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 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다
김선영 지음 / Lik-it(라이킷)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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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은, 아니 모든 질병의 말기는 자율성의 박탈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스스로 움직이고, 대소변을 처리하고, 먹고 자고, 깨어 있는 것이 어렵게 되고 늘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인격과 존엄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사실, 이것이 죽음에 임박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담낭암으로 중학교 때 아버지를 잃은 소녀는 커서 종양내과 의사가 된다.

매일 암 환자를 대하며 그녀는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버지가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곁에서 간호했던 어머니는 투병일기를 썼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번갈아 썼던 일기는 아버지 사후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책을 모두 없애버렸다.

 

어른이 된 그녀는 헌 책방에서 부모님의 투병일기인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는 제목의 책을 찾아낸다.

그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느꼈던 병에 대한, 의료진에 대한,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환자와 그 환자의 가족들에게서 부모님과 자기 자신을 본다.

 

 

 

1부와 2부는 주로 의사 입장에서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을 부모님의 상황에 비추어 이야기하고 있다.

환자의 고통과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고통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하는 담당의로서 모든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어주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 시스템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들 곁에서 묵묵히 그들을 돌봐주지만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의료진들의 모습까지 너무도 담담하고 이성적으로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가졌던 서운함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된다.

 

 

 

 

 

 

 

 

약제 투여든 시술이든 수술이든, 환자에게 무언가를 하고, 환자가 좋아지는 것, 그것이 의사가 되려는 이들이 꿈꾸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것도 의사가 하는 일들 중 하나다. 불필요한 것을 안 하는 것. 환자와 가족에게는 변명처럼 들릴 것 같은, 죽음을 앞둔 상황에 대한 대화를 지속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곁에 있는 것.

 

 

 

병원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병원에 갈 때마다 알 수 없는 숨 막힘 때문에 긴장을 바짝 하게 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병원을 가지 않는다.

문병도 될 수 있으면 피했지만 나이 들어감에 따라 병원은 갈 수밖에 없는 곳이 되었다.

 

나 자신의 아픔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보호자로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나는 2년 전의 기억이 오버랩되는 바람에 이 책을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행히 우리의 주치의는 저자와 비슷한 성향의 여의사였고, 그분의 자상함과 미소가 환자였던 어머님에게는 커다란 위안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선생님이 생각났고

어머님이 겪으셨던 고통의 강도를 내가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이 책을 조금만 빨리 알았더라면 마음의 준비를 더 잘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집에 암 환자가 있다는 사실은 가족 모두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그리고 두렵게 한다.

나이가 많아도 죽음은 언제든 두려운 것이다.

 

환자의 고통에 대해서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슬픔과 동시에 찾아오는 자책감들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나 역시 그랬다.

 

 

 

 

 

병원에서 슬픔을 공부할 기회는 언제나 있지만, 그것을 일상에서 건져 올리기는 쉽지 않다. 이것부터 시작하자. 죽음을 안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타인의 슬픔의 깊이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저리 너머 저 심연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는 것.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언젠가는 내게도 올 그 죽음에 대해 나는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것이 평안하게 오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 나는 어떻게 그것을 받아 들여야 하는지.

내 가족들이 나보다 더 큰 고통을 겪지 않게 하려면 내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해주지 않은 이야기를 이 책이 해주고 있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이야기를 이 책이 가르쳐 주고 있었다.

 

내가 겪어 보지 않았을 때 나는 정말 무지했었고, 그 과정을 겪고 있었을 때는 더 무지했었다.

 

 

 

 

 

 

3부에는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글이 유머러스하다.

그리고 의사로서 개인으로서 자신에게 암이라는 병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아직 창창한 나이에 뭘 그런 걸 미리 생각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죽음이나 병은 어떤 예고도 없이 불시에 아무 나이에나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기에 죽음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보다는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삶의 지혜 중에 가장 중요한 지혜는

아픈 사람을 대하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그중에도 죽어가는 병을 안고 있는 이와 그 곁을 지키는 가족을 대하는 지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중요한 지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용기를 준답시고 헛된 희망을 주고, 안타까운 마음에 온갖 정보를 가져다주며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는 걸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니까...

 

이 책에 그런 지혜가 담겨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그런 결례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는 힘이 있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음을 그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들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한 편의 에세이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암이라는 병에 대해

말기 암 환자와 그 가족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그 어떤 이야기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도 잘 알려주고 있다.

