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은 자비들
데니스 루헤인 지음, 서효령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1월
평점 :
지랄 마. 피부색 문제가 아니야. 부당함에 대한 문제지.
1970년대 버싱으로 시끌시끌한 시대적 배경 사이로 정체를 숨기는 것들이 있다.
큰 사건에 묻어가려는 세력들이 사람들을 은근하게 선동하고 그것에서 어떤 이익을 챙기려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그런 세력이 존재함으로써 작게 든 크게 든 일어난다.
세상에 대한 신뢰와 사람에 대한 믿음과 선함을 역이용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세력.
그들에게 이용당하는지도 모르게 이용당하면서 자신들 것을 지키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
메리 패트는 그런 세력들에게 격렬하게 '반격한다.'
정말 '반격'이라는 단어를 찰지게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에게 그 어떤 협상 거리도 남아 있지 않은 '어미'에게 돈 몇 푼 쥐여주고 찌그러져 살라고 하는 말은 범죄 보다 더한 범죄다.
흑인 아이 네 명이 백인 아이 한 명을 열차가 지나는 곳으로 몰았다면 사형을 받을 것이다. 탄원서를 제출한다 해도 잘 받아 봤자 최소 20년형이다. 하지만 어기 윌리엄슨을 열차로 몬 아이들은 5년형 이상 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끽해야 그렇다.
버싱은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공립학교에서 백인 학생과 흑인 학생이 서로 학교를 바꾸어 통학하도록 하는 법이다.
당연히 흑백 양쪽의 엄청난 반대를 몰고 온 정책이었다.
그런 시국에 기차선로에서 흑인 남성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흑인 남자의 비극을 목격한 목격자들은 백인 아이들 4명이 그를 쫓는 걸 봤다고 말한다.
그 4명 중에 메리 패트의 딸 줄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메리 패트는 줄스를 다시는 보지 못한다...
보비는 어쩌면 증오의 반대말은 사랑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그건 희망이라고, 증오는 쌓이는데 수년이 걸리지만, 희망은 보지 않는 순간에도 바로 미끄러져 올 수 있으니까.
줄스의 죽음을 직감한 메리 패트는 그날 함께 있었던 아이들을 족치며 그날의 진실을 파헤친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 17살의 줄스가 어떤 아이였는지를 알게 된다.
아이들의 사생활을 다 아는 부모가 과연, 정말 있을까?
"내 인생은 딸이었어요. 그 인간들이 아이를 앗아 갈 때 내 인생도 같이 뺏어 간 거죠. 더 이상 난 사람이 아니에요, 보비. 증거죠."
메리 패트는 자신의 동네 사우디를 휘어잡고 있는 패거리들이 이 일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안다.
그렇게 그녀의 복수가 시작된다.
요양원의 보조 간호사인 메리 패트가 어떻게 마약범이자 성매매범에 아동성범죄자들과 싸울 수 있을까?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그 어떤 상상 이상으로 통쾌하게 터줏대감이 된 세력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울분으로 가득 찼던 마음에 카타르시스를 뿌려준다.
메리 패트의 분노가, 그녀가 행하는 모든 폭력이 아프지만 정당해 보인다.
아마도 현재의 내 마음속 분노가 한몫한 거 같다...
가장 몹쓸 악인들과 가장 선한 사람들이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참 이상한 일 같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빠처럼.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인간.
<작은 자비들> 이 제목이 담긴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정당한 요구를 하는 이들이 부당하게 사라지는 걸 보게 됐을 때.
부당한 짓을 하고도 자신들의 과오를 당연시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죽음 앞에서는 어리둥절하는 것을 보며 마치 지금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의 예언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최후는 단 한 사람의 좌절과 고통과 분노와 복수와 용기에 있었다.
물론 그들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어떤 공권력이 가한 것보다 더 극심한 피해를 받았다.
메리 패트라는 한 여성에 의해서.
그건 그들이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지킬 것이 없는 사람은 그 어떤 두려움도 없으니까...
데니스 루헤인의 복수는 처절하고 속 시원했으며
데니스 루헤인의 미래는 서로가 나누는 술잔 속에 담긴 위로였다..
언제나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은
용기를 가진 단 한 사람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한 사람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음이다.
사우디가의 사람들은 메리 패트에게 빚을 졌다는 걸 아주 나중에야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