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잘라드립니다 - 하버드 교수가 사랑한 이발사의 행복학개론
탈 벤 샤하르 지음, 서유라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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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요. 직접 만나서든, 인터넷을 통해서든,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결국 자기 자신을 더럽힌다고요.

 

 

프로보다 아마추어의 분투기가 사람들 마음에 더 와닿을 때가 있다.

프로에겐 그에 합당한 대우가 주어지기에 그만큼은 해야 한다는 이름값이 있지만

아마추어에겐 프로정신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쟁쟁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학자들의 이야기가 인용된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네 이발사 아비의 말이 바로 아마추어적인 감동을 준다.

 

 

동네 사람들의 머리칼을 자르고, 다듬는 아비의 손길엔 인생을 통한 연륜도 함께 흐른다.

아비의 가게는 단순히 머리를 다듬기 위한 곳이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그것을 누릴 가치를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아비의 말

아비의 손길

아비의 마음

이 모든 것을 온전히 느끼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저자는 하버드 교수다. 행복학을 강의하는.

그런 그가 동네 이발사 아비에게서 행복함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2년간 그것을 모아서 책으로 엮는다.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해 보이지만

책을 읽을수록 마음이 복잡해진다.

아비와 저명한 학자와의 차이가 뭘까?

 

 

 

인간은 누구나 인생의 등대가 필요해요.

 

자신의 가게가 바로 아비의 등대다.

욕심부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등대.

아비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는 삶이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그 평범한 삶을 아비는 누리고 있다.

온전하게.

 

 

얼마나 현명해야 할까?

아비처럼 살려면.

 

 

이 책은

나에게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주었지만

뜻밖의 음악 선물도 주었다.

아비의 가게에서 흐르는 음악들을 찾아 들으며 나도 잠시 아비의 인생관을 느껴 보았다.

이런 음악을 매일같이 들으며 자신의 등대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는 삶.

 

 

아비 앞에서 하버드대 교수도 행복 전도사라는 타이틀도 다 부질없게 느껴진다.

이론은 실천을 따라가지 못함으로.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다.

음악이 흐르고, 커피향이 나는 아비의 가게.

아비는 머리뿐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도 다듬어 주었다.

 

 

저는 가난을 원치 않아요. 하지만 굳이 부자가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죠.

 

보통 현명하지 않으면 깨달을 수도 실천할 수도 없는 말이다.

무엇이든 계기가 있으면 확장하고, 부풀리고, 더 갖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이 세상에서

아비처럼 생각하고 아비처럼 산다는 건 어떤 걸까?

 

가난을 원치 않지만, 부자가 될 필요도 없다.

이 간단해 보이는 문장이 내 머릿속을 자꾸 휘젓는다.

지금 우리가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 힘겨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유가 이 문장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삶을 통달한 것처럼 보이는 아비는 끝없이 배우고, 음악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다.

강요하지도 않고, 신뢰를 주며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서 자신의 머리칼과 함께 고민을 잘라낼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

그런 곳이 동네에 있다는 걸 깨닫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숨은 현자 아비.

무릇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나서지 않는 법이다.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기본을 지키며 살아가니까.

 

 

 

 

사람은 역할의 함정에 빠지기 쉬워요. 자리가 사람을 규정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중요한 건 처한 상황에 관계없이 자신의 본질을 기억하는 거예요.

우리는 진짜 자신, 진정성 있는 자신이 되어야 해요.

 

 

 

나는 지금 얼마나 진정성 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고맙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아비가 제시해 주었다.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이제부터 나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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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 인생의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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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란 엿가락 만드는 기술과 같다. 늘이려면 얼마든지 늘어난다. 그 대신, 진정한 맛은 줄어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세키의 글은 처음부터 내게 자신을 이야기하는 글로 다가 왔다.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이 대표작인 이 작가의 글을 나는 소설이 아니라 수필로 먼저 만났으니 그를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로서 만났다는 건 어쩌면 내겐 더 깊이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고, 수필, 담화, 강연, 서간

이렇게 다섯 분야로 나뉘어 실린 그의 글들을 대하다 보면 숙연해질 때가 많다.

한 세기 전의 사람인데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하고 날카로웠다.

 

사람을 보라. 금시계를 보지 마라. 옷을 보지 마라. 도둑은 우리보다 더 멋진 옷을 입는 사람이다.

 

바보는 백 명이 모여도 바보다. 자기편이 많다고 해서 자신에게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일찍이 영국 유학을 다녀왔고, 지병으로 고생했지만 글을 멈춘 적은 없었다.

