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승부사 - 품위 있게 할 말 다하는 사람들의 비밀
조윤제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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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품위 있게 하는 사람 말은 귀담아듣게 된다.

큰 목소리가 아니어도, 강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귀에 걸린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쉽지 않다.

내공이 없는 나는 말에 품위도 우아함도 없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반가운 책이었다.

 

 

 

 

 

 

 

"부질없는 이야기로 둘러앉아 떠들고 있으면 참된 총명함이 점차 사라진다."

 

뒷담화로 사라지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품격과 총명함도 함께 사라진다.

사람들 사이에 서면 늘 겪게 되는 상황이다.

한때는 나도 휩쓸려 그랬던 적도 있다.

말은 부메랑이 되어 언제든 돌아왔다.

좀 더 크고, 좀 더 아프게.

 

이 책엔 공자, 맹자, 논어, 노자 등 고대 현자들의 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가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 보거나 읽어 본 적 있는 이야기들에서 스스로의 말 가짐을 확인해 보는 시간을 준다.

 

고전에서 찾은 대화의 기술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지만 실전에서 써먹기에는 아직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우선 나는 입을 닫고 귀를 여는데 좀 더 집중해야겠다.

상대를 관심 있게 지켜보며 제대로 된 질문을 하려 노력해야겠다.

 

꿀이 흐르는 입을 조심하고 경계하며

쓸데없는 말을 늘어놀 거 같으면 차라리 침묵하는 법을 택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말을 하지 않아야 할 때 하는 것은 경박함이다. 말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감추는 것이다. 평상시의 사귐에서 이 두 가지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귐에 진실과 솔직함이 없기 때문이다.

 

 

경박함과 솔직하지 않음은 늘 항상 붙어 다니는 거 같다.

난 솔직한데 경솔할 때가 많다.

경솔함이 경박함으로 가는 데는 지름길이 따로 필요 없다.

 

책을 읽을수록 내 부족함이 보여서 부끄러웠다.

침묵 수행이라도 하고 싶어지는 심정이다.

 

내게 필요했던 부분을 채워준 책.

곁에 두고 수시로 꺼내 읽으며 나를 다스리는 책으로 잘 활용해야겠다.

언젠가는 감정적이지 않고 적정선을 갖춰서 대화를 하는 나를 그려본다.

침착하고 우아하고 품격 있는 말을 하는 나.

그러려면 부지런히 갈고닦아야 한다.

 

뭔가를 깨닫고 배우는 과정은 끝이 없다.

말하는 것도 기술이다.

나의 형편없는 말하기 기술이 점점 나아지기를 바란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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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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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기회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어쩌면 기회는 파도처럼 매일매일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기회를 놓쳤다면 다시 맘을 가다듬고 기다리는 거다. 기다리면 다시 온다. 피도처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부부의 하와이 일 년 파도타기 여행. 이라고 내 맘대로 붙여 본다.

책을 읽는 동안 수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상상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하와이를 떠올리며 두 사람의 모습도 상상해 보았다.

중년의 20년을 살아온 두 사람의 홀가분한 하와이 생활.

오늘의 파도가 어떤지를 눈 뜨자마다 검색하고 바다로 나아가는 생활은 누구나 한 번 꿈꾸는 생활이었다.

한국이 싫고, 한국이 답답하고, 한국을 떠나고 싶을 때 사람들은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나는 늘 바다가 있는 곳이 그립다.

그곳이 어디든.

다 놓고.

훌쩍~ 그렇게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이 세상에.

하와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런 자유를 스스로 찾은 사람들인 거 같다.

두 부부의 곁에 머문 사람들의 이야기는 삶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인생이란 알 수가 없다.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는데 기다렸더니 더 좋은 게 오기도 하는 것이다. 인생의 때라는 게 있을까?



파도를 타기 위해 더 좋은 파도를 기다리며 삶을 느끼는 순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파도 소리가 들리는 책이다.

살면서 하는 모든 걱정을 똑같이 하면서도 누릴 수 있는 최상의 것을 누리며 사는 삶.

그건 바로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있는 거 같다.



다른 미래를 원한다면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부터 다르면 된다.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좋은 오늘을, 함께 살아가겠구나.



