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건 말이야 길벗스쿨 그림책 20
크리스티안 보르스틀랍 지음, 권희정 옮김 / 길벗스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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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사람들 귀에서 하얗고 긴 선이 자라나기 전에

 

첫 장에서 마주친 문장이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그림책 앞에서 잠시 멍 한 기분을 느꼈다.

 

별 부스러기, 별똥별, 햇빛 그리고 아직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삶"을 만들었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장에 어떤 문장들이 담겨있을지 알 수 없어 설레었다.

마치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숨어 있는 스릴러처럼.



삶은 또 다른 삶을 만드는 거야.

 

 

나는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많이 알고 있던 잘 모르고 있던 삶은 또 다른 삶을 만든다.

삶과 삶이 모여 삶을 만들어 가는 세상.

 

보고, 듣고, 느끼고, 숨 쉬고, 웃고, 울고, 소리치고, 움직이고, 모든 걸 느끼는 삶.

하지만 이렇게 모든 걸 느끼며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삶이 전부는 아니다.





삶은 또 다른 삶을 만드는 거야.

 

 

나는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많이 알고 있던 잘 모르고 있던 삶은 또 다른 삶을 만든다.

삶과 삶이 모여 삶을 만들어 가는 세상.

 

보고, 듣고, 느끼고, 숨 쉬고, 웃고, 울고, 소리치고, 움직이고, 모든 걸 느끼는 삶.

하지만 이렇게 모든 걸 느끼며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삶이 전부는 아니다.

 

 

살아간다는 건 살아남는 것이기도 해.

 

 

어떤 때는 조용히

어떤 때는 큰소리칠 줄도 알아야 하고

맞서 싸우기도 하며 그러다 도망치기도 해야 한다.

 

공평하지도 예측하기도 어려운 삶.

모든 생명은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변함없이 중요한 게 있다.

 

혼자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는 것!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미생물들의 움직임 같은 그림들이

자근자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그림들이 이야기하는 건 공존이다.

작은 생명체들조차도 삶을 이어가는 하나의 끈이라는 사실.

이 지구에서 우리는 서로 이어져가며 삶을 살아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에서부터 거대한 생명체까지 모두가 공존해야 하는 세상이다.

그것이 바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걸 얇은 그림책이 말해준다.

 

긴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야기들이

한 문장에 앞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아이들과 같이 읽을 때 아이들의 반짝이는 생각들은 어떤 답을 들려줄까?

내가 미쳐 생각지도 못한 답을 듣겠지...

 

멋진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단순한 진리 앞에 서면 사람은 언제나 경건해지기 마련이다.

크리스티안 보르스틀랍이 들려주는 살아간다는 건 말이야.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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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키스 스토리콜렉터 98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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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 같은 놈은 꼭 잡아내야 한다. 또 다른 여자들의 은행 계좌를 계속 쥐어짜는 데 성공하기 전에 말이다.

 

 

전작 #이름없는여자들 에서 맹활약을 펼친 대가로 "대머리 탐정'이라는 별명을 얻은 단 소메르달.

그의 본업은 광고 카피라이터로 덴마크에서 각광을 받은 광고계 총아였다.

하지만 그는 번 아웃 증세와 우울증을 함께 겪던 와중에 회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재능을 발견한다.

바로 탐정으로서의 자질을 발견했던 것이었다!

 

 

살인 사건으로 시작을 알리는 유다의 키스.

전편에서 인신매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결혼 사기극으로 중년 여성들의 돈을 가로채는 파렴치한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거기에 사이비 종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예처럼 사로잡힌 사람들의 모습도 담아낸다.

결혼 사기극과 사이비 종교는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단은 기숙학교에 있는 딸 라우라에게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라우라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결혼 사기극에 휘말려 전 재산을 몽땅 털렸으니 아빠가 설득해서 선생님이 그 사기꾼을 고소하게 해달라고.

사랑하는 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단은 학교로 찾아가 우르술라를 만난다.

그리고 그는 우르술라가 EU 복권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50대의 우르술라는 29살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고 생각 했다.

그와 제2의 인생을 꾸리려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의 꿈인 예술가들을 위한 호텔을 열어 여생을 야콥과 함께 하려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야콥이 처리하게끔 변호사 앞에서 서류 작성을 했다.

그들은 이제 부부가 될 것임이 틀림없으니 그녀는 야콥에게 모든 걸 위임했다.

 

 

단은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 하는 우르술라를 위해 야콥을 찾는 일을 맡는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우르술라와 비슷한 여자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야콥이 관계가 있다는 걸 플레밍을 통해 알아낸다.

 

 

"단은 독불장군이야."

