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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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작가가 '금지된 사랑'을 주제로 앤솔러지를 모의했다.

그렇게 탄생한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엔 4편의 이야기만 담겼다.

4편의 이야기엔 모두 음악이 담겼다.

그 음악들을 들으며 이야기를 음미하면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투란도트의 집>  #장강명

나는 그녀에게 살아 있는 딜도조차 아니었다. 나는 성욕 해소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파괴의 도구였다.




어머니 지인의 지인의 지인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의 말.

연상의 직장 상사와 갖는 밀회.

한 사람에게는 사랑이라는 착각이었고, 한 사람에게는 덧없는 짓이었다.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의 슬픔에 잠기지 말지.. 라고 생각했다.

스물아홉의 나이엔 그게 뭔지 모를 테니까.


장강명 작가의 투란도트에 대한 해석이 맘에 든다.






<빛 너머로>  #차무진

"성직에 계신 분이 성욕을 해결할 대상으로 귀신을 삼았단 말입니까?"

-

"빛 너머로, 온전히 가지 못하고 세상에 남아 있는 귀신들을 불러내는 주문이 있었어요."




이런 일이 어느 가정에서는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지체장애를 앓는다고 해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모르지는 않을 테니.

아들은 점점 커지고, 힘도 세지지만 엄마는 점점 늙고 힘으로 감당을 할 수 없다.


오죽하면 수녀님이 그런 사술까지...


조금 애처롭고, 슬픈 마음으로 읽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안돼!!! 라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나를 본다.

외로움은 귀신도 불러내는구나...






<포틀랜드 오피스텔>  #소향



우연을 만든 건 너이나 우연을 받아들인 건 나다. 이처럼 너를 사랑했으니 너의 마음도 같았는지를 새로 주어질 좁은 방에서 천천히 생각해보려 한다.




작정을 하고 덤비는 사람을 알아내긴 힘들지...

모든 걸 바쳐 사랑했지만 그게 계획된 거라면?


포틀랜드는 뱀파이어 서식지라서 흐릿한 안개와 비 내리는 밤이 주인공에게는 아름다웠겠지만 나에게는 서늘했다.

왠지 서늘했던 이유가 그래서였구나... 역시 나도 모르게 오는 촉이란~




<침대와 거짓말>  #정명섭 



"뭣 때문에 그렇게 서로 목을 매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네?"

"금지된 사랑이니까? 붕어빵 남았어?"





707대원이었던 사람과 북한 보위부였던 사람의 찰떡궁합 탐정물.

이거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듯~

그러나 불륜 전문 탐정만 하기에는 어쩐지 실력이 아까운 인물들~


완전범죄로 기뻐했을 범인들 후려치기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정아은 작가님...

그를 기억하는 네 명의 작가의 말에서 나는 알지 못했던 그를 느낀다.

다정함을 무기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좋은' 작가를 만나 보기도 전에 잃었다...

그분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셨을지 궁금하다...


4인 4색의 이야기들에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저마다 다른 금기된 사랑들

세상엔 다양한 사랑법이 있고, 그것을 다 소화하려면 인간사 백 년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 같다.


차갑고도 뜨거운 5월

봄을 맞이하는 계절의 길목에서

금기된 이야기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평소에는 해보지 않았던 생각에 잠겼다.


이런 생각을 두드리는 글들이 좋다.

내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잠잠히 솟구치고 있었던 '금기'

갑자기 나의 '금기'는 무엇인지 끄집어 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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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우리 사람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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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몰드는 범죄자들에겐 자명한 사실, 즉 권력을 쥔 자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레이엄 그린은 2차 대전 때 영국 스파이였다. 

MI6 정보원. 그 시대적 상황에서는 '애국'이 가장 중요했다.

전쟁 속에서는 나라를 구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었으니까.


평상시 스파이는 어떤 일을 할까?


워몰드는 쿠바에서 진공청소기를 파는 영국인이다.

그런 그에게 접근한 호손은 이 지역에 스파이를 심어둬야 하는 직책을 가진 사람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 스파이로 심어 놓고 각국의 정보를 채집하는 일이 호손의 일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스파이로 적당할까?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고, 의심스럽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약점이 있는 사람.

