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8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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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정치에 대해서는 할 말도 많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친한 사람끼리도 싸움이 일기 때문이다.

가족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살아오면서 세상 그 어디에서도 정치 아닌 것을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리고 정치에 무관심하면 할수록 내 삶이 피폐해진다는 것을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깨닫고 있다.

서가명강 시리즈 8번째 이야기는 한국 정치를 말한다.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 이 4가지 키워드로 이야기하는 한국 정치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역사의 기록이었다.

 

대통령

대통령의 키워드로 해방 이후 최근까지의 대통령이 만들어진 과정을 담고 있는 부분을 읽는 동안은

내리 고구마 100개쯤 먹은 것처럼 속이 답답했다.

 

한국에서 대통령제가 도입되고, 복원되고, 유지되어온 배경에는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강력한 정치인들이 있었다.

 

 

해방 이후의 대통령직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독재자였다.

그리고 그들의 승승장구는 모두 시민들의 힘으로 발목이 잡혔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한들 시민의 힘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선거

 

한국에서 선거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된 일 없이 주기적으로 실시되어 왔으며 선거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권위주의 체제하에서도 국민의 뜻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작동해왔다.

 

 

꽤 중요한 이야기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설사 그것이 불법으로 점철된 선거였다 하더라도 선거가 중단된 일은 없었다는 것은.

그리고 우리는 그때그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선거에서 표심으로 정치인들에게 알렸다.

그걸 못 알아먹은 정치인들 때문에 여러모로 괴로운 상황에 처했긴 했지만.

 

선거는 민심의 향방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곧 다가올 큰 정치적 변혁을 알리는 시그널로 작동해왔다.

 

 

 

정당

정당정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정치인을 배출해야 하는 데 우리에겐 그러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정치인보다는 신선하고 반듯한 인물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사람들이 하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치인들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인기 있고 신뢰받는 외부 인사를 자기네들 얼굴로 내세울 궁리를 하는 시간에 올바른 역량을 키울 수 있게 정치 꿈나무들을 잘 길러내는 것도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나는 정당이 많은 것을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나의 무지였음을 이번에 깨달았다.

 

정당정치의 경쟁성, 책임성, 반응성을 강화시켜 새로운 변화의 동력이 정치권 내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양당적 구도에서 다당적 구도로의 전환을 통해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정당 체제에서 벗어나 정치적 경쟁성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정치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민주화

매일매일이 시위의 나날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늘 최루탄 가스에 콜록이며 다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조용히 촛불을 들고 자신의 뜻을 조용히 불태우지만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무서움 그 자체였었다.

내게 80년대는 데모의 시대로 기억되니까.

우리는 민주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렸다.

그때 그분들의 용기와 피 위에서 지금 조용히 촛불을 들고 서 있는 기분은 묘하다.

아직도 우리는 거리로 나서야 한다.

그것은 정치가 아직도 제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면 시민 각자가 제 역할을 하면서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 교육이 중요하다. 나 혼자 편하거나 잘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 남을 배려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에 대해 외면하고 귀담아듣지 않고, 늘 시끄러운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권력에 눈먼 자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이라는 이름을 팔아먹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회의원 수를 팍! 줄여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일도 안 하고 맨날 싸움박질이나 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그들의 행태가 꼴 보기도 싫고,

일도 안 하고 매달 받아먹는 국회의원 월급도 너무 아까왔었다.

이 책에 말하기를 국회의원 수가 많아져야 감시하는 눈이 많아지고 그만큼 서로를 견제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이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한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현 정치사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렇게 한 번은 정리를 하고 넘어가면 조금이라도 정치를 보는 안목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여태껏 정치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각이 달라졌다.

정치는 외면할수록

내 삶을 짓밟는 짐승 같은 존재다.

