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배우 톰 행크스가 소설을 썼다!!!



매번 영화 속에서 감동과 따뜻함, 유머와 여운을 남겨주었던 말이 필요 없는 배우 톰 행크스

그의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가 연기뿐 아니라 시나리오도 쓰고 영화제작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타자기를 사랑하는 배우이자 작가.
그는 1978년부터 타자기를 수집했다.  현재 100대의 타자기를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단편집의 마지막엔 늘 타자기의 사진이 곁들여 있다.

 

 

 

 

이 사진들 때문에 이 이야기는 이 타자기로 친 글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 같다.


책속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서평이 이 책의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고 있다.
17편의 이야기는 다양한 형식으로 쓰여 있다.
소설처럼, 에세이처럼, 신문기사처럼, 시나리오처럼
다양한 장르를 오고 가며 쓰여진 각각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곳곳에 톰 행크스의 모습이 담겨있다.
내가 영화 속에서 보아왔던 그의 표정이나, 말투, 행동 등이 이야기 속 인물들에 겹쳐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왠지 언젠가 보았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그의 연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가 내레이션을 하는 것처럼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책 읽는 내내 톰 행크스가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게 이 책의 묘미다.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가 감독한 영화들은 연기와 연출이 완벽한 짝을 이루어 군더더기 없는 감동을 주었다.
그의 영화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가 연기를 직접 했었기 때문에 실제 하는 연기와 상상 속의 연기의 차이를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그의 연출이 깔끔하면서도 진한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배우이자 작가인 톰 행크스
그의 이야기는 배우로서 현장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의 내레이션 같은 느낌이다.
모든 미국인의 삶이 여기에 담겨 있다.라는 멀리사 캐출리스의 말처럼
가장 미국적인 삶과 유머, 감동, 생각, 행동 등이 담겨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는 그는
배우로서의 이미지에 편승해서 끄적이는 글쓰기가 아닌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야기를 제대로 써 내려갔다.

책 읽는 내내
그가 타자기 앞에서 골똘한 표정으로 한 타 한 타 타자기를 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의 유머 코드나 감동 코드도 나랑 잘 안 맞는 부분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매일 열심히 글을 쓰고 다듬었을 그의 노력이 이 책에 온전히 담겨 있음을 안다.
그의 상상들이 언젠간 멋진 시나리오로 영화화 될지도 모르겠다.
몇몇 이야기에서 그 조짐이 보인다.

아직도 타자기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신선해 보인다.
그리고 이토록 다양한 타자기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타자기를 구경하고 싶어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우나케아의 어떤 밤 - 밤의 시작과 끝, 우주 속 나와 세상에 대한 사유
트린 주안 투안 지음, 이재형 옮김, 이영웅 감수 / 파우제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책이 정말 이쁘다.
마치 우주를 책에 담은 느낌이랄까.
표지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안의 내용도 꽉 차 있다.
판형도 커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별과 우주에 관한 얘기일 거라 생각하고 어려운 얘기로만 이루어진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책을 받자 표지에서부터 정성을 많이 들인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펼쳐보는데 사진과 그림들이 화보처럼 펼쳐진다
이 그림들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궁금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쉽게 이야기해줄 거 같아서 좋다

[밤의 시작과 끝. 우주 속 나와 세상에 대한 사유]

표지에 쓰인 글처럼 이 책은
밤과 우주 속에서 느낀 작가의 단상을 적은 글이다.
트린 주안 투안
천체 학자라기 보다는 에세이스트 같다.
우주에 대해, 별에 대해, 하늘에 대해 전문적인 이야기를 에세이처럼 가볍게 풀어 놓아
마치 밤하늘의 별을 보며 누워 있는데 별에 대해 빠삭한 친구가 같이 누워서
저 별은 이렇고
이 별은 저렇고
그 별은 그래
라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 거 같다.

마우나케아나

나는 지금 태평양 한가운데의 하와이 섬에 와 있다.
이곳은 하늘을 관측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인 마우나케아산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 전쯤 마지막으로 폭발한 이 휴화산의 해발 4,207미터에서 보는 하늘은 정말 맑고 깨끗하다. 이 높이에서의 공기는 건조하고 안정적이며, 인공광을 비롯한 도시 공해로부터 오염될 일이 없다.  

 

 

 

 

 

 

 

펼쳐보는데 사진과 그림들이 화보처럼 펼쳐진다.
그림들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궁금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쉽게 이야기해줄 거 같아서 좋다.

