 조금이라도 현상학 비스무리 한 사고를 한 철학자들은 최대한 책에 실어보려 하신 것도 같다. 그러다보니 되려, 이런 저런 철학자는 알게 되었으나 현상학 그건 뭔가 싶다.

 

27. 로지코믹스

: 수많은 천재天才들이 서로의 천재를 경쟁하는 황금시절에 대한 책은 불같은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그 흥미에 등 떠밀려 막상 책을 펼쳐보면, 이 천재들이 왜 천재인지도 모를 만큼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스스로의 범재凡才를 깨닫고 우울한 마음으로 중도포기를 선언하는 일이 많다. 심지어 만화에서도. 오히려 만화에서 그런 치욕을 당하면 그야말로 나란 인간은 구제불능의 똥멍청이가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틀렸다! 틀렸어요! 그건 만화를 만든 놈들이 깝친 겁니다. 만화를 만화처럼 그리지 않고 끝까지 자기네 자존심을 세운 거예요. 최악의 만화는 만화인 듯 만화 아닌 만화 같은 만화입니다! 그게 다 자기네들 역량 부족인 걸 모르고, 독자를 자괴감의 수렁으로 몰고 가는 나쁜 놈들!

: 이 책은 그 나쁜 놈들과 관계없는 책입니다,

: 라고 쓰려고 했는데, 이것도 오만이 아닐까 싶다. 이과 나오고 공대 나와서 자연스레 읽어진 건데 말이지. 솔직히 학부 때 도서관에서 프레게 책, 러셀 책, 비트겐슈타인 책 읽어 보겠다고 끙끙거린 적도 있다. 물론 백전백패였으나, 이 책을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읽어 낼 만큼의 기본 지식은 syo에게 이미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 그러므로 함부로 추천하기 어렵겠다. 그럼에도, 사실 책 속의 천재들이 지껄이는 말 자체는 그다지 이해할 필요가 없다. 논리와 이성의 화신일 것 같은 그들이 각각 품고 살아가는 광기와 감정의 요동 같은데 주목하여 읽는 것이, 이 책의 저자들이 의도한 바인 것 같다. 또 광기와 감정하면, syo가 전문인데!

 

28. 국가를 생각하다

: 두세 군데 고등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였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하고 대답을 받아 책 앞쪽에 실어 놓았다. 책 전체 분량의 1/10에도 못 미치는 분량이지만, 거기야말로 이 책의 가장 좋은 부분,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난 이 아이들이 이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자랐으면 좋겠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이 나라가 결코 허락하지 않겠지만.

: 그리고 좋은 나라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이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은 마음을 오롯이 품고 자랄 수 있는, 최소한 그 정도의 나라는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아야 한다.

 




29.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 긴 글 쓰는 장소 아니니까, 그리고 긴 글 쓸 만한 책도 아니니까 표지의 딱 한 줄만 까보겠다. ‘서른 살 고시 5수생을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기적의 습관!’

: 우선, 작가는 서른 살에 5수 낙방한 고시를 접고,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마흔, 그때부터 책을 다시읽기 시작했다고 서술한다. 물론 그간에도 책은 읽었으나, 작가 스스로 그렇게 읽은 건 읽은 게 아니라고 강력 주장하니까 실제로는 서른 살 고시 5수생이 아니라 마흔 살 직장인을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것이다. 서른 살 고시 5수 한 게 거짓말도 아닌데, 큰 차이 있냐고 하신다면, ‘세 살 한글도 못 읽는 유아를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기적의 습관!’ 이라는 타이틀로 교체하시는 것을 권해본다. 어차피 세 살 때 한글 못 읽은 게 거짓말도 아니니까.

: 저자는 책을 읽는 내내 목적 있는 독서’, ‘성과 있는 독서를 주장한다. 그 목적과 성과가 10만부 책팔이가 되는 거라면, 나는 책을 읽고 싶지가 않다. 이 책은 나처럼 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책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된 사람은 최초로 그 말을 한 사람, 단 한명 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되도록 십시일반 돕느라 그 책을 소비했을 뿐이다.

 

30.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 소소하지만 다 맞는 이야기다. 다 맞는 이야기지만 소소하다...... 이 정도가 syo가 할 수 있는 평의 끝인 것 같다.