"플레밍은 그를 배제시킬 수 없어. 만약 그럴 기미를 보이면 단은 플레밍 등 뒤에서 뭔가 위험천만한 일을 감행할 테니까."

"단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가 플레밍보다 더 뛰어나고 더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려 들 거라는 건 확실해."

 

 

재능은 있으나 무모한 단과 성실하지만 예리하지 못한 플레밍.

그 와중에 단은 플레밍과 아내 사이를 의심한다.

오래전 그녀와 플레밍은 사귀던 사이였고, 그 사이에 끼어든 단이 최종 우승자였지만 그들은 친구로 남았다.

하지만 단은 그들의 친밀함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알지 못하고 묘한 질투심에 혼자 끙끙 앓는 중이다.





단은 야콥을 찾기 위해 자신의 누나를 미끼로 삼기로 하고, 거미줄을 쳐 놓는데...

과연 야콥은 단의 거미줄에 걸려들까?

 

 

잘나가는 광고 기획자인 단은 이제 프리랜서가 되었다.

집에서 회사일을 보는 그에게 들어온 첫 번째 탐정 의뢰.

이제 본격적으로 탐정 노릇을 하게 될 태세를 갖추어가는 단.

조수 벤야민까지 섭외해두고 경찰 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단.

그러나 무모함으로 인해 그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는다.

 

 

 

신은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그를 저주와 유다 역할에서 자유롭게 해주기로. 다른 사람들에게 은총이 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그가 속죄하는 것을 허락해 주기로.

 

 

가족의 종교에서 파문 당한 그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그렇게 여기서 훔쳐서 저기에서 좋은 일에 쓰는 일은 그에게 "속죄"를 의미했다.

그의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는 속죄의 문신은 그를 그렇게 위로했다.

 

 

코지 미스터리여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읽다 보면 웃음기와 함께 심각한 사회의 단면을 보게 된다.

그들의 죄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중년의 나이에 아들 또래 젊은 남자의 사랑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 그녀들을 탓해야 할까?

돈 많은 중년 여인들의 혼을 빼놓고 그 돈을 가로챈 그를 탓해야 할까?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자식을 사탄으로 만들어 버린 그들을 탓해야 할까?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죄를 죄라 생각하지 않는 그들을 탓해야 할까?

 

 

유다의 키스는 가볍게 읽어 가다가 점점 씁쓸해진다.

아나 그루에의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위트는 변함없었고,

뭔가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 단의 무모함은 전편에 비해 플레밍을 좀 더 사려 깊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얻은 영광의 상처가 다음 편에서 그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왠지 모를 유쾌함이 읽는 내내 감지되는 단 소메르달 시리즈.

다음 편에서는 단 혼자만 간직한 의심증이 사라져서 플레밍에 대한 무모한 도전도 가라앉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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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데니스 존슨 외 지음, 파리 리뷰 엮음, 이주혜 옮김 / 다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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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일어나기도 전에 모든 일을 감지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이 참 인상적이었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참으로 서정적이고 참 예쁜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첫 번째 소설에서 나는 이 문장을 만났다.

데니스 존슨의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

제목에서부터 사고를 감지하고 읽는 대도 불구하고 독특한 표현들 때문에 나 자신이 뭔가에 취한 기분이 든다.

마치 육체에서 분리된 영혼이 살짝 위에서 내려다보고 적는 듯한 느낌.

이 책을 추천한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추천 이유를 읽으면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이 또 달라진다.

 

 

이 책의 매력은 알지 못했던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작가와 그의 단편을 추천한 작가의 글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편과 추천사로 글의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들이 왜 이 작품에 취했는지, 작품을 읽으면서 어떤 점에 주목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매력이 더 크다.

그래서 독자는 15편의 이야기를 쓴 15명의 작가를 만남과 동시에 그들을 추천한 또 다른 15명의 작가를 만나게 된다.

그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범상치 않은 단편의 느낌들과 함께 새로운 작가를 알아가는 재미까지 담긴 책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이 윌리엄스의 글은 생경함과 동시에 지독한 현실감을 주었고,

이선 캐닌의 글은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결이 다르고,

메리베스 휴즈의 글은 읽는 내내 억압되고 짓눌린 기분이 들었고,

버나드 쿠퍼의 글 앞에서는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했으며,

리디아 데이비스의 단편 속의 단편처럼 쓴 글들은 톡톡 튀듯이 뇌를 자극한다.

 

 

파리 리뷰가 발표한 단편 중에서 선정한 이야기들은 짧아서 더 많은 여운과 상상을 남긴다.

한 권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이 나를 이런저런 세계로 옮겨가게 만들었다.