다른 미래는 내일부터. 라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사는 건 아닐까.

그래서 늘 미래를 위해. 현재를 아낌없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소진하고 허덕인다.

그냥 지금을 미래의 달라진 모습처럼 살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원 없이 파도를 타고

자외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언제든 마음을 열 준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만나기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기도 싶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렇게 사는 게 꼭 그렇게 어려운 것만도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너무 어렵게 사는 법만 터득하고 사는 거 같다.

쉽게 살아가는 방법을 몰랐던 나에게 이 책은 많은 마음의 자유를 준다.

 

 

 

 

 

남의 소소함을 읽다 보니 내 소소함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와이에서는 누구나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닌다.

남녀노소,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마치 우리나라 대중탕 같다고 생각했다.

벗어던지면 모두 같을 뿐이다.

우리에게도 바다가 있는데 왜 우리는 하와이 사람들처럼 느긋하지 못한 걸까?

그들은 자신들의 땅을 빼앗기고도 하와이하게 사는데.

책을 읽기 전엔 하와이 하다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저 하와이 하다의 뜻이 오롯이 새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알 거 같다.

내가 모르던 세계 하나를 덤으로 알게 된 느낌이다.

나도 하와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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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메이킹 스토리 & 대본집
마진원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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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장르 드라마의 열풍을 몰고 온 OCN.

많은 인상적인 드라마가 많지만 그중 보이스는 시즌제 드라마를 안착시킨 드라마로 평가된다.

아쉽게도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드라마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니 드라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인 메이킹필름을 몇 번 본 적은 있는데 그것을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는 기회는 많이 색달랐다.

그냥 휙~ 지나가 버리고 마는 촬영장의 모습들과 편집된 감독과 스태프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가진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고생과 고뇌들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어쩜 나는 백지상태에서 이 책을 받고 보이스라는 드라마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작가 마진원이 5년에 걸쳐 집필을 했고, 앞으로도 시즌이 계속되는 한 계속 이어져 나갈 거 같다.

작가는 112 신고 센터를 방문했을 때 이 드라마의 플롯을 만들었다고 한다.

주로 형사와 범인의 밀당 위주였던 이야기에서 피해자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드라마라는 것이 이 보이스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강권주, 무진혁은 1시즌을 담당했고.

강권주와 도강우는 2시즌과 3시즌을 함께 한다.

 

시즌 1은 112 신고센터 팀장 강권주와 무진혁이 중심으로 범죄율이 젤 많이 일어나는 도시에 특별팀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최초의 신고가 들어오는 112 신고 센터.

'3분 출동, 5분 도착, 10분 검거' 라는 골든타임내 초등 대처만 잘해도 우리나라 범죄율의 반 이상이 근절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감독과 스태프들의 애정도 또한 특별하다.

현재 3시즌까지 마무리가 되었고 시청자들이 4시즌을 궁금해하는 이 상황에서 이 드라마가 한국 최초로 시즌제 드라마로 미국 드라마들처럼 10년 20년 가까이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많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대본집으로 드라마를 음미하는 맛이 각별했다.

가끔 대사들이 뭉그러져서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대본집으로 지문까지 확인하며 읽는 것은 드라마를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소품부터 배경까지 어느 한 곳 스태프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보통은 드라마나 메이킹필름을 보더라도 집중하지 않는 이상 이런 부분은 소홀히 넘기고 만다.

메이킹필름조차 주연 배우 중심으로 보게 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작가와 감독과 그 외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글로 만날 수 있어서 그분들의 노고를 직접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 이 책의 최고 매력이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작가의 좋은 글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열정이 무엇보다 많이 필요하다.

특히나 이런 범죄 드라마는 분장이나 배경에 훨씬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이 보이스라는 드라마는 우리에게 미국 드라마에 맞설 수 있는 한국형 범죄 드라마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을 거 같다.

책으로 먼저 만나고 드라마로 보는 보이스.

내게 보이스는 그래서 더 특별한 드라마로 남게 될 거 같다.

 

집 밖은 위험한 겨울.

보이스를 몰아 보는 것도 좋은 계획일 거 같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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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틈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지넷 윈터슨 지음, 허진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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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의 함께 읽는 책.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1탄 시간의 틈.

