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불꽃
사바 타히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헝거게임 + 왕좌의 게임+ 해리포터 + 로미오와 줄리엣

 

 

 

이렇게 거창한 리뷰평은 본적이 없다.
저 모든 이야기가 포함된것이 존재한단 말인가!



판타지에 목말랐고
좋아하던 시리즈들이 끝나고
하나는 언제 나올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비슷한 이야기겠거니 생각하며 읽었다.



라이아.
스칼라출신 소녀다.
어느날 마스크의 습격으로 조부모가 죽고 하나 남은 혈육인 오빠 다린이 끌려간다.
다린덕에 도망친 라이아는 저항군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저항군 지도자는 라이아를 사지로 보낸다.
마스크 총사령관의 몸종이되어 기밀을 빼내오면 다린을 구해주겠다는게 저항군의 조건이다.

들어가는 족족 죽어서 나온다는 총사령관의 몸종노릇을 나약하고 겁많은 라이아가 과연 해낼수 있을까?



일라이어스.
마셜제국의 군사학교 블랙클리프 졸업을 앞두고 탈영을 준비하는 그는 총사령관의 사생아이자 베투리우스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로 실력이 출중한 최상위 학생이다.
자유의 몸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일라이어스 앞에 복점관이 나타난다.
그들은 500년을 살았고, 죽지 않는다.
미래를 예견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복점관 케인은 일라이어스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준다.



내일, 너는 선택을 해야 한다. 달아날 것인가, 남아서 네 임무를 수행할 것인가. 운명으로부터 달아날 것인가, 당당하게 마주할 것인가.



라이아와 일라이어스 두 시점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빠르고, 스릴있고, 반전으로 채워져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맡은바 임무를 다 하고
사건이 끝없이 진행되며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고
왕위 쟁탈전과 저항군의 활약과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위한 반역이 도사리고
황제가 되기위한 트라이얼은 생존게임과 같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시리즈로 이어진다!

각종 매체들의 리뷰는 과장이 아니었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읽고 나서 새삼 이 이야기의 스케일에 놀라게 된다.

작가의 창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었다.

왕좌의 게임이 아주 오래전 있었을 것만 같은 세계를 그렸다면

재의 불꽃은 미래에 존재할 거 같은 미지의 세계를 그려내었다.



새로운 판타지시리즈의 탄생이다.
기다릴것이 생겨서 기쁘다.

파라마운트사가 영화로 제작한다니
이 모든걸 실제 눈으로 지켜볼 수 있어서 기대가 크다.

판타지와 스릴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

책과 영화로 기다릴 시리즈가 있다는것은
나의 소소한 행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

도쿄타워 이후로 두 번째 읽는 그녀의 작품.

별사탕 내리는 밤.

도쿄타워의 농도가 더 짙어진 이야기라 할까.

아르헨티나 이민자 2세인 카리나와 미카엘라.

두 자매는 어릴 때 모든 걸 함께 했고, 모든 걸 공유하기로 했다.

남자마저.

그런 기행은 계속되었고, 그것은 두 사람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무언가였다.

남자는 다 그래.

남자에 의지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이유가 되어갔다.

카리나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남자가 생기기 전까진.

카리나는 사와코로 다쓰야와 결혼하여 일본에서 살고

미카엘라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 아르헨티나로 와서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딸을 낳아 키우며 살아간다.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사와코는 손편지로 미카엘라는 이메일로 이어간다.

그리고 어느 날 사와코는 일본에서의 모든 걸 버리고 아르헨티나로 돌아온다.

다른 남자와.

왜 하필 아르헨티나와 일본을 넘나드는 걸까?

이방인으로 자랐기에 그런 짓들이 용납된다는 뜻일까?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멘탈이 있는 곳은 지구인가 지구가 아닌 안드로메다인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되묻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읽을수록 알 수 없었으니까.

참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인데

참 아름답게 읽힌다.

그게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를 읽게 하는 힘이지.

갈등의 접점에서 다음 장면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그래서 아무도 화를 내지도 따지지도 캐묻지도 치를 떨지도 않는다.

