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엘러리 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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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편집자 오토 펜즐러가 자신의 서점을 찾는 단골들을 위해 친분이 있는 작가들에게 매년 크리스마스에 단편 하나씩을 써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단편들은 17년간 계속되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에는 다양한 '맛'의 미스터리들이 담겨 있다.

찰스 디킨스도 울고 갈 크리스마스 범죄도 있고

셜록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 경도 끄덕끄덕할 셜록 홈즈 패러디도 있다.

현재까지 4권의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시리즈가 출간되었는데 각 권마다 개성미가 넘친다.

제목처럼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가 시리즈 중에 가장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많이 담긴 거 같다.





우리도 몰라, 니키.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5년 전쯤부터 활동을 시작했어. 뤼팽의 위대한 전통을 따르지. 예술품을 훔치는 아주 지능적이고 짓궂은 악당이야.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조건에서 귀한 물건을 훔치는 일에 각별한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아. 변장술의 대가이기도 해서, 십수 가지 다른 모습으로 출몰하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속임수를 써. 절대 잡히지도, 사진에 찍히지도, 지문을 남기지도 않아. 아주 창의적이야.

셜록 홈즈를 만나는 기쁨도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왕세자 인형 도난 사건] 의 도둑 코머스다.

엘러리 퀸 탐정에게 과감하게 도전장을 낸 뤼팽의 전통을 따르는 코머스.

신출귀몰한 코머스의 활약에 엘러리 퀸 탐정도 당하고 만 그 사건!

게다가 훔친 인형을 고이(?) 되돌려 준 그 대담함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쓴맛을 본 사람과

단 맛을 본 사람.

누가 나쁜 건지 '감' 이 안 오는 멋진 푸딩의 반전!


셜록 홈즈와 모리아티가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의뢰인.

셜록 홈즈를 페러디한 헐록 숌즈의 이야기도 읽는 기쁨을 준다.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영어권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짧은 단편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는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섭렵할 수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이름을 아는 작가는 알아서 반갑고, 모르는 작가를 만나는 시간은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기분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한 방이 있는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다.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외롭고 심심한 일상에서 가볍지만 알싸한 반전의 묘미를 알게 해주는 이야기들

코로나로 발길이 묶여 집콕 하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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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일기 카프카 전집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유선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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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기 쓰는 것을 더 이상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나를 확인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여기에서만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란츠 카프카.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변신]이란 작품으로 기억할 것이다.

카프카의 작품 중에 [변신]만큼은 모두가 한 번쯤 읽어 보거나 읽지 않았더라고 줄거리를 알고 있을 테니.


카프카 전집을 읽으면서 나는 이처럼 치열한 사람을 만난 적이 드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살았던 그 시대에 그는 모든 방면에서 치열했다.

가족에게서도 치열했고, 사랑에서도 치열했고, 일에서도 치열했고, 글쓰기에서도 치열했다.

자기 자신에게 조차도 치열했다.


카프카의 일기는 일기이자 습작이었고, 단상이자 무의식이었다.

카프카의 머릿속엔 항상 글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자신의 영혼을 덜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써 내려갔던 카프카.

자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고립시키면서 그는 글로써 자기 자신과 소통했다.

그랬기에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도 그는 미래인들과 글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렵고, 뭔 소린지 모르겠고, 쓰다만 글들 사이로 그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한시도, 한순간도 그는 놓치고 싶지 않았던가 보다.

사진처럼 찰나의 순간을 박제하지 못했던 그는 글에다 자신의 시간을 박제했다.


자신이 느끼고, 바라보고, 생각하고, 스치고, 바랐던 모든 것들을 그는 글로 담아냈다.


나는 현명한 편이었다.

언젠가 해낼 것이라는 희망조차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희망조차 가지지 않는 것을 현명하다고 말하는 문장 앞에서 그의 담담한 절망을 본다.

그를 그렇게 절망스럽게 만든 건 세상일까. 자기 자신일까.


카프카를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의 일기를 통해.

이 일기를 몇 번을 읽으면 그 마음 한자락에 닿을 수 있을까...


가을에 만나서

겨울에 끝냈다.

짧은 연애는 아련하게 오래 기억되는 법이다.


가끔

세상이 덧없다고 느껴질 때

카프카를 만나야겠다.

추억은 또 다른 삶의 연장선이니까.


카프카는 오래도록 미래인들에게 그렇게 치열하게 삶을 연장시킬 추억을 소환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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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07~2020 특별판 나비클럽 소설선
황세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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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퍼센트에 의해서 세상이 변하기도 한다는 거 모르십니까?

