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지혜와 잠언
다봄 지음 / 다봄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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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넓은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던 그들은

손님으로 들인 백인들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


이 잠언집엔 그들의 역사 내내 이어지던 선조들의 말들이 담겨있다.

자연, 우정, 삶, 죽음, 동물, 식물, 나이, 인간존재 등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들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게 해주는 많은 말들 앞에서 나를 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서부영화를 통해서 인디언의 존재를 알았다.

야만인, 사람의 머릿 가죽을 벗기는 자들, 사람을 보는 대로 죽이는 자들.

어린 내 영혼에 각인된 인디언의 모습은 도망가야 하고, 피해야 하고, 결코 마주치면 안 되는 악의 화신이었다.


백인들의 서부 개척사를 아름답게 꾸며내기 위해 날조된 인디언들의 모습을 나는 진실로 알고 자랐다.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을 읽기 전까지 나에게 인디언은 그저 악당이거나 미개한 자들이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

평화를 사랑하는 삶

인간의 이치를 아는 삶


자연과 함께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을 따르는 삶을 살던 인디언.


그들의 짤막한 말들을 눈으로 좇는 순간은 그들의 숭고함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인디언들은 정말 인류의 정신적 지주가 될 민족이었는데

백인들의 칼날 아래 사라지는 종족이 되었다...

이 아름다운 시들을 읽으며 그들의 영혼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곁에 두고

마음이 복잡하거나

신경줄이 팽팽해졌을 때 펼치면

그곳에 담긴 어떤 문장이라도 나를 내려놓게 만들 것이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은 영혼을 가진 자들에게 제 자리를 내어주고 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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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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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제발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제발 나를 좀 그냥!

절규처럼 들리는 저 문장은 좀머 씨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문장이다.

긴 막대기와 밀짚모자 배낭을 메고 하루 종일 온 사방을 돌아다니는 사람.

좀머. 독일어로 여름을 뜻한다는 좀머.


한 소년의 푸릇푸릇 한 성장기가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면 간간이 출연하지만 잠시도 존재감을 멈추지 않는 좀머 씨의 이야기는 소년의 파릇함에 대비되는 어두움이다.


사람이 한 번에 두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는 법. 세상에 대한 복수와 세상 안에서의 영생. 그래서 나는 복수를 택하기로 했다!

지각했다고 노발대발하는 피아노 선생님이 묻힌 건반 위의 코딱지 때문에 계속해서 틀린 연주를 해야 했던 소년.

그로인해 엄청난 꾸중을 듣고 자살을 결심했던 소년의 울분은 좀머 씨의 고통스러운 한숨 속에 막을 내린다.


폐소 공포증.

전쟁 중에 입은 상흔이 좀머 씨를 조금씩 좀먹어 갔는지도 모르겠다.

한곳에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만든 그의 과거는 무엇이었을까?






장자크 상페의 그림으로 각인되는 좀머 씨.

단순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머릿속을 떠다닌다.


좀머 아저씨는 가끔씩 사람들 눈에 띄기는 하였지만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표현을 빌자면 세월 다 보낸 사람이었다.

소년이 한창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 저녁

그는 호수 안으로 사라져가는 좀머 씨를 보게 된다.

엄청난 사실을 눈앞에서 보게 되면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직 인생의 시작점에 겨우 선 소년의 눈에 좀머 씨의 모습은 죽음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내가 어째서 그렇게 오랫동안 또 그렇게 철저하게 침묵을 지킬 수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누가 쥐스킨트일까?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수 속으로 사라진 좀머 씨일까, 침묵을 지킨 소년일까?

그날의 일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한 소년이 자라서 좀머 씨 이야기를 끄적인 게 아닐까?


은둔자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는

침묵과 함께 사라져서 영원히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을 거 같은 여운을 남긴다.

나와 소년은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좀머 씨의 마지막.


철저하게 외로웠던 영혼은 그렇게 사람들에게서 사라졌다.

가끔 궁금해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좀머 씨.

한 사람의 기억 속에 갇힌 좀머 씨.

단 한 마디만을 남겼지만 여전히 울리고 있는 목소리.


