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체스트넛맨
쇠렌 스바이스트루프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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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스릴러 한 편이 가을과 함께 밤나무를 소재로 찾아왔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도 상영중이죠.

표지의 밤 인형이 독특하면서도 소름 끼치며 서늘해 보입니다.

 

인트로에서 독자는 범인을 알게 됩니다.

1989년 10월 31일 화요일에 벌어진 끔찍한 참사에서 독자는 범인을 마주하죠.

그리고 이어지는 10월의 살인 행각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여자들이 하나 둘 살해됩니다. 살아있을 때 손목이 절단되는 고통을 겪고 수없이 얻어 맞고 눈이 파인 채로 말이죠.

그리고 그 현장엔 범인의 흔적이 없습니다. 딱! 하나 있는데 밤으로 만든 인형입니다.

마치 유혹하듯, 수수께끼처럼 살인 현장에 놓인 밤 인형살인자의 표식이자 유일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밤 인형엔 1년 전 납치된 후 실종된 사회부 장관의 딸 크리스티네의 지문이 묻어 있습니다.

크리스티네의 사건은 범인이 자백을 해서 이미 종결된 사건이지만 시신을 찾지는 못했죠.

우리는 1989년에 일어난 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 범인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범인을 알 길이 없죠.

 

독자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매력!

 

딸 레를 혼자 키우는 형사 툴린.

컴퓨터 전공인 그녀는 강력반에서 새로 신설되는 사이버 수사대로 전근하기 위해 반장의 추천서를 원한다.

하지만 반장은 자신의 부서가 축소되고, 그나마 실력 있는 인재를 사이버 수사대로 빼앗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유로폴에서 징계를 받고 좌천되어 잠시 머물게 된 헤스를 그녀에게 파트너로 붙인다.

그리고 첫 번째 사건이 터진다.





이 일에 매진하는 두 형사는 사실 사건보다는 자신들의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

툴린은 딸아이와의 시간을 더 갖기 위해 전근하기를 갈망하고 헤스는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떠돌이 인생을 택했다.

그런 그들 앞에 끔찍한 연쇄 살인이 펼쳐지고, 1년 전 실종사건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헤스의 생각을 모두 부정한다.

하지만 툴린은 처음엔 미덥지 않았던 헤스에게서 다른 점을 발견하고 헤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보란 듯이 뒤통수를 맞는다.

결국 그들은 의기양양한 반장의 주도하에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게 되는데...

 

범인의 모든 흔적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 이야기가 단순한 살인사건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뻔한 스릴러가 되었겠지만

살인사건을 통해서 아동학대와 사회복지 시스템의 허점을 이야기하기에 뻔한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의 거짓말을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역량을 다해 사회복지에 힘쓰는 로사 하르퉁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인간의 또 다른 속성을 보게 된다.

비극의 씨앗은 그녀의 거짓말에서 싹이 텄으니까...

 

<<예상하지 못한 범인과 만나게 되는 충격!>>

 

진짜 범인을 알아채는 순간 경악하게 되는 반전이 도사리고 있는 이 스릴러는

여러 번 독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사실 나는 이 이야기를 드라마와 병행해서 읽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 책보다 더 리얼하게 다가왔다.(배우가 연기를 잘해서인가?)

드라마는 원작에 거의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더 체스트넛맨 원작 소설에 담긴 인물들의 생각들과 심리와 디테일한 부분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

 

더 체스트넛맨.

이 이야기엔 사회문제와 살인사건과 반전과 로맨스가 함께 담겨있다.

그러나 치우치지 않고, 질척이지 않아서 색다른 매력을 준다.

이 이야기가 영미소설이었다면 어떻게든 삽입되었을 로맨스 부분이 과감하게 생략되었지만

묘한 여지를 남겨두어서 왠지 다음 편이 있을 거 같은 상상을 하게 한다.

헤스와 툴린의 캐미가 좋아서 두 사람의 발전된 이야기와 함께 시리즈로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게 한다.

 

꼭두각시를 움직이는 줄이 천장에 계속 매달려 있는 느낌이다.

 

 

더 체스트넛맨의 분위기를 잘 짚어낸 문장이다.