평소 알았던 작가의 글보다는 몰랐던 작가의 글들이 더 좋았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니 기대감이 없었기 때문인 거 같다.

알지 못하는 작가의 글엔 기대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기대 없음이 기대 이상으로 되돌아오는 느낌이 이 책을 더 매력 있게 만든다.

 

 

단편 좋아하시는 분들.

시간이 없지만 소설은 읽고 싶은 분들.

새로운 작가를 알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다.

 

"게이브, 1978년 1월 13일 금요일인 내일이면 나도 예순여섯 살이 되고, 평생 소설을 써왔지만 어떤 곳에서도 한 글자도 출판해주지 않았어요. <파리 리뷰>에 소설이 실릴 수만 있다면 내 왼손 새끼손가락을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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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수업 - 컬렉션으로 보는, 황윤의 세계 박물관 여행 일상이뮤지엄 1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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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살기 좋고 자부하는 장소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 도시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화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주장했다. SNS나 인터넷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여러 분야와 달리 예술품 감상은 무엇보다 직접 방문하여 경험하는 것을 중시하는 분야이기 때문.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관광 산업의 블루오션을 찾는다면 그게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는 거 같다.

 

안양에 살고 있는 황윤 작가는 안양 시청이 구도시로 옮긴다는 얘기를 듣고 그 비용으로 박물관을 지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구체적으로 부지와 재원까지 마련한 작가는 이 박물관이 왜 세워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박물관 컬렉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함께 쏟아낸다.

이 책에 예를 든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을 처음 구입할 당시에는 비싼 그림 값을 지불하느니 그 돈으로 시민들을 위해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언론의 신랄한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그림 하나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필라델피아는 예술의 도시가 되었다.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먹고살기 바빴던 시절엔 씨도 안 먹히는 얘기겠지만 이제 우리에게도 문화를 즐기고 싶어 하는 갈망이 생겼다.

다른 나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이유를 정신 나간 짓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안양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대한민국에 속한 이야기다.

각 도시의 지방 자치제는 관광산업을 위해 해마다 수많은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비롯해서 이제는 없는 얘기도 꾸며내어 사람들을 끌어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황윤 작가는 말한다.

특색 없는 쇼핑몰을 만들고 아파트를 지어대느니 그 돈으로 박물관을 세우라고.

좋은 작품을 구입해서 그 작품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생기도록 하라고.

우리도 이제 미술 컬렉션에 투자할 때가 도래했노라고!

 

 

책을 읽으며 황윤 작가님의 발랄한 생각이 참 맘에 들었다.

미술품은 또 다른 재테크로서 각광받고 있는 분야인데 사실 이렇게 재테크로 사 놓고 아무도 못 보는 곳에 감춰두고 혼자만 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그분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기도 하다.

그것이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더욱 확실해진다.

 

유럽의 박물관들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은 사실 자랑스러운 것들은 못된다.

그것은 바로 침략과 약탈의 역사를 전시하는 것이기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예술가들도 배출되었기에 지금 우리는 그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그 작품으로 인해 멋진 예술의 도시처럼 보이는 도시를 찾아가고 있다.

우리도 그러게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을까?

 

어느덧 선진국이 된 한국에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과 실천 의지, 그리고 그에 필요한 제도가 부족한 것이지.

작가의 발랄한 상상은 계속된다.

유명한 미술관과 옆 나라 일본의 소도시 박물관들의 성공담과 특성을 짚어 보고 우리의 실정에 맞는 대안을 내놓는다.

최상책이 안되면 차선책도 있음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안양에 근사한 박물관이 진짜 있는 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공하기 힘든 게 예술을 보는 안목이다. 그러니 대형 박물관의 분관도 노려봄직하다.

허황된 상상처럼 여겨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그 상상이 멀지 않았다고 느끼게 된다.

 

책을 읽다가 나는 이집트 유물보다는 K 컬처 박물관을 설립하면 더 경제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박물관.

전 세계가 지금 한국 음악, 영화,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때.

코로나가 끝나면 제일 먼저 방문하고 싶은 나라 1순위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러니 안양 박물관은 멀리서 컬렉션을 찾을 게 아니라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미래를 위한 컬렉션을 찾으면 어떨까?

 

영국 리버풀에 비틀즈 박물관을 보러 리버풀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듯이

BTS 박물관을 만들면 두고두고 우리의 관광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전 세계에 BTS 성지가 될 곳은 대한민국 한 곳뿐이니 그들을 먼저 섭외하는 도시는 제2의 리버풀이 될 것이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BTS는 이미 비틀즈와 잭슨 5를 넘어서는 그룹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그들의 성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 아미들이 집결할 곳이 필요할 테니.