집에 이런 책 한 권은 있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이다.
아이들이 있다면 더더욱

폭염으로 시달리는 잠 못 이루는 친구들에게 시원한 밤을 선물하는 센스를 발휘해도 좋을 거 같다.
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전문가의 적절한 해석과 밤에 대한 단상으로 전해 들으며 무수하게 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우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메레르 9 - 용들의 연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폴레옹 시절에 공군이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이야기다.
나폴레옹이 침략의 야욕을 불태우던 시절에 공군이 있었다니!
게다가 그 공군들은 용을 타고 전장을 누볐다~
용과 인간의 만남은 여러 이야기에서 다루고 있지만 테메레르는 여타의 이야기에서 보이는 용의 이야기와는 달랐다.
그 시리즈의 마지막이 드디어 나왔다!

테메레르
이름에서 알 수 없는 친근감과 함께 묵직한 느낌이 든다

영국 해군 얼리전스호의 함장 로렌스는 프랑스 함선을 격퇴시키고 용알을 획득한다
그 용알에서 태어난 용이 테메레르이다
청국의 셀레스티얼 품종으로 귀한 몸인 테메레르는 로렌스를 선택하고 그로써 해군 함장에서 용 비행사가 된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총 9권에 담겨 펼쳐진다.

용을 타고 활약하는 공군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실제 역사 속에 교묘히 스며든 이야기는 마치 실존하는 이야기처럼 생생하다.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나폴레옹과 마지막 전투를 벌인다.
그리고 인간들이 인간보다 우수한 두뇌의 용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버리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용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테메레르
명예와 신념을 우선시하는 로렌스
용과 인간의 캐미가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진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테메레르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건
인간과 다른 생물과의 공존의 방법이다.

용들의 힘과 지혜는 인간을 능가하지만
어떤 인간들은 그들을 짐승으로 밖에 대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이용하고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내친다.
그들을 길들여 이용할 생각만 하는 인간들은 결국 그들을 적으로 만들고 그에 합당한 결과를 얻는다.
반면 그들과 공존을 꾀한 인간들은 문명을 이루고 평화를 누린다.

나폴레옹은 그 두 가지를 다 사용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는 약속은 결국 패망의 지름길이 된다.

실제로 용이 존재한다면
그 용이 인간보다 월등한 힘과 지혜를 가졌다면
우리는 그들과 어떤 공존을 해야 할까?


시리즈의 뒤끝은 우직함이다.
답답할 정도로 정도를 지키는 주인공들이지만
그래서 그들이 더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지금 세상은 그러한 우직함이 더 많이 필요하니까.
시리즈가  끝난 기념으로 테메레르를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점을 짚어 본다.




용에 의해 선택받는 비행사 

공군은 용의 선택에 의해서 비행사가 정해진다. 인간이 용을 선택해 길들이는 게 아니다!
육군과 해군은 귀족 출신의 자제들이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장교로 진급하지만 공군비행사는 순전히 용의 선택으로 이루어지기에 출신에 상관이 없다.
용은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인간을 선택할 수 있고, 선택을 받은 자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용의 비행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공군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그만큼 대접을 받지 못한다.
테메레르의 선택을 받은 로렌스는 해군 함장이었지만 공군에 편입되어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엔 여성 비행사도 있었다.
나폴레옹 시절의 여군이라니!
이런 상상력이 테메레르를 다른 이야기와 차별화 시키는 점이다.


명예와 신념

용들은 인간보다 우수한 두뇌와 함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을 다스리려 하지 않는다.
그런 용들을 짐승 다루듯 다루는 인간들의 포악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고전을 겪을 때 영국이 프랑스 용들에게 전염병을 퍼뜨려서 몰살시키려는 계획을 반대한다.
치료약을 가지고 나폴레옹에게 전달한 일로 테메레르와 로렌스는 반역자로 몰려 재산을 몰수 당하고 유배를 당한다.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자신들의 안위보다는 대의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명예를 지키려 노력하고, 신의를 지키려 노력한다.
그것이 조국에 반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옳지 않은 일에는 과감하게 반기도 들 줄 안다.
보물과 재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본능을 지닌 용
테메레르 역시 그렇지만 로렌스와 긴 여정을 함에 있어서 테메레르는 물욕보다는 모두를 위한 일에 더 마음을 쓰게 된다.
테메레르와 대조적으로 자신의 이익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 이스키에르카는 잘난체하고, 뽐내는 용이지만 우직한 테메레르한테는 그런 이스키에르카의 계산적인 행동이 가끔은 보완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둘 사이에 태어난 용 닝은 두 사람의 장점을 고루 갖춘 매우 실리적이고 현명한 용이 된다.
이기는 것에만 눈이 멀어 자신들을 위해 싸우는 용들을 필요에 따라서 모으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하는 인간의 술수를 볼 때마다 분노하게 되는데 그건 시답잖은 이유로 번번이 명예와 신념을 가진 이들이 희생을 치러야 함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 어렵게 복직해서 러시아에서 싸우게 된 로렌스와 테메레르에게 영국은 지위를 돌려주지만 로렌스 휘하에 새로 부임한 장교들은 로렌스를 적대시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로렌스가 말 한마디 못하는 것도 그로 인해 꼬투리를 잡아서 로렌스를 파면시키려는 윗자리들의 술수임을 그가 알기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세파에 시달려서 그런지 로렌스에게도 꼼수가 생겼다.
로렌스가 그를 지지하지 않는 부하들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양과 동양의 차이