그 줄을 타고 올라가서 조종자를 찾아내는 헤스의 '촉'

편한 삶을 바라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촉'이 누구보다 감각적인 툴린.

두 사람의 끈질김이 오래 자행되어 온 '살인의 행각'을 멈출 수 있었다.

 

이제 밤 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를 보며 가을을 느끼기는 글렀다.

그 밤송이들을 보며 나는 이 체스트넛맨을 떠올릴 테니..

 

체스트넛맨 어서 들어와요, 체스트넛맨 어서 들어와요.....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체스트넛맨의 반전 매력에 빠져보세요.

가을이 더 새롭게 느껴지실 겁니다.

덴마크 스릴러의 첫 맛이 매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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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수집노트 - a bodyboarder’s notebook
이우일 지음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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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우습고 만만한 바다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운동이라고는 전혀 소질 없이 반평생을 살아온 만화가 이우일.

그는 마흔 넘어 서퍼의 길을 부지런히 가고 있다.

스포츠와 자신을 전혀 상관없는 사이라고 선을 그은 탓에 서핑을 스포츠로 분류하는 것조차 반대한다.

 

아내 버전 #하와이하다 를 읽으며 하와이에서 보드를 타는 인생을 즐기는 두 사람을 먼저 만났다.

하와이하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 이유는 파도, 서핑, 서퍼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뭔가에 빠지면 다른 건 보이지 않는 사람의 모든 것이 담긴 책이다.





글 사이사이 시원한 그림들과 일기와 4컷 만화가 눈을 심심치 않게 한다.

그렇게 파도가 좋고, 서핑이 좋을까?

해보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아무리 좋아도 겨울 바다에서 파도타기는 너무 위험해 보이지만 서퍼들에게는 문제 되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에 갇혀 있어야 했고, 덕분에 다른 바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바다를 느끼는 모습도 신선하다.

 

수영을 못하는 나로서는 영화 속에서만 보던 파도타기의 장관을 글로 접하려니 더 조마조마하다.

영화 속의 서퍼들은 전문 서퍼들이고 그들이 연출하는 장면은 맘 편히 볼 수 있지만

이우일 작가의 파도타기는 짠하고, 불안하고, 조마조마하고, 그러면서도 중독성 있다.





위험과 위험 사이에서 삶을 즐기는 것. 어쩌면 그것만이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장롱면허만 몇 십 년째 가지고 있지만 늦게 배운 서핑에는 진심인. 그래서 운전까지 하게 되는 사실 앞에서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인지를 배우게 된다.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으면 그것을 위해 못할 것이 없는 게 바로 사람이다.

 

파도타기에 빠지면 안 되는 것이 '눈치'라고 한다.

눈치껏 좋은 파도를 골라서 잽싸게 타야 하는 것.

눈치가 없으면 좋은 파도도 놓치고, 사람들의 눈총만 받게 된다는 사실은 왠지 인간사를 축약해 놓은 거 같다.

 

눈치를 살피다 보면 일취월장하는 것이 파도타기란다.

눈치를 살피다 보면 성공하는 것이 인간사듯이.

 

4컷 만화에서 만나는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

그 만화를 보면서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 지금도 늦지 않았어. 너만의 취미를 가져봐.

- 이제라도 네가 빠져들 수 있는 뭔가를 찾아봐.

- 이렇게 살다간 미래에 재미없는 할망구로 남을 테니 각오해!

이런 꾸중이나 듣지 않을까?

 

뭔가에 빠질 수 있다는 건 열정적이라는 뜻이고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모습은 인생을 즐기면서 산다는 뜻인 거 같다.

이런저런 생각에, 이런저런 눈치에, 이렇고 저렇고 하는 남들 말 듣기 싫어서

아니면 스스로 나는 그런 열정이 없어. 라는 말로 자신을 주저 앉히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열정을 알리고 싶다.

 

파도타기는 인생타기와 마찬가지고

남의 눈치보다는 파도의 눈치를 봐야 하고

자투리 시간보다는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하고

순간의 파도를 즐기기 위해 죽음도 각오해야 하지만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그러기 위해 내가 나를 자꾸 담금질하게 되는 것이다.

 

멋지게 산다는 건

결국 멋지게 나이든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할 시기에

이 책은 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길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눈치'보기이다.