워몰드는 그런대로 쿠바에 잘 정착한 영국인이었고, 그에게는 물 쓰듯 돈을 쓰는 17살짜리 딸 밀리가 있다.

아마도 그 밀리가 호손이 생각하기에 워몰드가 스파이 노릇하기에 딱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워몰드의 스파이 노릇은 시작됐다.




모든 농담에는 언제나 상대가, 희생자가 있었다.


평온한 세월을 살아가는 시대의 스파이는 지킬게 무엇이 있을까?

전쟁통에서 스파이는 조국을 위해 애국을 하지만

평상시의 스파이는 무엇을 위해 애국을 할까?


그들에게 조국은 없었다. 조직이 있었을 뿐.

비아트리스의 일갈은 그래서 속이 시원했다.

조국을 지켜야 하는 그들은 그들의 조직을 지켰고, 그래서 거짓을 꾸민 사람에게 훈장까지 부여했다.

시대가 그랬다.


지금도 역시 어딘가에서는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고,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급급한 그들에 의해서 은폐되고 있을 것이다.

자리 보존을 위해 눈 감고, 귀 막고, 입까지 닫은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거짓을 위해 쓰인 막대한 자금은 한 달 살이를 하는 시민들의 세금에서 빠져나가고 있겠지...




온라인 단톡방에서 이 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내가 낸 발제문은 

[여러분이 호손이라면 스파이를 뽑을 때 어떤 기준을 갖고 뽑으시겠어요?]였다.

나는 호손이 워몰드를 뽑은 기준이 의심 가지 않으면서 평범한, 그러면서 약점이 있는, 그런데 의외로 강단도 있으면서 은근슬쩍 두루뭉술하게 넘기는 감각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발탁했지만 호손이 예측 못한 건 워몰드의 배짱이라고 생각했다.



호손이 그저 실적에 급급해서 뽑다 보니 왜인지 자연스럽게 본인과 비슷한(본인처럼 두루뭉술한...) 사람을 뽑게 된 것 같다고 하신 다북님의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아서 참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의 단면을 보는 것 같은 씁쓸함도 느껴지고요.> 책하루님의 걱정이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할 거 같다.






같은 책을 읽으며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혼자 읽었을 때는 갇혔던 생각이 여럿이 함께 토론하며 읽으니 생각이 폭이 넓어져셔 더 재밌게 읽혔다.


<아바나의 우리 사람>에 <우리 사람>은 없었다..


어쩜 그 어디에도 <우리 사람>은 없을지 모른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지켜야 할 것은 자기 자신과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어떤 것일 뿐.

그리고 그 '지켜야 할'것은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자기 이익을 이야기한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신보다 나라를 걱정하는 이 모순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레이엄 그린은 실전에서 이런 비리들을 보았다.

그리고 이야기로서 신랄하게 돌려까기를 한다.


영국 스파이 하면 제임스 본드가 떠올랐는데 이제는 워몰드가 떠오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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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이 다른 마흔의 사소한 차이
클로이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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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켓은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당신의 일부가 될 때까지 연습하라."라는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시길 바란다.


삶의 태도에서 나태해진 부분을 다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에 만나 책.

에티켓의 유래가 생각지 못한 곳에 있기에 신선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보다 더 무례해졌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다.

나도 모르게 나이 많다고 '우세'를 떨고자 했던 건 아니지만 사람들과 만남을 줄이고 내 틀안에 갇히다 보니 점점 에티켓과 멀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스스로 깨닫고 있는 게 어디냐고 위로 중이었다.


<격이 다른 마흔의 사소한 차이>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부족하게 느낀 부분들을 다시 체크하게 됐다.

우리가 다 알지만 안다고 생각해서 지키지 못했던 것들이 이 책안에 담겨 있다.





진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하되 무례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되 누구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뭔가 착각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거나

인간관계에서 '이게 아닌데'라는 느낌이 오거나

뭔지 모르게 주변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면 '나'를 점검할 때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그렇다.


내가 예전에 신경 써서 조심하거나 살폈던 것들이 느슨해졌음을 깨달으며 조바심이 생겼을 시점에 이 책이 내게 왔다.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예의에 대한 것들이 담겨있다.