테메레르에서 용과 공존하고, 용과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더 많은 풍요로움을 누리는 곳은 청국과 일본 그리고 잉카제국이다.
서로의 존중을 통해 서로가 가진 것들을 나누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이룬 나라들은 풍요로움을 누린다.
반면 유럽의 용들은 전투용으로서의 자질만 강요될 뿐이다.
용들을 길들이기 위해 족쇄를 묶어 놓고, 그들이 하는 말엔 귀 기울이지 않고, 그저 인간의 명령에 따르게만 하는 유럽 국가들에게 용은 하나의 도구일 뿐 그들과 공존하는 생물이 아닌 것이다.
일부러 그런 설정을 했는지 몰라도 테메레르 역시 청국 황실의 용으로 청국과 프랑스의 우의를 다지기 위한 청나라의 선물이었다.

독립적인 여성상

제인은 영국 공군의 비행사다.
그녀의 딸 에밀리도 테메레르의 승무원으로 복무한다.
그리고 제인과 로렌스의 관계 역시 쿨하다.
이야기 속 시대의 여성들에 비해  여자 공군들은 훨씬 많은 자유를 누리며 남성들과 동등하게 지위를 누린다.
물론 그만큼의 실력이 따라야 하지만.
남자에 메이지 않고, 결혼에 메이지 않고, 관습에 메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피터 잭슨 감독이 영화의 판권을 가졌다던데
언제쯤 영화로 테메레를 볼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다운 페미니즘
코트니 서머스 외 지음, 켈리 젠슨 엮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미니즘이 뭘까?
페미니스트는 어떤 사람들일까?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걸 말하자면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여성을 해방 시키기 위한 여성해방운동에 관한 것.

이것이 내가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페미니즘의 전부였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남성을 폄하하고, 여성을 피해 의식에 절어 상황 판단 못하고 무조건 모든 상황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에는 별로 찬성하고 싶지 않았다.

요즘 들어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다방면에서 고려되고, 회자되고, 소재가 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주변 누구라도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거니와 나 자신도 누가 물어보면 페미니즘이 이렇다고 말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것도 읽어 보고, 페미니즘에 대해 언급된 책들을 읽어 보았지만 결국 모두가 다 여성의 위치 향상을 위한 것인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중에 창비에서 나온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나만의 페미니즘.
44명의 다양한 계층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에 대해 자신들의 경험을 예를 들어 설명한 에세이 정도로 표현하면 좋을 거 같다.

총 7부로 나누어져 있다.
이 책에는 생소한 단어들도 많이 들어 있는데 그것들을 알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각 부가 끝나는 곳엔 예쁜 빨강으로 질문과 답을 해 놓기도 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보조 설명도 첨가되어 있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는 부당했던 대우와 차별받았던 이유와 감출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자신을 드러내고 만족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당당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작가들 중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있어서 어떤 대목은 만화로 되어 있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너무 무식했다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들었다.
이렇게나 많이 화자되는 페미니즘에 대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한가지 면 만을 부각시켜 우리 사회에 퍼트린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나는 내가 아주 많이 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페미니즘"이 대체 뭘까?
탄생부터 지금까지 페미니즘의 짤막한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수재나 와이스의 글은
페미니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오류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내 딸은 여자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는 문이 자꾸 그 애 면전에서 닫힐 것이다. 그 문을 열기 위해 내 딸은 남자보다 열 배는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
.
.

깨어 있는 남자로서 나는 페미니즘이 내게도 이득이 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페미니즘은 모든 젠더 고정 관념을 해체하고자 한다.

- 맷 네이선슨

뮤지션이자 딸을 가진 40대 남성의 이야기에서는 차별이 난무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걱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서서히 페미니즘에 눈을 떠가는 이야기를 적었다.