이 눈치는 나에 대한 눈치다.

남의 눈치만 살피느라 정작 나 자신의 눈치는 없는 나 자신에게

이제부터라도 내 눈치를 보라는 뜻인 거 같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보라는 것.

맘만 먹고 있다가 매번 나중으로 미루었던 일을 시작하라는 것.

뭔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건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것.

시작했으면 열정을 쏟으라는 것.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실천하게 만드는 용기를 주는 이야기였다.

내가 파도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올라타거나

부서지거나

 

어떤 것이 더 힘에 겨울지는 해봐야 안다.

그러니 생각만 하지 말고 그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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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친구 웅진 세계그림책 216
샬롯 졸로토 지음, 벵자맹 쇼 그림,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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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갈색 머리 친구가 있었다.

더없이 소중한...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함께 놀았다.

첨벙첨벙 개울을 지나고, 들꽃을 가지고 놀고, 노래를 부르고, 빗소리를 듣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갈색 머리 친구의 옆엔 다른 아이가 있었다.

갈색 머리 친구는 나와 하던 놀이를 다른 아이와 하고 있었다...

 

 

인간관계란 어디에서 어긋나고 어디에서 닿는 건지 이 나이에도 아직 모르겠다.

<<안녕, 내 친구>>라는 제목의 책을 펼쳐 읽기 전에는 '안녕'의 의미가 친구에게 하는 인사의 의미로만 해석됐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안녕'은 작별의 뜻이 되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안녕'은 또 다른 인연이 되었다.

 

나는 친구를 잃은 이 아이가 어떻게 혼자 상처를 이겨낼지 궁금했고

이겨내지 못하고 아파하면 어쩌나 걱정했으며

이 아이의 이 상처가 나중에 다 자라 어른이 되어도 극복하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되면 어쩌나 하는 기우에 젖었다.(범죄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생긴 여파다.)

 

형제들이 많았던 옛날에는 이런 고민은 필요가 없는 얘기였을 거다.

성격이 다른 형제들 틈에서 이리저리 패를 가르다 보면 어제의 편이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편이 된다는 걸 자연스레 습득하기 때문이다.

외동은 그래서 외롭다.

형제들 틈에서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인간관계를 친구와 주변인의 관계를 통해서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외롭고, 고통스럽고, 서럽다.

 

안녕, 내 친구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내가 자랄 때 자연스레 익혀가는 관계의 법칙을

요즘 아이들은 책을 통해서 학습해야 하는 구나였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참 고마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마 그때쯤이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 거예요!

 

 

갈색 머리 친구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듯

나에게도 새로운 친구가 생길 거고,

갈색 머리 친구가 다른 친구와 놀았듯이

나 역시 새로운 친구와 놀 테니

그때쯤이면 지금의 이 상실감은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라는 마음이 예쁘다.

 

멋도 모르고 책을 받고 마지막 페이지의 저 글을 읽었을 때 느꼈던 불안감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책을 읽기 전에 저 글은 내게 친한 친구를 잃는(죽음을 생각했다.) 상처를 극복하는 의미로 읽혀서 너무 어두운 동화인데.. 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친구를 잃는 이야기지만 그 결이 다르기에 역시 책과 한국말은 끝까지 읽고 들어봐야 한다는 진실을 또 한 번 각인했다.

 

어른의 인간관계에서도 이 이야기는 좋은 교훈을 준다.

관계에 연연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게 된다.

그러니 나는 이 아이의 쿨함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자.

 

짧은 이야기는 짧아서 더 많은 해석이 가능하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을 나눌 꼬마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생각은 늘 어른들의 생각을 넘어서니까.

나에겐 어린 스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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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스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2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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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해리 보슈의 두 번째 이야기 블랙 아이스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저 위의 문장으로 압축된다.

블랙 아이스는 한 겨울 아스팔트에 살얼음이 얼어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보슈의 이야기에서는 신종 마약의 이름이다.

가장 새롭고, 가장 강력한 마약.

 

칼 무어 마약반 형사가 모텔에서 산탄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날려 버린 채로 발견된다.

모텔 방안엔 무어의 지문만 있고 아주 깨끗하다.