 

즐거운 상상은 행복을 실어 온다.

황윤 작가와 함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아본 기분이다.

작가님의 바람처럼 안양에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와 볼 멋진 컬렉션을 갖춘 박물관이 생기길 바란다.

이제 우리도 그 반열에 올랐으니 정당한 방법으로 좋은 작품들을 들여와 많은 사람들의 그 작품을 보기 위해 한국행을 택하는 시절이 올 거라 믿는다.

 

작은 책에 알차게 들어 있는 미래 계획표를 읽으면서 즐거웠다.

변변한 컬렉션을 소장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없어도 그와 관련된 책들은 항상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대한민국.

그만큼 문화에 목마르다는 뜻일 것이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을 내 나라에서 직접 보고자 하는 열망은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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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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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에 저주 대상의 이름을 쓴 젓가락 한 쌍을 꽂아서 신냥탄에 두면 귀신 신부가 그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 자신의 결혼 축하주를 먹인다.

 

 

3국 5인 5색의 젓가락 행진곡.

다섯 작가가 젓가락을 소재로 릴레이 소설을 펼친다.

마쓰다 신조가 포문을 열고 마무리는 찬호께이가 했다.

같은 소재로 글을 쓰지만 먼저 쓴 사람의 글과 연계가 되어야 하는 릴레이 소설은 말은 쉽지만 쓰기는 어렵다.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으니까.

그러나 독자들은 즐겁다.

다른 작가의 글들을 한곳에 모아서 읽을 수 있으니.

게다가 그 글들이 괴담이라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마쓰다 신조의 <젓가락님>은 84일 동안 하루에 한 번 대나무 젓가락을 쌀밥 위에 꽂고 소원을 비는 것이다.

네코의 비밀을 알게 된 나 역시 젓가락 신에게 소원을 빈다.

내 소원은 '오빠'와 관계되어 있다. 어떤 소원이 이루어졌을까?

 

쉐시쓰의 <산호 뼈>는 산호로 만든 젓가락을 목에 걸고 다니는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산호로 만든 젓가락엔 혼이 서려있다.

산호 뼈인 줄 알았던 젓가락의 정체를 알게 되면 밥맛이 뚝 떨어질 것이다.

 

예터우쯔의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 는 SNS 방송을 위해 저주를 꾸며내고 그 소문이 절정에 올랐을 때 저주가 가짜라는 걸 폭로한 방송 진행자가 생방송 도중에 죽음에 이른다.

그 뒤로 죽은 남자의 여친에게 귀신 신부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범인은 너희 중에 있어."

 

샤오샹선의 <악어 꿈>은 젓가락과 관련된 괴담을 주제로 릴레이 소설을 쓰기로 한 작가가 출판사의 요청으로 강연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한 청자가 다가와 질문을 한다. 그 질문들은 마쓰다 신조의 <젓가락님>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는 분명 내가 아는 의식과 같았다.

 

찬호께이의 <해시노어>에서는 예터우쯔의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에 나오는 사고를 당한 가족들이 등장한다.

절묘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찬호께이의 역량이 돋보인다.

 

 

"여러분은 저주를 기획할 때 자신들이 인간의 '악의'라는 벌집을 쑤신다는 것을 알아야 했어요. 아무리 간접적이라고 해도 부정적인 일이 생기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젓가락에 이런 의식이 담겨 있는 줄 몰랐다.

제사상에서 시접 올릴 때만 왠지 다르게 느꼈던 젓가락인데 이렇게 저주에 가담한 젓가락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보통 밥상에 올려놓는 젓가락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쓰는 젓가락은 특별한 게 아니라는 점이 위로라면 위로랄까.

 

마쓰다 신조와 찬호께이 외에는 처음 읽는 작가들인데 이야기를 이어가는 솜씨가 남다르다.

색다른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저주와 괴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인간의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인간의 마음이 저주와 괴담과 연결되면 그건 결국 '욕망'과 다를 바가 없다.

가져서는 안되는 욕심과 욕망이 저주와 괴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

 

다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소원으로 비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진짜 소원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원망이라는 이름으로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포스럽거나 엄청 무서운 이야기들은 아닌데 실생활에서 문득! 생각나서 늘상 하던 것을 못 하게 만드는 약간의 힘이 들어 있다.

그래서 나무젓가락이나 특별한 젓가락 같은 건 쓰지 못할 거 같다.

젓가락은 숟가락 옆에 나란히 놓여 있을 때가 가장 젓가락다운 거 같다.

이런 릴레이 소설들 가끔 나와주면 좋겠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읽는 동안 즐거웠으니까.

 

이야기를 읽는 동안 우리나라에 젓가락 괴담이나 저주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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