그녀들의 부모들 마저 그러려니 한다.

그러니 읽는 이들도 그러려니 하게 마련이다.

 

 

문득 사와코는 다쓰야와 함께한 나날을 - 아니, 이 나라에서의 기억 모두를-자신이 이미 과거로서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났을 때처럼.

 

 

 

미카엘라의 딸 아젤렌은 그녀의 상사 파쿤도와 불륜에 빠져있다.

아버지뻘 이상인 파쿤도에게 절절한 사랑을 느끼는 아젤렌은 부성애의 결핍을 채우는 것일까?

별사탕 내리는 밤.

 

 

별사탕을 묻으면 그게 일본 밤하늘에 흩어져서 별이 된다고 상상했어. 여기서 보는 별은 이를테면 일본에 사는 누군가가 어쩌면 우리 같은 아이가 일본 땅에 묻은 별사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것은 사랑인가. 사랑이 아닌가.

이것은 불륜인가. 불륜이 아닌가.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인가.

어쩜

현실은 소설 속 이야기보다 더하다고 하니까

어딘가 비현실 속 같은 현실의 현장을 가져온 것일지도 모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울분 없이 읽게 하는 힘

이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은 일들로 가득하지만

어딘가에선 그조차도 아름답게 표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라면

가오리야말로 그런 일에 제격인 작가일지 모른다.

불륜인데 불륜이라 말하기 어렵게.

사랑이 아닌 거 같은데 사랑일 거 같은 느낌을 가지게.

이해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해가 될 것처럼 아리송하게.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감정선들이 꽤 이성적으로 비치기에.

넘나들 수 없는 선을 넘나들기에.

저마다의 생각들이 저마다를 변명하기에.

딱!

선을 그어 말할 수 없는 이야기.

별사탕 내리는 밤.

그들 모두에겐 밤하늘의 별이

별사탕처럼 깨지기 쉽고 달콤하기에

그리고 어딘가에 섞여서 간혹가다 씹힐 때 느껴지는 달콤함 때문에

그래서 멈추지 못하고 계속 찾게 되는

손 닿지 않은 별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별사탕으로 만들어서 "맛"을 본 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합리적 의심이란

                   
모든 형사 피의자는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유죄 판결 받지 않을 권리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결정적 증거가 없이는 유죄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스릴러나 법정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보는 나에겐 검사나 변호사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의 이야기는 매우 익숙하다.

하지만 이 합리적 의심의 이야기는 판사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판사란 이름이 가지는 느낌은 굉장히 귄위적이고, 힘이 있으며 베일에 싸여 드러나지 않는 게 많고, 신비주의적인 직업으로서 상당한 권력을 누리는 집단이라는 게 내가 가진 판사에 대한 이미지였다. 그동안은.

 

 

인사이동 후 부장판사가 된 주인공과 배석판사 두 명이 사건을 배정받는데 그 사건은 세간을 시끄럽게 한 "젤리 살인사건" 이었다.

 

연인인 남녀가 모텔에 체크인한다. 얼마 후 여자는 맨발로 프런트에 달려와 남자친구가 젤리를 먹고 질식한 거 같다고 말한다. 남자는 죽고, 여자에게는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경찰은 계획적인 보험 살인사건으로 보고 사형을 구형한다.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는 합의의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에 세 명의 의견을 모아 선고를 한다.

과연 젤리 살인사건을 두고 세 명의 판사는 어떤 합의를 이루게 될까?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인 낙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약간의 설정을 변경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낙지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뉴스를 보면서 나는 조금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살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자가 범인이라는 것을.

그러나 판결은 내가 생각한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꽤 흥분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판사들이 미쳤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이 나라에 어떤 정의 같은 건 없다고 느꼈다.

하긴 그런 판결문을 한 두건 본 게 아니니 최근 들어 판사들의 판결에 전에 없이 흥분했던 적이 많았더랬다.

그 이야기를 소설로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아마도 판사가 주인공이고 전혀 알 수 없었던 금기(?)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맛도 있었지만, 정말 간결하면서 무심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와 재판 과정의 모습이 판사 입장에서 그려졌기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저 사건의 순서를 따라가 재판 과정을 엮은 거라 단정 지었던 이야기는 중반에 들어서면서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반정을 담고 있었다.