당직이었던 해리에게 가야 할 연락이 윗선을 통해 강력계로 넘어가고 무어의 사건은 자살로 결론지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해리의 촉은 자살이 아닌 것에 맞춰줘 있다.

또다시 모든 것을 거스르는 해리의 수사가 시작된다.

 

'난 내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무어의 유서라고 생각된 이 짧은 메모는 아주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어와 보슈는 결국 이 블랙 아이스를 통해서 자신들이 누군지 알게 되었으니까.

 

할리우드에서는 인간들 속에서 괴물이 유유자적하며 돌아다닐 수 있었다.

붐비는 고속도로 위에 자동차 한 대가 더 끼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항상 붙잡히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항상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는 놈들도 있었다.

 

 

해리의 상관 파운즈는 해리에게 새해가 오기 전에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살인사건을 맡긴다.

그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갑자기 은퇴를 하겠다고 하기에 사건이 해리에게 넘어온다.

해리는 자신에게 넘겨진 살인사건들을 조사하다 이 사건들이 모두 무어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게다가 무어는 자신에게 어떤 자료를 남겼다.

 

경찰 내부의 알력.

감쪽같은 위장.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어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출생의 비밀...

 

"해리 할러."

노인이 속삭였다. 화학 치료로 바싹 타들어간 얇은 입술에 잠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게 네 이름일 수도 있었는데. 헤세를 읽어봤니?"

 

해리에겐 탄탄대로의 길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

미키 할러 변호사의 배다른 동생.

해리 보슈의 진짜 태생이 알려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무어 역시 해리만큼의 태생의 비밀이 있었다.

 

블랙 아이스가 쫄깃한 이유는 해리의 선택 때문이다.

그리고 보슈는 예상 보다 일찍 홀레와 루터(영드 루터의 주인공 이름)의 대열에 합류한다.

아니.

어쩜 해리의 전례가 홀레와 루터의 길이 되었을 것이다.


 

우린 지금 완전히 다른 삶을 산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경찰과 마약조직 두목. 하지만 그들 사이에 뭔가가, 같은 동네 사람들의 유대감 같은 게 있었던 게 틀림없어.

 

 

정말 완벽한 범죄였는데.

하지만 끈질긴 형사 한 명이면 완전범죄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빙의 정체가 의심스러워지고

해리는 어디까지 가게 될지 벌써부터 고민스러워지는 블랙 아이스.

 

그리고 해리는 매번 로맨스를 날리는데 이번엔 무어의 전 부인 실비아다.

첫눈에 끌리는 두 사람

그 두 사람의 연애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내 생각에 보슈는 정착하고는 거리가 먼 남자인데 말이다...

 

"자네 말이 맞아, 보슈. 솔직히 말해서 자넬 잘 모르겠어. 그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도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그 말을 들으니 자네에 대한 걱정이 다시 고개를 드는군. 자넨 팀을 위해 일을 하지 않아. 자신을 위해 일하지."

 

 

어빙이 예리할 때가 있다니 참 다행이다 싶다.

어빙은 어째서 해리를 그렇게 눈에 가시처럼 여길까?

단지 그가 팀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일까?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보슈의 이야기를 읽어 갈수록 어빙의 해묵은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가 궁금해진다.

 

해리는 무리에 있지만 언제나 혼자다.

그건 그의 숙명인 거 같다.

그렇기에 해리는 독자적인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이집 저집을 전전했고, 전쟁의 트라우마를 지닌 채 매일매일 살인사건을 보아야 하는 해리 보슈.

그는 살인범을 잡는 것에서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는 건지도 모른다.

그것마저 없다면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많으니까.

자신이 살기 위해 사랑하면서도 곁을 주지 않고, 끝까지 범인을 잡기 위해 원칙도 불사하는 해리 보슈.

그래서 점점이 그에게 빠져들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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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그림자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2
황선미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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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은 인터넷만 뒤져도 골라 쓸 게 널렸다. 거기서 호박을 찾았고, 태몽 풀이까지 적당히 베꼈다. 흔해 빠진 태몽보다 그럴싸해 보이고 풀이도 나쁘지 않아서. 꾸며 쓰는 것쯤 장빛나라한테는 식은 죽 먹기다.