그는 편지를 많이 썼고,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신의 시간을 나누어 주었다.

 

문부성이 내린 박사 학위를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소신이 보인다.

나라에서 하라면 해야 하는 그 시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 여겨서 그것을 끝까지 거절하고 그 전말을 신문에 기고하는 모습은 시대상으로 꽤 파격적인 거 같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스스로 주류로 들어가는 자리를 박차는 모습은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이 시대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옳지 못한 역사의식에 대해 뼈 때리는 문장으로 꾸짖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옳고 그름과 사람으로서의 행보에 뚜렷한 소신이 있었던 사람의 글이 읽을수록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

 

자극이 강한 도시를 떠나 갑자기 태고의 수도로 날아온 나는 마치 삼복더위에 달구어진 돌이, 푸른 바닥에 하늘도 비치지 않는 어두운 연못 속으로 가라앉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들도 가슴 한켠에 담아두게 된다.

저 문장은 도쿄를 떠나 교토에 도착한 심정을 표현했다.

어떤 느낌이었을지 문장을 자꾸 곱씹어 본다.

 

나는 호의가 메마른 사회에 존재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소세키의 글을 읽다 보면 시대를 잊게 된다.

그의 감각이 21세기에도 뒤처지지 않으니 마치 요즘 핫한 양준일의 90년대 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긴 자상함에 마음이 저리기도 하고

그의 유머스러움에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시대를 앞서 간 사람의 멋스러움을 글 곳곳에서 마주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강연 부분에서 나의 개인주의라는 제목의 글이 참 맘에 들었다.

황족과 화족들의 교육기관에서 한 강연에서 그가 강조한 것들은 지금 이 시대에도 간절하게 요구되는 것이어서 글을 읽으면서 맞아! 소리를 여러 번 했다.

 

병중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소세키야말로 글쟁이라 불릴만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대표작들을 읽고 싶어졌다.

 

몰랐던 작가에 대해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 이야기에서 느낀 감각들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어떤 효과를 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올곧음에 대해 소설 속에서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알게 되지 않을까.

 

강단과 소신.

이 두 가지로 나는 소세키를 기억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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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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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죽음 시리즈 4번째.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네 번째는 현모양처의 죽음.

제목에 뼈가 들어간 이야기다.

한적하지만 바람 잘날 없는 로흐두 마을에 토머스 부부가 이사를 온다.

빈집을 개조해 민박을 운영하려 한다는 토머스 부부.

부인 트릭시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정도로 가난하다며 집집마다 다니며 안 쓰는 가구나 접시 물건 등등을 수거한다.

하지만 왠지 해미시에게 트릭시는 골치 아픈 존재가 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여유로운 시절은 끝나 버렸다. 날씨는 형편없어졌고, 프리실라는 남자와 함께 돌아왔으며, 부부 한 쌍이 불편하고 골치 아픈 문제들을 일으킬 듯한 분위기를 잔뜩 풍기며 로흐두로 이사를 왔다.



아니나 다를까 붙임성 좋은 트릭시는 마을 여자들을 대번에 휘어잡고 무슨 무슨 단체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것뿐이랴~ 남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며 마을 식단까지 바꿔 버리는 위력을 발휘한다.

트릭시에 취한 여자들은 집안을 단장하고 옷차림과 헤어스타일도 트릭시화하며 남편들에게 건강식만 준다.

점점 마을 남자들은 화가 나기 시작하고, 트릭시에 대한 증오가 들끓고 해미시의 눈 밖에도 나버린 트릭시가 어느 날 자신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내 생각에 그 여자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일하게 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죽은 트릭시에 대해 알아 갈수록 마을은 분열되고, 이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게다가 그녀가 집집마다 돌면서 안 쓰는 물건들을 수집했는데 알고 보니 그 물건들이 고가의 골동품들이었다.

게다가 마을 의사인 브로디는 트릭시의 죽음을 심장마비로 얼버무리고 마려 하는데 해미시가 살인임을 단정한다.

꼴 보기 싫은 블레어가 호출되고, 새로 온 총경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블레어는 해미시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이번에도 그를 수사에서 빼버리기 위해 엉뚱한 지시만 내리지만 해미시가 누군가?

그는 자신만의 촉으로 사건을 파헤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예측 가능한 범인일까?

예측 못했던 범인일까?