: 이 책에서 도움을 얻는 사람이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내 글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났다라고 할 정도의 감동과 유익을 얻은 사람이라면, 말씀드리는데, 그 기분은 당신이 원하는 에세이를 쓰기에 당신은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가 깝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당신도 시간이 지나면 동의하시게 될 거예요. 이 책에서 얻은 게 거의 없구나, 생각할 만큼은 알고 또 그만큼은 잘 쓰는 사람에게도, 멋진 에세이를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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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01 13: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승우의 [만든 눈물 참은 눈물]을 아직도 안사고 있는데, 왜냐하면, 저게 어쩐지 별로일 것 같아서에요. 그림과 섞인 글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걸 아는 순간부터, ‘이건 내가 아는 이승우랑은 다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버려서.... 그래서 이승우인데도!! 아직도 안사고 있습니다..........

쇼님의 이 페이퍼 30 번 감상을 보고나니까 생각난건데요,

제가 젊은 시절에 알고 지낸 남자가 자신도 독서를 좋아한다면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아주 감명깊게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책 읽고 회사를 관뒀대요. 저는 그 남자를 딱히 좋아하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아니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누군가를 회사를 그만두게 만들까.. 싶어서 며칠 뒤에 서점을 찾았지요. 서점에 가 그 책을 보니 얇더라고요. 그래서 서점에 서서 다 읽었는데 말입니다, 다 읽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 책을 읽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라면 사귀지 말아야겠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네, 뭐 그렇습니다.

syo 2018-10-01 13: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친구 놈도 그 책을 읽고 뭔가 엄청 감명받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요. 좋은 책인가본데? 하고는 안 읽었습니다. 전 누구 인생 바꿀만큼 좋은 책 같은 건 안 읽는 반골빨강둥이였거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뭐 그렇습니다.

목나무 2018-10-0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 포스팅에서 29와 30 둘 책 중 어떤 게 쓰레기이고 양서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해결되었습니다. ㅋㅋ

syo 2018-10-01 15:0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차! ㅋㅋㅋ

2018-10-01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1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8-10-0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번의 종류가 한때 유행한 건 압니다 일년 에 천 권을 읽었다던 거시기 ㅎㅎ

syo 2018-10-01 15:05   좋아요 1 | URL
천 권을 읽든 만 권을 읽든 읽는 건 좋은데, 읽어서 뭐가 된다! 이렇게 주장하며 책 파는 사람들 보면 막상 책팔이 말고 뭐 그럴 듯한 게 된 사람이 없다는 점이 함정이라는 ㅎㅎㅎㅎ

뭐가 되려는 마음을 먹고 많이 읽으면 뭐가 안 되는구나- 하는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stella.K 2018-10-0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 이제 거의 읽지 않고 있는데 그의 삶은 좀 존경스럽긴 하더군요.
올해는 노벨 문학상이 없을 거라는데 이를 대체할만한 상에 노미네이트 됐는데도
그것조차 거절했다며요?
물론 김칫국조차 안 마시겠다는 의도 같기도 한데
도대체 그놈의 앙 다문 입술은 무슨 의중이 숨어 있는지 모르겠어요. 뭐 그래도...
그런데도 이번에 나온 책은 전에 소설가 어쩌구 떠든 책을 읽어논터라 별로 땡기진 않더군요.

책을 함부로 권하기가 좀 뭐한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이 책 좋다고 하는 그 사람이 나랑 잘 맞았던가를 먼저 고려하게 되죠.
나와 코드가 다른 사람이 권하는 책은 그냥 참고만 합니다.
그렇다면 쇼님은 저랑 맞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물음의 대상이 못되죠.
워낙에 책을 전방위적으로 읽으니 모든 책이 포괄적으로 다 레이더망에 들어 올 것 아닙니까?ㅋㅋ
참고로 전 디자인이 후진 책은 잘 안 읽습니다.
저런 에세이 쓰고 싶냐는 책은 1도 관심이 없죠.ㅎ
그런데 김봉곤의 책은 그림이 좋아서 읽어보고 싶긴 하더군요.
출판사에서 칭찬도 많이하고.