다 아는 얘긴데 

하지만 지금 내게 없는 얘기였다..



좀 무신경하게 살았던 시간 동안 지켜야 할 예의범절에 대해서도 무뎌졌다.

이 책은 그 무뎌진 감각들을 다시 벼리게 만든다.


달라지고 싶을 때

사람들과의 교류를 새롭게 만들고 싶을 때

나 자신이 싫어질 때

뭔가 자신이 없을 때

이 책에 담긴 조언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어려운 이야기가 없어서 좋고

내가 다 아는 얘기인데 내가 실천하고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는 에티켓 책이다.


사람이 무뎌지면 버릇도 없어지고, 예의 차리는 걸 격식으로 폄하해 버린다.

사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예의를 지키는 건 가장 기본인데 이 기본이 무시되기에 자꾸 사람이 싫어지는 것이다.

그 기본을 무시한 게 상대방이었다고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도 어수선해진다.


'나'라고 생각하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을 무시한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나다.

그러니 이제라도 기본기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사소함을 잘 지키는 사람이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무시될만한 사소함은 지켜가는 사람으로 살자.

지금부터는...




행복도, 긍정도 전염된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결국 당신의 분위기이자, 당신의 이미지가 된다.


내 삶을 관통하는 철학이 무엇인지 이제부터라도 생각해 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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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 마키아벨리에서 조조까지, 이천년의 지혜 한 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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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에 덜 주저한다.

요즘은 깊게 읽는 책들보다는 가볍게 읽고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들이 좋다.

한두 문장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만드는 문장의 힘이 좋다.

그 문장들을 마음에 새기고 손으로 써보는 것도 좋다.

그 취향에 알맞은 책으로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이 있다.


마키아벨리부터 법정 스님까지 

동서양과 문학과 현실 속에서 마주한 명언들을 한데 모아 놓은 책이다.

원어와 함께 담겨 있는 점이 더 좋다.





관대함처럼 자기 소모적인 것은 없다. 당신이 그 미덕을 행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그 미덕을 계속 실천할 수 없게 된다.



참 모순되는 말인데 진리이기도 하다.

당연함을 권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키아벨리 시절에도 많았나 보다.



종교는 일반인에게는 진리이고, 현자에게는 거짓이며, 권력자에겐 유용하다.


마치 지금 우리나라를 빗댄 말 같아서 씁쓸하다.


이 책엔 마키아벨리와 같은 통치자와 쇼펜하우어 같은 철학자, 괴테와 같은 대문호들과 조조, 법정 스님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좋은 문장들이 500개가 담겨 있다.


각 카테고리에 담긴 문장들을 그때그때 펼쳐 읽으며 그날의 기분과 마음가짐에 맞는 말을 찾아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에 좋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답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뼈아픈 사실을 얼마 전 깨달았다.

그것도 혼자 깨달은 게 아니라 친구에게 깨우침을 받았다.

누군가가 내게 어떤 이야기를 하면 나는 그냥 들어주면 되는 것을 그 말에 해답을 찾으려고 쓸데없는 짓을 많이 하며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며칠 마음이 시끄러웠다.

이렇게 이 문장을 마주하니 마음이 가볍다.

시끄러웠던 시간 동안 나는 마음 정리가 되었나 보다.

법정 스님의 말에서 기운을 얻는다. 

내가 가진 '맑은 가난'이 더 또렷 해진다.

불필요한 것.

없어도 살 수 있는 것.

그것을 남과 비교해 없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불행해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만으로 충분히 사람 노릇하며 살 수 있다.

그러니 뭘 더 바라겠나.

최근 들어 자주 접하게 되는 문장들이 바로 나 자신과의 대화였다.

이 책에서도 발견한 법정 스님의 말씀.

정말 나 자신과의 대화를 놓치고부터 나는 내가 아닌 내가 되어 살고 있었다는 걸 이제 깨닫고 있다.

이젠 나와의 대화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이렇게 글들이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을 알려준다.

그것을 알아보느냐 못 알아보느냐가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갈 테지..


열심히 살 때다.

좋은 문장들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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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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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내게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는 30년 동안 계속되어 나는 그 미소 한 귀퉁이에 매달려서 수많은 심연을 건너왔다.


