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별명은 손오공이었다. 아이들의 별명이 대체로 그렇듯, 손 씨라서 손오공인 경우지 따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 우리에겐 다양한 손오공이 있었다. 1.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책 가운데 하나지만 그 누구도 읽지 않는 중국 고전 소설 속의 손오공, 은 그때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지명도 일타 손오공의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인 두 손오공은 2. ‘밤에도 낮에도 느낄 수 있는’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의 손오공과, 3. 소원을 들어주는 일곱 개의 구슬을 모으는 소박한(?) 여행에서 시작하여, 종국에는 작은 행성쯤은 장풍 하나로 분쇄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는 소년만화 속 손오공이었다. syo 손오공은 2-1-3의 순서로 그 손오공들을 좋아했다. 3번 손오공은 멋지고 강하고 착한, 그야말로 흠 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 손오공이었지만 그다지 정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3번 손오공이 복숭아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숭아 앞에 무너지지 않다니 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손오공이라면 모름지기 복숭아를 탐낼 줄 알아야지!
지금 내가 뭘 쓰고 있는 거지......
하여간, 남부럽지 않게 복숭아를 탐하는 손syo공조차 100북 100복 프로젝트를 실패했다. 사랑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배고픔은 참아도 배부름은 되려 참기가 어렵다......
180823 – 180831 : 30권




1. 당신의 노후
: syo가 김연수를 전도한 친구는(물론 김연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야 그전부터 알았겠습니다만) 김연수를 탐닉하기를 거듭하여 결국 김연수도 그 친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그런 사이가 되고야 말았다. 보답이랄지, 그 친구 역시 syo에게 왕왕 좋은 작가들을 알려주곤 했었는데, 확실히 기억나는 이로는 황정은과 황인찬이 있다. 김금희도 있다. 그러나 그 친구가 누구보다 사랑하여 가장 격렬하게 민 이는 박형서였다. 기세에 못 이겨 그리 기껍지 않은 마음으로 단편집 『끄라비』를 읽었는데, syo가 그만 감동과 감격으로 도가니탕을 끓이고 만 것이다. 게 눈 감추듯 도가니탕 한 그릇을 뚝딱해놓고 친구에겐 그런 적 없는 척 짐짓 쿨하게, 뭐 괜찮네, 그러고 말았다. 친구는 다소 불만인 듯 했으나, 인정하면 왠지 지는 것 같았단 말야. 그러나 이 책까지 읽고서는, 양심이 아파 더 이상 숨길 수가 없다. 문 작가님, 맞아요. 박형서가 짱이에요. 어떻게 그분을 박형서라고 함부로 부를 수가 있겠어요. 갓형서님.....
2. 똑똑
: 그다지 입맛이 돌진 않았는데, 막상 표지를 보니 너무 예뻐서 그냥 넘어가기가 어렵더라.
: 남들이 수도 없이 반복한 뻔한 이야기를 뻔한 문장으로 엮어 내놓을 수 있는 패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 뻔한 이야기가 진리인지라 별 도리가 없는 것일까? 진리를 강조하기 위해서라 하더라도, 이미 바다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위로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넣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일까?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정여울은 이미 그 바가지를 쥐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큰 작가가 아닌가?
: 여과 없는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으나 정여울의 글은 여전히 교훈이나 공감을 겨냥한다. ‘자신’은 그곳으로 가기 위한 탈것에 불과한 것 같다. 지금까지의 책들과 <월간 정여울>이, 과연 다른가?
3. 어디서나 무엇이든 물리학
: 주루룩 한 번 읽기에 나쁘지 않다. 이 책을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면, 이제 숫자와 공식이 출몰하는 책에 손을 대 보는 것이 좋겠다.
4. 디어 맑스
: 다종다양한 맑스 전기 가운데 한 권인데, 엥겔스가 맑스 사후에 그를 기려 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는 잔망을 피운다. 그래도 전기가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맑스와 엥겔스를 묶은 역사적으로도 유별나다 싶은 우정 때문이 아니려나. 재미가 있다.
: 저자는 자기 손으로 이 책을 써놓고서는 엥겔스가 쓴 글을 발굴하여 번역한 척을 한다. 그것도 재미있다.
: 그런데, 아무리 난봉꾼 기질을 지닌 엥겔스가 화자라고 해도, 여성이나 성애를 표현하는 부분이 너무 구리다. 구려도 참 진부하게 구리다. 비밀의 계곡, 샘, 이런 단어는 양산형 무협지의 몰락이라는 운석을 맞아 진작 멸종했다. 그리고 우리말 욕심을 너무 부렸다. 생게망게, 부닐다, 어금지금하다, 두남두다...... 취지는 좋으나 적당히 할 필요가 있겠다. 1년에 400권 읽는 syo가 모르면, 대부분이 모르지 않을까? 심지어 ‘어금지금하다’는 ‘한글’ 워드프로세서조차 빨간 줄을 그어준다.....