매클레인 부부를 바라보고 서 있는 동안, 해미시는 만약 트릭시 토머스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자신이 그 여자를 살해했을지도 모르겠다는 몹쓸 생각을 했다. 맥클레인 부부는 그래도 오랫동안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 왔지만, 이제 그들의 삶은 다시 전과 같을 수 없을 터였다.



이번 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살인 사건도 마을의 크고 작은 다툼도 아니다.

바로 해미시의 심경 변화다.

총경으로부터 승진 제의를 받지만 해미시는 단호히 거절한다.

거절 이유는 완벽했다.

"자네 정말 행복한가?"

"한 인간으로 행복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행복합니다."



성공에 관심이 없는 해미시가 안타까운 프리실라는 해미시가 어느 순간 자신에게 쏟던 관심을 꺼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찾아오는 아쉬움이 뭔지 프리실라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했던 남자들이 하나같이 별 볼일 없이 사라지는 것을 또 한 번 보고 나서 프리실라는 해미시에 대한 생각이 전과 다름을 느낀다.

이 두 사람의 밀당은 언제쯤 갈무리가 될까?

시리즈가 계속되는 동안 밀당이 계속되는 걸까?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배경과 살인을 해결해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이번 편에서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감정이 전세 역전이 되었기에 다음 편에 대한 갈망이 더더욱 고조된다.

어쩔 수 없이 프리실라도 해미시도 속물근성을 버리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계속 깨닫게 되는 이 시리즈가 좋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점점 매력이 상승하는 해미시를 보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고

속이 빤히 보이는 밀당을 주고받는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진행 중 이야기도 재밌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새록거리는 매력들이 이 책의 묘미인 거 같다.

참으로 조용하고 별다를 거 없는 로흐두 마을.

그러나 번번이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로흐두 마을은 과연 살기 좋은 조용한 시골마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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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
아거 지음 / KONG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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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만화책을 읽다가 보면

우리가 만나게 되는 문장들이 있다.

홀연히 가슴속에 들어와 영혼에 지진을 일으키는 그런 문장들.

그 문장 앞에서 누구는 플레그를 붙이고

누구는 밑줄을 긋고

누구는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고

좀 더 부지런한 누구는 필사를 한다.

그리고 그보다 깊은 감각을 가진 이는 '토'를 달았다.

문장 앞에서 멈춘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모두가 공감하고 아끼는 문장도 있지만

특별한 기억이나 추억,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어떤 상황들이 생각나서 혼자 덩그러니 서 있게 되는 문장도 있다.

이 책에 담긴 문장들에는 그러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겼다.

읽었던 책에 나온 문장 앞에 나도 서 본다.

나는 그냥 무심코 지나친 이 문장에서 어떤 이는 이토록 할 이야기가 많았다는 걸 가만히 느껴 본다.

모르는 책에서 나온 문장 앞에서 또 그렇게 서 본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나는 이 문장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지 가늠해 본다.

순간적으로 느끼게 되는 어떤 동요를 잊지 않기 위해 표시해 두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를 적어두는 순간들이 모여 책이 되었다.

말실수가 많은 저로서는 글이 말보다 편합니다. 그래서 글을 씁니다.

 

 

쓰면서도 생각한다.

왜 글을 쓰는지.

그가 글을 쓰는 이유 중 저 이유가 가장 맘에 든다.

나 역시 말실수가 많아서 글이 말보다 편할 때가 많다.

말은 조리 있게 못 하지만 글은 어느 정도 감정을 닦아 낼 수 있기에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을 생각하며 다듬을 수 있어서 나도 글이 말보다 편하다.

좋은 문장들을 뽑기는 쉽다. 어쩌면.

하지만 그것도 내 것으로 정리해 두지 않으면 잊히는 문장이 된다.

이 책안에는 잊히지 않고 길이 기억될 문장들이 담겨 있다.

작가가 이 문장들이 잊히지 않도록 남겨 두었기 때문에.

그걸 읽는 나는 조금의 수고스러움도 없이 좋은 문장을 훔쳐볼 수 있었다.

무엇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해도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억하기 위한 노력.

그 느낌을 간직하기 위한 노력.

이 책의 노력이 나에게 새로운 습관을 부여해 줄 거 같다.

좋은 문장 앞에서 섰을 때 그저 표시만 해놓지 않고 왜 좋았는지

그 문장이 내게 일깨워 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의 기록을 남겨두는 버릇.

그럼 마음이 조금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거 같다.

나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매일 읽었던 책에서 발견한 문장을 적고 그 울림을 적어 보는 것.

그것 또한 나의 기록이 될 것이다.