마치 숨겨져있던 오래된 고전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 아주 먼 시대의 이야기.

그러나 이 이야기는 내가 알지 못하지만 그리 멀지 않았던 과거가 배경으로 흐르고 있다.


주인공 미모의 목소리로, 그를 지켜보았던 또 다른 시선의 목소리로.

수도원 지하에 숨겨진 조각상과 함께 스스로를 유폐한 한 남자의 죽음 앞에서의 회상은 그렇게 현재와 과거를 함께 묶어 두었다.


왜소증으로 태어난 미모.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

그저 여자로 태어난 비올라 오르시니.

조각가의 재능을 타고난 미모와 천재적인 기억력의 소유자인 비올라.

두 비범한 영혼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피에트라달바에서 '우주적 쌍둥이'로 만난다.


1910대~1940년대 그 사이에 존재했던 두 영혼의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시대상과 맞물려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간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난 내 머리엔 "아름답다"라는 말만 새겨졌다...


비올라는 후작의 외동딸이지만 단지 그저 여자였을 뿐이었고

미모는 왜소증을 가진 난쟁이였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오르시니 가문의 비호 아래 부를 쌓아가고 이름을 떨치게 된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를 알아보고 그를 공부시키고 단련시켰던 비올라와 미모의 인생은 세월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미친 영향력이 역전되기도 하고, 비등해지기도 하고, 균등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넘나든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비올라.

신념도 굳건했던 비올라.

자신의 오빠들보다 더 역량 있었던 비올라는 그저 가문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이 안타까운 영혼에 빙의된 수많은 여성들의 비애를 느끼자니 이 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깊게 새겨진다.








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교차된 이야기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묘한 긴장감이 이 이야기의 매력이다.

이탈리아 어느 곳을 가면 미모 비탈리아니의 조각을 볼 수 있을 거 같고, 비올라와 함께 누웠던 톰 마소의 무덤이 존재할 거 같다.

구구절절하지 않아서 구구절절하게 느껴지고, 신파가 아니라서 더 가슴 조이게 만든다.


두 번의 전쟁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그보다 더 빠르게 변하는 가치관, 사상, 생각, 민중의 마음.

그 안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려는 세력들의 물밑 작업들이 세밀하게 독자에게 전해진다.


미모의 손에서 태어난 피에타.

세상에 잠시 나왔다 사라진 미모의 피에타.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사제는 그녀를 거기에 가둬 둔 자들은 스스로를, 그들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마치 멸망처럼 찾아온 그 재앙이 모든 걸 사라지게 했고, 사라졌던 재능을 다시 되살렸다.

신의 계시처럼...


진중한 이야기로 표현되는 격렬하지만 격렬하지 않고, 잠잠해 보이지만 잠잠하지 않은 사랑이자 우정인 우주적 쌍둥이의 이야기.

곧 숨이 끊어질 듯 고통스러운 죽음의 순간에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놓지 못하는 미모의 애잔함.

남은 인생의 모든 것을 바쳐 그녀 곁에 머물렀던 한 남자의 순애보.

그 마음을 아는지라 떠나지 못하고 그의 피조물에 안착한 날고 싶었던 귀한 영혼.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믿었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를 냈다는 죄.



작가의 시대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해 미모와 비올라가 살았던 그 시대의 혼란함이 그 어떤 역사책 보다 진실되게 보였고

자신들의 세상에서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했던 두 사람의 삶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비극에 허무함도 느꼈다.

그 어떤 전쟁도 자연을 이기지 못하지...


얼마나 많은 인생이

얼마나 많은 권력과 정치와 이익 앞에서 허물어졌을까.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나는 당신들 만큼 귀하다."



비올라의 외침이 바람이 되어 귓전을 때린다.

그렇게 울부짖었던 마음이 깎여갔던 시간 동안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재가 되었을까..

미모의 시점에서 보는 비올라에 대한 모든 것이 저 문장으로 대체되는 시점이 이 이야기의 모든 것이 아닐까.


또 한 번 내 마음에 숙제를 내준 이야기다.

시대에 편승해서 살 것이냐

내 생각대로 살 것이냐.


답은 비올라의 외침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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