"그러니 제발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이나 온전히 내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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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제프리 디버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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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오토 펜즐러의 공식에 맞게 모두가 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다.


매주 토요일 어린이 책방에서 책을 훔쳐 가는 범인의 정체는?

모든 것은 책 속에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죽은 마피아 두목이 남긴 책, 즉 모든 치부가 적혀 있는 장부를 찾으러 혈안이 된 마피아와 고위급 정치인.

경찰도 마피아도 찾지 못하는 그 장부를 찾은 유일한 인물은 탐정이다.

그러나.

그 장부의 정체를 아는 순간 독자는 또 다른 트릭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진실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지.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순간 바늘방석에 앉은 삶이 시작된다.

2차 대전 이후 거짓된 삶을 이룬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책장 뒤편에 지문이 전혀 안 남았음을 확인한 뒤, 그는 오늘 부쳐야 할 소포 두 개를 움켜쥐고 가게 뒷문으로 달려갔다.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형사 콜롬보를 얕잡아 본 범인.

범인은 예쁜 금발머리 사촌도 얕잡아 봤지.

두꺼운 책도.

그 책이 어떤 책인지도 모르고 범행을 저지르다니!

이 웃픈 아이러니 앞에서 잠시 멍해졌다.


죽은 전화기라. 나는 생각했다. 죽은 것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

망자들의 기나긴 소나타를 듣다 보면 알게 된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걸.

사람은 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지.


웬 괴짜 헌 책방 주인과 버림받은 연인이 내 아버지를 지목했다. 그 사내와 함께 살며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알았던 가족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말이다..

누가 가장 잘 알고 있었을까?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을 되찾게 된 아들은 그때까지도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한 인간의 인생 전반부를 퉁쳐도 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이야기다.


8편의 이야기들은 미스터리, 추리, 첩보물 느낌들이 물씬 나는 이야들로 이루어져 있다.

각기 짧은 이야기 안에서 펼쳐지는 인생의 미스터리들은 잠시 멍 때리기를 하기에 좋은 이야기들이다.

가볍게 읽다가 뒤통수 맞고 잠시 삶을 생각해 보는 시간.


내게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는 그렇게 읽혔다.

단편에는 강렬한 한방이 숨겨져 있다.

그 한 방이 내가 예상할 수 없었던 거라면 더 강력할 것이다.

8편의 글을 쓴 작가 중에 제프리 디버와 C.J. 박스만이 아는 작가이다.

그들의 단편 솜씨도 장편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복잡할 때는 간단한 글 속에 담긴 한 방에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그것이 추미스라면 더더욱~


재미와 스릴과 아이러니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짧고 굵게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책이나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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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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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다. 당신은 어느 곳에서는 매 맞는 코끼리였고, 다른 곳에서는 몽둥이를 든 자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가 피해자였는지 가해자였는지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이 이미 파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대넓얕의 세 번째 이야기이자 삶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이야기한 제로 편.


우주 : 세계의 탄생

인류 : 인관과 문명

베다 : 우주와 자아

도가 : 도리와 덕성

불교 : 자아의 실체

철학 : 분열된 세계

기독교 : 교리와 신비

이렇게 나누어진 이야기들은 결국 전체를 아우른다.


1편과 2편을 아우르는 제로 편.

채사장의 글을 읽으며 얼마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사유의 시간을 가지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사람의 관심사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이 사람의 세계관은 어떤 걸까?

이 사람은 어째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됐을까?

어쩌면 스치듯 우리도 이 책안에 담긴 것들을 배우고, 궁금해하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정도는 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우리는 배우고 궁금해하며 생각은 해봤지만 딱! 거기까지 밖에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을 갈고닦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다.

세계를 생각하기보다는 눈앞의 현실만 생각하며 살다 보니 나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나 하나쯤이야.

나 정도야.

그 정도쯤이야.

이렇게 모두가 ~쯤이야 하는 생각들로 정신없이 살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는 진리는 지대넓얕을 읽고 나서 조금 더 그럴듯해졌다.

뭔가 세상의 틀을 알아간다는 재미가 있었다.