페미니즘은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지 않는다.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지키려 하고,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페미니즘은 다수의 반대편인 소수들의 권리와 평등과 자유를 위한 것이다
그 약자 안엔 여성도 포함될 뿐
여성만을 위한 운동은 아니란 말씀!

나다운 페미니즘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정의를 담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가 페미니즘에 근접했고 나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했었다.

정말이지 웃기는 생각이었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당당하게 외쳤던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 보기 바란다.

진정한 페미니즘은 힘없는 인류와 만물을 존중하고 그들의 인권과 자유를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이고
진정한 페미니스트는 남성에 반하여 여성 운동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외면받는 소수의 모두를 보듬고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그러기엔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 속한 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
이것이 진정한 페미니스트의 마음가짐이다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페미니즘이 왜 필요한지
나는 과연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나다운 페미니즘을 추천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조금씩 개념을 정립해 가는 중이다.

무릇 대세인 건 제대로 알고 가야 하는 법이다
어설픈 건 모르니만 못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 말리는 신간이 나왔다.
밤의 동물원.
시종일관 조마조마한 감정을 달고 책을 읽었다.


동물원 폐점 시간이 다 된 시간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서 시간을 보내던 조앤은 아들 링컨을 데리고 동물원을 나가려 바쁘게 움직인다.
사람 발길이 드문 그들만의 조용한 장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향하던 조앤의 눈앞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다.


마침내 그가 움직이자 어쩔 수 없이 그 움직임이 눈에 띈다. 남자가 화장실 문을 걷어차고 팔꿈치를 들어 문을 붙든다. 오른손에 총이, 라이플총처럼 길고 검은 총이 쥐여 있다.
.
.
그녀는 링컨을 꽉 붙들고 안아올린다. 아이의 두 다리가 그녀의 엉덩이에 부딪히며 무겁게 흔들린다. 그녀는 링컨의 엉덩이 아래에서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잡아 두 팔을 연결한다.
그녀는 달린다.


아이를 안고 달리는 조앤은 무장괴한의 손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넓고 무수한 동물들로 가득한 정글 같은 동물원은 과연 무장괴한보다 안전할까?
무장괴한이 원하는 건 뭘까?

어떤 단서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긴장이 느껴지고 머릿속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아니, 필요한 건 도망칠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 그들을 발견한다면 아무리 달려봐야 소용없다.
바로 이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그녀의 뇌리를 스친다. 혼비백산하는 와중에도 뇌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 아무리 달려봐야 소용없다. 보이지 않게, 아주 잘 숨어야 한다. 누가 바로 옆을 지나가더라도 보이지 않게, 그녀에게는 토끼굴이 필요하다. 벙커가. 비밀 통로가.


그녀는 얼마 전 죽은 호저의 전시관이 비어있다는 생각을 해낸다. 그곳 바위로 가려진 부분에 숨어서 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경찰이 곧 올 테니까...


하지만 무장괴한들은 동물원 구석구석을 순찰하며 눈에 띄는 사람들에게 총질을 한다.
조앤과 링컨이 숨어 있는 호저의 전시관에도 예외는 아니다.
두 명의 앳된 무장괴한이 전시관을 찾아왔지만 숨죽여 숨어있던 조앤과 링컨을 찾아 내진 못한다.
조앤과 링컨은 토끼굴에서 경찰이 이 사태를 수습하고 나갈 수 있을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엄마와 아이.
그 끈끈한 유대감.
긴박한 상황에서 살기 위해 질주하는 엄마와 그 엄마를 도와 힘든 상황을 잘 참아주는 링컨이 나는 기특하면서도 그래서 더 조마조마했다.
아이의 집중력이 그리 오래가는 것도 아니고, 아이는 금방 싫증 내고, 짜증 낼 테니.. 그게 언제가 될지가 나는 무장괴한의 움직임 보다 링컨이 내는 소리에 더 심장이 쫄깃해졌다.
이 상황에서 그녀의 남편 폴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전화로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새롭다.
보통 이런 경우의 이야기엔 아내와 아이를 위해 맹목적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그런 아빠가 있을 법도 한데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경찰도.

케일린은 매점 알바다. 그날 엄마에게 핸드폰을 빼앗기고 출근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
그녀는 혼자다. 핸드폰이 있으면 절대 혼자가 아니지만.

마거릿은 매일 동물원을 걷는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다.