 

 

 

환자를 위한 '최선' 에는 최신 항암제도 있지만, 한편 보다 적극적으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추가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 반면 항암제를 쉬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도록 권유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즉 처방보다는 결정에 핵심이 있는 역할. 그 역할이 지닌 무게와 책임을 어려워하면서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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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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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견해를 밝히는 사람은 남의 지식을 잘못 받아들이고 과거의 지식을 미래의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런 다음 그들은 웃음거리가 되어 끊임없이 회자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서 견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위화는 뛰어난 견해들은 늘 우회적으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아마도 자신의 글들에 대한 스스로의 해답이 아닐까.

 

위화의 글은 처음이다.

그가 중국의 유명한 작가이고 그의 작품들이 영화화되었다는 것도 나는 이번에야 알았다.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을 나는 영화로 보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감명 깊게 봤어도 영화 원작은 읽어 볼 생각을 못 했다.

 

작품이 아닌 산문으로 만난 위화.

 

 

 

 

문학을 선율로 음악을 서사로 말한다.

어떻게 읽고 어떻게 들어야 이렇게 장대한 글들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어떤 작가의 창작이 다른 작가의 창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미 문학 속 글쓰기의 연속성으로 자리 잡아,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감정과 사상에 지속성을 부여한다. 여기에는 누가 이익을 얻는가의 문제도 없고 누가 가려지는가의 문제도 없다.


그의 글엔 많은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들은 그의 글에서 서로 이어져 있다.

한 명의 작가를 이야기하는데 결코 한 사람의 일생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위에 말처럼 글쓰기의 연속성으로 인해 서로서로 영향을 받기에 어느 누구도 독창적일 수 없다.

장문의 산문을 통해 그가 말하는 작가들을 읽어가며 얼마큼 읽어야 이렇게 쓸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렇게 깊게 사색하고, 심층적으로 살필 수 있다면 한 작품을 얼마나 자세하게 여러 번 읽은 걸까?

그저 읽었다는 것으로 만족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문학을 선율로 음악을 서사로 말한다.

어떻게 읽고 어떻게 들어야 이렇게 장대한 글들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어떤 작가의 창작이 다른 작가의 창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미 문학 속 글쓰기의 연속성으로 자리 잡아,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감정과 사상에 지속성을 부여한다. 여기에는 누가 이익을 얻는가의 문제도 없고 누가 가려지는가의 문제도 없다.


그의 글엔 많은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들은 그의 글에서 서로 이어져 있다.

한 명의 작가를 이야기하는데 결코 한 사람의 일생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위에 말처럼 글쓰기의 연속성으로 인해 서로서로 영향을 받기에 어느 누구도 독창적일 수 없다.

장문의 산문을 통해 그가 말하는 작가들을 읽어가며 얼마큼 읽어야 이렇게 쓸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렇게 깊게 사색하고, 심층적으로 살필 수 있다면 한 작품을 얼마나 자세하게 여러 번 읽은 걸까?

그저 읽었다는 것으로 만족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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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 이근아 그림 충전 에세이
이근아 지음 / 명진서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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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이 만들어낸

우울한 마음을 해결하고 싶었다.

결혼과 시월드.

육아와 경력단절.

 

 

우리 시대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일들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에 이바지할 즈음 결혼과 동시에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그네들에게 사회는 냉정했다.

아마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스스로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저자의 이야기가 편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재능이 자본과 맞닿으면 이상적이다.

차별화된 나의 재능은 무엇일까?

불안과 가까워진 대신 나답게 살길이 열렸다.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취직도 해보았지만 채울 수 없는 공허와 어울릴 수 없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 삶을 더 괴롭히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그림에서 위안을 찾았다.

멍하니 바라보던 그림에서 위로를 받고, 스스로를 대입시키고, 마음을 가다듬는 나날.

 

 

그림을 전공했지만 그길로 나아가는 길은 좁고 험난했다.

결국 그녀가 택한 건 그림을 분석하는 일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온 그림들에 그녀의 생각을 담았다.

 

 

 

 

 

 

 

 

이 책에는 잘 보지 못했던 그림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니, 거의 다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했던 그림들이다.