5. 복지 국가
: 아, 네, 그렇군요. 얇네요.
6. 논어, 이것을 알지 못하면
: 저자가 스스로 세운 기준에 따라 논어의 이 편 저 편을 종횡무진하며 글귀를 재배치하였다. 양자오 선생의 말에 따르면, 논어는 배치가 생명이다. 군데군데 퍼져있는 구슬들을 얼마나 잘 꿰어 좋은 해석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해석은 평이한 느낌. 벼슬을 치켜세우고 도박사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우람한 싸움닭처럼 시선을 잡아끌만한 책은 아닌 것으로. 논어 책은 수없이 많으니 syo는 다른 닭장을 두리번거립니다.
7.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기다고 표지에 쓰였어. 그치? 너도 보이지. 근데 내가 미친 듯이 웃지를 못했네? 자, 이제 누가 웃다가 미친놈인지 불어야 될 때가 왔어. 누구야, 걔가.
: 앞쪽 1/3을 차지하는 덴마크 편만 넘기면 그래도 웃을 데가 좀 있다. 저자가 제2의 고향이라며 유독 친밀함을 드러내는 덴마크 편이 가장 재미없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참, 이건 여담인데, 저자의 처가가 덴마크에 있다.
8. 풀베개
: 이 책은 소세키의 미학론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재미? 그다지 없다. 아예 없진 않다. 소세키가 쓴 것 싼 것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syo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읽는 데 며칠이 걸릴 수도.
: 각 잡고 아름답게 쓴 책이라,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꽤 여러 번 감탄할 수 있다. 날 믿나요? 믿어요. 이제 눈을 떠요. 날고 있어요, 잭..... 까지는 아니겠으나, 영롱한 풍경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문장 위에 천천히 머무는 식으로 읽어 나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9. 철학자의 사물들
: 책을 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 읽으면, 세상 모든 데서 글감을 찾아낼 수 있나보다. 그러면 이제 책을 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 쓸 수도 있게 되는 것인가!
10. 너는 너를 지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 비평은 정말 나랑 안 맞아. 읽기 싫어 죽겠네. 그래도 꾸준히 이런 글들을 읽지 않으면 이웃님들처럼 깊이 있는 글을 쓸 수가 없잖아! 으아아아아앙 어쩌라고.....
11. 논어를 읽다
: <선진>편을 뼈대로 공자라는 인물의 무늬를 복원하는 작업. 얇은 책이다 보니 논어 전체를 다루지는 못한다. 그러나 독자가 혼자서 논어 전체를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을 단련시킨다.
: 무슨 고전이든, 그 작품을 다룬 양자오의 책이 있는지 일단 검색해 본다. 시작은 양자오로부터. 자타공인 알라딘의 입문서 중독자 syo가 가끔씩 추천할 일이 생기면, 믿고 던져보는 고마운 작가님이시다.
12. 마르크스 씨,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죠?
: 요 작은 놈이, 짧게 정리한 마르크스의 생애, 간략한 유럽 역사, 마르크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철학이나 문학의 기초, 자본론, 마르크스 사상의 한계와 그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 이후까지, 갖춰야 할 구색은 다 갖춰 놓았다. 마르크스라고는 1도 모르겠는디요, 싶다면 바로 이 책.