즉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낀다. 긴장이 되지만 또렷한 이유는 없다. 자신의 신경을 거스르는 게 그저 침묵과 고요뿐이라고 생각한다.
.
.
그녀는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며 긴장을 떨쳐보지만 꼭대기에 이르기도 전에 두 차례 빠른 소리가 들린다. 정전기가 작게 터지는 소리, 혹은 천둥 치는 소리, 거의 동시에 목소리가 들린다. 높고 더 단일한 음정. 비명이라고는 못하겠다.


 

 

극한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양심을 지닐 수 있을까?
핸드폰 불빛 때문에 토끼굴이 위험에 처해지고, 범인들에게 은신처를 들킬 지경이 된 조앤
게다가 링컨은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괴한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다시 도망을 치기 시작한 조앤은 어느 쓰레기통 안에서 버려진 갓난아기를 발견한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들을 노출시킬 터였다.

그녀는 아기를 조용히 시킬 수 없어 포기했다. 자기 한 몸을 구하기로 했다.
.
조앤은 격렬히 그녀를 증오한다.

.
즉각적인 반응이 가라앉자 쓰레기통도 그렇게까지 끔찍한 은신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여자가 자기 아이를 버렸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만 있다면 쓰레기통은 상당히 기발한 장소였다. 스피커 바로 옆이라 녀석이 원하는 만큼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도 아무도 듣지 못할 것이다.

 

 

기다리는 구원의 손길은 그들을 찾아오지 않는다.
남편 폴의 문자로 보건대 경찰은 아직 범인이 몇 명인 지도 파악 못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아직은 동물원으로 진입할 생각도 없고.

범인들이 총을 들고 살아남은 표적을 찾아 동물원을 돌아다니는 동안
조앤은 자판기에서 꺼낸 비스킷으로 링컨의 배고품을 달래주며 나무들 사이에 숨어있다.
그러다 식당 문이 열리며 어떤 소녀가 그녀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조앤과 링컨, 케일린 마거릿은 그렇게 모인다.
완벽한 은신처
이곳에서 경찰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거였다.

범인에 대한 단서를 주지 않은 초반의 설정
그래서 범인들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공포가 더해간다.
아무도 누구도 그들이 왜 그러는지를 알지도 짐작도 못 할 테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도, 눈앞에 그려지는 대량 학살도, 살벌한 문제점도, 상황을 장악하려는 그 어떤 세력도 없다.
그리고 힘자랑하는 터프가이들도 없다.
그래서 답답하지만 그만큼 조바심이 난다.
조앤도 케일린도 마거릿도 지극히 평범한 여자들이다.
그리고 범인들도 그렇다.

모두 그저 평범한 사람들인데
그날만 평범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그런 거다.
지독하게 평범한 일상의 반란.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친절하진 않다.
하나하나 분석하면 각기 다른 이야기가 수십 가지 나오겠지만 그렇게 복잡하게 가지 않았다.
인위적인 것도 있다.
로비와 마거릿의 관계가 그렇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돈다.

로비와 마크가 그 다른 각본을 담당했다. 데스틴이 인질극을 연기하며 경찰을 유인하는 동안 로비와 마크는 사냥을 다닌다. 동물원 전체를 놀이터로 삼아 누구든지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이고 싶은 방식대로 처치한다. 규칙은 없다. 테두리도 없다.
막바지에는 경찰도 자기들이 어떻게 속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자기들이 얼마나 미적거렸는지, 어떤 식으로 대학살을 방치했는지 알게 된다.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이 경찰을 모조리 바꾸어놓았다.

진실을 보는 사람이라면 교육을 시도해야 돼. 사람들에게 어떤 테두리에 갇혀 있는지 보여주려면, 어쩌면 그 사람들이 테두리를 넘어서려고 노력할지도 몰라.
로비는 그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테두리에 갇혀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범인들의 생각이 어떻든 사람들은 절대 알지 못 할 것이다.
사람들은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걸 선호하니까.
그게 안전하다고 믿는 것이라면 더더욱.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복잡한 이야기를 압도해 버렸다.
밤의 동물원은 단순히 공포와 범죄에 맞서 자신을 보호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다.
단순히 조바심을 내며 읽고 나면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친다.

사건은 일어나고
그 사건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점들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들을 단번에 공격하기 위한 범죄들은 계속된다.
개개인이 그것에 대항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조앤과 링컨의 유대감은 가정에서의 노력을
로비와 마거릿의 만남은 교육에서의 노력을
긴박한 와중에도 서로를 도왔던 건 사람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거라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어우러져야 범죄의 탄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당분간 동물원 가는 게 두려울 거 같다.
야간개장에는 더더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