귀에 익은 화가들보다는 처음 들어 보는 화가들의 그림이 대부분이다.

물론 나는 그림을 전공하지도 전시회를 자주 다니는 사람이 아니기에 더 생소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응어리를 털어내고

그때마다 위로받았던 그림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적은 이 책은

비슷비슷하게 나와있는 그림 에세이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며 답답한 현실에 나도 같이 속을 끓이고

그녀가 위로받은 그림을 보며 나도 그림에 나를 입혀 본다.

 

 

 

 

나는 이 그림들에서 나의 무엇을 보았을까?

 

 

 

 

 

 

 

에너지가 고갈되는 지도 모르고 쉴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같은 시대를 같은 이유로 통과하고 있는 그녀들이 같이 읽었으면 한다.


쉬어가는 시간은 누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내 스스로가 나를 쉬게 해주어야 한다.

이 책에서 마주치게 되는 그림들은 모두 어딘지 외롭게 느껴진다.

그건 우리가 모두 외롭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속에 나를 투영시키고 잠시 한 걸음 떼어서 바로 보는 시선.

그 시선에서야말로 나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생기는 게 아닐까?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그림에 글을 입혔다.

나는 내가 잘 하는 것에 나를 담아내면 될 것이다.

그렇게 털어내고 가다듬다 보면 나도 꽤 괜찮은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지금 우리가 바라는 건 그것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나는 괜찮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 책을 읽은 의미는 그것이다.

불안정했던 나 자신을 스스로 가다듬는 법을 배웠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니 내겐 좋은 책이었다.고 되뇌어 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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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
M. C. 비턴 지음, 지여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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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순경한테 필요한 건 관심을 돌릴 만한 흥미진진한 살인사건이야. 그러면 우리한테 걸리적거리지 않을 텐데. 경찰이랍시고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마을을 어슬렁거리면서 사람들 발에 이리저리 거치적거리는 게 다잖아. 하천 감시관인 지미가 전에 하는 말로는 해미시 맥베스가 밀렵을 하는 것 같다던데.

 

만나기 전부터 묘하게 관심을 끌던 이 해미시 맥베스라는 순경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하는 일 없이 어슬렁거리며 여기저기 기웃대다 먹을 게 보이면 다가와서 능청스럽게 얻어먹고 다니는 이 순경은

로흐두 마을에 하나뿐인 경찰이다.

 

이 마을에서 열리는 낚시 교실에 참가한 사람들은 휴가를 즐기러 온 부유층 사람들이다.

모두들 조용히 낚시나 즐기기 원했던 그곳에 레이디 제인이 등장하면서 제각각 불쾌한 경험과 걱정거리가 생긴다.

레이디 제인은 커다란 덩치와 험한 입으로 낚시 교실에 참가한 사람들부터 해미시까지 안 가리고 독설을 퍼붓는다.

마치 나는 네가 예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라는 듯이 모두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장본인이었다.

 

 

이번 낚시 교실에는 해미시를 불안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게으르고, 무심하며, 시간이나 때울 거 같은 모습의 해미시는 의외로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그의 직감처럼 낚시 교실이 4일째 되는 날 레이디 제인이 낚싯줄에 걸린 시체로 등장한다.

모두의 비밀을 아는 것처럼 굴던 레이디 제인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부유한 미국인 로스 부부

이름있는 가문의 딸 대프니

정계 진출을 노리는 있는 집 아들 제러미

런던에서 온 비서 엘리스

12살짜리 남자아이 찰리

은퇴한 소령 피터

이들 중 누가 레이디 제인을 죽일 만큼 치명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을까?

 

레이디 제인의 죽음으로 그녀가 미망인이 아닌 유명한 칼럼니스트라는 게 밝혀지면서 기자들이 대거 이 작은 마을로 찾아온다.

런던에서 온 경감은 대놓고 해미시를 무시하며 그를 사건 수사에서 제외 시킨다.

원래부터 귀찮은 걸 싫어했던 해미시에겐 잘 된 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화가 난다.

해미시는 어떻게 이 사건에 접근하고 해결할까?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로흐두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해미시는 왜 그렇게 작은 마을의 순경으로 만족해야 할까?

어째서 밀렵을 하고, 어떻게 이 작은 마을에 자신의 집과 경찰서를 지었을까?