 

#마당을나온암탉 의 황선미 작가의 신간 빛나는 그림자.

장빛나라는 전에 있던 학교에서 입양아라는 소문이 퍼져서 새 학기에 맞춰 전학을 온다.

자신이 버려졌던 동네로.

 

새 학교에서 은재와 유리 두 친구를 사귀고 셋은 비밀 공책을 번갈아 쓰면서 우정을 다진다.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던 중에 선생님이 내준 숙제가 빛나라에게는 고민이다.

롤 모델로 삼을 인물과 미래의 직업 그리고 자신의 태몽을 써오라는 것.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태몽을 이야기하며 빛나라에게 묻지만 빛나라는 알 수 없다.

 

작가가 되고 싶은 빛나라에게 태몽 지어내기는 손쉬운 일이다.

하지만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적지 않고 판사가 꿈이라고 적는다.

모든 게 거짓으로 꾸며진 빛나라의 숙제는 앞으로 벌어질 예고편 같다.






은제는 모델 같은 외모에 시원시원한 성격이고

유리는 빵집 딸답게 앉은 자리에서 단팥빵 세 개랑 조각 케이크 세 조각은 먹어줘야 하는 빵순이다.

빛나라를 짱빛나로 불러주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는 빛나라네 반에 전학생이 온다.

"허윤" 이라는 허약한 이름의 남학생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이 안 가는 외모를 하고 있다.

긴 곱슬머리에 어딘지 특이한 옷차림의 그 남학생은 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게 있다.

그 거슬림은 빛나라의 감춰두었던 비밀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눈이 머리 꼭대기에 걸려 있던 은재가 허윤에게 그만 홀딱 반하고 만다.

은재의 마음을 안 빛나라 앞에 허윤이 자꾸 나타나고 두 사람을 오해한 은재는 급기야 빛나라를 무시하고 유리는 두 사람 사이에서 눈치를 보지만 은재의 서슬에 빛나라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이제는 행복한 학상시절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빛나라에게는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 시작되고 있었다...

 

쉽고, 가볍게 읽어 내려가다가 점점 복잡해지는 마음이었다.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갈등하는 빛나라의 모습.

봉인되었던 보육원에서의 기억들 사이에서 잊고 있었던 요한을 기억해 낸 빛나라.

그때도 요한은 갑자기 사라졌었다.

빛나라를 괴롭히기만 했던 남자아이지만 그 아이가 사라지고 나서 허전함을 느꼈던 빛나라였다.

그리고 이제 무수한 오해만 남겨두고 허윤이 사라진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닌 탓에

빛나라는 비밀이 없는 친구들에게 비밀을 만들고 만다.

친구를 잃기 싫은 만큼 비밀도 지키고 싶은 빛나라.

그러나 그 뒤에 오는 후폭풍은 생각만 해도 외롭고 고통스럽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청소년 소설이라서 확실한 교훈적 결말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역시 황선미 작가의 글은 그렇게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그림자가 있고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누구에게나 지켜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허윤은 빛나라를 알아 보았고

그는 은재에게 솔직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진실의 조각을 맞추는 것은 이제 빛나라의 몫이다.

 

저는 그림자에도 성격이 있고, 그림자에도 생각이 있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한 무리의 아이들 가운데는 유독 두드러지는 아이도 있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도 있게 마련입니다. 눈에 잘 보이는 아이 뒤에도 어떤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좋겠어요.

그림자도 빛날 수 있는 순간이 있답니다.

 

 

황선미 작가의 말에 의지해 빛나라의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 본다.

그들의 비밀 공책엔 요한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담겨 있고, 빛나라는 솜씨를 발휘해서 자신의 이야기도 담아낼 것이다.

은재와 유리는 비밀을 지킬 것이다.

어쩜 그들은 비밀을 지키기는 하지만 서서히 멀어질 수도 있다.

어쩜 그들은 그 비밀로 인해 더 끈끈해지고 빛나라의 울타리가 되어 줄 수도 있다.

어떤 이야기의 빛나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빛나라가 그 모든 걸 잘 이겨내기를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은재와 유리가 친구의 아픈 비밀을 잘 감싸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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