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문장
권경자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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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을 대하지만 그중에 눈여겨 보아지는 책이 있다.

이 책을 만났을 때가 그랬다.

표지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제목도 어찌 보면 굉장히 흔하다.

하지만 인생 문장이라는 제목에 부제처럼 달려 있는 나를 흔든 한 줄의 고전.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고전 속 문장들을 인용한 글인가 보다.

막연한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고전이 엮이면 왠지 좋지만 어려운(?) 느낌들을 종종 갖게 되어서 이 책도 마땅히 그러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고전 속 명 문장들을 가져온 건 맞지만

그 문장들을 왜 가져왔는지가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서 느끼는 진리와 깨달음을 고전 속 문장으로 표현했는데 그것이 참 신선했다.

 

 

 

그레타 툰베리는 환경 운동가이다.

어린 나이에 그녀가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시위를 하면서 이룬 운동의 결과는 상당한 영향력을 전 세계적으로 끼쳤다.

그녀가 각국 정상들에게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돈과 경제성장의 신화만 말한다고 일침을 가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공자의 말을 인용한다.

 

 

                            

교묘하게 꾸민 말은 덕을 어지럽힌다.

교묘한 말과 아름답게 꾸민 얼굴은 인(仁)한자가 드물다.

아름답게 꾸민 말은 사람들을 현혹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빈말일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언변으로 지위와 명예와 부까지 얻고 언론과 여론을 흔들며 매혹적으로 다가오죠.

말이란 실천할 때 빈말이 아닌 진정한 말이 됩니다.

 

받아들임, 더 나은 관계, 말, 내면, 태도, 나아감, 리더십, 다스림 이렇게 8개의 카테고리를 선정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깨닫게 되는 진리에 고전 속 문장들을 적절하게 버무려 놓은 글들은 짤막하지만 깊은 여운을 준다.

 

 

곁에 두고 쉬어갈 때 읽어주면 좋은 책이다.

좋은 문장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동시대를 살면서 비슷한 일들을 겪으며 사는데 이 분은 고전에서 그 해답을 찾아내어 세상을 더 깊이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나는 그저 이 책을 통해 좋은 문장들을 곱씹으며 삶의 지혜를 습득할 뿐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와 그에 걸맞은 고전 속 명문장.

이 조화가 나는 참 좋았다.

곁에 두고 가끔 꺼내 볼 책이 한 권 더 늘었다.

 

 

오늘 같이 며칠째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은

따스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좋은 책이 필요한데

그에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읽고 나면 뭔가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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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말아요, 브라질이니까 - 브라질로부터 받은 초대
안소은 지음 / 두사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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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브라질 땅에는 넓은 영토 안에 제각각 다른 기후에서 자란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의 사람들이 있다. 어느 한 도시를 가보았다고 하여 브라질을 다 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브라질의 얼굴은 참으로 다양하여 볼 수 록 새롭다. 만날수록 놀랍다.

 

남편이 브라질로 발령이 나서 다니던 직장을 보류하고 같이 따라나선 브라질.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성장한 브라질을 온전히 2년 동안 살다 온 작가의 브라질 이야기다.

잠깐 여행을 다녀온 것과 그곳에서 조금 살아 본 것의 차이는 아주 다르다.

그래서 이 책엔 잠깐의 여행에서보다는 2년 동안 살면서 직접 가보고 맛본 곳들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가 담겨 있다.

 

해외 어딜 가나 조금 긴 시간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알겠지만

대부분 관광 코스로 알려진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추천해 주는 곳들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알짜배기 정보를 가득 담은 이 책은 브라질에 대한 소소한 팁들과 함께 여행자들이 간과할 수 있는 문화적 충격에 대한 대비도 할 수 있는 책이다.

 

해외에서 산다는 것은 참 어렵다. 다른 문화 시스템 안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따라잡기 힘들 때가 많고, 그들의 문화 또한 이해가 안 가는 것투성이다.

 

 

그 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는 나라.

우리가 좋거나, 특별하거나 최고를 표현할 때 자주 하는 엄지 척~ 이것이 브라질에서는 언제나, 어디서나, 아무 때나 그냥 엄지 척을 한다는 것.

따봉은 최고의 뜻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광고는 광고일 뿐.) 그저 오케이 정도의 뜻만 가졌다는 것.

브라질 사람들은 지극히 사생활적인 이야기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한다는 것.

그리고 코리안 타임보다 항상 더 늦다는 것.

언제나 그럴 수 있어.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는 것.

내가 이 책을 통해 조금 알게 된 브라질의 면모다.

 

브라질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던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곳이었다.

 

해외에 살면 잠깐 여행 가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책엔 여행자의 이야기보다는 삶의 이야기들이 더 많다.