그 짐승을

내 삶을 밝혀줄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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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 - 페미니즘이 발견한 그림 속 진실
조이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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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금기를 어긴 행동도 프로메테우스가 하면 영웅적 행위이자 주체적 자존감의 표출이 되지만, 판도라와 이브가 하면 파라다이스를 잃게 만든 어리석고 멍청한 행동이 된다. 의지도 없이 자의식도 없이,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했거나 사탄의 꾐에 빠져 어쩌다 신을 거스른 바보들. 애초에 신은 그들을 복수의 '미끼'로, 또는 남자의 외로움을 덜어줄 '배필'로 삼기 위해 만들었다. 그들의 호기심이나 지적 모험심은 인류에게 죽음과 재앙을 불러올 뿐인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런데. 그 아는 것들이 모두 잘 못 된 지식이거나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무력화시키고, 복종시키기 위해 지어내고 만들어낸 허상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이 책.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 을 읽어가는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주입된 이 잘못된 정보 때문에 내가 스스로를 억제하고, 자학하고, 괴롭히고, 병들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그러면 안 돼.

여자는 여자니까.

여자가 감히.

여자가 돼서는.

나는 이 말에서 '여자'를 빼고 '사람'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다.

 

이 말들에 길들여져서 스스로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스스로 하면 안 되는 것들을 머릿속에서 되뇌며 살았던

나와 같은 여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자의 적은 여자. 라는 말로 여자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 남성우월주의 세상에 맞서려는 수많은 여자들의 행동을 평가절하하고, 외면하고, 무시하고, 손가락질했던, 하고 있는, 모든 여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작품 속에서 우리는 '다른 것'을 읽어내야 한다.

여지껏 남성의 의식으로 이루어져 전해내려 오는 무.수.히. 많은 그림, 신화, 역사, 예술에 대해

여자의 의식으로, 여자의 시선으로, 여자의 감각으로 다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최근 들어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보는 그림에 대한 에세이를 몇 권 읽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숨겨져 왔던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을 겪었다면

이 책은 그 발견의 심화 과정에 해당된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어릴 때부터 세뇌되었던 '여자' 라는 관념이 얼마나 잘못 이해되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여성의 성과 성기에 부여된 과도한 의미를 제거하고 벗겨내야 한다는 것. 여성이 곧 자신의 몸과 성기로 환원되는 문화 속에서 부끄러움과 수치를 학습하는 한 여성들은 계속해서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요즘 젊은 여성들은 화장실에서 그렇게 '쫄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예전 남자들은 백일 사진에서 대부분 '그것'을 드러내고 사진을 찍었다.

그것은 자랑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런 사진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여자는 자랑거리가 아니니까.

성장하면서 2차 상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커지고, 생리를 하게 되면 그것을 감추어야 했다.

되도록이면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으니까.

 

질의응답이라는 책이 나왔을 때.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뜻으로 이해했지만 그 책의 내용은 정말 "질" 에 대한 응답이었다.

페미 다이어리라는 책을 받아 펼쳐보고서야 나는 이 나이를 먹도록 내 몸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항상 감추어야 하고 드러내 놓지 못하는 내 몸의 모든 것들.

그런 나와 다른 성의 남자들은 한 여름이 되면 반바지 한 장만 입고도 거리를 활개치고 다닌다.

나는 더워도 브래지어는 필수로 해야 하고 팔뚝살 때문에 나시는 입지도 못하는 데 말이다.

 

그러나 한 번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최근까지는.

이제야 겨우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여자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대화가 절실해졌다.

같이 읽고, 같이 이해하고, 같이 성토하고, 같이 발전해 나아가고 싶은 생각들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휘젓는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서 지금 자라나고 있는 여자들에게 많이 읽히기를 바랄 뿐이다.

그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는 조금 더 자유롭고, 더 당당해지길 바란다.

아이들의 시선부터 조금씩 개선해 나아가야 밝은 미래가 올 거 같다.

 

무의식중에 전달되는 어른들의 무식한(?) 차별과 편견이 아이들에게 그릇되게 오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자들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들은 이 글을 별로 좋아하기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오랜 그릇된 역사를 알아 버리는 것은 원치 않을 테니까.

 

악마나 구원자 둘 다 남성들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당신들이 지은 죄는 당신들이 알아서 처리하면 될 일. 그러니 제발, 구원은 셀프!

 

 

폭력이 사랑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미화시켜 듣고 자란 아이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어른으로 자란다.