13. 시인을 만나다
: 이 책이 만나게 해주겠노라 불러 낸 시인들을 중고등학교 다니며 이미 다 만났다는 데서 적잖이 놀랐다. 우리 교육의 위대함인가?
: 그땐 이 시들도 어렵고 지겹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나오는 시들을 옆에 대놓고 읽자니 이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배우고 말고 할 게 있나, 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데, 싶다. 지압판 위를 잘 참고 걷는 방법은 하나다. 일상생활을 가시밭길 위에서 영위하기. 그러면 지압판이 그리워 막 꿈에 나온다.
14.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
: 생각보다 쓸모없는 책이었는데, 혹시 그게 전략인가?!
: 프롤로그에 하고 싶은 말이 거진 다 들어있고, 그 뒤로는 저자의 편을 들어주는 권위자들의 말씀이 주욱 이어진다. 편집도 성글다.
15.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 역시, 장석주는 책 읽은 글을 쓸 때 제일 빛난다. 그리고 장석주가 책 읽은 이야기를 할 때, 그걸 듣는 syo의 눈이 제일 빛난다. 존경 말고는 달리 드릴 것이 없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의 저 성실함..... syo의 목록에 또 수없이 많은 책들이 등록되었다.
16. 그녀는 괴테가, 그는 아인슈타인이 좋다고 말했다
: ‘팀 인문학’과 ‘팀 자연과학’이 서로의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해 10개 종목에서 치열하게 한 판 붙었다! 가 컨셉. 서로의 명치에다 펀치를 날리기도 하고, 때론 다리털을 집어 뽑는 졸렬한 공격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긴 한데, 그 와중에 은근히 서로가 분리되어 다뤄질 수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거나 하다는 점을 넌지시 비추어준다. 결국 위아더월드.
: 그래도 어쩐지 ‘팀 인문학’ 트레이너 쪽 말빨이 더 센 것 같다. 힘을 내요, 자연과학!




17. 당신은 우는 것 같다
: 시가 있고, 다음 페이지에 시인의 아버지가 있는 책이다. 톺아 생각해보면 한편으로 시인의 아버지가 있고, 다음에 시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은 시가 있고, 시가 있어서 다시 시가 있는 그런 책인 것도 같다.
18. 그렇다면 칸트를 추천합니다
: 칸트를 다룬 책 가운데서 난이도 순 가장 아랫바닥에 깔릴 책. 다정한 책. 그러나 더 어려운 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될 책.
19. 태풍
: 소세키 선생님께 혼난 것 같다. 나는 비루하기도 하고 얄팍하기도 하여 부와 지성의 싸움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볼 밖에. 하지만 선생님, 요즘은 100년 전과 달리, 가진 자들이 총명합니다. 아는 자가 가지기는 지금도 그때만큼 어렵겠으나, 가진 자가 알기는 너무도 쉽습니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가졌으면 총명할 수도 있지만, 가지지 못했다면 아무리 애써도 총명에서 끝이거든요.
20. 일러스트 공산당 선언·공산주의 원리
: 넘치는 덕력으로 가장 잘 맞는 번역의 공산당 선언을 찾기 위하여 뒤적거리는 중입니다. 사실 원전이 워낙 박력이 폭발하는지라 어느 번역이나 고루 괜찮습니다.




21. 하루의 취향
: 분명히 표지에 ‘김민철 지음’이라고 쓰였는데 읽다보니 남편, 언니, 같은 호칭이 튀어나와 화들짝 놀라며 표지로 돌아가 저자 이름을 확인하는 분들께 권한다. 이제부터 에세이 참 잘 하는 카피라이터 김민철(女, 30대 후반)이라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syo처럼 이미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는 당신, 그건 그녀의 다른 책을 읽어보셨다는 뜻인데, 그렇담 제 추천이 따로 더 필요하지 않잖아요. 다 아시잖아요. 이 책이 얼마나 좋을지.
22. 닌하오 공자, 짜이찌엔 논어
: 이 책이 논어를 재밌게 했다. 웃었다. 웃고 난 자리에 남은 게 많았다. 누군가 『자본』으로도 딱 이만큼 웃기고 남겨줬으면 좋겠다.
23.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 이런 동년배들도 있는데 난 뭐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오만의 흔적은 아닐까.
: ‘손아람은 참 잘해’ 라는 말과 ‘이준석은 참 잘해’라는 말이 한 사람 입에서 나온다면, 말 속의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뉘앙스도 다를 것 같다. 이를테면, ‘손아람은 참 잘하고, 이준석은 참 자아~알 한다.’ 랄까. 그만큼 두 사람의 정치(광의의 정치) 행보는 다른 방향이다. 하지만 이제는 뉘앙스 없이, 어감의 차이나 비꼬려는 의도 없이, 두 사람 다 참 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참 괜찮은 청년들일세.
24. 책에 빠져 죽지 않기
: 상상하건대, 이런 제목을 붙이는 일은 정말 쉽지가 않겠다. 어지간히 읽는 사람이라면 ‘책에 빠져 죽기’를 생각할 것 같고, 거기에 오지랖까지 장착된 사람이라면 ‘책에 빠져 죽어라’ 같은 제목을 골랐을지도 모른다. 그 단계를 뛰어넘어서, 정말 이러다 책에 빠져 죽겠다 싶은 느낌을 받아 본, 진짜배기만이 저런 제목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syo의 이런 추측은, 요 며칠 로쟈님의 서재에 올라온 이사 관련 페이퍼나 사진 조각들을 통해 막강한 신빙성을 획득했다. 책에 빠져 죽을까봐 걱정하는 마음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그 마음의 파편을 느끼게 해줄 책이 어떻게 귀중하지 않을까.