 

박수를 치고 싶은 첫 번째 반전.

울분을 토하게 하는 두 번째 반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겠는 반전.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렇게 변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하는 반전.

이 이야기에 이런 반전들이 깨알같이 담겨있으리라고 짐작도 못한 게 사실이다.

 

 

판결은 다르다. 잘못하면 모두가 손해를 본다. 진범을 놓치고 무고한 이의 인생을 망가뜨린다. 되돌리기 어려운 파탄을 초래한다. 나쁜 놈 이야기를 듣고 나쁜 놈이라 욕하는 건 쉽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이 종이 몇 장이 갖는 무게를 의식한다면 마음에 의심을 매단 채 함부로 무기징역! 사형! 외칠 수는 없는 일이다.

 

무죄판결을 받은 범인을 풀려나고, 그 사건은 그렇게 잊히는 듯했다.

피해자의 누나를 거리에서 마주치기 전까지는.

 

내내 찜찜했던 마음에 피해자 가족의 모습이 보였던 게 문제였다.

죄 있는 자가 무사히 법망을 빠져나가게 둔 것이 못내 가슴에 남았던 것도 문제였다.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었던 건 인지상정이었지만 그것이 그의 발목을 잡을 줄은 미쳐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재판이란 건 말야. 시늉이야, 시늉."                   

 

"법정이란 말야, 정의 그 자체보다 정의가 행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한 곳이거든."

 

"법으로 구제를 받거나 보상받는다는 건 환상이야. 무조건 선빵 날리는 놈이 이득이야. 당하는 사람만 바보 되는 거지."                   

 

 

"판사들이 너무 좀팽이야.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심한 인간들 박박 긁어모은 데가 법원이거든."

 

피해자의 누나를 사적으로 만난 걸 풀려난 범인에게 들키고 그 이유로 부장판사는 범인에게 협박을 받는다.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꾸미고 있다면 피해자 가족과 사적으로 만난 사진으로 판사 생활을 끝장내겠다는 협박과 함께 피해 보상금 5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다.

나는 당연하게 판사니까 이까짓 협박쯤이야 간단하게 물리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판사도 사람인지라 협박에 가슴 졸이고, 밤잠 설치고, 혼자 끙끙 앓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일관한다.

답답했다.

오로지 법 테두리 안에서만 이해하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외로운 섬 같은 판사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으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그에 대처하는 바가 일반인과 다를 거라 생각했던 탓이었다.

판사도 그냥 보통 사람인데 말이다.

어쩜 판사라는 직업 때문에 더욱더 자신의 처지를 알리는 게 힘들고, 명예를 잃는 게 어떤 건지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은 상처를 받을 거라는 걸 염두에 두지 않았더랬다.

 

이야기의 끝을 보고 나서 누군가는 정의를 구현했다는 생각에 가뿐하게 내려놓았다.

그렇게 좀 지난 시간부터 이야기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점점 증폭되어갔다.

합리적 의심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해서 판사들의 판결에 대해서, 이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서 온갖 상념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결론은.

 

나는 의심은 알겠지만

합리적 의심은 정말로 알고 싶지 않다.

머리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절대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게 합리적 의심이란 말이지!

 

 

젠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콩고양이 시리즈 8탄.

전작들을 본 적이 없지만 개별적 이야기라서 보는데 무리는 없다.

콩알. 팥알 냥이와 같이 사는 시바개 두식이.

그래서인지 두식이는 자신을 고양이라 생각하는 거 같다.

개들과 있을 때보다 냥이들과 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

슥슥~ 어렵지 않게 그린 그림들에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이 한없이 일상적이고 한없이 소소하다.

 

 

 

 

 

 

 

 

 

 

이유 없이 개들을 만나면 덤벼드는 냥이 그레이의 비밀은 왠지 찡하고

콩알이와 팥알이 꼬임에 빠져 간식장을 털어버린 두식이가 혼나는 장면은 왠지 운명 같은 짠함이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

받자마자 호로록~ 읽게 된다.