그래서 그것이 잘. 못.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 현재 대한민국은 강간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 처한 많은 여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렸고, 내몰리고 있다.

아는 것은 힘이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이 아닌 것을 잘못으로 배웠고, 그것 때문에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며 살아야 했다.

여지껏. 수많은 세월을 그렇게 살았다면, 그래서 그것이 DNA로 전승되어 왔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우리 정신과 몸에 각인되어 있는 그 잘 못 인식된 DNA를 갈아치울 준비를 해야 한다.

 

쉽지도, 평탄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을 길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세상의 여자들과 앞으로 태어날 여자들을 위해서

여태껏 남자들이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에 그래왔듯이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삶을 되찾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남자. 여자.라는 인식보다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먼저 채워주어야 할 것이다.

역할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연스레 나누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남자여서, 여자여서라는 제목을 달지 않게 하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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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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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가 주어여야 한다는 소개 때문에 이 책이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우리의 모든 게 문학이 될 수 있다는 인상깊은 문장도 가슴에 담아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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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 삶의 세밀화를 그린 아메리칸 체호프 클래식 클라우드 13
고영범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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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는 글을 쓰려면 고립된 장소가 있어야 했다. 작업은 대개 연필을 몇 자루 깎는 일로 시작되었다. 그러고는 노란색 노트 패드나 흰색 타자 용지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특유의 악필로 쓰기 시작한다. 카버는 앉은 자리에서 초고를 끝내는 것을 좋아했다.

 

읽어 본적 없는 작가의 일대기부터 알게 되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내게 레이먼드 카버는 이름은 들어본 적 있지만 알지 못하는 작가였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열세 번째는 [대성당]의 작가 레이먼드 카버이다.

 

가난을 등에 지고 평생을 살아왔던 그에게 술은 혹이나 다름없었다.

이른 결혼으로 일찌감치 가장이 되었고, 대를 물린 가난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대학을 다니고 계속 글을 썼다.

앉은 자리에서 초고를 완성하는 걸 좋아하던 그에게 더없이 부족한 것이 바로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짬짬이라도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첫 부인 메리앤 덕이라 말하고 싶다.

 

카버가 방황하는 내내 가정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했던 그녀 메리앤.

그녀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도 기회가 닿는 틈틈이 대학으로 돌아갔다.

그녀에게 좋은 기회가 올 때마다 견디지 못하고 묵살해 버린 건 카버였다.

 

카버는 대단히 보수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

메리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렇지만 현실의 비주류들에게 가지는 편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을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살아가면서, 배워가면서 그 편견들을 시류에 편승해가며 바꿔나갔던 거 같다.

 

이름을 얻자마자 몰락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그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자신을 옭아매던 가난에서 구원받았던 그 시기에 그는 술에 빠져 들어간다.

명성을 얻고도 6년간 그는 글을 쓰지 못했다.

그 기간 동안 그가 미리 써놓은 작품들이 출간되기 시작하고 그것으로 그는 연명해갔다.

 

 

 

 

 

 

 

겉보기에는 여태까지의 카버 생애 가운데 정점에 도달해 있는 이 시점에서 카버는 내리막길로 들어서게 된다. 작품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이 첫째 이유이고, 술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그 둘은 결국 하나였다.

 

 

 

그러나.

카버는 모든 걸 잃고 다시 재기한다.

가족도 해체되고 메리앤도 떠나고 친구들도 떠났지만 카버는 다시 일어선다.

스스로를 져버리지 않을 자존심이 그에게 있었던 거 같다.

 

그를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리시는 악랄한 편집으로 새로운 카버를 만들어냈지만

카버의 정체성도 함께 난도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카버가 묵인했던 건 어떤 이유였을까?

 

아마도.

그렇게라도 자신을 입지를 굳혀 놓고 더 커다란 사람이 되어 다시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 이후 [대성당]을 내놓고 카버는 리시의 편집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가벼운 카버에서 깊이 있고, 풍부한 카버로 자신을 되찾았다.

 

가난과 술, 해체된 가족.