12편의 단편들을 읽는 내내 흥분이 되었다.

여지껏 번역서로만 읽은 추리소설들이 머리에서 싹~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짧은 추리 소설들이 모국어로 나열되어 있었다.

2007년 부터 2020년 까지 대상을 받은 작품들은 색다르고, 흥미롭고, 무섭고, 애잔하고, 아린 이야기들의 모음집이었다.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 보다 더 '맛' 이 있었다.

흉가

그렇다면 내 아내는 누구인가?

그렇게 말하는 나는! 또 누구란 말인가!

국선 변호사

변호사가 아니라 형사가 되셨으면 범죄율을 줄이지 않았을까 싶소!

무는 남자

내 인생은~ 나의 것!

무엇을 할 것이냐, 무엇이 될 것이냐를 결정하는 사람은 언제나 나여야 합니다.





스탠리 밀리그램의 법칙

그냥. 착하게 살자.

아이의 뼈

노파가 돈을 주고 산 것은 아이의 죽음이었다.

이 문장에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보화도

아! 이순신! 그러나 보조출연자로 나오셨습니다.

각인

원식 씨. 당신은 무엇이 그리 안타깝다는 거니?

낯선 아들

낯설어도 아들이고, 낯선 아들도 아들이다. 외로운 노모에겐...

유일한 범인

도무지 기댈 곳이 없는 삶.

그래도 내 사람은 지켜야지.

귀양다리

헛된 꿈을 꾼 사람이 나쁜 걸까. 헛된 꿈을 꾸게 만든 사람이 나쁜 걸까.

예나 지금이나 가진 것들이 하는 짓이란..

소나기

소나기 쌍팔년도 버전. 읽고 나서도 내 마음에 비가 내리고 있다.

일각수의 뿔

서린에게 이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을 추천합니다!

12편의 이야기에 짧은 평을 달아봤다.

한국 추리소설을 외면했던 시간들을 반성한다.

우리에게도 기발하게 멋진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황금펜상이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우리나라는 장르소설의 불모지라고 생각했었다.

그 세월 동안 꾸준히 쓰고, 또 썼던 작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추리 소설은 이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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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발 살인사건 코니 윌리스 소설집
코니 윌리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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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지들은 탐욕을 부리고도 칭찬을 받고 많은 보상과 찬사를 받지요.

크리스마스와 서점이 배경인 말하라 유령엔 크리스마스 캐럴의 세 유령이 등장한다.

이혼한 전직 회계사는 서점에서 일하고 책을 좋아하는 딸아이와의 사이를 자꾸 멀어지게 만드는 전처가 있다.

하필 크리스마스처럼 바쁜 시절에 사인회를 하겠다고 하는 작가는 유명세만큼이나 재수 없다.

일거리를 찾는 크리스마스 유령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는 어떤 기분이 날까?


아. 바로 그게 문제지. 넌 생각을 하지 않아. 오직 겉모습만 보지. 그 아래 뭐가 있는지는 절대로 보려 하지 않아.

그래서 내가 훌륭한 탐정인 거야. 넌 그저 필경사에 불과하고.

이렇게 자신만만한 투페 탐정.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이 콤비.

기고만장한 투페 탐정을 이용해 멋지게 반전을 선사한 이는 누구일까?

하이디? 달타냥? 샬롯 부인?

이 이야기는 답을 생각하면 할수록 등골이 서늘해진다

고양이 발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처럼.

잘난 척, 멋진 척 혼자 다한 투페. 그 그늘에서 필경사 노릇이나 하는 그의 친구보다도 못한 투페의 잘난 척이 우스워지는 이야기.


멀티플렉스 시네드롬

그곳에서 크리스마스 소동을 보려고 했던 린지.

린지가 시네드롬에서 보낸 하루가 바로 크리스마스 소동이었다. 내겐.

아주 많은 영화들이 거론되었고, 영화 속 대사와 장면들이 패러디 되었던 이야기.

린지와 잭의 미스터리가 절찬 상영 중인 시네드롬의 하루.

영화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더할 것이다.

위트 있는 코니 윌리스를 즐기기 더할 나위 없는 이야기.


SF의 여왕답게 소식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더불어 정신없게 외계 생명체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갑자기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긴 줄에도 짜증 내지 않고 오히려 자리 양보까지 한다면?

죄수들이 스스로 자수하고, 실업률과 자살률이 줄고, 질서가 잡히고 사람들이 모두 친절해졌다면?

그렇다면 좋은 거 아닌가?

