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모험 - 청춘의 산티아고 순례 에세이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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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누군가 산티아고 순례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결코 혼자서는 걸을 수 없었던 길이라고.

불분명한 지금을 어깨에 짊어지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길 위에서 만난 인생들과 길 위에서 만난 또 다른 나.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은 그렇게 계속 걸어야 하는 길이었다.

 

어느 날은 사람들과 함께

어느 날은 홀로

어느 날은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서

그렇게 걷다 보면 목적지 산티아고에서 만나게 될 절대적인 그 무엇. 절대적인 그 가치.

그것을 만나기 위한 한 달 남짓한 여정.

 

각자의 꿈과 각자의 이유를 짊어지고 떠난 여행길은 순탄하지만 순탄치 않았고

혼자였지만 가족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럼에도 혼자만의 고독이 절실했던 길이었다.

 

이우의 바람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그는 멋진 소설가로 거듭나 있을 거라는 혼자만의 자신감을 안고 묵묵히 걸어 나갔다.

살아간다는 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조각을 찾아나가는 모험이 아닐까.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들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채워진다.

결국 산티아고에서 만나게 되는 건 자신들의 꿈이 아니다.

자신이 떠났던 그 복잡하고, 허망하고, 답이 없을 거 같은 곳. 현실이다.

 

마치 복권을 사들고 당첨 날을 기다리며 복권이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나날처럼

그의 산티아고행도 당첨 발표를 기다리는 복권과 같은 것이었다.

허망하게 끝나지만 다시 새로운 복권은 사는 마음 같은 거.

 

언젠가 TV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프로를 보면서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 길을 홀로 걷다 보면 이만큼 살았어도 알지 못한 무언가를 깨닫게 될 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이우의 모험을 읽는 동안 나도 산티아고를 향해 같이 걸었다.

나도 언젠가 저 길에서 마주칠 그 어떤 것에 대한 워밍업처럼 생각되었다.

 

길 위의 나는 소설을 쓰고 있었다. 훗날 이 이야기에 누군가 귀 기울여줄 행복한 상상을 하며.

 

 

이우의 레지스탕스는 길 위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그 이야기의 느낌이 그렇게도 잔재해 있나 보다.

작가는 순례길에 오르며 자신과 한 약속을 지켰다.

꿈은 늘 내 발에 닿지 않는 곳에서 내게 손짓한다.

그래서 늘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을 지닌 채 그 부족함을 꿈으로 바꿔놓고 살아야 하는가 보다.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그 길 위에서의 느낌들은 생활 속에서 틈틈이, 짬짬이, 소소하게 되살아 난다.

길을 떠나 본 사람과 떠나 보지 못한 사람의 차이다.

현저한 그 차이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살아온 삶 만이 알아챌 수 있을 뿐.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라 해서 같은 마음을 지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방향을 향한 사람이라 해서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늘 내 마음과 내 생각을 지키며 살아 내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자기만의 모험을 지금도 하고 있을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길 위에서 자신을 걸. 어. 올. 린. 작가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레지스탕스의 모. 험. 이 어느 날 제롬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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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오지혜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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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작정하고 거짓을 퍼뜨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하루가 멀다고 진실을 교모하게 가리고 왜곡하는 사람들을 보면 궁금해진다. 대체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얻어야 하는 건 무엇일까. 어쩌면 속일 자신마저 남아있지 않은 건 아닐까.

그런 인생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소함을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고만고만한 두려움과, 고만고만한 걱정과, 고만고만한 고민들을 움켜쥐고 사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반가움 때문이다.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생각의 단상들이 삶에 있어 뼈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이런 에세이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느낀 게 된다.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이 에세이에 담긴 내용이 좋은 이유는 오늘을 살아야 할 이유를 잘 이야기해주어서다.

  

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 고대하는 미래가 늘 없는 것과도 같다.

매일매일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니까.

오늘도 내일도 늘 준비만 하다가 끝나가는 인생이 될 것이다.

 

먹고 싶고

하고 싶고

갖고 싶고

주고 싶고

가고 싶고

하는 이 모든 걸 언제나 여유 있는 미래로 미루고

지금 당장은 그 여유 있는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애써 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 사는 우리들.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생각만 하는 미래로 끝날지 모른다.

현재가 미래를 만드는 것임으로.

 

 

 

 

직접 그린 만화가 간간이 들어 있다.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참 소소한 행복을 깨닫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삼십 대 작가의 이야기는 오로지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고 있는 내 마음이 넉넉해진다.

나는 작가보다 먼저 삼십 대를 지나온 사람이지만 작가보다 조금 더 아둥바둥하는 마음으로 지나왔던 거 같다.

여유 있는 나이에서 바라보는 다른 삼십 대의 삶과 생각이 나 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서 반성하게 됐다.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엄청난 고난이나, 굉장한 슬픔을 딛고 일어난 것도 아니지만

우리 모두의 삶이 다 고만고만하다면 모두 작가와 같은 생각들을 한 번쯤을 했을 것이다.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고

내 생각과 내 발걸음에 맞춰서 가고 있는 사람의 모습엔 온기가 있다.

남의 생각과 남의 시선에 아등바등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절대 찾을 수 없는.