자신의 작품마다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남겨 두었던 카버의 작품이야말로 가장 진솔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주변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아서 그것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내는 그의 솜씨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작가에 대해 알고 그의 작품을 대하면 모르고 읽었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을 느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편들로 이루어진 카버의 생애를 알아가는 시간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글이었다.

한 사람에 대해 쓰기 위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이 멋진 여정에 나도 동참한 것이 기뻤던 시간이었다.

레이먼드 카버를 읽는 시간은...

 

 

어쨌거나, 이번 생에서 원하던 걸

얻긴 했나?

그랬지.

그게 뭐였지?

내가 사랑받은 인간이었다고 스스로를 일컫는 것, 내가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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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 인공지능과 인간이 창조한 인류
서석찬 지음 / 델피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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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트랜스미션이 인간이 인류에게 선사한 최고의 축복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신우가 생각하는 트랜스미션은 인류를 파괴하는 재앙이었다.

 

 

복제된 인간의 신체에 복제된 뇌를 이식해서 원래의 뇌에 있는 정보를 복제된 뇌에 전송한다.

그렇게 전송이 이루어지고 나면 복제된 인간은 새로 태어나고 원래의 인간의 육체와 뇌는 소각된다.

이렇게 새롭게 탄생한 신인류는 인간일까? 아닐까?

 

미래의 인류는 트랜스미션을 하던지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인간으로 남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대부분은 영원한 삶을 위해

더 젊어진 육체를 지니기 위해

트랜스미션을 한다.

 

전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크루세이더들은 전통적 가치관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자연적 죽음과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이 설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없어진다.

 

병들지도, 아프지도 않은 육체를 지닌 신인류의 도래로 병원도 제약회사도 사라진다.

전통적인 인간들을 위해 소규모로 존재하지만 그것조차도 실리를 따지는 정부 입장에서는 필요 없는 것들이다.

 

에덴 프로젝트.

자상하고 자신을 잘 이해해주던 아버지가 사고로 뇌를 다치고 나서 성격이 변해가는 걸 본 한국계 미국인 케빈은

인공지능 나비를 만든다.

매일 스스로 학습해서 나날이 발전해 가던 나비 덕에 케빈은 뇌과학에 혁신을 가져온다.

그리고 자신의 병 알츠하이머를 고치기 위해 트랜스미션이란 에덴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에덴 프로젝트 이후 세상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고

인구 포화 상태인 지구를 위해서 달과 다른 행성으로 뻗어간다.

트랜스미션으로 변화된 인간들을 앞세워서.

 

이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진 신우는 크루세이더가 되어 트랜스미션을 연구하다 무서운 음모를 발견하게 된다.

그 음모를 만천하에 공개하기 위해 스스로 트랜스미션을 받기로 결정한다.

과연 신우의 결정은 인류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까?

 

케빈은 라비를 만들고 라비는 에덴 프로젝트를 통해 케빈을 만들었어요. 라비는 이제 트랜스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인간들을 만들어내고 있죠.

 

 

나비라는 이름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득해서 라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인공지능.

라비는 인류를 신인류로 대체했다.

인간이 바라는 영원불멸의 삶을 그들에게 내어준 대가는 무엇일까?

 

읽고 나서 소름 돋는 이야기였다.

아주 단순하게 끌고 가는 스토리여서 읽을 때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 끔찍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영원을 위해 스스로 인공지능 로봇이 되어 버리는 인간들.

교묘히 인간의 심리를 꼬드겨서 스스로 결정하게 만드는 지능적인 기계의 힘.

그리고 미약한 저항을 하는 인류마저 소탕해 버릴 작전을 짜는 그.것.들. 에 대한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고, 알파고가 인간을 이기는 이 인공지능 시대의 출발점에서

한 번쯤 짚어보고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야기다.

 

에덴 프로젝트는 이름처럼 아름답지 않다.

영원의 안식은 결국 죽음이었다.

영원한 삶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인류의 어리석음을 한스럽게 바라본다.

 

이런 세상이 온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끝까지 저항하며 살 것이다.

영원을 산다는 건 정말 지루한 일일 테니.

 

가볍게 읽히면서도 신선한 이야기 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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