아, 근데 왜 올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없는지 아우? 반칙 아닌가...?
(쓰고보니 반말이군요.ㅋㅋ)

syo 2018-10-01 15:42   좋아요 1 | URL
하루키 선생에겐 관심이 완전히 없어져서.... 그냥 소설이나 나오면 읽겠지요.

전방위라는 말씀은 틀리셨어요 ㅎㅎ 보세요. 전방위는 아니고 오방색 정도? 저도 맨날 보는 장르만 보는 걸요 ㅎㅎㅎㅎ

심사하는 놈들이 미투 걸린 찐찌버거 같은 놈들이라 반성하는 차원에서 시상 자체를 안 하겠다! 이랬던 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정말 저게 이유라면 이건 또 무슨 최신형 개소리인지.....

stella.K 2018-10-01 16:18   좋아요 1 | URL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뭐 위원회로선 최선이었겠지만 그럴 바엔 다른 사람으로
아예 교체해서라도 결원이 없게 해야하는 거 아닌가?
문학 문야만 홀대 받는 것 같아서 좀 찜찜하더군요.

ㅎㅎ 오방색...? 삼방색도 안 나오는 저는 어쩌라고.ㅠㅋㅋㅋ

뒷북소녀 2018-10-0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쩌죠, 어쩌죠 ㅠㅠ 이 글을 보면 안되는 것이었어요.
장바구니 가득 책을 담아버리고 말았네요. 이 중 몇 권이나 실제로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추천글 감사합니다.^^
판에 박힌 찬사로 가득한 추천글...은 정말 별로인 거 같아요.
이렇게 살아있는 추천글이 좋아요.

syo 2018-10-01 18:10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정말 제대로 파악하셨어요!! 주관적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요 ㅎㅎㅎ
음, 장바구니에 담으신 책이 뒷북소녀님의 마음에도 오래 담기는 책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에도 썼지만 제 추천스코어가 그닥 좋은 편이 아니어서요 ㅎㅎㅎㅎ

인간의과도기 2018-10-01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가 독서 공동체인 이상 취향의 차이는 불가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독서라는 행위만큼 범위가 넓은 것이 또 없을 텐데, 극단적으로는 ‘책을 읽는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없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syo님의 책에 대한 태도, 뚜렷한 기준을 많은 사람들이 신뢰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낚시(?)에 많이 걸리지 않겠지요.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저로서는 syo님의 리스트를 귀히 여기고 있습니다. 언젠가 읽어야 하는 책들, 하지만 지금 있는 책도 못 읽어서 읽기가 자꾸 미루어지는 책들...

유일하게 말을 보탤 수 있는 책이라면 유시민의 근작입니다. 자기가 좋아서 쓴 옛날 책과, 주변에서 아이템을 추천해 주어서 쓴 근작은 확실히 몰입도가 다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syo 2018-10-02 09:03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읽은 것들의 목록이 쓸만한 리스트가 될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웃분들에게 1권의 책을 장바구니에 집어넣는 것보다 10권의 책을 ‘스킵‘해도 되겠구나 느끼시는 데 도움을 드리는 리스트가 되면 그걸로 감지덕지인데요.

그럼에도 성(?)에 못 이겨가지고 한 번씩 이거 좋다 이거 너무 좋다 난리굿 치는 걸 보면 아직 한참 멀었나봐요.....

책읽는나무 2018-10-0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낚임??
달콤한 낚임?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살짝 팔랑귀라 다 좋구나!! 얼쑤 좋구나!! 그랬다가 남들의 그렇지 않은 반응을 읽고서 어?? 잠깐 멈칫했다가 바로 그렇군!그럴 수도 있겠군!!바로 수긍을 하는 편이라 때론 나에게 비판적 시각이란게 있는 것인가?좀 고민스러울때도 있어요.ㅜㅜ
팔랑팔랑거려서 말이죠ㅋㅋ
아~그래도 그건 있어요.
내게 어려울 것 같거나,취향이 아닐 것 같은 책들은 계속 읽기를 미뤄두는거죠~~(이게 뭔말인지??)
미뤄뒀었는데 누군가의 낚임?에 넘어가면 용기를 내어 한 번 덤벼보는데 그게 또 의외로 재밌을때가 있던데 그게 또 어찌나 신기하던지???(이건 또 뭔말인지??)