 

쉼의 순기능이 한 가지가 더 있었으니, 무료하게 지내는 동안 알게 됐다. 그전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는 내게 중요하지 않음을. 이를테면 다른 사람과 속도를 맞추어 사는 것, 남과 비슷하게 사는 것,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것.

 

 

앞으로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남한테 맞추지 말고 내 발걸음과 내 호흡으로 살아가면

미래의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겠지.

 

 

늘 뭔가 배우려는 호기심을 지니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작가님 만화 나오길 기다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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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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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벌이다. 정말로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지 못하고 배신한 벌이다. 상처는 평생 치유되지 않고 질퍽질퍽하게 곪는다. 소리 없이 괴사해간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대학생 마사야.

한때 신동 소리를 듣던 동네의 자랑거리였지만 지금은 삼류대학 법학부에 다니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온다.

감옥에 갇힌 연쇄살인범에게서.


하이무라 야마토.

그는 마사야의 동네 빵집 사장이었다.

언제나 친근한 미소로 빵 한 개씩을 덤으로 주고 자신에게 격려를 해주던 그 상냥한 빵집 주인이

자신의 집에 10대 아이들을 데려와 고문하다 죽이고 마당에 묻어 버리는 연쇄 살인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24건의 살인 기소에 9건의 살인으로 입건된 그가 1건은 자신의 죄가 아니라며 마사야에게 진짜 살인범을 잡아 달라고 한다.


연쇄살인귀, 엽기살인범, 아동살해자, 질서형 살인범, 연기성 인격장애자, 귀축, 정신이상자, 괴물.

자기 자신도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년소녀를 감금하고, 고문한 끝에 죽여서 마당에 묻고는 자신의 컬렉션으로 삼아온 남자.



거절할 수 없는 이유로 마사야는 그의 흔적을 쫓는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흔적을 쫓는 마사야는 사람들이 모두 하이무라를 끔찍한 살인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마주친다.

모두들 그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왤까?


이 이야기는 마사야의 이야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여자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작업한 결과물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악의를 가진 자가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세뇌시켜 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


읽고 나서도 그 악의가 자꾸 되새겨져서 더 질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하이무라는 연쇄 살인마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사람들 마음속에 하이무라라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이해와, 굳건한 믿음을 각인시켰다.

그래서 모두가 그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대하고도 그를 두둔하고, 그를 이해하고, 그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 라고 믿고 있다.


마치 최근에 알게 된 화성연쇄살인범처럼 하이무라도 그렇게 작은 동네에 숨어 자신의 범죄를 감추며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착하고 성실한 가면을 쓰고 살았다.

마사야 역시 그에게 받은 온정을 잊지 못해 그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그 한 건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의 조종대로 움직인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과 하이무라 사이의 연결의 끈을 찾게 된다.


참 무서운 이야기다.

사람의 정신에 심어진 이 바이러스는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할 수 없음이.

스스로 조정당하고 있다는 의식도 못한 채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잔인한 살인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하이무라의 마수에 걸려든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

마사야의 눈을 통해 하이무라의 삶을 되짚어가면서 그가 받은 어린 시절의 학대와 방치가 드러난다.

머리가 좋았던 아이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었을 때 그 아이의 지능은 자신이 받은 만큼 보다 더 많은 걸 되풀이하는데 쓰이게 된다.

그렇게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고, 자신에게 복종하게 만들었던 하이무라가 비단 이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가면엔 호의와 온정과 믿음을 담아 놓고

안으로 숨겨진 얼굴엔 증오와 살인의 본능을 담아 놓고 이중적 생활을 해온 하이무라는 어디에도 있는 사람일 수 있다.

연약한 사람의 심성을 파고들어 악의를 심어두고 그것이 꽃 피기를 기다리는 저의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이상한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과 있으면요. 어쩐지 저에게 자신감이 넘쳐흘러요.




그 이유 때문에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누명을 벗기려 노력한다.

강의도 빼먹고, 자신의 삶도 밀어둔 채로 하이무라의 누명을 벗기려 노력할수록 예전의 자신을 되찾아가는 느낌을 가진다.

이것은 어떤 자신감일까?


자신의 사후에도 이어질 지배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이무라에게 인생 최고의 오락인 것이다.



마사야에게 드리운 하이무라의 지배력이 사라졌다고 믿는 순간.

또 다른 마수가 덧씌워지는 걸 보게 된다.

그래서 더 끔찍한 기분을 갖게 되는 이야기다.

끝났는데 뭔가 계속되는 기분이 남아서.

 

뭔가 조용히 진행되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시끄럽게 울린다.

이 점잖고 무턱대로 믿고 싶게 만드는 희대의 살인마가 세뇌시켜 놓은 인간들이 세상에 얼마나 남아있을까를 생각하면 심장이 조여오는 거 같다.

마사야가 잠깐 살인의 충동을 느끼는 장면에서 정말 작가의 의도대로 살인은 병이고 그것은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도 찜찜한 이유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그나마 일본에 사형제도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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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또 하나의 이야기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젠 캘로니타 지음, 성세희 옮김 / 라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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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비튼 이야기가 오히려 겨울왕국을 더 돋보이게 할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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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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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 입문으로 적격인 책.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검은 얼굴의 여우.
겨울밤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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