그리고 마을 지주의 딸 프리실라와는 어떤 관계를 이루어 갈까?

궁금한 거 투성이인 이 시리즈의 첫 번째에서 해미시의 특별난 활약은 없었다.

다른 시리즈의 경찰들이나 탐정들 같이 특별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지 않은데.

바로 그 점이 해미시의 매력 같다.

 

엉뚱한 일을 벌이거나, 깊게 숙고하는 모습도 아니면서, 뭔가를 위한 액션을 취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에겐 사람들이 말을 터놓게 하는 느슨함이 있다.

경계심을 갖게 하지 않는 순경이다.

위압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날카로운 것도 않고, 그저 어슬렁거리면서 커피나 얻어 마시는 그에게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하게 된다.

그것이 해미시의 매력이자 비장의 무기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사람.

 

그 와중에 마을 지주의 딸 프리실라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어쩌면 엘리스처럼 상처만 받고 끝날지도 모른다.

묘하게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의 이 불타는 머리의 사나이 해미시 맥베스.

나는 이 해미시가 우리나라로 치면 충청도 산골의 하나밖에 없는 말단 경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왠지 그는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 같은 말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놓고 예리하게 파고드는 습성을 가졌다.

그래서 거들먹거리던 도시의 경감들이 허탕치는 사이에 그는 사람들의 비밀을 캐내면서 범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마을에 남기 위해 자신의 공을 경감에게 돌린다.

 

가족을 위한 희생일까?

아니면 프리실라에 대한 사랑 때문에?

젊은 해미시를 로흐두에 묶어 놓는 끈은 무엇일까?

아마도 시리즈를 거듭 읽어 가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다음번엔 어떤 사건이 그를 일하게 만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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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 죽을 만큼 원했던 이곳에서 나는 왜 죽을 것 같을까?
원지수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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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에서 카피라이터로, 유학생으로,

그리고 다시 있는 힘을 다해 회사원으로.

나름 마음의 소리를 좇아

인생에 큰 변화를 주며 살아왔는데도

여전히 대밭을 헤매는 무사마냥

두리번거리고 있는 걸 보면,

어쩌면 고민하는 사람에게 삶이란

평생 정체성 찾기 싸움이란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징글징글한 싸움.

 

 

 

 

 

취직에 있어 큰 실패 없이 무난하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취준생들이 넘쳐나는 이 현실에서 취직한 사람이 무슨 고민이 있을까?

취직만 하면 장땡 아닌가?

웬만하면 참고 다니지.

여기나 거기나 다 고만고만한데.

 

어쩜 이런 생각들을 할지도 모르겠다.

원하는 걸 위해 이직을 하고, 유학을 다녀오고 다시 취직하고 다시 퇴사한다.

왜 그럴까?

 

이 끝없는 고민의 정체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람의 마음가짐 같다.

현실에 만족하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자는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 거 같다.

그래서 응원하고 싶다.

언제든 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용기를 내는 그런 모습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책에 많은 공감을 할 거 같다.

마음속에 꾹꾹 담아 두었던 생각들을 저자가 시원하게 까발려서 성토하고 있으니까.

 

마치 나는 생각만 하고 있는데 내 생각을 찰떡같이 알아버린 친구가 나 대신 행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자신과 맞지 않은 곳임에도 더 이상 이력서를 쓰기 싫어서

다른 곳을 알아내지 못해 또다시 취준생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어디든 같을 텐데, 그냥 시간이나 때우며 어울렁 더울렁 월급이나 받으면 되지.

이런 생각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보다는 저자처럼 끝없이 생각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 지길 바란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회사생활에 대해

취직했음에도 불안정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노력하고 노력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을 읽다 보니

나 역시 고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회사생활에 대한 것들을 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진짜 내가 나의 둥지에 있는 게 맞는지 한번 살펴볼 새도 없이, 지금도 그저 다른 이들과 섞이기 위해 숨이 턱에 차도록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불행한 이야기를 따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희망스럽다.

나에게 어울리는 둥지를 찾기 위해 자리바꿈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불성실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이든 스트레스는 있게 마련이다.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좋은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못하는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독이 된다.

그런 독을 품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모습도 이제는 인정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제목이 모든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거 같다.

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그 이유는.

자신만이 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찾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은 영감을 주는 책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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