 

다양한 도시와 관광 명소의 매력과 그곳에서 들러 보면 좋을 명소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까지 소개되어 있고,

여행 일정을 짤 때 필요한 소소한 팁들도 담겨 있어서 브라질 여행을 책으로 다한 기분이다.

 

난 단지 브라질 하면 아마존이나 삼바 축제만 떠올렸는데 브라질리아 수도가 미래형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건설된 도시여서 브라질의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해서 세워진 도시이자 수도 브라질리아.

건물 높이가 7층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어느 곳에서건 하늘을 볼 수 있는 시야가 확보되어 있는 곳이라니 참으로 부럽다.

 

 

 

 

 

요즘 거의 몇 달을 집콕하고 있다가 이 책을 만나고 나니 여행을 가고 싶다.

작년 이맘때 영국에 있었는데 그때가 벌써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브라질도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좋은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작가는 이 2년의 시간 동안 낯선 곳에 살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아냈다.

정말 나를 찾아 떠난 여행처럼.

 남편과 함께 낯선 나라에서 살면서 그곳을 여행하면서 서로에 대한 여행도 같이 한 셈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잘 주어지지 않은 기회를 잘 살다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의 소망대로 꼭 멋진 동화 작가가 되어 주길 바란다.

브라질의 온기를 담은 멋진 이야기가 아마도 그 마음 어딘가에 심어져 언젠가 싹틀 날을 기다리고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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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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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아마 가장 좋을 거 같아."

 

독신 직장여성만을 노린 범죄가 성행하는 도쿄.

소노코는 오빠 야스마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요즘 힘들다고 말한다.

토요일에 집으로 내려가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후 그녀로부터의 소식이 끊긴다.

경찰인 야스마사는 근무를 끝내고 동생을 찾아간다.

하지만 동생 소노코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직장에서도 친한 사람이 별로 없었고, 친구도 거의 없는 소노코.

경찰은 자살로 결정 내린다.

소노코의 장례를 치른 후 야스마사는 단독으로 소노코의 죽음을 조사한다.

그는 이미 현장을 단독으로 정리해서 자살처럼 보이게 만들고 증거를 빼돌려 하나뿐인 혈육의 죽음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당신이 틀림없이 그런 마음을 접어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만일 어떻게도 할 수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복수만은 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현장에는 가가 형사가 있었으니 야스마사가 아무리 말끔하게 현장 정리를 했다 해도 가가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야스마사에게 넌즈시, 직접적으로 복수를 하지 말라고 말하는 가가 형사를 따돌리고 야스마사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따로 잡아 복수할 수 있을까?

참.

이 가가 형사 시리즈를 읽으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화법에 자꾸 말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안 걸려들어야지 하지만 매번 아주 사소하고 단순한 사실을 간과해서 섣불리 범인을 용단하는 나 자신을 이번 야스마사를 통해서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비교적 사건 정황을 정확하게 추리하고 맞춰 나가는 야스마사를 보면서 나도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범인을 유추했는데

이번에도 게이고의 아주 사소한 트릭을 발견하지 못하고 범인을 헷갈려 했다.

게다가 이 이야기의 묘미는

범인을 안 가르쳐 준다는 것!

물론 정황상 누군지 알 거 같지만

제목처럼 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는데 누군지 명확한 이름을 밝히지 않고 끝나는 바람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그래도 범인은 "바로, 너다!"라는 범인의 이름을 써놔야 말끔하게 정리가 되는데

이 이야기엔 범인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저 둘 중에 한 명이라는 것은 아는데, 결정적인 힌트도 알겠는데 이름을 말해주지 않아서 의미가 없는 거처럼 느껴지는 이 찝찝함이라니!

게다가 부록으로 추리 안내서가 봉인되어 담겼는데 거기에도 범인 이름은 없다는 사실!

둘 중 누군가 소노코를 죽였다.... 그냥 거기까지만 알면 충분했어요.

 

래서 누구냐고요?!

소노코를 배신한 남자 준이치?

소노코를 배신한 친구 가요코?

참.

정답을 알면서도 끝끝내 남겨지지 않은 범인의 이름 때문에 이렇게 찜찜하고 궁금하게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알았다.

이것이 게이고를 읽는 재미인가 보다.

나날이 범죄의 촉이 발전해가는 가가의 다음 이야기가 몹시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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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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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이토록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다니!

단지 떡볶이일 뿐인데 이 떡볶이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열 편이 담긴 소설집은 그야말로 다양한 떡볶이의 메뉴처럼 다양한 맛을 선사한다.

 

김동식, 김서형, 김민섭, 김설아, 김의경, 정명섭, 노희준, 차무진, 조영주, 이리나

열 명의 소설가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떡볶이에 관한 이야기 레시피.

떡볶이가 이렇게 많은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줄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다른 아이들은 컵떡볶이에 7개의 떡을 받는데 왜 내 것만 항상 6개일까?

떡볶이 청년의 순정은 순정이라는 단어를 욕보이는 건 아닐까?