25.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
: 읽는 걸로 밥을 버는 입장이 되지 않는다면야, 사실 마음 내키는 대로 읽는 것이 가장 행복한 독서가 될 공산이 크다. 사실 읽은 걸 모아서 자꾸 뭐가 되려 하는 건 욕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왜 자꾸 책한테만 얼어붙은 뭘 깨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라, 이런 어려운 주문을 하는 걸까. 오늘보다 더 나아지는 내일은 의도로 달성하는 게 아니라, 그냥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만능은 구하지 않아야 빨리 온다.
26. 거울 보는 남자
: syo가 김경욱을 한참 읽던 시절의 김경욱은 위치가 이상했다. 메이저한 작가들을 읽는 사람들에 눈에 그는 너무 마이너했고, 또 마이너한 작가들에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과하게 메이저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잘 생긴 애들 중에선 제일 못생긴 애, 혹은 못 생긴 애들 중에선 제일 잘 생긴 애 같은 느낌. 그런 주변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syo의 독서인생에서 김경욱은 튼튼한 디딤판 역할을 잘 해주고 물러났다. 그렇게 10년이 더 지났고, 다시 만난 2018년의 김경욱은 또다시 syo 안에 파고들어와 단단한 무언가가 되려고 한다.
27. 우리가 녹는 온도
: 문제적인, 전복적인 작가로 정이현이 꼽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물론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비롯한 일련의 단편들이 드러내고 있는 사태에서 발생하는 경보음이었지만, 그 경보음을 멀리 그리고 더 또렷하게 퍼뜨린 것은 그녀의 문장이었다. syo는 단발머리 같은 문장이라고 표현하길 좋아했다. 지금, 젊은 작가들이 파상공격을 펼치고 있는 문학 판에서, 정이현은 더 이상 전복적인 작가로 매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문장은 살아남아, 다시 무슨 일을 벌일 것이다.
28.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 강연을 엮은 책들이 으레 그렇듯,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써 놓았다. 더 깊이 있는 책으로 나갈 수 있는 좋은 디딤돌 같은 책.
: 근데, 이걸 디디고 어디로 가면 좋을까 싶어 참고문헌 목록을 봤는데, 그 안에 한글 문헌은 단 하나도 없다. syo는 거기서 어떤 폭력의 냄새를 맡았다...... 이런 강연을 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문헌 중에 한글로 된 것이 없다면, 관심이 생긴 독자들이 부담 없이 손을 뻗을 수 있는 책들이 이 땅에 없는 거라면, 강연을 할 만큼의 권위자인 선생님들께 이런 상황에 관하여 일말의 책임도 없는 걸까요?


29. 강원국의 글쓰기
: 유시민의 글쓰기 책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란 비문학적 글쓰기를 말한다는 주의사항이라도 서두에 깔아준다. 이 책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물론 읽다 보면 알 수는 있다. 그러나 유시민의 책에 비하면 훨씬 무람없이 자신의 기준을 휘두른다. 장르에 무관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글쓰기 원칙은 없다. 신고전주의 화풍이 인상주의 화풍에 비해 무조건적으로 우월하지 않은 것처럼.
: 그리고, 죄송하지만 선생님의 글은 좋은 글이지만 매력이 없습니다. 읽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 책을 읽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사서 읽을 수도 있었는데, 빌려 읽어서 참 다행입니다.
30. 폭발적 진화
: 너무 얕게 훑고 지나가는 게 단점이지만, 설명 자체에 참신한 맛은 있다. 그렇다면 같은 방식으로 두꺼운 책을 써줬으면 싶다.
세어봤더니, 이달에는 도합 116권의 책을 읽었더라. 그리고 세어보진 않았지만, 80개가량의 복숭아를 먹은 것 같다. 공식적으로 100북 100복 프로젝트는 망했다. 116권이 아니라 116만권의 책을 읽었어도 100개의 복숭아를 먹지 못했다면, 망한 것은 망한 것이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우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하는 작은 남자였다니...... 못난 나를 용서하지 말아줘, 각종 손오공들아.
즐거운 9월이다. 9월에는 50권‘만’ 읽는 것이 목표입니다. 오곡이 무르익는 가을이 왔는데, syo도 어딘가 무르익어 줘야 할 게 아닙니까. 알라딘 좀 작작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