멋진 그림도

잘 그린 그림도 아닌데

자꾸 보게 만드는 힘.

작가 네코마키의 매력인가 보다.

동물농장 같은 두식이네 집에 곁살이를 하는 동물들을 헤아려보는 재미도 있다.

단순한 줄거리

복잡하지 않은 그림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콩고양이 시리즈의 매력인 거 같다.

간만에 비운 머리

따뜻하면서 복잡하지 않은 만화

냥이와 멍이의 공존

남다른 개성이지만 서로의 조화를 이룰 줄 아는 사람들

그래서 모두 모여 사는 이 집의 이야기는

별거 없어도 별거인 거 같은 느낌을 준다.

단순함에서 오는 진리.

복잡함을 내려놓고 머리를 식혀주기에 좋은 만화책 한 권.

이래서 만화가 좋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우리 마을이 그랬다. 그것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서로를 증오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게 때로는 얼마나 간단한지 모른다.

이것은 아이스링크와, 그 안과 그 주변에서 두근거리는 모든 심장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끌고 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탕탕탕

무혐의로 풀려난 가해자는 마을을 떠났다.

생존자는 남았다.

가해자에게 향해야 했던 분노, 좌절, 증오, 해코지가 남겨진 생존자에게로 향한다.

 

 

탕탕탕

하키는 베어타운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고 전부였다.

강간 사건의 스캔들이 그들의 승리를 빼앗아갔다.

에이스를 잃은 선수들과 코치는 이웃 헤드로 옮겨갔고

이웃한 두 곳에 하키팀을 지원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는 정치가들에 의해

베어타운 하키팀은 해체된다.

 

호모! 걸레! 강간범!

아이스하키로 명성을 유지했던 베어타운을 이제 사람들은 저 구호로 기억한다.

 

 

탕탕탕

어디에나 기회주의자는 있다.

낮은 자리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정보를 모으고, 여론을 탐색하고,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회를 엿보던 무명의 정치인은 베어타운의 위기를 자신의 정치 발판으로 삼는다.

폐쇄된 공장을 다시 가동하고

해체된 하키팀을 부활시키는데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여론을 조작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행보를 구축한다.

유권자들을 위하고, 마을을 위하고, 도시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거 같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하는 일이었다.

희생은 다른 사람의 몫이고 승리만이 그의 몫이었다.

 

 

탕탕탕

소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하려 애쓴다.

가해자가 떠난 마을에서 소녀는 생존자로 남았지만 사람들에게 그녀는 그저 분풀이 대상일 뿐이었다.

마을의 아이스하키팀을 추락시킨 자.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소녀는 그 모든 것을 감내하려 노력한다.

도망치지 않고, 꿋꿋하게 하루하루 살아낸다.

마을의 위기는 가정의 위기로 가정의 위기는 가족의 위기로 변질되어가는 시간들

소녀는 가슴속의 울분과 증오와 공포를 기타와 글로 덜어낸다.

같은 일이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녀에게 가혹했다.

 

 


"사람들은 성폭행을 이야기할 때 항상 과거 시제를 쓴다. 그녀가 '피해자'였다고 한다.

그녀가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가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겪은 게 아니라 지금도 겪고 있다. 그녀는 성폭행을 당했던 게 아니라 지금도 당하고 있다. 케빈에게는 몇분 만에

끝난 일이었겠지만 그녀에게는 끝나지 않는 일이다."

 

 

탕탕탕

 

가장 남자답고, 멋진 아이스하키 선수인 그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는 그 비밀을 품고 조용히 살기로 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살려면 그러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비밀은 순간적 질투의 화로 온 세상에 까발려졌고 그는 더 이상 베어타운의 영웅이 될 수 없었다.

그건 모든 이들을 배신하는 거였으니까...