 

 

잃어버린 것과 되찾은 것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

역사 전체가 거대한 분실물 센터인 듯이.

어쩌면 그것은 창백하고, 외롭고, 조심스럽고, 항상 존재하고, 수줍음 많고, 탁월한 달이 지구에서 떨어져 나갔을 때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구의 자폐증 쌍둥이.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를 지넷 윈터스가 다시 쓴 시간의 틈은

질투와 오해가 삶을 망가뜨리고, 소중한 것을 잃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잃어버린 그 소중함이 세월을 지나 그들 앞에 나타나서 서로를 용서하게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너무 뻔해서 그래서 너무 와닿는 이야기다.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는 읽어 보지 못했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각색한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하지만 친절하게도 이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 오래전 과거 그들의 인연이 결코 지금 새롭게 이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원작이라는 이름으로.


 

 

리오와 지노는 기숙학교에서 만났다.

둘 다 집에서 관심 밖이었다. 그 공통점이 그 둘을 이어지게 했고, 그들은 서로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것은 우정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호기심이었을까? 그냥 한때의 열정이 퍼진 것일까?


 

성인이 된 리오는 남자 내음을 풍기는 어린애였고, 지노는 게이였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

그러나 리오는 아내 미미와 지노 사이를 의심하게 된다.

의심은 걷잡을 수없이 자라나고 임신한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지노의 아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옛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처럼 아내 헤르미오네와 폴릭세네스를 의심한다.


 

그들은 긴 세월을 통과해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을 바꿨을 뿐 아주 오래전 과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미미가 낳은 아이는 리오의 손에 의해 납치된다.

지노에게 보내지기로 했던 아이는 결국 베이비 박스에 넣어기게 되었다.

운명은 그렇게 시간을 건너 뛰어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할 뿐이다.

더 복잡하고, 더 현란하고, 더 꼬이게.


  

이야기에는 항상 역사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거가 바로 뒤를 그림자처럼 쫓아오고 있다.


 

 

세월이 흐른다.

솁이라는 흑인 남자의 손에 자라게 된 리오와 미미의 딸 퍼디타.

그런 퍼디타를 사랑하는 지노의 아들 젤.


 

부모 세대의 과오가 자식세대로 이어지는 인연의 끈.

저자 지넷 윈터스는 자신이 업둥이였고, 자신이 동성애자이다.

지노와 퍼디타를 통해 자신을 덜어냈다.

멋지지 않은가.

 

 

 

 

 

지노가 만든 가상현실의 게임 속에서 지노와 미미와 리오는 만난다.

매일 같이 미미의 창가에서 그들은 만난다.

미미는 미동 없이 그대로다.


 

현실에서 그들은 마주치지 않는다.

리오와 미미는 이혼했고, 지노에겐 술이 있었다.

자신의 과오를 되돌리지 못한 리오가 있었고.

친구이자 한때 연인이었던 리오를 말리지 못한 지노가 있었고.

그들 사이에서 덧없어진 미미가 있었다.


 

세월은 퍼디타가 자라나는 동안 그들을 격리 시켰다.

상처는 곪아서 터져 나올 때까지는 계속해서 냄새를 풍기고 욱신거리고 열을 내게 만들 뿐이었다.

자라는 아이들 대신 자라지 못한 어른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질투의 씨앗이 어딘가에서 자라나 자신들을 찾아내기를.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되찾을 수는 있다. 그렇지 않은가?



 

사랑의 감정은

사람의 감정은

어쩌면 온전치 못한 감정인지도 모른다.

성숙한 사랑은 애초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


 

어쩜 리오는 지노와 미미 둘 다를 사랑했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을 연결하고 그 광기에 사로잡혀서 저지르면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행복한 결말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극은 그 지난한 세월로 갈무리되었으니.


 

현실도 이렇게 행복한 결말만 남았으면 좋겠다.


 

의심이란 씨앗은 영양분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자란다.

그러니 그 씨앗을 품에 품고 다니지 말자.

의심과 질투는 쌍둥이라 떨어져도 서로를 알아낸다.

그러니 마음에 심지 말자.