당신이 있어 조금 덜 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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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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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무리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늘 그렇게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선물을 주곤 하셨습니다.




금난새 지휘자는 알았어도 그분의 아버지 금수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 책의 삼분의 이는 금수현 님의 글이다.

올해 탄생 100주년이다.

그 기념으로 아들 금난새 씨가 아버지가 기고했던 글들을 추려서 자신의 글과 함께 책으로 엮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자유롭고, 유머러스하고, 뼈 있는 이야기가 만담처럼 담겨있다.

1962년 3월부터 6월까지 일간지에 썼던 칼럼 중에 일부분을 가져왔다.

책을 읽으면 그 시대나 지금이나 시대의 고민은 같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도 취직하기 어려웠고, 그때도 갑질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때도 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뭔가 아득한 낭만이 존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금수현 씨의 낙관적인 생각이나 웃음기가 글에 넘치기 때문인 거 같다.


사람이란 이런 꾀를 쓰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주는 것 없이 미운자, 세상을 모르고 까부는 자, 남에게 실례를 예사로 하는 자, 능글맞게 억지 부리는 자를 욕이나 주먹으로 망신 줄 것이 아니라 슬쩍 기지로써 녹아웃시키는 것도 통쾌한 일이다. 첫째 모욕죄니 폭행죄니 하며 고소당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사회 각 분야에 대해서 은근슬쩍 농담조로 이야기를 하는데 분량이 매우 짧다.

그 짤막한 이야기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울컥할 때도 있고, 낄낄거리게 웃길 때도 있다.


시대를 앞서가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남다름이 이야기 곳곳에서 보이기에.

글에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60년대 초라면 정말 먹고살기 바쁜 시대였을 텐데,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전력투구 하려던 때일 텐데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고 위트 있다.


우리가 자식을 기를 때 사랑한다는 것과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은 구별해야 될 줄 안다. 아이에게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것은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그보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실패도 귀중한 경험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아이에게서 실패의 경험을 뺏지 말라고 말한다.

난제를 어른이 풀어주면 창의성이 생겨나지 못함으로.

참 깨어있는 어르신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을 읽을수록.


우리 예술에도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가져야 할 것이거늘 이 공감이란 정치에서도 필요하다.




글을 읽다 보면 글에 베어 있는 온기가 내게로 전해진다.

모든 글에 따스함과 웃음이 담겨 있어서 읽고 있으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그분의 삶이 그려진다.

언제나 밝은 에너지로 사셨을 거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의 코드를 찾아내셨을 거 같다.

그래서 금난새라는 아들을 키워내셨는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나서 가뿐한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삶이 가벼워지는 느낌까지 든다.


내 주변엔 이토록 세상을 밝게 본 어른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비판적이고 어두운 어른 쪽에 속해있었다.

유머와 위트를 배운 적이 없기에 늘 무겁게 살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렇게 세상을 밝고 재밌게 읽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늘 심각하고, 걱정이 많다고 해서 세상이 나아지는 건 아닌데.

내 머릿속 어른은 늘 심각하고, 걱정 많고, 근엄하다.

쓸데없는 체면을 차리느라 인생이 골로가는 줄도 모르고 살고 있음이다.


전쟁과 혁명 직후의 세상을 살면서도 이렇게 해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시대 신문에 실린 칼럼인데 무겁고, 진중하고, 항상 걱정을 일삼은 글이 아니어서 신기했다.


이 땅에 첫째 무지를 없애고, 그 뒤에 할 일은 대화나 행동 속에 센스와 유머가 포함되어야 살맛이 나겠다.



이분의 생활신조가 드러나 있는 글을 마주하고 있다.

나 역시 이렇게 살고 싶었는데 나는 어디에서 재미없는 어른이 되고 말았을까?

센스와 유머를 포함시키는 인생을 살아야겠다. 앞으로.


인생이라는 이름의 오선지 위에도 음표처럼 배려와 감사 같은 것들이 채워져야만 비로소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잊고 사는 것들을 깨우치게 해 준 한 권의 책.

사실 억지로 읽게 되었던 책이었는데 의외로 내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어서 남다른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책에도 인연이 있다면 이 책은 내게 센스와 유머 그리고 배려를 인생에 채워 넣으라고 알려주는 지침서의 인연으로 내게 온 거 같다.


언제나 세상은 기대하지 않은 것으로부터 영원할 수 있는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법이다.

오늘도 여전히 예외는 없었다.

책에는 언제나 진리가 담겨 있으니.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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