"나는 한심한 늙은이다, 페테르. 나는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잘 몰라. 하지만 벤야민은 오래전부터 아이스링크 밖에서 수많은 사고를 쳤지. 싸움을 벌이고 약에 취하고 또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몰라. 하지만 워낙 훌륭한 선수라 너도 그렇고 다들 매번 이렇게 얘기했잖아. '그건 하키하고 상관없는 일이야.' 그런데 왜 이건 하키하고 상관이 있어야 하니? 그 아이 마음대로 살게 내버려둬. 간판이 되도록 강요하지 말고. 우리가 그 아이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불편하다면 문제가 있는 쪽은 그 아이가 아니라 우리야!"



 

탕탕탕

이유야 어쨌든 사람들은 남의 일 보다는 자신의 살 길이 급했다.

그때그때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벌어진 일들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은 달라지게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나서지 않지만 조용히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말없이 없는 듯 보이지만 꼭 필요할 때 나서는 법을 안다.

다수가 점령한 사회에서 빛나는 소수가 되는 이유다.

그들은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을 던질 줄 안다.

그런 이들 때문에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프레드릭 배크만

베어타운 이후의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대 나머지 전부.

리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레이션을 듣는 느낌이다.

현재를 얘기하면서 과거로 슬쩍 넘어가고 그러면서 곳곳에 미래의 일들을 흩뿌린다.

그래서 읽는 내내 조바심이 난다.

 

화재, 죽음, 교통사고, 대결, 행동들이

그럴 것이다.

될 것이다.

그랬으면 어쨌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

만약이라는 전제를 빼고 마무리 문장들이 저러하기에 온갖 추측들로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급박해진다.

읽고 있는대도 자꾸 더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둘러싼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도 우리가 대부분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보 전진할 때마다 거의 그와 비슷하게 일보 후퇴한다. 여러 차례 입증됐다시피 모든 변화는 이루어지고 있는 당시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속도가 더디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편견 없이 가감 없이 이어지기에 베어타운엔 나쁜 사람도, 사악한 사람도, 순진한 사람도, 영악한 사람도, 둔한 사람도, 악랄한 사람도 없다.

모두가 그 모든 것들을 조금씩 지니고 있고, 때에 따라 적절하게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표현해 내기 때문이다.

배크만은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작가인 거 같다.

집단의 이기와 소수의 버팀을 가장 적절하게 이야기하는 작가다.

그래서 이 온갖 감정의 홍수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습성에 대해서 이토록 멋지게 스포츠 중에서도 외진 마을과 잘 어울리는 하키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낸 솜씨가 놀랍다.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도

책을 읽고 나서도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소설 속의 세계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이야기도 아니지만

지금 내가 사는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이야기들 때문에 가슴에 묵직한 울림이 인다.

그리고 그 정점에서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분다.

내가 사는 세상에도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는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래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준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이야기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다.

 

행복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아님에도 사랑스럽고

다수가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가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소수가 어떻게 다수의 편견을 물리치는지도 보여준다.

 

그리고

진정한 어른들이 적절한 순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도 정말 잘 보여주었다.

힘없고 끈 떨어진 거 같이 시간만 죽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노인들이 갈팡질팡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그들의 등대가 되어주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라모나 처럼 거침없고, 신랄하지만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어른이 주위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용히 맥주 한 잔으로 자신들의 지지를 말없이 전해주는 어르신들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사람들은 서로에게 좌우되는 삶을 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서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고, 불화의 원인이 되고, 모른척할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건 바로 서로가 서로에게 좌우되는 삶을 사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베어타운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우리 삶의 작은 축소판이었고,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되짚어 볼 수 있다.

 

항상 최선의 결정은 나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건 모두가 다 그렇다.

그래서 그로 인해 발생되는 일들엔 책임도 같이해야 한다.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섞어서 잘 버무려져 숙성시킨 김장김치 같은 맛으로 만들어낸 작가의 솜씨가 정말 인상적이다.

읽고 나서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이야기를 실로 오랜만에 만났다.

 

 

여태껏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요 네스뵈와 넬레 노이하우스라고.

이제 누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이요!

 

프레드릭 배크만의 문체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가 스릴러를 쓴다면 독자를 미치게 만들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 한 편만 써주세요~ 라고 부탁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