현대인은 외국을 여행하며 이것저것 경험해보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서도, 자기 내면의 가려진 영역으로 나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원론이라는 비좁은 섬 안에 머물고 있지만 인류의 위대한 고전들은 대부분 일원론의 거대한 대륙 위에서 탄생했다. 당신이 고전을 펼치고 그 안을 자유롭게 여행하며 내면 세계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는 일원론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멈춤의 상태로 1년을 지나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세상을 보는 시선을 다시금 재정비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대넓얕 제로는 그 이유로 한 번쯤 읽어 볼 책이다.

우리의 근본과 나아갈 방향과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하는 세상이 이 책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보는 눈과

내면의 힘을 기르는 삶을 살기.

이것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가 우리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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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게 범죄 - 트레버 노아의 블랙 코미디 인생
트레버 노아 지음, 김준수 옮김 / 부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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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이를 갖고 싶어.” 엄마가 그에게 말했다.

“난 아이를 원하지 않아.” 그가 말했다.

“당신에게 아이를 갖자고 하는 게 아냐. 내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날 도와 달라는 거야. 나는 그냥 당신의 정자만 있으면 돼.”

이렇게 강단 있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트레버 노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났다.

어디를 가던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다녀야 했다.

남아공에서 유색인은 인정받지 못했으니까.

트레버는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순간부터 죄인이 되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표지의 트레버 노아의 엉거주춤한 자세는 그가 살아온 세월을 표현한 것만 같다.

언제나 경계에서 엉거주춤 자신을 감추며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야 했던 그의 삶.

강단 있고, 엄격하게 자신의 인생을 헤쳐 나갔던 어머니의 관심과 인생을 지켜보며 성장했을 아이는 미국에서 제일 가는 코미디언이 되었다.

그의 글은 처절한 대목에서 마저도 웃음짓게 한다.


아무렇지 않게 써 내려간 글들에서 고통의 파편을 맞는다.

마치 잔잔하지만 깊게 퍼지는 물결처럼 그의 이야기는 내가 알지 못하고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해 알려준다.


트레버, 네 여자가 네 인생의 여자라는 걸 명심해. 자기 아내를 엄마와 비교하는 남자 따위는 되지 마라. 아내를 둔 남자는 자기 엄마에게 묶여서는 안 돼.

나는 이 말 한마디로 트레버 노아라는 남자를 본 적도 없지만 그가 아주 멋진 남자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떤 엄마도 아들에게 저렇게 말하지 않으니까.


트레버 노아의 이야기지만 그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다.

백인 남자의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것도, 아이를 낳는 이유가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는 것이 이 분을 위대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선택권 없이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낳는데 비해서

트레버의 엄마는 자기 아이의 아빠가 될 남자를 스스로 골랐고, 아이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그것도 인종차별이 법으로 자행되는 남아공에서.


"그건 말이죠, 설령 이 아이가 빈민가를 떠나지 못한다고 해도

빈민가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해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트레버가 생계를 위해 했던 일들이 옳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수많은 폭력과 차별을 견디어 온 사람에게 옳은 일이 무얼까?를 되짚어 보게 만들기도 한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보다 더 나아져야 해. 고통이 너를 단련하게 만들 거야. 그러니까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비통해하지 마라."

말썽을 부리면 바로 매 타작이 이어졌지만 잘못했을 때는 확실하게 혼을 내고, 잘했을 때는 아낌없이 칭찬해 준 엄마 놈부이셀로의 가르침은 트레버의 등대가 되었다.

엄마가 계부가 쏜 총에 맞고 병원에 있을 때

병원비 앞에서 잠깐 멈칫했던 순간들..

그는 그 어떤 것도 미화하지 않았다.

순간과 찰나에 계산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솔직한 이야기 앞에서 내 삶을 돌아본다.

용서 못 할 것도 없고

이해 못할 것도 없는 삶.


그가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에너지는 그가 겪어 온 수많은 차별과 폭력에 맞서 견뎌낸 그의 힘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누군가를 비하하지 않고, 비방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의 포인트를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 된것이다.

그 자신이 바로 그 웃음을 가진 사람이니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낯선 차별 정책을 알게 되었고

강인한 사람에겐 예수님이(?) 보험이며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켜가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책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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