 

어린이 다운 어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건 책 속에만 있는 일이 아님을.

감정적 성숙을 키워내야 할 겨울이 왔다.

마음에도 따뜻한 코트를 입혀주자.

추울 때 의심과 질투는 활활 타오르는 법이니.

마른 장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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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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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지하실에서 실수로 악독한 지박령이라는 원혼을 불러내고 말았다. 지박령을 둘러싸고 있던 어떤 금기를 깨뜨린 바람에 노퍽관은 지금 사람들의 혼을 농락하고 끌어가는 사냥터가 되고 말았다....

 

 

신입생, 기숙사, 7대 불가사의 괴담, 악마 소환, 초혼 의식.

안 궁금할래야 안 궁금할 수 없는 소재로 무장한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맨 앞장을 장식하는 이야기는 과거의 사건과 기숙사에 전해내려오는 괴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사건이 신입생들에게 벌어진다.

 

다른 학생들 보다 일찍 기숙사에 도착한 신입생들 중

아화, 버스, 위키, 칼리, 아묘, 산산, 샤오완, 즈메이는 서로 친구가 된다.

그들의 기숙사 노펵관은 100여 년 전에 전소된 성 위에 세워졌다.

그들이 휴게실에서 신나게 기숙사의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학교 선배 아량이 다가온다.

100여 년 전 화재로 성이 전소된 뒤에도 이상한 의식을 했던 지하실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구경해보지 않겠냐고.

 

기숙사 첫날.

한껏 괴담에 고무된 이들은 아량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간다.

성 전체가 전소했음에도 지하실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인 이곳에서 버스는 친구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청한다.

 

초혼 게임.

그때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한 게임이 끔찍한 무언가를 불러냈다는걸.

 

그리고 그것이 차례차례 그들을 잡아갈 거라는 사실을.

 

 

 

 

 

 

 

기숙사 전체가 뭔가에 지배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장기판의 말이 되어 '공포'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대국은 불공평하다. 우리는 오로지 잡아먹히는 쪽에 놓여 있다.

 

  

찬호께이의 작품은 처음이다.

왜 다들 찬호께이에게 엄지 척을 하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호러를 표방한 추리소설은 그야말로 첫 장부터 흥미진진했다.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이 끔찍한 사건에 가담하게 되는 친구들이 만나게 되는 과정부터 그들의 호기심과 장난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과정과 괴담과 전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친구들이 하나씩 눈앞에서 거울 속으로, 땅속으로, 원혼의 손아귀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끔찍한 설정 때문에 조마조마하게 읽어 가게 된다.

 

정말 보통 사람 아화는 친구들을 구할 수 있을까?

 

과장이 심하고 시끄러운 버스.

인터넷 정보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위키.

천문학을 좋아하는 칼리.

그런 칼리를 보호하는 의대생 아묘.

단연코 눈에 띄는 미모의 산산.

총천연색 컬러플한 옷으로 시선을 끄는 여자 버스 샤오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즈메이.

기숙사의 괴담에 대해서는 줄줄 꿰고 있는 선배 아량.

그리고 더 이상 보통일 수 없는 평범한 아화.

 

이 9명이 펼치는 괴담과의 사투는 곳곳에 설치된 복선을 깨닫지도 못하게 재빨리 진행된다.

시간의 틈으로 빠지고, 거울 속으로 공간이동을 하며, 즐비한 시체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책상이 친구를 잡아먹기도 한다.

이 공포스러운 상황을 그들은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니.

그들은 노펵관에 갇혔다.

모두 죽을 운명이었다.

 

교묘하게 숨겨진 트릭은 책을 다 읽어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니는 염소의 미소 때문에 염소에 대한 편견이 생겨버릴 거 같다.

염소를 이렇게 사악하고 섬뜩하게 그리다니.

염소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이 이야기가 생각날 거다.

 

이 이야기 한 편으로 마치 이상한 나라에 다녀온 기분이다.

심령 현상이 이토록이나 무서운 줄 처음 알았다.

암튼 친구는 잘 사귀고 봐야 한다.

소외된 이웃과 친구를 잘 돌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이야기.

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의 세계로 들어왔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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