왜 나는 내 돈 내고도 떡볶이를 맛을 정할 수 없는가!

떡볶이의 여행은 잔인하고도 슬프고

떡볶이 먹방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떡볶이가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는지

떡볶이가 분석하는 인간 심리학

떡볶이는 타임머신을 타고~

떡볶이가 살인의 도구가 될 수도 있구나

떡볶이는 사제 간의 위로의 장이자 서로를 위로해 주는 복합 영향제이기도 하지.

 

우리 모두의 떡볶이.

누구에게나 떡볶이의 추억이 한두 개쯤은 있을 터

책을 읽는 내내 떡볶이가 아른거려서 만들어 먹고, 사 먹고 해봤지만 이 이야기들에서 설명되는 그 떡볶이 맛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김서령의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저에 대하여

김의경의 유라TV

이 두 편을 읽을 때는 매운 떡볶이가 무척 땡겼다.

 

                            

오랜 시간 습관적으로 먹방을 보던 나는 '가학적'이라는 점에서 먹방은 성 착취 영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의 끝에는 불법 촬영을 당한 효나의 영상을 다운로드받는 사람들과 함게, 대용량의 떡볶이를 먹는 유저에게 슈퍼챗을 던지는 화면 밖 구독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다.(유라TV)는 그런 생각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매 이야기마다 담겨 있는 작가의 말이 소설 보다 더 재밌다.

하나의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이 더 멋져 보였다.

 

일상에 찌든 때를 벗겨내기에 좋은 이야기다.

적어도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떡볶이를 먹으며 다양한 맛에 취해 현실을 잠시 벗어날 수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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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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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몸은 저 나름의 지능이 있다. 정신은 결코 하지 못할 방식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아니까.

 

인간의 미래를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12편의 이야기는 내가 아는 모든 상상력보다 한 단계 위에 있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오는 불멸의 삶.

디지털 이민자로 살 것인지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것인지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삶을 택하게 될까?

많은 인간이 디지털 이민자가 됨으로 인해 퇴보되는 문명.

그 문명을 이어가기로 결심한 사람들 그들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

육신은 사라지고 정신만 남아 있다고 착각하는 인공지능들의 회유는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하다.

가보지 않은 세상에 대한 환상은 달콤할수록 치명적이라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켄 리우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미래로의 여행을 미리 하는 것과 같다.

 

나는 인류가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배운 거 같다.

보통은 암울한 미래를 얘기하는 글들은 상당히 폭력적이고 거칠다.

켄 리우의 이야기에서는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없다.

그의 철학적인 이야기들에선 온기가 느껴진다.

어떤 이야기에서도 "인간성"과 "인간애"에 대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다.

 

싱귤래리티 3부작은 나에게 더 넓은 세계관을 갖게 만들었다.

이 글들을 읽는 동안 나는 나의 한계치 보다 더 크고, 더 높고, 더 넓은 무언가에 마주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심오하지만 어렵지 않고, 암울하지만 철학적이다.

 

거칠어진 마음을 다독여주는 글들 앞에서 인간으로서 잊거나,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떠올린다.

밉상인 인간들마저 측은지심을 발휘하게 하는 글 앞에서 스스로 경건해진다.

어째서 켄 리우에게 열광하는지 이제야 알 거 같다.

 

테드 창이 이성적인 이야기꾼이라면 켄 리우는 감성적인 철학자 같다.

 

표지부터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뽐내더니

표지에서 받은 그 느낌 그대로의 이야기가 나를 잠시 다른 세상으로 데리고 간다.

나는 그가 말하려는 바를 오래 음미하고 싶다.

그가 그린 미래에서 나는 인간성이, 이 짧은 육신의 시절이 왜 중요한지 절실하게 깨달아 갔다.

그 어떤 이야기에서 표현되는 세상의 종말 보다 켄 리우의 종말이 훨씬 조용하다.

하지만 그 잔인함의 강도는 훨씬 높다.

 

인조 피부 조금, 합성 고분자 겔 조금, 알맞은 수량의 모터와 영리한 프로그래밍 능력을 잔뜩 동원하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기술로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일.

기술로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순 있지만 마음은 치유할 수 없다.

인간이기에.

 

어쩜 인간은 그 어떤 세상이 와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불만족을 가진 사람으로 인해 인류는 또 다른 모험을 하겠지.

 

한국 독자들을 위해 그동안 발표되었던 개별 작품들을 묶은 이 단편집에서 그 어느 것도 버릴 것이 없지만

매듭 묶기와 모든 맛을 한 그릇에(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 이 두 편의 이야기는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착취의 역사를 보여준다.

중국인 이민자로서 느끼는 그 어떤 것들이 참 고급스럽게 표현된 이야기라 생각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켄 리우의 이야기를 읽었던 시간들이 좋았다.

비가 올 때마다 들춰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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