왜 애써서 옛날의 그 엉망진창이고, 신경질적이고, 불평등한 시절로 돌아가야만 할까?

잠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숙주로 사느니 불평등하고, 엉망진창인 곳에서 온전히 나로 살고 싶다!


어느 날 설교를 하던 중에 갑자기 예수의 재림에 대한 계시를 받은 멜 목사는

정처 없이 서쪽으로 향한다.

서쪽으로 떠난 사람이 멜 목사만은 아니었다.

영어 교사들의 성경인 <인용 대백과>에 나온 한 문장 때문에 서쪽으로 길을 떠난 캐시.

멜을 찾아 서쪽으로 달려온 B.T.

이 예상치 못한 동방박사들의 여정은 어디에서 끝날까?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온 세상에 눈이 내린다면?

우리가 알던 이들처럼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에피소드였다.


코니 윌리스식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쫄깃하다.

쫄깃쫄깃한 젤리를 먹는 맛이랄까?

부록에 담긴 크리스마스에 보면 좋은 영화들과 드라마들은 크리스마스 팁이다.

아는 영화들을 이야기 곳곳에서 만나게 되고, 모르는 영화들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한다.


제목과 같은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이유는 가장 재미있었기 때문에!

미국 소설과 영국 소설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라면 영국 소설은 화려함이 빠진 수수함에서 나오는 묘한 뉘앙스가 읽는 이들을 중독시키는 마력이 있다.

코니 윌리스는 그걸 너무 잘 알아서 사용하는 작가이다.

그녀의 글의 묘미를 한국어로 다 담기가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 편씩 읽으면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새겨보기에 좋은 이야기들이다.


영국식 유머와 문화를 잘 몰라서 읽으면서 좀 아쉬웠다.



          *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이나 온전히 내맘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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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결함 5
이치은 지음 / 픽션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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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라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없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겐 취미라 부르고,

로봇들이 그러면 결함이란 딱지를 붙이죠.

수소 충전소에서 하루에 한두 개의 풍선을 날리는 아사드.

아사드는 수소 풍선을 왜 날리고 싶었을까?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비명을 새기는 묘지 관리 로봇 뒤카스.

뒤카스라면 나에게 어떤 비명을 적어줄까?

음식 맛을 보고 재료를 알려주는 로봇 라블레는 어째서 음식을 탐하는 로봇이 되었을까?

민원을 제기하다 결함을 신고한 끼릴로프.

동물 수의사인 끼릴로프는 여행을 할 때 전원을 끄고 화물칸에 처박히는 것보다는 객실에 앉아서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단지.

아주 많은 로봇들이 짤막하게 등장하는 로봇의 결함.

그 로봇들이 가진 이름의 의미를 알게 되면 더 깊이 이 로봇들의 결함을 이해하게 된다.

새해 첫 리뷰로 이치은 작가의 로봇의 결함을 소개하고 싶었다.

간결하고 짤막하지만 쉽게 여운이 가시지 않는 이야기들 앞에서 먹먹할 때도 있고

왜 그러는지 궁금할 때도 있고, 마치 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인간 보다 더 나은 거 같고.

가끔은 섬뜩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엔 자살하는 로봇이 둘 나온다.

유서를 쓰고 스스로 전원 버튼을 꺼버린 그들의 모습에서 뭉글뭉글한 감정이 솟는다.

어딘지 모르는 곳

근 미래

로봇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많은 일을 한다.

자신이 매일같이 하는 그 똑같은 일을 앞에 두고 로봇도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아니면 인간 곁에서 인간을 보면서 학습을 통해 인간화되는 것일까?

그저 나열한 이야기들 앞에서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 사이로 막연한 미래를 '맛' 본다.

이 책에 나오는 로봇들은 어딘가에서 기계처럼 일하고 기계 대접을 받으며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다 못해 결함으로 신고되는 사람들이다.

자기를 위한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 무수한 결함들 앞에서 인간인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묘지에 비명을 적어주는 로봇.

기차표를 여행 가방 안에 숨기고 미로 속을 걷는 로봇.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 로봇.

이치은 작가의 이 세계는 그래서 더 알고 싶어진다.

더 많은 로봇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진다.

결함이 신고된 로봇들은 어떻게 될까?

마리 8과 헨리는 같은 로봇일까?

나. 베아투가 꾸는 꿈은 무엇일까?

이름 속에 담긴 의미들이 중첩되면서 로봇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로봇의 결함.

이 철학적인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로봇의 결함들은 곧 나의 결함이기도 하니까.

그것이 결함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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