암튼,저는 syo님의 독서목록을 늘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1인이니까 독서 게을리하지 마시지요.
어려울 것 같아 몸 사리고 있는 것이지~~늘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제겐 늘 멋진 독서가 중 한 사람입니다.^^

syo 2018-10-02 23:45   좋아요 0 | URL
‘독서가‘ 그러시니까 왠지 부끄럽다 ㅎㅎㅎㅎ^-^

그렇다면 팔랑귀들이 팔랑팔랑 자기 귀가 시키는 대로 요리조리 읽어나가도 좋은 알라딘을 만들기 위해서, 대표적인 팔랑귀 syo가 팔랑거리는 감상을 팔랑팔랑 써나가겠습니다 ㅎ

AgalmA 2018-10-04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관련해서 별 반 개 버튼을 알라딘이 만들어줬으면 싶어요.
‘읽어도 좋고 안 읽어도 큰 무리 없다‘에 저는 별 세 개를 주는데 별 네 개까진 그렇고 별 세 개 반으로 차별을 주고 싶을 때가 많거든요. 별 네 개 반도 필요할 때가 있고. 이걸 보완하자면 리뷰나 100자평, 페이퍼 등으로 적극 반영해야 하는데 평가에 목매는 짓 같아 때론 스트레스예요ㅎ
남 평가야 어떻든 내가 직접 읽고 내게 도움을 준 결과에 따라 평가하니까 크게 신경 안 쓰는데 제가 안 읽은 책 평가 보면 좀 신경 쓰이죠ㅎ;
<역사의 역사> syo님 평가 박해도 저는 불만없고요ㅋ <여름, 스피드>는 수록작 질이 들쭉날쭉해서 평가가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해요ㅎ 아; <여름, 스피드>도 리뷰 정리 해야 하는데ㅜㅜ;;;

서재 알라디너들 한 에세이스트 하신다고 생각하는데요. 여기 분들이라면 요즘 우후죽순 나오는 에세이류를 굳이 사서 볼 필요 있나 싶어요. 대리만족하는 여행서나 좋아하는 작가라 소장용 정도라면 모를까. 하루키가 이런 특수를 많이 누렸죠ㅎ 차라리 개념 정리하는 전문서를 많이 찾아 읽고 내 생각을 벼리는 게 훨씬 낫죠.

syo 2018-10-04 18:14   좋아요 1 | URL
정말 별 반 개 기능은 시급합니다. 다들 별 매겨 놓고 말로 반개 더 줬다 뺐다 하고 있으니 얼마나 불편한지요....

<역사의 역사>는 정말 제가 역사에 관심이 없어놔서 그런 확률이 높아요..... <여름, 스피드>를 통해서는 감정이입이 심해지면 작품 질이고 뭐고 난 모르겠고-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ㅎㅎㅎ

말씀대로 에세이류는 읽고 나면 시간 낭비로 귀착되는 경험을 많이 하면서도, 이게 또 은근히 땡겨서 끊지를 못하겠어요. 생각 벼리는 일은 너무 어렵고 힘든데, 에세이는 슥슥 읽혀서 자꾸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러니 발전이 없지-_-

AgalmA 2018-10-04 18:31   좋아요 1 | URL
ㅎㅎ <여름, 스피드>는 진짜 감정이입하면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소설이죠^^ 소셜네트워크 수다 같은 단편도 있어서 별 세 개 반 주고 싶었는데 그 감정이입의 힘 때문에 저도 별 네 개를 주고 만 것ㅎㅎ! 김봉곤의 열정의 정서도 문학에서 드문 개성이죠^^

에세이류는 하나마나 한 소리, 어디서 들어본 소리, 나도 하는 소리 가득해서 ‘아, 나는 이렇게 쓰지 말아야지‘ 반면교사 역할도ㅎ; 말씀처럼 생각 벼리는 게 힘들어서 이런 에세이류로 자기 점검과 비교를 하는 듯. 좋은 에세이는 문장 공부에 도움되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